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덕 | 2010-10-18 | 조회수 : 341
불행히도 상당한 인플레이션과 다음 경기변동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화 공급을 증대하여 이자율을 낮춘 결과로 인플레이션은 벌써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을 때쯤이면 경기변동이 상당히 진행된 뒤가 될 공산이 크다.

단기로는 기준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인상하고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미봉책이다. 지폐 제도와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유지하는 한, 누구도 다가오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화폐와 금융은 인간의 모든 거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화폐 발행과 금융을 자유시장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국내 물가가 심상치 않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그 수치는 2003년 3월 1.2% 상승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대로서 연율로 환산하면 13.2%가 된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6%이다. 9월 생산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 대비 16.0%로서 196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전월 대비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자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해 말과 내년 초에는 물가 상승이 지금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도 걱정스럽다. 천재지변 등과 맞물려 쌀, 설탕, 옥수수, 콩, 밀 등의 식료품 가격 상승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원유와 각종 비철금속 등을 포함한 원자재의 국제 가격도 일시적인 등락이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상승세임이 분명해 보인다.

장기적으로 재화들의 가격 상승은 단기일 때보다 더 크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은 1온스 당 1940년대 중반 35달러에서 최근 13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금 값은 60여 년 만에 약 38배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 '신라면’은 1960년대 초에 10 여 원에서 최근 700-8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신라면은 50여 년 만에 70-80배 상승했다. 물론 컴퓨터와 주변기기의 가격은 지난 20여 년 동안에 크게 하락해왔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고 장기에 대부분의 재화의 가격은 크게 상승했고 그 원인은 뒤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단기적으로 통화 공급의 증대이고, 장기적으로는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국내 인플레이션과 세계 인플레이션의 원인들

그러면 국내 인플레이션과 세계 인플레이션(world inflation)의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인플레이션과 세계 인플레이션은 국내 통화와 국제 통화의 공급 증대가 그 원인이다.1) 즉 인플레이션은 전적으로 통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EU 등은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어 통화 공급을 증대해 왔다. 게다가 미국은 통화 공급 증대의 효과가 미약하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향후 통화 공급을 더 늘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고, 일본은 자국 화폐의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하여 통화 공급을 증대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인 2%에서 2.25%로 한 번 인상하고는 지난 주 금리를 2.25%에 동결했다. 앞에서 보듯이 물가상승이 이렇게 심각한 데도 말이다.2) 국내 통화와 국제 통화의 공급 증대는 단기보다 장기에 더 두드러진다.

자국 화폐의 증대는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만 국제 결재수단인 달러, 엔, 유로 등의 증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자금 수입 국가의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물론 통화 당국이 중화정책 등으로 캐리 트레이드 효과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국내와 세계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두 번째 원인은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 특히 적자재정의 편성이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어떤 방법으로 적자 재정의 재원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적자 재정의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결국 화폐 공급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화폐 공급을 증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 미국, 일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포르투갈 등은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편성함으로써 재정적자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 대비 중앙정부의 부채비율은 2009년 현재 미국 75.1%, 일본 178%(2008년), 아이슬란드 87.2%, 아일랜드 46.0%, 이탈리아 106.6%, 그리스 125.7%, 영국 75.1%, 포르투갈 81.1% 등이다. 우리나라의 2009년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중앙정부의 부채비율은 32.6%로서 앞에서 열거한 나라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호주(8.1%), 룩셈부르크(8.6%) 등과 비교하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부채는 적을수록 좋다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부채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부채, 공기업의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총부채 규모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는 점에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플레이션의 폐해3.4)

첫째, 인플레이션은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새로운 화폐를 비교적 일찍 받는 사람은 이득을 얻고 새로운 화폐를 비교적 늦게 받거나 고정 소득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화폐공급 증가에 의한 소득재분배는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침해를 침해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소득재분배가 일반적인 재산 침해와 다른 점이다. 바로 그 이유로 정부가 반복적으로 통화공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화폐공급 증가는 재화의 가격 상승 시점과 속도 등을 모두 다르게 한다. 화폐 공급의 증가가 재화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동시적이고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물가수준’이라는 개념은 틀린 것이다. 어떤 재화의 가격 상승이 다른 재화보다 더 먼저였다면 그런 상태는 대부분 지속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끝날 때 인플레이션에 의한 가격구조의 이러한 왜곡은 중지된다. 이에 따라 이득 또는 손해를 보는 정도는 개인이나 기업에 따라 모두 다르게 된다.

셋째, 인플레이션은 경제계산을 어렵게 함으로써 계산비용(calculation cost)을 증대시킨다. 여기에서 계산비용이란 계산의 부정확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부정확해지기 때문에 각종 계획을 세우는 일이 힘들어지고 그에 따라 자원배분이 부정확하고 혼란해진다.

넷째, 인플레이션은 회계 관행의 신뢰성을 망가뜨리고 이윤을 부풀리게 만든다. 물론 기업가는 자본의 상각비용을 조정함으로써 화폐 가치의 하락을 어느 정도 회계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 공무원은 부풀려진 이윤 또는 가짜 이윤(pseudo profits)에 과세함으로써 그런 방법을 없앤다. 이러한 과세는 정부가 민간이 소유한 자본의 일부를 강제로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클 때 이러한 문제점은 작은 것이 아니다.

다섯째, 인플레이션은 문명을 파괴한다. 자살, 이혼, 부정부패, 존속살인 등의 증대와 같은 문명 파괴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인플레이션의 정도에 따라 완만히 진행되는 경우에는 우리가 인플레이션과 그런 현상의 관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더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문명 파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앞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폐해만을 지적한 것이다. 화폐공급을 증가시켜 이자율을 낮추면 다른 폐해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글의 목적상 여기에서는 그런 폐해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간략히 요약하고자 한다. 첫째, 확장적 통화정책은 경기변동을 초래한다.5)주지하듯이 경기변동이란 붐과 버스트로 이루어지고 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둘째, 통화공급을 증가시켜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생존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기업들을 생존하게 만든다.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생존한다는 것은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억제된다는 것이다. 그런 구조조정의 지연 또는 억제는 침체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고 지연시킨다. 셋째, 청산되어야 할 비효율적인 기업이 인위적으로 존립하게 되면 그런 기업은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기회를 빼앗는다. 그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효용이 후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버스트 기간에는 수요가 크게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생존 불가능한 기업 뿐 아니라 생존하고 있는 기업마저도 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 때문에 비용 절감 노력이 상당 부분 흐지부지 되기 쉽다. 이 점은 다음 경기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들어두는 셈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 단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단기 대책은 국내 부문과 대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국내 대책으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여 화폐 공급의 증가 규모를 줄여 총화폐공급량이 예전보다 적게 증가하게 하여야 한다. 소위 '출구전략’을 하루 빨리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출구전략은 증대된 총화폐공급량을 줄이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이 이미 늘어난 총화폐공급량을 흡수하기 위한 정책도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자율을 인상하면 외국의 단기 자금이 국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단기 자금의 이동은 환율의 인하, 즉 '원화’ 가치의 인상을 초래할 것이다. 수출 때문에 급격한 환율 인하를 원하지 않는 당국으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니 대외 부문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제 결재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은 모두 지폐이고 그것들이 부분지급준비 제도에서 창출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자본’이 아니라 단순한 '신용수단’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신용수단의 대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저축에서 창출된 것이 아니라 상업은행이 '무’에서 창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저축이 성장을 초래하고 단순한 신용수단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신용수단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물론 이러한 규제는 국제 결재수단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들겠지만 국내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의 폐해에 비하면 작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국제 자본이동을 규제할 것을 제안한다.6)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 장기7)

인플레이션에 대한 단기 대책으로 제시한 정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인플레이션과 많은 경우에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경기변동이라는 문제는 화폐 발행 시장과 금융 시장이 자유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된 역사적 배경은 산업혁명을 전후하여 많은 시장이 자유화되었지만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는 자유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화폐 시장과 금융 시장은 정부의 통제 아래에 놓인 상태로 개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화폐 발행 시장과 금융 시장이 자유시장이 된다는 것은 화폐 발행을 민간이 자유롭게 하고 금융 시장에서 지급준비금에 대한 정부 규제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물론 정부에 의한 화폐 발행의 독점을 폐지해야 하고 은행이 예금은행업(deposit banking)에 국한하여 지급준비금을 100%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8)

금융 시장을 자유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다른 하나의 요건은 현행 강제성 예금보험제도를 혁파하는 것이다. 그 대신 은행 쇄도(bank run)를 자유롭게 허용하여 부실한 은행을 경쟁과 시장 원리에 의거하여 파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강제성 예금보험 제도는 부실한 은행에게 보조금을 주어 위험 추구 행위를 부추기고 건전한 은행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은행 쇄도를 막아 은행의 파산에 따르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예금자의 은행에 대한 감시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은행의 부실을 촉진한다. 은행 쇄도는 은행을 건전하게 경영하도록 유도하여 부실한 은행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한다. 그리고 은행 쇄도로 인한 은행의 파산은 시장 원리에도 부합한다. 왜냐하면 은행도 기업의 일종으로서 파산을 허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은행 쇄도가 건전한 은행에게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은행 간 협력에 의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9)

맺는 말

지난 주 한국은행은 환율전쟁,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상당한 인플레이션과 다음 경기변동을 막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부적절한 선택인 것처럼 여겨진다. 통화 공급을 증대하여 이자율을 낮춘 결과로 인플레이션은 벌써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을 때쯤이면 경기변동이 상당히 진행된 뒤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시장에서 다른 요인이 경기변동 효과를 상쇄하여 경기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경제가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예외적이고 심지어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경기변동이 물밑으로 진행되어 언젠가는 표출되게 마련이다.10)

미국이 1973년 국제간 거래에서 달러의 금 태환을 중지하면서 달러의 과다 발행으로 인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는 각국에서 빈발하고 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의 위기, 1990년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 일본, 멕시코, 러시아, 2000년대 초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2000년대 후반의 미국,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여기에 일본과 EU의 화폐가 국제지폐가 되면서 복수의 국제지폐 시스템은 단일 기축통화일 때보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더 크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위기도 과거보다 더 빈발하게 하고 있다. 지폐 제도와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유지하는 한, 누구도 다가오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 화폐와 금융은 인간의 모든 거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전 용 덕 / 대구대 교수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헌법재판소 판례 연구≫(공저), ≪권리, 시장, 정부≫, ≪국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공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 금융 제도≫, <Land Reform, Income Redistribution, and Agricultural Production in Korea>(공저), (공저),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공저), <A Note on Cartels> 등이 있다.

