[요약] '준법지원인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법무팀 등이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준법지원인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의 중복규제이다. 더구나 이 제도는 대기업보다도 중소기업에 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상법개정으로 인해 이 제도를 당장 폐지하거나 할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우선은 대상기업을 최소화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추후 이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난 3월 11일 급작스럽게 '준법지원인’이란 생소한 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하여 도입되었다. 현재는 그 적용대상의 범위를 정하는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의견들이 분분한 상황이다. 사실 변호사로 한정되는 준법지원인이란 제도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최초라는 점에서 입법권남용 또는 법조계 밥그릇 챙기기 등과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중복규제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내부통제시스템 논의가 있었고, 현재는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준법감시인을 통해 내부통제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준법감시인들이 담당하는 주요업무는 경영판단이 법령이나 정관 등과 같은 자치규범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 지를 감독하는 것이다. 특히, 준법감시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감사 등과 중복감독이라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 온바 있다.

따라서 이번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현재 개정상법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변호사 등에 한해서 상근으로 최소 3년간 그 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변호사 등’이란 변호사 외에도 법학교수, 법률전문가들도 해당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업무효율성 하락과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

그러나 이보다도 더 큰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영진과 준법지원인간의 시각차로 인한 업무효율성의 하락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영판단이란 위험감수의 원칙에 입각한 경영자의 결단이다. 반면에 준법 판단은 위험회피의 원칙에 입각한 위법성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준법지원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창의적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그 밖에도 준법지원인제도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을 수도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사업규모상 경영진 몇 사람의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법무팀을 통해 준법지원인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준법지원인과 관련해 문제는 중소규모의 상장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의 강점은 경영진들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장 선점 및 틈새시장 공략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소상장사들이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준법지원인 제도는 시장에서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수 있다.

옥상옥의 규제로서, 특히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이 될 준법지원인제도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만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미 상법개정은 이루어졌고, 당장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은 시행령으로 나마 가능한 한 많은 상장사들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만간에 마련될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강제설치대상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대상 기업 범위 최소화 후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개정상법에 따르면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상장사’만 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자산규모를 정하는 것은 시행령에 위임한 바 있다. 현행 법률들은 상장사 중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에 한하여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 등과 같은 특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도 없는 것은 아니나 우선 급한 대로 이들에 한해서만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물론 추후 준법지원인제도 자체를 반드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의원입법의 남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는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받아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무분별한 입법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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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 2011-04-11 | 조회수 : 562
[요약] 국회가 갈수록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익단체’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과 정치자금법 개정, 세비인상과 헌정회 육성법 등 자신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없이 연대감을 발휘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준법지원인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국회의 이러한 행위는 국회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든 법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이는 곧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의 근본을 흔들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이들의 뻔뻔한 행태를 효과적으로 징계할 수 있다.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국회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사실은 헌법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폭력과 비행으로 비난과 불신을 받아오던 국회의원들이 이제 자신들의 이익에 몰두하는 이익 단체로 전락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과학벨트’와 같이 거대 국책사업 앞에서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국익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가 현안에 대해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연대감을 발휘하여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기득권 수호에만 몰입한 몇몇 법안을 보고 우리는 이제 서글픔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4월 1일 여·야 의원 20명과 함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선거 범죄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되는 벌금의 액수를 현행 100만 원 이상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선거 사무장 등의 경우 300만 원 이상에서 7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김충환 의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거법 위반 완화 법안을 하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그의 부인에게 작년 1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이 법안은 "정치인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뻔뻔스러운 입법"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에 대한 비난이 솟구치자 "보좌진이 법안 발의서에 서명해 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무책임한 이유를 들면서 서명을 철회하였다.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가

여야 국회의원들은 3월 초에는 기업을 비롯하여 각종 단체가 단체 이름이 아닌 소속원 명의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통과시키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다 포기하였다. 여야 정치인 6명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청원경찰 모임인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판을 받게 되자, 이들의 죄를 없애주려고 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물러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기업이나 단체의 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제정한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 법제화되었다. 당시 정치자금법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여야가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 당시 여야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통과시키면서 "이제 금권정치의 시대는 끝났다"며 스스로 감동하기도 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여야가 힘을 모아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작년 말에는 국회의원 세비를 5.1% 인상했고 그 전에는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매달 130만 원씩의 국고를 지원토록 하는 '헌정회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인상된 세비를, 퇴직 이후에는 수당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국회 사무처는 일반 공무원들이 받고 있는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을 국회의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바꾸었다. 그들이 한 일이나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우리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정집단 이익 챙기기에도 몰두하는 국회

