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 2010-11-22 | 조회수 : 339
정부와 여당은 작은 정부와 성장촉진을 목표로 2008년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를 발표하였다. 낮은 과표구간에 대해서는 약속대로 감세를 실시했으나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부자감세'라는 비난에 직면해 높은 과표구간에 대한 감세약속을 유보 또는 철회하고자 하고 있다. 감세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려는 움직임은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친성장전략에 나쁜 영향을 줌으로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에 있어서 감세를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미국 발 금융위기에 의한 경제위기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012년부터 실시예정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간에 논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감세약속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책의 비일관성: 감세발표-유보-철회

감세논쟁을 둘러싸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가지 주요 변화들이 있어 왔다.

첫째, 정부는 2008년 소득세와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를 발표하였다. 우선,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한편으로 소득세율을 각 과세표준 구간별로 단계적으로 인하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공제 한도를 인상해 왔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처음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였고, 나중에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즉, 2009년에는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을 2%p 인하하였고, 2010년에는 과세표준액이 8,800만원 이상에 대해서 세율을 2%p 인하하려 하였다. 나머지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양 기간 동안 각각 1%p씩 인하해왔다. 또한 정부는 종합소득에 대한 기본공제액, 의료비 소득공제 한도, 교육비 소득공제 한도 등을 인상하였다.

[표 1] 종합소득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2008년
(감세발표)
2009년
(감세유보)
2010년
(감세철회)
2011년
2012년 현행
2012년
개정안
1,200만원 이하
8%
6%
6%
6%
6%
6%
1,200만원~4,600만원
17%
16%
15%
15%
15%
15%
4,600만원~8,800만원
26%
25%
24%
24%
24%
24%
8,800만원 이상
35%
35%
33% (발표)
35% (유지)
35%
33%
35% (유지)

다음으로, 정부는 법인세의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고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였다. 정부는 2009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였고, 2010년까지 세율을 3%-5%p 인하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낮은 세율 적용구간보다는 높은 세율 적용구간을 더 많이 인하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인세의 최저한세율도 2단계로 인하하였다1).

[표 2] 법인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2008년
(감세발표)
2009년
(감세유보)
2010년
(감세철회)
2011년
2012년
현행
2012년
개정안
1억원 이하
13%
-
-
-
-
-
1억원 이상
25%
-
-
-
-
-
2억원 이하
-
11%
10%
10%
10%
10%
2억원 이상
-
22%
20% (발표)
22% (유지)
22%
20%
22% (유지)

둘째, 정부는 2009년 재정여건의 커다란 변화를 이유로 2010년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던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8,800만원 이상) 및 법인세 과표 최고구간(2억원 이상)에 대한 세율인하 시기를 2년간 유보하기에 이르렀다. 소득세의 경우 2010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하여 33%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행 세율(35%)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였고, 또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20%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재 수준(22%)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회에서 2012년부터 적용될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구간의 세율인하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의원입법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2012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해 현행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대로 35%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며,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할 예정이었으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 세율인 22%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이제까지 소득세 및 법인세의 인하를 둘러싸고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부는 감세의 원칙으로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깎아 주고, 적게 내는 사람들에게는 적게 깎아 주는” 전략을 채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둘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에 대한 세율인하가 최초 발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이 여론에 힘입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 왔다.



감세 약속이행 촉구

정부의 감세 약속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제고와 세원증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낮은 세율이 넓은 세원을 가져다주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둘째, 감세유보 및 철회는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감세유보 및 철회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어느 정도 개선될 지 모르나 그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후자인 부작용으로 인한 비용이 훨씬 더 심대할 수 있다.
또한 절충안으로서 소득세 인하는 철회할 수 있으나 법인세 인하는 반드시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인세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소득세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최고 과표구간에 대해 현재의 35%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감세가 부자들을 위한 것(부자감세)이라는 주장과 친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친성장을 위한다는 감세가 '부자감세’라는 말장난에 밀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아마 부자감세라는 말만큼 대중영합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책을 발표한 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맹약’(commitment)이라 하고, 반면에 발표했던 정책이 나중에 뒤바뀌게 되는 것을 '시간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약속이행이며 이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감세정책을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발표-유예-철회’라는 순환과정을 밟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납세자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time consistency)을 위해 감세약속(commitment)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저자소개 : 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경제학 박사 (재정학 및 공공선택 전공). 국회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팀 경제분석관을 역임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지대학교,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한국무역학회 이사 및 한국납세자연합회 운영이사이며, 서울여자대학교 및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1) '최저한세’란 기업이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일정금액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는 과세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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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09년 25%였던 법인세율을 22%까지 낮췄고,2012년에 2차로 인하할 예정이다. 그러나 야당이 법인세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면서,  정치권에서 법인세 감세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법인세 감세정책은 과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까?

 

 

 

법인세 감세는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소득을 늘리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세금을 인하하면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 경제 는 성장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전체의 소득수준이 늘어나게 되면서 결국 세수 자체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법인세 감세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현재 세계 각국이 “조세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경쟁적으로 인하해서 더 많은 사람을 유치를 하고 더 많은 자본을 유치를 하고 더 많은 기술을 유치하려고 한다.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당연히 기업의 자금들이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법인세를 적게 낸다는 것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는 곧 기업의 고용과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의 자율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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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4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 -
2010. 11. 10
10:05(개의)~11:40(정회)
14:16(속개)~17:09(산회)

11월 10일 제294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청목회 입법로비의혹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하는 13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대부분 주어진 12분의 시간을 초과하였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의문점, 국회의원 이미지 실추 우려, 청와대 혹은 검찰과 국회 간의 정치 싸움 등으로 이번 사건을 해석하였다. 질문을 하고 나서는 답변을 하는 김황식 총리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검찰 흠집 내기와 제 식구 감싸기에 바빠 4시간 내내 거의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진풍경이 계속되었다.

