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키코 소송은 기업이 수출대금을 미화로 수령함에 따라 발생하는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은행과 다양한 형태의 장외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한 이후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손해를 본 기업이 수출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였고,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키코가 구조적으로 환헤지에 부적합한 상품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결론내리면서 기업측의 주장을 배격하였다. 이 판결은 그동안 온정주의에 기초하여 계약의 효력을 부인했던 여타 결정들과는 달리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대원칙을 지켜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1. 본건 사안의 개요

최근 그 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던 소위 키코소송의 본안 1심 판결(2008가합108359)이 내려졌다. 원고는 중장비 등을 수출하는 상장법인으로서 수출대금을 미화로 수령함에 따라 발생하는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은행인 피고와 다양한 형태의 장외파생계약을 체결하였다.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출대금을 외화대금으로 수령할 때 환율이 하락하여 원화표시 매출액이 감소할 리스크를 우려하기 때문

그리고 이 계약들은 대체로 수출기업이 만기시 은행에 대해 일정환율(계약환율)에 일정금액(계약금액)의 외화를 매도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은행으로부터 매수하고, 은행은 수출기업에 대해 계약환율에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외화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수하되, 수출기업의 풋옵션은 특정환율(낙아웃환율) 이하에서 소멸하고 은행의 콜옵션은 특정환율(낙인환율) 이상일 경우에만 발생하며, 콜옵션의 계약금액을 풋옵션의 계약금액의 배수(레버리지)로 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출대금을 외화대금으로 수령할 때 환율이 하락하여 원화표시 매출액이 감소할 리스크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건의 경우도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낮았고 스왑마진도 마이너스여서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 환율하락이었던 때 체결된 것이다.

해당 계약은 사기, 착오로 인한 계약 또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의 계약으로서 무효이고 피고는 이러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

그런데, 2008년 하반기 예상치 못한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예측과 달리 급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콜옵션이 낙인(Knock-in)되어 피고는 원고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대금의 결제를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불응하며 본건 장외파생계약이 '환율이 낙아웃 환율 이하로 하락할 때에는 원고의 손실을 제한하는 아무런 기능이 없는 대신, 낙인 환율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무제한의 손실을 초래하게 하므로 구조적으로 수출기업의 환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서 고객인 수출기업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적합성 원칙 위반), 이러한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였으므로(설명의무 위반) 해당 계약은 사기, 착오로 인한 계약 또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의 계약으로서 무효이고 피고는 이러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 본건 판결의 쟁점과 내용

먼저, 본건 상품구조가 과연 환헤지를 하고자 하는 수출기업에게 구조적으로 부적합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일 것이다. 사실, 본건과 같은 키코가 수출기업의 환헤지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라면, '사기, 착오에 의한 계약으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이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위반’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그 근거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므로, 본건 키코가 환헤지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한지 여부가 본건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당시 수출기업들은 계약환율을 높여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목적, 또는 제한된 구간에서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단순선물환계약의 구조에 낙인, 낙아웃, 레버리지 등의 조건을 부가한 것

단순선물환계약의 경우, 예상되는 현물포지션에 부합하는 계약금액에 계약을 체결하기만 하면 환위험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선물환계약은 체결 당시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거나 할 경우 계약환율이 수출기업의 적정이윤을 위한 목표환율에 미치지 못하여 손실을 조기에 확정하는 문제가 있고, 또한 환위험 헤지의 대가로 환차익의 가능성도 사라지게 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당시 수출기업들은 계약환율을 높여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목적, 또는 제한된 구간에서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누리기 위한 목적으로 단순선물환계약의 구조에 낙인, 낙아웃, 레버리지 등의 조건을 부가한 것이다. 즉, 발생확률이 낮은 특정구간(낙아웃환율 이하)에서의 환헤지를 포기하고 레버리지를 이용함에 의해 계약환율을 높이고, 특정구간(계약환율부터 낙인환율 사이)에서는 오히려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키코의 수익구조 그래프는 좌우비대칭(환율상승시 파생계약으로 인한 손실가능성은 열려 있는 반면, 이로 인한 이익의 상한은 낙아웃환율에 의해 제한됨)이기는 하나, 이러한 좌우비대칭은 위와 같은 수출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고 또한 외관상의 좌우비대칭은 이론적인 가능성이 표현된 것으로서 당해 계약으로부터의 이익/손실의 현실적인 가능성은 체결 당시 예상환율의 확률분포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키코가 구조적으로 환헤지에 부적합한 상품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확률이 낮은 구간의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확률이 높은 구간인 낙아웃환율부터 낙인환율 사이의 구간에서 행사환율을 높여 통화선도거래에 비해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통화옵션상품’...본건 상품이 수출기업의 환헤지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한 상품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적절히 배척

본건 판례도 키코에 대해 '확률이 낮은 구간의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확률이 높은 구간인 낙아웃환율부터 낙인환율 사이의 구간에서 행사환율을 높여 통화선도거래에 비해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통화옵션상품’이라는 취지로 판시하여 본건 상품이 수출기업의 환헤지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한 상품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적절히 배척하였다.

한편, 수출기업은 현물포지션으로부터 발생하는 환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파생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환율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고의 파생계약평가손실은 원고가 보유한(보유할) 현물포지션에서 발생하는 환차익과 상쇄될 것이므로, 원고가 이러한 환차익을 고려하지 않고 파생평가손실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법원은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수출대금인 외화현물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환차익으로 통화옵션계약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시킬 수 있다’, '원고가 주장하는 손실은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있었던 환차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 즉 기회이익의 상실에 해당할 뿐’이라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적절히 배척하였다.

결국, 본건과 같은 경우 기업의 계속을 위해 적절한 이윤을 확보해야 하는 수출기업의 입장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환율보다 단순선물환거래의 계약환율이 낮을 경우 계약환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한 결과 오버헤지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파생평가손을 현물로부터의 환차익이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키코상품의 구조적 불공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계약체결 당시의 선물환시장의 상황과 수출기업의 내부적인 상황, 그리고 예상치 못한 환율급등이 결합하여 결과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법원은 원고가 그 동안 다양한 형태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른 이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스스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적합성 원칙위반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적절히 배척

이와 같이 본다면, 키코가 수출기업에 부적합한 상품임에도 은행이 투자권유를 하였다는 주장은 그 근거를 잃을 것이다. 또한, 설사 키코가 부적합한 상품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수출거래와 환헤지 거래를 해 온 상장법인과 은행 간의 거래에 적합성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일 것이다. 적합성의 원칙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되는 금융투자업자와 일반투자자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법원은 원고가 그 동안 다양한 형태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른 이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원고가 스스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적합성 원칙위반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적절히 배척하였다.

원고는 또한 피고의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하였는데, 이 역시 자본시장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이다. 동법에 의해 설명의무가 도입되기 전에도 우리 판례는 금융기관의 일반투자자에 대한 투자상품의 판매에 있어서 설명의무가 있음을 판시한 바 있다. 본건의 경우, 계약체결 당시 수출을 하는 주권상장법인인 원고에 대해 과연 은행이 설명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의무 역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융기관과 일반투자자 간의 거래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본건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게 설명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여러 증거를 들어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법원이 본건과 같은 거래에 대해 은행이 수출기업에 대해 설명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을 투자자보호 관련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전문투자자로 분류하면서 장외파생거래에 관해서만은 주권상장법인이 명시적으로 전문투자자로 대우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이상 설명의무를 비롯한 투자자보호 조항의 적용을 받는 일반투자자로 간주하여 입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상태이다.