국회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열심일 뿐만 아니라 열성적으로 관련 단체의 이익도 챙겨준다. 국회는 지난 3월 11일 상법 개정안의 '준법(遵法)지원인 제도’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에 법규 준수를 돕고 감시할 상근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두도록 의무화했다. 이 개정안의 명분은 경영의 선진화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법은 공익 목적보다는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해 주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준법지원인의 자격 요건을 변호사나 5년 이상 법학을 가르친 교수 또는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변호사들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하면 대략 1000개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고, 그 수만큼의 변호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시장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법사위가 법조계 이익의 선봉장이 되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유일하고 효과적 징벌수단

그동안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공익이 아니라 자신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위는 국가 기관으로서 국회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든 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법치주의의 잠식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근본을 허물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국회의원들은 자성과 반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법에 대한 시민들의 존중과 신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런 행동이 그들의 자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깨달음을 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그들이 한 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중섭 / 강원대학교 교수,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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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정우 | 2011-04-01 | 조회수 : 40

전세폭등 문제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전세에 거주한 사람들 중 전세계약 기간이 도래한 이는 전세폭등으로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서울 외곽으로 집을 옮기거나 집 평수를 줄여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녀가 있는 가정들은 월세를 끼고 근처에서 집을 구하는 등 전세난으로 인한 사람들의 어려운 모습이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전세대란으로 '묻지마계약(보지도 않은 집을 계약부터 하고 보는 것), '반토막계약(임차기간을 1년으로 줄이는 것), '매매조건부 전세(집이 매매되면 전세계약도 해지되는 것) 등 세입자에게 불리한 형태의 풍속과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들(철거되는 주택 수는 총 3만 5000여채)의 이주계획이 집중되어 있어 지금의 전세대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값이 2년 연속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최근 전세가격 증감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4월 첫 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전국 아파트 주택전세가격은 매매를 보류하고 전세를 유지하려는 수요와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미리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 등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월 대비 1.6% 상승하였다. 서울(1.7%), 인천(0.8%), 경기(2.0%) 모두 상승하며 수도권(1.7%)의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광역시(1.5%)와 기타지방(1.3%)등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전세물량 부족으로 인한 매매전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가격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세대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주택정책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부동산 구입을 고려하고 있던 잠재 구매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할 이유가 없게 되면서 일단 월 임대료 부담이 없는 전세수요가 늘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도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전세폭등 현상이 일어날 이유가 없겠지만 2000년대 이후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이루어졌고,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공급량이 대폭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전세 공급 물량 확보는 늦어지고 여기에 물밀듯이 전세 수요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으로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 대출로 인한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금리상승이나 주택경기 부진 등 대외환경이 악화될 경우 가계부실화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주택을 2개 이상 가진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비난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세란은 결국 전세의 실질공급자인 다주택자가 있어야 전세 공급이 많아지고 전세값도 내려갈 수 있다. 또한 더 근본적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주택 공급이 확대되지 않는 한 철거 주택까지 늘어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강화된 상태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뉴타운과 재개발 등으로 묶여있는 지역이 많아 공급확대를 꾀할 수 있는 택지지구가 많지 않으므로 정부는 민간 건설사들이 수요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주택 공급확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가능하게 해주고, 다가구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정책을 완화함으로써 전세공급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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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명원 | 2011-04-01 | 조회수 : 52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2009년 말 366조원으로 GDP대비 35.6%입니다. OECD평균인 70% 비해 여유가 있다지만 100조 원 가량의 공기업 부채가 빠져있어서 실제로는 470조원 가까이 됩니다. 여기에 통일비용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수한 비용이 있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장려 대책,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 대책 등을 포함하면 엄청난 재정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우리나라 복지지출의 증가율은 연평균 7.8%로 OECD회원국 평균 증가율인 0.3%보다 26배나 높습니다. 우리보다 복지지출 증가속도가 느린 포르투갈 3%, 그리스 1.8%, 이탈리아 1.1%, 스페인 0.9% 같은 국가들도 재정악화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지지출의 무서움을 모르고 마구 늘리고 있는 꼴입니다.

