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수 | 2011-04-01 | 조회수 : 39
북한 식량 지원 신중해야 한다
유엔은 3월 24일(현지시간) “6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며 “43만t 이상의 국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세계식량기구(WF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 등이 2월 중순부터 약 4주에 걸쳐 북한의 9개도 40여개 시군을 방문한 후 제출한 '북한 식량 실태조사보고서’라는 것을 통해 내린 권고이다.
또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이 결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개인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근 들어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등 물자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원을 하기 전에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군인들의 식량으로 전용되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폐쇄된 북한을 아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제 북한도 많이 변해 내부의 소식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유엔 조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9개도 40여개 도시를 방문할 당시의 북한 내부의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유엔의 북한 식량 실태 조사 보고서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성통만사)’과 '열린북한방송’은 각각 2월과 3월에 유엔 조사단에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성통만사에 의하면 2월 26일 오전 11시 UN 조사원(이탈리아인 남성) 1인이 함경북도 무산군 읍 88반의 한 주민 집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물론 식량사정과 주민들의 생활 실태 조사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조사원은 북한 당국의 연기에 철저히 속았다.
이날 북한 당국은 집 주인부터 시작해 집기, 식량 등을 바꿔 놓고 연출하였다고 한다. '식량지원을 받아야 하니까…. 몸이 약한(마른)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가마(솥)에는 풀죽을 먹는 것처럼 보여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열린북한방송의 3월 24일 기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 기사는 아예 “UN 식량조사단이 2월 21에서 3월 12일까지 북한의 여러 지역을 방문해 실태 조사를 하였지만, 여느 때처럼 북한 당국이 준비한 연극에 속다 돌아갔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유엔이 정성들여서 약 4주의 기간 동안 북한의 전역을 조사한 것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조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제대로 되지 못했다면 조사단의 활동은 의미가 없으며 북한 정권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보고서의 전문을 읽지 못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을 탈북한 이들 중에는 작년에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농사가 근래 들어 최고로 잘 되었다는 증언을 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또한 아사자가 줄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아주 나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북한이 달라는 대로 줘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은 외부의 식량지원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민간인으로 복장을 바꿔 입고 식량을 받아갔다는 이야기부터 실제로 식량을 받기는 했지만, 다음날 와서 다시 빼앗아 갔다는 증언 등이 그것이다. 분배의 투명성을 더 높이는 것이 식량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은 '분배의 투명성’이라는 말에 거부감부터 보일 것이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주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해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소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도와주었다는 성과주의보다는 실제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