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호 출범
민주당의 세 가지 과제
손학규호는 어디로 가고 있나?
손학규 당대표 선출로 민주당은 다시 변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민주당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대한민국을 이끌 집권능력을 키우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의 변신을 꾀하라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이나 민주당을 이끌던 정세균을 넘어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를 당대표로 선출한 것은 집권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배여 있다. 지금까지의 대선경험이 말하듯 민주당은 연합(coalition)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 1997년 김대중의 집권에는 김종필로 대변된 충청지역의 합류가 있었고, 2002년 노무현의 집권에는 부산경남출신 후보를 내세워 돌파한 것이었다. 따라서 별다른 연합 없이 치룬 2007년 대선의 경험으로 호남중심적 정당에서 호남출신 당대표나 후보로는 집권할 수 없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이번에 수도권출신이자 경기지사였던 손학규로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손학규를 선택한 민주당은 당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 변신은 2008년의 변화 시도의 연장선에 있었다. 대선(2007)에서 531만 표, 22%가 넘는 득표율 격차로 참패하고도 다시 총선(2008)에서 의석규모가 절반으로 줄만큼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민주당은 손학규와 정세균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었다. 기업인출신 정세균 당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의 등장도 그것이었고 '뉴민주당 플랜’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기회였던 민주당의 변신은 계속되지 못했고 중도 폐기되고 말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라는 '호재’가 민주당의 변신을 가로막았고,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의 연이은 사망이라는 정치변동은 민주당의 변신 기회를 상실시켰다. 결국 2년여 만에 민주당은 2007년 및 2008년 패배 이전의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되어 있었고 뉴민주당 플랜은 용두사미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386세력’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다말고 '386’에게 잘 보이기 분위기로 뒤바뀌었다.따라서 이번에 손학규 체제에게 부여된 집권능력의 확보와 민주당의 변신이라는 방향성의 설정은 지난 몇 년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비전과 과제를 완수하라는 열망이 담겨있다. 그것은 손학규 대표에게 민주당내 다른 지도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교수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 그리고 경기도지사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비록 좌파 운동권 출신이지만 유연하고 중도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그가 민주당내의 지도자들 다수가 갖지 못한 온화함과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기에 손대표는 자신을 대표로 선택해준 뜻을 받들어 새로운 민주당체제를 만들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를 대표로 선출한 당원과 지지 국민에 대한 책임이기기도 하다.
민주당의 세 가지 과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패배를 딛고 손학규대표가 이끌고 가야할 민주당의 방향은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민주당을 호남을 넘어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의 변신이다. 이번 지도부선출과정에서도 나타났듯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손학규와 이인영을 빼고는 모두가 호남출신이었다. 더구나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지원 원내대표도 호남임을 고려하면 지도부 거의 모두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갈등을 조장해 '국회의원’을 포획하는 세력들의 희생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특정 지역정당으로는 국민 보편의 이익을 대표할 수도 없고 정당의 목적인 집권을 실현할 수도 없다. 전국정당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전라도 정당’이고 특정지역의 특수이익만 대표하게 된다는 점에서 손대표는 수도권출신 비호남대표에게 부여된 임무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정당의 길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는 민주당이 좌파이념 정당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손대표는 민주당이 더 이상 좌파운동권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아직 김성수, 조병옥, 신익희로 대변되던 민주당 본류에 대한 애정이 있다. 당시의 민주당은 운동권정당이 아니었고 국민의 신망을 받음은 물론 책임과 품격을 갖춘 정당의 상징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김성수, 조병옥, 신익희라는 역사적 연장선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바라보며 당 정체성의 확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좌파 친북정당으로 가면 갈수록 민주당이 국민과 국가에 기여할 것도 없어지고 집권가능성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1987년 직선제를 기점으로, 그리고 1998년 김대중의 집권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성숙하였다. 더 이상 민주투쟁이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 민주투쟁 경력을 훈장처럼 여기며 반정부투쟁과 친북적 태도를 정당활동의 우선순위로 여기는 민주당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과감히 구각을 깨야 한다. 진정 민주당이 민주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일관성 있게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책임 있는 대안적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공격하고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평가가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한-일수교 반대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반대, 한-미 FTA반대, 4대강 사업 반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국책사업만 있으면 반대하는 것이 민주당이라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반대해서 존재감을 찾는 정당이 아니라 훌륭한 독자적 대안이 있기에 의미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잘하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한나라당이 못하면 지지도가 올라가는 식의 종속변수적 위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당당하게 비전과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세력으로 평가받는 위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만드는데 있어 민주당이 기여할 가치를 설정하고 그 가치에 맞는 정책대안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
손학규호는 어디로 가고 있나?
그러나 짧은 기간이나마 당대표직을 맡은 직후 손대표가 걷는 길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과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시작부터 반정부적 태도에 입각한 이명박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이명박정권을 심판하는 몽둥이로 써달라”고 했고 “이명박정부의 폭정에 맞서야 한다”는 일성을 냈다. 이명박정부가 '폭정(暴政)’이라고 판단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볼 때 손대표의 발언과 태도는 오히려 민주당의 입지와 지지의 폭을 축소시킬 뿐이다. 민주당 지지세력 18%전후만을 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굳이 몽둥이와 폭정이라는 비난을 쏟아 부을 것이라면 김정일과 김정은으로의 세습체제를 향해 했어야 맞다. 더구나 손대표는 첫 일정으로 국민 보편정서에 다가가기보다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경기지사 시절 노전대통령에게 맞섰던 지난 시절을 반성하고 사죄하였다.
결과적으로 손대표가 첫 시작에서 보여준 것은 민주당이 개척해가야 할 새로운 길과는 다른 길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손대표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라는 당원과 지지국민의 뜻과 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그렇게 된 것은 손대표가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쟁취해야 할 민주당의 대권후보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초조감의 산물이 그런 행보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이대통령에 맞서 대정부투쟁의 '선명성’을 보임으로써 좌파세력에게 지지받는 대표가 되어 민주당내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석하게도 그에게 부여된 소명이 아니다. 그건 손학규가 아니더라도, 정동영이든 천정배든 민주당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손대표에게 민주당을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과 손학규대표의 생명력과 국민 지지는 민주당의 새 길을 열라며 손대표를 선택한 당원과 국민의 소임에 대한 실천결과로 평가되는 것이다. 아무리 자기 체제를 뿌리내리려 해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손대표는 좌파이념적 정당의 틀을 벗어 던지고 지역정당을 넘어 전국정당의 길을 여는데 기여해 달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국민을 위한 생산적 정책대안을 만들고 당의 집권능력을 보여 달라는 민주당의 열망을 과감히 실현할 때 민주당도 살고 손대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손대표는 그에게 부여된 과제를 정확히 읽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당과 자기 성공의 길이다. 한국 정치발전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손학규체제의 새로운 민주당을 기대한다. ▌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