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우 | 2011-04-01 | 조회수 : 40
전세폭등 문제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전세에 거주한 사람들 중 전세계약 기간이 도래한 이는 전세폭등으로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서울 외곽으로 집을 옮기거나 집 평수를 줄여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녀가 있는 가정들은 월세를 끼고 근처에서 집을 구하는 등 전세난으로 인한 사람들의 어려운 모습이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전세대란으로 '묻지마계약(보지도 않은 집을 계약부터 하고 보는 것)’, '반토막계약(임차기간을 1년으로 줄이는 것)’, '매매조건부 전세(집이 매매되면 전세계약도 해지되는 것)’ 등 세입자에게 불리한 형태의 풍속과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들(철거되는 주택 수는 총 3만 5000여채)의 이주계획이 집중되어 있어 지금의 전세대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값이 2년 연속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최근 전세가격 증감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4월 첫 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전국 아파트 주택전세가격은 매매를 보류하고 전세를 유지하려는 수요와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미리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 등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월 대비 1.6% 상승하였다. 서울(1.7%), 인천(0.8%), 경기(2.0%) 모두 상승하며 수도권(1.7%)의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광역시(1.5%)와 기타지방(1.3%)등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전세물량 부족으로 인한 매매전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가격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세대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주택정책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부동산 구입을 고려하고 있던 잠재 구매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할 이유가 없게 되면서 일단 월 임대료 부담이 없는 전세수요가 늘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도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전세폭등 현상이 일어날 이유가 없겠지만 2000년대 이후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이루어졌고,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공급량이 대폭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전세 공급 물량 확보는 늦어지고 여기에 물밀듯이 전세 수요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으로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 대출로 인한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금리상승이나 주택경기 부진 등 대외환경이 악화될 경우 가계부실화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주택을 2개 이상 가진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비난하지만 지금과 같은 전세란은 결국 전세의 실질공급자인 다주택자가 있어야 전세 공급이 많아지고 전세값도 내려갈 수 있다. 또한 더 근본적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주택 공급이 확대되지 않는 한 철거 주택까지 늘어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강화된 상태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뉴타운과 재개발 등으로 묶여있는 지역이 많아 공급확대를 꾀할 수 있는 택지지구가 많지 않으므로 정부는 민간 건설사들이 수요자들의 욕구를 파악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주택 공급확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가능하게 해주고, 다가구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정책을 완화함으로써 전세공급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