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우 | 2010-11-03 | 조회수 : 23

얼마 전 대학로에 갔다가 지인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린 이유로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분은 담배를 피고 있을 때 와서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이야기해서 그 행위를 막아야지 않느냐, 이건 과태료를 위한 단속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사실 난 그 동안 주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었다. 하지만 늘 이 분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바대로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캠페인을 보고 듣고 자랐다. '물의 날’이면 “물을 아껴 씁시다”, 교통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합시다”, 심지어 최근에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 많이 낳기” 캠페인이 전세계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캠페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켜야지”, “지키면 좋지” 식의 당연한 결과로서 받아질 수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하여 행동하기까지 그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 캠페인’에서 단순히 쓰레기 분리수거가 환경에 좋고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천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줌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지만 쓰레기 분리를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유인을 제공해야 의도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Click It or Ticket!’이라는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매지 않으면 '딱지’ 란 이야기다. 2003년 미국 정부가 10대와 20대초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벨트 착용 캠페인을 위해(안전벨트를 매는 비율이 가장 낮고 자동차 충돌사고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기 때문) 라디오와 TV 광고캠페인에 약 300억원을 투입하였으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벨트 사용률이 75%에 그칠 만큼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엄격한 법규정과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규제와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고, 그 때 사용된 말이 저 문구라고 한다. 현재 주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나, 대부분 미국의 안전벨트 착용 위반 시 물게 되는 벌금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일견 삭막해 보이지만 복잡한 미국이 '교통선진국’이 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공동체라는 무리 속에서 남을 배려하기 위해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이 때로는 귀찮고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일들을 거리낌없이 행하고 자연스레 사회적 참여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에 사람들의 유인을 바꿀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캠페인은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호소함으로써 그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행해지는 일종의 사회적 운동이다. 이에 덧붙어 적절한 제재와 보상은 학습의 효과를 높여 사람들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이유로 기초질서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매우 엄격하며, 이 제도들 덕분에 범죄율이 세계 최저수준이고, 오늘날과 같은 'CLEAN&GREEN CITY’라는 명성도 얻고 있다. 제도가 사람들의 유인을 바꾼다면, 사람들도 바뀐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보다 좋은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매겨지는 벌금도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운동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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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전문가에게 그 해답을 묻다!
[전문가 진단] 타임오프제
 

지난 해 말에 노조법이 개정되었고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시행되면서 노조와 기업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일부 현장에서는 파업 위협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타임오프와 관련해서, 논란의 주요 쟁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모색 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회 :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
전문가 패널 :  이승길 (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학박사(노동법) ),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본부장) 

- 주요 내용 -
(1) 타임오프제도란?
(2) 타임오프제도를 실시하게 된 배경, 원인은?
(3)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4) 불법이면합의 내용과 현황은 무엇이며, 그 문제점은?
(5)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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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전문가에게 그 해답을 묻다!

[전문가 진단] 부실대학 명단공개,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나?


대학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최근 정부가 학자금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부실대학의 명단을 공개하였습니다. 이것이 대학의 구조조정이 촉발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부실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왜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되는지,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사회 :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

전문가 패널 :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 )                

- 주요 내용 -

(1) 왜 대학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되는가?
(2)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3) 대학의 현실이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4)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실대학 명단공개 및 학자금 대출한도 규제 대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5) 이 대책의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구조조정에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는 것인가?
(6)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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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전문가에게 그 해답을 묻다!

[전문가 진단] 넘쳐나는 쌀 재고, 해법은?


주제 ▍ 넘쳐나는 쌀 재고, 해법은?
출연 ▍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ekkim@gri.re.kr)
사회 ▍ 자유기업원 곽은경 대외협력팀장(kek@cfe.org)

<질문>

1. 쌀 재고 현황과 문제점
1-1. 쌀 재고 현황은 어떠한가?
1-2. 쌀 재고의 문제점과 그 원인은 무엇인가?

2. 쌀 관세화 유예
2-1. 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내용과 MMA 수입방식이란?
2-2. 2004년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하면서 계속해서 의무 수입량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쌀 재고가 쌓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조건인 것 같다. 어떻게 보나?
2-3. 쌀은 주식이라 성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관세화 하면 곧 외국 쌀이 몰려 들어와 공급과잉을 더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 같다. 농민단체들도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기 관세화가 한국 쌀 산업 보호에 더 유리한가?
2-4. 우리나라 쌀 가격 수준은 어떤가? 재고가 많다면 수출도 가능하지 않나?

3. 정부의 정책방향
3-1.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하는데, 주로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방법인 것 같다. 효과적이라고 보시는지? 재정지출이 상당하지 않나?
3-2. 재고를 줄이려면, 쌀 생산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소비를 늘리거나, 재배를 줄이는게 해법인 것 같은데, 재배를 줄이기 위해서 대체작물 재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요즘같이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는데, 오히려 농민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어떻게 보시는지?
3-3. 직불금이라고 해서 쌀 생산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직불금 때문에 대체작물 재배 유인이 없지 않나?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실제 대체 작불 재배가 가능한가?
3-4. 바람직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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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6.2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 논란


사회 :  곽은경(자유기업원 대외협력팀장 )

전문가 패널 : 조형곤 (21세기 미래교육연합 대표)                

- 주요 내용 -

1. 21세기 미래교육연합 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2. 6.2 지방선거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치단체장과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는데, 이분들이 취임하고 난 후에 실질적으로 급식 정책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요?

3. 현재 서울시와 민주당이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내년부터 전면 실시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4. 다른 자치단체 현황은 어떤가요? 제가 듣기로 제주도에 최근에 무상급식 조례가 제정됐다고 하던데요?

5. 무상급식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예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실제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6. 무상급식이 이미 농어촌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전체 지역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려면 예산이 얼마 정도 더 필요할까요?

