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홍 | 2011-05-23 | 조회수 : 164
[요약]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중복감시와 과잉 수감비용의 문제를 들어 현행 독점적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러 차례의 금융감독 실패 사례들은 감독자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금융감독에 경쟁을 도입하고, 감사결과에 대해 무작위적이고 상시적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감독 개혁이 다시 도마위에 올라왔다. 긴급 출범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가 곧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나,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있을뿐 아니라, 구체적 방안에서 견해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벌써 이번 개혁작업이 현행 제도나 정부조직에 대한 형식적인 보완에 그친 채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 관련 기관들간에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고, 이 문제의 해결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중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당연히 정부기구가 주도하는 독점적 금융감시체제의 근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번 저축은행사태는 전형적인 감독실패의 사례이므로 현 체제를 유지하고 감독기능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측 주장은 문제가 현행 감독체계 자체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편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한다고 본다. 따라서 보다 독립적인 기구에 의한 금융감시, 경쟁적 감시를 도입하여 상호견제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한은법개정안이 정무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2년 째 계류 중인 배경도 바로 이런 견해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체계 개편논의는 감독기능을 어느 기관이 주도하는가라는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되며, 금융감시에 경쟁을 도입하는 문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금융감독의 실패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 감독실패의 이런 외부성 때문에 효과적인 금융감시는 금융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다. 금융감시가 효과적이 되려면 공권력에 의한 인가방식과 제재수단이 있어야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행 감독체계를 유지․보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중복감시의 비효율성, 과잉 수감비용의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경쟁적 금융감시가 반드시 비효율적인지, 금융제재가 정부기구의 전담사항이어야 하는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번 금융감독실패의 성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감독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

우리나라의 저축은행사태는 사고발생의 원인과 전개과정,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라는 점에서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터진 저축대부조합 위기(Savings & Loan crisis) 사태를 빼 닮았다. 이 사태는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 대대적인 구조조정, 주감독기관의 해체와 책임자 처벌, 경기후퇴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겨우 수습되었다. 그런 선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1998년의 금융위기에서부터 현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감독실패가 여러 차례 되풀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같은 곡에 가사만 다른 (same tune, different verse)’사례라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이들 사례는 모두 감독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었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저축은행사태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감독기관이 이를 어느 정도 예견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전직 금감원 간부가 저축은행이 언젠가 사고를 낼 것 같았고, 그렇기에 저축은행의 감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요지의 증언을 하였다. 사실이라면 이는 감독소홀이자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의 감사자리는 금감원 출신이 독식하다시피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현재 조사중인 영업정지 조치전 예금부당인출은 악성 부패 내지 불법의 사례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보인다.

감독업무 쇄신의 방안으로 쟁점이 된 감사선임제도만 해도 그렇다. 금감원은 현행 제도의 개선책으로 상근감사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의 감사선임은 원래 감독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장려되었고, 다른 금융기관에도 적용되는 관행이다. 수감 금융기관도 감사를 방패막이나 로비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이들을 영입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를 낙하산 인사라는 일방적 관계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규제감독의 주체와 대상이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회전문(Revolving door) 관행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감사제도의 폐지로 회전문 관행이 사라지기보다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또는 변형된 전관예우의 행태로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 규제감독을 강화하거나 방식을 바꾼다면, 피감회사들은 더욱 규제감독자와 친밀해지는 방법을 찾는 법이다.

감독에도 경쟁체계가 효과적

금융감시자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감시자를 누가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가 (Who monitor the monitor)’라는 경제학의 해묵은 난제 중의 하나이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와 같이 정부기관이 독점적으로 금융감시를 일원화하는 방식은 감시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나 이해상충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독에 경쟁을 도입하고, 감사결과에 대한 무작위적, 상시적인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현재의 독점적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서 독립적인 감독기관이 기존 감독기관과 별도로 수평적 감독과 감사결과의 검증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금융감독에서 정부기관의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할 지 또는 감독 주무기관의 선정이나 체제를 어떻게 정할지 하는 문제들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가 강화된 단독검사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교차 감독이나 감독의 시차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중복감독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감사결과와 감사자의 보상을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금융감독혁신 TF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자칫 관련기관의 밥그릇 싸움에 빠져들게 하지 말고, 이런 구체적 방안의 수립에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장대홍 / 한림대학교 교수, 재무금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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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 2011-05-16 | 조회수 : 525
[요약] 산은금융지주로 하여금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토록 하여 세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특히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처럼 정부 소유 은행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덩치가 아니라 은행에 대한 소유권이 분명하게 되어 있느냐 하는 데에 있다.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통해 주인을 확실히 하여 은행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합병은 그 다음이다.

