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그리스의 학생들은 정부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영국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3배로 높이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생 시위대가 런던 도심을 지나던 찰스 황태자 부부의 차를 공격했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긴축 예산을 짰고 등록금 인상뿐만 아니라 육아수당을 줄이고, 철도보조금을 폐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학생들이 도로에 가축의 분뇨를 쏟아 부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퇴직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려는 정부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유럽연합은 2010년 기준으로 25세 미만 청년의 실업률이 20%에 육박합니다. 스페인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높아진다면 일자리를 가진 청년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에 나와서 꿈을 갖고 지식, 기술 습득에 전력투구해야 할 청년들이 이 정도의 위기감과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들 나라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지금 선진국에서는 과잉 복지에 의한 '복지폭탄’이 터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과잉 복지로 나라의 재정을 거덜나게 하였다는 것이고, 그 이후 복지 축소, 세율 인상에 나서면서 나라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14번째 월급이 있습니다. 통상 유럽에서는 연말 보너스를 13번째 월급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는 연말 보너스 외에도 매년 4월과 8월에 월급의 절반씩을 더 받습니다. 이것을 합해서 14번째 월급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금도 한 해에 14번 받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임금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95.1%로 직장 다닐 때의 월급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36.8%, 일본 33.5%, 영국 30% 정도로 그리스는 이들 나라에 비해서 3배나 높았습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처럼 전체 근무기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높은 퇴직 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해서 연금을 환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경우 정말 포퓰리즘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과잉복지 덩어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나 일찍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나 큰 차이가 없으니 조기 은퇴가 만연했고, 그 결과 연금재정은 고갈되고 세금은 은퇴자들을 먹여 살리는데 쓰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이전 평균소득의 40%이상을 실업급여로 주었기 때문에 직장을 잃어도 새로 일을 찾을 이유가 별로 없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늘어나자 당연히 정부의 재정도 악화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임금대비 연금 수령액이 75.6%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한 국립병원 치료가 전액 무상인 것을 비롯해서 의료복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결국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국가 부도 위험성이 커지자 뒤늦게 국가 재정을 수술하면서 세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그리스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고 나서야 복지 제도 개혁에 착수했고, 세 나라 모두 부가세율을 2~3% 인상했습니다. 현재 이들 나라들의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그리스 150%, 포르투갈 107%, 스페인 89% 수준입니다.
사람들이 성장과 복지에 모두 성공한 나라로 칭송하는 스웨덴은 어떨까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06년 당시 공식 실업률은 6%에 불과했지만, 이것은 병가로 일자리를 떠한 사람들은 고용상태로 처리하는 등의 통계수치 주작이며 실제 20%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유럽 최고 수준이며 조세부담률도 50%를 넘습니다. 노동인구 3명 중 1명은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2명은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거나 복지수혜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국민과 정치가 모두 알고 있지만 틀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일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자녀 교육수당, 고교 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통행로 무료화’의 무상복지 공약을 앞세워서 2009년 8월 5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1년 6개월 동안 일본의 국가부채는 50조엔(약 670조원)이나 급증했고,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세율 인상들의 증세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수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결국 무상복지 선거공약은 일부 폐지되거나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처해졌습니다.
과잉복지로 나라의 재정상태는 악화되어가고, 빚을 내서 복지의 혜택을 유지 또는 확대하고 결국 국가는 활력을 잃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어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복지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함정인지 한번 만들어진 복지제도를 줄이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복지지출의 규모를 줄일 수 없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영국이 이류 국가로 전락한 이유를 과잉복지에서 찾기도 합니다. 전후 경제 부흥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복지 국가 건설에 쏟아 부어 나라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대처와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의 제도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지금 누군가 달콤한 복지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달콤한 복지의 맛은 당신 자녀에게 쓰디쓴 인생의 맛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