7. 무상급식 이슈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지방 선거를 위한 정치적 선전에 이용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겠는데요?

8. 무상급식 논란이 전교조가 아닌 경기교육감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현상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7. 끝으로 정부와 교육당국이 급식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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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전문가에게 그 해답을 묻다!


[전문가 진단] 중소기업 경쟁력 키워야 대등한 협력 가능



사회 :  최승노(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

전문가 패널 : 이병기 (한국경제선임위원 / 경제학 박사)                


- 주요 내용 -


(1) 대기업이 많은 수익을 내는 반면, 중소기업은 현황은?

(2)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3) 납품계약과 납품단가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요?

(4)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5)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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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간의 선거 운동
이승만의 불출마 선언
민의(民意) 가동과 이승만의 번의
선거 양상
이승만의 재 당선

18일 간의 선거 운동

1952년 7월 4일 밤 늦게 국회를 통과한 발췌 개헌안은 7월 7일에 공포되고 7월 18일에는 정. 부통령 선거법이 공포되었다. 선거법 시행령에서 제2대 대통령 및 제3대 부통령 선거일을 2주 남짓 뒤인 8월 5일로 확정했다. 원래 정. 부통령 선거법에는 선거일 40일 전에 선거일자를 공고하도록 명시해 두었으나 1952년의 선거만은 예외 규정을 두어 공고 17일 만에 선거를 치룰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야당 후보에게 선거운동을 할 넉넉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여당인 자유당은 7월 17일 대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에 이승만, 부통령 후보에 이범석을 지명했으며, 야당인 민국당은 대통령 후보에 이시영, 부통령 후보에 조병옥을 입후보시켰다. 대통령에는 이승만, 이시영 외에 조봉암, 신흥우 두 사람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부통령에는 이범석, 조병옥 외에 함태영(무소속), 전진한(대한노총), 정기원, 이갑성, 임영신(이상 자유당 합당파), 백성욱(무소속), 이윤영(무소속)등 9명이 출마했다. 이들 부통령 후보 중 조병옥과 전진한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전부 대통령 이승만을 지지하고 있었다.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추대된 이범석은 당내 주류였던 족청파가 밀어서 지명을 받기는 했으나 선거 도중 이승만의 의사가 이범석이 아닌 무소속 함태영을 택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고 그 때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함태영이 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생겼다.

정부는 선거의 자유 분위기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이미 발췌안의 통과와 더불어 사실상 불필요해진 비상 계엄령을 해제하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삼엄한 분위기로 말미암아 그러한 정부의 공언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이승만의 불출마 선언

이승만은 7월 19일에 있은 자유당 전당대회에 매시지를 보내 자신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통고했다. 그리고 자유당에서 당수, 부당수의 이름을 제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같은 요청을 그가 이범석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는 의사 표시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승만의 최종적인 속마음은 아예 자유당을 주도하고 있던 족청파와 그 파를 대표하는 이범석의 거세에 있었던 것으로 뒤에 가서야 밝혀졌다. 대통령으로 추대된 자신이 지명하지 않는 부통령 후보를 자유당이 당론으로 결정한다면 그 당사자가 이범석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이승만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보다도 그는 날로 세력을 확장해 가는 족청을 그냥 봐 넘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러한 의사를 대통령 후보 지명 거부라는 형식으로 당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았던 것 같다.

이승만의 단호한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자유당 전당대회는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였다. 비록 피지명자가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전당대회의 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당수인 이승만은 전당대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자유당의 창당을 직접 지시받은 것이 이범석이었고 족청이 앞장서서 이승만을 지지하는 원외 자유당을 그리고 나아가 자유당을 창당해 냈고 이승만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기로 했는데 설마 그가 족청과 이범석을 버릴 수 있겠느냐고 믿었던 모양이다. 전당대회는 후보 지명을 강행키로 결의하고 계획대로 대통령 후보에 이승만, 부통령 후보에 이범석을 지명한다.

이 결정에 대해 이승만은 "나는 자유당 당수를 수락한 일도 없으며 부당수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한층 더 격한 담화를 내었다. 그런데도 족청파 주도의 자유당은 이를 무시하고 당초의 결정대로 후보지명을 고수하기로 했다.

민의(民意) 가동과 이승만의 번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 받은 이승만은 거듭 본인은 대통령으로 재선되기에는 너무나 고령이며 젊고 정력 있는 인사가 국사를 맡는 것이 좋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 엄청난 무리수를 둔 그가 불출마 선언을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제스츄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족청파의 판단도 이범석의 부통령 지명 문제보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승만의 정치적 제스츄어라는 쪽에다 무게를 두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승만의 사의 표명을 번복시키기 위해 자유당이 다시 바빠졌다. 족청파 주도의 자유당은 민중자결단 등 각종 관제 데모대를 동원해서 이승만의 재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데모대는 종일 대통령 임시 관저 앞에서 재출마를 촉구하는 연좌데모를 벌렸다. 자유당은 이승만의 재출마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350만 통이나 들어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이 관제 탄원서라는 것은 누구 눈에나 훤히 보였다.

마침내 입후보 마감일을 눈앞에 두고 이승만은 번의를 하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과 각계 각층에서 재출마를 요청하는 탄원서가 밀려 왔으나 그 중에서도 본인을 깊이 감격케 한 문자는 '민의를 존중하는 대통령이시니 당신의 재선 입후보를 주장하는 전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것이었다"는 불출마 번의 담화를 발표한다.

