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출범한 LH공사의 부채문제는 공기업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은 본질적으로 사업확장을 추구하는 조직이며, 또 사업목적과 재원을 명확하게 연계한 계약보다는 이해관계집단이나 정부와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더 선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해결은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2009년 9월 8일 국토해양부는 '15년 숙원 주·토공 통합, 이명박 정부에서 결실’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양 공사의 통합은 '핵심기능 위주 기능개편, 조직슬림화와 정원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기대와 달리, 1년 후인 2010년 8월 16일 통합 LH공사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였다. LH공사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비상경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미매각 자산 판매, 합리적 사업조정, 유동성 리스크 관리, 조직혁신 등을 포함하여 부채문제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9월말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 날 많은 언론사는 통합 LH공사가 끝내 비상경영을 선포하였음을 아쉬워하며, 심각한 부채문제를 '118조원 빚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전국 400여 곳에서 벌어질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 중단과 연기를 우려하며, LH공사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제 전문가들은 LH공사 쇼크에 대해 '이제까지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또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대답해야 한다.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1: 사업확장

가장 먼저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업확장이다. 이는 정부와 공기업에 종사하는 관료들(정책사업을 집행한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임직원들을 포함)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소비자, 기업가처럼 지극히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효용극대화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관료들도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과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고, 또 정부의 목표가 순자산가치 극대화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관료들도 너무 잘 알고 있으며 또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관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 충실하기 위하여 관련 사업들을 확대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들은 거짓말에 탐닉하지는 않지만 사업확대에 지장이 되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극 제공하지 않는다. 사후에 관료들에게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제공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면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이와 같이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확장을 꾀한다.

관료들의 사업확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을 통해 유인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공기업의 사업확장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사업을 민영화하며 정부가 손을 떼는 수밖에 없다. 물론 민영화된 기업도 사업을 계속 확장하여 '118조원의 빚’을 질 수 있지만, 재산손실을 우려하는 민간 주주와 채권자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할 리 없다. 더구나 '118조원의 빚’을 졌다 하더라도 이들은 재산손실을 줄이는 방안이라면 기업의 공중분해까지 감행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활동이 신축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통합을 통해 공기업으로 남게 된 LH공사에는 민간의 주주도 없으며 또 채권자들도 재산손실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LH공사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별법인이며 또 공사채는 정부보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LH공사의 '118조원의 빚’ 때문에 자기가 손실을 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손해를 보지만 정부의 손해는 모든 국민들이 분담하므로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정부로 생각하며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없다. 결국 경제환경이 변화하더라도 공기업은 신축적인 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통합 LH공사의 출범으로 양 공사 중복기능의 인력을 감축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LH공사로 통합되었다고 하여 공기업의 사업확장적 유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LH공사는 2009년 통합이후 점진적으로 총정원 대비 24%의 인력감축을 계획하였으나, 2010년까지 인력감축은 거의 손대지 못한 채 연수 파견자를 2배 늘이는 편법을 썼다고 한다. 결국 민영화를 전제하지 않고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확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2: 얽히고설킨 관계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들과 이해관계를 섞어 거대한 범관료집단을 형성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사업감축에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는 이해집단들을 사전에 공고하게 형성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얽히도록 한다면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일이 너무도 복잡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된다. LH공사가 전국 400여 곳에서 사업을 폭넓게 추진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는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관료들은 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서로 끈끈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긴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체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다면 관료들은 편법적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더욱더 복잡한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기업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상호간의 회계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나타난다. LH공사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공한 출자금과 정부가 독점적으로 부여한 택지공급사업의 토지개발이익이다. LH공사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승할 때 토지개발이익을 통해 상당한 독점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신 정부는 그 대가로 신도시 등 택지개발, 서민용 주택 및 국민임대주택,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개성공단, 도시재생, 보금자리주택 등 정책사업들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정부가 LH공사에 제공한 자원(출자와 독점사업권)의 가치와 그 대가로서 LH공사가 수행한 사업의 정책가치는 명확하게 계리되지 않아 서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들의 시장가치를 엄밀하게 추정하고 각종 정책사업별 원가를 구분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정부와 LH공사가 개략적으로 합의하고 정산하는 틀을 갖추고 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제가 구비되었더라면 정부와 LH공사의 관계는 단순명료하였을 것이다. 객관화되고 명문화된 수치에 대해 정부와 LH공사가 사전 합의하였더라면 원가절감, 효율성에 대한 유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향후 대책: 민간기업을 참조하라

LH공사의 충격은 공기업에 대해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첫째, 사업확장이라는 공기업의 본질적 유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영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산이라는 자기책임적 자연치유력만이 제반 사업의 위험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기반이다. 물론 민영화를 당장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기업 관리의 궁극 목표는 민영화로서 이를 향해 부단히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LH공사의 독점구조 타파와 민영화를 목표로 중장기적인 택지개발정책이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원과 LH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의 지원사항이 포함되겠지만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경영진의 집단책임을 묻는 조치가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의 파산 또는 법정관리에 준하는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와 사업별 원가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민간기업의 활동과 비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경제학박사. 인천대학교 무역학과에 재직 중이며 주로 제도적인 관점에서 재정학을 연구하고 있다. 2007년에는 시장경제대상(학술부문)을 수상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저술로는 『재정지표, 재정범위 그리고 중앙은행』(2010년 발간예정, 한국조세연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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