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2011-01-03 | 조회수 : 339
[요약] 2011년은 자유기업원에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기존의 소통방식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소통방식을 활용하여 한국의 여론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일에 나설 것입니다. 또한 납세자운동과 소비자운동을 펼치고, 여론형성을 위해서라면 길거리로 나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소통매체였던 글자 위주에서 벗어나 동영상과 만화, 애니메이션, 음악, 소설,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대중친화적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메시지 전달의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회원님 여러분들의 커다란 성원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자유기업원을 아껴 주시는 회원 여러분.

201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이 다 잘 되고, 대한민국도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기업원도 2011년은 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보고서와 칼럼 방식의 소통은 계속하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분의 눈과 귀와 뇌를 놀라게 해드릴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로 한국의 여론을 바꾸는 일에 적극 나설 것

첫째, 자유주의, 시장경제 철학에 입각한 방송 콘텐츠의 보급을 성공시키겠습니다. 토크쇼는 이미 2개가 시작되어 진행중입니다. 조선일보 케이블인 <비즈니스 & TV>에서 주간으로 <대한민국 성공 로드맵, 내비게이션>이 방영중입니다. 1월 초에 잠시 쉬었다가 2월말부터 시즌 2를 진행합니다.

IPTV인 데일리안 TV에서는 1월 3일 오늘부터 <김정호․김진국의 대한민국 콘서트>가 매일 30분씩 주 5회(월~금)방영됩니다. 자유기업원의 회원이시라면 누구나 속이 시원해하실만큼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입담이 이어집니다. 중간 중간 저와 김진국 교수의 랩송도 곁들여지고 말입니다. 2월 중순부터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코미디가 시작될 것입니다.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자유주의 운동의 새로운 장르가 시작되는 것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참신한 방송콘텐츠에 목마르게 될 새로운 종편 방송들에게 자유기업원의 콘텐츠들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가길 기대합니다.

둘째, 실질적으로 한국의 여론을 바꾸는 일에 나서겠습니다. 지금 한국의 여론은 너무 좌편향입니다. 생산성, 경쟁력 같은 단어는 공론의 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 대신 복지, 공정, 상생 이런 말들만 가득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올해는 인기영합주의적인 이런 구호들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입니다. 이래 가지고는 대한민국이 강대국들의 틈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대한민국이 날로 강해지는 중국에 맞서 당당한 나라로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성장속도를 최소 7~8%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정도의 국력을 갖춰야 중국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다시 생산성, 성장, 경쟁력 같은 단어들을 살려내야 합니다.

길거리로 나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

그것을 위해 자유기업원은 올해부터 길거리로 나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정부의 낭비 자제를 촉구하는 납세자운동과 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소비자 운동을 펴나가겠습니다. 소비자 주권의 차원에서 FTA 확대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성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게 만들겠습니다.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청계광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열두번에 걸쳐 치렀던 연평촛불집회의 경험이 새로운 대중 운동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소통을 위한 새로운 매체의 사용 확대와 대중성 확보에 주력

셋째,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새로운 매체의 사용을 확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자유기업원이 주로 사용한 매체는 글자였습니다. 소통의 대상이 주로 지식층이었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동영상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아직 대중과의 거리는 멉니다. 올해부터는 더욱 대중친화적인 매체로 확대하겠습니다. 만평은 이미 시작한 상태이고, 그것을 만화와 애니메이션, 동화로까지 확장해나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더욱 파격적으로 받아들이실 내용은 노래와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일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대중친화적으로 만들어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의 적극적 활동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2011년 자유기업원의 최대 화두는 대중성입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인의 생각이 더욱 자유주의적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가 자유주의자가 될 때까지 자유기업원의 치열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회원님 여러분의 큰 성원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Posted by 자유기업원
,



김진국 | 2010-12-21 | 조회수 : 727
[요약]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태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행동과 반응은 우리 사회에서의 성역 보호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약자 보호’라는 명분 하에 항상 변방에만 머물렀던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권리를 주장하고 챙기려는 소비자들은 새로이 시작되고 있는 소비혁명의 전사들이다. 이에 맞추어 이제까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왔던 사이비 소비자단체 대신에 진정한 소비자단체도 나타나야 한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소비자중심의 사회는 명분에 따른 보호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의 1주일 천하가 끝났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아닌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글을 올려 롯데마트의 5000원 짜리 통큰치킨을 한 방에 날려 보낸 사건이었다. 으레 그랬듯이 대한민국에서는 재벌에 대항하는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 보호를 내세우면 그 어떤 이 혹은 어떤 기업도 대항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국민정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의 판매중단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 주체는 다름 아닌 소비자였다. 17,000 혹은 18,000원 하는 배달치킨을 사먹기 힘들었던 서민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이 그 한 원인이었다.

'성역 보호’의 패러다임의 변화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성역이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재벌에게는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들에 대항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그 어느 누구도 살아남기가 어려운 성역으로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재벌과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간의 대립구도에서 재벌이 살아남기란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에게는 약자보호의 심성이 짙게 깔려있다. 운동경기에서도 지는 팀을 더 응원하는 우리네 아닌가. 그 동안 한국시장에서는 공급자 혹은 생산자만이 존재해 왔고 사실상 공급자들의 공급대상인 소비자의 이해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늘 약자인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의 보호라는 큰 성역이 존재해 왔을 뿐이다. 하나 더 있다. 농민 보호. 농민도 늘 약자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성역보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 목격된 것이다.

이제까지는 공급자들끼리의 대결구도 - 대기업 대 중소기업 혹은 대형마트 대 영세상인 - 만이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고, 이들 기업들이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는 늘 뒷전에 밀려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늘 영세상인 혹은 중소기업은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보호되어 왔던 경제현실에서 우리네 소비자는 늘 그저 그런 제품을 비싸게 사는 책임을 떠 맡아왔다. 심하게 얘기하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먹여살린 것은 결국 소비자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은 그나마 자기 몫을 챙겼지만 정작 힘없는 서민소비자들은 그저 묵묵히 자기 몫도 못 챙긴채 시장의 들러리 역할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러던 소비자들이 통큰치킨을 계기로 '우리에게도 싼 치킨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통큰치킨 사태는 소비자혁명의 시발점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용기있게 만들었을까? 잘못 얘기했다간 '생각없는 놈’으로 치부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제품 구매에서 재벌기업이 안겨주는 싼 값에 제품구매라도 이루어지면 '아주 쓸모없는 놈’ 쯤으로 매도되었던 것이 정서였다. 그러나 이번의 통큰치킨에 대한 열광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마치 재벌을 옹호한 듯 되어 버린 것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맛있는 치킨 한 번 맘 놓고 사먹기 어려웠던 서민,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멀리 지하철 타고 원정와서 오랜 기다림 끝에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한 열광이다. 노인들에게 17,000~18,000원 하는 튀김치킨은 비싸도 너무 비싸 드시고 싶어도 감히 엄두도 못냈던 것이다. 그런데 5천원이라니 이것은 사실 횡재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약한 학생들도 상황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렇게 자기 몫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혁명세력으로 보인다. 소위 소비혁명을 이끄는 전사쯤으로 말이다. 그 동안 영세상인 보호라는 성역에 감히 덤비지 못하다가 이제 소비자들이 비로소 자신의 이익을 찾으려는 새로운 소비혁명이 싹 튼 것이다. 이 혁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소비단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름은 소비자연맹 등으로 걸어놓고 실상은 중소기업 보호 내지는 실질적으로 장바구니가격을 낮춰줄 각 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사이비 소비자연맹이 아니라 진정 소비자를 위하고 보호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싼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소비자단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기다리기보다 내 스스로 뛰어들어야 할 때라는 믿음이 선다.