이승만의 불출마 선언과 그 번의 담화는 두 가지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 의도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성사시켰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선출에 국민의 직접적인 뜻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지 자신의 재선을 목적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며, 자신은 민의의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출마를 하게 된다는 점을 국․내외에 선전하고, 둘째는 자신은 어느 당의 추대보다도 국민들의 민의에 의해 대통령 출마를 하느니 만큼 설사 자기를 지지하는 당이라 할지라도 당내의 어느 정파가 세(勢)를 키워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일을 자의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가 어느 일개 정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존재임을 과시하기 위해 그는 초대 때에도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절대적인 공을 세운 한민당을 대통령이 되자마자 버렸으며, 이번에도 자신이 자유당을 좌지우지 해야지 당의 다른 어떤 세력이 자신의 의도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불출마 선언과 번의 담화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부통령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이미 결정해 두고 '부통령에 대해서는 누구를 추천하고자 아니하고 오직 동포들의 공결(公決)에 붙이는 바’라고 자유당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이범석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을 분명히 시사했다.

선거 양상

대선을 눈앞에 두고 민주당은 전혀 선거체제를 갖출 틈을 갖지 못했다. 선거운동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특히 선거에서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자금이 태부족이었다. 자금 동원 능력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싸울 태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으니 전의도 그만큼 저조했다. 민국당의 대통령 후보 이시영은 노약한 몸이어서 활발한 선거유세를 할 수가 없었고, 부통령 후보 조병옥만이 고군분투하는 격으로 전국 주요 지점만 몇 번 돌며 불법적인 부산정치파동이 이승만이 종신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독재를 하려는 음모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시간과 자금이 너무 빈약했다. 민주당은 후보자 결정을 늦게 하는 통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일이 5, 6일에 불과했다. 야당은 이승만이 계산한 대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을 투표로 연결시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역부족이었다.

선거전은 이미 거의 부동의 승세를 굳힌 대통령 선거보다 부통령 경쟁에 더 많은 힘을 쏟는 양상으로 변했다.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도 부통령 쪽으로 기울어졌다. 선거전은 여․야의 대립이라기보다 이승만 지지자들 끼리 누가 더 이승만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하는 싸움으로 변해 갔다. 그런 속에서 경찰이나 행정 조직이 부정선거를 하고 있다는 증거는 사방에서 노출되었다. 선거를 감시한 유엔 감시위원단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도 그 사실에 언급하고 있다.

"선거에 나타난 비난점은 주로 등록 마감일(7월26일)과 투표일(8월5일)의 사이가 짧다는 것이었다. 7월 4일에 겨우 국민의 직접선거가 있으리라고 결정되었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있지 않았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재직자(이승만을 말함)는 아주 유리하였다. 특히 벽지에서는 이승만을 제외하고는 어느 후보자의 인격, 경력 또는 정강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위원단은 발견하였다. 경찰이 간섭하였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이 어떤 간섭이 있었으나 대통령의 선출에 관한한 어떤 중요한 차이도 자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서는 '경찰이 간섭하였다는 비난은 의심할 바가 없으나 그것이 대통령의 선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중요한 변화를 자아내지를 못했다’고 적고 있다. 이승만이 자유당에서 추대한 이범석을 거부하고 자신이 낙점한 함태영을 부통령으로 밀었다는 사실을 유엔 감시단은 잘 알고 있었으며, 조직력이 우세한 자유당의 이범석이 떨어지고 무명에 가깝던 함태영이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경찰의 강력한 간섭이 있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한 결과는 이승만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경찰에게 이승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사실 경찰의 선거 개입은 이승만의 의중을 알아차린 총리 장택상과 내무장관 김태선이 면밀한 전략을 세움으로써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승만의 의중을 알기 전까지는 경찰 조직력은 집권당인 자유당의 공천자 이승만과 이범석의 당선을 위해 힘을 썼다가 투표일을 불과 수일 앞둔 시점에서 부통령을 함태영 지지로 바꾸었다. 경찰에게 이 정도의 공작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선거전은 경찰의 조직력과 족청파 조직력 간의 싸움으로 변했는데, 원래 경찰조직의 힘을 빌려 조직을 짠 자유당 내 족청파가 경찰조직을 당하기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이승만의 재당선

선거는 자유당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투표결과는 총유권자 825만9428명 중 727만여명이 투표에 참가하여 자유당의 이승만이 예상한대로 유효투표의 72%인 523만8769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부통령에는 무소속의 함태영이 유효투표의 40%인 294만3813표로 당선되었다. 투표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어 이윤영, 전진한, 임영신, 백성욱, 정기원의 순서로 득표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이범석은 경찰의 선거간섭을 비난하면서 이승만에 대해서는 언급함이 없이 경찰의 책임자 격인 총리 장택상과 내무장관 김태선을 고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무위(無爲)였다. 자유당 족청파는 선거 직후 몇몇 주요 장관직에도 발탁되고 장택상 총리, 김태선 내무장관을 사임시키는 등 한때 당세를 회복하는 듯이 보였지만 얼마 가지 못해 서서히 이기붕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만다.

패배한 민국당은 원내에서의 세력이 크게 위축되어 갔다. 야당세력은 민국당계와 조봉암 지지세력 간의 대립이 표면화되었으며 그때까지 야당 편향의 의원들 중 다수가 여당으로 이탈해 가는 통에 원내의 야당세력은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한 때 큰 세력으로 움직였던 원내 자유당 신라회, 무소속 구락부 등도 교섭단체를 해체하고 말았다. <다음호에 계속> ▌

이 형 / 평론가ㆍ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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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안의 발상

- 대한민국 국회이야기 제14화 -

정치적 소용돌이가 계속되는 속에서 야당계 의원들은 국회출석을 거부하고 있었다. 등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구속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피신을 하느라 사실상 국회출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국회 밖에서 매일 같이 데모를 벌이고 있던 백골단 땃벌떼 등 어용단체는 원외에서 마주치는 국회의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치 않아 국회 주변의 상황은 무질서라기보다 차라리 무법천지에 가까웠다.

