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최근 정부와 여당이 물가상승 및 친서민정책 명분으로 '전월세 상한제’, '이자율 상한제’ 등 각종 가격통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했었지만, 그 결과는 항상 부정적이었다. 현재의 물가상승에 대한 처방은 가격통제 등의 대증적 요법이 아닌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하며, 그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빈약한 법과 제도를 바로 잡아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의해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남발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가격통제 정책 남발하는 정부 여당

친서민을 구두선처럼 외쳐대는 정부와 여당이 소비자물가를 잡겠다고 실효성 없는 각종 가격통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월세가 급등하는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버블세븐 같은 인기 주거지역의 임대료를 현재 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하게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안(案)을 연 5% 전월세 인상 상한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는 민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4월 국회에서 이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의 처리가능성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여당 의원들은 예대금리의 차이가 3%를 넘지 못하게 상한선을 두도록 하자는 은행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은행이 위험부담을 금융이용자에게 전가하고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의 최고금리를 현행 연 44%에서 30%로 인하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 법안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만 상한금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을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임대료 상한제와 예대금리 3% 상한제 및 이자 30% 상한제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정부와 여당이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는 다양한 가격통제 정책의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유사의 원가공개, 생필품 리스트 작성 및 가격관리, 공공요금 동결, 통신비 인하 및 가격공개, 사설학원 단속 강화,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 제한 등 수많은 가격억제책을 처방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정책들이 하나같이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과 인플레이션 작동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마추어적인 발상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통제 정책의 결과는 항상 부정적

많은 국가들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격통제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사례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임대료규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임대료 안정효과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둔화시켜 오히려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임대주택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주택공급의 감소는 이면계약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져 왔다. 결국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선의의 정책이 이들에게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임대료통제는 일단 실시되면 임차가구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쉽게 폐지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세난의 근본원인인 주택공급의 물량부족과 매매침체라는 각도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물가상승은 몇몇 상품에 국한된 부분적인 현상이 아닌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불어 닥치고 있는 전면적인 것이다. 또 이는 대증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장기에 걸쳐 누적된 정부정책의 산물이다. 요컨대, 지금 한국경제를 휩쓸고 있는 물가상승은 잠시 기다리면 누그러질 그럴 풍랑이 아닌 우리경제를 삼키는 쓰나미의 위력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물가상승을 불러오는 심각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정책처방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이들의 경제현실에 대한 판단력에 깊은 회의를 갖게 한다.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 미국발 주택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지출확장 정책과 관련된 거시적인 현상이다. 또 현 정부는 수출확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출범초기부터 강력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하락과 더불어 대부분 통화들이 평가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저평가된 원화가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환율정책은 원재료와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유례없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물가상승 억제 처방의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

이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처방이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에의 개입을 자제하고 환율을 시장에 맡겨 한국통화의 가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근검절약하고 절제하며 시장기능을 믿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물가억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단순 명료한 인플레이션 처방을 외면하고 각종 가격통제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아까운 국력을 낭비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정치가들은 그 폐해를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심성 정책을 실시하고픈 강한 유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시적인 국정의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이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미비와 잘못된 관행으로 감시기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대중영합주의적인 잘못된 정책이 정치인에 의해 남발되고 있는 이유이다. 빈약한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한국의 사회적 자산을 끌어 올리려는 진정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경제는 지금 무능하고 노회한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에 저당 잡힌 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김상호 / 호남대학교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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