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 2010-08-30 | 조회수 : 402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단속적 변화가 감지된다. 2008년도는 “경제재도약”을 위한 세제개편, 2009년도는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을 위한 세제개편, 2010년도는 “친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이다. 친서민정책은 정책을 '편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을 특수목적을 위한 편의로 인식하면 정책은 과잉으로 치닫게 된다. '민(民)’은 '서민(庶民)’으로 대체되었고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돈으로 고용을 사는 격이기에 실효적이지 못하다. 규제완화를 통한 진입허용과 교육훈련투자가 더 나은 대안이다. 친시장적 정책이 가장 친서민적 정책이다.

지난 8월 23일 기획재정부는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세제개편 기조로, ①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고용 친화적 세제 구축, ②경제회복 성과의 취약계층 전반으로의 확산을 위한 서민․중산층 지원 지속 추진, ③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정비와 세원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세입기반 확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세제개편안의 비전으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조세체계 구축”을, '4대 기본 방향’으로 “일자리 창출 지원, 서민생활 안정, 지속성장 지원, 재정건전성 제고”를 제시하고 있다.

MB 정부 출범 이후 연도별 세제개편안 비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2010년까지의 년도별 세제개편의 표지를 살펴보면 <표-1>과 같은 단속적(斷續的)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2008년도 세제개편의 표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이다. 즉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경제재도약이 필요한 바, 이를 위해 세제개편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2009년도 세제개편의 표지는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이다. 2009년은 이미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전(全) 세계로 확산된 시기이다. 따라서 당시 민생안정은 시급하고 또 당연한 정책목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미래도약’을 같은 비중으로 강조한 것은 '장기적으로’ 미래도약만이 민생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정책인식을 반영한 것이다.1) 그리고 '민생안정’ 이라는 '계층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표-1> 2008~2010년 년도별 세제개편안 표지

년도

세제개편안 표지

200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
-2008년 세제개편안-

2009년

민생안정․미래도약을 위한
-2009년 세제개편안-

2010년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

그러나 2010년도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세제개편의 표지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안정”으로 변한다. 일자리창출을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보면, 2010년 세제개편안은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으로 압축된다. '친서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2010년 세제개편안이 마련된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서민’(庶民)이 표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최고 위정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추론된다. '민생안정’과 '서민의 생활안정’은 다르다. 민(民)이 서민(庶民)보다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민에서 '서’(庶)의 의미는 현대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폐기돼야 할 개념이기에 결코 '공식 용어’로 적합하지 않다. '경제적 취약계층, 중․저소득층’으로 대체되는 것이 마땅하다.

서민을 '경제적 취약계층’이라는 일반 용어로 받아들이면, 굳이 '친서민 행보’를 탓할 이유는 없다. 취약계층의 생활형편을 보듬는 것이 위정자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서민 행보’와 '친서민 정책’은 다르다.2) 더욱이 친서민 정책이 국정의 핵심과제로 격상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친서민정책은 태생적으로 인기영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책 대상이 명확하게 사전에 설정되지 않다보니,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요구가 경쟁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수요로 귀결되고 '국가 의존’이라는 타성에 젖게 한다.3)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제개편안을 '연결해’ 보면 이명박 정부의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라는 초심(初心)이 흐려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표-2> 2008년 세제개편안 기본방향 및 주요 개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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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방향

주요 개편내용

2008년
세제개편안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소득세율 인하(2%p) 및 1인당 공제확대
-유가환급금 지급(24만원)
-일용근로자 소득공제 인상 등 생활밀착형 지원강화

투자촉진을 위한 저세율
구조로의 전환

-법인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상향조정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일몰연장 등 중소기업 지원확대
-연결납세제도 도입 등 기업과세의 글로벌스탠더드화
-문화산업․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 지원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녹색성장 기반구축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R&D 지원 확대

-R&D 준비금 제도 도입
-R&D시설투자세액공제 인상
-중소기업 R&D비용 세액공제 확대

불합리한 조세체계 개선

-1세대1주택 장기보유공제 확대 등 양도소득세 과세제도 합리화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선
-상속․증여세 현실화

중복된 목적세체계 정비

-3대 목적세(교통세․교육세․농특세) 정비

출처: 재정기획부

<표-2>와 <표-3>은 2008년도와 2010년도 세제개편안의 기본방향과 주요 개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08년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투자촉진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R&D 지원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2010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은 “일자리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및 재정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좁히면 “서민생활 안정과 재정건전성 제고”로 집약된다.

