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국 | 2010-10-11 | 조회수 : 499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사회는 공정사회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공정사회이다.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사회,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의 사회,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강력한 자생적 힘이 작동하는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다. 시혜적 성격의 '공정사회’는 특혜와 차별, 불평등이 심화되는 불공정사회를 야기할 뿐이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자유시장경제다.

 

공정사회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정사회가 새로운 국정철학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그 개념은 여전히 불확실하게 보인다. 하지만 언론 매체나 시민들의 의견,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공정사회의 기준이 다음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1)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사회
(2)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
(3) 양극화가 억제되는 평등 지향적 사회

유감스럽게도 시장사회는 공정사회의 그 같은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비롯하여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불공정 사회로 취급당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기반이 되는 법질서, 이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분업과 교환, 그리고 그 결과로서 생겨나는 분배를 보면 아주 흥미롭게도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공정사회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야말로 특혜와 차별이 없는 사회

시장경제는 항상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의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 이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의의 규칙'은 탈목적적이고, 보편적 성격을 가진, 그리고 특정한 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건을 갖춘 행동규칙이다. 그리고 법으로 하여금 이 같은 도덕적 조건을 갖게 하는 원칙이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치주의)라는 것도 칸트(I. Kant), 하이에크(F.A. Hayek) 그리고 플러(L. Fuller)이후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그 같은 조건을 갖춘 법, 즉 법치주의를 충족하는 것만이 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기반이 되는 법의 성격 가운데 중요한 것은 법의 보편성이다. 이는 특정한 그룹이나 지역 또는 산업에게 특권이나 특혜를 부여하는 등 차별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요컨대, 시장경제는 법이 법다웁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말해주는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사회는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차별과 특혜가 없는 자유시장경제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 같은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공정한가는 가격의 상벌(賞罰)기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가격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그 잘못의 경중에 따라 차별 없이 처벌한다. 시장경제의 처벌 메커니즘은 대마불사처럼, 또는 보조금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특별사면(赦免)”과 같은 차별과 특혜를 허용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야말로 상생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

자유로운 시장사회만큼 상생을 통하여 통합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아주 보기 드물다. 그 상생은 상호이익이고 통합은 분업과 교환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통상 힘의 균형이 없이는 시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제가 없는 시장의 분업과 교환의 기초는 힘과는 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상호이익이다.

더구나 시장경제는 누구든 가리지 않고 분업과 교환과정에 통합하는 사회이다. 빈부, 출신, 인종, 이념, 종교 따위는 분업과 교환에는 전혀 관계없다. 그래서 누구와도 통합이 가능하다. 심지어 적(敵)까지도 친구로 만들기 때문에 하이에크(F. A. Hayek)는 시장사회를 이코노미(economy) 대신에 카탈락시(catallaxy) 라고 불렀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상생과 통합을 표현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통합에 필요한 것은 인간들끼리의 소통이다. 시장사회는 거대한 소통망으로 작동한다. 이는 수십만 가지의 가격들과 거래과정을 통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상관행이나 상관습과 같은 비공식규칙들과 언어를 비롯한 갖가지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의 소통을 말하지만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도 크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정밀한 소통체계가 시장경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사람들은 공정성으로 투명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거대한 소통망으로 시장만큼 투명한 사회는 없다.

요컨대, 시장사회야말로 상생을 통한 통합과 소통의 사회이다. 시장경제가 얼마나 장엄한 공정사회인가.

자유시장경제야말로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

자유시장경제야말로 강력한 자생적인 힘이 작동하여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그 힘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가 추격 메커니즘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생활의 평준화 메커니즘이다. 자유경쟁이 존재하는 한, 어느 한 집단이나 기업이 자신의 혁신에 따른 높은 이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커츠너(I. M. Kirzner)가 발견한 이윤의 “사회화 과정” 때문이다.

높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혁신이 생기면 이를 모방하거나 대체상품의 개발로 추격하려는 사람들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추격과정에서 그 높은 이윤은 추격자들에게로 이전된다. 이들의 이윤도 뒤에 오는 또 다른 추격자에게로 이전된다. 이 같은 이윤의 사회화 과정은 또 다른 혁신의 촉매가 된다. 이와 같이 시장과정은 혁신경쟁과 추격경쟁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시장경제에는 혁신에 의해 야기된 불평등을 줄이는 추격과정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또 시장경제에는 소비패턴의 평준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는 처음에 사치재였던 것이 나중에는 값싸고 질 좋은 보편적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비싸기 때문에 상류층만이 소비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윤증대를 위해서 이 사치재의 품질을 개선하고 값도 싸게 공급하여 소비 계층을 확대하려고 한다. 결국, 낮아진 값 때문에 저소득층도 사용이 가능하다. 저소득층은 비록 애초의 사치재를 뒤늦게 이용하지만, 그러나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품사용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진다. 시장경제는 이렇게 공정하다.

이윤의 사회화 과정과 소비패턴의 평준화과정은 네거티브 피드 백(negative feed back)으로서 서로 보완하여 시장경제의 존립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가 공정사회로 가는 길

자유시장경제야말로 차별이나 특혜가 없는, 상생협력을 통한 통합의 사회, 분배의 평등을 지향하는 강력한 자생적 힘이 작용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것은 공정사회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정사회라는 명분으로 상생협력과 서민정책을 위한 반(反) 법치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약자(중소기업 또는 서민층)를 수혜집단으로 취급하여 이들을 보호하는 복지사회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그 같은 복지국가적 공정사회의 결과는 특혜와 차별, 갈등과 신(新)빈곤층의 생성이라는 의미의 불평등 심화로 점철된 불공정 사회를 야기할 뿐이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은 바로 자유시장경제이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자유주의의 지혜’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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