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안번호 1809136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135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강기갑의원이 발의한 주택 및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내용
강기갑의원 외 21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2010년 8월 19일 발의하였다.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최대 6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보증금의 인상률을 5% 범위 이내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위해 지방정부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여기에서 조정한 조정조서에 법정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 외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표준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기존의 법률에서 인정하는 계약거절의 요건인 철거 또는 재건축의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 경우로 한정하고, 둘째,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은 5%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한다 (보증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전환금액의 연 10%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을 곱한 월세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게 함), 셋째, 동법의 적용대상을 사행행위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상가임대차계약으로 확대하고, 넷째, 임대차보호의 효력이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하는 즉시 발생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말해 동 개정안은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가격(인상)을 일정 범위 내로 강제하고 거래조건을 규제함으로써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할 때 “최고가격제”에 해당하는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 시도와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이 개정안이 의도한 목적인 임차인의 경제적 이해의 보호를 달성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오히려 임차인의 경제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경제적 기회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 관점이 아니라 권리관계의 명확화(위험부담에 대한 가격책정) 혹은 기회주의의 통제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할 때 바람직한 해결책의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는 상가임대차계약의 진화는 결국 법원의 임대차분쟁에 대한 판결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만약 법원의 판결축적을 기다리지 못하고 의회의 법률 제정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면, 계약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장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간섭의 강화
이 부분은 이 글의 핵심이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경제학원론 등의 책에서뿐만 아니라 자유기업원의 입법브리프를 통해서도 이미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간략하게 언급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임차한 사람들 대부분에게 전세금은 가장 큰 자산항목이며 나중에 주택을 구입하는 종자돈일 것이다. 그래서 전세세입자들은 혹시 임대자의 파산으로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임차한 주택의 담보상황 등을 확인하고 자신의 주택에 대한 담보 권리를 확정해 두고 있다. 실제로 서울 등에서 전세금이 크게 떨어지는 역(逆)전세대란이 벌어지자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경매에 내놓은 조치를 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었다. 이처럼 누가 어떤 순위로 그 권리를 보장받는지에 대한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면서 임차인은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주택임대차에서는 권리관계가 비교적 명확해진 탓에 주택임대차법률에 관한 개정안은 주로 거래조건(기간이나 가격)에 대한 간섭을 통해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간섭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오히려 이들의 이익을 침해한다. “도시를 황폐화시키려면 그 도시를 폭격하거나 임대료 통제를 실시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임대료 통제가 초래할 폐해는 최소한 경제학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개정안에서 임대료를 5% 범위 내에서만 인상케 한 것이 바로 이런 임대료 통제에 해당한다. 만약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5%를 초과하는 상황이라면, 강제로 임대료를 이에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편의 희생으로 다른 한편의 이득을 도모하는 데 불과하므로 이는 법 앞의 평등을 추구해야할 법률이 취할 태도가 될 수 없다.
이런 법적 정당성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이 개정안은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하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하게 될 것을 미리 감안해서 처음부터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만약 법률이 임대료 인상률과 함께 임대료 자체를 통제하게 된다면, 임대 주택가는 슬럼화하고 임대주택의 공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었더라도 특정한 지역에 예를 들어 명문학교가 이전해 와서 임대주택의 공급에 비해 취학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임대료 통제가 없었더라면 임대료가 전년도에 비해 15% 증대되었을 상황을 생각해 보자. 높아진 임대료는 그 학교에 보낼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전입해 오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일부 임차인들로 하여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에서의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릴 것이다. 임대가격은 이처럼 임대주택이라는 자원이 변화되는 상황에 맞게 배분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임대료 통제는 가격의 이런 기능을 저해하여 그 주택을 임대할 필요가 더 큰 사람은 배제하고 더 작은 사람은 그 주택에 계속 살게 만든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임대료 통제처럼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을 통제해 이보다 더 낮게 받도록 하면(최고가격제)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암시장의 형성이나 부패의 가능성(예를 들어 시영(市營)아파트의 임대를 둘러싼 부패)이 발생한다. 이런 단기적 현상 이외에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임대료는 더 비싸지게 된다. 임대료 통제가 심했던 뉴욕시가 여타 도시들에 비해 주거환경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너무나 비쌌던 이유가 바로 이 임대료 통제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를 두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이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싶으면 임대료를 통제하라고 빗대었었다.
임대기간을 현행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도 현재보다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하는 것이므로 최고가격제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도 계약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법률적 강제를 통한 주택임대기간의 연장은 임대료 통제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의 경제적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 수 있으며, 경제적 환경변화에 맞게 그 용도나 이용자가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한다.
