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도 서 명 통하는 시장경제
저     자 김정호 엮음
출 판 사 자유기업원
출판년도 2009. 11
추 천 인 홍아름
기     타 등록일 : 2010-02-22   /   조회수 : 448회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과잉보호는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흔히 지칭되는 '마마보이'는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엄마 없이는 잘 지내지 못하는 남자아이를 말한다. 이런 마마보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과잉보호가 습관화 되어 주체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혼자서 돈을 쓰는 법도, 돈을 모으는 법도 모르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능력도 기르지 못한 채 자라난다. 시장경제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보호하려하거나 간섭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견제해야한다고 시종일관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시장경제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CFE)'이 출판한 '통하는 시장경제’ 이다. 이 책은 자유기업원이 CFE ViewPoint, 사법모니터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메일 뉴스레터로 내보낸 글들 중 소장 가치가 큰 글들을 골라서 김정호 원장이 엮은 것이다. 총 10장으로 되어있으며, 금융위기에 관한 글 5편, 민주주의와 법치에 관련된 글 5편, 방송법 관련 글 3편 등 34편의 글이 실려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귀가 닳도록 배운 말은 “우리나라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와는 다르게 선진국의 길을 가고 있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서 보니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우리사회는 자유주의를 가장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였다. 조금만 문제가 생길듯하면 정부의 개입이 이어진다. 개입은 곧 시장규제를 뜻한다. 어려움을 몸소 느끼는 서민들 또한,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부개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임시방편이 될 뿐 위기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이다.

책을 엮은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은 서문을 통해 “우리가 이 정도라도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시장경제 때문이다. 북한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비롯한 정부의 개입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발전했다기보다는 북한보다 또는 다른 후진국들보다 정부 개입이 덜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정부의 개입은 성장을 늦추는 원인이었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4장에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글을 쓴 배진영 교수의 말도 이와 맥락을 같이했다. 그는 “기업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완수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의미 이전에 그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시장은 움직임에 대한 예측을 가능한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보다 정부의 움직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경우 기업으로부터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정호 원장의 생각과 관점을 같이하는 35명의 교수, 변호사, 연구원이 참여한 이 책은 그만큼 다양한 이슈와 주장을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장은 5장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가 해법’이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하여 '한시적 기간 유예보다는 폐지가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와 닿았다.

취업한파가 몰아치는 이때에 비정규직 문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2년째 되는 해인 2011년에는 약 420만 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 채 해고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해고대란을 넘어 재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채택한 기간제 2년 제한은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그 기간 또한 우리가 가장 짧다고 한다. 이는 소수의 정규직화를 낳지만 다수의 실업자를 배출한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에게도 손실일 뿐만 아리라 해고되는 비정규지에게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법이, 결코 다수의 비정규직자를 위한 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안일한 처방을 없애고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4장의 '기업형 수퍼 규제,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 글과, 3장의 '소비자 이익을 위해 미디어법 관련 경영‧진입규제 폐지해야’ 글을 통해서 기존에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평소, 방송뉴스와 일부 신문을 통해서만 사회문제를 봐왔던 나에게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이 책은 기존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일깨움’을 선사해 준다. 다양한 식견과 유연한 사고의 폭이 필요한 내 또래 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추천인 홍아름 / 자유기업원 3기 언론인턴

[목차]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 찾기
미국의 구제계획 성공할까? (김영용)
AIG 모럴해저드와 자본주의의 기회 (유동운)
경기변동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전용덕)
금융위기 1년, 출구전략 세워야 (안재욱)
보호무역, 경제회복의 위험한 걸림돌 (Anthony B. Kim)

불법폭력,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민주주의 위기론의 허와 실 (민경국)
촛불재판 진행 촉구 부당한가? (임광규)
YTN 불법파업,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박동운)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및 검찰 수사 평가 (강경근)
용산참사,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김인규)

왜 방송법 개정해야 하나?
방송법 개정 반대, 왜 정치투쟁인가 (김우룡)
편파방송, 그 원인을 해부한다 (유일상)
소비자이익을 위해 미디어법 관련 경영·진입규제 폐지해야 (윤상호)

