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미국 정부의 시장개입과 방만한 통화정책을 수행한 결과 나타난 정부의 실패 때문이었다. 정부의 실패로 발생한 위기를 또 다시 금리인하, 구제금융, 경기부양책 등 정부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제는 금융시장도 안정되어 가고 있어 유동성 폐해가 나타나기 전에 적절한 출구전략을 통해 유동성과 기대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 아울러 향후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무분별하게 통화를 팽창할 수 있는 현행 화폐금융제도를 개혁해 화폐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1년 전 미국의 투자회사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의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들어갔다. 그것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다. 이를 두고 많은 지식인과 언론은 시장의 실패, 신자유주의의 종언, 금융자본주의의 종언이라는 주장을 쏟아 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잘못 파악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정부 개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다. 미국 정부는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개정하여 은행들로 하여금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에 대출하도록 했고, 모기지 전문회사인 패니메이(Fenni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의 손실을 보증해 주었다.

이러한 조치로 시장 참가자들이 위험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이것은 주택부문의 과잉투자로 이어졌으며,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가 2001년 이후 시행한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창출된 과잉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주택시장을 더욱 과열시키면서 거품을 키웠다.

그러다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회피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 그러자 주택대출이 줄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빚 갚는 걸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증가하였다.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올라갔고, 서브프라임을 기초로 한 모기지와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그러자 모기지유동화증권(MBS)에 투자한 베어스턴스, 리먼 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파산하게 되었다. 한편 모기지유동화증권(MBS)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에 투자한 외국은행들과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번 금융위기는 시장실패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탓도 아니었다.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방만한 통화정책을 수행한 결과였다. 자유시장의 실패가 아니고 정부의 개입에 의한 시장의 실패였다.

정부 개입의 문제를 정부 개입으로 풀다

정부 개입이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구제금융과 유동성 확충,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풀었다. 미국은 연방금리를 5.75%에서 제로금리 가까이 인하하였으며, 부실 금융 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7천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8,000여 억 달러를 투입하였다. 영국은 기준금리를 5%에서 0.5%로 인하하고, 금융시장구제와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 파운드를 투입하였다. 일본역시 0.5%에서 0.1%로 기준금리를 낮추었고 약 130조엔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마련하였다.

한국도 기준금리를 5.25%에서 2%로 인하하였으며, 2008년 9월 이후 정부가 신규기금펀드 조성, 금융공기업지원, 한국은행특별지원금 등 총 151조원에 달하는 경제위기관련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2009년 예산에 29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였다.

이 정책들 중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시장에 많은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옳았다고 본다.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한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경우에 가장 안전한 자산은 현금이므로 사람들의 현금보유가 증가한다. 이때 현 금융제도 하에서 현금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현금의 공급을 늘려 주지 않는다면 현금 부족으로 인한 신용경색이 발생하여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지고 그것이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작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조달여건이 개선되는 등 국제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미 달러 화에 대해 큰 폭으로 절하되었던 주요국의 통화가치도 상당히 회복되었다.

그러나 그 외 각국의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취한 구제금융이나 경기부양책은 장기적으로 결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제금융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높은 위험 행위, 즉 도덕적 해이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심해졌다. 이로 인해 미래에 더 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제금융은 잘못된 투자를 교정하려는 시장의 자원배분을 방해하여 경제회복을 늦출 수 있다. 구제금융은 좀비 기업들을 존속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경제 내의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건실한 기업들의 자원 사용비용을 증가시켜 투자를 위축시킨다. 실제로 각국에서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계속 늘리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재정지출과 저금리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든가 채권을 발행하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 재원은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거둔 재원을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는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초래하여 경제를 위축시킨다. 1930년대 대공황을 치유했다고 알고 있는 뉴딜 정책은 실은 생산 활동을 감소시켜 불황을 심화시켰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루스벨트 정부에 이은 투르만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로 민간투자가 살아나서부터이다.

출구전략 세우고 화폐금융제도를 개혁해야

저금리 정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동성 수요가 증가하였을 때 그에 맞춰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지 경기부양을 쓴다면 그 효과는 없고 오히려 자산 가격의 거품만을 야기한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가격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화폐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시기가 오면 중앙은행은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높은 인플레이션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

지금 각국의 금융시장이 상당히 안정되어 가고 있다. 한국만 해도 2009년 4월초부터 콜금리가 기준금리 이하로 거래되었으며, 그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초단기 자금시장이 안정화되었다. 외환시장도 빠르게 안정됐다. 작년 11월에 1,500원대로 급등했던 환율이 올 5월 이후로는 넉 달가량 1,2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작년 11월말 2천5억 달러로 급감하였으나 올해 8월말 2천455억 달러로 늘면서 작년 8월말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올 들어 50% 이상 뛰었다.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게 올랐다. 한국만 해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8월말에 지난해 8월말 대비 2.2%밖에 상승하였지만, 2008년 전국의 집값 상승률이 3.1%를 기록하였으며, 개발호재가 있는 인천 계양구와 경기 의정부는 20%에 가까이 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 8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시세가 1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5개월 사이에 최고 70% 올랐다. 또 연초에 1,100원대로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가 현재 1,600원대로 약 40% 정도 올랐다. 기준금리가 2.0%임에도 불구하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현재 4.38%에 달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의 폐해가 나타나기 전에 적절한 출구전략을 통해 유동성과 기대 인플레를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서서히 거두어들이면서 경제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먼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그동안 사들였던 채권들을 다시 팔아 유동성을 회수하는 한편, 시장에 심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해 가며 유동성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회수한다는 신호를 주어 자산 가격 버블화 가능성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화폐금융제도의 개혁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 그리고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근본적으로 모두 무분별한 통화팽창 정책으로 비롯되었다. 이러한 사태들에서 알 수 있듯이 통화팽창으로 거품 붕괴의 과정이 한번 발생하면 그로부터 오는 고통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습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향후 금융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정부에 의해 화폐가 무분별하게 팽창되는 화폐금융제도를 개혁하여 화폐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새로운 화폐금융제도를 만드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

안재욱 / 경희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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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도 서 명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부
저     자 최광
출 판 사 율곡출판사
출판년도 2009. 7
추 천 인 정종필
기     타 등록일 : 2009-09-09   /   조회수 : 154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해결사가 아니다

작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이 내놓은 처방은 '케인즈의 소환’이었다. 한 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의 목소리는 수그러들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큰 정부를 자처하며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여기에 저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위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한다고 답한다.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해결사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제도이며 그 중 헌법을 들고 있다.

저자는 한 나라 구성원의 공동성을 구현하는 헌법이야 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9차에 걸친 개헌을 거치며 헌법 속에 확실히 녹아들었지만, 이에 비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은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첫째, 개헌이 권력구조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으며 둘째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과 정부의 존재이유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나라에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를 내리려면 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과 함께 이를 토대로 한 헌법 개정에 이르러야한다.

정부가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생각하라

이 책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저자의 분석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나간다. 분류하자면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는데 저자는 헌법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자들에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아마도 정확한 개념정립 없이 진행하는 헌법개정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초 지식들의 전달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독자 스스로 논의에 참여해 볼 수 있다.