경쟁, 경쟁, 경쟁이 소비자중심 사회로 이끌어

이 시점에서 꼭 밝히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기업에게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 권리는 소비자에게는 없다. 문제는 원가공개의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각종 진입규제를 없애거나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는 수입규제 등을 없애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 필요도, 원가를 기업이 공개할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시장이 존재할 것이다. 그저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싸게 공급할 책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소비자중심의 사회가 도래될 수 있음과 동시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존재하는 토양이 형성될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김진국 _ 배재대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



정인교 | 2010-12-13 | 조회수 : 11
[요약] 대미 통상협상은 언제나 개방반대론자들에 의해 문제시 되어왔다. 협상의 결과보다는 협상 자체에 대해 다른 기준에서 자의적 판단을 해왔기 때문이다. 2007년 서명된 한미 FTA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균형 잡힌 협정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이후 양국에는 상당한 상황변화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재협상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미국에는 정치적 명분을 주었다. 야당과 사회 일각에서는 자동차 분야 양보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지만 이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조기비준
이 국익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이다.


국제통상분야 협상은 일반적인 협상보다 힘이 몇 배 더 들고, 우리 협상실무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상대국과의 협상도 어렵지만, 국내에서의 정치권 설득 및 이해관계자간 이해조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대상국이 미국일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증폭되는데, 사안이 어렵다기 보다는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과의 협상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상분야 협상은 일반적인 협상보다 힘이 몇 배 더 들고, 우리 협상실무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상대국과의 협상도 어렵지만, 국내에서의 정치권 설득 및 이해관계자간 이해조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대상국이 미국일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증폭되는데, 사안이 어렵다기 보다는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과의 협상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방반대론자들은 특히 대미 통상협상을 항상 문제시

우리나라가 수출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크고 작은 통상마찰이 늘 있어 왔다. 미국과 어려운 협상을 타결한 이후 국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 대미 통상협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해 시장개방을 했음에도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 왔다. 특히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한미간 통상마찰은 자동차분야에 집중되었다. 미국과의 자동차 협상 타결후 개방반대론자들은 '미국에게 내준 협상’으로 단정했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망할 것으로 주장했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의 대미국 수출은 꾸준히 늘어왔고, 세계 5대 자동차강국으로 성장했다.

지난 3일 우리나라는 미국에게 자동차분야를 양보하고 돼지고기와 의약품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구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야당과 개방반대론자들은 내주기 협상이란 꼬리표를 붙였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분야에서의 양보가 한미 FTA 전체의 폐기를 주장할 정도로 많이 양보한 것으로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타결직후 국내 자동차업계는 협상결과를 지지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해 조기비준을 요청하고 나섰다. 반대론자들은 자동차분야 양보와 이로 인한 손실을 지적하지만, 관련 업계는 왜 협상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한미 양국의 상황 변화와 재협상의 불가피성

2007년 서명된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되고 이익의 균형이 이루어진 협정으로 평가된다. 이 협정에서 자동차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당시 미국 자동차업계는 건재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회사 빅3중 GM과 크라이슬러는 도산에 직면할 정도로 산업 전체가 어려워졌다. 미국시장에서 매년 1,800만대의 신차가 팔렸으나 위기 발생이후 1,500만대로 위축되었다. 3-4년전 우리나라 자동차메이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대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8%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시장 1% 점유율의 위력과 자동차라는 고가내구소비재의 특성으로 보면 이는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분야 양보는 1) 미국 업체의 도산, 2) 한국 업체의 도약, 3) 자동차노조의 지지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 4) 집권당인 민주당의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통상정책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협정수정 요청을 수용하지 말고 2007년 협정을 고수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국민감정과 부합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은 이러한 인기영합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서명된 협정 유지 주장에 미국이 고개를 숙이고 기존 협정을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면 좋겠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이고 현재의 미 의회는 기존 협정을 그대로 승인할 가능성이 없다.

추가협상에서 자동차분야를 양보한 것은 아쉽지만, 미국측에게 협정비준을 위한 정치적인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 자동차 관세가 4년후 철폐되고, 협정이행시 우리나라의 관세를 절반으로 줄여줌으로써 미국산 수입차가 많이 수입되어 우리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산업피해가 클 것으로 반대론자들은 주장하지만, 자동차업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느 쪽의 분석이 더 정확한 것인가는 물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  

미국 자동차업계의 부도로 단기간내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배 이상 늘린 우리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4년 정도는 부품에 대한 관세철폐로 한미 FTA 이익을 확보하고, 협정이행 4년 이후 미국 자동차업계가 정상화되고 자동차교역이 완전자유화되면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 미국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동차분야 양보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며, 자동차업계의 요청과 같이 협정의 조기비준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임을 개방반대론자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_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국제통상학회 회장  
Posted by 자유기업원
,



박동운 | 2010-12-06 | 조회수 : 583
[요약]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이고, 파업확산으로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파업은 지난 7월의 비정규직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빌미를 제공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2007년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에 있다. 이번 파업이 주는 시사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최소한 비정규직법의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이 양산되도록 만드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1월 15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였고, 파업 19일째로 접어든 12월 4일 '현대차비정규직투쟁 지원 민중대회’가 서울, 울산, 전주에서 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이 현대차 글로벌 경쟁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한데다 노동계의 동정파업 가세로 한국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파업 관련 노사간 의견 분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이 빌미가 되었다. 대법원은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2년 11개월 동안 일하다 해고된 최모 씨의 해고를 놓고,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로 봐야 하고,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을 둘러싼 노사의 해석은 엇갈린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하여 명백한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중노위는 '현대차와 비정규직 노조는 서로 직접 고용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노동쟁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의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여 왔고, 노동계가 동정파업에 가세한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판결이 진행 중이어서 현대차는 당장 최 씨를 고용할 의무는 없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최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의 3자 회동에서 쟁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안을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로 수정하기로 합의했고, 금속노조의 총파업 참여 여부는 조합원을 상대로 한 찬반투표 실시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그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점을 정리한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이 주는 시사점

첫째, 2심 판결의 결과가 고용노동부의 해석대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불법’으로 밝혀지면 정부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비정규직 노조 파업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동계는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파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업체의 특성을 감안할 줄도 알아야 한다. 현대차 공장의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정규직 78%(3만186명)에 비정규직 22%(8374명)다. 비정규직 비율의 크기는 사업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자동차의 경우 판매 부진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의 편의상 비정규직 고용은 불가피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노조가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데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파업까지 벌인다면 앞으로 비정규직 고용마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은 정규직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다. 정규직 고용보호가 이처럼 심하면 기업은 해고가 어려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한국은 노무현 정부에서 성장이 더디고,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정치 이슈로 내세워 '지나치게’ 보호한 결과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제4조는 (①항의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②항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비정규직 2년 고용은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했다.

소신 있는 국회의원이 없다

다섯째, 지나친 비정규직 보호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을 폐기하거나 2년을 3년 또는 5년으로 늘리는 것 등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국회의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 경제학

Posted by 자유기업원
,



유동열 | 2010-11-29 | 조회수 : 298
[요약] 북한이 이번에 자행한 연평도 무력 도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2012년 강성대국 건설론’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비타협적 군사모험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은 3대 후계승계 등 대내외 다목적용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의 대응이 이제까지 소극적이고 말만 앞세웠던 결과 북한이 추가도발의 유혹을 갖도록 만든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강력하고 단호한 응징만이 저들의 도발을 막을 수 있으며, 나아가 김정일 집단을 고립시키고 붕괴시키는 전략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 때다.