 


1) 수요 증가 또는 공급 감소 등이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그러나 재화 가격의 그런 상승은 정의상 인플레이션이 아니다.
2) 앞에서 제시한 물가상승 수치는 통화 공급 증가의 영향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 첫째, 경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 아파트의 가격은 크게 내렸다. 둘째, 뒤에서 보겠지만 통화 공급 증가는 재화의 가격 상승 시기와 속도를 모두 다르게 한다. 그것은 통화 공급 증가로 인한 재화의 가격 상승 영향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점을 고려하면 앞에서 제시한 물가상승 수치는 통화 공급 증가의 영향력을 낮게 측정한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3) 인플레이션의 폐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ayek, Friedrich A., "Can We Still Avoid Inflation?" in Ludwig von Mises et. al., The Austrian Theory of the Trade Cycle" Ludwig von Mises Institute, Auburn, Alabama, 1996.
4)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상태, 즉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서는 화폐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국가도 망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이 점은 제외한다.
5) 미국만 경기변동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경기변동을 지나가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용덕,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 자유경제스쿨 홈페이지, 2010. 참조.
6) 아래에서 보겠지만 화폐 시장과 금융 시장이 국제적으로 자유시장이 되면 이런 제한은 물론 불필요하다.
7) 자세한 내용은 전용덕,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 ․ 금융 제도 』, 한국경제연구원, 2009, 참조.
8) 시장을 자유화하는 경우라도 재산을 보호하는 법률이나 규제는 필수적이다. 100%지급준비 제도가 그런 규제 중의 하나이다.
9)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권리, 시장, 정부』, 대구대 출판부, 2007, 참조.
10) 1920년대 붐과 연이은 대공황이 바로 그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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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 2010-10-11 | 조회수 : 499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사회는 공정사회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공정사회이다.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사회,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의 사회,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강력한 자생적 힘이 작동하는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다. 시혜적 성격의 '공정사회’는 특혜와 차별, 불평등이 심화되는 불공정사회를 야기할 뿐이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자유시장경제다.

 

공정사회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정사회가 새로운 국정철학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그 개념은 여전히 불확실하게 보인다. 하지만 언론 매체나 시민들의 의견,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공정사회의 기준이 다음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1)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사회
(2)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
(3) 양극화가 억제되는 평등 지향적 사회

유감스럽게도 시장사회는 공정사회의 그 같은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비롯하여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불공정 사회로 취급당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기반이 되는 법질서, 이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분업과 교환, 그리고 그 결과로서 생겨나는 분배를 보면 아주 흥미롭게도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공정사회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야말로 특혜와 차별이 없는 사회

시장경제는 항상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의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 이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의의 규칙'은 탈목적적이고, 보편적 성격을 가진, 그리고 특정한 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건을 갖춘 행동규칙이다. 그리고 법으로 하여금 이 같은 도덕적 조건을 갖게 하는 원칙이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치주의)라는 것도 칸트(I. Kant), 하이에크(F.A. Hayek) 그리고 플러(L. Fuller)이후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그 같은 조건을 갖춘 법, 즉 법치주의를 충족하는 것만이 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기반이 되는 법의 성격 가운데 중요한 것은 법의 보편성이다. 이는 특정한 그룹이나 지역 또는 산업에게 특권이나 특혜를 부여하는 등 차별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요컨대, 시장경제는 법이 법다웁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말해주는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사회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차별과 특혜가 없는 자유시장경제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 같은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공정한가는 가격의 상벌(賞罰)기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가격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그 잘못의 경중에 따라 차별 없이 처벌한다. 시장경제의 처벌 메커니즘은 대마불사처럼, 또는 보조금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특별사면(赦免)”과 같은 차별과 특혜를 허용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야말로 상생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

자유로운 시장사회만큼 상생을 통하여 통합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아주 보기 드물다. 그 상생은 상호이익이고 통합은 분업과 교환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통상 힘의 균형이 없이는 시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제가 없는 시장의 분업과 교환의 기초는 힘과는 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상호이익이다.

더구나 시장경제는 누구든 가리지 않고 분업과 교환과정에 통합하는 사회이다. 빈부, 출신, 인종, 이념, 종교 따위는 분업과 교환에는 전혀 관계없다. 그래서 누구와도 통합이 가능하다. 심지어 적(敵)까지도 친구로 만들기 때문에 하이에크(F. A. Hayek)는 시장사회를 이코노미(economy) 대신에 카탈락시(catallaxy) 라고 불렀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상생과 통합을 표현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통합에 필요한 것은 인간들끼리의 소통이다. 시장사회는 거대한 소통망으로 작동한다. 이는 수십만 가지의 가격들과 거래과정을 통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상관행이나 상관습과 같은 비공식규칙들과 언어를 비롯한 갖가지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의 소통을 말하지만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도 크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정밀한 소통체계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사람들은 공정성으로 투명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거대한 소통망으로 시장만큼 투명한 사회는 없다.

요컨대, 시장사회야말로 상생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이다. 시장경제가 얼마나 장엄한 공정사회인가.

자유시장경제야말로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강력한 자생적인 힘이 작동하여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그 힘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추격 메커니즘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생활의 평준화 메커니즘이다. 자유경쟁이 존재하는 한, 어느 한 집단이나 기업이 자신의 혁신에 따른 높은 이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커츠너(I. M. Kirzner)가 발견한 이윤의 “사회화 과정” 때문이다.

높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혁신이 생기면 이를 모방하거나 대체상품의 개발로 추격하려는 사람들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추격과정에서 그 높은 이윤은 추격자들에게로 이전된다. 이들의 이윤도 뒤에 오는 또 다른 추격자에게로 이전된다. 이 같은 이윤의 사회화 과정은 또 다른 혁신의 촉매가 된다. 이와 같이 시장과정은 혁신경쟁과 추격경쟁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시장경제에는 혁신에 의해 야기된 불평등을 줄이는 추격과정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또 시장경제에는 소비패턴의 평준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는 처음에 사치재였던 것이 나중에는 값싸고 질 좋은 보편적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비싸기 때문에 상류층만이 소비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윤증대를 위해서 이 사치재의 품질을 개선하고 값도 싸게 공급하여 소비 계층을 확대하려고 한다. 결국, 낮아진 값 때문에 저소득층도 사용이 가능하다. 저소득층은 비록 애초의 사치재를 뒤늦게 이용하지만, 그러나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품사용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진다. 시장경제는 이렇게 공정하다.

이윤의 사회화 과정과 소비패턴의 평준화과정은 네거티브 피드 백(negative feed back)으로서 서로 보완하여 시장경제의 존립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가 공정사회로 가는 길

자유시장경제야말로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의 사회,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강력한 자생적 힘이 작용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것은 공정사회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정사회라는 명분으로 상생협력과 서민정책을 위한 반(反) 법치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약자(중소기업 또는 서민층)를 수혜집단으로 취급하여 이들을 보호하는 복지사회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그 같은 복지국가적 공정사회의 결과는 특혜와 차별, 갈등과 신(新)빈곤층의 생성이라는 의미의 불평등 심화로 점철된 불공정 사회를 야기할 뿐이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이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자유주의의 지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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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 2010-10-04 | 조회수 : 660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취업률ㆍ재학생 충원율ㆍ전임교원 학보율 등을 지표로 사용하여 대학을 평가한 후, 30개 대학을 '학자금 대출 한도 제한 대학’이라고 발표하였다. 대학 구조 조정의 신호탄이다. 이에 대해 해당 대학들은 반발하고 있다. 대학의 '구조 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자율적인 구조 조정을 유도하되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퇴출 위기에 몰린 대학들

지방의 일부 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한 대학은 모집 정원이 390명이었지만 입학생은 119명이었다. 신입생 충원율은 불과 30.5%에 지나지 않았다. 이 대학에서는 지난해 재적생의 31.2%가 학교를 떠나 총 정원 1,560명에 실제 재학생은 362명으로 재학생 충원율이 23.1%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학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09학년도의 재학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대학이 전국적으로 28개에 이른다. 이런 대학일수록 교원 확보율과 졸업생 취업률도 낮아 교육여건과 교육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이런 대학들을 '학자금 대출 한도 대학’으로 못 박아 실질적인 구조 조정, 나아가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2011년 신입생부터 대출이 제한되는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 345개 중 총 30개 대학이다. 그 중 24개 대학의 대학 학자금 대출 한도는 등록금의 70%까지이며, 나머지 “교육여건ㆍ재정여건 등이 열악하여 고등교육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6개의 대학은 '최소 대출’ 대상으로 정하여 등록금의 30%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표면적으로 제시한 학자금 대출 한도를 제한한 이유는 대출 상환율을 높여 대출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부실 대학’이나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제한의 실질적인 이유는 대학의 '구조조정’임이 분명하다.