법원은 본건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게 설명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여러 증거를 들어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법원이 본건과 같은 거래에 대해 은행이 수출기업에 대해 설명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

한편, 법원은 본건 거래가 이전 파생거래의 손실금과 본건 거래의 옵션프레미엄을 상계하는 방식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본건이 외국환거래규정상 '기존거래를 변경, 취소 또는 종료하면서 발생한 손익을 신규 거래 가격에 반영하는 행위(Historical Rate Rollover: HRR)’에 해당하므로 이를 사전 신고하지 않은 것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였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이와 같은 거래는 사전 신고를 요하는 HRR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본 쟁점은 키코에 고유한 문제는 아니나 외국환거래규정의 해당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2차 거래의 프레미엄의 수수가 1차 거래에 관한 손실금과의 상계로 이루어졌다 해도 2차 거래가 시장조건을 적절히 반영한 거래라면 시장을 교란하거나 손실을 은폐하는 거래(off-market transaction)라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3. 이번 판결의 의미

그 동안 유사사례에 대해 법원은 계약체결 당시 당사자들이 예상한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이 그 후 환율급등으로 인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사정변경을 원인으로 한 해지권을 수출기업에 인정하거나, 은행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그 범위를 당초 환율의 130%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것으로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130%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해 당해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개별 수출기업의 특수한 사정에 흔들리지 않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대원칙을 지켜낸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

그런데 이러한 결정들은 장외파생계약이라는 것이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당사자들이 최선을 다한 예측을 토대로 체결하되, 그 이후 실현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대로 분배(allocation)하겠다는 결의가 제도화된 것임을 간과한 온정주의적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개별 수출기업의 특수한 사정(영업의 계속을 위해 계약환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결과, 환차익으로 커버되지 않는 파생평가손을 입은 사정)에 흔들리지 않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계약법의 대원칙을 지켜낸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수현  /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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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자동차사의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수주주들이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A자동차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하고, 또 A사가 투자한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을 A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다른 펀드 투자로부터 얻은 손실을 보전하는데사용함으로써 A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배임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과정에서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도 배제되었다. 이 판결에서 경영판단 원칙 적용을 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한 고뇌가 부족했으며, 유상증자참여과정에서 어떠한 법률위반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박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이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사건개요

이 사건은 A자동차사 (이하 'A사’라 함)의 소수주주들(이하 '원고’라 함)이 A사의 대표이사인 갑과 을을 상대로 회사를 대신하여 2008년 4월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010년 1월 8일 갑에게 700억 원을 A사에 배상하라고 명령하였고, 을은 위 700억원 중 5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갑과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발단은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A사가 B사에 신주배정방식으로 자본참여를 한 후 A사에 손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A사는 B사의 주식을 기존에 17.64%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1999년 8월 경 B사의 1차 유상증자시 1주당 5000원에 인수하여 약 705억 원을 투자하여 지분을 25.52%로 증가시킨 바 있다. 그리고 B사의 2차유상증자시에도 A사는 1주당 5000원에 총 255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A사가 B사에 신주배정방식으로 자본참여를 한 후 A사에 손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

이와 관련하여 갑은 1999년경 말레이시아에 A펀드(이하 '말레이A펀드’라 함)를 설립한 후 말레이A펀드로 하여금 B사의 유상증자시 주당 5000원에 총 3648만주를 인수토록 한 바 있다.

한편, A사는 2000년 경 영국에 있는 영국A펀드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그 다음해에는 영국A-1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위 투자 수익은 모두 말레이A펀드에 송금되어 A-1중공업과 A사가 2002년 말레이A펀드, 홍콩A펀드를 통하여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부는 최종 2008년 6월 11일 A사가 영국A펀드와 영국A-1펀드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 17,601,185달러(환화로 대략 200억 원)를 갑이 A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와 홍콩A펀드에 귀속시킨 것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횡령)에 해당한다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2. 쟁점별 검토

 (1) 유상증자관련 배임행위

  1) 쟁점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쟁점 중 하나는 갑이 B사나 C사의 유상증자에 A사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동시에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즉, A사는 B사나 C사의 지분을 갖고 있기는 하였으나 B사나 C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B사나 C사가 부도처리 되더라도 A사의 존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도 굳이 B사나 C사에 A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의도적으로 A사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논란이 된 쟁점 중 하나는 갑이 B사나 C사의 유상증자에 A사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동시에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2) 당사자의 주장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의 배임 및 위법성을 주장하였다. 첫째는 손실이 날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갑이 B사 등에 투자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주주인 A사는 B사의 부채에 대하여 제공한 지급보증이 없어 B사가 부도 처리되더라도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음에도 굳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A사에게 투자손실을 발생케 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B사 등에 투자한 것은 ...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경영판단

반면에 피고 측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경영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즉, IMF 외환위기사태 이후 정부 등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대기업 간의 구조조정으로 A그룹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B사 등에 투자한 것은 그와 같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경영판단이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피고는 또한 갑의 배임행위로 인한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하여는 A사에 손해가 발생하였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그 손해발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하였으며,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의 소멸시효는 상법상 5년으로 보아야 하는데, 2000년에 증자에 참여한 것이므로 이미 5년이 경과하여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유상증자 참여는 상법 제399조에 의거하여 볼 때에 이사로서 위법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고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유상증자행위와 우회적 유상증자 참여행위는 형법상의 범죄행위인 배임행위로서 법령에 위반된 행위이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

또한 A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A사가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설령 A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이익은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여 그러한 이익의 발생을 이유로 A사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상법상 5년 이라는 소멸시효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펀드투자수익관련 횡령행위

이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이 된 것은 A사는 2000년 경 영국에 있는 영국A펀드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그 다음해에는 영국A-1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는데, 이러한 투자수익 모두가 말레이A펀드에 송금되어 A-1중공업과 A사가 2002년 말레이A펀드, 홍콩A펀드를 통하여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데 사용된 것이 형법상 횡령에 해당하고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가 동일 사건에 대하여 형사법원에서 횡령으로 인한 형사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당연히 상법 제399조에 의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부는 최종 2008년 6월 11일 A사가 영국A펀드와 영국A-1펀드에 투자하여 얻은 이익 17,601,185달러(환화로 대략 200억원)를 갑이 A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와 홍콩A펀드에 귀속시킨 것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횡령)에 해당한다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횡령부분에 대한 반박을 전혀 가하지 않고, 다만 배상금액의 적정성에 대하여서만 이의를 제기하였다.