“나라 곳간을 주인이 없는 공유지로 취급해 서로 소를 끌고나와 계획 없이 풀을 뜯긴다면 초지가 황폐화되는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확대된 재정을 제대로 수습하는 나라는 현재 한 곳도 없다. 곧 재정 건전성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될 것이고 우리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 전 재정경제부 장관-

“무상복지는 국민의 짐, 복지포퓰리즘 광풍으로 국민은 세금 폭탄 맞을 것”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스웨덴의 조세부담률은 50%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기꺼이 내놓지 않는다면 무상복지라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복지는 반드시 재원이 있어야 하며 재원은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그 세금은 바로 우리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국민들이 많은 세금을 냅니다. 그리고 혜택을 더 받습니다. 유럽 복지제도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연대의식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신뢰나 연대의식도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복지 때문에 무너지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잉복지와 도덕적 해이는 바늘과 실이며 물과 물고기 같은 존재입니다. 한 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계속 의존하게 됩니다. 노동에서 오는 근면, 성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예외를 두어, 놀고먹는데도 돈이 나온다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놀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말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은 나라곳간이 비어서 그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절대빈곤층 250만 명, 근로빈곤층 410만 명, 저소득층 400만 명, 줄잡아 1000만 명이 가난, 실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1000만 명의 빈자를 버려두고 부자에게도 준다는 무상복지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어쩐지 한심스러워 보인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

“살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보호하는 게 복지인데, '70% 복지’냐 '무상복지’냐는 능력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퍼줄 것이냐는 '퍼주기’논쟁에 불과하다. 지금도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있는데 왜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는지 안타깝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

한국은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복지를 확충하되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복지공약은 쉽게 표를 얻을 수 있지만, 실로 엄청난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 국민 모두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위 10%와 나머지 90%, 가진 자와 없는 자, 부자와 빈자 같은 식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해서 표를 얻는 것입니다. 부자들의 착취로 인해 당신들은 가난한 것이라고 화살을 돌리게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자들이 세금을 내면 나머지 90%의 사람들은 세금 부담 없이도 무상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속삭입니다.

복지를 주제로 갈등을 유발시켜서 선거 때 표를 얻고자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목적인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시대정신’ 이라는 것은 '선거 때 부자들 꼴 보기 싫으면 나를 찍어라. 선거 때 국가가 공짜로 막 퍼주기를 바란다면 나를 찍어라.’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현실성 없는 복지정책은 매표행위에 불과한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단지 열심히 일해도 부자들이 착취해서 잘 살 수 없다고 체념하게 해주는 정치인만 있습니다.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위해서 당연히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다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위해서 일단 나를 뽑아달라고 말하는 정치인만 있습니다.

함께 사는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낼 능력이 있고, 낼 의사가 있는 사람까지 무상의 함정에 몰아넣겠다는 것은 능력에 따른 부담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나누어야 할 책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개인이 져야 할 책임까지 약화시켜버리는 것입니다. 결국 스스로 할 일 까지 정부나 사회에 기대려고만 하는 '거지근성’이 사회에 만연하게 됩니다. 또한 과잉복지에 맛들인 국민들은 당연히 복지축소와 증세에 저항하게 됩니다.

열심히 살고자하는 도전적인 욕구를 꺾고 의존심만 높일 수 있는 복지 포퓰리즘은 반드시 경계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레인펠트 총리는 지난 해 선거유세에서 “우리가 집권하면 여러분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지갑 속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한 스웨덴 총리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한 말은 참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국가는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지켜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고 나라 살리는 길입니다. 만약 그 가치가 무너진다면, 진취적인 의욕은 꺾이고, 과잉복지가 나타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며, 나라의 곳간은 텅 비게 될 것입니다.