대출 상환율을 높여 장학재단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30개 대학에서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대출 상환금을 잘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약할 뿐만 아니라 30개 대학 학생들이 대출 받을 학자금의 액수가 전체 대출 액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 대학들이 갑자기 재정 여건을 개선하여 교육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 한도 제한의 근거로 삼은 기준은 취업률ㆍ재학생 충원율 등이다. 앞으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적으로 교육여건ㆍ재정여건이 열악하여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들 대학을 발표했기 때문에 대학 지원자들은 이런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결국 이런 대학들은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궁극적으로 학생 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자금 대출 제한으로 이 대학들은 구조 조정을 거쳐 퇴출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출 제한 대학 명단을 공개한 목적은 부실대학 퇴출보다는 지방대와 전문대를 살리는 데 있다”고 하였지만, 대출 제한 명단 공개는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불가피하게 퇴출되는 대학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명단에 오른 대학들을 교과부가 '부실대학’이라고 광고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어쨌든 오늘날 일부 대학의 퇴출은 불가피 한 현실이다.

피할 수 없는 대학 구조조정과 퇴출

대학 경영진의 부실한 학교 운영이 오늘의 대학 부실에 한 몫을 했겠지만, 그들이 경영을 제대로 했다고 해서 모든 대학이 이런 사태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사 모든 대학이 좋은 교육 여건을 확보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대학의 구조조정과 퇴출은 불가피하다. 대학의 구조조정이나 퇴출은 대학의 여건이나 교육의 질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학생 수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우수한 대학이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 학생을 유치한다고 하지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정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는 데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고, 따라서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학생이 감소하면 학교가 폐교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1960년대 전교생이 1천 500명이 넘었던 초등학교가 농촌 인구 감소와 더불어 사라진 것이다. 인구의 감소와 함께 대학 입학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초등학교처럼 대학도 폐교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2009년 65만 4964명이었던 18세 인구가 2018년에는 59만 9012명으로, 2030년에는 40만 4098명으로 떨어진다.

2000년에 76만 명이던 고교 졸업자가 2009년에는 58만 명으로 줄었다. 현재 대학 신입생 정원은 59만 2207명이다. 곧 대학 신입생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대학도 급격하게 부실화 될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졸업생 수에 맞추어 신입생 결원 대학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대학의 입학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대학의 존립을 위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대학들의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권장할만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대학의 구조조정과 퇴출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의 구조조정과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국가가 나서서 이를 주도하는 것은 해당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국가 주도의 구조조정은 피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하게 되면, 부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다시 재투자를 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교육여건이 좋지 못한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대출 액수를 제한한 것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학자금 대출의 기회를 불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학자금 대출 한도 제한 대학’으로 발표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학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가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 방식과 결과를 신뢰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가기관이 대학에 피해를 주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이미 대출 제한을 받은 대학들은 대학의 설립 목적과 설립 년도와 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가 기준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평가의 부당함을 일반인에게 알림으로써 평가의 공정성을 승인할 수 없다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한 대학도 있다. 모두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이다.

대학들이 문을 닫는다면 국가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그렇게 해야 한다. 언제 무슨 방법으로 다른 학교와 합병하거나 폐교할 것인가는 대학 스스로에 맡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졸업생이나 재학생, 교직원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이 폐교나 구조조정을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이 문을 닫기 위해 학교 법인을 해산하는 경우 남는 재산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설립자에게 유인이 전혀 없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인 사립대 구조조정 관련법이 통과되면 퇴출의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 관련법을 마련하여 학교 법인이 해산하는 경우 남은 재산을 공익 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학이 자발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임무는 '부실대학’ 명단 발표가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공저),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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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안 | 2010-09-27 | 조회수 : 542
최근 진행 중인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는 △남한으로부터 현금과 쌀, 물자를 획득하고, △천안함사건을 유야무야하게 만들며,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데 목적을 둔 것이다. 국내외 정세를 고려하여,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화제의에는 일단 응하되 북한의 대화공세 목적이 달성되는 것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남북 간의 모든 대화에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대화의 진행에 앞서 대화 3원칙(상호존중, 진실한 의견교환, 약속이행)에 입각하여 대화를 진행할 것에 관한 합의를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9월 초 이후 대한민국을 향해 잇달아 유화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9월 4일 수해복구 지원물자로 쌀과 수해복구용 물자를 지원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7일에는 지난 8월 초 동해에서 나포해갔던 어선의 선원들을 송환했다. 북한의 국무원총리 최영림은 8일 개최된 북한정권수립 기념일 중앙보고대회에서 대남관계개선을 천명했다. 북한은 10일에는 남북 이산가족상봉사업 재개를 제의했고, 15일에는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문제와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아마도 비공식 접촉라인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대화재개를 제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조치들과는 별도로 북한은 또한 지난 8월부터 북핵관련 6자회담 재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북한의 이와 같은 대남유화조치 혹은 대화공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전개된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남공세의 세 가지 목적

북한이 대남 대화공세를 펴는 주된 목적은 다음의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남한으로부터 현금과 쌀 및 기타 물자들을 얻어가고, 북한정권과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 간의 광범한 접촉·교류를 재개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현 단계에 있어서 북한의 화전양면(和戰兩面)에 걸친 모든 형태의 대남조치의 기본 목적이다. 최근 발생한 북한의 수해와 식량난으로 인해 이러한 목적은 더욱 절실해졌다.

둘째는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사건을 남북 간의 쟁점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려는 것이다. 남북 간에 각종 행사들이 진행되고 대화가 재개되면서 대화의 의제들이 합의되면 천안함사건은 자연히 남북 간의 현안 쟁점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고, 마침내는 유야무야 될 것이다.

셋째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회담진행과정에서 핵무기 보유국가의 지위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적 재제의 완화·철폐를 유도하는 외교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우리가 최근 전개된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게 되면, 그것은 이상과 같은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의 목적 달성에 협조해주는 것이 된다. 우리가 설사 북한의 그런 목적달성에 결코 협조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대화재개에 임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협조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는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솔한 사과가 없는 한 북한과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대화공세를 외면하는 것이 옳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현실

그러나 현재의 국내외 정세는 우리 정부가 그러한 대응을 할 경우 꽤나 무거운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되어 있다. 이미 국내여론 동향은 '북한 수재민을 돕기 위해 북한에 쌀을 주자’,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더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국제사회도 북한을 고립시켜놓은 상태에서는 설득하기가 더 힘들다는 쪽으로 다시 기울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여론 동향이나 국제사회의 동향은 이론적으로는 옳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모든 제재는 제재대상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어 자기들의 입장을 변경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국내여론이나 국제사회의 동향은 북한이 제재로 인한 고통을 심각하게 느끼기도 전에 제재를 해제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했으면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투약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데, 약효가 나타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 기간도 경과하기 전에 처방을 바꾸는 것은 질병치료의 기본을 모르는 어리석은 처사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국내여론 및 국제사회의 동향은 이론적으로 옳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현실이며, 우리 정부는 그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내부에서조차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남북한 간의 경색을 풀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올바른 대응방법

이러한 정세 하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면서 북한이 대화공세를 전개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것을 저지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첫째, 북한과의 모든 대화에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다루는 회담을 제외한 모든 회담에서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게 되면, 천안함사건을 남북 간의 쟁점 목록의 후순위로 밀어내려는 북한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그런 조치를 취하면 북한은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도 대화재개를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둘째, 북한과의 각종 대화에 있어서 대화 3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대화 3원칙이란 상호존중, 진실한 의견(정보)교환, 약속이행 등을 말한다. 이러한 대화 3원칙은 모든 대화가 긍정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 준수되어야 할 보편적인 원칙인 동시에 남북한 간의 대화가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대화로 되기 위해 남북 쌍방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다. 남북 간에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대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화들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조금도 기여하지 못한 것은 과거의 대화들이 모두 대화 3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대화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북 간의 대화가 대화 3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면 북한의 대화공세 목적이 일부 달성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결과들이 초래된다면, 우리는 그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대화 3원칙의 준수를 요구했을 때 북한이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는 바, 그럴 경우 우리는 북한의 그런 행동을 북한의 대화공세 목적이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 간주하고 대화재개를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우선 사과와 대화의 3원칙 고수가 핵심

문제는 MB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긍정적으로 대응함에 있어서 그와 같은 두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북한의 대화공세에 대한 MB정부의 반응을 보면 그런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북한의 수해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수재민을 돕기 위한 물자를 보내줄 용의가 있다고 먼저 북한에 제안한 것, 북한돕기운동을 하는 민간단체(그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들이 북한에 쌀 보내는 것을 서둘러 허가한 것, 북한적십자회가 쌀과 시멘트를 보내달라고 요구하기 바쁘게 우리 적십자사로 하여금 5천 톤의 쌀과 1만 톤의 시멘트를 보내주겠다고 발표하도록 한 것, 북한이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회담과 군사실무회담 개최에 매우 재빠르게 동의한 것, 행정부와 여당 내에서 천안함 출구전략 운운하는 목소리들이 높은 것 등이 그런 느낌을 밑받침한다. MB정부가 보여준 그런 일련의 행동들은 MB정부가 대북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원칙이탈’을 가벼이 알며, 경솔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느낌대로 MB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에 호응하면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MB정부는 북한의 대화전술에 말려들어 북한이 노리는 3가지 목적 달성을 도와주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남북 간의 대화는 김대중·노무현정권 시기의 남북 대화와 질적으로 동일한 대화, 즉 남북 간의 평화→협력→통일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비인도적 정권을 지원해주고 남한의 종북-친북세력과 북한정권간의 연대를 강화시켜주는 대화의 복사판이 될 것이다.