기업에 대한 이해와 오해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우려한다 (배진영)
GM파산신청이 한국에 주는 교훈 (오수근)
삼성 판결이 남긴 숙제 (정기화)
투자개방병원 왜 필요한가? (박인출)
기업형수퍼규제,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 (김상호)
언소주 불매운동, 반소비자적이다 (박양균)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가 해법
비정규직, 한시적 기간 유예보다는 폐지가 해법 (이재교)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의 본질 (김영환)
국민을 봉으로 아는 공무원노조 (권혁철)

부동산 올바로 이해하기
일조권 판결에 대한 경제학적 평가 (김정호)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려면 (최승노)

왜곡된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전교조, 왜 민주노총 성폭력 은폐하나 (신중섭)
관제 입학사정관제 문제있다 (김정래)
학력평가, 교육성과 평가위해 존속돼야 (이명희)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민중주의의 유혹 (복거일)
정부의 황당한 쌀 정책 (최 광)
친서민코드에 포획된 2009 세제개편안 (조동근)

국회가 바로서는 길
우리는 국회에 폭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 (박효종)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김인영)
경제회생을 위해 국회도 제몫을 다해야 (황인학)

북한문제의 본질과 대책
북한 인공위성발사, 진실은 무엇인가 (김태우)
북한 핵실험과 대응 방안은? (조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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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을 낳고 돈이 돈을 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경제가 빈인빈 부익부!, 즉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게 하고 부자는 계속 부자로 살게 만든다고 봅니다. 흔히 자유시장경제 즉, 자본주의가 심화되면 될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 빈부격차가 심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말은 사실일까요? 오늘은 그 진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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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시민논객 2009. 10. 12. 09:00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한 해가 지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그 원인과 대책을 가지고 세계 수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다양한 견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전 세게는 그 폭풍에서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의 실패를 주장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시작은 서브프라임 모기지1)에서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정책 중 하나인 주택보급률 확대로 정부에 의해 세워진 페니매(연방주택저당공사)와 프레드맥(연방주택담보대출회사)이 존재한다. 이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정부보증기관으로 ABS의 한 형태인 MBS2)로 모지기에 대한 매입을 한 뒤, 이 MBS를 다시 CDO3)라는 파생금융상품의 형태로 잘게 분화하여 세계 각국으로 판매한다. 투자은행으로부터 CDO를 사들인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는 이것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부도스화프4)를 주문한다. 이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만약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이것은 금융업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2006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금리가 급등하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채무 변제를 포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서브프라임 대출이 많았던 수많은 상업은행들의 손실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결국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중 4위인 리먼브러더스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인해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이는 전 세계 증시를 폭락시켰고, 곧바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금융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얽혀져 있었기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경제에도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며 부실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자료출처: 디지털타임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시중의 유동성과 신용경색 해소 그리고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특히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되자 미국의 중앙은행과 재무성은 시장의 자정 능력에 대해 신뢰를 잃어, 대공항 이후 가장 대대적인 M&A를 주선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하여 이들 금융기관의 도산을 막고 구조조정을 도모하는 등 새로운 규제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금융위기에 대한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으며 생존을 위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수많은 대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케인즈식 부양책이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금융시스템은 크게 성장한 데 반해 규제가 이에 걸맞게 확대되지 않자 대규모 현대판 뱅크런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일어났을 때 구제의 대상이 되는 무언가는 위기가 없을 때엔 반드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세계화를 다루기 위해 장기적으로 국제적 자본 흐름을 규제해야 한다.5)”며 시장을 축소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왜 시장의 탓으로 돌리는 것인가! 수많은 원인들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 흐름의 인센티브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도와줄 거라는 인식 속에서 비록 위기에 봉착하더라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었으며, 이는 수많은 회사의 몰락을 야기하게 되었고 결국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정부 간섭에 의해 운영되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위기의 원인이다. 따라서 불행을 초래한 원인으로 이를 치유하려고 하지 말고, 시장의 힘을 신뢰하고 효율적으로 시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1)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장기대출을 말한다.
2) 모기지유동화증권(Mortgage Backed Security): 은행의 모기지들은 매입한 뒤 이들을 묶어 새로운 채권을 만드는 데 이 채권을 MBS라 하며, 이런 기법을 증권화(securitization)라고 한다.
3)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자산유동화채권(ABS)의 일종으로서 일정한 현금 수입이 보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고정수입자산들을 담보로 발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4)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 기업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신용부도스와프 구매자가 그의 판매자에게 매년 일정 금액(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그 반대 급부로 기초증권이 파산하면 기초증권의 액면가를 지급받는 일종의 보험상품을 말한다.
5) 폴 크루그먼, 「불황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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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도 서 명 자본주의 대토론
저     자 박효종, 김태기, 안종범, 윤창현
출 판 사 기파랑
출판년도 2009. 7
추 천 인 김규영
기     타 등록일 : 2009-07-31   /   조회수 : 357회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도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는 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황 속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현상을 세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몰락으로 해석하면서 그 원인을 그 동안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운용해온 자유주의 경제,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의 해법을 과거의 뉴딜정책이나 강력한 정부의 개입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의 시급한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대담한 내용을 보여준다. 대담자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국 경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것에 대해 심도 있게 진단했다. 그리고 금융과 재정, 세금과 복지, 노동과 교육 등의 민감하지만 중요한 이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 이지, '자유주의 실패’ 는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론 사태의 핵심은 신용조건이 낮아서 상환능력이 없을 수도 있는 저소득층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데 있었다. 게다가 대출채권을 제3의 기관으로 하여금 보증을 서게 하는 미국 금융시장의 구조와 거기서 파생된 금융상품들이 금융위기의 주범이 되었다.  호경기에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가 불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대출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회사 채권의 보증을 서주었던 금융기관에도 업체에 환급을 요청하는 쏠림현상이 주가와 경기의 폭락을 가져왔다.