'거지근성’이 가득한 사회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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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명원 | 2011-04-01 | 조회수 : 41

작년 10월 그리스의 학생들은 정부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국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3배로 높이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생 시위대가 런던 도심을 지나던 찰스 황태자 부부의 차를 공격했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긴축 예산을 짰고 등록금 인상뿐만 아니라 육아수당을 줄이고, 철도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학생들이 도로에 가축의 분뇨를 쏟아 부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퇴직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려는 정부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유럽연합은 2010년 기준으로 25세 미만 청년의 실업률이 20%에 육박합니다. 스페인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높아진다면 일자리를 가진 청년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꿈을 갖고 지식, 기술 습득에 전력투구해야 할 청년들이 이 정도의 위기감과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들 나라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지금 선진국에서는 과잉 복지에 의한 '복지폭탄’이 터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과잉 복지로 나라의 재정을 거덜나게 하였다는 것이고, 그 이후 복지 축소, 세율 인상에 나서면서 나라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14번째 월급이 있습니다. 통상 유럽에서는 연말 보너스를 13번째 월급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는 연말 보너스 외에도 매년 4월과 8월에 월급의 절반씩을 더 받습니다. 이것을 합해서 14번째 월급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금도 한 해에 14번 받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임금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95.1%로 직장 다닐 때의 월급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36.8%, 일본 33.5%, 영국 30% 정도로 그리스는 이들 나라에 비해서 3배나 높았습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처럼 전체 근무기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높은 퇴직 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해서 연금을 환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경우 정말 포퓰리즘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과잉복지 덩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나 일찍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나 큰 차이가 없으니 조기 은퇴가 만연했고, 그 결과 연금재정은 고갈되고 세금은 은퇴자들을 먹여 살리는데 쓰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이전 평균소득의 40%이상을 실업급여로 주었기 때문에 직장을 잃어도 새로 일을 찾을 이유가 별로 없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늘어나자 당연히 정부의 재정도 악화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임금대비 연금 수령액이 75.6%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한 국립병원 치료가 전액 무상인 것을 비롯해서 의료복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결국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국가 부도 위험성이 커지자 뒤늦게 국가 재정을 수술하면서 세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그리스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나서야 복지 제도 개혁에 착수했고, 세 나라 모두 부가세율을 2~3% 인상했습니다. 현재 이들 나라들의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그리스 150%, 포르투갈 107%, 스페인 89% 수준입니다.

사람들이 성장과 복지에 모두 성공한 나라로 칭송하는 스웨덴은 어떨까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06년 당시 공식 실업률은 6%에 불과했지만, 이것은 병가로 일자리를 떠한 사람들은 고용상태로 처리하는 등의 통계수치 주작이며 실제 20%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유럽 최고 수준이며 조세부담률도 50%를 넘습니다. 노동인구 3명 중 1명은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2명은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거나 복지수혜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과 정치가 모두 알고 있지만 틀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일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자녀 교육수당, 고교 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통행로 무료화’의 무상복지 공약을 앞세워서 2009년 8월 5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1년 6개월 동안 일본의 국가부채는 50조엔(약 670조원)이나 급증했고,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들의 증세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수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결국 무상복지 선거공약은 일부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처해졌습니다.

과잉복지로 나라의 재정상태는 악화되어가고, 빚을 내서 복지의 혜택을 유지 또는 확대하고 결국 국가는 활력을 잃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어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복지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함정인지 한번 만들어진 복지제도를 줄이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복지지출의 규모를 줄일 수 없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영국이 이류 국가로 전락한 이유를 과잉복지에서 찾기도 합니다. 전후 경제 부흥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복지 국가 건설에 쏟아 부어 나라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대처와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의 제도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지금 누군가 달콤한 복지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달콤한 복지의 맛은 당신 자녀에게 쓰디쓴 인생의 맛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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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수 | 2011-04-01 | 조회수 : 39

북한 식량 지원 신중해야 한다

유엔은 3월 24일(현지시간) “6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며 “43만t 이상의 국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세계식량기구(WF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 등이 2월 중순부터 약 4주에 걸쳐 북한의 9개도 40여개 시군을 방문한 후 제출한 '북한 식량 실태조사보고서’라는 것을 통해 내린 권고이다. 