2장에서 정부에 대한 여러 관점을 제시한 후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통해 뒤에서 다룰 헌법개정논의의 초석을 다진다.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인 “정부가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생각하라”는 것이 이 장을 통해 잘 드러난다. 3장에서는 사유재산권의 부여와 선택의 자유가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설명한다. 이 장에서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비판하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라고해서 그 주장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다.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진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일반 대중이나 정책 입안자들의 무지와 반시장적 편향성은 결국 외환위기 이후부터 시행된 반시장적 정책을 지속시켜 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란 흐르는 물과 같다

저자는 이 책의 부제 중 하나인 '근원적 고찰’이 끝난 후 5장부터는 '헌법적 실천’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논의를 한다. 가장 중심에 서있는 부분은 헌법 제 119조 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와 119조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저자는 이 두 조항이 원칙과 예외 관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19조 2항이 자칫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되는 누를 범하여 정부의 규제를 정당화시키는 조항의 오용을 부르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 혹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또한 저자는 헌법 제 119조를 제외하고도 많은 경제·재정관련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진단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소련, 중국 등과 헌법 경제조항을 비교한 결과 독일과 대만을 제외하면 우리헌법만큼 경제에 관한 규정이 상세한 국가는 없다는 조사결과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질이 강한 국가일수록 헌법상 경제 규제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생각하라”가 증명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란 본래 흐르는 물과 같아 넓은 바다를 만나면 바닷물이 될 수 있는, 즉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진화를 하는 것인데, 정부가 만든 조항에 갇혀 좁은 시냇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언제부터 잘 살게 되었는가?”, “남한과 북한의 생활수준은 왜 천양지차인가?” 어렵지 않은 질문이지만 우리는 쉽게 잊고 살아왔다. 개헌논의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 책을 권한다.

추천인 : 정종필

- 목 차 -

제1장 부국안민: 시장경제 및 정부와 헌법
제2장 정부 및 시장과 관련한 기본적 논의
제3장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제4장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제5장 헌법의 경제관련 조항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
제6장 헌법의 재정관련 조항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제7장 우리나라 사전 및 경제원론 교과서에서의 경제체제와 정부에 대한 서술 및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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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우리 경제는 위험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의 위험도는 신흥시장 국가 중 거의 최하위에 가깝게 평가하면서 폴란드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외신들도 동참해서 한국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는 외신에 대한 정책홍보를 강화하고 한국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고위관리가 직접 외신을 찾아가 브리핑하기까지 하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2008년 한국 경제는 64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을 이탈한 외국자본은 5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한 달 간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자본은 1년 유출본의 절반에 해당되는 250억 달러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 근처까지 가던 위기상황에서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 미국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맺으며 환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국자본의 탈출도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8월 24일자 신문에 “외국 자본이 한국의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Foreign Funds Flow into South Korea)”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외신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에는 POSCO와 같은 우량기업이 많아서 추가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워런버핏)
-한국 정부 관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미국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한국 대기업들이 건전한 상황이어서 더블딥 가능성은 거의 없다(일본 노무라 증권)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에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OECD)
-삼성전자 주가가 90만원까지 오를 것(메릴린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
한국의 주요 통계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 많습니다.
-경기선행지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
-경기동행지수(현재의 경기상태)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
-소비자심리지수 7년 만에 최대치
-2분기 GDP 2.3%성장, 수출 14.7% 상승, 민간소비 3.3% 증가

미국경제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발언이 많이 나옵니다.

-미국경제의 낙하는 끝났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예측(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미국경제의 침체속도가 확실히 약화 되고 있으며, 경제가 안정될 시 세금인상이 필요할 것(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7월 중순부터 반등을 시작했다.(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6월에 끝났을 수도 있다(골드만삭스)
-경제전문가 52명중 27명이 경기침체 7월에 끝났다고 대답(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현 상황에서 어떨까요?

-금융시스템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최우의 위기’는 오지 않았다(마크 파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 없다(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미국경제는 7~8월이 바닥. 하지만 실업률은 장기간 상승할 것(폴 크루그먼)
-경기침체 끝나더라도 회복세는 미약. 더블딥 발생 가능성 높음(누리엘 루비니)
-경기침체 두려움은 끝났지만, 경제는 정체될 것(로버트 실러)
-미국의 실업률이 13%를 넘어설 것이다(메리디스 휘트니)
-유럽은행 2차 신용위기 경고음(윌스트리트저널)

한국경제에 관련된 부분을 좀 더 보겠습니다.

-상반기에 171조원(63%)의 재정을 조기 집행되면서 하반기에는 재정집행이 100조원(37%)에 불과. 7월까지 70%가량 소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정지출 규모 세계 3위
-하반기 재정정책 확대 어렵고 임시투자세액공제, 노후차량교체 등의 세제혜택 연말 종료
-2009년 2분기 GDP를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수출은 7개월 째 감소세(경상수지 흑자도 불황형흑자)
*불황형흑자 :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서 발생한 흑자
-7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미분양 아파트 16만 가구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추산
-증권시장 개인신용융자거래잔고 지속적 상승해서 현재 약4조 2천억원, 역대 최고수준
-국제 원자재, 석유 가격 상승, 낮아지는 환율

여기까지 보니까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누구는 좋아질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더 나빠질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통계는 경기회복을 알리고, 또 다른 통계는 경기침체를 알립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계경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섞여있어 혼란스럽고, 한국경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6월 22개국 2만여명을 상대로 작년 12월, 올해 3월, 6월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자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비관적인 전망(08. 12월 70%-> 09.3월 44% -> 09.6월 27%)이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경제는 심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니, 우리나라 국민의 긍정적인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들떠있는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2007년 하반기 미국으로부터 출발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서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라 불렸습니다. 현재 세계는 각 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와 통화발행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찬사를 보낸 윌리엄 페섹도 “아시아 경제가 회복돼 보이는 건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저금리 기조 덕분이다. 특히 중국 등 각국 증시가 달아오른 것도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거품이 경제가 회복됐다는 환상을 심어 줘 더 체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한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공격적인 재정지출의 확대와 원화가치의 하락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물론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체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경기지표와 유력인사의 발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투자리포트 제목에 들떠서, 신문의 투자 면에 나오는 큰 제목에 들떠서 소중한 자산을 성급하게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담이지만, 증권사에서는 상승과 조정, 숨고르기를 외치지 하락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매수와 유지를 말하지, 매도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생산될 물건을 사줄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시장을 넓히지 않는다면, 혹은 집중되어 있는 시장에서 더욱 수출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수출 강국인 한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내수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주요 경제국의 상황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동안의 FTA를 통해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잠재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관광, 교육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해서 내수를 시장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점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위기 시에는 착시 현상인지 아닌지를 경계하고,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급증을 버리고, 보다 내실을 다지는 행동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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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미국 경제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티은행과 AIG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면서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신용정책, 재정지출 확대, 은행국유화 등 정부 개입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또 다시 정부개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원배분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의 경제 불황으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는 통화신용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하여 구제계획을 세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의회는 금융기관 구제용 7,000억 달러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8,000여 억 달러를 승인한 바 있으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금년도에 1조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7,5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지원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영국, 일본 등을 비롯한 각국도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자금을 대거 공급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확대 재정을 편성하고 있다. 한편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의장이 은행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티은행이 국유화됨으로써 은행 국유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불황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정부개입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가 정부 개입을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2월 8일(일요일) 워싱턴포스트지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불완전한 패키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썼다.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08년 11월 14일 뉴욕타임즈 칼럼 제목인 “불황의 경제학이 돌아왔다(Depression Economics Returns)”에서 “불황의 경제학이 엄습하면 경제정책의 일반적 규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평상시에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것은 미덕이나 불황 시에는 악덕이다. 신중함은 위험하고 절제는 어림석음”이라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비등하는 여론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나, 오히려 정부가 당연히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이런 구제금융 정책과 경기부양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현 경제위기가 미국의 초저금리(超低金利) 정책에서 연유했다는 데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연준은 2001년 1월에 6%대에 머물던 연방기금 금리를 2003년 6월까지 1%대로 낮추었고, 1%대의 금리는 2004년 6월까지 유지됐으며 이에 따라 2002년과 2006년 사이 가계의 차입은 연간 11%씩 증가했다. 그리고 연방기금 금리 타깃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8월에 걸쳐 1%에서 5.25%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바로 이러한 금리 상승에 따라 시차(時差)를 두고 발생한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에 다른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경제위기와 같이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적절히 규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주택담보 대출시장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초저금리 정책을 썼다면 사건은 다른 데서 터졌을 것이다. 결국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경제위기를 낳았고, 이를 다시 초저금리 정책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기이한 현상이 작금의 상황이다.