  대담자들은 이 과정에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했던 미국 정부의 수수방관을 지목하고, 왜곡된 신자유주의 이념을 비판한다. 그리고 서브프라임론 사태에 대한 문제 원인을 자유주의 모델의 실패라고 비판하는 자에 대해 오히려 서브프라임론은 반자유적이고 반시장적인 온정주의정책이라고 반박한다. 자유주의 모델에 따르면 능력 없는 사람은 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없는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도 정부가 그냥 대출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금융위기를 시장경제 자체가 아닌 현 시장 경제 체질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의 올바른 방향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 경제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담자들은 이러한 주장이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거치며 시장 자체적으로 수정되고 보완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인류는 더 많은 발전을 이루어 냈고 부를 창출했다고 말하며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 나은, 견고한 자본주의 체제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 있어서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복지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을 단순히 선진국과 비교하여 '적으니 더 늘려야 한다’ 는 식의 해결법이 아니라 현재의 충분한 예산을 예산이 필요한 저소득계층에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고 한다.

  아울러 기업 정책에 있어서도 비정규직법, 금산분리완화법, 각 종 감세 정책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하며, 정부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사후 평가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담자들은 역설한다.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

  우리나라는 1960년~1970년 대 중화학공업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그 다음에는 반도체 등 신성장 산업을 개발해왔고, 그 다음에는 정보통신과 IT산업으로 통해서 선진국 대열 가까운 지점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대담자들은 이제 차기 성장 동력이 무엇이냐고 자문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교육의 경쟁력은 이전에 비해서 많이 낮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의 개발과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공교육의 혁신과 더불어 창조적인 인재 육성에 좀 더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신생 경제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과 개인이 합심하고 모든 정책에서 이념을 제외한 탈이념, 탈정치의 실사구시적 정책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담을 끝맺는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는 자유로운 개인이 각자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할 수 있으면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자유주의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현 정부의 정책 시행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유주의 시스템은 과거에도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또한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은 시장경제의 모델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방송, 언론을 통해 접했던 중대 이슈들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 번 정립할 수 있었다. 독자들 또한 자유주의 체제의 올바른 이해는 물론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비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인 : 김규영

목차 
제1부_ 글로벌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1. 자본주의, 과연 위기인가?
2.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
3. 금융, 무엇이 문제였나?