양동안 /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석사과정) 졸업.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1968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퇴임한 2009년까지 언론계와 학계 두 분야에서 활동. 언론계에서는 합동통신 기자, 경향신문 비상임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학계에서는 중앙대 강사, 경기대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으로 활동. 전공영역은 정치이데올기이론, 한국정치론, 남북한관계 등.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정치현실』,『대한민국 건국사』,『민주적 코포라티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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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 2010-09-13 | 조회수 : 698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서민정책의 대부분은 대증요법에 불과하여 이를 통하여 양극화 해소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친서민정책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속가능하고도 효율적인 친서민정책은 빚잔치를 통해 몸집만 불리는 큰 정부가 아니라 규제완화와 경쟁을 촉진하는 작은 정부여야 한다.

정부의 친서민정책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종 선심성 정책의 제시가 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최 우선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느 대통령도 낮은 지지율을 50% 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방안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집을 제공하겠다는 보금자리 주택정책을 비롯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정책, 햇살론, 대·중소기업 상생경영, 사교육과의 전쟁 등등 다양한 친서민정책이 앞을 다투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생산·소득·소비의 〮〮양극화라는 고약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친서민정책은 정부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양극화의 한 대칭점에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그 처방전으로 들고 나온 것으로 관찰된다. 그러나 이 대증요법이 양극화라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단순히 대통령의 압박으로 대기업의 국내투자 기피 현상이 사라질까? 시설자금대출 금리를 깎아주거나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증가할 수 있을까? 햇살론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은행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줌으로써 서민들의 생활이 근본적으로 나아질까?

친서민정책은 지속가능한가?

정부가 제시한 친서민정책은 지속 불가능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당면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친서민정책의 평가를 위해 이 정책을 시행하는데 들 비용을 살펴보자. 먼저 은행권이 제시한 서민지원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신한금융지주는 중소기업의 시설자금대출 금리를 깎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은행 거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2013년까지 총 22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대기업이나 보증기관과 협력해 중소기업에 대한 저리 상생협력대출을 현재 1.2조원에서 더욱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상생경영 방안을 검토해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나은행도 대기업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상생협력대출 상품을 개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과연 우리 은행들이 이러한 선심정책을 베풀고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일까? 이 은행들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구제금융을 수혈 받았다. 이들은 2009년 금융위기 때 한국은행이 발권한 10조원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2조원 등을 포함한 많은 긴급자본을 다시 한 번 투입 받았다. 이제 정부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은행권의 비용이 궁극적으로 누구의 몫인지 자명해 보인다. 이 예가 극단적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하자. 만약 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다시 KIKO와 같은 저위험 고수익 상품을 끼워 팔 수 있다면 대출받은 중소기업이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되로 주고 돌아서서 말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파생상품을 중소기업에 다시 떠넘기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은행의 추가비용은 더 높아진 은행 금리와 수수료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 정책으로 은행들이 경쟁력을 잃고 또 다시 부실화될 경우 국민들은 세금인상이나 인플레이션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구제금융은 결국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이든 경기침체를 가져와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급속히 늘어나는 재정적자

한편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친서민정책들은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나 인플레이션의 증가에 의해 그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2009년 약 80조원에 이르는 수정예산안을 집행함으로써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와 사상 최고의 국가채무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재정적자는 15.6조원이었으며, 이는 2009년 51.6조원으로 커졌으며, 2010년에는 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2008-10년 3년 동안의 누적적자액이 117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임 정부 5년 동안의 총 재정적자인 18.3조원에 비해 엄청난 증가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재정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서 내년에 4.7%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인 그리스 12.7%, 스페인 11.2%, 영국 13%, 이태리 5.3% 등에 비해 낮지만 결코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중앙과 지방정부 공기업의 엄청난 빚을 더하면 정부의 실제적인 부채는 계산하기가 겁날 지경이다. 예컨대, LH공사만의 빚이 2010년말 128조원, 2011년 151조원, 2012년 17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빚 얘기는 한국에서 정부의 빚잔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정부가 지출을 계속 확대하는 정책은 결국 세금인상이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가상승은 그 자체로 서민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며, 세금인상으로 인한 불경기는 재산소득이 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극단적으로 남유럽과 같은 국가부도를 맞을 경우 양극화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재의 부실한 재정 상태에서 정부의 각종 서민지원정책은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정책들은 궁극적으로는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진심으로 친서민정책을 실현하고 싶다면 가속화되는 재정적자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긴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각종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는데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2012년까지 3년 동안 총 약 22.4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4대강 사업이 친서민정책보다 긴요한지 재고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또 한국은행이 환율지지를 위해 발행한 160조원에 이르는 통화안정증권의 발행도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출증가를 위해 시행해온 정부의 지속적인 고환율정책은 수입물가와 국내 유동성을 증가시킴으로써 높은 물가상승을 불러와 서민들의 생활을 매우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수출이 안정된 지금 이 정책의 중단이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한 통안증권의 이자부담이 연 6-7조원에 달해 그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증권을 국가부채에 잡아 관리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친서민정책을 위해

현재 정부는 새 정책을 벌이는 것을 매우 삼가야 할 시기이다. 반면에 시행 중인 복지정책을 되돌아보고 그 혜택이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도록 정비하고 개선해 그 내실을 기할 때이다. 또 중소기업영역을 지정하는 추가적인 규제정책보다는 진입장벽의 제거를 통해 중소기업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다. 예컨대, 최근 정부가 마련한 소주와 맥주 등 대중주시설 기준 완화정책은 아주 바람직한 사례이다. 이 정책은 중소〮·지역업체들이 대중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한 시장경쟁의 심화는 대중주의 품질상승과 가격인하를 가져와 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서민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금융위기 등으로 이미 비대할 대로 비대해져버린 큰 정부이다. 친서민정책으로 몸집을 더 불리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생각을 바꿔 씀씀이를 줄이고 또 각종 규제를 없애 작은 정부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하며 효율적인 친서민정책이다. 이는 국가경제의 성장활력을 키움으로써 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김상호 / 호남대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미국 Michigan State University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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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 2010-09-06 | 조회수 : 431

DTI규제와 관련해서만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이번 8.29부동산 대책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의 범위도 넓고 내용도 많다. DTI 규제의 해제는 일시적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는 DTI 규제 이외에도 여러 대책이 포함되어 비교적 시장의 범위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LH공사의 자금난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보금자리 주택공급 계획을 조정한 것은 정부의 시각이 다소 유연해 졌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강남3구와 대형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대책에서 배제시킨 것은 아쉽다. 정부가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일시적인 거래활성화가 아니라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당초 기대보다 범위와 내용 크게 다룬 8.29 부동산 대책

지난주 정부는 드디어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한 달 전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이 연기된 건 DTI 규제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정부는 예상대로 DTI 규제를 포함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크게 1) 서민중산층의 주택거래 지원 2) 전세금 등 서민주거지원 확대 3)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조정 4) 견실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을 보면 주택거래를 둘러싼 시장의 파급효과를 골고루 감안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서민정책의 대표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공급계획 조정은 MB 정부로서는 큰 정책변화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에서는 DTI 규제만을 언급하면서 이번대책을 성급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정작 중․서민층을 수혜대상으로 하는 전세자금이나 생애 첫주택자금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없다. 대책발표 후 1주일이 지나자 대책의 효과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책의 내용 중 DTI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법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시행된 것이 없는 셈이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DTI 뿐만 아니라 이번 8.29 대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DTI 규제 일시 폐지, 어떤 효과 있나?

우선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DTI 규제부터 살펴보자. 8.29대책에서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DTI규제를 폐지하고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DTI 규제완화를 주장하던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내년까지 한시적인 조치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를 늘려 주택경기를 부양시킴으로써 향후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금까지 DTI 규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60%수준이었지만, 실제 은행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의 DTI는 25%수준에 불과하였다. 또한 LTV규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DTI 규제가 폐지되더라도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의 의지가 있다면 대출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DTI 비율을 금융기관들의 자율에 맡긴다고 해서 규제완화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존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주기도 하겠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DTI 규제의 한시적 해제의 효과는 없을까? 아니다. 주택을 투자의 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DTI 규제해제의 효과가 미미하겠지만, 당장 주거이동의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내내 주택거래 침체로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온 시장에게 이제는 더 이상 정부 대책을 기다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DTI는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된다.

주택시장에 대한 종합대책: 생애첫주택자금대출 재개와 전세자금 지원 확대, 수도권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요건완화

이번 대책은 MB정부 들어 그 동안 발표되었던 주택관련 대책 중에 가장 종합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동안은 주로 미분양 아파트 해소나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신규 판매주택에 대한 대책이었으나 이번에는 기존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으며 매매 및 전세 거래 등에 대한 금융지원 및 세제 혜택, 공급부문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2006년 이후 종료되었던 생애 첫주택 자금 대출이 다시 재개되었다.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가구에게 최대 2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상환조건은 장기분할상환으로 금리는 고정금리 중에서는 시중에서 나온 대출 상품 중에 가장 유리하다.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 주택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마저 전세로 전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불능력이 낮은 서민층의 전세자금난이 심하다. 2009년 들어 아파트 전세가격이 대형보다는 소형과 중형 아파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 정부는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한도 확대 등 자금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이번 대책이 비교적 거래시장의 범위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를 2년 연장하고 취․등록세 감면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수도권에 한해서만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자격 요건이 5호이던 것을 3호로 완화하였다. 일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수요에게 주택매입에 대한 혜택을 준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공급 계획 조정, LH공사 자금난에 기대 못했던 보너스

그 동안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제기해 왔다. 주택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민간보다 더 우월한 입지조건과 가격으로 대량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자칫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서는 강경한 추진의지를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 보금자리주택 부문이 담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물론 총량조절이 아닌 시기 및 미세조정이지만 그 동안 강경일변도의 정부 입장이 조금은 유연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계획이 조절된 것은 주택거래 활성화 측면보다는 아마 현재 LH공사의 자금난이 더 크게 작용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도 건설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P-CBO․CLO 발행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주택 및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다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자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1사당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규모도 확대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미분양주택에 우선 적용된다. 여전히 정부의 시각은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최근 지방의 미분양은 줄고 있지만 수도권의 미분양은 늘고 있다. 더군다나 수도권 미분양의 2/3가 85㎡초과의 대형 아파트이다. 수도권은 미분양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책의 출발은 신축 아파트의 미입주에서 시작된 것이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의 입주물량은 사상 최대의 물량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심각하지 않다고 봐야 할까?