구제금융,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자원배분 관점에서 보면 불황은 왜곡된 자원배분이 교정되어 재배분되는 과정이다. 불황의 골이 깊다는 사실은 자원배분의 왜곡 정도가 그만큼 심하고, 따라서 그 교정 과정도 길고 그에 따른 고통도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의 치유 과정과 속도를 의심하는 각국 정부가 노심초사하여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개입은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and Loan)의 경우이다. 1980년대 S&L이 부실화됐을 때 미국 정부가 건전성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방치하자 부실한 S&L이 높은 이자를 대가로 자금을 몰아감에 따라 건전한 S&L까지 덩달아 높은 이자를 제공하여 부실에 빠졌다. 이후 부실한 S&L이 정리되자 가까스로 해결되었지만 시장의 교정 작업을 정부가 가로막아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었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시장을 비롯한 각종 시장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구제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실 기관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잘못된 자원배분의 왜곡 현상을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화되는 속도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시장이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실 기관과 그들이 해 온 행동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 수요에 부응해 온 튼튼한 기관과 그런 행동들은 더욱 확대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촉진한다.

은행국유화, 민영화를 전제로 해야

정부개입으로 빚어진 문제를 다시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방법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기이한 현상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이들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티은행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이미 국유화가 결정되었고, 이 외에도 금년 2월 25일부터 4월말까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9개에 대해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거쳐 6개월 내에 민간자본 확충으로 재무건전성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국유화가 논의될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AIG 등의 보험회사도 국유화 대상에 포함될 전망된다.

여기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란 국내총생산(GDP), 실업, 주택가격 등으로 비춰본 경제여건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각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대출금과 보유증권 등에서 야기될 수 있는 손실을 추정·산출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심한 편이지만 미국 은행의 역사가 민간 전통임에 비춰볼 때 미국 은행들이 항구적으로 국유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국유화 후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장이 정상화되고 금융기관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정부가 국유화한 금융기관을 민간에 다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한 후 철수하는 스웨덴식 처방이 가장 유력하다.

1990년대 초 금융위기 당시 스웨덴 정부는 노르드(Nord) 은행과 고타(Gota) 은행 등 부실은행들을 인수하여 국유화 조치를 취했으며 모든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은행들을 정상화시킨 후 민영화시켰다. 스웨덴은 은행의 수가 적고 은행 규모가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국유화 후 민영화 수순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7,500개 이상의 은행이 있어 부실 금융기관의 수에 따라 이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시장에 맡기는 것

지금까지 작금의 미국의 구제계획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거액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던 일부 은행이 임직원 수와 임금 적정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아직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결국 지금은 “불황은 상처 난 시장의 치유 과정”이라고 지적한 미세스(Ludwig von Mises)의 탁견이 잘 들어맞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조작(이번 경우에는 초저금리)함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경기순환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해결책은 정부가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작동을 다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근로,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감세에 따른 정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부실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은 자원배분을 더욱 왜곡함은 물론, 시장이 부실을 청산하고 제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을 방해하고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뿐이다. 이번 불황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와 정부지원에 의존하여 생존했던 각종 조직들을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단기적 고통은 따르겠지만 건강한 미래가 다시 올 것이다.■

저자소개: 김영용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경제학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와 시장’, '시장경제의 이해’, '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자유, 시장 그리고 정부' 외 다수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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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공동 기획 Roundtable]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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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참석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일시 : 2008.12.10.(수) 11:00~13:30
장소 : 프레스센터 20층 모란실
진행 :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질문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정해서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토론 내용 요약]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와 실물시장을 통한 경로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는 은행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자본의 유입이 감소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투자자들의 자본회수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또 국내 금융기관이 단기외채가 많음으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신용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그것이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또 다른 경로인 실물시장 부문을 보면 미국과 세계의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의 수출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와 기업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경로와 과정은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다. 무디스나 S&P가 우량(AAA)으로 평가한 채권이 회수가 안 되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얼마나 갈 지 잘 모른다는 것에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파생상품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망하지 않았을 기업들도 망하고 있다. 나아가 실물위기가 다시 금융부실로 재환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정책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잡한 연결망(글로벌 경제)은 위기를 빨리 확산시키지만 수습의 속도도 그만큼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부문의 ‘건전성 규제’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신용평가기관에 공공성을 강화하여 국가공공기구가 일부 참여하는 기구로 만들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듯하다. FDA가 음식물과 약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고 감독하듯이 말이다. 금융자산의 신용등급이 잘못 평가되면 독이 든 음식이 유통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금융시장의 경색이 달러공급을 축소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Dollar shortage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달러의 공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것이 국제적인 달러부족을 가져왔다. 국내은행들은 미국주택금융시장투자가 부실화되면서 자산 건전성이 하락하고, 달러유출이 지속되는 상항에서 달러부채의 롤오버(Roll over)가 어려워져 외화자금난에 봉착했다. 국내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실물 부문에의 자금공급도 안 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달러와 원화공급을 늘리지만 은행들의 대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출도 안되니까 실물부문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한국의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린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외화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미국의 모기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것이 부실화되어 한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고 BIS 비율이 낮아졌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 은행들도 대출을 회수하느라 시중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IMF를 거치면서 제일 많이 달라진 부문이 민간기업이다. 부채비율과 수익성 지표는 분명히 개선되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은행부문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IMF 이후 안전한 소매금융에만 매달리고, 구조변화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 특히 KIKO 계약을 체결한 중견기업 등은 환차손에 직면해 있다. 또 중요한 것이 부동산시장에서의 미분양사태다. 이런 프로젝트 파이넨싱을 어떻게 잘 소화하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모든 부문이 축소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제도가 신용창출 능력을 상실하니까 여기서의 축소효과가 있고, 실물부문에서 수출수요가 떨어지고 내수마저도 경색이 되니까 여기서도 축소가 일어난다. 결국 금융과 실물 모두에서 축소균형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져가는 상황이다. 더구나 수출 주문이 없어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수출 주문을 받고도 수출금융이 안돼 수출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 대금에 대한 금융까지 안해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만큼 대출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90년대의 일본에서와 같은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20-30% 정도의 하락은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지금 상황 자체는 위기 직전 상황으로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본다. 대기업은 신용경색과 내수부족과 수출감소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환율상승으로 외채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으로부터의 하청감소와 수출부진, 그리고 은행 대출감소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 금융권은 외국으로부터의 자금공급 부족(차입감소)과 외채만기연장 불가로 대외신인도 하락과 함께 외국에서의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은 은행의 부실 우려로 인해 자금을 단기화하면서 은행들은 예금부족을 겪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부실증가로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외환시장 안정과 내수경기 침체의 해결이다. 외환시장 안정은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내수경기 침체는 수출 감소가 어느 정도 폭으로 진행될 것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만일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상당한 위기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서도 경상수지가 조기에 개선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대안으로서 기업구조조정이라든가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은행을 물가에는 끌고 갔으나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지금 금융시장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은행권이 문제라고 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지표를 봐도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하는 은행을 격려를 해야 한다. 모든 은행을 다 동일하게 문제가 있다고 획일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발상은 시장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시장의 논리에 맞게 잘하는 은행과 못하는 은행이 차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잘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못하는 은행은 M&A가 되고, 자본베이스가 좋은 은행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면서 신용창출에 나설 때 자연스럽게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잘하는 은행에의 시장집중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극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사회에서 은행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은행의 자본베이스와 관련해서 사실 그동안 은행산업에 대해 많은 잘못된 정책을 해왔다. 은행의 문제는 대부분 자본 베이스가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은행의 자본 베이스라고 하는 것은 자본을 확충하는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이 자본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배제시켰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를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은행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왔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하더라도 은행산업에의 진입제한을 완화하는 노력도 같이 있어야 한다.