제2부_ 한국 자본주의의 길
1. 금융위기와 정부의 대처
2. 우리 기업의 현재와 미래
3. 또다시 재정으로 해결할 것인가?
4. 복지의 역할
5. 노동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6. 공교육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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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을 받은 AIG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AIG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 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왜곡시키고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 수 있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임직원들에게 1억6천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시민들은 모럴해저드에 빠진 임직원들의 오만하고(arrogant) 부도덕하고(immoral) 탐욕스런(greedy)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고액의 보너스 잔치가 시민들의 감정을 건드리자, 미 하원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보너스도 회수하도록 요구하였다. 보너스 파문에 더해, AIG가 여타 금융회사들과 파생상품 등을 매개로 복잡한 거래를 해오면서 지금까지 투입된 1천7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이 거래 투자은행에 보험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미 하원은 연방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들이 지급한 보너스에 90%의 세율로 중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여론에 호응하였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부당한 인센티브가 궁극적으로 은행조직의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보너스 규정을 미리 검토할 것을 요구하였다. 보너스 중과세 입법조치에 대해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은 '반미주의적 조치', '매카시식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씨티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보너스 중과세로 재능 있는 임직원들을 잃게 되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 시키려는 노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연식고초(鳶食枯草)와 사유재산제도의 위기

옛날 전라도 어느 지방에 부자가 살았는데. 찾아오는 과객마다 후하게 대접하여 재워 보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주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과객이 하룻밤 자고나서 다음날 새벽 주인에게 인사하고 떠났는데 두 시간 뒤 다시 찾아와, 주인의 버선과 바뀐 것을 뒤늦게 알고 되돌려주려고 왔다고 하였다. 주인은 하찮은 버선 한 짝 때문에 먼 길을 도로 돌아온 것이 고마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과객은 못이기는 체 그 집에 주저앉았다. 과객은 성의를 다하여 그 집일을 도왔다.

이럭저럭 몇 달이 지나 주인은 과객에게 수만 냥을 내어주며 남원에 가서 논 몇 백석지기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과객이 돌아오지 않자 과객이 쓰던 방을 뒤져보니 책상 서랍위에 '연식고초(鳶食枯草)’라고 쓴 쪽지가 나왔다. 주인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마을 훈장한테 쪽지를 보였더니, 훈장은 그 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초여름에 꿩이 새끼를 치려고 밀밭에서 알을 품고 있었다. 솔개(鳶) 한 마리가 꿩 옆에서 마른 풀을 쪼아 먹길래(食枯草), 꿩이 경계하면서 왜 마른 풀을 먹느냐고 물으니까, 솔개는 남을 헤칠 수 없어 생명이 있는 푸른 풀을 먹지 않고 마른 풀이나 먹고 산다고 대답했다.

꿩이 배고픔을 참고 알을 지키고 있으려니 솔개가 “알을 잘 보아줄 터이니 안심하고 다녀오시오”하고 말하자, 꿩은 그 말에 솔깃하여 솔개에게 알을 맡기고 자리를 떴다. 급하게 이것저것 주워 먹고 자리로 돌아오니 솔개는 간 데 없고, 알은 모두 깨져 빈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이를 두고 연식고초(鳶食枯草)란 '솔개가 마른 풀을 먹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신임을 얻은 후 해를 입히는 배임행각을 일컫는 때 사용하는 고사다(「지혜」에서). 