먼저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김의원은 많은 질문을 다소 차분한 모습으로 시간 안에 끝내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이 증거 인멸할 위험이 없다고 본다. 로비 의혹이 사실이 아닐 때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것은 누가 책임지느냐. 잘못이 입증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질문하였고 이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잘잘못은 수사 후에 가릴 수 있을 것이며 억지로 입증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청원경찰법 개정을 발의하고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의원으로 “청원경찰이라는 취약한 계층을 위해 정당한 일을 하고도 나중에 후원금을 받았다고 대가를 바라고 몰아가면 힘 없는 사람을 위한 일을 어찌 하겠느냐…이것은 사전 거래가 아니다. 청원 경찰과 의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라며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 사건은 청원경찰이 취약계층이라 해당사항이 없고 다른 이익단체는 해당 사항이 있고 하는 문제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알선·청탁 등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심이다.”고 답변하였다.

한나라당 여상규 의원은 후원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명직이나 선출직이나 공직이 맡겨진 상태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국회의원에게는 정책지원금이 지원되지 않고 후원금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왜 장관과 일반 국회의원들을 구분하는가? 정당한 기준이 있는가?”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는 “그것은 정치권과 학계, 선관위에서 합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다. 그러나 국고가 한정되어 있어 의정활동 진행에 지원되는 예산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매우 흥분한 상태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특히, “정치를 하려면 자금을 후원받지 않으면 돈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부자만 정치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G20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결의안까지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상생법을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언론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같이 싸워준 사람은 국회의원인데 검찰이 흘려주는 거짓 정보에 속지 말아라.”는 발언을 하였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대검과 법무부, 청와대가 연이어 터지는 비리를 물타기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397건의 선관위 정치자금법 위반 신고 중에서 상대적으로 위법 건수가 적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 수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것은 정당 차별 아니냐. 진보 양당만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라는 발언을 하면서 이번 청목회 사건을 진보세력 탄압 등의 정치공작으로 확장 해석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질문을 한 뒤에 이어지는 김 총리와 이 장관의 답변은 전혀 듣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야기만 계속하였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등본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시 하면서 법무부 차관이 지금껏 문제없이 진행된 관례라고 하는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이것은 잘못된 불법 관행이며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 국회의원 수색에 대한 것은 보고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그래야 하는 강제 규정이다.” 라며 소리를 질렀다. 수사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법무부 차관에게 “수사 진행 중이면 여기 왜 나왔느냐 국회의원을 기만하는 행위다.” 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였다.

이번에 실시된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긴급 현안 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등본을 사용한 것과 압수수색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시점 등 법해석과 관련해서 법무부와의 차이를 보였다. 김황식 총리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 등은 수십 년을 대법원에 몸담아 온 법의 베테랑 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회의원들은 법을 모른다며 비아냥거리고 당신들의 해석은 틀렸다고 소리 지르며 질문을 한 후에 답변을 듣지 않고 인사도 받지 않는 등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숨기는 것이 없다면서 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지, 수사 중이라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을 때 수많은 질문만을 쏟아내는지, 한 의원들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면서 다른 의원은 이미 증거를 인멸했을 텐데 굳이 압수수색을 하느냐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의아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후원금 위축을 우려하면서 은근슬쩍 정부 국고의 지원을 늘려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정치 싸움으로 비화하여 국회 감싸기에 열을 올린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국회의원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먼저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고, 그 과정에서 검찰과 정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성숙한 대표의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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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以夷制夷)
족청파의 오판
이승만의 특별 담화
족청파 거세
민주당의 재정비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以夷制夷)

선거가 끝난 후 이승만은 선거의 뒤처리를 자유당이 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뜻을 받아 이범석을 밀어내고 함태영을 당선시키는데 공을 세운 국무총리 장택상과 내무장관 김태선을 논공행상하는 대신 자신이 밀어낸 이범석의 족청파 사람들을 오히려 요직에 등용했다.

경찰의 선거 간섭을 고발한 이범석의 뜻을 시인이나 하듯 내무장관에 진헌식, 상공장관에 이재형, 농림장관에 신중목 등 족청계 인물들이 정부의 요직에 등용되자 자유당 내 족청파는 선거 중 경찰에 협조적이던 비 족청계 간부들을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부통령후보 이범석은 마다했으나 족청에 대한 이승만의 믿음은 살아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중앙당부 지방당부 할 것 없이 모든 간부직을 족청파 일색으로 갈아치우는데 성공하고 여세를 몰아 지난 선거에서 이범석을 낙선시킨 경찰의 책임자 김태선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국무총리 장택상도 소위 후루이찌(古市 進=일제시대 경성부윤=서울시장)사건에 연관시켜 사표를 제출하게 만든다. 부산에 입국한 후루이찌를 장택상이 상륙을 허가하고 총리실에서 만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족청파 양우정이 경영하던 연합신문에서 폭로, 장택상을 친일파, 민족반역자로 몰아세운 끝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 것이다. 이범석이 선거에서의 패배를 깨끗이 갚아주는 결과가 되었다.