또 은행의 초대형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가 산은금융지주로 하여금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도록 하여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 논거는 비슷하다. 일단 몸집이 커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여기 약간 다른 명분을 댄다.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전수주 등 대형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세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 몸집 키워 경쟁력 높이겠다는 발상은 위험

은행의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은행의 경쟁력과 은행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의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범위의 경제와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오히려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범위의 경제는 두 개의 은행이 각각 특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의 비용들을 합한 총비용보다 두 개의 은행을 합병한 한 개의 은행에서 두 상품을 결합하여 생산하는 비용이 낮은 경우에 생긴다. 보통 시너지 효과라고도 한다. 범위의 경제는 두 은행들의 상품이 비슷하다면 나타나지 않고 서로 다를 경우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도매금융을 주로 한 산은금융지주와 소매금융을 많이 하는 우리금융지주 간에 합병을 한다면 범위의 경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만일 산은금융지주의 업무와 우리금융지주의 업무 간에 마찰이 생긴다면 오히려 비용이 증대되고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은행의 크기를 늘림에 따라 은행의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규모가 커지면 어느 정도까지는 평균비용이 감소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갔을 때는 오히려 평균비용이 증가하는 규모의 비경제가 나타난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는 명확하지 않다. 은행에 규모의 경제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규모의 경제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소형은행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고 대형은행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은행의 경쟁력은 크기가 아닌 분명한 소유권 여부

이러한 점들을 볼 때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경쟁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와 같이 정부소유 은행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정부소유은행은 과잉고용, 부적절한 투자 등 비효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는 정치적 간섭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은 정부의 지원과 보조다. 정부소유은행은 정부의 보조와 지원으로 인해 엄격한 자본시장의 규율을 받지 않아 은행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고 단지 두 기관을 합병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져 부실해질 수 있다. 내실은 없고 몸집만 큰 메가뱅크가 해외에서 원전수주 등 대형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동원되어 잘못 되었을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은행의 효율성 및 경쟁력이 제고되는 요인은 은행의 크기가 아니라 은행에 대한 소유권의 분명함에 있다. 이것은 많은 연구에 의해서 밝혀진 사실이며 다른 산업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이유는 소유의 분명함에 있다. 소유자가 투자와 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력한 기업가 정신의 결과다.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은행이 나오게 하려면 은행에 대한 소유권을 분명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상품 개발, 경영기법,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신용관리 등에 대한 투자와 개발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기업가 정신이 은행산업에도 발휘되어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은행이 나올 수 있다.
 
합병보다는 은행 민영화가 우선

정부가 세계적인 글로벌 은행을 만들기 위해 단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합병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말 정부가 세계적인 글로벌 은행을 원한다면 먼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하여 은행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의해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 시장의 힘에 의해 합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재욱 / 경희대학교 대학원장,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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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호 | 2011-05-12 | 조회수 : 131
<요약>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한국내 전문가들 중 일부는 중국의 국력에 대해 과대평가를 함은 물론, 북한 관련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릇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전략은 지극히 단기적이고 협소한 차원의 자국 국익에 역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기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한국은 중국을 협력의 대상일뿐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서도 인식하여야 하며, 아울러 중국의 국력의 허와 실, 중국 대북전략의 한계 등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G2로 성장하면서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국력과 역할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하고 있다. 비록 중국이 경제력 규모로 G2로까지 성장하였지만, 중국 지도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신장 위구르 등 심각한 소수민족문제, 서부내륙 및 동북부 내륙 지역의 저개발 문제, 한국의 '도시 노숙자’와 유사한 2억이 넘는 농민공들 문제, 인권문제 등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이 적지 않다. 즉,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발도상국 수준의 현안들이 적지 않다.
 