그러는 사이에도 국회 야당 측이 제출한 내각책임제 개헌안과 정부가 제출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모두 국회에 상정되어 있었으나 이 두 법안이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른 한편으로 신라회(新羅會)주도의 이른바 발췌개헌안이 준비되고 있었다. 발췌개헌안의 주역을 맡은 장택상은 이 개헌안이 정부의 대통령 직선제와 야당의 내각책임제를 절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으나 이승만이 의도하는 직선제가 개헌안의 핵심이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었고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불신임권은 그저 모양세로 갖다 부친 것에 불과했다.

1952년 6월 20일에 국무총리 장택상은 자기가 주도하는 신라회와 원내의 이승만 지지 세력을 합쳐서 이른바 발췌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췌안의 주요 골자는 1. 대통령 직선제 2. 상․하 양원제(단 정부안에 있는 '상원의원의 3분의 1은 국가유공자 및 학자, 명망가를 국무위원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항목은 삭제하였다.) 3. 국무총리 요청에 의한 국무위원의 임명과 면직 4.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불신임안은 총선 후 1년이 지난 후에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유일한 목적이었던 이승만에게 다른 지엽적인 조항은 아무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국제적 조언

발췌 개헌안이라는 전무후무한 변칙적인 개헌안이 나오게 된 이면에는 국제적인 조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정의 회고록이나 장택상의 회고록에 의하면 발췌개헌의 구상은 당시의 주한미국대사 무초와 유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매듀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매듀는 “적군을 앞에 두고 정치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뜻도 이루게 하고 국회의 체면도 세워주는 수습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허정에게 발췌안을 제시했는데, 허정은 그것이 변칙적인 헌법 개정이라고 해서 거간 역할을 거절했고 장택상은 그것을 받아드려 국회 간부들에게 정식으로 제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얼마 후 국회의장단은 크라크 유엔군 사령관을 방문했다. 크라크는 '현재 전선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인데 이 정세 속에서 정국의 혼란이 가중된다면 신탁통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 사태의 긴박성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승만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전제 아래 미국 측이 택한 일종의 최후통첩과도 같은 성격의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에 불안을 느낀 의장단이 원내 각 정파를 설득해서 정부와의 타협이 불가피하다는데 합의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승만은 이 같은 미국측의 속셈을 미리 읽고 자신 있게 직선제 개헌 강행을 추진하지 않았나 하고 추정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장택상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신라회에서 발췌개헌안을 제출하여 가까스로 난국을 수습하게 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공개할 수 없는 국제적인 모종의 계책이 있었다. 이 내용은 당시 국회에서 의장단과 각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공개한바 있었는데 어쨌든 그와 같은 난국에 처해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발췌개헌안이 채택되었던 것이다”라고 저간의 경위를 말해주는 글을 적고 있다.

이승만의 뜻을 이루게 한다는 것은 결국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장택상은 이 내막에 대해 '공개할 수 없는 국제적인 모종의 계획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발췌개헌안이 난국에 처해 있는 당시의 사정에서는 유일한 해결 방법이었음을 강조하고 자신의 발췌안 주도 역할을 합리화하고 있다.

의원 몰이: 강제연행과 연금

발췌개헌안이 제출된 지 닷새 만에 발생한 대통령 저격 미수사건으로 민국당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의 사기는 어쩔 수 없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이용해서 경찰은 출석을 거부하는 야당의원들을 일일이 찾아서 국회로 연행했다. 연행된 의원들은 계엄군에게 인계되고 무장군인들이 이들을 의사당에 수용했다. 말은 일시적인 연금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자유행동이 제한된 완전한 감금이었다. 감금된 의원들은 이틀간이나 외출이 통제되고 급하게 외출이 불가피해진 의원들은 동료의원인 남송학의원(원외 자유당파)이 발행하는 허가증을 가져야만 외출이 가능했다. 국회의원이 같은 동료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행동의 자유마저 속박하고 있었으니 이미 국회는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국희가 아니었다. 국회의원의 체통도 체통이려니와 국회 자체가 한 나라의 입법을 담당하는 입법부로서의 권위를 완전히 상실한 꼴이 된 셈이다. 잡혀오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계엄군의 대접도 거칠고 소홀했다.

야당 의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사건과 사연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계엄사령관 원용덕과 최성웅 의원 간의 주먹다짐은 당시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유명 일간지에까지 보도된 정도로 특기할만한 사건이었다. 최성웅은 피신을 다니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7월 3일 국회로 연행되어 왔는데 최성웅을 본 원용덕이 “네가 최성웅이냐? 오라면 빨리 오지 어디서 꾸물대다가 이제사 오는거냐”고 호통을 쳤다. 이 말에 격분한 최성웅은 주먹으로 원용덕의 따귀를 갈기고는 멱살을 움켜잡았다. 급습을 당한 원용덕이 권총을 빼들자 보좌관이 그의 손을 붙잡아 총을 넘겨받았다. 둘은 서로 멱살을 잡은 채 실랑이를 벌렸는데 원용덕은 “이게 미쳤나”하고 소리를 지르고 최성웅은 “이 XX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헌병이라는 작자가 국회의원 더러 어디서 꾸물대다 오느냐고? 이 XX의 발바닥이나 핥다가 죽을 XX야”하고 고함을 쳤다. 보좌관들이 둘을 겨우 떼어놓기는 했으나 최성웅은 저고리와 와이셔츠가 찢기고 원용덕은 전투복 계급장 중 별 2개가 떨어져 나갔다. 국회의원을 대하는 계엄군의 자세가 대저 이러했다.