김태선, 장택상을 차례로 실각시킬 수 있을 만큼 힘을 회복했다고 생각한 족청파는 그들이 자유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한 비족청계 세력의 축출작업에 착수한다. 이에 대항해서 비족청계는 족청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목적으로 장택상과 그가 영도하던 신라회 소속 의원들을 자유당에 입당시키기로 하고 수속을 마쳤다. 원내에서 열세인 자유당 의석 수를 보강하는 데는 신라회 소속 의원들의 입당이 두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입당 환영회까지 치른 마당에 당 내부에서 장택상만은 입당 가부 심사를 거쳐야한다는 주장이 나와 갑자기 심사위가 구성되고 심사위는 장택상의 입당을 저지해 버렸다. 이를테면 장택상에 대한 족청파 앙갚음의 연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족청파의 오판

원래 자유당은 이승만이 여러 계파를 통합해서 직선제 개헌에 필요한 조직으로 발족을 시켰으나 내각책임제 개헌에 찬동하는 원내 자유당 세력이 우세해 짐으로써 원외가 주가 된 당을 이승만이 선택하게 되고 이범석이 그 조직 편성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이범석을 둘러싼 인물들이 당의 핵심 멤버를 이루게 되었으며, 이들 족청파는 지방의 군수나 경찰서장의 힘을 빌어 당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자유당의 중앙 조직은 이승만의 부름에 호응해서 창당에 참여한 대한청년단, 노총, 농총, 대한부인회 등의 인사들이 일정 비율로 임원직을 맡았기 때문에 수적으로 우세했다. 족청파는 중앙당의 이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1952년 말부터 1953년 상반기에 걸쳐 약 반년 동안 기간단체들을 장악하기 위한 비족청계와의 싸움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단체 내부에서 반족청계 인사를 몰아내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여러 단체에서 족청은 분란을 일으켰으며 조금씩 단체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이범석이 내무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족청계는 기간단체들의 간부직을 하나씩 둘씩 차지해 갔다. 족청은 기간단체 대회에서 경찰관이나 폭력배를 이용, 대회장을 소란스럽게 만들기 일쑤였고 경찰은 이를 눈감아 주었다. 그 소란 끝에 족청은 몇몇 간부자리를 점령할 수는 있었으나 비족청계의 연합체인 전국사회단체 중앙협의회의 끈질긴 저항 때문에 그 세력을 기간단체 전체를 움직일 만큼 크게 늘리지는 못했다.

자유당 내에서 족청계의 전횡이 심해지자 이승만은 이제 족청파 제거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당내 비족청계의 임영신 윤치영 배은희 이갑성 등도 족청계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승만은 먼저 각료로 있는 족청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무장관 진헌식, 농림장관 신중목을 차례로 파면시키고 진 장관은 보안법 위반, 횡령 등의 죄명으로 구속 기소를 했다. 이어 이재형 상공장관을 물러나게 한 후 이번에는 당의 정리에 들어갔다. 이미 장택상 김태선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터에 더 이상 족청을 비호할 필요가 없어졌던 셈이다.

1953년 5월 10일에 있은 자유당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족청계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어 갔다. 비족청계의 입김을 완전히 막아두고 족청계 단독으로 모든 사안을 진행시켰다. 먼저 `반당분자 징계위`를 구성해서 족청에 비우호적인 간부들을 축출하기로 하는 한편 중앙위원회 대표와 중앙당 부·차장의 인선을 21명으로 구성하는 당 보강위에 전권 위임하는 결의를 한다. 전당대회는 족청파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어 당권은 완전히 족청파가 장악하는 것으로 결말이 날 판세였다.

이승만의 특별담화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족청계의 뜻대로 진행된 대회가 폐회를 선언하기 직전에 당 총재인 이승만의 긴급지시라는 것이 하달된 것이다. 긴급지시는 3개 항으로 되어 있었는데 1. 전당대회는 매년 1회에 한할 것이며 2. 부·차장의 선출은 중앙위에 일임하고 사후에 총재의 재가를 받을 것 3. 지금까지의 파벌 대립은 묵인하겠으나 앞으로는 불용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족청계에게는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이었으며 비족청계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족청계는 대통령의 긴급지시에도 불구하고 부·차장 선출을 강행할 생각으로 11일 회의를 속개했으나 대통령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거역할 수 없다는 당원들의 중론에 따라 부.차장 선출의 선행조건이 될 수 있는 비족청계 반당행위자의 숙청부터 먼저 하기로 하고 그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래도 설마 하고 이승만 총재를 믿고 있던 족청파에게 5월 12일 자유당 총재 자격으로 발표된 이승만의 특별담화는 실질적으로 족청의 숨통을 끊어놓는 단호한 것이었다.

"자유당 안에 민족청년단의 세력 부식에 모모 인사를 중심하여 세력을 부식하려는 중에 서 내가 주장하는 의도와 대립되어서 필경은 자유당 지체가 분규 상태에 이르렀고…이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사람의 4지 전체에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아픈 것과 같이 몸 전체에 병이 들어 점차 전체에 고통을 줄 때에는 안으로 쓰린 것을 인내하는 것을 중지하고 잘라 내야 되는 것이다…이번 선거에는 각급 당부 간부와 각급 당부 당직자들이나 일반 당원 중에 민족청년단은 하나도 선거하지 말 것이며…이 사람들은 다 피선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 뒤에도 족청이니 하는 소리가 있다면 그 때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전체를 파당, 분열시키는 사람이라고 인정될 것이다…족청 지도하는 사람에게 이것을(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당을 이용하여 사사 경영을 하면 안된다는 뜻=필자 주) 말해도 점점 크게 가니 내가 이것을 만류하자는 것인즉 이 사람들은 임시 물러앉고…모든 애국하는 당원들이…다른 생각을 말고 지시대로 나가면 필경은 사심을 버리고 공의를 붙잡고 나가는 훌륭한 자유당과 자유당원으로 크게 발전할 것을 도모 노력할 것이다."

