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에 있어서 감세를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미국 발 금융위기에 의한 경제위기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012년부터 실시예정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간에 논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감세약속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책의 비일관성: 감세발표-유보-철회
감세논쟁을 둘러싸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가지 주요 변화들이 있어 왔다.
첫째, 정부는 2008년 소득세와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를 발표하였다. 우선,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한편으로 소득세율을 각 과세표준 구간별로 단계적으로 인하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공제 한도를 인상해 왔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처음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였고, 나중에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즉, 2009년에는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을 2%p 인하하였고, 2010년에는 과세표준액이 8,800만원 이상에 대해서 세율을 2%p 인하하려 하였다. 나머지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양 기간 동안 각각 1%p씩 인하해왔다. 또한 정부는 종합소득에 대한 기본공제액, 의료비 소득공제 한도, 교육비 소득공제 한도 등을 인상하였다.
[표 1] 종합소득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
2008년 (감세발표) |
2009년 (감세유보) |
2010년 (감세철회) |
2011년 |
2012년 현행 |
2012년 개정안 |
1,200만원 이하 |
8% |
6% |
6% |
6% |
6% |
6% |
1,200만원~4,600만원 |
17% |
16% |
15% |
15% |
15% |
15% |
4,600만원~8,800만원 |
26% |
25% |
24% |
24% |
24% |
24% |
8,800만원 이상 |
35% |
35% |
33% (발표) 35% (유지) |
35% |
33% |
35% (유지) |
다음으로, 정부는 법인세의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고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였다. 정부는 2009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였고, 2010년까지 세율을 3%-5%p 인하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낮은 세율 적용구간보다는 높은 세율 적용구간을 더 많이 인하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인세의 최저한세율도 2단계로 인하하였다1).
[표 2] 법인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
2008년 (감세발표) |
2009년 (감세유보) |
2010년 (감세철회) |
2011년 |
2012년 현행 |
2012년 개정안 |
1억원 이하 |
13% |
- |
- |
- |
- |
- |
1억원 이상 |
25% |
- |
- |
- |
- |
- |
2억원 이하 |
- |
11% |
10% |
10% |
10% |
10% |
2억원 이상 |
- |
22% |
20% (발표) 22% (유지) |
22% |
20% |
22% (유지) |
둘째, 정부는 2009년 재정여건의 커다란 변화를 이유로 2010년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던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8,800만원 이상) 및 법인세 과표 최고구간(2억원 이상)에 대한 세율인하 시기를 2년간 유보하기에 이르렀다. 소득세의 경우 2010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하여 33%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행 세율(35%)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였고, 또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20%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재 수준(22%)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회에서 2012년부터 적용될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구간의 세율인하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의원입법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2012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해 현행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대로 35%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며,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할 예정이었으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 세율인 22%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이제까지 소득세 및 법인세의 인하를 둘러싸고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부는 감세의 원칙으로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깎아 주고, 적게 내는 사람들에게는 적게 깎아 주는” 전략을 채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둘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에 대한 세율인하가 최초 발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이 여론에 힘입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 왔다.
감세 약속이행 촉구
정부의 감세 약속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제고와 세원증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낮은 세율이 넓은 세원을 가져다주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둘째, 감세유보 및 철회는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감세유보 및 철회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어느 정도 개선될 지 모르나 그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후자인 부작용으로 인한 비용이 훨씬 더 심대할 수 있다.
또한 절충안으로서 소득세 인하는 철회할 수 있으나 법인세 인하는 반드시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인세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소득세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최고 과표구간에 대해 현재의 35%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감세가 부자들을 위한 것(부자감세)이라는 주장과 친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친성장을 위한다는 감세가 '부자감세’라는 말장난에 밀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아마 부자감세라는 말만큼 대중영합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책을 발표한 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맹약’(commitment)이라 하고, 반면에 발표했던 정책이 나중에 뒤바뀌게 되는 것을 '시간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약속이행이며 이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감세정책을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발표-유예-철회’라는 순환과정을 밟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납세자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time consistency)을 위해 감세약속(commitment)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저자소개 : 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경제학 박사 (재정학 및 공공선택 전공). 국회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팀 경제분석관을 역임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지대학교,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한국무역학회 이사 및 한국납세자연합회 운영이사이며, 서울여자대학교 및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1) '최저한세’란 기업이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일정금액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는 과세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