북한이 금번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한 저의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론’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2008년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일성 출생(1912년) 10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북한이 말하는 강성대국의 완성이란 전(全)한반도의 적화통일이 완수되는 것으로 결국 2012년 적화통일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2012년 강성대국 실현 목표와 비타협적 군사모험주의

북한은 2009년 초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실현일정에 맞추어, 대남공작부서를 전면 개편하였다. 주 내용은 그 동안 '당(조선노동당)’에서 수행하던 대남전략권(대남공작 포함)을 '군’(국방위원회)으로 이관했다는 점이다.

군이 대남전략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향후 북한의 대남전략과 공작이 전투화되고 공세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실현을 위해서는 2011년 이내에 우리 내부에 대남혁명의 단초와 교두보를 확실히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대남전략이 비타협적 군사모험주의로 치닫는 것이다. 실례로 작년 장거리로켓발사실험(2009.4.5), 제2차 핵실험(2009. 5.25), 제3차 서해교전(2009.11.10.), 황장엽 암살조 정찰총국 공작원 직파(2009.11) 등과, 올 들어 천안함폭침사건(2010.3.26), 핵무기생산을 위한 우라늄농축 생산시설 전격공개(2010.11) 등에서 보듯이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이 공세적이고 전투적임을 알 수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연평도 포격도발이 일어난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대남, 대내, 대외용 다목적용 카드

이번 연평도 포격도발의 저의는 강성대국론에 기반한 대남적화전략의 일환이지만, 직접적으로는 대남용, 대내용, 대외용 등 다목적용 카드로 판단된다.

첫째, 대남측면에서 북한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여 국정기반을 무력화하고, 친북화를 유도하며 한국사회의 남남갈등, 전쟁공포 분위기 조성 등 내부교란을 유도하여 적화혁명의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둘째, 대내적으로는 누적된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주민의 동요와 불만을 무마하고 수령유일독재체제를 유지하며 젊은 후계자인 김정은의 영도력을 부각시켜 후계승계를 공고화하려는 것이다.

셋째, 대외측면에서는 천안함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 유엔 등 경제적 제재 등에 강하게 저항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 국제사회를 압박하여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유도하려는 술책이다. 예를 들면 향후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나 미․북 직접접촉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유력한 카드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범국민적 분노와 단호한 응징 필요

천안함폭침사건 이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추가도발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 이유는 천안함사건 이후 우리정부가 취한 소극적 대처행태, 말만 앞세운 종이대책 등을 보며, 북한이 추가도발의 유혹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남적화혁명을 위한 결정적 시기조성을 노리는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대해 '전쟁공포’와 '확전폐해’를 두려워 하며 정면 대응을 하지 않고 꽁무니를 내리는 한국당국을 보며 더 세게 밀어붙여도 된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도발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북한의 반문명적 만행에 대한 범국민적인 분노와 이에 따른 단호한 응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한민국 영토가 공격당하고 우리국민과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각종 군 및 민간시설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교전수칙’만 따지고 있는 정부당국과 군 지휘부는 반성해야 한다. 교전수칙이 헌법보다 높은 법규범인가? 헌법에 명시된 국토방위권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한의 도발에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을 즉각 응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우리정부가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고 또다시 “추가도발하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허언을 반복한다면, 제2, 제3의 천안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이 없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차제에 우리정부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통일을 위해 만악(萬惡)의 근원인 수령폭압체제인 김정일집단을 고립화시켜 붕괴시키는 대북전략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유동열 /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Posted by 자유기업원
,



이성규 | 2010-11-22 | 조회수 : 339
정부와 여당은 작은 정부와 성장촉진을 목표로 2008년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를 발표하였다. 낮은 과표구간에 대해서는 약속대로 감세를 실시했으나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부자감세'라는 비난에 직면해 높은 과표구간에 대한 감세약속을 유보 또는 철회하고자 하고 있다. 감세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려는 움직임은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친성장전략에 나쁜 영향을 줌으로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에 있어서 감세를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미국 발 금융위기에 의한 경제위기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함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012년부터 실시예정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간에 논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감세약속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책의 비일관성: 감세발표-유보-철회

감세논쟁을 둘러싸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가지 주요 변화들이 있어 왔다.

첫째, 정부는 2008년 소득세와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를 발표하였다. 우선, 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한편으로 소득세율을 각 과세표준 구간별로 단계적으로 인하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공제 한도를 인상해 왔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처음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였고, 나중에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즉, 2009년에는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을 2%p 인하하였고, 2010년에는 과세표준액이 8,800만원 이상에 대해서 세율을 2%p 인하하려 하였다. 나머지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양 기간 동안 각각 1%p씩 인하해왔다. 또한 정부는 종합소득에 대한 기본공제액, 의료비 소득공제 한도, 교육비 소득공제 한도 등을 인상하였다.

[표 1] 종합소득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2008년
(감세발표)
2009년
(감세유보)
2010년
(감세철회)
2011년
2012년 현행
2012년
개정안
1,200만원 이하
8%
6%
6%
6%
6%
6%
1,200만원~4,600만원
17%
16%
15%
15%
15%
15%
4,600만원~8,800만원
26%
25%
24%
24%
24%
24%
8,800만원 이상
35%
35%
33% (발표)
35% (유지)
35%
33%
35% (유지)

다음으로, 정부는 법인세의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고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였다. 정부는 2009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였고, 2010년까지 세율을 3%-5%p 인하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낮은 세율 적용구간보다는 높은 세율 적용구간을 더 많이 인하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인세의 최저한세율도 2단계로 인하하였다1).

[표 2] 법인세 세율인하 추이(2008년 개정)


과세표준
2008년
(감세발표)
2009년
(감세유보)
2010년
(감세철회)
2011년
2012년
현행
2012년
개정안
1억원 이하
13%
-
-
-
-
-
1억원 이상
25%
-
-
-
-
-
2억원 이하
-
11%
10%
10%
10%
10%
2억원 이상
-
22%
20% (발표)
22% (유지)
22%
20%
22% (유지)

둘째, 정부는 2009년 재정여건의 커다란 변화를 이유로 2010년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던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8,800만원 이상) 및 법인세 과표 최고구간(2억원 이상)에 대한 세율인하 시기를 2년간 유보하기에 이르렀다. 소득세의 경우 2010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하여 33%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행 세율(35%)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였고, 또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20%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1년까지 현재 수준(22%)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회에서 2012년부터 적용될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구간의 세율인하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의원입법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2012년부터 과표 8,800만원 이상에 대해 현행 35%에서 33%로 인하될 예정이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대로 35%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며, 법인세의 경우도 과표 2억원 이상에 대해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할 예정이었으나 2012년 이후에도 현행 세율인 22%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이제까지 소득세 및 법인세의 인하를 둘러싸고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부는 감세의 원칙으로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깎아 주고, 적게 내는 사람들에게는 적게 깎아 주는” 전략을 채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둘째,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에 대한 세율인하가 최초 발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이 여론에 힘입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 왔다.