국내에 잘 알려진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ABB의 전 회장 바네빅도 모럴해저드를 벗어나지 못한 최고경영자였다. 잭 웰치는 자신이 퇴임할 때 매년 연금 8만 6천 달러를 받고 'GE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계약하였다. 그는 연금보다 GE의 서비스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였는데 1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을 요구한 부인 제인은 그에게 공동재산의 절반에 상당하는 5억 달러를 위자료를 요구하였다. 그녀는 법정에서 남편이 유용한 사실들 낱낱이 고해, 웰치는 GE로부터 받는 자신의 특권의 일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ABB의 바네빅은 1996년 회장직을 그만두고 감사위원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연금 1억 프랑과 보너스 4억 8천만 프랑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회장직에 있을 때 사인하였다. ABB가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바네빅은 퇴직금의 일부를 반환했지만 ABB의 지주회사 대표인 스웨덴의 야곱 발렌베리는 그를 해고하고 말았다(「사기꾼의 경제」에서).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이처럼 주인(대주주)과 머슴(경영자)의 마음은 서로 다르다.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여 주인의 호주머니를 갈취한다. 국내에서도 그 동안 출자총액제한이나 상호출자제한 및 특정업종진출제한 등으로 주인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하는 바람에 머슴들의 모럴해저드가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그 결과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국내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자신들의 보수를 20~30% 삭감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근래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 계약자유의 원칙 및 영리자유의 원칙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제금융 옳은 일인가?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제금융을 쏟아 붓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주류경제학은 거래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가진 인간인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전제로 하여 분석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의도하여 계획을 세워 행동하지만, 그가 예상한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주지만, 또 어떤 경우엔 실패를 안겨다준다. 다행히 경쟁은 실패에서 오는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사람들로 하여금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람들은 학습과정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종전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 내지 개선하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지식으로 당초의 지식을 바꾼다. 따라서 시장과정은 지식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개입하면 개인들에게 학습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과업을 방해하여 사람들의 잘못된 지식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경쟁의 역할을 어느 지식을 피할 것인지를 발견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경쟁은 KIKO와 같은 선물이나 ELS와 같은 파생상품에 관한 지식을 획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경쟁이 낳을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열악한 형질의 상품을 발견하여 퇴출시킬 수 있을 기회를 박탈한다. 이처럼 발견하는 과정으로서 경쟁이 갖는 묘미는 KIKO나 ELS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도록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유야 어떠하든 KIKO나 ELS에 투자하여 손해를 입은 경제주체들을 구제하는 정부의 조치로 경쟁의 결과를 알 수 있도록 만들게 된다면 경쟁을 불필요하도록 소멸시키고 말 것이다. 

시장의 소멸과 영리 자유의 위기

자본주의 시장은 혁신, 선별 그리고 확산이라는 진화과정을 반복한다. 새로운 파생상품이나 스톡옵션제도가 등장하면 이에 대한 선별과정이 일어나고 성공적인 것은 확산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변형된 스톡옵션과 같은 새로운 혁신과정이 또다시 일어난다.

시장은 주류경제학이 믿는 것처럼 균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희망의 끊임없는 과정이다. 여기서 선별과정은 언제나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주류경제학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선의 것이 선택되는 것이 아니고, 하이에크의 진화이론처럼 현실에 부합하지 않은 상품이나 제도를 도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등장해서는 안 되거나 도태시켜야 할 상품이나 제도가 온존하는 토양을 제공하여 비효율적인 유기체까지 생존하도록 만든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더 나아가 시장은 정부의 간섭이 없다고 해도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생적 유기체이다. 이러한 질서형성이 가능한 까닭은 시장공간에서 잘못된 지식을 이용하거나 잘못된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들 처벌하는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므로 시장의 처벌메커니즘을 과소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시장이 갖는 자생적 질서능력에 회의를 보낸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의 공황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의지하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어 일어났다고 경제사학자들은 해석한다. 1920년대 내내 현저히 증대된 통화 공급으로 인하여 불황이 생겨났는데에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돈줄을 막지 않고 보호무역을 비롯하여 각종 간섭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공황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근래 일어난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행동방식이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 학파가 주장하듯이 1930년대 공황의 근원이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간섭 때문에 일어났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자유와 책임과 무차별의 원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다소 걸릴지라도, 자생적으로 질서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서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구제를 능사로 삼는 파퓰리즘의 정책을 구사한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처벌메커니즘이 수행하는 역할을 차단시켜,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점차 소멸시켜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고사시킬까 염려된다. 시장을 남용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시장이 처벌하려고 자생적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발생시켰는데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신자유주의가 먹혀들지 않는다느니 국가의 경제개입을 정당화하는 케인즈주의가 살아났다느니 하는 따위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의 금융위기는 사유재산과 경쟁과 그리고 시장이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표를 보여준 고마운 축복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저자소개: 유동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시장경제문화론」,「신제도주의경제학」,「경제진화론」,「소비자 경제심리의 법칙」등이 있다.

