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2010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와 시 지역을 대상으로 '택시 최저임금법’을, 그리고 2011년 12월 1일부터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법 시행은 한국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노동시장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나치게 경직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서 2000년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2007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13위로 추락한 것이다. 또 한국은 '정규직 고용보호’에서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법 적용은 대표적인 노동시장 규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법 적용으로 한국 노동시장은 앞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창출해야 할 실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말 것으로 우려된다.
택시노동자는 비숙련노동자로 임금 낮아
먼저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 도입 배경을 보자. 노무현 정부에서 '택시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을 통해 2007년 12월 27일 공포되었다. 택시업종은 '지배적인 사납금제 하에서 고정적 임금이 낮아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어 도입이 결정되었다. 당시 도입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하고, '특별시․광역시는 2009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시 지역은 2010년 7월 1일부터, 기타 지역은 2012년 7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결정되었다. 금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제주도․시 지역이 그 대상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납금을 제외한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일반적으로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은 왜 낮을까? 적절한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택시노동자를 숙련노동자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숙련노동자의 임금이 숙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는 달리 택시노동자의 임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택시노동자와 같은 비숙련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 택시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택시노동자의 공급은 넘쳐나기 때문에 택시노동자의 임금은 숙련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낮게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 점이 곧 택시노동자의 임금이 낮게 결정되는 이유다.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립서비스에 불과
정부가 나서서 임금이 낮은 택시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임금을 높게 주려고 하는 것은 그럴듯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면 이는 과연 올바른 정책인가? 그렇지 않다. 무엇 때문인가? 최저임금제의 성격을 알면 대답이 곧 나온다. 최저임금제란 비숙련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낮게 결정되는 임금을 제도적으로 높게 주려는 정책이다. 그러면 누가 임금을 높게 주는가?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높게 주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법을 적용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포켓을 털어서 강제로 높게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는 임금만 높게 주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용자는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고자 비숙련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이게 된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정치가들이 사회적인 명분을 내세워 최저임금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달콤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택시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 택시노동자 해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택시노동자 해고 불러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택시노동자 해고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 지역의 택시노동자들에게 새롭게 적용되는 최저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의 택시회사들이 1,000여명의 택시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경남도 내 창원, 진주, 진해, 밀양, 통영, 김해 등 20여개 택시회사들이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본부 1,000여명의 택시노동자들에게 “2010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제 시행에 따른 경영상의 이유로 부득이 종사원인 귀하를 2010년 6월 30일부터 해고한다”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한 것이다. 이를 놓고 민주택시본부는 “택시사장들이 최저임금을 기피할 목적으로 사납금 대폭 인상, 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최저임금 포함 등을 강요하며 '재직자 전원 정리해고’라는 사상 초유의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칼자루는 이미 사용자의 손을 떠났다. 다시 말하면,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택시노동자 해고는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경련이 지난 3월 '300만 고용창출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앞으로 8년간 300만개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부가 택시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모든 근로자에게 퇴직급여
다음에는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도입 배경을 보자. 이 법은 2011년 12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2010년 6월 23일 입법예고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퇴직급여는 법정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말하는데, 앞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노사합의로 제정되었는데, 이는 기존 퇴직금제도를 퇴직급여제도로 확대 개편하여 2010년 말까지 4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합의되었다. 한국에서 퇴직금제도는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적용된 후 1975년 16인 이상, 1987년 10인 이상, 1989년 5인 이상, 2011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으로 그동안 퇴직급여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4인 이하 사업장 91만 467곳의 상시근로자 100만 941명과 임시 및 일용근로자 52만 5077명이 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받게 되리라고 한다. 이 법 적용을 놓고 노동부는 “법정복지제도인 퇴직급여제도가 50년 만에 사회적 형평성에 맞게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다”며 “근로자의 영세사업장 기피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제도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퇴직급여방식 선택, 체불 방지, 부담금 완화, 퇴직연금 가입률 제고 등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4인 이하 사업장도 사용자가 퇴직금 줘야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이번 퇴직급여제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인 이하 사업장 3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퇴직급여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46.7%에 달했으며, 이들 기업의 77.0%는 연말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①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4인 이하 소기업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퇴직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또한 립서비스일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또한 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노동시장 규제인데, 이 법의 적용으로 소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영이 악화되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데 노동부는 일자리를 줄이는 규제정책을 하나 더 도입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
저자소개: 시장경제 관련 저서 집필에 열중. 저서로는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FKI미디어, 2009),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한국경제연구원, 2009), 『CEO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삼영사, 2008), 『대처리즘―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FKI미디어, 2005) 등 30여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