갑의 횡령행위에 대한 유죄를 전제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

법원은 피고 갑이 A사가 투자한 영국A펀드와 영국A-1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금 합계 17,601,185달러를 A사에 바로 귀속시키지 않고 말레이A펀드로 송금한 다음, 말레이A펀드로 하여금 A사와 A-1중공업에 종전 투자금 손실 보전 명목으로 위 17,601,185달러를 각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누어 지급하게 하였고, 이에 위 수익 17,601,185달러 중 3,872,260달러는 A-1중공업에, 나머지 금액은 A사에 지급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 갑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A사가 입은 손해액은 A사의 수익 중 최종적으로 A-1중공업에 귀속됨으로써 A사의 손해로 확정된 3,872,260달러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고, 갑의 횡령행위에 대한 유죄를 전제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하였다.

 

3. 이 사건 판결의 문제점 및 제언

이 사건에서 피고 갑이 A사의 대표이사로서 계열사인 B사에 유상증자한 것을 형사법원과 민사법원 모두 배임행위로 전제하고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한 판결이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형법 355조 2항 이하)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 갑이 얻은 사적 이득이 무엇이고, 갑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논하였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고 단지 형사법원에서 배임죄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건

그러나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성립한다. 즉, 이사건의 경우에 갑의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A사에 손해를 가하여 갑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갑이 얻은 사적 이득이 무엇이고, 갑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논하였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고 단지 형사법원에서 배임죄를 인정하였기 때문에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399조에 의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건이다.

명백한 증거가 없는 판단으로서 자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판결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사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해외 펀드를 통한 편법적인 방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유상증자 이후에는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배임행위를 저지른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판단으로서 자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법령위반행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은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뇌가 부족

 

또한 이 사건에서 법원이 경영판단과 관련하여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은 위험감수의 원칙을 전제로 하고, 사법판단은 위법성 판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법령위반행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은 미국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뇌가 부족하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상법에 독일처럼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명문규정의 신설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향후 논의해야 할 부분은 유상증자참여과정에서 어떠한 법률위반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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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 판결에서 법원은 보도의 세세한 내용에 다소 과장이나 오해에 기인한 허위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실에 부합한다면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PD수첩의 방영내용은 세세한 부분에서의 오류,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사실과는 결코 부합되지 않는다. 결코 단순한 실수이거나 우연이 아닌 고의적 사실 왜곡과 과장, 증거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미국소는 미친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렇듯 국민의 상식과 법리에도 어긋나는 판결이 나온 이유는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지만,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 도입이 필요하다.

1. 판결의 문제점

용산사건의 재정신청재판에서 수사기록을 공개한 일,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판결,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에 이어 피디수첩 광우병 프로그램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어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지만 최근의 피디수첩판결을 살펴보자.

법원은 보도의 세세한 내용에 다소 과장이나 오해에 기인한 허위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실에 부합한다면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과연 피디수첩 프로그램이 세세한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에 부합할까?

(1) 다우너(downer)소 영상

방송은 광우병에 관하여 보도하면서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물학대를 고발할 목적으로 촬영한 다우너소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주저앉는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로 의심됨에도 도축된 것처럼 보여주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 "젖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한 말을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로 자막을 내보내 발언 내용을 고치고, 진행자는 다우너소를 가리켜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해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인 것처럼 보도했다.

이에 대하여 판사는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수십 가지 있고, 미국이 1997년 사료금지 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다우너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소들을 '광우병 의심소'라고 보도하였다고 하여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처음부터 광우병 의심소를 찍은 것이 아니고, 이 동영상 속의 소들이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도 아니다. 그 소 중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그 소들은 광우병과 무관한 소들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 "젖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한 말을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로 자막을 내보내 발언 내용을 고치고, 진행자는 다우너소를 가리켜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해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인 것처럼 보도

그럼에도 피디수첩은 시청자로 하여금 이 동영상 속의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것일지도 모르는데 무차별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도록 영상을 배치하고 "젖소 -> 이런 소"로 인터뷰의 내용을 조작하고, 나아가 진행자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불렀다.

광우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 소를 찍은 영상이 아닌 영상을 보여주면서 광우병의 증세를 설명할 경우에는 "이 영상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찍은 영상이 아니다"는 안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안내를 하기는커녕 "저런 소"니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불러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했다.

이런 보도가 시청자를 속인 게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 속인 것으로 인정될까? 그리고 미국에서 마치 광우병에 의심되는 소를 무차별로 도축하는 듯이 보도한 것이 세세한 부분에 불과할까?

(2) 아레사 빈슨의 사인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병명을 가리킨 "a variant of CJD"를 인간광우병(vCJD)으로 번역한 것이 정확한지 아니면 "광우병 변종에 대한 통칭"이므로 부정확한지 여부는 논란이 있으니 논하지 않겠다.

다만, 광우병으로 죽은 것으로 의심받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의 발언에 대한 번역만 보아도 허위보도 여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빈슨의 어머니: this disease (that) my daughter could possibly"

의 미: 우리 딸이 걸렸을지도 모를 병

방송자막: 우리 딸이 걸렸던 병

*빈슨의 어머니: If she contracted it, how did she

의 미: "아레사가 만약 인간광우병에 걸린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어 요"

방송자막: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버지니아주 보건당국 문서: VIRGINIA DEPARTMENT OF HEALTH INVESTIGATES ILLNESS OF PORTSMOUTH WOMAN

의 미: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포트머쓰 여인의 병에 대한 조사

방송 자막: 보건당국자료 vCJD 사망자 조사

위의 것들은 오역을 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빈슨의 어머니는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작진은 한결같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한 것처럼 번역했다. 실수일 수가 없다.

더욱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었지만 유일한 사인으로 의심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피디수첩 프로그램이 방송된 2008.4.29. 당시에는 인간광우병 보다는 다른 사인에 더 무게가 주어졌다. 그런데 피디수첩은 오로지 인간광우병이 마치 유일한 사인 후보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위와 같이 '오역’까지 했던 것이다.

빈슨의 어머니는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작진은 한결같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한 것처럼 번역

판결문은 "위에서 인정한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내용 전부를 보통의 주의를 기울이고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해 보면, 이 부분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 내용의 의미는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글쎄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보더라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시청자로서는 아레사 빈슨은 거의 틀림없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3) MM형 유전자

법원은 피디수첩은 “한국인의 94%는 MM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인간광우병이 발병한 사람은 모두가 메티오닌 MM형이었으므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 된다”고 단정했다.

전문가들은 발병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MM형유전자로 감염확률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판단이므로 피디수첩팀으로서는 당연히 전문가에게 확인했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발병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MM형유전자로 감염확률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판단이므로 피디수첩팀으로서는 당연히 전문가에게 확인했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게 단순한 실수나 오해일까? 왜 오역이나 오해가 모두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일까?

(4) 소결

피디수첩은 광우병과 무관한 다우너소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마치 미국 도축업자들이 광우병으로 주저앉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를 마구 도살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믿도록 유도했고(정보왜곡),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나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오역’했고(증거조작),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거론되는 여러 병명 중 오직 인간광우병만 소개하고(증거의 편파적 선택), MM형 유전자에 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논리적 비약을 했다(사실확인 소홀 및 위험성 과장).

그런데 이와 같은 정보왜곡, 증거조작, 증거의 편파적 선택, 그리고 과장이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면,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메시지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향한 것은 실수이거나 우연의 결과일 수 없다. 고의적으로 사실(fact)을 외면한 것이다.