감세 약속이행 촉구

정부의 감세 약속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제고와 세원증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낮은 세율이 넓은 세원을 가져다주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둘째, 감세유보 및 철회는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감세유보 및 철회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어느 정도 개선될 지 모르나 그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후자인 부작용으로 인한 비용이 훨씬 더 심대할 수 있다.
또한 절충안으로서 소득세 인하는 철회할 수 있으나 법인세 인하는 반드시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인세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현행 22%에서 20%로 인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소득세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최고 과표구간에 대해 현재의 35%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감세가 부자들을 위한 것(부자감세)이라는 주장과 친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친성장을 위한다는 감세가 '부자감세’라는 말장난에 밀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아마 부자감세라는 말만큼 대중영합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책을 발표한 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맹약’(commitment)이라 하고, 반면에 발표했던 정책이 나중에 뒤바뀌게 되는 것을 '시간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약속이행이며 이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감세정책을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발표-유예-철회’라는 순환과정을 밟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납세자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time consistency)을 위해 감세약속(commitment)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저자소개 : 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경제학 박사 (재정학 및 공공선택 전공). 국회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팀 경제분석관을 역임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지대학교,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한국무역학회 이사 및 한국납세자연합회 운영이사이며, 서울여자대학교 및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1) '최저한세’란 기업이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일정금액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는 과세의 공평성을 달성하는 기능을 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전용덕 | 2010-11-15 | 조회수 : 409
국제결제은행이 은행 자본 개혁안(바젤 III)을 마련했는데, 민간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현재의 금융제도를 '절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바젤 III 협약이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약이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점도 없앨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제도를 안정시키고 그 결과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지난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국제결제은행은 은행 자본 개혁안을 마련했다. 소위 '바젤 III 협약’(이하 '협약’으로 표기)이 그것이다. 이 협약은 민간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의를 주제한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바젤 III 협약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장기적인 금융안정과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과연 이번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금융제도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는가? 협약이 현행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다른 문제점을 없앨 수 있는가?

바젤 III 협약의 내용1)

국제결제은행은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현행 2%에서 4.5%로 인상할 것을 의결했다. 여기에 은행은 금융위기 발생에 대비해 금고에 쌓아두는 자금인 '별도충당금’(conservation buffer)을 2.5%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그러므로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은 7%이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파생상품 투자 규제와 은행 임직원 보너스 지급을 제약당하기 때문에 7%는 의무 사항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밖에도 은행은 위험 자산에 대비하여 '경기조절용 보완자본’(countercyclical buffer)을 2.5% 추가해야 하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2019년까지 완전히 충족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번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민간 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금융 제도의 문제점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경제위기의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이자율을 낮추었기 때문이고 통화량 증가에는 현재의 금융 제도가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므로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민간은행으로 하여금 부분지급준비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부분지급준비 제도야말로 금융 제도의 핵심이다. 따라서 먼저 현행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2)

첫째,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신용수단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신용수단의 증가는 호황국면에서는 민간은행이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하지만 위기와 불황 국면에서는 은행 자신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부분지급준비란 정의상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예금 지급을 위하여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로 인하여 은행은 신용수단을 증가시켜 호황국면을 유도한다. 여기에서 신용수단이란 현금의 백업(back up)이 없는 것으로서 무(無)에서 창출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은행은 신용수단의 증가량에 비례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대출한 자금이 부실로 떼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은행은 부분지급준비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비록 중앙은행이 부분지급준비율을 규제하고 있지만 민간 은행의 규제 회피 노력, 정보와 통신 기술의 발달, 중앙은행의 규제 완화 등으로 실질적인 부분지급준비율은 매우 낮아져 왔다. 예를 들어, 미국 민간은행의 통화승수는 1994년 12월말 현재 약 38배, 1999년 12월 말 약 93배, 2007년 12월말 약 162배로 크게 증대해왔다.3)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권리, 시장, 정부』, 대구대 출판부, 2007을 참조. 문제는 은행의 신용수단의 증가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붐(boom)에는 필연적으로 버스트(bust)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버스트 국면에서 은행은 대량의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된다. 즉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파멸의 씨앗을 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분지급준비율이 낮아져서 신용수단이 팽창하면 은행 자신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수단의 증가는 화폐의 구매력 하락과 인플레이션도 초래한다.

둘째,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윤리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현금의 백업이 없는 신용수단은 민간은행이 하나의 자산에 하나 이상의 자산 권리증을 발행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하면, 부분지급준비 제도는 민간은행이 복수의 '가짜 돈'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가짜 돈의 발행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상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만약 부분지급준비율이 1%이고 초과지급준비금을 은행이 보유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 예금자가 1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신용수단은 99원 창출되고 최초의 예금 1원과 합쳐서 통화량은 1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부분지급준비율이 1%이면 통화승수는 100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1원이 진짜 돈이고 99원은 복수의 자산 권리증으로서 가짜 돈이다. 요약하면 99원의 신용수단을 창출하는 것은 '사기’라는 것이다.

셋째, 은행에 의한 신용수단의 증가는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신용수단의 증가로 인한 승자는 신용수단을 팽창시킨 금융기관과 그것을 빌려간 차용자이고, 패자는 금융기관 내에서는 차용자를 제외한 금융기관 고객 즉, 예금자와 해당 금융기관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 된다. 신용수단의 증가에 의한 소득재분배를 라스바드(Rothbard)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신용수단에 의해 증가한 화폐를 말함; 필자주)를 맨 처음 수신한 사람들은 가장 많이 이득을 보고, 그 다음 사람들이 첫 수신자보다 약간 덜 이득을 보고, 등등, 그러한 현상은 중간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화폐를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점점 더 많이 잃게 된다. 새로운 화폐를 처음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재화들의 값은 거의 예전 그대로인데 그들이 파는 재화의 값은 오르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파는 값은 거의 변함이 없는데 비하여 사는 값은 오르는 것이다.” 4)

넷째, 증가된 신용수단은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경기변동이란 붐과 버스트를 지칭한다. 민간은행에 의한 신용수단 증가는 호황을 초래하지만 그러한 호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생산된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저축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저축이 유도한 확장’(savings-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나 '신용이 유도한 확장’(credit-induced expansion)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스트 기간에 상다수의 은행이 파산할 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파산,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을 겪게 된다. 이 때 노동자들도 해고 등을 당하면서 영구적 실업 또는 반영구적 실업에 처해지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 점 때문에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없다.

바젤 III 협약의 비판적 검토

첫째,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것은 부분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 점에서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부분지급준비율이 매우 낮아서 통화승수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분지급준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왔고 앞으로도 낮아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바젤 III 협약에서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정도는 매우 작다고 하겠다. 비유하면 닭 잡는 칼로 황소를 잡아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호황국면에서 통화승수는 극대(極大)로 커지기 때문에 호황국면에 연이은 침체국면에서 은행의 부실과 파산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 인상이 은행쇄도(bank run)를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의미한다.

둘째, 위험 자산을 분류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그런 기준에는 임의적인 부분이 없을 수 없고 민간은행은 그 점을 이용하여 자본금을 되도록 적게 축적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자본금을 축적하는 것은 민간은행으로서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위기시에 신용평가사들은 채권을 평가함에 있어서 매우 임의적이었을 뿐 아니라 은행에게 유리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평가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위험 자산을 실제보다 적게 분류하는 것은 은행의 부실과 파산의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위험 자산을 실제보다 적게 분류할 가능성은 버스트 국면에 은행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셋째,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의 강화는 경기변동을 방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경기변동의 원인은 금융 제도 측면에서는 부분지급준비제도 때문인데 앞에서 보았듯이 자기자본 비율의 강화는 부분지급준비율을 상당히 인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억제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분지급준비율을 인하하게 만드는 요인들도 작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그 점은 이번 자기자본 비율 강화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비록 대폭적이지만 경기변동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넷째, 바젤 III 협약의 내용은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인상한 것은 은행의 예상되는 부실에 대한 대비를 부분적으로 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협약은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경제적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제도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요약과 결론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강화가 현재의 금융제도를 '절대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비록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르틴 울프 기자는 지난 100년간 영국과 미국 은행들의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10-20%였다고 지적한다. 즉 과거에 그렇게 높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은행들이 파산했고 금융제도가 불안정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이 비율을 8%로 강제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젤 III 협약이 경기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협약이 부분지급준비 제도가 지닌 윤리적 문제점도 없앨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 제도를 안정시키고 그 결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가 아닐 것이다.