동북아 전략환경의 현상유지 전략

따라서, 중국은 국내 경제발전에 치중하기 위하여 '대외환경의 안정’이라는 명분아래 동북아 전략환경의 '현상유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우려하며,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을 위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대북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대북 전략적 지원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증대로 귀결되고 있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증대는 미·중관계 등에서 전략적 지렛대(leverage)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의 한반도 전략 및 대북전략은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정책과는 상충되며 불협화음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 및 대북전략에 다음과 같은 점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티베트·신장 위그르 등의 내부문제로 그다지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전략적으로 추구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남북한 통일 등의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고,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을 지원하며, 남북간의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활용

둘째, 중국은 자국의 중요한 전략적 이해 관점에서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이용한다. 즉, 중국은 미·중관계에서 대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키울 때까지 북한을 대만문제의 방파제로 전략적으로 이용하며,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유지 전략 때문에, 중국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도 아랑곳없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동북아지역에서 외교력을 발휘하는데 북한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사항이지만, 중국은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다룰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중국은 비핵화보다 비확산에 역점을 둔 북핵 전략을 추구한다. 따라서, 중국의 6자회담의 전략적 운영은 북핵의 폐기보다는 북핵 관리에 역점을 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기대는 위험하고도 순진한 발상

이처럼, 중국의 대북전략은 21세기 동북아 평화·번영 공동체를 지향하여 북한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지극히 단기적인 자국의 국익 관점에서 '한반도 현상유지’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문제와 관련, 중국에 대한 기대는 그야말로 위험하고도 순진한 발상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한국의 국가억지력, 통일의지 등을 중국에 전하면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을 배제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유의하고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배정호 /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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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의결권 강화론은 자유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연기금의 실질적 운용주체는 정부이며, 따라서 의결권 강화론은 민간기업의 국유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연금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사유재산 보호를 첫 번째 원칙으로 삼는 우리 헌법에 대한 위반이다.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은 마치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과도 같다. 국민연금을 이용한 정치권의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 민영화가 아닌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 서민, 공정사회, 동반성장 등으로 시장경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더니 이제는 미래기획위원회를 앞세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연기금 의결권론’으로 자유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막가자는 듯이 보인다.

흥미롭게도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자본주의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안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려는가?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연기금의 운용주체는 형식적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라는 것, 의결권의 행사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대차, LG화학, 포스코 등 161개 우량 기업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라는 것도 흥미롭다 

따라서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점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필연적으로 사적 기업의 국유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나 경영자로 임명하고, 경영에도 개입하여 인력감축을 수반하는 기업의 구조조정 등 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는 기업활동을 억제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논리의 필연이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대한민국 헌법 위반

국민연금제도 그 자체도 사회주의식인데 이제는 강제로 거두어들인 국민연금을 무기로 기업의 운영과 인사를 주무르겠다는 연기금의 의결권론은 완전한 연금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연기금 의결권론이 대한민국 헌법과 양립하는지도 의심스럽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재산권의 제한 수용은 금지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126조이다. 이 조문은 국민경제상 긴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 기업에 대한 국· 공유화와 경영통제 ·관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유화를 초래하는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사유재산의 보호를 제일의 원칙으로 여기는 우리 헌법의 위반이 아닐 수 없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고?

화려하게 보이는 연기금 의결권론의 정책적 의도의 실현가능성도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연금기금을 앞세워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수종 분야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연기금관련자들이 기업의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 그리고 어떤 산업이 신수종 분야인지에 대해서 해당기업의 전문 경영인들에게, 그것도 수십년간 글로벌 시장의 엄격한 진화적 선별과정에서 우량기업으로 선발된 대기업의 경영인들에게 지도․편달하겠다는 것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연금기금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주주에게 이익이 되도록 이사선임 보상수준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도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인사와 경영을 가르치는 격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연기금의 주주권행사가 수익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점이다. 이를 또렷하게 입증하는 것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사실이다.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왜 그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는가. 둘째로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연금기금(CalPERS)을 비롯한 연기금의 주주권행사에 관한 경험적 연구결과이다. 이 가운데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예외이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인식이 정설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민영화 논의해야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기업 때리기로 악명이 높았던 노무현 정부도 연금기금 의결권 행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막가진 않았다.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거두어들인 돈을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는 자금으로 이용하는 것, 이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국민연금 민영화가 아닌가를 곰곰이 따져볼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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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비겁함과 무책임에 젖어 있다. 이번 한-EU FTA 비준안 상정 회의에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몸싸움을 이유로 기권을 하고 자리를 떠난 것도 비겁과 무책임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의견이 대립되는 의안이 있을 때마다 한 두 의원만 막무가내로 몸싸움을 일으키면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은 하나도 없다. 여야 합의가 안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의원들의 막무가내와 무책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몸으로 막기에 자리를 뜬다?