다른 정보 없이 피디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와 같은 정보왜곡, 증거조작, 증거의 편파적 선택, 그리고 과장이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면,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판사는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으므로 그 의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시된 근거가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판사가 기사작성의 기본원칙을 모른다 한들 허위보도에 대하여 이렇게 관대할 수 있을까? 무죄라고 속칭 삘(feel)받은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명백한 오판이고, 오판을 넘어 작심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무죄 사태의 원인

왜 이렇게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리와도 어긋날 판결이 나온 것일까?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법관들이 여기서 말하는 양심을 오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은 법률가, 법관으로서의 양심이다. 이는 전문가적인 직업적인 양심으로서 개인적 양심과는 구별된다.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

두 양심이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어느 법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 법관이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맡게 될 경우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이 충돌한다. 개인적 양심으로는 처벌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현행법상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이 합헌이라 하므로 법관의 양심으로는 처벌해야 한다.

이렇게 두 양심이 충돌할 경우 법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법관의 양심을 우선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개인적 양심보다는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확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개인적인 소신을 앞세운 나머지 공정·객관적인 재판을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문제

만약, 법관이 도저히 개인적 양심을 저버릴 수 없다면? 그 재판을 회피하든가 사직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양심을 앞세워 무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

피디수첩 사건 재판을 한 판사는 아마도 피디수첩은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판하고, 그로 인한 미국산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프로그램이므로 비록 오류가 있더라도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인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인적인 확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개인적인 소신을 앞세운 나머지 공정·객관적인 재판을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문제인 것이다.

3. 해결책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무죄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이 10년 이상의 경력자에게 형사단독을 맡긴다든가 재정합의제(단독판사 3인에 의한 재판)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방책을 내 놓았다.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의 자질과 품성에 있고, 그 원인은 시험성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임용제도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하여 경험이 일천한 법관을 형사단독을 맡긴 상황, 우리법연구회를 감싸고 나아가 그 회원들을 중용한 대법원장의 책임, 작년 신영철 대법관파동으로 법원장의 행정통제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사태발생의 한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의 자질과 품성에 있고, 그 원인은 시험성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임용제도에 있다.

현행과 같이 시험성적에 따라 법관을 임용하고 임용된 후에는 도제시스템으로 훈련받는 관료법관제도에서는 법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법관만 선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력법관제다. 경력법관제는 법률가의 자격을 취득하여 각 분야(변호사, 검사, 행정부 등)에서 법률전문가로 활동하는 경력자 중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다. 법관임용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에 둔다면 그러한 자질을 갖춘 법관을 뽑게 된다.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로스쿨이 도입되어 경력법관제 도입을 피할 수 없지만 차제에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력법관제다. 경력법관제는 법률가의 자격을 취득하여 각 분야(변호사, 검사, 행정부 등)에서 법률전문가로 활동하는 경력자 중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

판사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아니 다른 것이 당연하다. 판사가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오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상급심이 있을 터이다. 따라서 자신이 믿고 있는 바와 다르다고,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판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해당 판사의 집에 찾아가 시위를 한다든가 대법원장의 퇴임을 요구하면서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는 여론으로 법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법관에 대한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판결에 대한 법리적 비판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비판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기에 허용됨은 물론 사법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번의 무죄판결 사태를 계기로 법관들이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대한 구별을 명확히 하고, 대법원이 단기적으로는 단독판사의 경력을 높이는 쪽으로, 장기적으로 경력법관제를 채택하여 제도 개선에 나섬으로써 차후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뜻을 모아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교 / 변호사,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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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 판결에서 법원은 보도의 세세한 내용에 다소 과장이나 오해에 기인한 허위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실에 부합한다면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PD수첩의 방영내용은 세세한 부분에서의 오류,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사실과는 결코 부합되지 않는다. 결코 단순한 실수이거나 우연이 아닌 고의적 사실 왜곡과 과장, 증거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미국소는 미친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렇듯 국민의 상식과 법리에도 어긋나는 판결이 나온 이유는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지만,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 도입이 필요하다.

1. 판결의 문제점

용산사건의 재정신청재판에서 수사기록을 공개한 일,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판결,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에 이어 피디수첩 광우병 프로그램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어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지만 최근의 피디수첩판결을 살펴보자.

법원은 보도의 세세한 내용에 다소 과장이나 오해에 기인한 허위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실에 부합한다면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과연 피디수첩 프로그램이 세세한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에 부합할까?

(1) 다우너(downer)소 영상

방송은 광우병에 관하여 보도하면서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물학대를 고발할 목적으로 촬영한 다우너소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주저앉는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로 의심됨에도 도축된 것처럼 보여주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 "젖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한 말을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로 자막을 내보내 발언 내용을 고치고, 진행자는 다우너소를 가리켜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해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인 것처럼 보도했다.

이에 대하여 판사는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수십 가지 있고, 미국이 1997년 사료금지 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다우너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소들을 '광우병 의심소'라고 보도하였다고 하여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처음부터 광우병 의심소를 찍은 것이 아니고, 이 동영상 속의 소들이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도 아니다. 그 소 중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그 소들은 광우병과 무관한 소들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 "젖소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한 말을 "이런 소가 도축됐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로 자막을 내보내 발언 내용을 고치고, 진행자는 다우너소를 가리켜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말해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인 것처럼 보도

그럼에도 피디수첩은 시청자로 하여금 이 동영상 속의 소들이 광우병에 걸린 것일지도 모르는데 무차별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도록 영상을 배치하고 "젖소 -> 이런 소"로 인터뷰의 내용을 조작하고, 나아가 진행자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불렀다.

광우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 소를 찍은 영상이 아닌 영상을 보여주면서 광우병의 증세를 설명할 경우에는 "이 영상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찍은 영상이 아니다"는 안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안내를 하기는커녕 "저런 소"니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라고 불러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했다.

이런 보도가 시청자를 속인 게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 속인 것으로 인정될까? 그리고 미국에서 마치 광우병에 의심되는 소를 무차별로 도축하는 듯이 보도한 것이 세세한 부분에 불과할까?

(2) 아레사 빈슨의 사인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병명을 가리킨 "a variant of CJD"를 인간광우병(vCJD)으로 번역한 것이 정확한지 아니면 "광우병 변종에 대한 통칭"이므로 부정확한지 여부는 논란이 있으니 논하지 않겠다.

다만, 광우병으로 죽은 것으로 의심받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의 발언에 대한 번역만 보아도 허위보도 여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빈슨의 어머니: this disease (that) my daughter could possibly"

의 미: 우리 딸이 걸렸을지도 모를 병

방송자막: 우리 딸이 걸렸던 병

*빈슨의 어머니: If she contracted it, how did she

의 미: "아레사가 만약 인간광우병에 걸린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어 요"

방송자막: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버지니아주 보건당국 문서: VIRGINIA DEPARTMENT OF HEALTH INVESTIGATES ILLNESS OF PORTSMOUTH WOMAN

의 미: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포트머쓰 여인의 병에 대한 조사

방송 자막: 보건당국자료 vCJD 사망자 조사

위의 것들은 오역을 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빈슨의 어머니는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작진은 한결같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한 것처럼 번역했다. 실수일 수가 없다.

