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 2010-09-06 | 조회수 : 431

DTI규제와 관련해서만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이번 8.29부동산 대책은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의 범위도 넓고 내용도 많다. DTI 규제의 해제는 일시적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에는 DTI 규제 이외에도 여러 대책이 포함되어 비교적 시장의 범위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LH공사의 자금난이라는 원인도 있겠지만, 보금자리 주택공급 계획을 조정한 것은 정부의 시각이 다소 유연해 졌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강남3구와 대형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대책에서 배제시킨 것은 아쉽다. 정부가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일시적인 거래활성화가 아니라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당초 기대보다 범위와 내용 크게 다룬 8.29 부동산 대책

지난주 정부는 드디어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한 달 전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이 연기된 건 DTI 규제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정부는 예상대로 DTI 규제를 포함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크게 1) 서민중산층의 주택거래 지원 2) 전세금 등 서민주거지원 확대 3)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조정 4) 견실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을 보면 주택거래를 둘러싼 시장의 파급효과를 골고루 감안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서민정책의 대표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공급계획 조정은 MB 정부로서는 큰 정책변화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에서는 DTI 규제만을 언급하면서 이번대책을 성급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정작 중․서민층을 수혜대상으로 하는 전세자금이나 생애 첫주택자금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없다. 대책발표 후 1주일이 지나자 대책의 효과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책의 내용 중 DTI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법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시행된 것이 없는 셈이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DTI 뿐만 아니라 이번 8.29 대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DTI 규제 일시 폐지, 어떤 효과 있나?

우선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DTI 규제부터 살펴보자. 8.29대책에서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DTI규제를 폐지하고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DTI 규제완화를 주장하던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내년까지 한시적인 조치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를 늘려 주택경기를 부양시킴으로써 향후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금까지 DTI 규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60%수준이었지만, 실제 은행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의 DTI는 25%수준에 불과하였다. 또한 LTV규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DTI 규제가 폐지되더라도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의 의지가 있다면 대출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DTI 비율을 금융기관들의 자율에 맡긴다고 해서 규제완화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존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주기도 하겠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의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DTI 규제의 한시적 해제의 효과는 없을까? 아니다. 주택을 투자의 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DTI 규제해제의 효과가 미미하겠지만, 당장 주거이동의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내내 주택거래 침체로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온 시장에게 이제는 더 이상 정부 대책을 기다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DTI는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된다.

주택시장에 대한 종합대책: 생애첫주택자금대출 재개와 전세자금 지원 확대, 수도권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요건완화

이번 대책은 MB정부 들어 그 동안 발표되었던 주택관련 대책 중에 가장 종합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 동안은 주로 미분양 아파트 해소나 건설사 유동성 지원 등 신규 판매주택에 대한 대책이었으나 이번에는 기존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으며 매매 및 전세 거래 등에 대한 금융지원 및 세제 혜택, 공급부문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2006년 이후 종료되었던 생애 첫주택 자금 대출이 다시 재개되었다.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가구에게 최대 2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상환조건은 장기분할상환으로 금리는 고정금리 중에서는 시중에서 나온 대출 상품 중에 가장 유리하다.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 주택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마저 전세로 전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불능력이 낮은 서민층의 전세자금난이 심하다. 2009년 들어 아파트 전세가격이 대형보다는 소형과 중형 아파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 정부는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한도 확대 등 자금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이번 대책이 비교적 거래시장의 범위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를 2년 연장하고 취․등록세 감면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수도권에 한해서만 매입임대주택사업자 자격 요건이 5호이던 것을 3호로 완화하였다. 일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수요에게 주택매입에 대한 혜택을 준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공급 계획 조정, LH공사 자금난에 기대 못했던 보너스