족청파의 거세

이승만의 이 담화를 계기로 족청파 거세 공작은 가속이 붙고 6월에는 이범석이 외국에 나가고 6월 말에는 족청의 자격 징계위원장이 실언사건으로 구속되고 8월 말에는 양우정의 정치참모 격이던 연합신문 편집국장 정국은의 간첩 혐의 체포, 9월 10일에는 족청계 3부장관의 파면과 해임, 10월 7일에는 백두진 총리의 이름으로 제출된 양우정의 구속동의요청이 가결되었다. 구속동의요청안은 양의원이 `정국은 사건에 관련되어 있어 군 수사기관에서 구속하고저 하니 국회에서 동의해 주기를 청한다` 고 되어 있었다. 양우정의 혐의는 간첩 방조와 은닉이었다. 표결의 결과는 재석 149석에 가 120, 부 18, 기권 11이었다. 그리고 12월 9일에는 자유당 족청계 간부 8명이 제명되어 족청파 제거는 정연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승민이 족청파를 제거한 이유는 족청이 그 조직을 이용해서 장차 자신의 정치적 위치에 도전할 기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거니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세력은 일찌감치 그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이승만의 정치하는 수법이었다고 본다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정략에 능하거나 큰 조직의 뒷받침을 가지려는 인물보다 오직 자기를 받들고 따르는 비서 같은 인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내각책임제 개헌안 반대 민중대회, 직선제 반대 국회의원 소환운동 등 관제 민의의 조직과 민중 동원에 앞장섰던 족청파는 이승만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되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게 됨으로써 그 임무 수행을 깨끗이 완수했으며 그 단계에서 축출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었던 꼴이다.

이승만의 유시 하나로 족청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자유당은 이승만 개인의 의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여지는 이승만의 정당으로 변했다. 족청의 몰락은 관의 비호 없는 여당의 정파나 그 세력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였다고 할 수 있다. 족청계를 제거한 자유당은 국민회·노총·농총(후의 농민회)·대한청년단·대한부인회 등 5개 기간단체로부터 12명의 중앙위원을 선출,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당무를 집행해 나갔다.

1953년 11월에는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중앙위원제를 중앙당 부·차장제로 바꾸고 9명의 부장을 뽑아 당 재건을 서둘렀다. 부장에는 총무에 이기붕, 정무에 이갑성, 훈련 이진수, 조사 진승국, 재정 배민수, 조직 박용만, 감찰 이범녕, 선전 황성수, 청년 문봉재가 차지했다.

민국당의 재정비

대통령 선거 후 국회에서 세력이 약화된 야당은 대열을 재정비할 힘조차 잃고 있었다. 비록 원내 의석 수는 20석 남짓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야당 세력의 중심이었던 민국당은 반년 남짓 앞으로 다가선 3대 민의원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당의 개혁이 필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당내의 중론이었다. 구 한민당계의 주도적 역할에 불만이 없지 않았던 신익희 등 비한민계가 중심이 되어 12인 혁신위원회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당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1953년 10월 5일에 열린 민국당 전당대회는 김성수, 백남훈, 조병옥, 서상일, 등 구 한민당계 간부직을 고문으로 후퇴시키고 신익희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체제를 구성했다.

민국당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마련, 자본주의적 자유경제체제의 확립을 표방했으며 혁신운동의 일환으로 당의 문호 개방을 통한 당 조직의 대중화를 재창했다. 유명무실해진 야당세력의 연합을 다시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며, 그러한 야당 연합체의 구성만이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세력이 자유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참의원 의원선거법의 제정과 민의원 의원선거법을 개정해서 입후보자의 연고지(緣故地)제를 채택하는 한편 정당 아닌 사회단체 이름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안을 통과 시켰으나, 정부는 그러한 개정안이 현역의원(2대국회의원)의 재선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해서 공포를 거부했다. 국회로 환송된 개정안은 재의에 부쳐진 결과 폐기되었다.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다가선 선거일을 앞두고 국회는 몇 번 더 선거법의 개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정부는 기존의 국회의원 선거법에 따라 제3대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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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지 못한 현행 정치자금법
법인과 단체에도 후원금 허용해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드라마 `대물`에서 하도야 검사가 민우당 조배호 대표의 정치자금 문제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이 나온다. 드라마 외에도 정치권의 불법자금 문제는 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한다.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 33명이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의 대가로 총 2억 7천여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청목회는 이들 의원들에게 로비하기 위해 회원 1만여 명 중 5000명에게서 8억 원을 모았고 이를 청원경찰이나 그들 가족 1000여명의 명의로 쪼개서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이런 정치자금의 문제는 늘 있어왔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리스트, 이명박 대통령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문제 등 정치권력의 중심에는 늘 자금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일반인들은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정치자금 앞에 `불법`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만들어진 현행 정치자금법도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일명 `오세훈법`으로 통하는 이 법은 2004년 개정된 것으로 법인·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금지해 기업과 이익단체로부터 정치자금 유입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 10만원의 소액 후원금을 내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현행 정치자금법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는 선거와 정당의 운영을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한데, 정치활동은 경제활동과는 달리 생산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 스스로 정치에 필요한 자금을 벌 수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일반인들의 기부 즉, `무상증여`를 통해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고 있다. 정치인은 후원금을 필요로 하고, 이익단체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치자금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막기 위해 만든 현행 정치자금법은 일반인이 지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매우 비현실적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소액 후원금만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기업과 법인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법 때문에 정치인들이 연말만 되면 출판기념회를 개최해 부족한 후원금을 모으는가 하면, 이익단체들이 직원 및 직원 가족의 명의로 후원금을 10만원 씩 쪼개서 특정 의원의 후원계좌로 입금하는 불법행위를 하게 만든다. 이번 청목회 사건도 정치자금법의 단체기부 금지 때문이다.