비겁! 국회의원들을 가까이 보면서 가지게 된 그들의 이미지다.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폭력성이 더욱 강하게 각인되었겠지만, 대다수는 비겁과 무책임에 젖어있다. 폭력적인 사람들은 강기갑의원과 같은 극히 일부의 의원들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그 폭력이 두려워서, 또는 폭력 의원과 같이 엮여서 사진 찍히는 것이 두려워서 피해 다닌다는 것이 더 맞다. 홍정욱 의원이 한-EU FTA 비준안 상정 회의를 호기롭게 '박차고’ 일어났지만, 그 실상도 비겁 또는 무책임이었다.

홍정욱 의원이 FTA의 필요성을 모를 리 없다. 그는 하버드대학 졸업생이고, 시장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며, 그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헤럴드 경제신문은 철저히 자유무역을 지지해 왔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FTA 협정 비준을 추진해야 할 사람이 홍의원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것을 방해했다. 

이유가 희한하다. 몸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자리를 뜬다는 것이다. 왜 잘못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자리를 뜨는가. 국회의원은 법안에 표결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몸으로 막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이 법을 어기는 것이다.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자리를 피하면 법은 어떻게 통과시키는가. 앞으로도 FTA 반대론자들이 몸으로 막기만 한다면 자리를 뜰 것인가.

만장일치가 아니면 안되는 국회?

국회의 의결정족수를 만장일치가 아니라 과반수로 해 놓은 것은 의견이 서로 다를 때를 위해서이다. 토론을 해서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토론을 해도 차이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쪽의 의견을 따르자는 것이 다수결 원리다.

소수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바 아닌가. 그런데 우리 국회의 상황은 실질적으로 만장일치가 의결 규칙으로 되어버렸다. 견해 차이가 있어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강행처리라고 해서 폭력과 비슷하게 규정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이건 잘못된 풍조다. 의안을 표결로 처리하는 것은 강행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표결을 몸으로 막는 것이 불법이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사람들이 폭력이 두려워 정상적인 법집행을 안하고 도망간다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정 안되면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회의원들을 고소 고발하든지, 그것도 안된다면 국회의원을 처벌못하게 하는 법이 위헌이니 효력 정지시켜 달라고 헌법재판소에라도 가져가는 것이 옳다.
막무가내와 비겁함의 극치, 북한인권법안

북한인권법안을 두고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쇼’에서도 막무가내와 비겁함의 극치를 본다. 생각 제대로 박힌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누구나 북한인권법이 필요하다고 답한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와 비겁함과 무관심 속에 5년이 넘게 법안이 잠자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우윤근 의원이 여야 합의가 안되었음을 이유로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되어야 상정을 하겠다는 것이고, 쉬운 말로 해서 민주당이 원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의원이 통과를 원하더라도 그렇게 못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가 어디 있는가.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당연히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만든 법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우윤근 의원은 법이 정한 다수결의 원칙 대신 만장일치의 법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면 여야합의가 안되면 상정을 할 수 없다고 국회법이 개정이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사법시험까지 통과해서 변호사직을 가지고 있는 우윤근 의원이 법을 이처럼 짓밟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한심하거나 무책임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일 독재로부터 북한 동포들을 구출하는 일은 우리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장 절박한 도덕적 책무이다. 아마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마땅히 북한인권법의 통과를 위해서 민주당을 설득하고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그런 노력을 하는가. 우윤근 의원이 법안을 깔고 앉아있는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니 나는 지역구에 가서 표나 챙기겠다고? 국회의원들이 이 지경인데도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 보면 정말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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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준법지원인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법무팀 등이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준법지원인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의 중복규제이다. 더구나 이 제도는 대기업보다도 중소기업에 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상법개정으로 인해 이 제도를 당장 폐지하거나 할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우선은 대상기업을 최소화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추후 이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난 3월 11일 급작스럽게 '준법지원인’이란 생소한 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하여 도입되었다. 현재는 그 적용대상의 범위를 정하는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의견들이 분분한 상황이다. 사실 변호사로 한정되는 준법지원인이란 제도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최초라는 점에서 입법권남용 또는 법조계 밥그릇 챙기기 등과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중복규제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내부통제시스템 논의가 있었고, 현재는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준법감시인을 통해 내부통제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준법감시인들이 담당하는 주요업무는 경영판단이 법령이나 정관 등과 같은 자치규범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 지를 감독하는 것이다. 특히, 준법감시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감사 등과 중복감독이라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 온바 있다.