그 동안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문제점을 많이 제기해 왔다. 주택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민간보다 더 우월한 입지조건과 가격으로 대량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자칫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서는 강경한 추진의지를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 보금자리주택 부문이 담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물론 총량조절이 아닌 시기 및 미세조정이지만 그 동안 강경일변도의 정부 입장이 조금은 유연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계획이 조절된 것은 주택거래 활성화 측면보다는 아마 현재 LH공사의 자금난이 더 크게 작용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도 건설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P-CBO․CLO 발행지원대책을 내놓았다. 주택 및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다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자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1사당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규모도 확대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미분양주택에 우선 적용된다. 여전히 정부의 시각은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최근 지방의 미분양은 줄고 있지만 수도권의 미분양은 늘고 있다. 더군다나 수도권 미분양의 2/3가 85㎡초과의 대형 아파트이다. 수도권은 미분양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책의 출발은 신축 아파트의 미입주에서 시작된 것이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의 입주물량은 사상 최대의 물량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심각하지 않다고 봐야 할까?

주택거래 침체 심각한 강남3구 또 제외, 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도 배제

이번 대책의 내용과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컸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대책의 혜택에서 특정 시장을 배제하고 있다. 먼저 강남3구의 적용 배제이다. 강남3구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들 지역은 거래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에서 강남3구는 제외되었다. 다음은 수도권 지역의 제한적 적용이다. 취․등록세 감면 연장의 경우 수도권의 포함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현재 취․등록세 감면은 비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다.

또한 이번대책은 주로 중소형 주택거래에만 적용되어 현재 적체되고 있는 대형 아파트 거래는 제외시키고 있다. 미분양의 문제는 당초 지방에서 불거졌지만 현재에는 수도권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방 미분양 주택 중 대형아파트 비중은 약 56% 수준이지만 수도권은 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74%나 된다.

이번 대책에 수도권 매입임대사업자 자격 요건을 완화한 것은 이러한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역시 85㎡이하 6억원 미만의 아파트라는 조건이 붙어 수도권에서 대형 아파트의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검토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아닌 매번 감면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답답한 현실이다.

주택거래 활성화가 전체 주택시장이 아닌 특정 하위 시장에서만 이루어진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항상 소형 저가 주택은 보호의 대상이며 고가 대형 아파트는 부자와 투기꾼들의 주택인가? 1가구가 1주택을 보유한 것은 실수요이며 2주택 이상 보유하는 것은 모두 투기적 수요인가? 이러한 논제에 대한 해결없이 당장에 닥친 문제만을 해결한다면 주택정책은 계속 냉온탕의 반복이 불가피할 뿐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침체되어도 투기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남3구와 같이 미분양이 적체되고 일시적 과잉공급으로 주택거래에 돌파구가 필요한 수도권 대형 아파트들이 여전히 시장 활성화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정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일시적인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주택시장 정상화에 목표를 두어야

시장은 과열되기도 때론 심하게 침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조금씩 시장변화에 대응하게 된다. 장기 호황끝에 찾아온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은 점점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시장이 과열 혹은 침체될 때마다 정부가 일시적인 문제해결만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다면 시장참여자들은 이미 정부개입을 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될 리 없다. 문제는 제도나 정책이 시장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왜곡하거나 과도하게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은퇴 등 인구구조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주택정책은 여전히 과거 주택이 부족했던 시대의 투기억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주택의 양적 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된 지금 중․서민층이 주택을 보유가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어느 누군가는 주택을 보유하고 이들에게 임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인식은 분명 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주택양도세 감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강경하다. 시장의 기대와 판단에도 모순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DTI가 대책의 전부인 것으로 간주하는 세간의 평가도 아쉽지만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바라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이번대책에도 아쉬움이 크다. 이번 대책이 비교적 광의의 주택거래를 정책의 범위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주택시장 정상화로 시장과 정책의 관심이 옮겨져야 할 때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자소개: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부동산 시장분석 및 도시 및 주택정책과 관련된 연구 담당. 저서로는 “최근 주택공급 감소가 미칠 파급효과와 중단기 주택수급 전망”, “현행 거래량 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금융위기 이후 공모형 PF사업의 실태와 정책방향” 외 다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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