유동운 /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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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시장보다는 정부가 엄격히 규제하는 시스템이 더 낫다며 정부간섭을 촉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나라마다 정부 몫이 늘어나고 시장의 몫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으며,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청사진으로는 아무리 그럴 듯해도, 실제로 시행되면, 그런 대안들은 모두 정치적 압제/문화적 통제와 정체․경제적 빈곤을 낳는다.

갑작스럽게 닥친 이번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들이 거세졌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되도록 삼가는 미국형 경제 체제가 문제를 드러냈다는 진단은 온건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유럽 대륙의 경제 체제가 낫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심지어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원인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진단들이 별다른 근거를 지니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그것들이 말해주는 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뿐이다.

복합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위기

이번 위기처럼 큰 사건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다. 두드러진 요인들은 미국 금융 기업들의 무리한 경영과 미국 정부의 거시경제적 실책이다. 이 둘이 결합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나왔다. 일차적 책임은 물론 ‘월 스트리트’로 불리는 미국 금융 기업들에게 돌아간다. 은행업은 예금주들의 단기 자금들을 모아 개인들과 기업들에 장기 대출하는 영업이다. 따라서 은행업은 본질적으로 불안한 영업 방식이고, 은행들은 늘 유동성에 마음을 써야 한다. 미국 금융 기업들은 거의 다 시장이 늘 유동적이라는 가정 아래서 행동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오류다. 이미 수많은 공황들이 보여주었듯이, 한번 두려움이 퍼지면, 아무도 위험을 지지 않으려 해서, 유동성이 문득 사라진다.

근년에 오래 지속된 호황 속에서 위험한 투자들이 큰 보상을 받았다. 자연히, 모든 금융 기업들이 다투어 위험한 투자에 몰두했다. 파생 금융은 거래소도 없는 데, 모두 파생 금융 상품들을 팔고 사는 데 여념이 없었고, 몇 해 동안에 세계 경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파생 금융 상품들을 안게 되었다.

다른 편으로는, 미국 금융 기업들의 그런 위험한 행태를 부른 거시경제적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떠받치려고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했다. 금리가 낮아 자금이 싸니, 미국 시민들은 빚을 얻어 소비를 늘리고 집을 많이 샀다. 거품이 꺼지자, 집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았다. 그래서 자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어 이번 위기가 나왔다.

경기가 좋을 때, 경제가 무리한다고 경기를 낮추는 정책을 쓰면, 거센 비난을 받는다. … 경기가 자연적으로 낮아져도, 경기를 되살리라는 압력을 받아 거의 언제나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그래서 작은 몸살들로 끝났을 일이 이번처럼 큰 몸살이 된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 거품은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나왔고,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런 거품의 존재다. 이렇게 보면, 지금 세계 경제는 그 동안 무리한 까닭에 ‘몸살’을 앓는 셈이다. 자금이 워낙 싸니,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소비하고 집을 샀다. 그런 무리가 이번 몸살을 부른 것이다. 몸살은 괴롭지만 실은 더 큰 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만일 몸살이 나지 않으면, 우리는 무리를 하는 줄 모르는 채 계속 무리를 하게 되어 더 큰 병에 걸리거나 급사한다.

이번 몸살은 실은 너무 늦게 왔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세계 경제가 무리를 해서 거품이 끼었다는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은 그런 신호를 무시했다.