따라서 이번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현재 개정상법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변호사 등에 한해서 상근으로 최소 3년간 그 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변호사 등’이란 변호사 외에도 법학교수, 법률전문가들도 해당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업무효율성 하락과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

그러나 이보다도 더 큰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영진과 준법지원인간의 시각차로 인한 업무효율성의 하락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영판단이란 위험감수의 원칙에 입각한 경영자의 결단이다. 반면에 준법 판단은 위험회피의 원칙에 입각한 위법성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준법지원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창의적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그 밖에도 준법지원인제도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을 수도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사업규모상 경영진 몇 사람의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법무팀을 통해 준법지원인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준법지원인과 관련해 문제는 중소규모의 상장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의 강점은 경영진들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장 선점 및 틈새시장 공략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소상장사들이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준법지원인 제도는 시장에서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수 있다.

옥상옥의 규제로서, 특히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이 될 준법지원인제도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만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미 상법개정은 이루어졌고, 당장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은 시행령으로 나마 가능한 한 많은 상장사들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만간에 마련될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강제설치대상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대상 기업 범위 최소화 후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개정상법에 따르면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상장사’만 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자산규모를 정하는 것은 시행령에 위임한 바 있다. 현행 법률들은 상장사 중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에 한하여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 등과 같은 특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도 없는 것은 아니나 우선 급한 대로 이들에 한해서만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물론 추후 준법지원인제도 자체를 반드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의원입법의 남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는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받아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무분별한 입법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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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 2011-04-11 | 조회수 : 562
[요약] 국회가 갈수록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익단체’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과 정치자금법 개정, 세비인상과 헌정회 육성법 등 자신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없이 연대감을 발휘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준법지원인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국회의 이러한 행위는 국회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든 법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이는 곧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의 근본을 흔들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이 이들의 뻔뻔한 행태를 효과적으로 징계할 수 있다.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국회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사실은 헌법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폭력과 비행으로 비난과 불신을 받아오던 국회의원들이 이제 자신들의 이익에 몰두하는 이익 단체로 전락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과학벨트’와 같이 거대 국책사업 앞에서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국익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가 현안에 대해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연대감을 발휘하여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기득권 수호에만 몰입한 몇몇 법안을 보고 우리는 이제 서글픔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4월 1일 여·야 의원 20명과 함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당선무효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선거 범죄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되는 벌금의 액수를 현행 100만 원 이상에서 300만 원 이상으로, 선거 사무장 등의 경우 300만 원 이상에서 7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김충환 의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거법 위반 완화 법안을 하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그의 부인에게 작년 1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이 법안은 "정치인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뻔뻔스러운 입법"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에 대한 비난이 솟구치자 "보좌진이 법안 발의서에 서명해 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무책임한 이유를 들면서 서명을 철회하였다.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가