전 용 덕 / 대구대 교수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헌법재판소 판례 연구≫(공저), ≪권리, 시장, 정부≫, ≪국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공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 금융 제도≫, <Land Reform, Income Redistribution, and Agricultural Production in Korea>(공저), (공저),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공저), <A Note on Cartels> 등이 있다.

 


1) 참고로 바젤 III 협약 최종안은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 제출되며 각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 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논의하는 협약의 내용은 최종안과 다를 수 있다.
2) 부분지급준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권리, 시장, 정부』, 대구대 출판부, 2007을 참조.
3)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부분지급준비율을 그 어느 때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 즉 규제 완화를 실시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금융 제도라는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가세했지만 말이다.
4) Rothbard, Murray, N., Man, Economy, and State, Alabama, Mises Institute, 1993, 851쪽에서 인용.

Posted by 자유기업원
,


CFE-Viewpoint-197.pdf

박동운 | 2010-11-08 | 조회수 : 439
포스코가 지난 달 노사합의하에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변경안에 따르면, 포스코는 정년이 최고 4년 연장되고, 정년 연장은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한다. 정년 연장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현재 세계적인 현안문제로 떠올라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계 일각과 노동계가 '60세 정년 법제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추진하려는 '60세 정년 법제화’는 노동시장만 경직시키게 될 것이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은 2008년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등급이 141개국 가운데 128위(독일은 129위)로,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된 나라다. 

정책이란 묘한 것이다. 한 때 빛을 받던 정책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빛을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OECD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회원국들에게 권고했던 '조기퇴직’이 어느 해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경우가 그러하다.

OECD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의 하나로 줄곧 조기퇴직(earlier retirement)을 권고하다가 2002년에 들어와 갑자기 후기퇴직(later retirement)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이유로 OECD는 고령화시대의 고용대책을 내세웠다. OECD 전망에 따르면, 2005~2020년간 OECD 회원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평균 고령화 비율은 13.0%에서 17.7%로 증가하게 된다. (같은 기간 한국은 9.0%에서 15.1%로 증가하여 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비율 증가가 가장 빠른 나라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OECD는 “고령사회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많은 OECD 회원국들이 최근 조기퇴직 정책을 바꿔 고령근로자의 노동참여를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령근로자의 고용대책은 현재 세계적인 현안문제다.

포스코는 숙련공 확보 위해 정년 연장

포스코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을 놓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가한 전 직원의 71.5%가 변경안에 찬성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내년 1월 1일부터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의 변경안은 그 내용이 의미가 있어 이를 정리한다.

첫째, 포스코 직원들의 정년은 현행 56세에서 58세로 연장되고, 58세 이후에는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한 희망직원은 2년간 더 재채용된다. 포스코는 정년이 최고 4년 연장되는 셈이다.

둘째, 포스코는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 포스코의 변경안에 따르면, 정년 연장 첫 해에는 정년 연장 직전 기본임금의 90%, 둘째 해에는 80%, 그리고 재채용 2년 동안에는 60% 수준의 임금이 주어진다.

셋째, 앞으로 52세부터는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연공급임금제)을 없애되, 기존직원에 대해서는 56세까지 신임금체계에 따른 불이익은 받지 않게 한다.

그러면 포스코는 왜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을 도입했는가? 그것은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착공 등 해외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숙련공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회사측과, 임금을 덜 받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근로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포스코의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변경안은 포스코 내에서 '노․사 간 자발적 합의’에 의해 얻어진 것이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포스코는 앞으로 52세부터는 연공급 임금제의 문제점인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숙련공 확보 차원에서 '정년을 연장하고,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기존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선한 것’은 용기 있고, 잘한 일로 평가된다.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바람직

고령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00만여 명의 퇴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이들의 고용 연장은 현실적인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은 일본이 이미 1994년 정년을 60세로 늘렸고, 이어 2004년에는 65세 고용을 의무화했다는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이미 2006년경부터 도입되었다. 대한전선은 2006년 1월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같은 해 국민은행은 '은행원의 실제 정년은 58세이지만 사실상 50세가 넘으면 대부분 퇴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0년의 경우 한전은 포스코에 앞서 지난 7월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고,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한국감정원,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연공급임금제 아래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임금피크제에서는 인건비가 절감되어 나이 든 직원들의 고용 연장이 어렵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노조의 고수로 연공급임금제를 폐기처분할 수 없어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5년 10월 임금피크제 확대 실시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고령화시대의 고용대책으로 고령근로자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는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 고용보험기금 107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위해 정년 연장

외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3년 여름 사상 처음으로 근로자들의 의무 근로기간을 70세로 규정한 새로운 정년퇴직제 도입을 발표했다. 종전까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년퇴직제를 운영해왔고, 60세 퇴직이 일반적이었다. 이 법이 도입된다면 영국 근로자들은 70세까지 일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연금 수령액이 대폭 삭감된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정년 연장안은 고령화시대를 대비하면서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프랑스 정부는 2003년 5월 이후 공적연금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개혁안을 발표해 왔다. 최근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해오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법정퇴직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2세로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또 조기퇴직연금 수급연령은 62세로, 완전연금은 65에서 67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연금개혁안은 지난 10월 22일 상원을 통과했다. 프랑스 정부의 정년 연장안은 고령화시대에 고용대책을 마련하면서 역시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청년층은 연금 개혁안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청년층은 정년 연장으로 자기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이 17%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년층의 반대는 이해가 간다.

정계 일각과 한국노총은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

국내외 정년 연장 확산 추세에 발맞춰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과 한국노총이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강성천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생산인구 감소, 고숙련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경쟁력 저하,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비용 증가, 공적연금 재정부실 등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1)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숙련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정년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0세 정년 법제화’를 내세우고 이를 추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의 정년연장 주장은 매우 타당해 보이나,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는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하나 빠져 있다.

'알맹이 없는’ 60세 정년 법제화는 노동시장만 경직시켜

한국은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대표적으로 빠르게 경직되어 온 나라다. 캐나다의 프레이저연구원이 평가하여 발표해 온 '경제자유지수’가 이를 말해준다. 경제자유지수는 작게는 40여개의 항목을 대상으로, 크게는 '정부 규모, 법 구조와 재산권 보호, 통화정책, 자유무역, 신용․노동․기업규제’ 5개 항목을 대상으로, '경제자유에 관한 국가의 제도와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왔는가’를 평가한다. 여기에서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를 이야기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는 6개 항목(최저임금제, 채용 및 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제도)을 대상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 따르면, 그 등급이 한국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점점 하락하여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에는 127개국 가운데 81위를 나타냈고, 그 후 계속 하락하여 (자료상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1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그 등급이 141개국 가운데 128위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해 독일은 129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2)한국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2000~2008년간 58위에서 128위로 크게 악화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고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고용보호’에서, 정규직의 경우 한국은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강성천 의원과 한국노총의 '60세 정년 법제화’ 주장에는 임금 유연화 방안이 없다. 한국기업은 그동안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임금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년 연장을 위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것이다. 노동계가 지금까지 고수해 온 것처럼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60세 정년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되고 말 것이다. 정년 연장을 위해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경우에도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스코의 경우 '앞으로 52세부터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52세부터’가 아니라 호봉 승급체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면, 연공급임금체계는 능력 위주의 임금체계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된 채 정년 연장이 법제화된다면 고령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년 연장이 될 것이다. 그 결과 고령근로자 일자리는 오히려 사라지고 말 것이다.

