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섭 | 2011-04-11 | 조회수 : 562
[요약] 국회가 갈수록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익단체’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과 정치자금법 개정, 세비인상과 헌정회 육성법 등 자신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없이 연대감을 발휘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준법지원인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국회의 이러한 행위는 국회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든 법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이는 곧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의 근본을 흔들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이들의 뻔뻔한 행태를 효과적으로 징계할 수 있다.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국회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사실은 헌법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폭력과 비행으로 비난과 불신을 받아오던 국회의원들이 이제 자신들의 이익에 몰두하는 이익 단체로 전락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과학벨트’와 같이 거대 국책사업 앞에서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국익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가 현안에 대해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연대감을 발휘하여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기득권 수호에만 몰입한 몇몇 법안을 보고 우리는 이제 서글픔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4월 1일 여·야 의원 20명과 함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선거 범죄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되는 벌금의 액수를 현행 100만 원 이상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선거 사무장 등의 경우 300만 원 이상에서 7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김충환 의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거법 위반 완화 법안을 하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그의 부인에게 작년 1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이 법안은 "정치인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뻔뻔스러운 입법"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에 대한 비난이 솟구치자 "보좌진이 법안 발의서에 서명해 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무책임한 이유를 들면서 서명을 철회하였다.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가

여야 국회의원들은 3월 초에는 기업을 비롯하여 각종 단체가 단체 이름이 아닌 소속원 명의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통과시키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다 포기하였다. 여야 정치인 6명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청원경찰 모임인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판을 받게 되자, 이들의 죄를 없애주려고 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물러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기업이나 단체의 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제정한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 법제화되었다. 당시 정치자금법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여야가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 당시 여야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통과시키면서 "이제 금권정치의 시대는 끝났다"며 스스로 감동하기도 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여야가 힘을 모아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작년 말에는 국회의원 세비를 5.1% 인상했고 그 전에는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매달 130만 원씩의 국고를 지원토록 하는 '헌정회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인상된 세비를, 퇴직 이후에는 수당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국회 사무처는 일반 공무원들이 받고 있는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을 국회의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바꾸었다. 그들이 한 일이나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우리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정집단 이익 챙기기에도 몰두하는 국회

국회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열심일 뿐만 아니라 열성적으로 관련 단체의 이익도 챙겨준다. 국회는 지난 3월 11일 상법 개정안의 '준법(遵法)지원인 제도’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에 법규 준수를 돕고 감시할 상근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두도록 의무화했다. 이 개정안의 명분은 경영의 선진화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법은 공익 목적보다는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해 주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준법지원인의 자격 요건을 변호사나 5년 이상 법학을 가르친 교수 또는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변호사들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하면 대략 1000개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고, 그 수만큼의 변호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시장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법사위가 법조계 이익의 선봉장이 되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유일하고 효과적 징벌수단

그동안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공익이 아니라 자신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위는 국가 기관으로서 국회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든 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법치주의의 잠식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근본을 허물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국회의원들은 자성과 반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법에 대한 시민들의 존중과 신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런 행동이 그들의 자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깨달음을 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그들이 한 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중섭 / 강원대학교 교수,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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