주택거래 침체 심각한 강남3구 또 제외, 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도 배제

이번 대책의 내용과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컸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대책의 혜택에서 특정 시장을 배제하고 있다. 먼저 강남3구의 적용 배제이다. 강남3구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들 지역은 거래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에서 강남3구는 제외되었다. 다음은 수도권 지역의 제한적 적용이다. 취․등록세 감면 연장의 경우 수도권의 포함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현재 취․등록세 감면은 비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다.

또한 이번대책은 주로 중소형 주택거래에만 적용되어 현재 적체되고 있는 대형 아파트 거래는 제외시키고 있다. 미분양의 문제는 당초 지방에서 불거졌지만 현재에는 수도권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방 미분양 주택 중 대형아파트 비중은 약 56% 수준이지만 수도권은 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74%나 된다.

이번 대책에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자 자격 요건을 완화한 것은 이러한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역시 85㎡이하 6억원 미만의 아파트라는 조건이 붙어 수도권에서 대형 아파트의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검토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아닌 매번 감면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답답한 현실이다.

주택거래 활성화가 전체 주택시장이 아닌 특정 하위 시장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항상 소형 저가 주택은 보호의 대상이며 고가 대형 아파트는 부자와 투기꾼들의 주택인가? 1가구가 1주택을 보유한 것은 실수요이며 2주택 이상 보유하는 것은 모두 투기적 수요인가? 이러한 논제에 대한 해결없이 당장에 닥친 문제만을 해결한다면 주택정책은 계속 냉온탕의 반복이 불가피할 뿐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침체되어도 투기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남3구와 같이 미분양이 적체되고 일시적 과잉공급으로 주택거래에 돌파구가 필요한 수도권 대형 아파트들이 여전히 시장 활성화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정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일시적인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주택시장 정상화에 목표를 두어야

시장은 과열되기도 때론 심하게 침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조금씩 시장변화에 대응하게 된다. 장기 호황끝에 찾아온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은 점점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시장이 과열 혹은 침체될 때마다 정부가 일시적인 문제해결만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면 시장참여자들은 이미 정부개입을 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될 리 없다. 문제는 제도나 정책이 시장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왜곡하거나 과도하게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은퇴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주택정책은 여전히 과거 주택이 부족했던 시대의 투기억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주택의 양적 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된 지금 중․서민층이 주택을 보유가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는 주택을 보유하고 이들에게 임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인식은 분명 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주택양도세 감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강경하다. 시장의 기대와 판단에도 모순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DTI가 대책의 전부인 것으로 간주하는 세간의 평가도 아쉽지만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바라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이번대책에도 아쉬움이 크다. 이번 대책이 비교적 광의의 주택거래를 정책의 범위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주택시장 정상화로 시장과 정책의 관심이 옮겨져야 할 때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자소개: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부동산 시장분석 및 도시 및 주택정책과 관련된 연구 담당. 저서로는 “최근 주택공급 감소가 미칠 파급효과와 중단기 주택수급 전망”, “현행 거래량 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금융위기 이후 공모형 PF사업의 실태와 정책방향”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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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 2010-08-30 | 조회수 : 402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단속적 변화가 감지된다. 2008년도는 “경제재도약”을 위한 세제개편, 2009년도는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을 위한 세제개편, 2010년도는 “친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이다. 친서민정책은 정책을 '편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을 특수목적을 위한 편의로 인식하면 정책은 과잉으로 치닫게 된다. '민(民)’은 '서민(庶民)’으로 대체되었고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돈으로 고용을 사는 격이기에 실효적이지 못하다. 규제완화를 통한 진입허용과 교육훈련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다. 친시장적 정책이 가장 친서민적 정책이다.

지난 8월 23일 기획재정부는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세제개편 기조로, ①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고용 친화적 세제 구축, ②경제회복 성과의 취약계층 전반으로의 확산을 위한 서민․중산층 지원 지속 추진, ③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정비와 세원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세입기반 확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세제개편안의 비전으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조세체계 구축”을, '4대 기본 방향’으로 “일자리 창출 지원, 서민생활 안정, 지속성장 지원, 재정건전성 제고”를 제시하고 있다.

MB 정부 출범 이후 연도별 세제개편안 비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2010년까지의 년도별 세제개편의 표지를 살펴보면 <표-1>과 같은 단속적(斷續的)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2008년도 세제개편의 표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이다. 즉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경제재도약이 필요한 바, 이를 위해 세제개편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2009년도 세제개편의 표지는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이다. 2009년은 이미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전(全) 세계로 확산된 시기이다. 따라서 당시 민생안정은 시급하고 또 당연한 정책목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미래도약’을 같은 비중으로 강조한 것은 '장기적으로’ 미래도약만이 민생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정책인식을 반영한 것이다.1) 그리고 '민생안정’ 이라는 '계층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표-1> 2008~2010년 년도별 세제개편안 표지

년도

세제개편안 표지

200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
-2008년 세제개편안-

2009년

민생안정․미래도약을 위한
-2009년 세제개편안-

2010년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

그러나 2010년도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세제개편의 표지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안정”으로 변한다. 일자리창출을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보면, 2010년 세제개편안은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으로 압축된다. '친서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2010년 세제개편안이 마련된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서민’(庶民)이 표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최고 위정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추론된다. '민생안정’과 '서민의 생활안정’은 다르다. 민(民)이 서민(庶民)보다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민에서 '서’(庶)의 의미는 현대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폐기돼야 할 개념이기에 결코 '공식 용어’로 적합하지 않다. '경제적 취약계층, 중․저소득층’으로 대체되는 것이 마땅하다.

서민을 '경제적 취약계층’이라는 일반 용어로 받아들이면, 굳이 '친서민 행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취약계층의 생활형편을 보듬는 것이 위정자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서민 행보’와 '친서민 정책’은 다르다.2) 더욱이 친서민 정책이 국정의 핵심과제로 격상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친서민정책은 태생적으로 인기영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책 대상이 명확하게 사전에 설정되지 않다보니,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요구가 경쟁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수요로 귀결되고 '국가 의존’이라는 타성에 젖게 한다.3)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제개편안을 '연결해’ 보면 이명박 정부의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라는 초심(初心)이 흐려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표-2> 2008년 세제개편안 기본방향 및 주요 개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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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방향

주요 개편내용

2008년
세제개편안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소득세율 인하(2%p) 및 1인당 공제확대
-유가환급금 지급(24만원)
-일용근로자 소득공제 인상 등 생활밀착형 지원강화

투자촉진을 위한 저세율
구조로의 전환

-법인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상향조정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일몰연장 등 중소기업 지원확대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 기업과세의 글로벌스탠더드화
-문화산업․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 지원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녹색성장 기반구축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R&D 지원 확대

-R&D 준비금 제도 도입
-R&D시설투자세액공제 인상
-중소기업 R&D비용 세액공제 확대

불합리한 조세체계 개선

-1세대1주택 장기보유공제 확대 등 양도소득세 과세제도 합리화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선
-상속․증여세 현실화

중복된 목적세체계 정비

-3대 목적세(교통세․교육세․농특세) 정비

출처: 재정기획부

<표-2>와 <표-3>은 2008년도와 2010년도 세제개편안의 기본방향과 주요 개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08년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투자촉진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R&D 지원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2010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일자리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및 재정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좁히면 “서민생활 안정과 재정건전성 제고”로 집약된다.

<표-3> 2010년 세제개편안 기본방향 및 주요 개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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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방향

주요 개편내용

2010년
세제개편안

일자리 창출 지원

- 고용친화적 세제 구축
- 고용유발효과가 큰 업종 지원 강화
- 취약계층 고용 인센티브 강화

서민생활 안정

- 저소득 근로자 지원
- 농어민 등 취약계층 지원
- 중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 기부문화 활성화

지속성장 지원

- 신성장동력 확충 지원
- 기업 경쟁력 강화
- 국제회계기준 도입 관련 보완
- 저출산․고령화 대응

재정건전성 제고

- 과표 양성화
- 비과세․감면 축소
- 신규세원 발굴

출처: 기획재정부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 분석

<표-4>는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부담을 정리한 것이다. 2008년도 세제개편은 기본적으로 감세(減稅)를 위한 것이다. 총 11.7조원의 감세가 이루어졌으며, 그 중 '중산․서민층․중소기업’에게 금액으로는 6.8조원, 비율로는 78.4%의 혜택이 돌아갔다. 대기업에게 금액으로는 1.9조원, 비율로는 21.6%의 혜택이 돌아갔다. 세수효과의 계층별 귀착을 보면, “감세를 통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이라는 정책목표가 충실하게 충족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세제개편은 증세(增稅)를 위한 것이다. 총 1.9조원의 증세가 이루어졌으며,4) 그 중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게 금액으로는 0.14조원, 비율로는 9.8%의 부담이 귀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고소득자․대기업’에게 금액으로는 1.3조원, 비율로는 90.2%의 부담이 귀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세제개편의 기조가 증세이기 때문에, <표-4>만으로는 '서민생활안정’이라는 정책목표가 효과적으로 충족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2010년 세제개편에 따른 증세규모가 1.9조원에 지나지 않아, 5)'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표-4>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부담