둘째, '60세 정년 법제화’ 주장에는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이 없다. OECD가 2002년 이전까지 회원국들에게 조기퇴직을 권고한 것은 청년 실업 감소를 감안한 고용유연화 방안이었다. 그런데 청년 실업 해소보다 고령근로자의 고용대책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OECD가 조기퇴직에서 후기퇴직으로 선회한 것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 법제화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는 청년실업대책도 함께 마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청년들도 프랑스 청년들처럼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또 한국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법 개정은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한국에서 정년 연장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노동시장 유연화라고 하는 '알맹이 있는’ 정년 연장 법제화가 추진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경제학

저자소개: 필자 박동운은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장경제 관련 저서를 30여 권 출간했고, 정년 후에도 저서 집필에 정열을 쏟아오고 있다.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FKI미디어, 2004)는 정치가들을 위한 구조개혁 교과서이고,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FKI미디어, 2009)은 시장경제 시각에서 성경을 본 독창적인 저서다.


1) OECD, OECD Employment outlook, 2002.
2) 참고로 2008년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한 129위부터 141위까지의 나라를 차례로 쓴다: 독일, 브라질, 기니아 비소, 이집트, 모로코, 볼리비아, 파라과이, 토고, 모잠비크, 베네수엘라, 앙골라, 니제르, 미얀마(등급 표시 없음).

Posted by 자유기업원
,



김이석 | 2010-11-01 | 조회수 : 532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 임대가격 사이에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매가격은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않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경기변동에서 경기하락기에 주택의 구매를 미루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발생하는 현상이며, 부동산시장에서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배추값 파동 때와 달리 서둘러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법석을 떨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역(逆)전세란이란 말을 들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 언론에서는 전세대란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경기변동 과정의 하나로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기 어렵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고 전세를 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계절적 수요가 겹쳐, 특히 재개발에 따라 신규 전세수요가 발생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의 매매가격은 상승기미가 없는 가운데 전세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비록 전세 임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주택매매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주택 매매가격과 임대가격의 격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세가격의 상승은 종부세나 양도세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최근의 전세가 급등과 관련해서 드는 몇 가지 의문들에 대해 경제원리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주택 매매가격과 주택 임대가격의 현격한 격차

전세금의 급등 상황을 언론에서는 전세대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의 사용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먼저 현재 전세 임대 가격은 매매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이론의 측면에서 보면 이 상황을 대란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의문이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즉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리고 특별히 주택의 매매가격이 다른 재화들의 가격에 비해 더 빨리 상승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아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기회비용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만약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낮아서, 3억원의 매매가를 가진 집에서 살고 있는 길동이가 그 집을 전세로 2억원에 임대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는 3억 원에 그 집을 팔고 2억원을 전세금으로 내고, 나머지 1억원을 채권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정기예금을 하여 이자소득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길동이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전세기간이 끝나서 받을 2억원의 가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하락할 것이지만 그 주택의 매매가격은 최소한 인플레율만큼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세대란이라는 용어 자체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통상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뿐임을 고려할 때 이 용어는 전세가가 주택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특별히 이상한 상황이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 같은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용어는 현재 상황을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경기변동과 맞물려 주택의 매매가격은 하락하거나 상승의 기미가 약한 반면, 전세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투기적으로 예상하는 (엄밀하게는 인플레율보다 더 낮은 율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매보다는 전세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투기적 예상에 변화가 없게 되면 아마도 전세금은 매매가격과 같아지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전세금이 매매가격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심지어 역전되면 사람들이 다시 주택 구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전세금 급등은 어떻게 보면 경기변동의 한 국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가진 자에 대한 응징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사람들이 주택을 구매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것은 주택가격의 상승에 대한 기대이지만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한다든지,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重課)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은 주택보유의 매력을 줄이고 임대를 선호하게 만들 것이다.

주택매매가격이 전세 가격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모자라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전세 세입자로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종합부동산세의 신설이나 강화, 그리고 2채 이상의 양도소득세 중과는 어쩌면 심정적으로 기분이 좋은 소식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임대를 할 주택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전세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비록 심정적으로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이런 정책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그에게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한 때 양도세 비과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을 때 청약이 늘어났었으며, 당시에는 전세대란과 같은 조짐이 없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소위 전세가 급등은 경기변동적인 요소와 주택가격의 인플레이션 비율을 상회하는 상승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고, 새롭게 종부세나 양도세가 신설되거나 강화되지 않았기에 이것을 원인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기회를 통해 우리는 세입자의 처지는 임대자의 처지를 곤궁하게 만들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이며, 임차인의 처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유형의 오해는 세금 부과를 두고도 이루어진다. 부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빈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부의 형성 자체를 방해해서 자본축적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빈자들을 고용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투자될 자본”이 없게 되어 고용기회를 잃거나 자본들 사이의 경쟁 약화로 빈자들의 임금이 높아질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빈자들이 부자들의 부를 박탈하고자 하는 정책을 지지하게 되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기회가 박탈당하게 되는 셈이다. 부동산시장에도 이와 마찬가지 동학(動學)이 작동하고 있다. 주택을 구매할 매력이 떨어지게 만들수록, 그만큼 임대를 위해 공급되는 주택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장과 정부의 값싼 배추 공급 확대 주장

전세대란의 대책으로 전세가격 통제 주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배추 값이 폭등하자 정부를 비난하며 정부가 나서서 “값싼” 배추를 공급하라고 했었는데, 이와 유사한 주장이 전세 값 급등 후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시장의 가격 기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그런 점은 배추가격의 폭등이 큰 문제를 일으킬 것처럼 비쳤지만 사후적으로 볼 때 이것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높은 배추가격은 배추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를 다른 대체재로의 수요로 전환시키는 한편 공급을 늘리게 하였다. 어떤 사람들 눈에는 서울시나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준 덕분에 배추가격 파동이 잠잠해진 것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상인보다 더 값싸게 배추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금”을 써서 중국산 배추건 국내산 배추건 시장가격으로 사와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당할 수 있었을 뿐이다. 아울러 우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지불한 것은 배추 값 이외에도, 이렇게 쓰인 “세금”을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면서 기다린 비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결국 실제 배추를 사기 위해 들어간 돈은 정부도 마찬가지로 들였고 배추값 보전을 위해 들어간 세금을 고려할 때 소비자-납세자들이 낸 돈도 더 적어지지 않았음에도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비용이 더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장도 정부의 값싼 배추공급 확대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공공임대주택도 임대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더 낮을 때 비로소 임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고 그렇게 책정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메운 가격차의 보전금액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경제적 이득이 창출된 것은 전혀 없는 반면, “값싼”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는 “줄서기” 경쟁과 “줄서기” 비용을 고스란히 새로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통찰력을 가지지 않더라도 이런 줄서기 와중에서 줄서기의 비용이 너무 크거나 기대되는 이익이 너무 크면 뇌물을 통해 새치기를 하려는 사람이 발생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마도 정부나 정치권은 배추 값 급등이나 전세가 급등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부재에 대한 질책이 높아지면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시늉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소위 민심을 달래야 하는 것인지는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물론 경제학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그런 시늉을 하는 것도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것임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많은 시장을 대신해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혹은 해결한 것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정치권은 필요하다면 시늉에 그쳐야 하며 오버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전세대란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정부의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조치들이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다.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도 찬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인위적인 낮아진 금리”로 인해 그렇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부실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지게 될 것인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금리가 다시 올랐을 때” 대출된 전세자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현재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은행이 아직 주택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 가격이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정부의 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있고 이 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이 없는 것으로 은행들이 판단하고 있다면, 은행의 대출행위에 대해 간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세금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전세가가 낮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오히려 복지에 더 큰 손실을 볼 사람들에게 이런 전세자금의 대출은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과정을 왜곡시키는 정부 개입 없어야

