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팀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
브라질과 1-2패, 포르투갈과는 0-7패,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에 0-3패, 북한 월드컵 대표팀이 44년 만에 나선 월드컵 본선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북한 대표팀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 국적을 가진 정대세가 북한 대표팀을 선택하고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장면은 바로 화제가 되었으며, “역시 한민족이다. 북한이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네티즌들은 북한이 포르투갈에 대패한 것을 보고 “남북이 이념은 달라도 우리는 형제고 동포다”며, “저도 그 경기보고 너무 안타까웠고 지금도 바보같이 착해 보이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도 동의할 수 있었다. 북한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북한팀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브라질과의 시합 전날 "북한 팀은 이기면 영웅, 지면 가혹한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탄광에 보내질 수도 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나 김정훈 북한 축구팀 감독과의 공식기자 회견에서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들이 어떤 처벌을 받느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들이 그것이다.
이것들을 보면서 조금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 언론이나 외신 기자들이 바라보는 상황이 맞을까? 아니면 과장되었을까? '스포츠를 정치와 분리시켜야 한다는 논리’에서 보면 당연히 하지 말았어야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정치와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스포츠와 정치를 연결시키지 말라’는 주장은 너무 순진한 현실 인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보도와 질문들도 이해가 갔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녀와 정치가 미인계로 연관이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가 국가 이미지를 높이며, 소위 말하는 3S(Sports, Screen, Sex)가 사람들을 정치에 관심 없게 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정대세 선수 이야기를 해보자. 그가 재일교포이며, 일본에서 교포들이 당했던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뜨거운 눈물을 쏟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졌다. 그러나 나는 내 주위의 많은 탈북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곧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정 선수 말고도 많은 재일교포들이 일본에 있다. 그리고 그 중 약 30만 명이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환상과 조총련의 공작으로 만경봉호를 탔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일본에서 힘들게 번 돈을 빼앗기고 '째포’(재일교포의 준말)라는 비아냥을 듣다가 결국은 정치범 수용소로 갔다. '수용소의 노래’ 저자 강철환씨의 조부모들이 대표적인 조총련계 인사였으며, 어느 날 갑자기 강 씨는 아무것도 모른채 가족들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갔다. 또 거기서 많은 조총련 간부들과 연좌제로 인하여 끌려온 그들의 가족들을 수용소에서 만났다고 한다. 물론 그 말고도 한국에 있는 1만 6천 명의 탈북자 중에는 재일교포 출신들이 많다.
평생 축구에 빠져 산 26살의 정대세는 그가 택한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인 노력으로 국가대표급의 기량을 갖게 된 그를 높게 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감상적으로만 북한을 바라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골을 넣었을 때 한반도기가 그려진 내의를 보이며 한다는 '조국통일’ 세레모니도 의미 없이 다가 왔다. 통일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도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북한 사람들이 먼저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 정부는 통일을 원하지도 북한 사람들의 인권도 중요시 여기지 않겠지만.
선수들의 처벌 문제를 물어보는 외신들도 이해가 간다. 66년 월드컵 8강에 올라가는 업적을 쌓았던 북한 선수들도 67년 5월 갑산파 숙청의 불똥을 맞아 함경북도 경성군의 도자기 공장 등으로 '혁명화’ 사업에 보내졌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한 사실이다.
북한 축구팀이 1994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이후 김정일의 지시로 12년 동안 국제무대에 나오지 못한 것도 잘 알려져 있다. 김정일이 기분 나빠 실력을 키워 국제무대에 나가라고 지시한 것이 그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북한팀에 대해서 스포츠와 정치를 연결시키지 말라며, 자신들은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에 있다. '진실을 알리는 모임’이라는 단체와 '라디오 21’이라는 라디오 매체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북한-포르투갈전 응원을 봉은사에서 했다고 한다. 그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으려나? 그러나 그들은 응원가로는 '오~피스 코리아!'(Oh, Peace Korea!)를, 응원 도구로는 한반도 그림이 그려진 깃발을 사용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한국정부를 그렇게 비난하면서 북한 김정일에 대해선 한마디 하지 않는 그들은 왜 축구를 보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를까?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남과 북 사이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당장 평화가 필요한 것은 북한과 북한주민들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차라리 북한 축구를 응원하면서 “축구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냐? 다만 김정일이 미울 뿐이지”라는 탈북자들의 심정을 그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