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방법은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출금을 회수하고 그런 활동이다. 그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으로서는 BIS 비율을 맞추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의 투자를 회수할 수 없게 되고 국내적으로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BIS비율을 낮추는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전 세계가 공동으로 BIS 산정방식을 고쳐보자고 하는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만 BIS 비율의 기준을 바꾼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오히려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시중 자금 경색의 원인은 기업의 부실우려와 우리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과다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그리고 이로 인한 외국에서의 자금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경상수지 흑자로 국가적 신뢰도를 회복함으로써 해외차입이 증가하게 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은행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침체로 추가적인 기업부실이 우려되므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사전적으로 15%, 16% 정도로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사전에 제고시켜 놓는 것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와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과 대출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금융시장에 투입했거나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100조를 넘는다. 하지만 11월 시중은행의 신규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4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월평균 5조7000억 원)나 올해 상반기(월평균 5조9000억 원)보다 25%가량 줄었다. 이렇듯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기업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할수록 BIS 비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기업측에서 보면 “비올 때 우산을 뺏는 형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지 못할 바엔, 국책은행의 상업은행(예컨대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에의 출자를 통해 상업은행의 BIS비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국책은행에 자본을 증자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물론 부분 국유화지만, 최근 영국정부가 바클레이스 등 대형 은행을 국유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기적인 처방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산분리와 같은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여 자본확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외국인 소유비중을 줄이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대책들을 보면 현상유지를 해야 된다는 인식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동성도 풀고 구제금융도 해야 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볼 때 생산성 향상이 아닌 화폐가 지나치게 많이 풀렸던 탓에 나타난 화폐적 현상으로 인한 착각 속에서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줄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줄인다는 것은 아까 이야기 나왔듯이 축소균형으로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바로 부도가 날 기업들은 부도가 나는 것이고, 파산할 사람들은 파산을 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들은 이런 과장된 상황을 연장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더 큰 파국이 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설사 문제와 관련해서 본다면, 대주단 협약 같은 방식보다는 일단 부도가 나게 둔 후, 부도 기업의 숫자가 아주 많아지면 그 때가서 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그렇게 해야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당연하지만,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 있고 또 외국에서부터 온 큰 충격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실화되고, 이 기업부실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나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옥석을 구분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건설사의 부실은 건설사의 책임이 크며 이는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퇴출될 기업만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퇴출되지 않아도 좋을 기업들이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늘려 건실한 건설사의 건전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병행하여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동성위기 해소'와 ‘도덕적 해이' 방지는 두 마리의 토끼다. 불행하게 돌 하나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핵심은 건설회사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인데, 옥석을 가릴 때는 type-I, type-II 오류를 범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치명적인 오류는 당연히 type-I 오류로서, ‘부실하지 않은 기업을 죽이는 것'이 더 큰 오류다. 한편 이 같은 오류를 피하려다 보면, 죽여야 할 기업을 살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회생프로그램은 부지불식간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편향'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우 엄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보면 정부가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늦추면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폭을 줄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이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 결국 문제는 ‘단기의 가시적 이익'(고통저하)과 ‘장기의 잠재적 손실(경제체질 악화) 간의 선택이라는 점인데, 단기의 가시적 이익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구조조정의 전담부서를 정부가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의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주도로 하였겠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채권단이 설립한 기구를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는 필요할 때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대주단을 운영하기에 앞서 미분양 아파트가 왜 많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불필요한 시장개입과 이를 피하려는 민간건설업체의 행태가 빚은 산물은 아닌가.