또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이 결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개인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근 들어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등 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원을 하기 전에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군인들의 식량으로 전용되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폐쇄된 북한을 아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제 북한도 많이 변해 내부의 소식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유엔 조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9개도 40여개 도시를 방문할 당시의 북한 내부의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유엔의 북한 식량 실태 조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성통만사)’과 '열린북한방송’은 각각 2월과 3월에 유엔 조사단에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성통만사에 의하면 2월 26일 오전 11시 UN 조사원(이탈리아인 남성) 1인이 함경북도 무산군 읍 88반의 한 주민 집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물론 식량사정과 주민들의 생활 실태 조사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조사원은 북한 당국의 연기에 철저히 속았다.

이날 북한 당국은 집 주인부터 시작해 집기, 식량 등을 바꿔 놓고 연출하였다고 한다. '식량지원을 받아야 하니까…. 몸이 약한(마른)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가마(솥)에는 풀죽을 먹는 것처럼 보여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열린북한방송의 3월 24일 기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 기사는 아예 “UN 식량조사단이 2월 21에서 3월 12일까지 북한의 여러 지역을 방문해 실태 조사를 하였지만, 여느 때처럼 북한 당국이 준비한 연극에 속다 돌아갔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유엔이 정성들여서 약 4주의 기간 동안 북한의 전역을 조사한 것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조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제대로 되지 못했다면 조사단의 활동은 의미가 없으며 북한 정권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보고서의 전문을 읽지 못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을 탈북한 이들 중에는 작년에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농사가 근래 들어 최고로 잘 되었다는 증언을 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또한 아사자가 줄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아주 나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북한이 달라는 대로 줘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은 외부의 식량지원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민간인으로 복장을 바꿔 입고 식량을 받아갔다는 이야기부터 실제로 식량을 받기는 했지만, 다음날 와서 다시 빼앗아 갔다는 증언 등이 그것이다. 분배의 투명성을 더 높이는 것이 식량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분배의 투명성’이라는 말에 거부감부터 보일 것이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주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해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소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도와주었다는 성과주의보다는 실제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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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정부와 여당이 물가상승 및 친서민정책 명분으로 '전월세 상한제’, '이자율 상한제’ 등 각종 가격통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했었지만, 그 결과는 항상 부정적이었다. 현재의 물가상승에 대한 처방은 가격통제 등의 대증적 요법이 아닌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하며, 그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빈약한 법과 제도를 바로 잡아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의해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남발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가격통제 정책 남발하는 정부 여당

친서민을 구두선처럼 외쳐대는 정부와 여당이 소비자물가를 잡겠다고 실효성 없는 각종 가격통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월세가 급등하는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버블세븐 같은 인기 주거지역의 임대료를 현재 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하게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안(案)을 연 5% 전월세 인상 상한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는 민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4월 국회에서 이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의 처리가능성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여당 의원들은 예대금리의 차이가 3%를 넘지 못하게 상한선을 두도록 하자는 은행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은행이 위험부담을 금융이용자에게 전가하고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의 최고금리를 현행 연 44%에서 30%로 인하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 법안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만 상한금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을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임대료 상한제와 예대금리 3% 상한제 및 이자 30% 상한제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정부와 여당이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는 다양한 가격통제 정책의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유사의 원가공개, 생필품 리스트 작성 및 가격관리, 공공요금 동결, 통신비 인하 및 가격공개, 사설학원 단속 강화,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 제한 등 수많은 가격억제책을 처방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정책들이 하나같이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과 인플레이션 작동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마추어적인 발상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통제 정책의 결과는 항상 부정적