국회는 7월 3일과 4일 이틀 동안 발췌개헌안을 중심으로 형식적인 토론을 벌렸으나 그 보다 먼저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국제구락부 사건과 국제공산당 관련 사건으로 10여명의 의원이 구속되어 있은 데다가 신변에 위험을 느낀 상당수 야당의원들이 행방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개헌 통과에 필요한 성원을 채울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이렇게 되자 직선제 개헌 추진 의원들은 이범석 내무장관과 상의해서 구속된 의원을 석방조치하도록 하는 한편, 숨어 있는 의원들의 수색에 박차를 가하도록 독촉했다. 명색이 국제공산당사건이라는 중대 범죄에 계류되어 있는 의원들까지 국가의 기간이 되는 헌법개정안 투표에 동원을 했으니 희극인지 비극인지 국민들은 웃을 수도 없는 한심한 심경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발췌개헌안 통과

1952년 7월 4일 밤 9시 30분 무장경찰, 헌병, 테러단이 포위한 국회에서 발췌개헌안은 기립 표결로써 재석 166명 중 찬성 163표, 기권 3표 (양병일, 윤담, 김영선)로 통과되었다. 자유 분위기가 보장되지 않은 여건 아래 비밀 투표도 아닌 기립표결이라는 민주주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방법에 의한 표결의 결과였다. 이로써 법과 질서가 무시되고 짓밟힌 가운데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개헌이라는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발췌개헌안에 의해 대통령 중심제이면서 총리제를 두는 기형적인 정부형태가 생겨났다. 개헌안이 통과 된지 한 달, 그 법이 공고된 지 17일 만인 8월 5일에 정․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는데 정․부통령 선거 사상 전무후무한 최단기 선거 운동 기간이었다.

발췌 개헌안은 그 내용의 시(是)와 비(非)를 떠나서라도 어떤 경로를 겪어 어떠한 방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었는지 그 경위를 우리의 헌정사에 분명히 기록해 두어야 할 중대사라는데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발췌개헌안의 통과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의회의 기능을 파괴한 반(反)의회주의적 일종의 쿠데타 행위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발췌안이 남긴 자국

발췌안 통과를 반의회주의적 쿠데타로 보는 이유는, 첫째, 발췌개헌안의 통과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의사 진행에 의한 통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는 출석을 거부하는 의원들을 경찰이 강제 연행을 해서 의사당에 연금을 시키고 투표를 강요한 일들이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이었다. 이것은 민주국가의 기본인 의회정치를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든 처사였다.

셋째는 권력으로써 군(軍)을 사용(私用)했다는 점이다. 국가 긴급권인 계엄령 선포권을 정권 유지용으로 이용했으며, 이와 같이 물리적 강권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드는 것은 민주제도의 존립을 위협하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일부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치개입이 뒤를 이었고, 수 차래의 군사 쿠데타가 초래되는 토양이 배양되었다.

넷째는 관제 민의를 조작해서 민의에 의해 선출된 국회를 무용화시키려한 일이다. 관제 민의는 경찰에 의해 조작되었으며 그 후 계속 권력유지의 방편으로 경찰이 선거에 관여하는 등 경찰권을 남용하게 된다. 거의 모든 선거에서 경찰은 여당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개입하는 관례를 만들었고, 이 같은 관례는 발췌개헌안 때부터 생겨난 폐습이다. 자유당 정권과 그 후의 군사정권 하에서 경찰이 얼마나 많은 선거를 자신들의 뜻대로 요리했는지는 선거사의 기록에 생생히 남아 있다.

다섯째는 권력이 시중의 폭력배들과 결탁해서 이들을 권력 유지의 보조역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경찰이나 헌병대 같은 강권적 권력기관이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하기 힘든 일을 이들 폭력배들한테 맡겨서 처리하게 만들었다. 4.19 의거 때 데모를 하고 귀교하는 고려대 학생들을 습격해서 많은 부상자를 내게 만든 사건이 정치 깡패들의 마지막 소행이 되었으며 자유당 정권의 명맥을 끊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섯째는 정적을 제거하거나 견제할 목적으로 걸핏하면 용공사건을 꾸며 상대방을 공산당으로 몰아세운 일이다. 발췌 개헌안 통과 때만 하더라도 유명한 반공검사를 공산당과 접선해서 정치자금을 유입해 오고 그가 접선한 간첩이 몇몇 유명 정치인들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죄목으로 구속했으며, 야당계 유력인사들을 세칭 국제공산당의 비밀 정치 공작에 관련시켜 구금했다. 국가보안법을 정적을 제거하거나 그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악용한 좋은 예라고 하겠는데 그 후의 정권에서도 용공 조작 수법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선을 보였다.

부산 정치 파동과 발췌개헌안의 통과는 우리나라 의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불상사였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

이 형 (평론가ㆍ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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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번호 1809450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451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

서론

2010년 9월 국회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 등 10인은 과세구간 신설 및 세율인상과 관련한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법률안은 세수확보 및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써 대규모 법인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구간신설 및 누진세율의 적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에는 2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현행의 과세표준에 1,000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30%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이미 수립되어 있는 세율인하 계획(2012년부터 적용)을 폐지하고 현행대로 22%의 세율을 유지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현행의 4단계 과세단계에 1억2천만원 초과구간을 신설하고 40%의 소득세율 적용계획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이미 수립되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 인하방침을 폐지하고 현재의 35%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법률개정안에 제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표> 법인세 및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개요

구분

제안내용

개정이후

법인세

- 과세구간신설(1천억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30%)
- 최고한계세율 인하방침(22%→20%) 폐지 (현재의 22% 유지)

-과세단계증가(2단계→3단계)
-최고한계세율인상*(20%→30%)

소득세

- 과세구간신설(1억2천만원초과) 및 초과누진세율 적용(40%)
- 최고한계세율 인하방침(35%→33%) 폐지 (현재의 35% 유지)

-과세단계증가(4단계→5단계)
-최고한계세율인상**(33%→40%)

※ 주*,주**: 최고한계세율은 이미 계획이 확정된 2012년 기준임.