어떤 경우든 집단적 구조조정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오히려 차별화하여 잘하는 경제주체가 제일 못하는 경제주체를 M&A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보다 잘하는 은행이 나서서 더 많은 대출을 하게하고, 보다 잘하는 건설회사가 어려운 회사를 M&A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고 상대적으로 역량이 있는 그런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점유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가는 과정이 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이다. 그런데 집단적으로 ‘몇 개 퇴출' 이런 식으로 하면 시장은 꼼짝을 안하고 잘하는 기업도 움직이지 않는다. 차별화하고 서열화함으로써 시장이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인데, 과거에 집단적으로 구조조정해서 지표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표를 건전하게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체질변화가 없는 ‘지표구조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바로 차별화하고 서열화하여 열심히 하지 않고 살아날 수 없다는 압력을 통해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구조조정은 서열의 마지막 제일 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외환시장의 불안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우리나라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금융에서 말하는 소위 ‘불가능한 삼위일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경상수지 흑자도 내면서 자본자유화도 하고, 또 성장도 하고자 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하는데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자본자유화가 된 상태에서 성장률을 높이면 자본유입이 늘어나서 환율이 내려가고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자유화를 하게 되면 성장률을 선진국 성장률보다 크게 높일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더 성장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불안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또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은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에 대폭적인 개선이 어려운 경우 결국 환율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스왑 등을 통해 차입이 늘어도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없고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는 있으나 또다시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어 환율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환율 급변동은 지난 10년간 추구한 자본시장 개방의 결과이지만, 세상에 좋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방이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현재 외국인들은 급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환매에도 대비해야 하고, 서브프라임 손해도 메꾸어야 한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니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갖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외환보유고는 최근 줄어들어 2000억 달러가 되었다. 전 세계적 외환거래량(경색이전 하루 2조달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만일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한다면 돈 잃고 환율도 방어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미 통화 스왑도 좋고 정부의 대외채무지급 보증도 좋지만 결국은 우리의 달러유치 실력이 관건이다. 결국 기업이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거나(무역수지 흑자), 우리의 신용을 근거로 달러를 빌려오거나(자본수지 흑자)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달러의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하여 달러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가 결제통화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FRB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 공급도 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에 투자된 월스트리트 자금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환율도 높아질 것이다.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경상수자 흑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서 현재 수출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그렇다면 수입을 줄여야 한다. 수입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좀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SOC투자도 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있고, 기름도 덜 써야 된다. 그러니까 수출을 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내수 용도의 수입을 최대한 줄여야만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책을 보면 내수를 살린다 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SOC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돈 풀어 돈 쓰라고 하면 수입이 줄어들겠나. 수출도 안되고 수입은 줄이지 못하고 그러면 외환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좀 춥게 사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점을 정부가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상황에 따라서는 민영화 일정을 순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일정조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를 지렛대로 툭하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와 체제는 없으며, 시장주의가 국가개입주의 보다 ‘덜 해롭기' 때문에 채택되는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도, “지금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위기 해결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속 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업은행의 상업은행 기능과 정책금육 기능의 분리 및 전자의 민영화는 옳은 방향이다. 주식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민영화를 진행하되, 원칙은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법 개정 등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제 값을 받기 위한 전략이면 OK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민영화 전체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방향을 정치적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민영화는 진행하되, 제 값을 받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약간 의견이 다르다. 제 값을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매각을 미루다 보면 그 기간 동안의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가능하면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등과 관련해서는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해야 했는데, 잘못 시도하다 보니까 전반적인 공기업 민영화가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은행은 당연히 민영화 되어야 한다. 다만, 현재 경기침체로 산업은행 매각시 매입주체와 가격 등에 문제가 있으므로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감세는 조세체계와 세율구조를 바꿔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에 불이익이 안가도록 조세구조를 개혁하는 일이다. 감세의 경기 부양효과는 부차적일 수 있지만, 그러나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감세를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세체계와 세율을 개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확대는 평상시 같으면 불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단지 재정확대만 한다면 구축효과 등으로 회복시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두 가지를 같이 추진해야 한다.
재정적자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위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확대재정정책도 본래의 상태로 환원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자를 내더라도 지금 감세 기조를 확립해 두어야 위기가 끝난 후에 작은 정부 기조를 회복하기가 쉽다.
감세도 필요하나 먼저 재정지출 확대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점진적인 감세를 추구해야 한다.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시기에 감세의 경우 저축이 늘어나고 소비증대효과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높여왔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 역시 필요하다.
미국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이고 또한 과거에 이 같은 경기부양책을 써 먹지 않아서 그 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내수진작을 위해 SOC 투자를 써 먹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됐기 때문에 SOC투자를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요한 것은 SOC 예산 증액은(내년 SOC예산은 올해보다 26.7% 늘어난 24조7000억원) 아주 예외적인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의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정부의 재정지출 실패의 결과이며, 미국의 1930년대 뉴딜정책도 성공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지출 보다는 감세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감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대로 “부자들의 잔치”가 아니다. 감세는 재정배당(fiscal dividend)이고, “일하는 사람의 근로 유인을 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세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도록 일부 품목(예컨대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감세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보호무역주의는 서로를 죽이는 정책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잘 설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미FTA를 관철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은 바람직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개방도를 고려하면 수출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는 크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을 강조할 수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비준은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미국의 상황이 유동적이므로 관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모임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한 것은 너무 잘 한 것이다. 1930년대에 경기침체로 끝날 것을 대공황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보호무역 때문이었다. 미국이 외국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스뭇-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 되었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포괄적으로 평가했을 때' 한국의 국익에 매우 부합하는 협정이다. 하지만 야당의 정치공세로 우리나라에서 비준에 실패했고,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실기(失機)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설사 연내 한국에서 비준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 민주당 정부 하에서 한미FTA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FTA가 실제로 발효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는 곤란하겠지만, 정부로서는 그런 안 좋은 경우도 상정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상항에서 한미 FTA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단지 국내여론을 통일하는데 노력하고 미국의 동태를 살피면서 적절한 시기에 국회통과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당분간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있는 것 같지 않다.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우선 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해외소비를 감소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동결 및 노사분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이 경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해고보다는 임금동결이나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임금동결 및 효율적인 경영으로 비용을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도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부양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기침체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협력이다.
내년도 한국경제의 예상성장률은 수출과 내수 어디를 보더라도 높을 수 없다. 따라서 저성장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위험성이 높다.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든 경제주체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옮겨 붙은 불로 가재도구를 태웠기 때문에 우리 쪽의 방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필요이상으로 악화된 것은 결국 정책실패의 산물이며, 이는 정책공조의 실패와 리더십의 위기로 압축될 수 있다. 경기가 침체기에는 제도개선의 호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고쳐야 할 법안과 각종 규칙들을 고쳐,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위기보다 더 위중했던 IMF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을 다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 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이 발표되는 지표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앞서 조동근 교수도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것이 없이 열심히 살았다. 국민도 기업도 은행도 정치권도 자신감을 갖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항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 짐을 져주지 않는다. 정부를 믿고 있어도 안 된다. 자조하고 내 노력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모두 최선을 다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려면 고통이 더욱 오래갈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부도를 내지 않도록 지원하다보면 모든 기업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들이 그런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을 허용해야 우량기업들로 돈이 흘러서 경제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 국민들이 당장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극심한 고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진통제 처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통제가 습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연시 되고 있는 유동성 확대와 재정팽창, 부실기업 지원 같은 것은 진통제에 해당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만이 경제회복의 정공법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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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로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다. 2008년 초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화가치가 9월 중순에는 1,150원, 11월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기관과 선물시장 등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한국 외환시장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한국의 외환시장 같다. 2008년 초에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던 9월 중순에는 1,150원대로, 11월 24일에는 올해 사상 최고치이며 1998년 3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일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서 36.2%가 하락했는데,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 폭 11.8%, 2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상승률의 표준편차)은 연초부터 9월 말까지는 0.9이었으나 10월부터 12월 17일까지는 3.3으로 약 3.6배나 커졌다. 이 기간 중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각각 1.8배, 2.1배 커지는 것에 그쳐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통화보다 훨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부문의 달러 수요의 증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던 외국의 투자자금들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8년 초부터 지난 12월 12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의 주식매매 동향을 보면, 한국에서의 순유출액이 370억 달러로 총 순유출액 1,021억 달러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규모가 커지면서 2002년 이후 흑자를 지속했던 한국의 자본수지는 2008년 1~10월에는 35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이유는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곳이 금융부문 만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 또한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2월에 적자 전환한 후에 2008년 1~10월 중에는 누적적자규모가 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10월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각각 53억 달러, 65억 달러 흑자를 보여 총 128억 달러가 한국에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적자가 모두 460억 달러에 달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유발하면서 환율의 상승 폭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은 해외펀드와 관련된 선물환 거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7년에 해외증권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환리스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가 크게 늘어났었다. 2007년의 해외 증권투자규모는 501억 달러로 이중 선물환매도 규모는 27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계 증시의 폭락 장세는 이러한 해외펀드들의 선물환매도가 오버헤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펀드의 오버헤지 청산을 위한 선물환매수 과정에서 은행권이 환헤지를 위해 현물환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달러 부족 상황을 더욱 악호사키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또한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달러의 공급주체들인 수출업체들은 달러보유를 늘리면서 매도를 지연하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 확보를 서두르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화 초과수요 현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를 늘리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상승은 달러화의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외환거래량에서 한국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0.83%이다. 반면 호주의 경우는 4.26%인데, GDP나 교역(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계GDP의 1.78%, 세계교역의 2.59%를 차지하는 반면 호주는 각각 1.51%, 1.06%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외환거래 규모를 가지는 노르웨이의 경우(0.8%)는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0.7%, 0.74%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98%가 달러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4분기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414억 달러인데, 이중 원-달러간 거래가 40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경색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등으로 현물환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일평균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77억 달러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결제 수요나 해외 금융악재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반응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대외채무 증가로 3/4분기 에 대외순채무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말 현재 2,005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나 지난 3월의 2,642억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국제수지의 적자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무는 2008년 3/4분기 말 현재 4,251억 달러이며 대외채권은 4,000억 달러로 집계되어 2001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251억 달러의 순채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특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단기채무는 3/4분기 말 현재 1,594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3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잔존만기 1년의 장기채무를 고려한 유동외채는 2,271억 달러로 11월 말의 외환보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9월 1일 The Times의 보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등이 잇달아 국내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9일에는 다우존스가 "신용평가사 Fitch가 한국의 은행들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오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의 이러한 보도는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주요외신의 보도와 같이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의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3개월치 경상수입액)은 약 1,6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설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 이상의 달러화 공급 채널을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기업부문과 금융부분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이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과제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달러의 수급 상황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4일의 배럴당 140달러에서 12월 17일에는 43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0월에는 4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미 체결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맞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내수부진과 유가의 하향안정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유동성공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인해 점차 안정되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마련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제도롤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달러화 위주의 결제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전체 외환거래의 98%를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나 달러화 유동성의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역 면에서 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2008년 1~10월 동안 2,262억 달러에 달해 전체교역액 7,460억 달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역내 교역은 엔화나 위안화 등의 결제비중을 높임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금융권의 단기 대외채무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저자소개: 장재철 박사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경제 20년의 재조명(공저)’, ‘외환위기 5년, 한국경제 어떻게 변했나(공저)’ 외 다수가 있다.