많은 국가들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격통제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사례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임대료규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임대료 안정효과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둔화시켜 오히려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임대주택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주택공급의 감소는 이면계약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져 왔다. 결국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선의의 정책이 이들에게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임대료통제는 일단 실시되면 임차가구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쉽게 폐지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세난의 근본원인인 주택공급의 물량부족과 매매침체라는 각도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물가상승은 몇몇 상품에 국한된 부분적인 현상이 아닌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불어 닥치고 있는 전면적인 것이다. 또 이는 대증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장기에 걸쳐 누적된 정부정책의 산물이다. 요컨대, 지금 한국경제를 휩쓸고 있는 물가상승은 잠시 기다리면 누그러질 그럴 풍랑이 아닌 우리경제를 삼키는 쓰나미의 위력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물가상승을 불러오는 심각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정책처방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이들의 경제현실에 대한 판단력에 깊은 회의를 갖게 한다.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 미국발 주택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지출확장 정책과 관련된 거시적인 현상이다. 또 현 정부는 수출확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출범초기부터 강력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하락과 더불어 대부분 통화들이 평가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저평가된 원화가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환율정책은 원재료와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유례없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물가상승 억제 처방의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

이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처방이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에의 개입을 자제하고 환율을 시장에 맡겨 한국통화의 가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근검절약하고 절제하며 시장기능을 믿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물가억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단순 명료한 인플레이션 처방을 외면하고 각종 가격통제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아까운 국력을 낭비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정치가들은 그 폐해를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심성 정책을 실시하고픈 강한 유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시적인 국정의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이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미비와 잘못된 관행으로 감시기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대중영합주의적인 잘못된 정책이 정치인에 의해 남발되고 있는 이유이다. 빈약한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한국의 사회적 자산을 끌어 올리려는 진정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경제는 지금 무능하고 노회한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에 저당 잡힌 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김상호 / 호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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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중함, 북한의 본질에 대한 인식, 국가안보의 중요성 등등에 관해 이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해가고 있는 중이다. 후계 체제 확립을 위해 동족에 대한 군사도발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실체를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는 잘못을 저질렀다.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은 하늘에 있는 천안함 용사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엄격한 상호주의 등 원칙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일이다.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 중인 대한민국

천안함 폭침 후 1년이 지났다. 46명의 우리 수병이 목숨을 바쳤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에서 한주호 준위를 비롯, 여러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귀한 목숨을 바쳤다. 1년이 지난 현재, 천안함의 용사들이 바라고 있는 수준으로 국가안보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 안보에 관해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이전과 천안함 이후가 같을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언급에도 나타난 것처럼 대한민국은 크게 변신(變身)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중함에 대해 알기 시작했고, 북한의 본질을 똑똑히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 힘들다는 해병대와 해군 UDT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대북 경각심을 강조하는 목소리의 증대, 엄격한 상호주의에 의한 대북 지원 요구 등 대북관계에서 보여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태도는 대한민국이 오래간만에 다시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천안함 폭침 1년이 되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80%가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믿게 됐다는 것은 남북한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증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북한에 대한 굴종’ 을 '한반도의 평화’ 라고 오해하는 일부 종북주의자들의 사상적 횡포 앞에 시달려 왔다. 국가안보가 중요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정권까지 장악했던 이들 종북주의 세력에 의해 '냉전적 사고방식’ '호전주의’ 혹은 '반민족’ 이라고 매도당했었다.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북한의 도발

북한은 천안함 공격을 통해 이루려는 바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김정일 후계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군사국가, 병영국가로 변질 되어버린 유일 초독재국가 북한의 통치자가 증명해 보여야 할 첫 번째 자질은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담력과 능력이다. 김정일은 지도자 수업 중 아웅산 폭탄 테러, KAL기 폭파 사건 등의 대남 도발을 주도했다. 이제 병들고 기력이 쇠잔해 가고 있어 언제 종말을 맞을 지 알 수 없는 김정일을 대신할 김정은은 천안함 도발을 통해 자기가 대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천안함 피격사건은 북한과 아무 관계없다고 발뺌하는 북한이지만 북한 권력 핵심부의 은밀한 곳에서는 “김정은은 남조선 군함 천안함을 일거에 격침시켰으며, 남조선이 아예 반격할 엄두도 못 내게 한 기막힌 전술, 작전, 전략적 능력을 보유한 탁월한 지도자” 라며 자화자찬할 것이다. 천안함의 성과를 근거로 김정은은 작년 9월 28일 북한군 대장으로 임명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천안함 이후 혼란 상태에서 헤매는 상황 중에 연평도에 무차별 포사격을 가해 왔으며 '김정은은 포사격의 명수’ 라고 추켜세웠다.