보통의 상황에서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커다란 격차를 보일 이유는 별로 없다.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임대 가격 사이의 현격한 격차는 인플레이션의 상존, 혹은 통화팽창 등에 따른 주택경기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의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자본이득의 기대심리가 약화되는 (부동산)경기 하락국면에서는 그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심지어 역전할 수 있는데 현재의 전세가격 급등이 바로 이런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전세가격 급등을 전세대란과 같은 용어로 묘사하는 것은 자칫 시장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는 정부개입을 정당화하기 쉬우므로 신중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세가격 급등과 관련해서도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등과 같은 정책은 부자 증세 정책이 빈자의 처지를 개선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세 수요자를 약자라고 부를 경우 약자를 도와주지 않음도 확인하였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 전세가 급등 현상이 벌어졌으나 정부가 배추값 파동 때와는 달리 서둘러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법석을 떨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김이석 /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저자소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역서로 버틀러 저, 『루드비히 폰 미제스』; 하이에크 저,『노예의 길』; 보아즈 저,『자유주의로의 초대』(공역); 라스바드 저,『인간·경제·국가』(공역) 등이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복거일 | 2010-10-25 | 조회수 : 665
제국주의적 전통을 지닌 중국의 흥기는 민족주의를 이용한 공격적 제국주의로 나아갈 것이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은 점점 더 한국에 대한 반한감정으로 나타난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이른바 '백년국치’는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싸운 '항미원조’로 막을 내린 것으로 본다. 이런 중국에게 있어 도움을 주었던 북한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크게 발전한 한국은 성가신 존재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야 중국의 무조건적 북한감싸기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강대국인 중국의 흥기와 관련하여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한국의 핀란드화와 묵종적 정책이다. 그리고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항력의 함양을 통해 양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지금 중국은 거의 모든 면들에서 미국 다음으로 크고 중요하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제치고 가장 강대한 나라가 되리라는 전망도 자주 나온다. 자연히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빠르게 커졌다. 중국의 이웃인 우리는 그 점을 특히 절실하게 느낀다.

중국의 흥기와 미국의 상대적 쇠퇴

제국(帝國)은 자연스럽게 제국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중국은 제국주의를 점점 드러내놓고 추구하면서 “중국중심의 질서(Sinocentric order)”를 세우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대립적으로 만든다.

중국 제국의 흥기는 미국 제국의 상대적 쇠퇴를 뜻한다. 실은 그런 현상은 보다 일반적인 추세의 한 부분이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파리드 재커리어가 “나머지 세계의 흥기(the rise of the rest)”라고 부른 이런 추세는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몫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미국은 아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다. 역사는 미국의 저력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지난 세기 내내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몫은 크고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국의 몫은 점점 줄어들 터이지만, 미국이 갑작스럽게 쇠퇴하리라고 볼 근거는 없다. 실은 미국이 앞으로도 활기차리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열린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근년에 미국의 국제정치적 힘은 눈에 뜨이게 약해졌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가 건설이 어려움을 겪자, 국제 정치에서 미국이 지닌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의 흥기와 미국의 상대적 쇠퇴는 세계 전체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미국은 역사상 제국주의적 특질을 가장 적게 보인 제국이었다. 세계가 '미국 중심의 평화 (Pax Americana)’ 속에서 역사상 가장 큰 번영과 발전을 누린 것은 미국의 그런 특질에 크게 힘입었다.

반면에, 중국은 제국주의를 전통으로 지녀온 나라다. “중심적 나라”라는 뜻을 지닌 중국(中國)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인종중심주의를 드러낸다. 자신을 “천하(天下)”라고 부르는 관행은 중국이 자신을 문명 세계의 전체라고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중국의 제국주의

앞으로 중국은 제국주의를 더욱 공격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민족주의로 자신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습을 하게 마련이다. 중국은 1970년대 말엽 덩샤오핑(鄧小平)의 집권 시절에 명령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골랐다. 공산주의의 핵심인 명령경제를 버림으로써 공산당 정권은 전제적 통치의 정당성을 완전히 잃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자신이 잃은 정당성을 민족주의를 통해서 되찾으려 한다. 토머스 크리스텐슨(Thomas Christensen)의 적절한 표현대로, “중국 공산당은 이미 공산주의자가 아니므로, 그것은 더더욱 중국적이어야 한다.”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전제적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공산당 정권의 시도는 대체로 성공했고, 그런 성공은 대중의 민족주의를 한층 거세게 만들었다. 경제가 발전해서 자유에 대한 중국 시민들의 열망이 커지면, 공산당 정권은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북돋우어진 대중의 민족주의적 열정은 중국 정부가 공격적 제국주의를 추구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살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품은 생각과 감정을 알아야, 우리는 그들을 움직이는 심리적 힘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보다 현명하게 중국과 교섭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보인 비우호적 태도는 이 점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기에선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이 펼친 경기마다 중국 사람들은 상대를 응원했다. 걱정스럽게도, 이런 현상은 경기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두 나라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혐오와 비난은 중국 사회의 전반적 현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물론 여러 원인들에서 나왔다. 직접적 원인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적 유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은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가 중국의 '단오절’과 같다는 오해에서 비롯했고, 여러 문화적 유산들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널리 퍼졌다. 근자엔 인터넷에 터무니없는 얘기들까지 나돌아서 부정적 인식이 깊어졌다.

자체로는 사소한 그런 일들이 폭발력을 지닌 것은 문화적 유산이 중국의 민족주의적 열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근대에 중국의 처지가 비참했으므로, 중국 사람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은 긴 역사와 훌륭한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삼는다. 그런 태도는 자연스럽게 동양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폄하로 이어진다.

이 점을 가늠하는 데는 중국 사람들이 일본을 보는 눈길을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국 인권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은 영국 역사가(歷史家) 이언 부루머(Ian Buruma)에게 “동양은 중국이다. 일본은 그저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The Orient is China. Japan is just an appendage)”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 지식인들의 평균적 인식을 대변한다. 비록 중국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중국 문자를 쓰지만, 일본은 결코 중국과 같을 수 없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중국에 복속한 적이 없고 한때는 중국보다 훨씬 우월한 지위를 누렸고 아직도 사회 발전에서 훨씬 앞선 강대국 일본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면, 중국 지식인들이 한반도와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떠하겠는가?

중국의 대한반도 인식과 반한감정

게다가 지리적․역사적 조건들이 그러하므로,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크든 작든 '역사적 권리(historical entitlement)’가 있다고 여긴다. 고대에 고조선이 한에게 멸망한 뒤 그 땅은 한의 영토가 되었다. 그 뒤 역대 왕국들은 대개 중국의 지배적 왕조들에게 칭신(稱臣)하고 조공했다. 고려 중기 원에게 패전한 뒤 원이 중국을 지배한 시기에 고려는 원의 영토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런 역사적 정황이 민족주의 감정이 한껏 높아진 중국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여길 수는 없다. 우리 자신들은 천 몇 백 년 전에 우리 역사에서 떨어져나간 만주를 아직도 '발해의 고토’로 여기지 않는가?

불행하게도, 역사적 정황은 중국 사람들의 민족주의적 열정을 한국에 대한 반감으로 바꾼다. 위대한 문명의 후계자인 중국은 동양에서 줄곧 지배적 위치를 누려왔다. 중화(中華)라는 말이 가리키듯, 중국은 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겨왔다. 외족에 정복되면 정복 왕조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해서 중심적 지위를 지켰다. 19세기에 유럽 문명과 마주치면서 그런 세계관은 무참히 무너졌다.

1842년 아편 전쟁에서 져서 홍콩을 영국에 넘긴 뒤부터 19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져서 중국에서 물러날 때까지, 중국은 서양의 강국들과 서양 문명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 시달리면서 갖가지 굴욕을 맞보았다. 스스로 “백년국치(百年國恥)”라 부르는 이 경험은 중국이 바깥세상과 교섭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규정했다. 지금 중국이 보이는 거센 민족주의는 그런 역사적 치욕을 씻어내려는 열망의 분출이다.