<표-3> 2010년 세제개편안 기본방향 및 주요 개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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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방향

주요 개편내용

2010년
세제개편안

일자리 창출 지원

- 고용친화적 세제 구축
- 고용유발효과가 큰 업종 지원 강화
- 취약계층 고용 인센티브 강화

서민생활 안정

- 저소득 근로자 지원
- 농어민 등 취약계층 지원
- 중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 기부문화 활성화

지속성장 지원

- 신성장동력 확충 지원
- 기업 경쟁력 강화
- 국제회계기준 도입 관련 보완
- 저출산․고령화 대응

재정건전성 제고

- 과표 양성화
- 비과세․감면 축소
- 신규세원 발굴

출처: 기획재정부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 분석

<표-4>는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부담을 정리한 것이다. 2008년도 세제개편은 기본적으로 감세(減稅)를 위한 것이다. 총 11.7조원의 감세가 이루어졌으며, 그 중 '중산․서민층․중소기업’에게 금액으로는 6.8조원, 비율로는 78.4%의 혜택이 돌아갔다. 대기업에게 금액으로는 1.9조원, 비율로는 21.6%의 혜택이 돌아갔다. 세수효과의 계층별 귀착을 보면, “감세를 통한 중․저소득층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이라는 정책목표가 충실하게 충족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세제개편은 증세(增稅)를 위한 것이다. 총 1.9조원의 증세가 이루어졌으며,4) 그 중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게 금액으로는 0.14조원, 비율로는 9.8%의 부담이 귀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고소득자․대기업’에게 금액으로는 1.3조원, 비율로는 90.2%의 부담이 귀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세제개편의 기조가 증세이기 때문에, <표-4>만으로는 '서민생활안정’이라는 정책목표가 효과적으로 충족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2010년 세제개편에 따른 증세규모가 1.9조원에 지나지 않아, 5)'재정건전성 강화’라는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표-4> 연도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및 귀착부담

년도

계층구분

세수효과 및 귀착

비고

2008년

중산․서민층․중소기업

△6.8조원 (78.4%)

괄호안은 귀착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3조원)을 제외한 비중

대기업

△1.9조원 (21.6%)

총세부담 경감

△11.7조원

2009년

고소득자․대기업 부담

9.5조원 (90.6%)

OECD 기준, 근로소득이 상용근로자 평균소득의 150% 이하

중산층․중소기업 부담

1.0조원 (9.4%)

총세부담

10.5조원

2010년

고소득자․대기업 부담

1.3조 (90.2%)

괄호안은 귀착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0.46조원)을 제외한 비중

서민중산층․중소기업 부담

0.14조 (9.8%)

총세부담

1.9조원

자료: 연도별 세제개편안

2010 세제개편안 주요 내용 및 평가

개편안은 고용창출을 위해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였다. '지식기반 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물적 자본’ 중심의 투자지원제도에서 '인적․지적자본’ 중심의 세제지원제도로의 방향 전환을 꾀한 것이다. 현행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신규고용창출’ 인원에 비례해 받도록 함으로써 '고용창출형’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공제세액은 '설비투자액의 7%’를 상한으로 1인당 1,000만원의 공제혜택을 허용한다. 청년취업 문제 해소를 위해 청년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1인당 1,500만원을 세액공제한다. 또한 투자와 고용창출의 시차를 고려해 투자가 이루어진 과세연도 이후 5년 이내 고용이 증가한 경우 이월해 세액공제를 받도록 했다. 그리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 적용시 소기업 판단기준을 업종별 '인원기준’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변경해, 6)고용인원이 늘어 '소기업’을 졸업함으로써 혜택이 축소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고용증대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2년 이상 운영한 사업장을 폐쇄하고 국내로 복귀해 해외사업과 동일한 업종의 사업장을 수도권 밖에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3년 100%, 2년간 50%의 소득세ㆍ법인세가 감면된다. 또한 저소득층ㆍ장애인ㆍ고령자 등 고용비중이 30% 이상 또는 서비스 이용자 중 취약계층 비중이 30% 이상인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수준의 최저세율 7%를 적용하도록 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4년간 50% 세액감면제도는 올해 말에서 2013년 말로 일몰 연장된다.