여야 국회의원들은 3월 초에는 기업을 비롯하여 각종 단체가 단체 이름이 아닌 소속원 명의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통과시키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다 포기하였다. 여야 정치인 6명이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청원경찰 모임인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판을 받게 되자, 이들의 죄를 없애주려고 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물러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기업이나 단체의 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제정한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 법제화되었다. 당시 정치자금법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여야가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 당시 여야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통과시키면서 "이제 금권정치의 시대는 끝났다"며 스스로 감동하기도 하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여야가 힘을 모아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시 금권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작년 말에는 국회의원 세비를 5.1% 인상했고 그 전에는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매달 130만 원씩의 국고를 지원토록 하는 '헌정회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인상된 세비를, 퇴직 이후에는 수당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국회 사무처는 일반 공무원들이 받고 있는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을 국회의원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바꾸었다. 그들이 한 일이나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우리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정집단 이익 챙기기에도 몰두하는 국회

국회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열심일 뿐만 아니라 열성적으로 관련 단체의 이익도 챙겨준다. 국회는 지난 3월 11일 상법 개정안의 '준법(遵法)지원인 제도’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에 법규 준수를 돕고 감시할 상근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두도록 의무화했다. 이 개정안의 명분은 경영의 선진화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법은 공익 목적보다는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해 주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준법지원인의 자격 요건을 변호사나 5년 이상 법학을 가르친 교수 또는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변호사들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하면 대략 1000개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고, 그 수만큼의 변호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시장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법사위가 법조계 이익의 선봉장이 되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유일하고 효과적 징벌수단

그동안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공익이 아니라 자신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행위는 국가 기관으로서 국회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든 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법치주의를 잠식한다. 법치주의의 잠식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근본을 허물어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한다.

국회의원들은 자성과 반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법에 대한 시민들의 존중과 신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런 행동이 그들의 자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깨달음을 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는 그들이 한 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중섭 / 강원대학교 교수,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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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명원 | 2011-04-01 | 조회수 : 41

작년 10월 그리스의 학생들은 정부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국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3배로 높이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생 시위대가 런던 도심을 지나던 찰스 황태자 부부의 차를 공격했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긴축 예산을 짰고 등록금 인상뿐만 아니라 육아수당을 줄이고, 철도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학생들이 도로에 가축의 분뇨를 쏟아 부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퇴직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려는 정부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유럽연합은 2010년 기준으로 25세 미만 청년의 실업률이 20%에 육박합니다. 스페인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높아진다면 일자리를 가진 청년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꿈을 갖고 지식, 기술 습득에 전력투구해야 할 청년들이 이 정도의 위기감과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들 나라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지금 선진국에서는 과잉 복지에 의한 '복지폭탄’이 터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과잉 복지로 나라의 재정을 거덜나게 하였다는 것이고, 그 이후 복지 축소, 세율 인상에 나서면서 나라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14번째 월급이 있습니다. 통상 유럽에서는 연말 보너스를 13번째 월급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는 연말 보너스 외에도 매년 4월과 8월에 월급의 절반씩을 더 받습니다. 이것을 합해서 14번째 월급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금도 한 해에 14번 받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임금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95.1%로 직장 다닐 때의 월급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36.8%, 일본 33.5%, 영국 30% 정도로 그리스는 이들 나라에 비해서 3배나 높았습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처럼 전체 근무기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높은 퇴직 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해서 연금을 환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경우 정말 포퓰리즘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과잉복지 덩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나 일찍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나 큰 차이가 없으니 조기 은퇴가 만연했고, 그 결과 연금재정은 고갈되고 세금은 은퇴자들을 먹여 살리는데 쓰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이전 평균소득의 40%이상을 실업급여로 주었기 때문에 직장을 잃어도 새로 일을 찾을 이유가 별로 없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늘어나자 당연히 정부의 재정도 악화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임금대비 연금 수령액이 75.6%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한 국립병원 치료가 전액 무상인 것을 비롯해서 의료복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결국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국가 부도 위험성이 커지자 뒤늦게 국가 재정을 수술하면서 세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그리스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나서야 복지 제도 개혁에 착수했고, 세 나라 모두 부가세율을 2~3% 인상했습니다. 현재 이들 나라들의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그리스 150%, 포르투갈 107%, 스페인 89% 수준입니다.