“백년국치”는 일본이 물러난 1945년에 공식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일본에 이긴 나라는 미국이지 중국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중국을 대표한 것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내세울 만한 일은 한국 전쟁에서 미국과 싸운 일이다. 그래서 공산당 정권은 중국이 한국 전쟁에서 미국에 “승리”한 것을 “백년국치”의 실질적 끝으로 여긴다. 가장 강력한 나라를 공격하고도 휴전으로 끝냄으로써 중국은 실제로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휴전 바로 뒤에 마오쩌뚱 자신이 “3년이 지난 뒤 우리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한국 전쟁에 관한 근년의 중국 저술들은 중국을 “자비로운 승리자”로 그린다. 그 전쟁의 중국 이름인 “항미원조” 전쟁은 승리와 자비를 담았다.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 전쟁은 “백년국치”의 끝과 “신중국”의 탄생을 가리킨다. 오늘날 한국 전쟁에서의 “승리”는 이처럼 많은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자존에서 중심적이다. [피터 헤이스 그리스 (Peter Hays Gries), <중국의 신민족주의: 자부심, 정치, 그리고 외교 (China’s New Nationalism: Pride, Politics, and Diplomacy>]

그런 자부심에 비기면, 한국 전쟁에서 중국이 치른 엄청난 비용은 – 15만 명이 넘는 전사자들, 20만 명이 넘는 부상자들, 그리고 엄청난 전비는 – 그리 큰 희생이 아니었다고 중국은 여긴다.

중국에게 있어 발전된 한국은 성가신 존재

문제는 자신이 한국전쟁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중국에게 한국은 성가신 존재라는 사실이다.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이겼다면,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이 한반도의 주인이 되었어야 논리적이다. 전쟁의 당사자로 인정하지도 않았던 자본주의 한국은 발전하고 공산주의 북한은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해진 상황이 중국으로선 당연히 곤혹스럽다.

역사적 치욕을 씻어내려는 중국 사람들의 열망을 고려해야, 우리는 중국 사람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줄곧 북한을 감싸온 중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는 것이 명백해져도, 중국이 북한을 비난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이런 역사적 사정을 고려해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우리와 중국 사이의 관계에 튼실한 바탕을 마련해주려면 우리 정부는 중국 사람들의 이런 심리적 지형을 고려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과 긴 국경을 공유하므로, 한반도는 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근년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늘렸다.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북한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속국이 되었다. 한국도 이미 중국의 자장(磁場) 안에 들었다.

한국의 핀란드화와 묵종적 정책

강대한 나라 바로 옆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는 늘 강대한 이웃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일들에서 강대한 이웃에게 양보해야 한다. 그런 과정의 끝은 '핀란드화(Finlandization)’다. 핀란드화는 본질적으로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존재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힘에서 비대칭적이면, 강대국은 '지배적 정책(policy of dominance)’을 고르고 약소국은 '묵종적 정책(policy of acquiescence)’을 고르게 된다.

묵종적 정책을 고른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영향력에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나는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작은 나라의 역량이 조직화되지 못하는 경우에 나온다.

둘째 방식은 정예집단(elite)이 큰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가치 체계를 나라 전체에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강요된 지배(imposed domination)’의 경우, 흔히 괴뢰 정권(puppet regime)이 나온다.

셋째 방식은 정예집단이 큰 나라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핵심적 가치를, 즉 자기 나라의 독립이나 자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작은 나라의 체제(regime)가 큰 나라의 그것과 정체성이 다를 경우,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채택된다. 자기 나라가 큰 나라에 의존한다는 세력 구조를 인정하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태도이므로, 이것은 적응적이다. 그래서 '적응적 묵종(adaptive acquiescence)’이라 불린다. 핀란드화는 적응적 묵종의 전형적 모습이다.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concessions)’와 대항력(counterweight)’이다. 힘에서의 비대칭은 필연적으로 관계에서의 비대칭을 부른다. 그래서 모든 문제들에서 약소국은 양보하고 강대국은 이익을 얻는다. 이런 비대칭적 관계에서 약소국이 얻는 것은 최소한의 가치 훼손을 통한 현상의 대체적 유지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약소국의 강대국에 대한 양보는 기본 질서가 된다.

그러나 그런 양보는 대항력이 있어야 뜻을 지닌다. 대항력이 없다면,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궁극적으로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합병이 될 것이며, 적응적 묵종은 적응적일 수 없다. 따라서 적응적 묵종을 고른 약소국은 '양보 전략(strategy of concessions)’과 '대항력 전략(counterweight strategy)’을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

우리가 중국의 압도적 영향 아래 살아가는 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지정학적 요인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중국은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면들에서 중국의 뜻을 맞추는 유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유화 정책은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을 받는다. 힘세고 공격적인 외국에 맞서는 것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외교관들, 종교인들, 언론인들, 대학 교수들이 유화 정책에 늘 매력을 느낀다는 점은 잘 알려졌다. 특히 중국 사회와 정권에 쉽게 접근해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근본적 편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편향을 가장 뚜렷이 보일 집단은 기업가들일 것이다. 정치적 긴장은 거래와 투자에 해롭기 때문이다.

웬만한 우리 기업들은 다 중국에 진출했다는 사정이 뜻하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애쓸 터이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한국에서 '중국 로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우리에게 한반도의 핀란드화의 가능성은 실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중국의 흥기와 우리의 대응방향

우리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흥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중요한 물음에 대해 좋은 답을 얻으려면, 우리는 먼저 현실을 정직하게 살피고 우리에게 괴로운 상황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되짚어 나올 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합리적 대응은 대항력의 함양을 통해 양보를 최소화하는 적응적 묵종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렇게 대응해왔다.

우리의 외교적 대항력과 군사적 대항력을 아울러 증대시켜 줄 나라로는 미국과 일본이 있다. 동남아의 국가 연합인 아세안(Asean)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터이다. 비록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약하지만, 아세안은 지정학적으로는 상당한 힘이 있다. 아세안도 중국의 위세를 경계하므로 아세안과의 협력은 우리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교적 대항력이나 군사적 대항력은 사회가 응집력을 지니고 외국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 뜻을 지닐 수 있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들은 누구도 도울 수 없다. 즉 대항력의 바탕은 시민적 대항력이다.

지금 한국의 시민적 대항력은 약하다. 한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분열되었다. 이념적 분열은 특히 심각하다. 근본적 원인은 물론 북한의 존재다. 북한은 처음부터 남한을 합병하려고 시도했고 한국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오히려 실질적으로 패배했고 중국의 개입으로 겨우 연명했다. 그 뒤로도 줄곧 한국을 전복하고 점령하려 애썼다. 덕분에 북한은 지금 남한에 상당한 지지세력을 지녔다. 그들의 능숙한 선동선전을 통해서 북한은 한국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효과적으로 키운다. 아울러, 한국의 대항력을 줄이기 위해 북한은 한국 안의 지지세력을 통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킨다.

물론 중국은 이런 사정을 어떤 나라보다도 잘 안다. 중국은 한반도가 분열된 상태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늘 인식했다. 그래서 중국은 큰 값을 치르면서도 한반도가 분열된 상태에 머물도록 노력했고 앞으로도 북한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한국 전쟁에서 중국이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과 싸운 것은 바로 그런 인식 때문이었다. 근년에 '6자 회담’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에게 시간을 준 것도 중국의 그런 배려 때문이었다.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통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이런 사정이 널리 인식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퍼뜨리고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되도록 하리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책의 첫걸음이다. 북한 정권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복거일 / 소설가

저자소개: 소설가 복거일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작가,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비명을 찾아서’. '진단과 처방’, '이념의 힘’, '자유주의의 시련’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