일자리창출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는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우선 '동(同) 제도’는 2011년부터 도입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을 내년 이후로 미룰 수 있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이미 확정한 기업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채용 규모와 일정이 유동적인 기업들은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동 제도'는 현행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와 충돌한다. '중소기업 고용증대 공제’ 제도는 한시적으로 2011년 6월까지 상시근로자를 늘리는 중소기업에 대해 1인당 300만원씩 세액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2011년도에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가 도입이 되면 '중소기업 고용증대공제’ 제도는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 감면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시설투자를 하고 고용을 10명 늘리는 경우 올해는 1억의 세액공제(10억의 7%인 7,000만원의 투자세액공제와 10명을 고용한 데 대한 3,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지만, 2011년부터는 10억에 대한 7%인 7,000만원의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만 받기 때문이다.

한편 2010년 세제개편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다자녀 소득공제를 배로 확대했다. 2자녀까지는 1인당 100만원을 공제하지만, 2자녀를 초과하면 1인당 200만원을 소득공제한다. 그러나 근로자 중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 소득 계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생이 받는 근로장학금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한다. 근로장학금에 소득세가 부과되면 가구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앞장서 '탈(脫) 생활보장수급’을 막는 셈이다. 차상위 계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는 숙명적인 한계점이다. '근로소득장려’(EITC)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용증진을 위한 발상의 전환 필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차치하더라도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고용창출 세액공제’ 제도는 “돈으로 고용을 사는 격”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000만원의 유인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만약 1,000만원의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반면에 1,000만원의 유인이 크다고 생각되면, 꼭 사람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세액공제 형태의 고용장려금을 수취하기 위해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이는 주객(主客)이 전도된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세액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공공근로 등 '임시직’을 늘리거나 '고용창출 세액공제’를 통해 작위적으로 고용을 지탱케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교육훈련 투자확대’와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세액공제 등은 교육훈련 투자확대와 규제완화를 보조하는 데 그쳐야 한다. 교육훈련 투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청년, 여성, 고령자 등 계층별로 교육대상을 명확히 세분화하고 특화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에서의 규제완화의 중요성은 재론을 요하지 않는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올 4월 정부가 발표한 '경쟁 제한적 진입규제 개선’ 방안을 충실히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7) 규제완화는 재정수요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현재 액화석유가스(LPG)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내수판매 계획량 중 35일분을 저장할 시설을 소유 또는 1년 이상 독점 임차 형식으로 갖춰야 한다. LPG 저장시설의 건설 단가가 매우 높아 신규 진입이 사실상 봉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LPG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25년째 지속돼왔다. 공정위는 정부(한국석유공사)의 LPG 비축시설 중 여유 공간을 임차할 수 있도록 해 신규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진입 규제’가 완화되면 가격 경쟁이 활발해져 LPG 가격 인하와 고용유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안전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려는 욕구가 커져 경비업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요건 완화로 경비업체가 새로 생기면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비 서비스 질도 좋아지게 된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독점하고 있는 서해대교, 광안대교, 소양강댐 등 212개 주요 1종 시설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점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올바른 결정이다. 시설안전 점검을 위한 민간 기업이 진입하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게 된다.