장재철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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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로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다. 2008년 초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화가치가 9월 중순에는 1,150원, 11월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기관과 선물시장 등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한국 외환시장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한국의 외환시장 같다. 2008년 초에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던 9월 중순에는 1,150원대로, 11월 24일에는 올해 사상 최고치이며 1998년 3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일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서 36.2%가 하락했는데,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 폭 11.8%, 2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상승률의 표준편차)은 연초부터 9월 말까지는 0.9이었으나 10월부터 12월 17일까지는 3.3으로 약 3.6배나 커졌다. 이 기간 중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각각 1.8배, 2.1배 커지는 것에 그쳐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통화보다 훨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부문의 달러 수요의 증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던 외국의 투자자금들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8년 초부터 지난 12월 12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의 주식매매 동향을 보면, 한국에서의 순유출액이 370억 달러로 총 순유출액 1,021억 달러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규모가 커지면서 2002년 이후 흑자를 지속했던 한국의 자본수지는 2008년 1~10월에는 35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이유는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곳이 금융부문 만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 또한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2월에 적자 전환한 후에 2008년 1~10월 중에는 누적적자규모가 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10월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각각 53억 달러, 65억 달러 흑자를 보여 총 128억 달러가 한국에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적자가 모두 460억 달러에 달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유발하면서 환율의 상승 폭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은 해외펀드와 관련된 선물환 거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7년에 해외증권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환리스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가 크게 늘어났었다. 2007년의 해외 증권투자규모는 501억 달러로 이중 선물환매도 규모는 27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계 증시의 폭락 장세는 이러한 해외펀드들의 선물환매도가 오버헤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펀드의 오버헤지 청산을 위한 선물환매수 과정에서 은행권이 환헤지를 위해 현물환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달러 부족 상황을 더욱 악호사키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또한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달러의 공급주체들인 수출업체들은 달러보유를 늘리면서 매도를 지연하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 확보를 서두르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화 초과수요 현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를 늘리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상승은 달러화의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외환거래량에서 한국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0.83%이다. 반면 호주의 경우는 4.26%인데, GDP나 교역(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계GDP의 1.78%, 세계교역의 2.59%를 차지하는 반면 호주는 각각 1.51%, 1.06%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외환거래 규모를 가지는 노르웨이의 경우(0.8%)는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0.7%, 0.74%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98%가 달러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4분기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414억 달러인데, 이중 원-달러간 거래가 40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경색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등으로 현물환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일평균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77억 달러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결제 수요나 해외 금융악재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반응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대외채무 증가로 3/4분기 에 대외순채무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말 현재 2,005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나 지난 3월의 2,642억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국제수지의 적자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무는 2008년 3/4분기 말 현재 4,251억 달러이며 대외채권은 4,000억 달러로 집계되어 2001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251억 달러의 순채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특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단기채무는 3/4분기 말 현재 1,594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3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잔존만기 1년의 장기채무를 고려한 유동외채는 2,271억 달러로 11월 말의 외환보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9월 1일 The Times의 보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등이 잇달아 국내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9일에는 다우존스가 "신용평가사 Fitch가 한국의 은행들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오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의 이러한 보도는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주요외신의 보도와 같이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의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3개월치 경상수입액)은 약 1,6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설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 이상의 달러화 공급 채널을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기업부문과 금융부분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이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과제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달러의 수급 상황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4일의 배럴당 140달러에서 12월 17일에는 43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0월에는 4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미 체결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맞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내수부진과 유가의 하향안정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유동성공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인해 점차 안정되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마련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제도롤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달러화 위주의 결제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전체 외환거래의 98%를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나 달러화 유동성의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역 면에서 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2008년 1~10월 동안 2,262억 달러에 달해 전체교역액 7,460억 달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역내 교역은 엔화나 위안화 등의 결제비중을 높임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금융권의 단기 대외채무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저자소개: 장재철 박사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경제 20년의 재조명(공저)’, ‘외환위기 5년, 한국경제 어떻게 변했나(공저)’ 외 다수가 있다.

장재철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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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자,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시장보다는 정부가 엄격히 규제하는 시스템이 더 낫다며 정부간섭을 촉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나라마다 정부 몫이 늘어나고 시장의 몫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으며,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청사진으로는 아무리 그럴 듯해도, 실제로 시행되면, 그런 대안들은 모두 정치적 압제/문화적 통제와 정체․경제적 빈곤을 낳는다.

갑작스럽게 닥친 이번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들이 거세졌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되도록 삼가는 미국형 경제 체제가 문제를 드러냈다는 진단은 온건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유럽 대륙의 경제 체제가 낫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심지어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원인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진단들이 별다른 근거를 지니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그것들이 말해주는 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뿐이다.

복합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위기

이번 위기처럼 큰 사건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다. 두드러진 요인들은 미국 금융 기업들의 무리한 경영과 미국 정부의 거시경제적 실책이다. 이 둘이 결합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나왔다. 일차적 책임은 물론 ‘월 스트리트’로 불리는 미국 금융 기업들에게 돌아간다. 은행업은 예금주들의 단기 자금들을 모아 개인들과 기업들에 장기 대출하는 영업이다. 따라서 은행업은 본질적으로 불안한 영업 방식이고, 은행들은 늘 유동성에 마음을 써야 한다. 미국 금융 기업들은 거의 다 시장이 늘 유동적이라는 가정 아래서 행동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오류다. 이미 수많은 공황들이 보여주었듯이, 한번 두려움이 퍼지면, 아무도 위험을 지지 않으려 해서, 유동성이 문득 사라진다.

근년에 오래 지속된 호황 속에서 위험한 투자들이 큰 보상을 받았다. 자연히, 모든 금융 기업들이 다투어 위험한 투자에 몰두했다. 파생 금융은 거래소도 없는 데, 모두 파생 금융 상품들을 팔고 사는 데 여념이 없었고, 몇 해 동안에 세계 경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파생 금융 상품들을 안게 되었다.

다른 편으로는, 미국 금융 기업들의 그런 위험한 행태를 부른 거시경제적 상황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떠받치려고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했다. 금리가 낮아 자금이 싸니, 미국 시민들은 빚을 얻어 소비를 늘리고 집을 많이 샀다. 거품이 꺼지자, 집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았다. 그래서 자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어 이번 위기가 나왔다.

경기가 좋을 때, 경제가 무리한다고 경기를 낮추는 정책을 쓰면, 거센 비난을 받는다. … 경기가 자연적으로 낮아져도, 경기를 되살리라는 압력을 받아 거의 언제나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그래서 작은 몸살들로 끝났을 일이 이번처럼 큰 몸살이 된다.

이런 상황은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 거품은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나왔고,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런 거품의 존재다. 이렇게 보면, 지금 세계 경제는 그 동안 무리한 까닭에 ‘몸살’을 앓는 셈이다. 자금이 워낙 싸니,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소비하고 집을 샀다. 그런 무리가 이번 몸살을 부른 것이다. 몸살은 괴롭지만 실은 더 큰 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만일 몸살이 나지 않으면, 우리는 무리를 하는 줄 모르는 채 계속 무리를 하게 되어 더 큰 병에 걸리거나 급사한다.