더욱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었지만 유일한 사인으로 의심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피디수첩 프로그램이 방송된 2008.4.29. 당시에는 인간광우병 보다는 다른 사인에 더 무게가 주어졌다. 그런데 피디수첩은 오로지 인간광우병이 마치 유일한 사인 후보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위와 같이 '오역’까지 했던 것이다.

빈슨의 어머니는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작진은 한결같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한 것처럼 번역

판결문은 "위에서 인정한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내용 전부를 보통의 주의를 기울이고 시청하는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해 보면, 이 부분 아레사 빈슨 관련 보도 내용의 의미는 '아레사 빈슨이 MRI검사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글쎄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보더라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시청자로서는 아레사 빈슨은 거의 틀림없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3) MM형 유전자

법원은 피디수첩은 “한국인의 94%는 MM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인간광우병이 발병한 사람은 모두가 메티오닌 MM형이었으므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 된다”고 단정했다.

전문가들은 발병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MM형유전자로 감염확률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판단이므로 피디수첩팀으로서는 당연히 전문가에게 확인했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발병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MM형유전자로 감염확률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판단이므로 피디수첩팀으로서는 당연히 전문가에게 확인했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게 단순한 실수나 오해일까? 왜 오역이나 오해가 모두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일까?

(4) 소결

피디수첩은 광우병과 무관한 다우너소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마치 미국 도축업자들이 광우병으로 주저앉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를 마구 도살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믿도록 유도했고(정보왜곡),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나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오역’했고(증거조작),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거론되는 여러 병명 중 오직 인간광우병만 소개하고(증거의 편파적 선택), MM형 유전자에 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논리적 비약을 했다(사실확인 소홀 및 위험성 과장).

그런데 이와 같은 정보왜곡, 증거조작, 증거의 편파적 선택, 그리고 과장이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면,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메시지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향한 것은 실수이거나 우연의 결과일 수 없다. 고의적으로 사실(fact)을 외면한 것이다.

다른 정보 없이 피디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와 같은 정보왜곡, 증거조작, 증거의 편파적 선택, 그리고 과장이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면, '미국소는 광우병(미친)소이므로 먹으면 죽는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판사는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으므로 그 의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시된 근거가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판사가 기사작성의 기본원칙을 모른다 한들 허위보도에 대하여 이렇게 관대할 수 있을까? 무죄라고 속칭 삘(feel)받은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명백한 오판이고, 오판을 넘어 작심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무죄 사태의 원인

왜 이렇게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리와도 어긋날 판결이 나온 것일까?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법관들이 여기서 말하는 양심을 오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은 법률가, 법관으로서의 양심이다. 이는 전문가적인 직업적인 양심으로서 개인적 양심과는 구별된다.

--법관이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혼동하였기 때문

두 양심이 때로는 충돌하기도 한다. 어느 법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 법관이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을 맡게 될 경우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이 충돌한다. 개인적 양심으로는 처벌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현행법상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이 합헌이라 하므로 법관의 양심으로는 처벌해야 한다.

이렇게 두 양심이 충돌할 경우 법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법관의 양심을 우선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개인적 양심보다는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확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개인적인 소신을 앞세운 나머지 공정·객관적인 재판을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문제

만약, 법관이 도저히 개인적 양심을 저버릴 수 없다면? 그 재판을 회피하든가 사직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양심을 앞세워 무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

피디수첩 사건 재판을 한 판사는 아마도 피디수첩은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판하고, 그로 인한 미국산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프로그램이므로 비록 오류가 있더라도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인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인적인 확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그 개인적인 소신을 앞세운 나머지 공정·객관적인 재판을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문제인 것이다.

3. 해결책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무죄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이 10년 이상의 경력자에게 형사단독을 맡긴다든가 재정합의제(단독판사 3인에 의한 재판)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방책을 내 놓았다.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의 자질과 품성에 있고, 그 원인은 시험성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임용제도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하여 경험이 일천한 법관을 형사단독을 맡긴 상황, 우리법연구회를 감싸고 나아가 그 회원들을 중용한 대법원장의 책임, 작년 신영철 대법관파동으로 법원장의 행정통제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사태발생의 한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의 자질과 품성에 있고, 그 원인은 시험성적으로 법관을 임용하는 임용제도에 있다.

현행과 같이 시험성적에 따라 법관을 임용하고 임용된 후에는 도제시스템으로 훈련받는 관료법관제도에서는 법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법관만 선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력법관제다. 경력법관제는 법률가의 자격을 취득하여 각 분야(변호사, 검사, 행정부 등)에서 법률전문가로 활동하는 경력자 중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다. 법관임용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에 둔다면 그러한 자질을 갖춘 법관을 뽑게 된다.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로스쿨이 도입되어 경력법관제 도입을 피할 수 없지만 차제에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력법관제다. 경력법관제는 법률가의 자격을 취득하여 각 분야(변호사, 검사, 행정부 등)에서 법률전문가로 활동하는 경력자 중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법률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

판사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아니 다른 것이 당연하다. 판사가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오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상급심이 있을 터이다. 따라서 자신이 믿고 있는 바와 다르다고,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법원판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해당 판사의 집에 찾아가 시위를 한다든가 대법원장의 퇴임을 요구하면서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는 여론으로 법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법관에 대한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판결에 대한 법리적 비판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비판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기에 허용됨은 물론 사법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번의 무죄판결 사태를 계기로 법관들이 개인적인 양심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대한 구별을 명확히 하고, 대법원이 단기적으로는 단독판사의 경력을 높이는 쪽으로, 장기적으로 경력법관제를 채택하여 제도 개선에 나섬으로써 차후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뜻을 모아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교 / 변호사,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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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 매각한 것과 관련한 일련의 분쟁 중 여기서는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에 대한 판결을 다룬다. 검찰은 이들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BIS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헐값에 매각하도록 했다고 보아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BIS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 정도 등은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하고, 이는 사후결과와 무관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기업경영자의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와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건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명분의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고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검찰의 수사와 법리적용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의혹’으로 시작된 사건들이 성과는 없고 커다란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사건의 경위

외환은행 매각사건이란 2003년 8월 정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이 론스타 펀드에 매각되었는데 그로 인해 초래된 일련의 법적 분쟁을 말한다. 론스타 펀드의 조세법 위반혐의,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국장과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 그리고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혐의 등이다. 여기에서는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국장과 외환은행장 등 배임혐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외환은행이 '헐값’으로 론스타 펀드에 매각되었다는'의혹’에서부터 사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매각 당시 외환은행은 정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정부(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가 주식의 43.16%를 소유하고 있었고, 독일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32.5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매각은 외환은행이 신주를 발행하여 이를 론스타 펀드가 인수하고, 동시에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가 보유한 주식(이하 구주) 일부를 론스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신주는 액면가보다 낮은 4,000원에 발행되었고,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의 구주는 5,400원에 론스타에 매각되었다. 그 결과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주식의 51%를 보유하여 경영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검찰은...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여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헐값’에 매각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외환은행장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공모하여 BIS 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였다는 것

외환은행의 매각이 문제가 된 것은 매각 계약 후 2년쯤 지나서였다. 론스타 펀드는 계약에 따라 매입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매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론스타 펀드는 2005년 중반부터 보유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2년 동안 외환은행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05년 중반에는 외환은행의 주가가 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론스타는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애초에'헐값’으로 매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었다.