년도

계층구분

세수효과 및 귀착

비고

2008년

중산․서민층․중소기업

△6.8조원 (78.4%)

괄호안은 귀착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3조원)을 제외한 비중

대기업

△1.9조원 (21.6%)

총세부담 경감

△11.7조원

2009년

고소득자․대기업 부담

9.5조원 (90.6%)

OECD 기준, 근로소득이 상용근로자 평균소득의 150% 이하

중산층․중소기업 부담

1.0조원 (9.4%)

총세부담

10.5조원

2010년

고소득자․대기업 부담

1.3조 (90.2%)

괄호안은 귀착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0.46조원)을 제외한 비중

서민중산층․중소기업 부담

0.14조 (9.8%)

총세부담

1.9조원

자료: 연도별 세제개편안

2010 세제개편안 주요 내용 및 평가

개편안은 고용창출을 위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였다. '지식기반 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물적 자본’ 중심의 투자지원제도에서 '인적․지적자본’ 중심의 세제지원제도로의 방향 전환을 꾀한 것이다. 현행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신규고용창출’ 인원에 비례해 받도록 함으로써 '고용창출형’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공제세액은 '설비투자액의 7%’를 상한으로 1인당 1,000만원의 공제혜택을 허용한다. 청년취업 문제 해소를 위해 청년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1인당 1,500만원을 세액공제한다. 또한 투자와 고용창출의 시차를 고려해 투자가 이루어진 과세연도 이후 5년 이내 고용이 증가한 경우 이월해 세액공제를 받도록 했다. 그리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 적용시 소기업 판단기준을 업종별 '인원기준’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변경해, 6)고용인원이 늘어 '소기업’을 졸업함으로써 혜택이 축소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고용증대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2년 이상 운영한 사업장을 폐쇄하고 국내로 복귀해 해외사업과 동일한 업종의 사업장을 수도권 밖에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3년 100%, 2년간 50%의 소득세ㆍ법인세가 감면된다. 또한 저소득층ㆍ장애인ㆍ고령자 등 고용비중이 30% 이상 또는 서비스 이용자 중 취약계층 비중이 30% 이상인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수준의 최저세율 7%를 적용하도록 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4년간 50% 세액감면제도는 올해 말에서 2013년 말로 일몰 연장된다.

일자리창출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는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우선 '동(同) 제도’는 2011년부터 도입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을 내년 이후로 미룰 수 있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이미 확정한 기업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채용 규모와 일정이 유동적인 기업들은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동 제도'는 현행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와 충돌한다. '중소기업 고용증대 공제’ 제도는 한시적으로 2011년 6월까지 상시근로자를 늘리는 중소기업에 대해 1인당 300만원씩 세액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2011년도에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가 도입이 되면 '중소기업 고용증대공제’ 제도는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 감면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시설투자를 하고 고용을 10명 늘리는 경우 올해는 1억의 세액공제(10억의 7%인 7,000만원의 투자세액공제와 10명을 고용한 데 대한 3,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지만, 2011년부터는 10억에 대한 7%인 7,000만원의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만 받기 때문이다.

한편 2010년 세제개편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자녀 소득공제를 배로 확대했다. 2자녀까지는 1인당 100만원을 공제하지만, 2자녀를 초과하면 1인당 200만원을 소득공제한다. 그러나 근로자 중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 소득 계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생이 받는 근로장학금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한다. 근로장학금에 소득세가 부과되면 가구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앞장서 '탈(脫) 생활보장수급’을 막는 셈이다. 차상위 계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는 숙명적인 한계점이다. '근로소득장려’(EITC)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용증진을 위한 발상의 전환 필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차치하더라도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고용창출 세액공제’ 제도는 “돈으로 고용을 사는 격”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000만원의 유인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만약 1,000만원의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반면에 1,000만원의 유인이 크다고 생각되면, 꼭 사람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세액공제 형태의 고용장려금을 수취하기 위해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이는 주객(主客)이 전도된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세액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공공근로 등 '임시직’을 늘리거나 '고용창출 세액공제’를 통해 작위적으로 고용을 지탱케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교육훈련 투자확대’와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세액공제 등은 교육훈련 투자확대와 규제완화를 보조하는 데 그쳐야 한다. 교육훈련 투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청년, 여성, 고령자 등 계층별로 교육대상을 명확히 세분화하고 특화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에서의 규제완화의 중요성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올 4월 정부가 발표한 '경쟁 제한적 진입규제 개선’ 방안을 충실히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7) 규제완화는 재정수요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현재 액화석유가스(LPG)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내수판매 계획량 중 35일분을 저장할 시설을 소유 또는 1년 이상 독점 임차 형식으로 갖춰야 한다. LPG 저장시설의 건설 단가가 매우 높아 신규 진입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LPG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25년째 지속돼왔다. 공정위는 정부(한국석유공사)의 LPG 비축시설 중 여유 공간을 임차할 수 있도록 해 신규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진입 규제’가 완화되면 가격 경쟁이 활발해져 LPG 가격 인하와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려는 욕구가 커져 경비업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요건 완화로 경비업체가 새로 생기면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비 서비스 질도 좋아지게 된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독점하고 있는 서해대교, 광안대교, 소양강댐 등 212개 주요 1종 시설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점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올바른 결정이다. 시설안전 점검을 위한 민간 기업이 진입하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게 된다.

여성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시간 근로 활성화’를 비롯한 고용 형태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단시간 근로를 도입하면 육아나 가사 등으로 전일 근무가 어려운 여성들도 취업이 가능하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다양화가 여성인력의 고용을 가능케 한다. 결국 고용은 '예산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친서민 정책’은 2009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홀연히’ 등장했다. 왜 갑자기 '친서민’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만한 정황적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친서민 코드’는 '부자(富者) 정권’이란 주홍글씨를 벗기 위해 던진 일종의 반격카드이다. 이명박 정부는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부자정권이란 '낙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명박 정권은 정공법을 피해갔다. 부자가 아닌 “부자가 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의 정권이라고 맞받아치지 못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과정이 어찌되었던 결과론적으로 친서민 정책은 여론의 큰 반향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수직으로 끌어 올렸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정책 사고에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여기에 정치적 계산이 맞아 떨어지면, 냉정을 잃기 쉽다. 친서민정책은 어느 듯 '과잉’으로 치달았다. '민’은 '서민’으로 대체되었고 그동안 수면이하로 잠복해 치유과정에 있던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정책은 '원칙’의 문제이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찍이 하이에크가 설파했다. 친서민정책은 정책을 '편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을 특수목적을 위한 편의로 인식하면 정책은 과잉으로 치닫게 된다. 일반 원칙은 훼손되고 특별규칙이 특별지원에 더해지게 된다. 이렇게 '포퓰리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공정(정의로운)한 사회에서 승자독식은 있을 수 없다”는 이대통령의 언명은 논리적으로 완결된 말은 아니다. 정치권력과 달리 시장에서 '승자독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승자의 몫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공정(정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010년 6월말 접수한 50개 중앙관서의 2011년 총지출 요구 규모는 기금을 포함해 312조9천억원이다. 이는 올해 총지출 292조8천억원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증가율 4.9% 보다 크다. 2011년 지출요구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절대규모 87.3조원, 절대증가액 6.1조원, 전년대비 7.4% 증가율”을 보인 '보건․복지․노동’ 지출 요구액과 무관하지 않다. '2010년 세제개편’을 '2011년 총지출 요구액’과 연결할 필요는 없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다.

서민의 생활 형편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정의와 공정을 앞세우기보다 서민에게 좀 더 많은 경제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친시장정책이 지속가능한 최상의 친서민정책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에 대한 초심이 점차 엷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최소한 자신이 견지하는 이념과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당당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자소개: 조동근 교수는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신시내티(Cincinnati)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논문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에 의한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한가? -헤리티지 경제자유도를 이용한 실증 분석-”이 있다.


1)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기는 했지만 '성장잠재력 확충’은 여전히 주요한 아젠더였다.
2)'친서민적 사고’와 '친서민 정책’은 엄연히 다르다. 친서민 행보와 친서민 사고는 위정자의 '속내’ 이어야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국민의 애환을 보듬는 위정자의 '덕목’이어야 한다. 그러나 '친서민정책’은 자원배분의 틀을 바꾸는 구체적 프로그램이다. 친서민정책이 명분론에 포획되면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정책오류에 빠질 수 있다.
3)'친서민’은 부지불식간에 증오를 부를 수 있다. 친서민에서 '친(親)은 반(反)’을 동반하고 동시에 '서민 대 비(非)서민(부유층)’ 간의 대립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참여정부의 '2분법적 대립구도’와 닮은꼴이다. 양극화의 진전을 막는 것이 정책목표라면 '중산층 복원’이 훨씬 긍정적인(positive) 정책 네임이다.
4)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는 1.9조원이며, 이를 증가요인과 감소요인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증가 요인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종료(1.5조원), 지역특구․외국인 투자기업 세제지원 총액한도 신설(0.13조원) 등” 2.9조원이며, 감소 요인은 “고용유발투자세액공제 신설(△0.5조원), 다자녀 추가공제 확대(△0.18조원) 등” △1.0조원이다.
5)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조9,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추산이다.
6) 현행 인원에 의한 소기업 기준은 제조업100명, 광업․건설업․출판업․물류산업․여객운송업․축산업 등은 50명, 기타는 10명이다.
7)정부는 2009년 9월 26개 업종에 이어 올 4월 20개 업종을 추가로 진입규제 개선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추가된 업종은 서비스업 분야와 공기업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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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출범한 LH공사의 부채문제는 공기업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은 본질적으로 사업확장을 추구하는 조직이며, 또 사업목적과 재원을 명확하게 연계한 계약보다는 이해관계집단이나 정부와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더 선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해결은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2009년 9월 8일 국토해양부는 '15년 숙원 주·토공 통합, 이명박 정부에서 결실’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양 공사의 통합은 '핵심기능 위주 기능개편, 조직슬림화와 정원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기대와 달리, 1년 후인 2010년 8월 16일 통합 LH공사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였다. LH공사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비상경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미매각 자산 판매, 합리적 사업조정, 유동성 리스크 관리, 조직혁신 등을 포함하여 부채문제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9월말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 날 많은 언론사는 통합 LH공사가 끝내 비상경영을 선포하였음을 아쉬워하며, 심각한 부채문제를 '118조원 빚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전국 400여 곳에서 벌어질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 중단과 연기를 우려하며, LH공사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제 전문가들은 LH공사 쇼크에 대해 '이제까지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또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대답해야 한다.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1: 사업확장

