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준법지원인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법무팀 등이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준법지원인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의 중복규제이다. 더구나 이 제도는 대기업보다도 중소기업에 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상법개정으로 인해 이 제도를 당장 폐지하거나 할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우선은 대상기업을 최소화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추후 이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난 3월 11일 급작스럽게 '준법지원인’이란 생소한 제도가 상법개정을 통하여 도입되었다. 현재는 그 적용대상의 범위를 정하는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의견들이 분분한 상황이다. 사실 변호사로 한정되는 준법지원인이란 제도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최초라는 점에서 입법권남용 또는 법조계 밥그릇 챙기기 등과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중복규제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 중의 하나로 내부통제시스템 논의가 있었고, 현재는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준법감시인을 통해 내부통제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준법감시인들이 담당하는 주요업무는 경영판단이 법령이나 정관 등과 같은 자치규범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 지를 감독하는 것이다. 특히, 준법감시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감사 등과 중복감독이라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 온바 있다.
따라서 이번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현재 개정상법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변호사 등에 한해서 상근으로 최소 3년간 그 직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변호사 등’이란 변호사 외에도 법학교수, 법률전문가들도 해당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업무효율성 하락과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
그러나 이보다도 더 큰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영진과 준법지원인간의 시각차로 인한 업무효율성의 하락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영판단이란 위험감수의 원칙에 입각한 경영자의 결단이다. 반면에 준법 판단은 위험회피의 원칙에 입각한 위법성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준법지원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신규시장을 창출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창의적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그 밖에도 준법지원인제도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을 수도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사업규모상 경영진 몇 사람의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법무팀을 통해 준법지원인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준법지원인과 관련해 문제는 중소규모의 상장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의 강점은 경영진들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시장 선점 및 틈새시장 공략에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소상장사들이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준법지원인 제도는 시장에서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수 있다.
옥상옥의 규제로서, 특히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이 될 준법지원인제도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만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미 상법개정은 이루어졌고, 당장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은 시행령으로 나마 가능한 한 많은 상장사들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만간에 마련될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강제설치대상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대상 기업 범위 최소화 후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개정상법에 따르면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상장사’만 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자산규모를 정하는 것은 시행령에 위임한 바 있다. 현행 법률들은 상장사 중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에 한하여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 등과 같은 특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도 없는 것은 아니나 우선 급한 대로 이들에 한해서만 준법지원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물론 추후 준법지원인제도 자체를 반드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의원입법의 남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는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받아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다시는 이러한 무분별한 입법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