2005년 9월 일부 시민단체가 매각'비리’혐의로 외환은행 매각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였고, 정치권은 논란 끝에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였다. 이어 2006년 3월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의 자산평가결과를 조작하도록 지시하여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헐값’에 매각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외환은행장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공모하여 BIS 비율을 조작하고 부실을 과장하여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배임)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한 1심법원의 판결1)은 2008년 11월 24일 있었고, 2심법원의 판결2)은 2009년 12월 29일 있었다. 이들 법원은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 사건의 쟁점과 관련 법률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배임죄의 처벌을 받는다. 형법에 따라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장이나 외환은행장 등의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외환은행의 매각과정에 이들의 업무위배 행위가 있어야하고 이러한 업무위배 행위로 인하여 신주나 구주의 가치가 낮아져 외환은행이나 국가3)에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4)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실제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어 저가에 매각하려는 행위가 존재하였는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업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이 외환은행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업무위배 행위를 하였고, 그 결과 외환은행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론스타에 매각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업무위배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처럼 업무위배행위의 목적이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하면, 업무위배행위가 존재할 경우 외환은행의 신주나 구주의 가격이 낮아져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5) 따라서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실제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추어 저가에 매각하려는 행위가 존재하였는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업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의 임무위배 행위를 여러 가지 제시하였는데, 주된 내용은 의도적으로 외환은행의 대손충당금을 과다 계상하여 부실규모를 과대평가하고, BIS 비율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신주나 구주의 가격을 낮추고, 론스타 펀드에 은행 인수자격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동일인이 10퍼센트를 초과하여 은행 주식을 보유하려면 금융 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낮은 BIS 비율의 전망치가 이러한 승인을 얻는데 이용되었다는 것이다.6)

3.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이나 2심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BIS 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의 정도는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손충당금을 어느 정도 계상할 것인가는 은행의 자율에 맡겨진 사항이며, BIS 비율 전망치를 다소 낮게 계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본 확대의 필요성이 긴급하였던 외환은행의 경영진이 거래의 성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1심법원이나 2심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BIS 비율에 대한 전망치나 대손충당금의 정도는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판시

1심법원에 따르면 경영진의 판단은 사후 결과와 무관하게 존중되어야하며, 거래 성사를 위해 다소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를 배임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당시 외환은행은 대규모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경영진이 대규모로 신주를 발행하여 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BIS 비율 전망치 산정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누군가 비율의 산정에 잘못 개입하였더라도 이는 거래의 성사를 위한 목적으로 관련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므로 배임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론스타 펀드에 대한 인수자격부여에 대해서도 1심법원은 그것이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설혹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더라도 배임행위는 아니라고 보았다. 론스타 펀드에 대해 10%를 초과하여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승인을 한 것이 은행법 시행령이나 재정경제부 유권해석의 적용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론스타에 대한 인수자격 부여가 수출입은행의 손해나 외환은행의 손해와 직접관련이 없음도 지적하였다.

2심 법원도 1심법원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에 대규모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있었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BIS비율 전망치의 산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비관적인 경우를 가정할 것인지 여부는 외환은행 경영진의 경영판단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았다. 또한 론스타 펀드에 대한 자격논란에 대해서도 론스타 펀드가 비금융 주력자이더라도 예외승인을 한 것이 배임행위는 아니라고 보았다. 예외승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면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자격 필요성을 왜곡하여 인수자격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기업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어야 배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자의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7) 대법원에 따르면 기업 경영은 원천적으로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배임죄의 적용은 엄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기업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어야 배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업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공무원의 배임행위에 대해서도 정책적 판단이나 선택을 인정하고 있다. 즉 공무원이 직무의 본지에 적합하다는 신념하에 처리하고 그 내용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정책판단과 선택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국가에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적 이익이 귀속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만으로 임무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8)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BIS 비율의 전망이나 부실규모의 산정이 다소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 수준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거래의 성사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론스타에 대한 인수자격의 부여도 그것이 당시의 판단으로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다면 비록 사후에 법령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업무에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거래에서 거래당사자들은 거래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조건에 합의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 경영상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바람직한 것이다. 시장거래에서 거래당사자들은 거래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조건에 합의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기업에서 경영상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물론 경영자들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조건에서 거래가 가능하였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합의된 거래가격이 시장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상 거래 가격의 공정성을 법적 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이나 검찰이 시장보다 가치를 더 잘 평가할 수 없을 뿐 더러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여건을 경영자들보다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4. 시사점

이번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아야 하겠지만, 그 동안의 판례에 따르면 당시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국장이나 외환은행장 등의 업무위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당시의 외환은행의 시장거래가격을 보더라도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여기기 어렵다.

사실 이번 사건은 외환은행의 주식가격이 론스타 펀드 인수 후 크게 올라 애초에 헐값에 판 것이 아니냐는'의혹’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의혹’에 약간의 합리적 근거가 있으려면 론스타 펀드 인수 후 외환은행의 주가가 다른 은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게 올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심법원이 지적하고 있듯이 외환은행의 주가는 론스타와의 계약체결 후 약 2년 9개월 동안 336% 상승하였고, 다른 은행의 주가는 평균 308% 상승하였다. 비록 외환은행의 주가가 평균에 비하여 약간 더 상승하였지만, 그러한 차이는 통상적인 시장변동의 범위 내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신주의 발행가격이 주식시장의 거래가격보다 낮은 것이 아니었다. 상장법인의 유상 증자 때 신주의 발행가격에 적용되는 최저 수준은 법률에 의하여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신주의 발행가격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켰으며, 구주의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비합리적이라고 여길 수준은 아니었다.