정치적 요인이 더 큰 위기 불러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앙은행도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 총재는 현인으로 존경을 받지만, 그도 비난은 피하고 인기는 높일 길을 고른다. 경기가 좋을 때, 경제가 무리한다고 경기를 낮추는 정책을 쓰면, 그는 거센 비난을 받는다. 특히, 자신의 치적에 마음을 쓰는 대통령이 경기를 일부러 식히는 정책에 순순히 따를 리 없다. 경기가 자연적으로 낮아져도, 경기를 되살리라는 압력을 받아 거의 언제나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그래서 작은 몸살들로 끝났을 일이 이번처럼 큰 몸살이 된다.

 

정치적 논리는 경기에 대한 비대칭적 대응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산 거품이 주로 주택 시장에서 일었다는 사정은 통제를 무척 어렵게 했다. 모든 정권들은 가난한 사람들도 자기 집을 갖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추구한다. 미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어서, 역대 정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도록 여러 혜택들을 제공했다. 이런 정책 덕분에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이 늘어났다. 설령 누가 비우량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의 위험을 경고하더라도, 그런 경고는 이내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돈도 빌릴 수 없다는 얘기냐?"는 반론에 부딪칠 터이다. 그런 반론이 지닌 정치적 무게는 물론 압도적이어서, 누구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다.

사회적 자유엔 큰 제약이 있다. 한 개인에게 허여된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해치지 않아야 하므로, 개인들이 실제로 누리는 자유는 큰 제약을 받는다. 당연히, 자유 시장은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에 참여한 개인들은 갖가지 법들과 관행들과 기구들이 미리 정해놓은 상당히 좁은 경기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너무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은 미국의 금융 시장도 촘촘히 짜인 규칙들 아래서 움직여 왔다. 이번 파국은 규칙들이 덜 촘촘해서 나온 부분도 있지만, 애초에 규칙들이 잘못 설계된 데서 나온 부분도 작지 않다. 그나마 미국 정부는 그 규칙들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의 증권 시장을 직접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래서 실제로 감독다운 감독이 없었다.

새로운 위험관리체계 마련돼야

이번 위기가 급한 대로 수습되면, 제도의 개혁이 따를 것이다. 위험 관리가 허술함이 드러났으므로, 새로운 위험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긴요하다. 이 과제는 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중앙은행의 정책이 품은 내재적 편향이 근본적 원인이었으므로, 이 위험을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일은 무척 어려워서, 가까운 장래에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음엔, 파생 금융 상품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의 차원에선 최고경영자가 파생 금융 상품들로 기업이 지는 위험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그런 위험을 제대로 아는 최고경영자는 너무 드물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주 어려운 수학을 써서 마련된 파생 금융 상품들의 위험을 모른 채, 그저 수익이 많아지니, 그대로 둔 것이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 진화의 과정을 근본적 수준에서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의 과정은 적응에 실패한 종들과 특질들의 사라짐을 통해서 진행된다. 급한 김에 실패해서 도산하게 된 기업들을 살리면, 궁극적으로 시장의 건강과 진화를 해치게 된다.

금융 시장의 차원에서도 파생 금융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체계가 어떤 모습을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모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상 파생 금융을 규제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뚜렷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방안은 많은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서 진화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시장이 계속 진화하리라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를 결정적으로 키운 파생금융 상품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나온 혁신이었다. 앞으로도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응해서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나올 것이다. 혁신들의 출현, 시장에서의 선택, 그리고 성공한 혁신들의 확산이라는 진화의 과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크게 보면, 이번 금융 위기 자체도 시장이 진화하는 과정의 작은 부분일 따름이다. 이미 금융 시장의 구조는 크게 바뀌었고, 그렇게 바뀐 구조 자체가 적응을 통해서 얻어진 소중한 지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점은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규제가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의 규제가 나오면, 기업들은 그 규제에 반응해서 새로운 기법들을 생각해낸다. 앞으로도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에 적응해서 새로운 기법들을 창안해낼 것이다. 환경이 늘 바뀌고 기업들이 규제에 반응해서 행동하는 터에, 완벽한 규제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는 미국 주택 금융 시장이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패니 메이(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에 의해 주도되고 미국 정부의 주택 정책에 의해 인도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 진화의 과정을 근본적 수준에서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의 과정은 적응에 실패한 종들과 특질들의 사라짐을 통해서 진행된다. 급한 김에 실패해서 도산하게 될 기업들을 살리면, 궁극적으로 시장의 건강과 진화를 해치게 된다.

