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94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 -
2010. 11. 10
10:05(개의)~11:40(정회)
14:16(속개)~17:09(산회)
11월 10일 제294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청목회 입법로비의혹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하는 13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대부분 주어진 12분의 시간을 초과하였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의문점, 국회의원 이미지 실추 우려, 청와대 혹은 검찰과 국회 간의 정치 싸움 등으로 이번 사건을 해석하였다. 질문을 하고 나서는 답변을 하는 김황식 총리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검찰 흠집 내기와 제 식구 감싸기에 바빠 4시간 내내 거의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진풍경이 계속되었다.
먼저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김의원은 많은 질문을 다소 차분한 모습으로 시간 안에 끝내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들이 증거 인멸할 위험이 없다고 본다. 로비 의혹이 사실이 아닐 때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것은 누가 책임지느냐. 잘못이 입증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질문하였고 이에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잘잘못은 수사 후에 가릴 수 있을 것이며 억지로 입증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청원경찰법 개정을 발의하고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의원으로 “청원경찰이라는 취약한 계층을 위해 정당한 일을 하고도 나중에 후원금을 받았다고 대가를 바라고 몰아가면 힘 없는 사람을 위한 일을 어찌 하겠느냐…이것은 사전 거래가 아니다. 청원 경찰과 의원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라며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 사건은 청원경찰이 취약계층이라 해당사항이 없고 다른 이익단체는 해당 사항이 있고 하는 문제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알선·청탁 등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심이다.”고 답변하였다.
한나라당 여상규 의원은 후원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명직이나 선출직이나 공직이 맡겨진 상태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국회의원에게는 정책지원금이 지원되지 않고 후원금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왜 장관과 일반 국회의원들을 구분하는가? 정당한 기준이 있는가?”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는 “그것은 정치권과 학계, 선관위에서 합의해서 결정할 사항이다. 그러나 국고가 한정되어 있어 의정활동 진행에 지원되는 예산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매우 흥분한 상태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특히, “정치를 하려면 자금을 후원받지 않으면 돈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부자만 정치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G20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결의안까지 제출했는데 국회에서 상생법을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언론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같이 싸워준 사람은 국회의원인데 검찰이 흘려주는 거짓 정보에 속지 말아라.”는 발언을 하였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대검과 법무부, 청와대가 연이어 터지는 비리를 물타기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397건의 선관위 정치자금법 위반 신고 중에서 상대적으로 위법 건수가 적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 수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이것은 정당 차별 아니냐. 진보 양당만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있을 것이다.” 라는 발언을 하면서 이번 청목회 사건을 진보세력 탄압 등의 정치공작으로 확장 해석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질문을 한 뒤에 이어지는 김 총리와 이 장관의 답변은 전혀 듣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야기만 계속하였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등본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시 하면서 법무부 차관이 지금껏 문제없이 진행된 관례라고 하는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이것은 잘못된 불법 관행이며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 국회의원 수색에 대한 것은 보고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그래야 하는 강제 규정이다.” 라며 소리를 질렀다. 수사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법무부 차관에게 “수사 진행 중이면 여기 왜 나왔느냐 국회의원을 기만하는 행위다.” 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였다.
이번에 실시된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긴급 현안 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등본을 사용한 것과 압수수색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시점 등 법해석과 관련해서 법무부와의 차이를 보였다. 김황식 총리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 등은 수십 년을 대법원에 몸담아 온 법의 베테랑 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회의원들은 법을 모른다며 비아냥거리고 당신들의 해석은 틀렸다고 소리 지르며 질문을 한 후에 답변을 듣지 않고 인사도 받지 않는 등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숨기는 것이 없다면서 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지, 수사 중이라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을 때 수많은 질문만을 쏟아내는지, 한 의원들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면서 다른 의원은 이미 증거를 인멸했을 텐데 굳이 압수수색을 하느냐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의아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후원금 위축을 우려하면서 은근슬쩍 정부 국고의 지원을 늘려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정치 싸움으로 비화하여 국회 감싸기에 열을 올린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국회의원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먼저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고, 그 과정에서 검찰과 정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성숙한 대표의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