외환은행의 신주발행은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면 외환은행에도 이익이었다. 당시 경제 상황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하여 정부와 기업들이 상당한 구조조정을 수행하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200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채권을 출자전환하였고. SK 글로벌 등에 조사 등으로 대손충당금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외환은행으로서는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통해 이러한 경영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불합리한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규정이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은행만 이익을 본 것은 아니다. 론스타 펀드도 이익을 보고자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도가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며 코메르츠방크처럼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주식을 매도하고 나서 1년이 자나지 않아 가격이 반 토막이 되거나 가격이 2-3배 이상 오른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싸게 팔았다거나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비싸게 샀다고 사후적으로 불평하는 것은 시장 거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은 불합리한 규제가 어떻게 경제적 거래를 제약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규정이 은행의 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법 규정 때문에 외환은행이 자금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은행의 가치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자격요건 때문에 경쟁자가 줄어들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도 론스타 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라는 이유로 인수자격을 제한하였다면 외환은행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을 수도 있었다. 비록 재무적 투자자라 하더라도 구조 조정이나 경영개선을 통하여 기업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팔 수 있다면 그것은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제기한'의혹’은 사전 조사가 부족하고 증거수집이 어려워 검찰수사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비하여 수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다. 이번의 경우도 한국에 대한 투자로 큰 이익을 내면 검찰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외국투자자에게 준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이 이를 쟁점화한 후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혹’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법리의 적용도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의혹’의 제기로 검찰 부담만 가중되고, 검찰의 성과에 비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의혹’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의 법리의 적용도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경제적 거래에 대한 검찰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거래에 대한 검찰수사는 '의혹’의 진실성과 무관하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혹’의 규명이 가져다 줄 사회적 이익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비교하여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계약을 보호하는 것이지, 계약의 내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거래로 정하여진다. 그리고 자유로운 경쟁일 때 이들의 이익이 잘 보호한다. 법이나 검찰이 시장보다 이들을 잘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자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주었으면 '헐값’ 논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정기화 /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1) 서울중앙지법 2008. 11. 24 선고 2006 고합 1352 판결
2) 서울고법 2009. 12. 29 선고 2008노 3201, 2008노3330(병합) 판결
3)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장은 외환은행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신주나 구주를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하였다면 국가에 손해를 가하였기 때문에 배임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4) 경제적으로 보면 신주의 발행가격의 무관하게 새로운 자금의 유입이 있는 이상 외환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데 기업의 공정한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발행되어 지금유입이 줄었다면 그 차이만큼 기업에 손실이 발생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5) 그렇다 하더라도 외환은행의 신주와 구주의 거래가격이 현저히 불공정한 가격으로 외환은행이나 국가에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입증하여함은 물론이다.
6)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비 금융 주력자(산업자본)는 4퍼센트를 초과하여 은행주를 보유하지 못하되 금융 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0퍼센트까지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론스타 펀드가 비 금융 주력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7)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8)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도222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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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회사의 승인 없이 무단 결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직원 210명인 버스회사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기존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이유로 회사의 복귀명령 및 배차지시를 거부하면서 2개월 이상 무단결근을 하였다. 회사는 이들 근로자들을 해고 하였고, 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으며, 따라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해고의 허용폭을 다소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 이 사건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시사하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사건의 개요

서울행정법원은 2009.9.10.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결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09구합17247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그 허용 폭이 매우 좁아 노동유연성이 부족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가운데 해고사유를 다소 확대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판결

버스회사에서 이미 조직되어 있는 노조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노조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한 후 6명의 근로자가 회사의 승인 없이 비대위 활동을 이유로 2개월간 결근하였다가 해고되었다. 그러자 해고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였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하여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그 허용 폭이 매우 좁아 노동유연성이 부족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가운데 해고사유를 다소 확대한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판결이다. 그리고 이 판결을 통하여 13년간 시행이 유보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문제가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판결이다.

2. 판결의 내용

<사실관계>

(1) 회사는 직원이 210명인 버스회사로서 전국운수산업노조 OO주식회사 지회의 형태로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데, 소속 노조원 44명(조합원 총수 183명)이 전국운수산업노조에게 회사와 노조지회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하여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2) 이에 전국운수산업노조가 사실관계를 조사하려 하였으나 지회장이 그 조사를 방해하자 지회장을 조합원에서 제명하는 한편 해고근로자 임 모씨를 비롯한 조합원 11명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임 모씨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3) 비대위 위원장 임 모씨는 비대위원을 비롯한 14명의 조합원에 대하여 상황종료시까지 비대위 활동을 위한 결근을 허락하여 달라고 회사에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이를 승인하지 아니 하였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6명이 비대위 활동을 이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자 회사는 4-5회 근무복귀 촉구서를 발송하면서 배차지시를, 그리고 업무복귀명령 최고장을 각각 발송하였지만 6명은 해고일까지 약 2개월간 결근했다.

 

<판결 요지>

이 사건에서 쟁점은 노조전임자가 아닌 근로자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가 해고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에 의하면 근로자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 회사의 단체협약은 노조지부장과 승무이사의 전임, 사무장과 감사의 부분전임을 인정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6명의 근로자들이 노조전임자가 아니므로 노조업무를 이유로 결근한 것은 무단결근에 해당하지만, 해고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부당해고라고 인정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정당한 해고라고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당한 해고라는 이유로 다음의 이유를 들었다.

(1) 해고근로자 6명은 단체협약상 인정된 노조전임자가 아니므로 설사 노조활동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취업시간 중 노조활동을 위하여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무단결근이다.

(2)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는 근로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함에 비추어 해고근로자들이 2개월 이상 장기간 무단결근하고 회사의 복귀명령 및 배차지시를 거부하는것은 매우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3) 버스기사인 해고근로자들의 장기간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회사의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4) 회사에 아직도 노조 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기업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3. 판결의 의미

어떻게 보면 이 판결의 결론은 너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근로자가 210명에 불과한 버스회사에서 6명의 운전기사가 회사의 여러 차례에 걸친 업무복귀 촉구에도 불구하고 2개월 이상 무단결근하였다. 그리고 상시근로자가 210명이라면 운전기사는 그보다 훨씬 적을 터인데, 그 중 6명이 2개월 이상 장기간 무단결근하였으니 회사 업무에 상당한 장해가 초래되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그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경우에 해고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대법원 97누18189판결)에 해당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타당

이러한 무단결근은 회사측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고, 따라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대법원 97누18189판결)에 해당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만, 행정법원은 회사에 노조 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 이를 이유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기업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러한 필요성은 이 사건 버스회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노조전임자가 아니면서 노조업무를 이유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것은 기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일반화했으면 바람직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 판정한 주된 이유는 그들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결근한 점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고근로자 6인을 비롯한 44명의 조합원들이 기존의 노조에 대항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업무에 전념한 상황을 고려하였던 것 같다.

노조전임자가 아니면서 노조업무를 이유로 장기간 무단결근하는 것은 기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일반화했으면 바람직하였다는 아쉬움

그러나 설사 기존 노조에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해고근로자들의 비대위 활동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회사에 대하여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을 거부하면서 비대위 활동에만 매달린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중노위의 판정은 부당하다고 하겠다.

만약, 중앙노동위원회의 결론과 같이 비대위 활동을 위한 무단결근이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계의 요구대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되지 않는다면, 노조가 우후죽순 난립되고, 각각의 노조에 있는 전임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가 도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비대위는 노조가 아니고 노조설립의 전(前)단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있겠는데, 회사의 승인없이 이러한 조직을 위하여 전임 활동을 한 것이 해고사유가 되지 아니한다는 중노위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행정법원이 복수노조의 문제점까지 고려하여 판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결론은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고 본다.

4. 결어

이 판결로 법원이 해고사유를 대폭 확대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물론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봄이 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듯이 해고의 허용폭을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동맥경화가 다소 완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이) 해고의 허용폭을 넓혀 노동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동맥경화가 다소 완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

특히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노노갈등이 복수노조허용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허용과 맞물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동계의 주장은 우려스럽다. 한국노총이 2009.12.1. 복수노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 노동계의 대세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러할 경우 난립하는 노조와 넘쳐나는 전임자로 인하여 회사가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기업측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를 통하여 엿볼 수 있다.