제안된 개정안은 세수감소 및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지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서, 현재의 재정적자의 문제나 복지수준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제안 이유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들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법인세 부담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 국세수입 가운데 법인세만 감소하였고,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고용창출의 규모를 늘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법인의 이익에 대한 과세표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득세 역시, 고소득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세부담을 증가시켜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요약하면 제시된 법률개정안은 대기업, 고소득층에 대한 세부담 증가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률개정안은 조세이론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이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율인상의 문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조세의 부과는 경제적 잉여의 상실을 가져온다. 조세가 부과되면 그 크기만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공급자가 받는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 및 공급자 잉여, 즉 소비자와 공급자가 취할 수 있는 가치나 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소된 잉여는 정부의 조세수입으로 전환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가운데 일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그냥 사라져버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조세의 초과부담(excess burden of tax)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세의 효율성이란 이러한 초과부담의 크기, 즉 세금부과로 인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세수의 크기와 세금 때문에 상실되는 경제적 잉여의 상대적인 크기로 측정된다. 이와 같은 조세의 초과부담은 몇몇 요인에 따라 변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세율이다. 세율이 2배가 되면 상실되는 초과부담은 4배가 되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율인상은 조세 효율성을 저감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조세효율성에 관심을 두는 많은 전문가들이 세율인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 신설을 통한 누진율의 강화, 즉 세율인상에 해당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율인상은 조세체계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리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기조의 도래 등 우리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생각할 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향후 지출증가는 명약관화할 정도로 쉽게 예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수의 급격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세수를 얻더라도 보다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율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다. <![endif]>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세율인상이 항상 세수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제안된 법률은 과세구간신설과 세율인상을 통해 세수증가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수는 세율(tax rate)과 세원(tax base)의 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한 변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항상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세원이라는 것이 그냥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율과 반비례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세율이 증가하면 세원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세율인상=세수증가`라는 관계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컨대, 세율인상으로 세금부담이 과중하게 되어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세금을 거둘 곳이 작아져 걷히는 세금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지적한 바 있는데, 이를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라 한다. 래퍼이론의 함의는 결국 과도한 세율인상은 효율성 악화는 물론, 세수증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마다 더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 세율인하를 추진해왔던 것이며, 이의 상징적인 표현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인 것이다. 혹자는 넓은 세원의 의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과세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넓은 세원이란 낮은 세율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 효율성을 위해 낮은 세율을 추구하다보면, 자칫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세원을 확장하자는 논리인 것이다. 요컨대, 효율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넓은 세원이 필요한 것이지, 넓은 세원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상의 논의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면, 세수증가는 세율인하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즉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해외 활동이 많은 기업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가급적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기업활동을 할 것인데, 이 경우 세율인하가 세원증가를 가져오는 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의 좋은 예로 홍콩이나 싱가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폴은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로 가장 즐겨서 선택하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낮은 세율은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이를 통해 충분한 세수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근래 지속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세수증가를 위해 세율을 인상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세수확대에 긍정적이지도 않은 정책대안인 것이다.

세제의 복잡성 문제

과거 조세정책은 대내적인 경제정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었다. 조세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므로, 대외적인 경제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조세정책 역시 가중되는 국제경쟁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의 조세체계를 개편하고 있으며, 해외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세제개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제개편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세제의 단순화이다. 단순한 세제란 언뜻 정밀하지 못하여 허술하다는 인식을 주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선진국들은 세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세제에 여러 가지 장치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고 세율을 차등적으로 유지함으로서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높이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제의 복잡성은 나날이 가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과세구간을 세분화하여 복잡한 누진율을 적용한 세제는 언뜻 매우 정의롭고 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복잡한 세제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세제가 복잡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세금을 무슨 이유로 얼마만큼 내야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몇 번은 과세당국이 내라는 대로 흔쾌히 내겠지만, 확실히 수긍할 수 없는 세금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공연한 박탈감을 갖기 쉬우며 심한 경우 납세의식의 약화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제가 복잡하면 징세당국 역시 세금을 적절히 거두기 어려우며, 이 가운데 많은 비용이 소비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의 불법적인 조세 행태도 증가하게 되었다. 세제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숨을 곳이 많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복잡한 조세체계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효과는 뚜렷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제도임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반성으로 나타난 현상이 근본적 세제개편(fundamental tax reform) 논의이며, 이의 주된 정신 가운데 하나가 세제의 단순화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세계적 조세개편의 흐름을 인식, 우리세제의 단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세구간을 줄이고 세율의 누진성도 완화시키는 등 과세체계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과세구간을 늘이고 세율을 높이는 개정안은 세제개편에 대한 조세정책의 기조나 세계적인 흐름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경제활동의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국가 사이의 생산요소의 이동은 자유로워지고 있다. 자본의 이동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으며 노동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 조세정책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 조세정책에도 생산요소 유치를 위한 고려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 경제활동 및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생산요소 확보가 필수적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본이 높은 수익을 쫒는 것은 일종의 경제법칙에 해당된다. 그런데 조세부담은 자본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다른 조건이 유사하다면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국가로 자본이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자본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득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소득자들은 생산성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들 역시 세부담이 낮은 국가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세부담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인재들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나아가 일 잘하는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면 결국 이로 인한 경제활력의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그리고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맺음말

