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익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이다.
국제통상분야 협상은 일반적인 협상보다 힘이 몇 배 더 들고, 우리 협상실무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상대국과의 협상도 어렵지만, 국내에서의 정치권 설득 및 이해관계자간 이해조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대상국이 미국일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증폭되는데, 사안이 어렵다기 보다는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과의 협상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상분야 협상은 일반적인 협상보다 힘이 몇 배 더 들고, 우리 협상실무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상대국과의 협상도 어렵지만, 국내에서의 정치권 설득 및 이해관계자간 이해조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대상국이 미국일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증폭되는데, 사안이 어렵다기 보다는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과의 협상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방반대론자들은 특히 대미 통상협상을 항상 문제시
우리나라가 수출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크고 작은 통상마찰이 늘 있어 왔다. 미국과 어려운 협상을 타결한 이후 국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 대미 통상협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해 시장개방을 했음에도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 왔다. 특히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한미간 통상마찰은 자동차분야에 집중되었다. 미국과의 자동차 협상 타결후 개방반대론자들은 '미국에게 내준 협상’으로 단정했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망할 것으로 주장했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의 대미국 수출은 꾸준히 늘어왔고, 세계 5대 자동차강국으로 성장했다.
지난 3일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자동차분야를 양보하고 돼지고기와 의약품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구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야당과 개방반대론자들은 내주기 협상이란 꼬리표를 붙였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분야에서의 양보가 한미 FTA 전체의 폐기를 주장할 정도로 많이 양보한 것으로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타결직후 국내 자동차업계는 협상결과를 지지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해 조기비준을 요청하고 나섰다. 반대론자들은 자동차분야 양보와 이로 인한 손실을 지적하지만, 관련 업계는 왜 협상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한미 양국의 상황 변화와 재협상의 불가피성
2007년 서명된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되고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진 협정으로 평가된다. 이 협정에서 자동차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당시 미국 자동차업계는 건재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회사 빅3중 GM과 크라이슬러는 도산에 직면할 정도로 산업 전체가 어려워졌다. 미국시장에서 매년 1,800만대의 신차가 팔렸으나 위기 발생이후 1,500만대로 위축되었다. 3-4년전 우리나라 자동차메이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대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8%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시장 1% 점유율의 위력과 자동차라는 고가내구소비재의 특성으로 보면 이는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분야 양보는 1) 미국 업체의 도산, 2) 한국 업체의 도약, 3) 자동차노조의 지지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 4) 집권당인 민주당의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통상정책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협정수정 요청을 수용하지 말고 2007년 협정을 고수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국민감정과 부합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은 이러한 인기영합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서명된 협정 유지 주장에 미국이 고개를 숙이고 기존 협정을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면 좋겠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이고 현재의 미 의회는 기존 협정을 그대로 승인할 가능성이 없다.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분야를 양보한 것은 아쉽지만, 미국측에게 협정비준을 위한 정치적인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 자동차 관세가 4년후 철폐되고, 협정이행시 우리나라의 관세를 절반으로 줄여줌으로써 미국산 수입차가 많이 수입되어 우리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산업피해가 클 것으로 반대론자들은 주장하지만, 자동차업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느 쪽의 분석이 더 정확한 것인가는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
미국 자동차업계의 부도로 단기간내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배 이상 늘린 우리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4년 정도는 부품에 대한 관세철폐로 한미 FTA 이익을 확보하고, 협정이행 4년 이후 미국 자동차업계가 정상화되고 자동차교역이 완전자유화되면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 미국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동차분야 양보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며, 자동차업계의 요청과 같이 협정의 조기비준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임을 개방반대론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_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국제통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