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13개월 만에 재개된 18차 남북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전사자로 처리되었던 국군포로 출신이 4명이나 북측 이산가족 상봉신청자로 포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2차~16차 이산가족상봉행사를 통해 가족을 상봉한 국군포로는 총11명으로 매회 평균 1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번에 4명이나 되는 국군포로가 신청자로 나왔다는 것은 북한 측의 의도를 궁금하게 하는 부분이다.
31일에도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진행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부터 11월 2일까지 또 다른 성격의 행사가 3일간 진행되었다. “제 2회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 해결 국제 연합 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한국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전후 납북자들의 모임인 '납북자가족협의회’ 그리고 일본의 '피랍 일본인가족회’ 등이 모여 북한의 납치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연대해 북한에 압력을 넣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행사였다.
지금까지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국은 적어도 12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의 납치피해자 가족뿐만이 아니라 태국과 루마니아의 피해자 가족들도 참가해 북한의 납치가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되었음을 증언하였다.
예를 들어 루마니아인 가브리엘 붐베아씨는 그의 누나가 1978년 로마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증언을 통해 누나인 도이나 붐베아씨가 북한에서 암에 걸려 사망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외국인 납북자들의 경우처럼 외국어를 가르치는데 쓰기 위해 북한이 누나를 납치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에서 누나가 숨지기 전에 아이 둘을 낳았다는데 조카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니시오카 츠토무 동경기독교대학 교수에 의하면 북한에 의한 납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라고 한다. 1)전쟁 중 납북을 시원으로 할 때, 2)전후 1976년까지의 '어선 나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인 납치’, 3)이후 김정일의 '공작원 현지화 교육을 위한 교관 납치’, 4)1990년대 후반 이후 '탈북자 지원자 등 북한에 대한 ’유해한 행위' 저지를 목적으로 저지른 납치’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납치범죄는 정권의 등장부터 현재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이들 납북자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납치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북한의 거짓을 세상에 알리고 가족들의 생사여부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할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크게 한 것이 없다. 일본의 경우 자국민의 납치 문제에 대하여 '개인의 인권’에서만이 아니라 '한 국가의 주권’문제로 접근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여론에 대한 계몽활동을 하여 국민의 80%가 북한에 대한 제재 발동에 지지표명을 한다고 한다. 또한 정부, 의회, 의원들에 대한 호소 등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정부가 피해자 구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고 한다. 실제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기관인 납치문제 담당대신을 임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때 북한으로부터 일부 납치피해자들이 귀국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단에 4명이나 되는 국군포로를 포함시킨 것은 이들의 문제를 공론화시켜 한국 측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자유를 산다’는 뜻의 독일어 '프라이카우프’ 모델이 생각나는 이유이다. 서독이 동독에 투옥되어 있던 정치범들을 송환시키기 위해 동독에 돈이나 광물 등 현물을 지불한 거래방식을 일컫는다. 물론 북한에 현금을 지원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분배의 투명성 요건을 갖춘 쌀 등을 지원하여 납치 피해자들을 데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안정을 위해서 북한은 주민들의 여론을 좋게 할 필요성을 느끼는 듯하다. 한국의 쌀 지원 등이 북한의 의도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납치피해자들을 구출하는 것 역시 시급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들이 무사히 돌아와서 북한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전할 경우의 이익도 작은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것도 북한이고 60년 동안 납치를 자행한 것도 북한이다. 김정일 정권이 이것들에 대해서 사과하거나 반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먼저 변화할 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이다. 우리정부와 국민들이 납치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북한이 먼저 손을 내민 지금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