사실 정치자금의 `무상증여`라는 속성은 불법적인 대가를 바라고 증여되는 `뇌물`과는 구별이 어렵다. 특정 의원의 정당한 입법 활동을 고맙게 여긴 단체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10만원 씩 입금한 것을 로비로 해석해야 하는지, 해당 정치인의 활동을 지지하는 일반인들의 후원금으로 해석해야 할지의 문제가 따른다.

한 예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소속 의원들은 노조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민노당을 지지하는 노조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활동을 요구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민노당 의원에게 로비를 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청목회 사건이 문제라면, 민주노총과 민노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10만원에 한해서는 소득공제까지 해주면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한다는 법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과도하게 도덕적 엄격함을 요구하는 현행법은 불법정치자금 조성을 유도하고, 많은 국회의원과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

법인과 단체에도 후원금 허용해야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인·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이익단체가 불법정치자금을 내지 못하도록 막기보다는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은 현실적으로 필요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단체의 후원금 공급 의지가 있는 한 아무리 강력한 법으로 규제한들 불법 정치자금 문제는 근절될 수 없다. 오히려 부정과 부패에 대한 문제만 계속해서 제기돼 정치활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만 나빠지고, 건전한 정치문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을 양성화 한다면 지금과 같은 정치자금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으며,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주고받는 정치풍토가 형성될 수 있다. 단체가 제공하는 후원금액을 제한하는 상한선만 적절히 설정한다면, 대부분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현재 시점에서 오히려 정치자금은 합리적으로 제공되고 사용될 것이다.

물론 정치자금의 모금을 자유롭게 하는 대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정치인과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법적 불이익을 주고 처벌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법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는 불법행위만 조성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둘째, 정치자금법 개정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단체가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같은 정당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금을 제공하는 로비 행위 또한 법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자기 의사와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국회의원을 상대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입법을 요구하는 로비는 언론의 자유이자, 헌법에서 표현하는 `청원권`에 포함되는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 로비는 법적으로 금지 되어 있어 불법 정치자금이 불법로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양성화하고,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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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번호 1809709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들어가는 말

지난 10월 29일 한나라당의 서민정책특별위원회(서민특위)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외 15인이 발의한 이 안의 핵심 내용은 대중소기업 거래관계에 있어서 ‘제3자 협의권’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자금력, 정보력, 시장지배력 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계약관계에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관계는 일종의 시장실패로 볼 수 있으므로 정부의 규제를 통해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본 개정안의 기본취지라 할 수 있다.

‘제3자 협의권’이란 하도급 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중소기업이 아니라 그가 속한 협동조합이 대신 협상에 임하도록 함으로서 협상테이블의 균형을 맞추고, 익명성을 보장하여 추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대기업이 하도급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할 경우 피해를 당한 기업이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를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기본적인 목적이다.

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될 경우 대중소기업 간의 거래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우리 기업 구조와 나아가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 두 사안에 대해 그 법적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 개선방안을 제시코자 한다.

제3자 협의권

두 경제주체가 자발적으로 맺은 계약관계의 존중은 시장자본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경제력의 불균등으로 인해 불공정한 계약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규제를 통한 해결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우선 공정성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찾기 어렵고 그러한 기준이 있더라도 다양하고 복잡한 경제요인들이 반영된 기업 간의 자율적인 계약을 획일적인 규제로 다스린다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3자 협의권’이 기업 간 계약의 규제를 통해 국가경제의 기반에 되는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이번 개정안의 대상인 하도급법의 성격부터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계약을 통한 기업 간 거래에 대해 상당히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사법(私法)’인 계약법을 통해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사후적으로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공법(公法)’인 공정거래법 제23조에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대기업이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불공정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다른 선진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이다.

이렇듯 이미 기업 간 거래에 관련하여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의 대상인 하도급법이 추가로 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입증책임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하도급법은 구체적인 행위내용을 법위반행위로 선제적으로 간주해 버림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 거래행위의 불공정 여부를 법정에서 증거에 의해 입증할 책임을 해소해 주는 수단으로서 도입이 된 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법의 도입으로 계약의 공정성 판단의 근거원칙이 ‘합리의 원칙’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으로 대체됨으로서 자발적 계약의 본질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 간의 자발적 계약은 가깝게는 거래 당사자들의 후생을 증진하고 멀리는 소비자 후생의 증진을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 ‘제3자 협의권’은 계약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명목 아래 이미 기형적인 하도급법을 한 단계 더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이러한 계약의 본질적인 순기능을 위축시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제3자 협의권’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이외에 실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우선 중소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이 협의권을 가질 경우 이것이 납품업체 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일종의 카르텔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제3자 협의권’은 조합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원사업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제품가격의 인상부담은 소비자가 떠맡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제3자 협의권’이 해당 기업이 아닌 조합에 부여될 경우 협상의 성격이 기업 차원의 개인적인 것에서 조합차원의 집단적인 것으로 변질되게 된다. 조합이 협상을 통해 얻어낸 결과는 애초 협상을 제기했던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대변하는 모든 중소기업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기술력과 같은 기업의 특성이 계약조건에 반영되지 못하게 되고, 기업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동기를 상실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는 본 개정안이 의도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3자 협의권’이 하도급 업체에만 적용되도록 되어 있어 대기업에 납품하지 않는 중소기업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들로 하여금 제품가격 인상을 위한 단체행동의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는 하도급법, 대중소기업 상생법, 저작권법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도모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들 수 있는데, 2008년 26건에 불과하던 대중소기업 협력재단 임치건수가 2010년 들어 205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직 그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제도를 이용한 기술보호 노력이 급속히 확대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기술보호라는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형사적인 성격이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민사법에 도입될 경우 법체계의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개정안에서 명시된 손해배상액의 3배에 대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더불어 기술탈취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은 고소인에게 지대추구 동기를 부여하여 소송의 남발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그 규모가 영세하여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수행할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 대기업과의 공동기술개발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기업의 공동기술개발 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오히려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맺음말