경제적 자유를 위축해서는 안된다

지금 정치적 상황은 경제적 자유의 위축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금융 위기를 시장의 잘못으로 돌리는 여론이 워낙 거세므로,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은 무척 클 것이다. 나라마다 정부의 몫이 늘어나고 시장의 몫은 눈에 뜨이게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의 적들은 시장의 자율보다는 정부의 간섭을 권장한다. 언뜻 보면, 지금 상황은 그들의 주장을 떠받치는 것처럼 보인다. 찬찬히 살피면, 그러나 그들의 주장들이 허약한 바탕을 지녔음이 드러난다.

금융 위기는 시장이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로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했다. … 따라서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유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어리석다.

정부가 위기를 맞은 금융 기업들에 자금을 대서 살리는 조치는 물론 시장 경제에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조치가 부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큰 문제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고, 사회가 치를 손실을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실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은 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기능을 수행했고 경제적 위기가 나올 때마다 중앙은행이 신용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번에 여러 나라들의 정부가 시장을 구원한 것이 시장 경제의 원리를 깨뜨린 것은 아니다. 경제적 자유주의가 무정부주의를 지향했던 적은 없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했고 현대적 민영화가 처음 시작된 영국이 은행 산업의 대부분을 국유화한 조치는 당연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영국의 조치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핵심까지 흔들리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이런 조치가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은행 산업의 국유화는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조치로 이루어졌지 국유화 자체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다. 은행들을 국가가 계속 소유하겠다는 얘기도 아니다. 국가가 소유한 은행들은 되도록 빨리 그리고 높은 값을 받고 팔아서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번 금융 위기는 시장이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로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했다. 규제가 적어서가 아니라, 규제가 잘못 설계되었거나 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왔다. 따라서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유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어리석다. 미국형 시장 경제가 몰락했다는 얘기는 피상적 관찰에서 나온 잘못된 진단이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규제 철폐(deregulation)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세계는 크게 발전했고 번영을 누렸다. 많은 사회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고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정치적 자유와 문화적 풍요를 아울러 누렸다. 이번 금융 위기를 부른 책임의 큰 부분을 미국형 시장 경제에 돌리는 일의 부당함을 떠나서, 이번 금융 위기로 입은 손실은 그렇게 거대한 공헌에 비기면 결코 크다 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는 재산을 그것을 모은 사람이 갖는 제도다. 그래서 인성에 맞고 자연스럽다.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뜻에서, 그것은 ‘선택하지 않아도 나오는 상태(default state)’다. 따라서 사회주의와 같은 대안적 체제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나오고, 자연히 비효율적이다.

70년 동안 이어진 공산주의 실험이 가리킨 것처럼,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청사진으로는 아무리 그럴 듯해도, 실제로 시행되면, 그런 대안들은 모두 정치적 압제․문화적 통제와 정체․경제적 빈곤을 낳는다. 반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시행된 현대 사회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렸다. 사람들이 때로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만, 그들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뛰어남을 깨닫게 된다.

지금 경제적 자유주의는 반대파의 거센 비난과 공격에 밀리고 있다. 1990년대 초엽에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처음으로 자유주의의 적들이 기세를 올리는 터라, 이념적 전선에서 이번 싸움이 지닌 중요성은 크다. 그래서 2008년 10월 18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사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궁지로 몰렸지만, 자본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Capitalism is at bay, but those who believe in it must fight for it.)" ■

저자소개: 복거일 소설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소설가,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비명을 찾아서’. ‘진단과 처방’, ‘이념의 힘’ 외 다수가 있다.

복거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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