천안함 용사들을 안심시키는 대북정책 견지해야

대한민국 국민은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을 보며, 북한 정권의 실체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국민이 아니라 지도자가 모든 것인 나라, 지난 1년 동안 식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쌀 87만 톤을 사올 수 있는 돈을 후계 구도 확립을 위해 탕진해 버린 자들이 북한의 통치 세력이다. 천안함 공격의 원흉인 이들은 지금도 북한을 계속 지배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 후 백두산 폭발과 관련한 남북회담을 제의해 온 북한 당국의 계책은 오히려 측은하다. 대한민국은 하늘에 가 있는 천안함 용사들을 안심시키는 대북정책을 견지하면 된다.

이춘근 /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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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 2011-03-21 | 조회수 : 429
[요약] 일본이 대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 때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고통받는 이웃인 일본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성경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역지사지할 수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매여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새로운 악연을 만드는 일이다. 일본의 대지진은 우리의 공감능력, 역지사지 능력, 인류애와 도덕적 감수성을 시험하는 시험대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형언하기 어려운 대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지진이 땅의 지축을 흔들어 놓는가하면 쓰나미가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어 갔고, 원전까지 위험해져 방사능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비롯된 세 가지의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삼중고(三重苦)가 아니겠는가. 대피소에서는 노약자들이 땔감과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죽어가고 있고, 원전주변에는 방사능피폭을 무릅쓰고 자위대원들과 결사대들이 원전폭발을 막고자 밤낮으로 포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의 재앙이 우리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니면 부품산업의 차질로 우리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확실하니,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르는 것도 절실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의 최우선적 관심사항은 아니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 엠마뉘엘 레비나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근심어린 얼굴을 보면서 내 잇속만을 생각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또 상대방의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지금 재난을 맞은 일본인들의 얼굴을 보라. 물론 그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악을 쓰며 울부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겐 재난을 이겨내는 놀라운 시민정신이 살아있다. 죽음 앞에서도 자기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감동스토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그들의 표정엔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지 않은가.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남편과 아내가 생과 사를 사이에 두고 갈라선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폐허가 된 마을엔 사라져간 사람들의 행방을 묻는 애끓는 쪽지들만이 빼곡하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 앞에 오직 기적만을 바라며 망연자실해 있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그냥 바라만 볼 수 없는 애처로운 모습이 아닌가.

일본전체가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바다를 향해 간절히 부르짖고 있다. 또 도와 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부르짖음을 귀담아 들어주는 응답자가 되어야하고, 슬피 우는 그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위로자가 되어야 할 때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들어온 말이 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이웃이 진정한 이웃이다. 고통받는 이웃나라인 일본을 불문곡직 도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그것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도리고 또 친구로서 우정을 나누게 되는 도리가 아니겠는가. 대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들의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눈물처럼, 우리를 향해 간절히 호소하는 것도 없다. 사람들은 길가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어린아이들 곁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으나 길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들 곁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울음소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도덕적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지금 현해탄 건너 “힘들다” “도와달라” “살려달라” “물을 달라”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선린의 역사를 시작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자

바이블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는 길에 강도를 맞아 쓰러져 있는 행인에 관한 이야기다. 중상을 입어 쓰러져 있는 그의 곁을 여러 사람들이 지나간다. 랍비도, 율법학자도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쓰러져 있는 사람의 고통에 무심했다. 오직 한 사람,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살폈다. 그를 업고 병원까지 간 것이다. 그리고 치료비까지 부담했다. 그에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고통처럼 생각하는 뛰어난 공감능력이 있었고 자신의 편안한 처지와 그의 불쌍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놀라운 역지사지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그런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다면, 21세기의 우리나라는 모름지기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며 역지사지했던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국가’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 일본이 잘못했으면서도 사죄조차 없으니 어떻게 하느냐”고. 물론 그런 질문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다.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 아닌가. 사람들이 슬피 울고 있는 초상집에 가서 과거에 진 빚을 갚으라는 이야기를 꺼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빚 이야기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빚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사는 과거사고, 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이 아니겠는가.