지금까지의 논의로 볼 때 김기현 의원 등이 발의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대·중소기업 간의 협력관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은 국내 중소기업과 계약을 하기 보다는 규제부담을 피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찾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스스로 자체 생산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산업공동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고 개정안이 의도하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제3자 협의권’과 관련하여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여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보다는 기존의 사법적 구제시스템의 절차를 개선하여 중소기업의 계약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손해액의 3배와 같은 애매모호한 기준을 정하여 비생산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임치제도와 병행하여 이미 민법에 존재하는 위자료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부당한 기술탈취 행위를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익률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두 기업집단의 수익률의 장기추세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률 격차는 2000년대 초반까지 확대되다가 2004년을 전후하여 점차로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수익률 격차가 역전된다면 지금과 같이 중소기업에게 대기업과 이익을 배분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수익률은 단순한 증상에 불구하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인 요소이다. 반면에 한번 도입된 제도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항구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개정안은 근본적으로 그 초점이 잘못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

자료: 한국은행,「기업경영분석」

우리나라 규제제도의 특징은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제도를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에만 적용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규제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준수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져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는 무용한 법률조항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도급 관련 규제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당국은 새로운 규제를 덧붙여 기업의 활동을 어렵게 하고 규제제도 전반의 비효율성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기존의 제도가 잘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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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2010-11-15 | 조회수 : 409
국제결제은행이 은행 자본 개혁안(바젤 III)을 마련했는데, 민간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현재의 금융제도를 '절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바젤 III 협약이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약이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점도 없앨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제도를 안정시키고 그 결과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지난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국제결제은행은 은행 자본 개혁안을 마련했다. 소위 '바젤 III 협약’(이하 '협약’으로 표기)이 그것이다. 이 협약은 민간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의를 주제한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바젤 III 협약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장기적인 금융안정과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과연 이번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금융제도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는가? 협약이 현행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다른 문제점을 없앨 수 있는가?

바젤 III 협약의 내용1)

국제결제은행은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현행 2%에서 4.5%로 인상할 것을 의결했다. 여기에 은행은 금융위기 발생에 대비해 금고에 쌓아두는 자금인 '별도충당금’(conservation buffer)을 2.5%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그러므로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은 7%이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파생상품 투자 규제와 은행 임직원 보너스 지급을 제약당하기 때문에 7%는 의무 사항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밖에도 은행은 위험 자산에 대비하여 '경기조절용 보완자본’(countercyclical buffer)을 2.5% 추가해야 하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2019년까지 완전히 충족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번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민간 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금융 제도의 문제점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경제위기의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이자율을 낮추었기 때문이고 통화량 증가에는 현재의 금융 제도가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므로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으로 하여금 부분지급준비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부분지급준비 제도야말로 금융 제도의 핵심이다. 따라서 먼저 현행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2)

첫째,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신용수단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신용수단의 증가는 호황국면에서는 민간은행이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하지만 위기와 불황 국면에서는 은행 자신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부분지급준비란 정의상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예금 지급을 위하여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로 인하여 은행은 신용수단을 증가시켜 호황국면을 유도한다. 여기에서 신용수단이란 현금의 백업(back up)이 없는 것으로서 무(無)에서 창출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은행은 신용수단의 증가량에 비례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대출한 자금이 부실로 떼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은행은 부분지급준비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비록 중앙은행이 부분지급준비율을 규제하고 있지만 민간 은행의 규제 회피 노력, 정보와 통신 기술의 발달, 중앙은행의 규제 완화 등으로 실질적인 부분지급준비율은 매우 낮아져 왔다. 예를 들어, 미국 민간은행의 통화승수는 1994년 12월말 현재 약 38배, 1999년 12월 말 약 93배, 2007년 12월말 약 162배로 크게 증대해왔다.3)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권리, 시장, 정부』, 대구대 출판부, 2007을 참조. 문제는 은행의 신용수단의 증가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붐(boom)에는 필연적으로 버스트(bust)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버스트 국면에서 은행은 대량의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된다. 즉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파멸의 씨앗을 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분지급준비율이 낮아져서 신용수단이 팽창하면 은행 자신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수단의 증가는 화폐의 구매력 하락과 인플레이션도 초래한다.

둘째,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윤리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현금의 백업이 없는 신용수단은 민간은행이 하나의 자산에 하나 이상의 자산 권리증을 발행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하면,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민간은행이 복수의 '가짜 돈'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가짜 돈의 발행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상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만약 부분지급준비율이 1%이고 초과지급준비금을 은행이 보유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 예금자가 1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신용수단은 99원 창출되고 최초의 예금 1원과 합쳐서 통화량은 1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부분지급준비율이 1%이면 통화승수는 100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1원이 진짜 돈이고 99원은 복수의 자산 권리증으로서 가짜 돈이다. 요약하면 99원의 신용수단을 창출하는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셋째, 은행에 의한 신용수단의 증가는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신용수단의 증가로 인한 승자는 신용수단을 팽창시킨 금융기관과 그것을 빌려간 차용자이고, 패자는 금융기관 내에서는 차용자를 제외한 금융기관 고객 즉, 예금자와 해당 금융기관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된다. 신용수단의 증가에 의한 소득재분배를 라스바드(Rothbard)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신용수단에 의해 증가한 화폐를 말함; 필자주)를 맨 처음 수신한 사람들은 가장 많이 이득을 보고, 그 다음 사람들이 첫 수신자보다 약간 덜 이득을 보고, 등등, 그러한 현상은 중간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화폐를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점점 더 많이 잃게 된다. 새로운 화폐를 처음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재화들의 값은 거의 예전 그대로인데 그들이 파는 재화의 값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파는 값은 거의 변함이 없는데 비하여 사는 값은 오르는 것이다.” 4)