이상에서 제안된 소득세 및 법인세 일부 개정법률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 이론의 측면에서 짚어보았다. 제안된 개정안은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세부담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써, 응능부담의 원칙, 즉 담세력이 있는 자에게 세부담을 지우는 형평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이러한 개정안이 조세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조세여건에도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물론 좋은 조세체계가 가져야 할 조건은 효율성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형평성 역시 우리가 지향해야할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좋은 조세 제도를 갖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할 부분은 어느 한쪽의 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개의 경우 효율성이란 눈에 쉽게 뜨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정서적으로 반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조세체계의 합리성과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자의 완화와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적자란 그 의미상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을 의미하므로, 들어오는 돈을 늘이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나가는 돈을 줄이면 적자문제의 해소는 가능한 것이다.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은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의미도 되지만, 가지고 있는 돈을 보다 효과적으로 쓰는 것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집행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지출효율화인 것이다. 현재의 재정은 효과적으로 잘 집행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꼼꼼히 따져보면 낭비성지출이나 선심성, 중복성 지출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만으로도 재정적자의 완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재정지원을 하되, 이러한 재정지출이 낭비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복지재원이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지출의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에 더 신경을 쓴다면, 상당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상겸 (단국대학교 교수ᆞ경제학과)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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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번호 1809136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 의안번호 1809135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

 

강기갑의원이 발의한 주택 및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내용

강기갑의원 외 21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2010년 8월 19일 발의하였다.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최대 6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보증금의 인상률을 5% 범위 이내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분쟁해결을 위해 지방정부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여기에서 조정한 조정조서에 법정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 외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표준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기존의 법률에서 인정하는 계약거절의 요건인 철거 또는 재건축의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 경우로 한정하고, 둘째,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은 5%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한다 (보증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전환금액의 연 10%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을 곱한 월세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게 함), 셋째, 동법의 적용대상을 사행행위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상가임대차계약으로 확대하고, 넷째, 임대차보호의 효력이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하는 즉시 발생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말해 동 개정안은 임차인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가격(인상)을 일정 범위 내로 강제하고 거래조건을 규제함으로써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할 때 “최고가격제”에 해당하는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 시도와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이 개정안이 의도한 목적인 임차인의 경제적 이해의 보호를 달성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오히려 임차인의 경제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경제적 기회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 관점이 아니라 권리관계의 명확화(위험부담에 대한 가격책정) 혹은 기회주의의 통제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할 때 바람직한 해결책의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는 상가임대차계약의 진화는 결국 법원의 임대차분쟁에 대한 판결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만약 법원의 판결축적을 기다리지 못하고 의회의 법률 제정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면, 계약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장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간섭의 강화

이 부분은 이 글의 핵심이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경제학원론 등의 책에서뿐만 아니라 자유기업원의 입법브리프를 통해서도 이미 분석되고 있기 때문에 간략하게 언급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임차한 사람들 대부분에게 전세금은 가장 큰 자산항목이며 나중에 주택을 구입하는 종자돈일 것이다. 그래서 전세세입자들은 혹시 임대자의 파산으로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임차한 주택의 담보상황 등을 확인하고 자신의 주택에 대한 담보 권리를 확정해 두고 있다. 실제로 서울 등에서 전세금이 크게 떨어지는 역(逆)전세대란이 벌어지자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경매에 내놓은 조치를 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었다. 이처럼 누가 어떤 순위로 그 권리를 보장받는지에 대한 권리관계가 명확해지면서 임차인은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주택임대차에서는 권리관계가 비교적 명확해진 탓에 주택임대차법률에 관한 개정안은 주로 거래조건(기간이나 가격)에 대한 간섭을 통해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간섭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오히려 이들의 이익을 침해한다. “도시를 황폐화시키려면 그 도시를 폭격하거나 임대료 통제를 실시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임대료 통제가 초래할 폐해는 최소한 경제학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개정안에서 임대료를 5% 범위 내에서만 인상케 한 것이 바로 이런 임대료 통제에 해당한다. 만약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5%를 초과하는 상황이라면, 강제로 임대료를 이에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편의 희생으로 다른 한편의 이득을 도모하는 데 불과하므로 이는 법 앞의 평등을 추구해야할 법률이 취할 태도가 될 수 없다.

이런 법적 정당성 문제 이외에도 경제적으로도 이 개정안은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하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하게 될 것을 미리 감안해서 처음부터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만약 법률이 임대료 인상률과 함께 임대료 자체를 통제하게 된다면, 임대 주택가는 슬럼화하고 임대주택의 공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었더라도 특정한 지역에 예를 들어 명문학교가 이전해 와서 임대주택의 공급에 비해 취학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임대료 통제가 없었더라면 임대료가 전년도에 비해 15% 증대되었을 상황을 생각해 보자. 높아진 임대료는 그 학교에 보낼 자녀가 있는 사람들을 전입해 오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일부 임차인들로 하여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에서의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릴 것이다. 임대가격은 이처럼 임대주택이라는 자원이 변화되는 상황에 맞게 배분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임대료 통제는 가격의 이런 기능을 저해하여 그 주택을 임대할 필요가 더 큰 사람은 배제하고 더 작은 사람은 그 주택에 계속 살게 만든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임대료 통제처럼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을 통제해 이보다 더 낮게 받도록 하면(최고가격제)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늘어난다. 그래서 결국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암시장의 형성이나 부패의 가능성(예를 들어 시영(市營)아파트의 임대를 둘러싼 부패)이 발생한다. 이런 단기적 현상 이외에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임대료는 더 비싸지게 된다. 임대료 통제가 심했던 뉴욕시가 여타 도시들에 비해 주거환경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너무나 비쌌던 이유가 바로 이 임대료 통제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를 두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이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싶으면 임대료를 통제하라고 빗대었었다.