이번 몸살은 실은 너무 늦게 왔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세계 경제가 무리를 해서 거품이 끼었다는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은 그런 신호를 무시했다.

정치적 요인이 더 큰 위기 불러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앙은행도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 총재는 현인으로 존경을 받지만, 그도 비난은 피하고 인기는 높일 길을 고른다. 경기가 좋을 때, 경제가 무리한다고 경기를 낮추는 정책을 쓰면, 그는 거센 비난을 받는다. 특히, 자신의 치적에 마음을 쓰는 대통령이 경기를 일부러 식히는 정책에 순순히 따를 리 없다. 경기가 자연적으로 낮아져도, 경기를 되살리라는 압력을 받아 거의 언제나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그래서 작은 몸살들로 끝났을 일이 이번처럼 큰 몸살이 된다.

 

정치적 논리는 경기에 대한 비대칭적 대응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산 거품이 주로 주택 시장에서 일었다는 사정은 통제를 무척 어렵게 했다. 모든 정권들은 가난한 사람들도 자기 집을 갖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추구한다. 미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어서, 역대 정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도록 여러 혜택들을 제공했다. 이런 정책 덕분에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이 늘어났다. 설령 누가 비우량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의 위험을 경고하더라도, 그런 경고는 이내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돈도 빌릴 수 없다는 얘기냐?"는 반론에 부딪칠 터이다. 그런 반론이 지닌 정치적 무게는 물론 압도적이어서, 누구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다.

사회적 자유엔 큰 제약이 있다. 한 개인에게 허여된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해치지 않아야 하므로, 개인들이 실제로 누리는 자유는 큰 제약을 받는다. 당연히, 자유 시장은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에 참여한 개인들은 갖가지 법들과 관행들과 기구들이 미리 정해놓은 상당히 좁은 경기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너무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은 미국의 금융 시장도 촘촘히 짜인 규칙들 아래서 움직여 왔다. 이번 파국은 규칙들이 덜 촘촘해서 나온 부분도 있지만, 애초에 규칙들이 잘못 설계된 데서 나온 부분도 작지 않다. 그나마 미국 정부는 그 규칙들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의 증권 시장을 직접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래서 실제로 감독다운 감독이 없었다.

새로운 위험관리체계 마련돼야

이번 위기가 급한 대로 수습되면, 제도의 개혁이 따를 것이다. 위험 관리가 허술함이 드러났으므로, 새로운 위험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긴요하다. 이 과제는 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중앙은행의 정책이 품은 내재적 편향이 근본적 원인이었으므로, 이 위험을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일은 무척 어려워서, 가까운 장래에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음엔, 파생 금융 상품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의 차원에선 최고경영자가 파생 금융 상품들로 기업이 지는 위험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그런 위험을 제대로 아는 최고경영자는 너무 드물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주 어려운 수학을 써서 마련된 파생 금융 상품들의 위험을 모른 채, 그저 수익이 많아지니, 그대로 둔 것이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 진화의 과정을 근본적 수준에서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의 과정은 적응에 실패한 종들과 특질들의 사라짐을 통해서 진행된다. 급한 김에 실패해서 도산하게 된 기업들을 살리면, 궁극적으로 시장의 건강과 진화를 해치게 된다.

금융 시장의 차원에서도 파생 금융의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체계가 어떤 모습을 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모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막상 파생 금융을 규제하는 방안을 생각하면, 뚜렷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방안은 많은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서 진화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시장이 계속 진화하리라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를 결정적으로 키운 파생금융 상품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나온 혁신이었다. 앞으로도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대응해서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나올 것이다. 혁신들의 출현, 시장에서의 선택, 그리고 성공한 혁신들의 확산이라는 진화의 과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크게 보면, 이번 금융 위기 자체도 시장이 진화하는 과정의 작은 부분일 따름이다. 이미 금융 시장의 구조는 크게 바뀌었고, 그렇게 바뀐 구조 자체가 적응을 통해서 얻어진 소중한 지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점은 새로운 금융 기법들이 규제가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의 규제가 나오면, 기업들은 그 규제에 반응해서 새로운 기법들을 생각해낸다. 앞으로도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에 적응해서 새로운 기법들을 창안해낼 것이다. 환경이 늘 바뀌고 기업들이 규제에 반응해서 행동하는 터에, 완벽한 규제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는 미국 주택 금융 시장이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패니 메이(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에 의해 주도되고 미국 정부의 주택 정책에 의해 인도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이 진화의 과정을 근본적 수준에서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의 과정은 적응에 실패한 종들과 특질들의 사라짐을 통해서 진행된다. 급한 김에 실패해서 도산하게 될 기업들을 살리면, 궁극적으로 시장의 건강과 진화를 해치게 된다.

경제적 자유를 위축해서는 안된다

지금 정치적 상황은 경제적 자유의 위축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금융 위기를 시장의 잘못으로 돌리는 여론이 워낙 거세므로,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은 무척 클 것이다. 나라마다 정부의 몫이 늘어나고 시장의 몫은 눈에 뜨이게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의 적들은 시장의 자율보다는 정부의 간섭을 권장한다. 언뜻 보면, 지금 상황은 그들의 주장을 떠받치는 것처럼 보인다. 찬찬히 살피면, 그러나 그들의 주장들이 허약한 바탕을 지녔음이 드러난다.

금융 위기는 시장이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로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했다. … 따라서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유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어리석다.

정부가 위기를 맞은 금융 기업들에 자금을 대서 살리는 조치는 물론 시장 경제에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조치가 부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큰 문제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고, 사회가 치를 손실을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실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은 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의 기능을 수행했고 경제적 위기가 나올 때마다 중앙은행이 신용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번에 여러 나라들의 정부가 시장을 구원한 것이 시장 경제의 원리를 깨뜨린 것은 아니다. 경제적 자유주의가 무정부주의를 지향했던 적은 없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했고 현대적 민영화가 처음 시작된 영국이 은행 산업의 대부분을 국유화한 조치는 당연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나라들이 영국의 조치를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핵심까지 흔들리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이런 조치가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은행 산업의 국유화는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조치로 이루어졌지 국유화 자체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다. 은행들을 국가가 계속 소유하겠다는 얘기도 아니다. 국가가 소유한 은행들은 되도록 빨리 그리고 높은 값을 받고 팔아서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번 금융 위기는 시장이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주로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했다. 규제가 적어서가 아니라, 규제가 잘못 설계되었거나 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왔다. 따라서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유 시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어리석다. 미국형 시장 경제가 몰락했다는 얘기는 피상적 관찰에서 나온 잘못된 진단이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규제 철폐(deregulation)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세계는 크게 발전했고 번영을 누렸다. 많은 사회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고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정치적 자유와 문화적 풍요를 아울러 누렸다. 이번 금융 위기를 부른 책임의 큰 부분을 미국형 시장 경제에 돌리는 일의 부당함을 떠나서, 이번 금융 위기로 입은 손실은 그렇게 거대한 공헌에 비기면 결코 크다 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는 재산을 그것을 모은 사람이 갖는 제도다. 그래서 인성에 맞고 자연스럽다.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뜻에서, 그것은 ‘선택하지 않아도 나오는 상태(default state)’다. 따라서 사회주의와 같은 대안적 체제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나오고, 자연히 비효율적이다.

70년 동안 이어진 공산주의 실험이 가리킨 것처럼, 자본주의의 대안은 모두 자본주의보다 못하다. 청사진으로는 아무리 그럴 듯해도, 실제로 시행되면, 그런 대안들은 모두 정치적 압제․문화적 통제와 정체․경제적 빈곤을 낳는다. 반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시행된 현대 사회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렸다. 사람들이 때로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만, 그들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뛰어남을 깨닫게 된다.