앞에서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지방정부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 개정안의 방안이 잘못된 이론 아래 만들어진 규정들에 따라 판정을 하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또 하나의 지방정부조직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불명확한 권리관계와 기회주의의 통제 방안 부재
상가임대차 문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한 경제법칙이 적용된다는 근본적 사실에 있어서는 주택임대차와 전혀 다를 바 없으며, 그래서 가격, 임대기간 등의 거래조건에 관한 간섭이 몰고 올 폐해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을 5% 범위 내로 한정한 조항의 폐해도 전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주택을 임차한 경우 임대차 관계가 끝나면 붙박이 가구를 제외한 짐들만 옮겨가면 된다. 이에 비해 상가 임대차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상당한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고, 기존 임차인에 대해 소위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권리관계가 보통 주택임대차보다 상당히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상가임대차에서는 불확실성과 기회주의가 개재될 여지가 상당히 있다.
상가 철거 혹은 재개발 등으로 인해 임대차가 예기치 않게 종료되어 현재의 임차인으로서는 다음 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상당한 비용을 들인 내부 장식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거나 옮겨가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임대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임대인은 임차인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가 없고 그 상가의 가치를 높일 투자를 하게 한 다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기회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내부 장식이나 건물외벽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많이 인상하더라도 오래 장사를 해야 투자한 의미를 찾게 되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응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상가철거나 재개발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를 통해 임차인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덜어주고, 임대인의 기회주의 추구의 가능성을 통제하고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가철거나 재개발은 항상 일어나는 통상적 사건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상가임대차 관계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정안에서처럼 임대인에게 상가철거나 재개발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방법은 계약당사자들이 이런 위험을 자발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에 비해 열등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방식은 불확실성이나 위험에 대해 누가 부담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런 위험 부담에 대해 가격의 인상이나 인하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미 가격을 통해 위험 부담에 대해 지불했으므로 더 이상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크게 줄어든다. 아울러 각 당사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선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임대인이 지는 경우, 예를 들어 상가가 철거될 때 특정 방식으로 임차인에게 보상해주는 조건이 붙은 계약이라면, 임대인은 그 대신 임대료를 더 높게 받으려 할 것이고, 임차인이 이런 위험 부담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할증료를 낼 것이다. 반대로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져서 상가가 철거되더라도 임차인에게 전혀 보상이 없는 대신 임대료를 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의 임대차 계약에서 대부분 이 점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그래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실제로 분쟁이 일어난다. 시장이 발달할수록 이런 유형의 위험을 처리하는 방식이 발전하며, 위험부담에 대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상가임대차 계약에서는 그것이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계약도 이런 식으로 더 발전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기능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에서 발달된 위험분담 방식과 원칙들을 잘 적용하여 법원이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계약들에 대해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 그런 판결들을 축적함으로써 권리-의무 관계가 점차 명확해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에서처럼 일방적으로 규제형태로 보상을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접근방식은 위험을 선택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런 시장의 진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 계약에 이처럼 위험부담에 따른 보상이 반영되면 기회주의와 분쟁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위험에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다름 아닌 권리관계의 명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개정안에서처럼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한다고 해서 기회주의가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인상률의 통제는 이미 상가를 임차하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매우 단기적으로 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가 연장되지 않거나, 초기 임대료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야기되는 등 우리가 주택임대차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택 및 상가의 임대차 문제를 사회적 약자의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기회주의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의 문제로 인식할 때 그런 분쟁이 최소화되고, 그 결과 경제적 기회가 더 잘 활용되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기회주의가 만연하면 처음부터 내부 장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예 상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 기회가 활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상가철거나 재개발이 그 자원을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어서 그렇게 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또 기회주의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는 희소한 자원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잘못 접근하고 있다.
결론
앞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임대차문제의 해결법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맡기는 것이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임대료 인상통제나 임대기간 연장(2년에서 6년으로)은 최고가격제가 지닌 문제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상가임대차에서처럼 권리관계의 불확실성이나 기회주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통제하는 바람직한 과정은 무엇보다 먼저 법원이 임대차시장이나 그 외의 시장에서 기회주의와 위험이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는지 그 원리들을 “발견하여” 이것들을 임대차 분쟁에 적용하는 판결들을 축적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할 때 이 판결들을 준거로 삼아 임대차와 관련된 권리-의무 관계가 더 명확해져서 기회주의가 더 잘 통제된 임대차계약이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판결의 축적을 통한 시장의 제도적 진화를 기다리지 못하겠고 의회의 법률 제정을 통해 기회주의를 통제하겠다면, 위험에 대한 부담과 가격의 관계가 임대차인 사이에 합리적으로 설정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중개업법 등에 수정을 가해 이런 계약이 보편화되는 데 일조하도록 하는 편이 임대차보호법의 수정보다는 바람직할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을 고려해보자면, 가장 바람직한지는 알 수 없지만, 입법하겠다면 차라리 부동산 중개업소의 표준계약서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명확하게 그 의사를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위험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료의 인상폭과 같은 시장의 가격 변화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임차인의 보호에도 좋다. 시장에서 기회주의의 통제 방법이 진화하게끔 법원은 시장에서의 해결방식을 원용하는 판결의 축적에 온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만약 이런 진화의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법률을 통해 기회주의를 당장 통제하여야겠다면, 이런 시장진화를 촉진시키는 법적 강제를 택하라. ▌
김이석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