임대기간을 현행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도 현재보다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하는 것이므로 최고가격제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임대기간에 대한 통제도 계약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법률적 강제를 통한 주택임대기간의 연장은 임대료 통제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이들의 경제적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 수 있으며, 경제적 환경변화에 맞게 그 용도나 이용자가 변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한다.

앞에서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지방정부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 개정안의 방안이 잘못된 이론 아래 만들어진 규정들에 따라 판정을 하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또 하나의 지방정부조직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불명확한 권리관계와 기회주의의 통제 방안 부재

상가임대차 문제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한 경제법칙이 적용된다는 근본적 사실에 있어서는 주택임대차와 전혀 다를 바 없으며, 그래서 가격, 임대기간 등의 거래조건에 관한 간섭이 몰고 올 폐해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을 5% 범위 내로 한정한 조항의 폐해도 전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주택을 임차한 경우 임대차 관계가 끝나면 붙박이 가구를 제외한 짐들만 옮겨가면 된다. 이에 비해 상가 임대차의 경우에는 임차인이 상당한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고, 기존 임차인에 대해 소위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권리관계가 보통 주택임대차보다 상당히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상가임대차에서는 불확실성과 기회주의가 개재될 여지가 상당히 있다.

상가 철거 혹은 재개발 등으로 인해 임대차가 예기치 않게 종료되어 현재의 임차인으로서는 다음 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상당한 비용을 들인 내부 장식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거나 옮겨가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임대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임대인은 임차인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가 없고 그 상가의 가치를 높일 투자를 하게 한 다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기회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내부 장식이나 건물외벽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많이 인상하더라도 오래 장사를 해야 투자한 의미를 찾게 되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응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상가철거나 재개발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임대료 인상률의 통제를 통해 임차인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덜어주고, 임대인의 기회주의 추구의 가능성을 통제하고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가철거나 재개발은 항상 일어나는 통상적 사건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상가임대차 관계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정안에서처럼 임대인에게 상가철거나 재개발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방법은 계약당사자들이 이런 위험을 자발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에 비해 열등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방식은 불확실성이나 위험에 대해 누가 부담하는지를 명확하게 하고 그런 위험 부담에 대해 가격의 인상이나 인하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미 가격을 통해 위험 부담에 대해 지불했으므로 더 이상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크게 줄어든다. 아울러 각 당사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선택할 수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임대인이 지는 경우, 예를 들어 상가가 철거될 때 특정 방식으로 임차인에게 보상해주는 조건이 붙은 계약이라면, 임대인은 그 대신 임대료를 더 높게 받으려 할 것이고, 임차인이 이런 위험 부담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할증료를 낼 것이다. 반대로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임차인이 져서 상가가 철거되더라도 임차인에게 전혀 보상이 없는 대신 임대료를 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의 임대차 계약에서 대부분 이 점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그래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실제로 분쟁이 일어난다. 시장이 발달할수록 이런 유형의 위험을 처리하는 방식이 발전하며, 위험부담에 대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상가임대차 계약에서는 그것이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계약도 이런 식으로 더 발전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법원의 기능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에서 발달된 위험분담 방식과 원칙들을 잘 적용하여 법원이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계약들에 대해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 그런 판결들을 축적함으로써 권리-의무 관계가 점차 명확해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에서처럼 일방적으로 규제형태로 보상을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접근방식은 위험을 선택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런 시장의 진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 계약에 이처럼 위험부담에 따른 보상이 반영되면 기회주의와 분쟁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위험에 가격을 매긴다는 것은 다름 아닌 권리관계의 명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개정안에서처럼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한다고 해서 기회주의가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인상률의 통제는 이미 상가를 임차하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매우 단기적으로 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가 연장되지 않거나, 초기 임대료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야기되는 등 우리가 주택임대차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택 및 상가의 임대차 문제를 사회적 약자의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기회주의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의 문제로 인식할 때 그런 분쟁이 최소화되고, 그 결과 경제적 기회가 더 잘 활용되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기회주의가 만연하면 처음부터 내부 장식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예 상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 기회가 활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상가철거나 재개발이 그 자원을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이어서 그렇게 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또 기회주의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는 희소한 자원을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잘못 접근하고 있다.

결론

앞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임대차문제의 해결법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맡기는 것이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임대료 인상통제나 임대기간 연장(2년에서 6년으로)은 최고가격제가 지닌 문제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상가임대차에서처럼 권리관계의 불확실성이나 기회주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통제하는 바람직한 과정은 무엇보다 먼저 법원이 임대차시장이나 그 외의 시장에서 기회주의와 위험이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는지 그 원리들을 “발견하여” 이것들을 임대차 분쟁에 적용하는 판결들을 축적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할 때 이 판결들을 준거로 삼아 임대차와 관련된 권리-의무 관계가 더 명확해져서 기회주의가 더 잘 통제된 임대차계약이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판결의 축적을 통한 시장의 제도적 진화를 기다리지 못하겠고 의회의 법률 제정을 통해 기회주의를 통제하겠다면, 위험에 대한 부담과 가격의 관계가 임대차인 사이에 합리적으로 설정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중개업법 등에 수정을 가해 이런 계약이 보편화되는 데 일조하도록 하는 편이 임대차보호법의 수정보다는 바람직할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을 고려해보자면, 가장 바람직한지는 알 수 없지만, 입법하겠다면 차라리 부동산 중개업소의 표준계약서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명확하게 그 의사를 확인하도록 유도하고, 위험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료의 인상폭과 같은 시장의 가격 변화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임차인의 보호에도 좋다. 시장에서 기회주의의 통제 방법이 진화하게끔 법원은 시장에서의 해결방식을 원용하는 판결의 축적에 온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만약 이런 진화의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법률을 통해 기회주의를 당장 통제하여야겠다면, 이런 시장진화를 촉진시키는 법적 강제를 택하라. ▌

김이석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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