일본 대지진은 우리의 인류애와 도덕적 감수성의 시험대

과거사의 굴레에 묶여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면 역사의 새로운 악연을 만들게 된다. 과거사와 휴머니즘을 무분별하게 섞는 것은 결코 지혜로움이 아니라 어리석음일 터이다. 우리는 이웃의 아픔을 위로하는 착한 이웃이 되고 그를 돕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됨으로써 '선린(善隣)의 역사’를 시작하는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일본에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한다. 이번 일본의 대지진이야말로 우리에게 공감능력이 있는지, 역지사지능력이 있는지, 선린의식이 있는지 묻고 있다. 또 우리의 인류애와 도덕적 감수성까지 시험하고 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자.

박효종 / 서울대 교수,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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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통상 농산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틀린 분석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다. 즉 2008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불황극복을 이유로 이자율을 사상 최저로 낮추고 통화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분석을 기초로 하게 되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받음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또 계속해서 반복하게 할 소지가 크다. 인플레이션 유발자는 다름 아닌 정부와 중앙은행이다.

지난 1년 사이에 국제 상품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90%, 밀과 콩 가격은 30-60% 정도 상승했다.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가상승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 1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국 4.9%, 브라질 6.0%, 인도네시아 7.0%, 영국 4.0%, 미국 1.6%, 유로존 2.4%, 우리나라 4.5%(2월 상승률) 등이다.

유가, 농산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원인?

이러한 세계 각국의 물가 동반 상승을 통상 유가, 농산물 가격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빠른 상승이 원인이라고들 분석한다. 농산물 가격을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를 원료로 하는 각종 재화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종국에는 전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러한 설명은 일견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틀린 것이다.

몇 개의 재화, 예를 들어 옥수수, 밀, 콩, 원유 등의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이유는 크게 구분하여 두 가지다.

첫째, 재화 시장에서 수요 또는 공급(때로는 두 가지 모두)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기상 악화로 인한 흉작으로 콩의 국제 가격이 오르고 콩을 원료로 하는 국내 식료품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특기할 점은 각각의 재화 시장의 수요나 공급의 변화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콩 가격이 오른다고 노트북PC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콩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콩과 관련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생산자는 콩과 관련제품의 생산을 늘리고자 하기 때문에 콩과 관련제품 가격의 상승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정부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원인

둘째, 통화공급의 증가가 재화와 용역 시장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경우이다. 정의상 이 경우만을 인플레이션으로 지칭한다. 인플레이션이라도 모든 재화가 동시에 상승하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같은 속도와 정도로 상승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증가된 화폐공급이 어떤 산업이나 시장으로 먼저 흘러 들어가느냐에 따라 재화와 용역은 순차적이면서 불연속적으로 상승한다. 그러므로 '물가수준’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정도와 지속 기간은 통화공급의 증가량과 증가의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 인플레이션 중에도 일부 재화의 가격은 내릴 수 있다. 지난 20 여 년 동안 컴퓨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기와 그 악세사리의 가격이 그렇다. 그러므로 '에그플레이션’, '피시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잘못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그러면 다수 국제 곡물, 원유,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과 국내 농수축산물 가격의 상승과 국내외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에 불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각국이 이자율을 사상 최저로 낮추어 지난 2년 이상 통화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원유, 곡물 등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흉작으로 공급이 감소하는 등의 각 재화 시장의 변화가 그 재화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소수의 재화 가격만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초기를 지나서 서서히 다른 많은 재화와 용역의 가격이 순차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중기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한 잘못된 분석은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일

화폐공급의 증가로 유발된 인플레이션과 각 재화 시장의 변화가 초래한 해당 재화만의 가격 상승을 현실에서 구분하기는 어렵다. 두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연구자의 마음속에 지닌 경제이론, 그것도 정확한 경제이론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작금의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에그플레이션 등으로 지칭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유가 등의 상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분석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인플레이션 유발 책임을 부지불식간에 면제해줌으로써 인플레이션 해결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반복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그렇게 되어왔다.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되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인플레이션 유발자)가 투기자(흔히 부동산의 경우), 원자재 생산자(흔히 산유국), 유통업자(흔히 담합), 모든 시민(흔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을 비난하고 단속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전용덕 / 대구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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