가장 먼저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업확장이다. 이는 정부와 공기업에 종사하는 관료들(정책사업을 집행한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임직원들을 포함)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소비자, 기업가처럼 지극히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효용극대화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관료들도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과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고, 또 정부의 목표가 순자산가치 극대화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관료들도 너무 잘 알고 있으며 또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관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 충실하기 위하여 관련 사업들을 확대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들은 거짓말에 탐닉하지는 않지만 사업확대에 지장이 되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극 제공하지 않는다. 사후에 관료들에게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제공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면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이와 같이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확장을 꾀한다.

관료들의 사업확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을 통해 유인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공기업의 사업확장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사업을 민영화하며 정부가 손을 떼는 수밖에 없다. 물론 민영화된 기업도 사업을 계속 확장하여 '118조원의 빚’을 질 수 있지만, 재산손실을 우려하는 민간 주주와 채권자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할 리 없다. 더구나 '118조원의 빚’을 졌다 하더라도 이들은 재산손실을 줄이는 방안이라면 기업의 공중분해까지 감행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활동이 신축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통합을 통해 공기업으로 남게 된 LH공사에는 민간의 주주도 없으며 또 채권자들도 재산손실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LH공사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별법인이며 또 공사채는 정부보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LH공사의 '118조원의 빚’ 때문에 자기가 손실을 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손해를 보지만 정부의 손해는 모든 국민들이 분담하므로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정부로 생각하며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없다. 결국 경제환경이 변화하더라도 공기업은 신축적인 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통합 LH공사의 출범으로 양 공사 중복기능의 인력을 감축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LH공사로 통합되었다고 하여 공기업의 사업확장적 유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LH공사는 2009년 통합이후 점진적으로 총정원 대비 24%의 인력감축을 계획하였으나, 2010년까지 인력감축은 거의 손대지 못한 채 연수 파견자를 2배 늘이는 편법을 썼다고 한다. 결국 민영화를 전제하지 않고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확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2: 얽히고설킨 관계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들과 이해관계를 섞어 거대한 범관료집단을 형성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사업감축에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는 이해집단들을 사전에 공고하게 형성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얽히도록 한다면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일이 너무도 복잡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된다. LH공사가 전국 400여 곳에서 사업을 폭넓게 추진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는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관료들은 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서로 끈끈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긴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체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다면 관료들은 편법적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더욱더 복잡한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기업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상호간의 회계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나타난다. LH공사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공한 출자금과 정부가 독점적으로 부여한 택지공급사업의 토지개발이익이다. LH공사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승할 때 토지개발이익을 통해 상당한 독점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신 정부는 그 대가로 신도시 등 택지개발, 서민용 주택 및 국민임대주택,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개성공단, 도시재생, 보금자리주택 등 정책사업들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정부가 LH공사에 제공한 자원(출자와 독점사업권)의 가치와 그 대가로서 LH공사가 수행한 사업의 정책가치는 명확하게 계리되지 않아 서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들의 시장가치를 엄밀하게 추정하고 각종 정책사업별 원가를 구분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정부와 LH공사가 개략적으로 합의하고 정산하는 틀을 갖추고 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제가 구비되었더라면 정부와 LH공사의 관계는 단순명료하였을 것이다. 객관화되고 명문화된 수치에 대해 정부와 LH공사가 사전 합의하였더라면 원가절감, 효율성에 대한 유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향후 대책: 민간기업을 참조하라

LH공사의 충격은 공기업에 대해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첫째, 사업확장이라는 공기업의 본질적 유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영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산이라는 자기책임적 자연치유력만이 제반 사업의 위험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기반이다. 물론 민영화를 당장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기업 관리의 궁극 목표는 민영화로서 이를 향해 부단히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LH공사의 독점구조 타파와 민영화를 목표로 중장기적인 택지개발정책이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원과 LH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의 지원사항이 포함되겠지만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경영진의 집단책임을 묻는 조치가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의 파산 또는 법정관리에 준하는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와 사업별 원가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민간기업의 활동과 비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경제학박사. 인천대학교 무역학과에 재직 중이며 주로 제도적인 관점에서 재정학을 연구하고 있다. 2007년에는 시장경제대상(학술부문)을 수상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저술로는 『재정지표, 재정범위 그리고 중앙은행』(2010년 발간예정, 한국조세연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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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의 중복투자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과 우리나라 부동산에서의 중복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유시장에서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 경우 시장에서 빠르게 정리되어 사라지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시장이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의 중복투자이다. 이는 제도 또는 정부정책의 오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반복적이고 대규모의 폐해를 낳는다. 그렇다고 하여 정부가 나서서 중복투자 해소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개입은 시장작동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도를 시장에 맞게 만들고 정부 개입을 그만두는 것이 옳다.

1997년 경제위기 시에 김대중 정부는 중복투자를 이유로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합병하도록 종용했다. 그 결과 삼성자동차는 르노자동차에 매각되었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는 합병하여 하이닉스가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부문에서 중복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였고, 지금 양국은 그런 중복투자를 청산하거나 구조조정하고 있는 중에 있다. 미국의 경우에 미분양 부동산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고조에 달했을 때 어림잡아 2백만 가구이고, 한국은 미분양 아파트가 최대 약 16만 가구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두 가지 원인을 설명하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복투자의 두 가지 원인

첫째, 자유시장에서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이 때 자유시장이란 화폐와 금융 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1) 기업가의 본질적인 기능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훌륭한 기업가라도 잘못된 미래 예측에 의존하여 잘못된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투자가 한 산업에서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을 중복투자라고 부를 수 있다.2) 기업가는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또는 자신의 잘못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언제나 노력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 중복투자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정리되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시장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인 한에서는 '기업가의 오류'에 의해 발생하는 중복투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둘째, 시장이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이다. 특히 화폐와 금융 제도가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를 분석해 본다. 현재 화폐의 제조는 정부에 의해 독점되어 있고 은행의 이자율은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 있다.3) 비록 이자율 규제는 간접적인 것이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화폐의 제조와 유통과 관련한 시장이 자유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대시켜 이자율을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율보다 인위적으로 낮추면 경기변동이 발생한다.4) 경기변동은 붐(boom)과 버스트(bust)로 이루어진다. 붐 기간에 기업가는 과오투자(malinvestment)를 하게 되고 소비자는 과소비(overconsumption)를 하게 된다. 특히 과오투자는 자본재 산업들에 집중으로 발생한다. 여기에서 과오투자가 한 산업에서 일어나는 것을 중복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중복투자는 정부의 화폐와 금융 제도에 의한 통제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제도 또는 정책 오류'이고 그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기업가적 오류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에, 1990년대에 발생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서의 버블, 즉 IT버블과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부동산버블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경우 모두 경기변동 현상이지만 IT와 부동산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 중복투자이다. 한국의 경우에 붐의 말기에 부동산 부문에서 중복투자가 일어났음이 거의 언제나 드러났다. 물론 두 나라 경우에 다른 부문에서도 경기변동으로 인한 과오투자가 발생했지만 IT나 부동산처럼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복투자는 제도 또는 정책 오류가 원인

정부에 의한 화폐와 금융 제도에 대한 통제 때문에 발생한 제도 또는 정책 오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그 폐해는 대규모이다. 이것을 중복투자에 적용하면 제도 또는 정책 오류에 의한 중복투자는 반복적이고 대규모라는 것이다. 정부가 화폐와 금융 시장을 자유시장으로 만들 때만이 이 경우의 중복투자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5)

제도 또는 정책 오류에 의해 중복투자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그런 중복투자를 해소할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기업가는 생존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복투자의 해소를 정부가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지시나 종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섭으로 시장의 작동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도 또는 정책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폐와 금융 제도를 자유시장에 맞게 만들고 간섭적인 정부 정책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통화량을 증대시키고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기변동으로 인한 과오투자 또는 중복투자의 청산을 시장 과정에 맡기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 현재 정부가 나서서 상당수 미분양 아파트를 세금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렇게 하여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억제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거나 억제한다. 미국의 경우에 이자율을 오랫동안 낮게 유지함으로써 부동산 산업의 구조조정을 억제하거나 왜곡한다. 그리고 이 점은 한국도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강요된 구조조정 등은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을 유발

중복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중복투자 자체보다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자동차와 하이닉스의 경우처럼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원인을―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기업가의 잘못된 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물론 경기변동의 원인을 위장함으로써 경기변동 또는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을 돕는 것이다.6) 그 점에서 그런 행위는 경기변동으로 인한 중복투자의 해결을 한 층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점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복투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

전용덕 / 대구대학교 교수, 경제학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헌법재판소 판례연구(공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금융제도’, '인간, 경제, 국가(역서)',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 A Note on Cartels 외 다수가 있다.