이재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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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의 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는 등의 사건과 관련 국가가 민노총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반면, 2심에서는 피해액의 60%만을 배상하라는 소위 '선심 할인’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의 '선심 할인’ 판결이 잘못이라 판결하면서 하급심의 온정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그동안 불법폭력시위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온정적인 판결이 많다고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판결은 불법폭력행위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법원의 온정주의를 불식시키고 불법폭력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사건의 개요

2007년 6월18일 민노총의 여의도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고 무전기와 진압봉 등 경찰 장비를 탈취한 사건이 있었다. 국가(경찰)는 민노총에 대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권순열 판사는 지난 1월 정부가 민주노총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실상 피해액 전액 책임을 물어 민노총은 국가에게 2,436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제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이두형 부장판사)는 지난 7월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민노총의 책임이 60%만 인정된다면서 민노총은 정부에게 1,46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집회와 시위가 빚은 물질적 피해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심은 주최자의 책임 범위를 '선심 할인’했지만 대법원은 그 판결 자체가 잘못이라고 심판한 것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2월 10일 정부가 집회참가자 일부가 경찰버스 등을 부순 책임을 물어 민주노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제2심이 민주노총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원심 판결을 깨고 전액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제1심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집회와 시위가 빚은 물질적 피해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심은 주최자의 책임 범위를 '선심 할인’했지만 대법원은 그 판결 자체가 잘못이라고 심판한 것이다.

 

2. 판결의 의미

그 동안 폭력시위대가 경찰차를 불에 태우거나 국가 기물을 부숴도 정부는 폭력행위자를 형사처벌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시위에 불법․폭력시위에 관대하다 보니 법원 역시 폭력시위참가자라 하더라도 중형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었고, 따라서 폭력시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법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하여 그 주최자에 대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를 모색하게 되었다. 불법노동쟁의에 대하여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대응수단이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제1심의 판사는 ... 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등 적절한 조취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부에게 손해가 발생한 만큼 민노총은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

이 사건은 민노총이 2007년 6월 여의도에서 주최한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집회에서 집회참가자들이 차도를 점거하고 경찰버스 11대를 부수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고, 이에 정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제1심의 판사는 집회 참가자 일부가 경찰차량을 부수고 물품을 탈취했는데, 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집회참가자들에게 집회장소를 이탈하지 않거나 손괴 등의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등 적절한 조취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부에게 손해가 발생한 만큼 민노총은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제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 민노총이 ...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노총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결

그런데 제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회참가자가 주최자 및 질서유지인의 질서유지를 위한 지시에 응하지 않는 경우 물리력 행사 등으로 강제할 수 없는 등 집회질서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또한 민노총이 폭행행위 발생 직후 경찰과의 계속적 협의를 통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노총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결했다. 민노총의 손해배상책임을 40% 감액하여 준 것이다.

제2심 재판부가 민노총의 책임범위를 감해준 근거는 과실상계(過失相計)다. 과실상계는 손해발생에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거나 손해가 확대된 데에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경우 가해자가 물어줄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제도다. 예컨대,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1,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경우 무단횡단한 피해자의 잘못을 감안하여 손해배상액을 600만원으로 감액하는 것이다.

제2심은 당시 민노총이 폭력시위자들에 대하여 물리력 행사 등으로 강제할 수 없는 등 집회질서유지에 한계가 있고, 또한 민노총이 폭행행위 발생 직후 경찰과의 계속적 협의를 통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뒤늦게나마 집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점을 과실상계의 이유로 삼았다.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전부에 미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는 과실상계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서 민노총의 책임을 줄여준 제2심 판결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민주노총이 집회참가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까지 질서유지를 요구할 수 없었던 한계는 존재하지만, 그런 한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전부에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대법원은 일부 집회참가자들의 폭력을 민노총이 제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민노총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는 사실이다. 타당한 판단이다. 집시법은 시위주최자에게 질서유지인을 두는 등 집회`시위에서 질서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나 시위는 많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언제든 폭동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헌법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질서유지 차원에서 주최자에게 질서유지의무를 요구하는 등의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최자가 집회`시위 중 질서를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집회나 시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부 참가자들의 일탈을 제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유는 시위주최자를 면책할 사유가 될 수 없는데, 대법원은 이를 확인한 것이다.

다음, 대법원은 주최자가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된 이상 그 책임범위는 과실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 전부라고 인정하면서 그 책임범위를 제한한 제2심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난점이 있다한들 이는 과실상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민노총이 집회참가자들을 집회장소로 인도하는 등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뒤늦게 취하긴 했지만, 이는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민노총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제2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후 조치가 적절했다 한들 이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당연한 법리다. 가해자가 교통사고를 낸 다음에 즉시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다거나 사고 후에는 철저하게 안전운전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해 줄 수 없음은 기초적인 법리이다.

어느 신문이 제2심판결을 가리켜 "선심할인" 판결이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에 대한 선심이 아니고서는 기초적인 법리를 무시한 제2심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법원 판결은 획기적인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닌 상식적인 법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경력 10년 안팎의 단독판사가 선고한 제1심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된 법리였기도 하다.

그런데 왜 제2심판결은 다른 결론을 냈을까. 상식적인 법리를 무시한 채 민노총의 책임을 줄여준 이유가 무엇인가. 어느 신문이 제2심판결을 가리켜 "선심할인" 판결이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에 대한 선심이 아니고서는 기초적인 법리를 무시한 제2심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상, 법원은 그 동안 불법폭력시위에 지나치게 온정적이었다. 2008년 약 100일간 벌어진 광우병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으면서 경찰버스 수십 대가 불에 타거나 파괴되었고, 수백 명의 경찰과 시민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 결과는 실망스럽다. 구속 기소된 사람이 40명에 불과한데, 그나마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법원은 명동 시위에서 경찰에게 새총으로 쇠구슬을 쏜 사람과 염산이 든 박카스병을 경찰에게 던진 사람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줬다.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람, 경찰버스의 연료 넣는 곳에 종이를 집어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사람, 시위 때마다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숴 '망치맨'이란 별명이 붙었던 사람도 석방했다. 전경들이 시위 여성을 경찰버스에서 성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린 인쇄소 직원도 풀어주었던 것이다.

법원의 이렇게 온정적이 태도가 민사판결에도 이어져 제2심판결과 같은 "선심할인"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3. 결어-온정주의 불식

대법원의 이번 판결의 의미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온정주의를 배제하여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민들이 그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다른 시민이 겪는 교통불편 등은 감수해야 마땅하겠지만, 더 나아가 도로를 무단점거하거나 경찰기물을 부수는 등의 폭력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고,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불법폭력시위가 도를 넘은 지 오래인 마당에 법원마저 온정주의에 기울어서는 폭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사회질서를 기대하기 어렵고, 질서조차 없는 사회라면 선진화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우리 사회의 불법폭력시위가 도를 넘은 지 오래인 마당에 법원마저 온정주의에 기울어서는 폭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사회질서를 기대하기 어렵고, 질서조차 없는 사회라면 선진화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법원의 온정주의가 불식되어 불법폭력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교 (변호사, 서울국제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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