사람들이 성장과 복지에 모두 성공한 나라로 칭송하는 스웨덴은 어떨까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06년 당시 공식 실업률은 6%에 불과했지만, 이것은 병가로 일자리를 떠한 사람들은 고용상태로 처리하는 등의 통계수치 주작이며 실제 20%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유럽 최고 수준이며 조세부담률도 50%를 넘습니다. 노동인구 3명 중 1명은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2명은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거나 복지수혜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과 정치가 모두 알고 있지만 틀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일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자녀 교육수당, 고교 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통행로 무료화’의 무상복지 공약을 앞세워서 2009년 8월 5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1년 6개월 동안 일본의 국가부채는 50조엔(약 670조원)이나 급증했고,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들의 증세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수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결국 무상복지 선거공약은 일부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처해졌습니다.

과잉복지로 나라의 재정상태는 악화되어가고, 빚을 내서 복지의 혜택을 유지 또는 확대하고 결국 국가는 활력을 잃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어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복지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함정인지 한번 만들어진 복지제도를 줄이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복지지출의 규모를 줄일 수 없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영국이 이류 국가로 전락한 이유를 과잉복지에서 찾기도 합니다. 전후 경제 부흥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복지 국가 건설에 쏟아 부어 나라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대처와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의 제도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지금 누군가 달콤한 복지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달콤한 복지의 맛은 당신 자녀에게 쓰디쓴 인생의 맛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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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정부와 여당이 물가상승 및 친서민정책 명분으로 '전월세 상한제’, '이자율 상한제’ 등 각종 가격통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했었지만, 그 결과는 항상 부정적이었다. 현재의 물가상승에 대한 처방은 가격통제 등의 대증적 요법이 아닌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하며, 그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빈약한 법과 제도를 바로 잡아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의해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남발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가격통제 정책 남발하는 정부 여당

친서민을 구두선처럼 외쳐대는 정부와 여당이 소비자물가를 잡겠다고 실효성 없는 각종 가격통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월세가 급등하는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버블세븐 같은 인기 주거지역의 임대료를 현재 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인상하지 못하게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안(案)을 연 5% 전월세 인상 상한을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는 민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4월 국회에서 이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의 처리가능성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여당 의원들은 예대금리의 차이가 3%를 넘지 못하게 상한선을 두도록 하자는 은행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은행이 위험부담을 금융이용자에게 전가하고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금융업의 최고금리를 현행 연 44%에서 30%로 인하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 법안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만 상한금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이자제한법의 적용대상을 대부업체를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임대료 상한제와 예대금리 3% 상한제 및 이자 30% 상한제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정부와 여당이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는 다양한 가격통제 정책의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유사의 원가공개, 생필품 리스트 작성 및 가격관리, 공공요금 동결, 통신비 인하 및 가격공개, 사설학원 단속 강화,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 제한 등 수많은 가격억제책을 처방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정책들이 하나같이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과 인플레이션 작동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마추어적인 발상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통제 정책의 결과는 항상 부정적

많은 국가들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격통제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사례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임대료규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임대료 안정효과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둔화시켜 오히려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임대주택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주택공급의 감소는 이면계약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져 왔다. 결국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선의의 정책이 이들에게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임대료통제는 일단 실시되면 임차가구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쉽게 폐지하기 어렵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세난의 근본원인인 주택공급의 물량부족과 매매침체라는 각도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물가상승은 몇몇 상품에 국한된 부분적인 현상이 아닌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불어 닥치고 있는 전면적인 것이다. 또 이는 대증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장기에 걸쳐 누적된 정부정책의 산물이다. 요컨대, 지금 한국경제를 휩쓸고 있는 물가상승은 잠시 기다리면 누그러질 그럴 풍랑이 아닌 우리경제를 삼키는 쓰나미의 위력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물가상승을 불러오는 심각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정책처방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이들의 경제현실에 대한 판단력에 깊은 회의를 갖게 한다.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본질적으로 미국발 주택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지출확장 정책과 관련된 거시적인 현상이다. 또 현 정부는 수출확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출범초기부터 강력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하락과 더불어 대부분 통화들이 평가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저평가된 원화가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환율정책은 원재료와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유례없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물가상승 억제 처방의 출발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