넷째, 증가된 신용수단은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경기변동이란 붐과 버스트를 지칭한다. 민간은행에 의한 신용수단 증가는 호황을 초래하지만 그러한 호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생산된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저축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저축이 유도한 확장’(savings-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나 '신용이 유도한 확장’(credit-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스트 기간에 상다수의 은행이 파산할 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파산,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을 겪게 된다. 이 때 노동자들도 해고 등을 당하면서 영구적 실업 또는 반영구적 실업에 처해지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 점 때문에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바젤 III 협약의 비판적 검토

첫째,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것은 부분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 점에서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부분지급준비율이 매우 낮아서 통화승수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분지급준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왔고 앞으로도 낮아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바젤 III 협약에서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정도는 매우 작다고 하겠다. 비유하면 닭 잡는 칼로 황소를 잡아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호황국면에서 통화승수는 극대(極大)로 커지기 때문에 호황국면에 연이은 침체국면에서 은행의 부실과 파산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 인상이 은행쇄도(bank run)를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의미한다.

둘째, 위험 자산을 분류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그런 기준에는 임의적인 부분이 없을 수 없고 민간은행은 그 점을 이용하여 자본금을 되도록 적게 축적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자본금을 축적하는 것은 민간은행으로서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위기시에 신용평가사들은 채권을 평가함에 있어서 매우 임의적이었을 뿐 아니라 은행에게 유리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평가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위험 자산을 실제보다 적게 분류하는 것은 은행의 부실과 파산의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험 자산을 실제보다 적게 분류할 가능성은 버스트 국면에 은행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셋째,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의 강화는 경기변동을 방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경기변동의 원인은 금융 제도 측면에서는 부분지급준비제도 때문인데 앞에서 보았듯이 자기자본 비율의 강화는 부분지급준비율을 상당히 인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억제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분지급준비율을 인하하게 만드는 요인들도 작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그 점은 이번 자기자본 비율 강화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비록 대폭적이지만 경기변동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넷째,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것은 은행의 예상되는 부실에 대한 대비를 부분적으로 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협약은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경제적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제도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요약과 결론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현재의 금융제도를 '절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비록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르틴 울프 기자는 지난 100년간 영국과 미국 은행들의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10-20%였다고 지적한다. 즉 과거에 그렇게 높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은행들이 파산했고 금융제도가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이 비율을 8%로 강제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젤 III 협약이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약이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점도 없앨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 제도를 안정시키고 그 결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전 용 덕 / 대구대 교수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헌법재판소 판례 연구≫(공저), ≪권리, 시장, 정부≫, ≪국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공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 금융 제도≫, <Land Reform, Income Redistribution, and Agricultural Production in Korea>(공저), (공저),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공저), <A Note on Cartels> 등이 있다.

 


1) 참고로 바젤 III 협약 최종안은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 제출되며 각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 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논의하는 협약의 내용은 최종안과 다를 수 있다.
2)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권리, 시장, 정부』, 대구대 출판부, 2007을 참조.
3)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부분지급준비율을 그 어느 때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 즉 규제 완화를 실시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금융 제도라는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가세했지만 말이다.
4) Rothbard, Murray, N., Man, Economy, and State, Alabama, Mises Institute, 1993, 851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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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들과 사회시민 단체는 10월 5일 오후 1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두 SSM법안(상생법, 유통법)을 10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SSM규제 정책을 입안하라고 촉구하였다.


<사진: SSM규제에 참석한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 대표들>

이날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 국장은 기자들에게 SSM법안을 10월 국회에 통과시키는 일에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박완기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골목 상권을 지켜오던 중소자영업자들이 결국 청와대 앞까지 가고야 말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작년 2009년에 200여 건,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114건의 SSM이 출점을 하였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SSM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정부의 공정한 사회 상생협력 중도실용 모두 다 거짓말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는 “우리는 지역경제 발전에 헌신하면서 세금을 바치고 있는데 WTO, FTA 등을 핑계로 실질적 SSM규제법안 통과에 미적거릴 때 중소상인 80만 명 이상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 발언자로 나온 차선열 이사장은 “왜 정부관계자들은 땀 흘리는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등을 돌리냐”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비판했다.


<사진: 신 울산 중소상인 협회 차선열 이사장>

두 번째 지지발언자로 나선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의원은 "금융규제를 못 해서 금융위기가 왔었고 SSM규제 못하면 나라 위기가 올 수 있다.”라며 “사회양극화 현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


<사진: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의원>

또한, 이날 참석한 김문수 민주당 시의원은 “상인들이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라며 “오늘부터 서울시의회가 시작된다며 중소상인들을 대표하여 열심히 싸우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골목 상권을 지키고 있던 중소상인들은 소득이 약 48%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SSM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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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규탄하는 첫 반대집회 열려

오는 11월 11일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세계 19개 국가의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세계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가 간 혹은 국제사회 간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가 대한민국 서울에게 개최되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 또한 바빠지고 있다. 정부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10월 1일 부로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이동로 등 정상회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장소 및 주변에 관한 경호안전을 목적으로 'G20 경호안전특별법’을 발동하였다. 이 경호특별법 안에는 경호안전 구역 안전 지역에서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서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경호특별법 발동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정부의 입장에 맞서 50여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G20 대응 민중 행동’ 400여명이 10월 1일(금) 오후 4시 보신각 앞에서 G20 정상회의를 규탄하는 첫 반대집회를 가졌다.

G20 정상회의는 자신들만을 위한 놀음판?