1) 정부의 간섭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모든 통제와 규제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 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도와 그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무력을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사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2) 기업가의 투자도 소비자의 소비와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전적으로(ex ante) 중복투자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가 현실화되었을 때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투자는 구조조정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그것은 중복투자인 것이다. 
3)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금융 제도』, 한국경제연구원, 2009와 전용덕․김학수 공저,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 한국경제연구원, 2009를 참조.
4) 경기변동의 발생 원인과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전용덕(2009), 전게서와 전용덕․김학수(2009), 전게서 참조.
5) 화폐와 금융 시장이 자유시장이 되더라도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규모가 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자유시장이 중복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6) 정부가 통화량을 증대시켜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경기변동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발생한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때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원인으로 소위 '투기꾼'을 지목한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위장한다는 점에서 경기변동 또는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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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서민정책의 의도는 통상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서민층의 삶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친서민정책은 목적과는 무관한 사법을 목적에 좌우되는 공법으로 전환시키는 시장경제의 공법화로서 이는 수많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정당성도, 서민층을 위한 실익도 없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만을 초래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제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MB정부)는 정부의 중요한 목적을 서민의 특수한 욕구와 희망을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졸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보금자리 주택,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등, 다양한 정책으로 서민을 돌보려고 한다. 서민층의 '금융소외’를 완화하기 위한 미소금융과 햇살론도 있다. 서민정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전문가조차도 전부 알 수 없을 만큼 서민정책이 아주 복잡해지고 있다.

서민정책의 의도는 서민층의 삶을 보살피는데 초점을 맞춘 '사회정의(social justice)’를 실현한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물론 MB 정부는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읽으면, 사실상 분배정의를 의미하는 사회정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부가 서민층의 이익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사적인 활동을 조종․ 통제하자는 것이다.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돌보겠다는 MB 정부의 의도를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러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도 좋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자기 나름의 원리가 있듯이 시장경제도 자기 나름대로의 원리가 있다. 그 원리를 위반하면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MB 정부의 국정철학: 사회적 시장경제

흥미로운 것은 MB 정부의 국정철학 또는 이념적 위치이다. 집권초기에는 매우 애매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시장경제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세금인하와 규제완화가 정책기조였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자유시장경제였다.

그러나 자유의 이념을 내치고 친 서민정책을 표방하는 국정철학으로 급선회했다. 서민정책은 어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컨셉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듯하다.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필요에 따라 개별적인 정책을 수시로 토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MB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MB 정부가 지금까지 쏟아낸 서민정책들을 머릿속으로 종합하여 상상해보면 분배를 위한 “거대한 설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념적 명찰을 붙이면 분배정의를 위해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제한 없이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이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분배정의를 강조하던 김대중 좌파정부의 명시적인 국정철학이었다. 노무현 좌파 정부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두 전임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의 장본인이 아니던가.

어쨌든 MB 정부의 친서민정책 올인(all-in)은 정치적 이슈를 선점당한 좌파민주당에게는 분통터질 일이고, 자유주의로 집권을 해 놓고는 반(反)자유주의로 간판을 바꾸었으니 우파지식인들의 허탈감이야 오죽하겠는가.

사회입법을 통한 시장경제의 공법화의 위험

서민층을 위한 분배정의의 실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입법(social law making)’이다. 이것은 서민층의 이익증진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사적인 활동을 조종하고 지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사회입법은 항상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법(public law)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로서 시장경제는 목적과는 독립적인 그리고 보편적 성격의 사법(private law: 영미법에 따라 민법과 형법을 포함)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법의 테두리 내에서 개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로이 자신들의 지식을 추구한다.

따라서 MB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목적과는 독립적인 사법을 목적에 좌우되는 공법으로, 다시 말하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특정한 목적에 좌우되는 그리고 계층적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조직(organization)으로 점진적으로 전환시킨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공법은 원래 경찰조직, 사법부조직, 행정부조직과 같은 정부'조직’을 위해 정부 몫으로 할당된 인적․물적 자원의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필요한 것이다. 사회입법을 통한 공법화는 이와는 전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그 같은 자원의 관리운영을 넘어서 시민들과 시민들의 재산까지도 강제적인 관리운영의 대상이 된다. 공적 영역이 사적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서민층의 특수한 편익을 위해서이다.

시민들이 폭력이나 사기, 기만 또는 계약의 위반이나 불법행위와 같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부자 또는 대기업이라는 또는 납세자라는 이유로 국가의 강제가 그들과 그들의 재산에 행사된다. 이것이 사회입법을 통한 시장경제의 공법화가 치러야 할 끔찍한 대가이다.

정부는 미소금융에서처럼 누가 출자하고 얼마의 이자로 누구에게 대출할 것인가를 강제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한다. 임대료 동결, 주택대출제한도 사법을 공법으로 전환시키는 사회입법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증대와 고용확대를 독촉하는 것도 그 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 이에 덩달아 장관들도 대기업들에게 겁주고 옥죄는 발언도 기업들과 그들의 재산에 대한 정부의 관리운영이라는 공법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주지해야 할 점은 시장경제는 자생적 질서라는 것, 그래서 그것은 정부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수많은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공법화할 수 없는 이유다.

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와 사회정의의 신기루

흥미롭게도 서민층을 위한 정부의 끔찍한 강제행사는 분배정의를 의미하는 사회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이 같은 정당화는 시장경제에는 분배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고, 그 실체의 정의롭지 못한 분배행위 때문에 서민층이 생겨나고 가난해졌다는 믿음을 전제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그 같은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대기업이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잘되고, 부자가 없어지면 서민층이 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믿음은 시장경제는 자생적 질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것이다. 자생적 질서란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생겨난 질서이다. 계획된 질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배와 연관시킨다면 시장경제에는 분배하는 실체가 없다. 그것은 분배하는 인격체도 아니다. 개인들이 버는 소득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이 의도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분배하는 인격체가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관련하여 분배라는 말 자체도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생겨나는 소득에 대하여 정의롭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고 따지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정의는 하이에크(F. A. Hayek)가 정곡을 찌르듯이 “신기루(illusion)”일 뿐이다. 사회입법을 통한 국가의 강제는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는 말이다. 폭력이나 도둑질, 사기 등으로 돈을 벌지 않은 이상, 사법규칙으로 구현된 정의의 규칙을 지키면서 돈을 벌었다면 이를 강제로 정부가 관리운영할 이유가 없다. 이를 관리운영한다면 애초에 지켰던 정의의 규칙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사회정의 또는 분배정의는 사법규칙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그 결과는 공법적 사회입법이 지배하는 끔찍한 사회이다.

서민층 구제를 위한 사회입법의 함정

정부는 서민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리고 제거할 수 없다고 여길 수 있는 서민층의 불만은 없다는 믿음으로 서민정책을 토해내고 있다. 이런 믿음이야말로 치명적 결과를 야기하는 지적 자만이 아닌가. 여기에 서민층을 위한 사회정책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 함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특정한 개인이나 그룹의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조치를 취하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불평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둘째로 정부의 정책적 조치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야기하고 이 결과를 제거하기 위해 취한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규제는 규제를 낳고 그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정부주도 금융상품 공급에서 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이 상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위해 새 금융상품이 또 나오고, 여기서도 소외된 사람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서민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미소금융과 그 변형, 햇살론, 희망홀씨 등이 이 같은 이유로 고안된 금융 대출상품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금융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것이 서민층 구제를 위한 사회정책의 함정이다.

또 하나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즉, 대출자금으로 벌이는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실패하여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다면 어처구니없게도 그 책임은 납세자가 진다. 더구나 서민정책의 대부분은 정부지출의 대폭적인 증가를 야기하고 이것은 상당부분 나랏빚으로 연결된다.

적정이자율, 적정농산물가격 또는 적정 등록금인상률을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의적인 가격규제는 시장의 행동조정을 교란하여 자원배분이 왜곡된다는 것도 사회정책의 함정이다.

서민정책의 함정에서 저성장-고실업이라는 곤경에 처했던 대표적인 경제가 독일과 스웨덴 경제였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정책이 보호받을 저소득층의 확대를 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미국 발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도 저소득층의 주택소유를 위한 담보대출정책이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으로 연명할 정도로 영국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것도 친 서민층 정책의 탓이었다는 것도 주지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아닌 자유시장경제를!

서민층의 삶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의는 신기루이다. 사회정의를 위한 정부의 강제는 도덕적 정당성도 없고, 서민층을 위한 보호와 규제는 성공할 수도 없고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노약자나 신체적 정신적 무능력자 등의 삶을 보살피는 정부의 '서비스 기능’을 위한 사회입법은 필요하다.

MB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관계의 정립에서도 정부가 할 일은 많지 않다. 시장의 자생적 힘에 맡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예속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소기업 스스로 할 일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는 오히려 경쟁력 약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중소기업의 문제든, 서민층의 문제든, 해결책은 자유시장경제이다. 이것이 국민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번영을 보장한다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다. 헤리티지 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가 이를 입증한다. 경제자유가 높을수록 경제적 번영이 크고 서민층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자유도가 세계랭킹 30위이다. 그러니까 2만 달러의 일인당 소득 수준도 세계랭킹 30위 정도이다.

MB 정부는 집권초기의 규제개혁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동부분은 물론 의료서비스 부문을 비롯하여 기업부문 등 수많은 필요한 규제개혁을 중단하고 말았다. 진정으로 서민층의 이익을 증진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친서민정책에 몰두하는 정부아래에서 도대체 언제 일인당 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단 말인가? 한국경제가 수년 동안 2만 달러의 수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잃어버린 5년’이라는 신조어가 이명박 정부에게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자유주의의 지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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