이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처방이 거시경제적인 전면적인 것이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에의 개입을 자제하고 환율을 시장에 맡겨 한국통화의 가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벌이기보다는 근검절약하고 절제하며 시장기능을 믿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물가억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단순 명료한 인플레이션 처방을 외면하고 각종 가격통제를 계속 고집한다면 이는 아까운 국력을 낭비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정치가들은 그 폐해를 잘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심성 정책을 실시하고픈 강한 유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시적인 국정의 대리인인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이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미비와 잘못된 관행으로 감시기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대중영합주의적인 잘못된 정책이 정치인에 의해 남발되고 있는 이유이다. 빈약한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한국의 사회적 자산을 끌어 올리려는 진정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경제는 지금 무능하고 노회한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에 저당 잡힌 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김상호 / 호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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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천안함 폭침 1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중함, 북한의 본질에 대한 인식, 국가안보의 중요성 등등에 관해 이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해가고 있는 중이다. 후계 체제 확립을 위해 동족에 대한 군사도발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실체를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는 잘못을 저질렀다. 북한에 대해 대한민국은 하늘에 있는 천안함 용사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엄격한 상호주의 등 원칙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일이다.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 중인 대한민국

천안함 폭침 후 1년이 지났다. 46명의 우리 수병이 목숨을 바쳤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에서 한주호 준위를 비롯, 여러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귀한 목숨을 바쳤다. 1년이 지난 현재, 천안함의 용사들이 바라고 있는 수준으로 국가안보 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 안보에 관해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이전과 천안함 이후가 같을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언급에도 나타난 것처럼 대한민국은 크게 변신(變身)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소중함에 대해 알기 시작했고, 북한의 본질을 똑똑히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 힘들다는 해병대와 해군 UDT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대북 경각심을 강조하는 목소리의 증대, 엄격한 상호주의에 의한 대북 지원 요구 등 대북관계에서 보여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태도는 대한민국이 오래간만에 다시 국가다운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천안함 폭침 1년이 되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80%가 천안함 폭침을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믿게 됐다는 것은 남북한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증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북한에 대한 굴종’ 을 '한반도의 평화’ 라고 오해하는 일부 종북주의자들의 사상적 횡포 앞에 시달려 왔다. 국가안보가 중요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정권까지 장악했던 이들 종북주의 세력에 의해 '냉전적 사고방식’ '호전주의’ 혹은 '반민족’ 이라고 매도당했었다.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북한의 도발

북한은 천안함 공격을 통해 이루려는 바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김정일 후계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군사국가, 병영국가로 변질 되어버린 유일 초독재국가 북한의 통치자가 증명해 보여야 할 첫 번째 자질은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담력과 능력이다. 김정일은 지도자 수업 중 아웅산 폭탄 테러, KAL기 폭파 사건 등의 대남 도발을 주도했다. 이제 병들고 기력이 쇠잔해 가고 있어 언제 종말을 맞을 지 알 수 없는 김정일을 대신할 김정은은 천안함 도발을 통해 자기가 대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천안함 피격사건은 북한과 아무 관계없다고 발뺌하는 북한이지만 북한 권력 핵심부의 은밀한 곳에서는 “김정은은 남조선 군함 천안함을 일거에 격침시켰으며, 남조선이 아예 반격할 엄두도 못 내게 한 기막힌 전술, 작전, 전략적 능력을 보유한 탁월한 지도자” 라며 자화자찬할 것이다. 천안함의 성과를 근거로 김정은은 작년 9월 28일 북한군 대장으로 임명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천안함 이후 혼란 상태에서 헤매는 상황 중에 연평도에 무차별 포사격을 가해 왔으며 '김정은은 포사격의 명수’ 라고 추켜세웠다.

천안함 용사들을 안심시키는 대북정책 견지해야

대한민국 국민은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을 보며, 북한 정권의 실체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국민이 아니라 지도자가 모든 것인 나라, 지난 1년 동안 식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쌀 87만 톤을 사올 수 있는 돈을 후계 구도 확립을 위해 탕진해 버린 자들이 북한의 통치 세력이다. 천안함 공격의 원흉인 이들은 지금도 북한을 계속 지배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 후 백두산 폭발과 관련한 남북회담을 제의해 온 북한 당국의 계책은 오히려 측은하다. 대한민국은 하늘에 가 있는 천안함 용사들을 안심시키는 대북정책을 견지하면 된다.

이춘근 /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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