오늘의 행사 취지를 밝히는 G20대응민중 행동 허영구 공동위원장은 “G20 정상회의는 5~6개 나라가 놀음판을 벌이다가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20개 나라를 모아서 너희도 경제위기 회복을 위해 책임을 져라. 떡고물 얻어먹었으니까 놀음판에 참여해 뒷돈 대줘라”라는 의미밖에 없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것이 마치 잔치인 거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노점상과 노동자를 탄압하고 배추 값이 1만원이 넘게 오르고 있는데 서민경제는 책임지지 못하면서 (G20 정상회의 서울개최를) 선전”하고 있으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머니를 착취하여 충당’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가 엄청난 성과를 낼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경호특별법을 발동함으로써 인권과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결과만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대표는 "G20 정상회의는 20여 개국이 전 세계 200여개 나라를 갈취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라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 짓밟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듯 반문했으나 집회에 함께 참석한 시위자들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거리환경정화의 목적으로 노숙인들의 잠자리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노숙인들은 IMF 이후 직장과 가정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을 테러범으로 모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G20 정상회의 속 빈 강정?

G20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날 행사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주제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 국격 향상이라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그러한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안정과 성공적인 개최라는 미명하에 민주주의와 노점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G20 정상회의는 속 빈강정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의 집회는 민주노총 정희성 부위원장의 투쟁결의문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정 부위원장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금융자본에 대한 어떠한 통제 방안도, 개도국에 대한 어떠한 지원방안도 합의되지 못한 채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국민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바로 경제위기 해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했다.

올림픽, 월드컵 개최를 통해서 국가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어 그에 따른 간접적인 효과는 실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보다 몇 배에 이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들은 어떻게 대답할지 의문이다.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에 따른 이득 생각해봐야 할 때

11월 11일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된다. 이미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는 위상은 장관의 해외 방문 시 해당 국가의 수장들이 우리의 장관을 대하는 변화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개최국으로서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세계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성장한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들이 만나서 주고받는 이야기들과 합의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매우 직결되는 만큼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민들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만에 하나 벌어지게 될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철저하게 점검하는 일은 개최국으로 갖추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그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되는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 층이라는 점은 더욱이나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날 만에 하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과격한 폭력시위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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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이후 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다양하게 일었고 구체적인 정부의 정책, 인사 등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0일 4.19도서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공정'의 의미,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공정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보고,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공정의 기조가 그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진단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념 부재' 정권이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집권 후반기를 관류하는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사회란 화두가 던져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김영삼 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충분한 고민과 성찰 없이 '세계화' 선언을 한 것을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공정 사회' 화두도 드러난 양상만을 놓고 보면 세계화 선언과 유산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 사회론의 대두는 특채를 둘러싼 외교통상부의 특혜 시비와 무관할 수 없다"며 "차라리 반칙 없는 정직한 사회를 주창했어야 옳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공정은 '불편부당'과 '기회균등'이 본질이기 때문에 친서민정책과 공정사회는 양립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서민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지만 그렇다고 서민 전체를 사회적 약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빈곤대책과 친서민정책은 마땅히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4.19도서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가운데 '공정의 의미,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경제지표로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정의 기조가 그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진단하는 한편 공정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강원대 윤리교육과 신중섭교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성재호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념 부재, 정권이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집권 후반기를 관류하는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던져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교수는 김영삼 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충분한 고민과 성찰 없이 '세계화’선언한 것을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공정사회 화두도 드러난 양상만 놓고 보면 세계화 선언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공정사회론의 대두는 특채를 둘러싼 외교통상부 특혜 시비와 무관할 수 없다며 오히려 반칙 없는 정직한 사회를 주장하는 것이 옳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공정은 불평부당과 기회균등이 본질이기 때문에 친서민정책과 공정사회는 양립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민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지만 그렇다고 서민 전체를 사회적 약자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빈곤대책과 친서민정책은 마땅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 조교수의 주장이다.

신중섭 장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역시 공정 담론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공정한 사회담론을 표방하면 공정이라는 기준의 엄격성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소한 불공정에도 큰 타격을 받게된다”며”이것이 바로 도덕 정치의 위험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론을 표방함으로써 자폭장치를 내장하고 반대자에게 뇌관을 내어준 형국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신교수는 공정에 대해 부와 직책의 분배와 관련이 있다며 “정부가 정책으로 단기간에 직책을 창출해 공정하게 분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복지정책의 확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한 사회론이 분배에 치중할 경우 사회주의적 인간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하지만 신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의 핵심적인 가치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며 “공정한 사회론이 한국사회의 도덕적·경제적·정치적·사회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시민 각자가 공정사회론을 자기성찰과 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이란,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올바른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며 "(표현을 보면 추상적 용어로 점철되어) 공정의 개념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적지 않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 발언>

성 교수는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내세우며 공정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70% 내외의 응답자가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8.1%는 불공하다고 느낀 이유에 대해 '엄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15.8%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성 교수는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적용하는 것에서부터 공정은 시작되는 것"이라며 "약자에 대한 배려도 법과 제도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되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법과 제도에 더해 자발적 참여에 의해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조치가 따라 나온다면 '가장 바람직한 바른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역시 "공정사회로 가기 위해 우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 법질서를 지키려는 의식 강화"라며 "공정한 사법제도의 운영은 공정사회로 가는 길에 있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 사회 정책의 성공 조건에 대해 "공정성은 도덕성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유명환 장관의 문제나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문제는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 윤리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 정책을 도덕성이나 윤리문제로 확대하면 정책은 실종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정성은 심리적인 문제이고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공정 정책은 사회적 공감대를 요구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지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한 사회로 가기위한 노력과 문제점 등 다양한 설전이 오간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지표로 제시된 '공정한 사회’를 정부가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영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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