지금 경제적 자유주의는 반대파의 거센 비난과 공격에 밀리고 있다. 1990년대 초엽에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처음으로 자유주의의 적들이 기세를 올리는 터라, 이념적 전선에서 이번 싸움이 지닌 중요성은 크다. 그래서 2008년 10월 18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사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궁지로 몰렸지만, 자본주의를 믿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Capitalism is at bay, but those who believe in it must fight for it.)" ■

저자소개: 복거일 소설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소설가,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비명을 찾아서’. ‘진단과 처방’, ‘이념의 힘’ 외 다수가 있다.

복거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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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 강만수 기획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노동계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객원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시민단체의 주장을 듣고, 정부와 여당의 의견 또한 검토해보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8일 청와대 입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금융위기의 근원은 정책당국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이라며 “신뢰회복을 통한 위기극복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팀의 문제점으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는 과도한 건설사 지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금융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 무시 등을 지적하며 “현 경제팀이 뒷북치기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국채의 부도위험지수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우리 내부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과도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결국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의 정책실패 탓”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이어 “현 경제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국제경제가 패닉 상황으로 치달을 때 전문가들과 외신들의 국내 금융위기 경고를 괴담 수준으로 치부했다. 외신들이 천문학적인 단기외채,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금융부실 위험을 지적하자 근원을 제거하려는 대책 마련보다는 악의적 보도라며 반박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정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내은행 등이 달러·원화 등의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며 국가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하자 정부는 시중은행의 외채 지급보증·은행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면서 현 경제팀의 뒷북치기를 질타했다.

이와 함께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려 하자 근본적인 구조조정 노력보다는 거품을 더욱 키우도록 하여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들에게 건설사와 가계에 신규대출을 해주라는 임기응변식 정책을 내놓았다”면서 정부의 모순된 부동산대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로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하고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현 경제팀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새로 구성될 내각과 관련, 경실련은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초당적이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검증된 경제전문가들로 새로이 거국적 비상경제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감세 추진 드라이브와 관련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극심한 고용부진에 대비해야 하며, 필요할지 모를 공적 자금을 비축해야 하며,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적자금 조성’ 필요성까지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총 산하 산별조직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은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21일간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무금융연맹은 현재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민노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을 비롯,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 등 야당도 강만수 경제팀 교체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강 장관 교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헌재 같은 분을 기용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후임 인선까지 언급하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장관 퇴진론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주가나 환율 면에서 유독 더 흔들리는 원인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으로 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즉 현 정부 경제팀이 시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을 향한 화살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장관이 의욕이 앞서다보니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들 왜 그렇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씹어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은행들의 거래를 나라가 보증해주자고 했거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자고 했으면 국회나 한국은행이 O. K. 했겠느냐”면서 “한국의 정서나 상황이 한발 앞선 선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지금 경제팀을 바꾸자는 주장들을 보면 사람만 바꾸지 기존 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은 효과가 없는 이야기다.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사람만 바꿀 경우 결국 시간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지금 경제수장은 외국에서 외환조달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며, 발표 한 달 전부터 각종 대책에 대한 것도 열심히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아왔다”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언급, 당 지도부가 강 장관을 교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요즘 간혹 연말개각이니 경제사령탑을 교체해야 된다느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불이 나고 있는데, 불이 붙고 있는데 불부터 꺼야지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강 장관 경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헌재 카드’에 대해서도 “특정인물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거론되는 특정인물은 관치금융의 연금술사다. 지금 규제철폐가 관건인데 그런 사람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자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김필재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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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퇴장하는가? 미국 발(發) 금융위기 이후 좌파 시민단체들의 자유주의 비판이 격렬해간다. 민주노총은 9월26일 성명에서 『新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체모순에 의해 붕괴해가고 있다』며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안(代案)경제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경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온 결과, 중소기업은 일상적인 파산위기에 직면해있고,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익의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고율로 배당되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자본들의 단기이익 창출의 희생양이 된 저임금비정규노동자는 갈수록 확대되어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면서 무분별한 재벌규제완화 및 공기업사유화, 한미FTA비준 등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결국 친 재벌 시장화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재앙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냐』며 『이명박 정부는 기어이 민생경제를 파탄내고 말겠다는 심산이냐』고 비난했다.

소위 보수언론 역시 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9월22일 조선일보는 『「신자유주의」막 내리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올렸다. 『작금의 금융공황이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실질적인 종언을 뜻한다』는 요지였다. 투자은행(IB)들이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이용, 최소한의 자금만 가지고 수십, 수백 배나 되는 큰돈을 거래하는데도, 이에 마땅한 규제가 없었다는 것이 금융공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금융위기

「월가의 탐욕」, 「시장의 실패」등 최근 언론에서 회자되는 용어들도 자유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웅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은 세간의 평가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규제와 간섭 없이 방종해 온 시장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이며, 이를 가지고 신자유주의가 몰락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최박사의 분석이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어 온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닷컴경제(IT산업)」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저리의 이자율을 고수했다. 이것은 시장 기능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고,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린스펀은 2006년 이후 의장직을 떠났지만, 2년 후 경제호황이 끝나면서 부작용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세계화와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금융자유화와 자유무역 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경제 이념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 이론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경제학의 신주류로 등장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이 모두 이에 기초한다.

그러나 좌파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자마자, 이제 사회주의의 시대가 온 것인 양 큰소리친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 과연 「월가의 탐욕」과 같은 소위 자본주의의 구조적 맹점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그린스펀 사례와 같이 「시장의 실패」가 아닌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자유주의는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속의 「탐욕」을 본질로 한다. 그린스펀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왜곡한 채 저리의 이자를 고수해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월가의 배를 불렸다면, 이는 자유주의를 벗어난 이단이다. 따라서 비판받아야 할 것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그린스펀의 경제정책이지, 「자생적 질서」나 「탐욕」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미국 발 금융위기를 통해 오히려 자유주의의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법(法)의 지배로 통제되는 탐욕

설령 「월가의 탐욕」에서 모든 원인을 찾는다 해도, 그것이 소위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자유주의는 또 다른 본질은 「법의 지배(Rule of Law)」로 통제되는「탐욕」이다.

자유주의의 비조격인 하이에크의 질서관은 결코 자유방임(Laissez Faire)의 원리주의가 아니었다. 그의 자유방임는 엄중하게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의해 운영되는 정의로운 게임의 시스템이다.

하이에크는 토지, 주식의 폭등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무제한·무절제의 탐욕을 옹호하진 않았다. 공정한 룰을 일탈해서 폭주하는 시장은 오히려 자유의 기초를 허무는 「노예의 길」이 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인소유권과 계약의 룰을 서로 지키며 공정한 교환시장에서 경제번영이 약속된다는 하이에크의 시장에서는 결코 약육강식의 법칙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시장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두 개의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욕심이 있기에 고수익을 추구하고 두려움이 있기에 위험을 기피한다. 양자를 어우르며 상품이 제조되고 기관이 설립된다. 정부는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감독하고, 경기규칙에 따라 경쟁하도록 심판하는 구실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유주의 아래서 금융 감독의 요체는 경쟁을 부추겨 「시장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장안정성」을 도모하는 균형이다. 여기서도「시장안정성」을 무시한 미국 당국의 문제를 자유주의의 「시장효율성」의 기초인 탐욕에서 찾아선 안 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불성실하게 운용한 정책 당국의 책임을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전가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성욱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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