여성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시간 근로 활성화’를 비롯한 고용 형태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단시간 근로를 도입하면 육아나 가사 등으로 전일 근무가 어려운 여성들도 취업이 가능하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다양화가 여성인력의 고용을 가능케 한다. 결국 고용은 '예산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친서민 정책’은 2009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홀연히’ 등장했다. 왜 갑자기 '친서민’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만한 정황적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친서민 코드’는 '부자(富者) 정권’이란 주홍글씨를 벗기 위해 던진 일종의 반격카드이다. 이명박 정부는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부자정권이란 '낙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명박 정권은 정공법을 피해갔다. 부자가 아닌 “부자가 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의 정권이라고 맞받아치지 못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과정이 어찌되었던 결과론적으로 친서민 정책은 여론의 큰 반향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수직으로 끌어 올렸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정책 사고에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여기에 정치적 계산이 맞아 떨어지면, 냉정을 잃기 쉽다. 친서민정책은 어느 듯 '과잉’으로 치달았다. '민’은 '서민’으로 대체되었고 그동안 수면이하로 잠복해 치유과정에 있던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정책은 '원칙’의 문제이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찍이 하이에크가 설파했다. 친서민정책은 정책을 '편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책을 특수목적을 위한 편의로 인식하면 정책은 과잉으로 치닫게 된다. 일반 원칙은 훼손되고 특별규칙이 특별지원에 더해지게 된다. 이렇게 '포퓰리즘'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공정(정의로운)한 사회에서 승자독식은 있을 수 없다”는 이대통령의 언명은 논리적으로 완결된 말은 아니다. 정치권력과 달리 시장에서 '승자독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승자의 몫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공정(정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010년 6월말 접수한 50개 중앙관서의 2011년 총지출 요구 규모는 기금을 포함해 312조9천억원이다. 이는 올해 총지출 292조8천억원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증가율 4.9% 보다 크다. 2011년 지출요구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절대규모 87.3조원, 절대증가액 6.1조원, 전년대비 7.4% 증가율”을 보인 '보건․복지․노동’ 지출 요구액과 무관하지 않다. '2010년 세제개편’을 '2011년 총지출 요구액’과 연결할 필요는 없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다.

서민의 생활 형편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정의와 공정을 앞세우기보다 서민에게 좀 더 많은 경제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친시장정책이 지속가능한 최상의 친서민정책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에 대한 초심이 점차 엷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최소한 자신이 견지하는 이념과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당당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자소개: 조동근 교수는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신시내티(Cincinnati)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논문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에 의한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한가? -헤리티지 경제자유도를 이용한 실증 분석-”이 있다.


1)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기는 했지만 '성장잠재력 확충’은 여전히 주요한 아젠더였다.
2)'친서민적 사고’와 '친서민 정책’은 엄연히 다르다. 친서민 행보와 친서민 사고는 위정자의 '속내’ 이어야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국민의 애환을 보듬는 위정자의 '덕목’이어야 한다. 그러나 '친서민정책’은 자원배분의 틀을 바꾸는 구체적 프로그램이다. 친서민정책이 명분론에 포획되면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정책오류에 빠질 수 있다.
3)'친서민’은 부지불식간에 증오를 부를 수 있다. 친서민에서 '친(親)은 반(反)’을 동반하고 동시에 '서민 대 비(非)서민(부유층)’ 간의 대립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은 참여정부의 '2분법적 대립구도’와 닮은꼴이다. 양극화의 진전을 막는 것이 정책목표라면 '중산층 복원’이 훨씬 긍정적인(positive) 정책 네임이다.
4)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는 1.9조원이며, 이를 증가요인과 감소요인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증가 요인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종료(1.5조원), 지역특구․외국인 투자기업 세제지원 총액한도 신설(0.13조원) 등” 2.9조원이며, 감소 요인은 “고용유발투자세액공제 신설(△0.5조원), 다자녀 추가공제 확대(△0.18조원) 등” △1.0조원이다.
5)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조9,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추산이다.
6) 현행 인원에 의한 소기업 기준은 제조업100명, 광업․건설업․출판업․물류산업․여객운송업․축산업 등은 50명, 기타는 10명이다.
7)정부는 2009년 9월 26개 업종에 이어 올 4월 20개 업종을 추가로 진입규제 개선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추가된 업종은 서비스업 분야와 공기업 분야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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