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주 들은 말 중의 하나는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표현을 사용하라’이다. 자신의 의견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다양성이 존중 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한편으론 당연하게 한편으론 일종의 의무로서 이 표현을 받아들였다. '너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나 '야당의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라 여당과 다르다’라고 인식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햇볕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북한민주화가 그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장의 성격상 듣는 사람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햇볕정책’의 긍정성을 말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하였다. 10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는 북한을 보며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알았지만, 조금이나마 토론을 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햇볕정책’에 대해 다양성의 시각에서 다르다는 입장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생겼다. 나의 입장과는 다른 햇볕정책이 아닌, 완전히 틀린 인식 하에 시작된 햇볕정책임이 드러난 것이다.
햇볕정책으로 나온 것이 6.15 공동선언이다. 햇볕론자들의 마법 주술인 선언이 잘못되었음을 우리는 이번 연평도 포격에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장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김정은의 등장으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김일성이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것처럼 꾸며 우상화시킨 김정일처럼, 김정은은 김정일이 선군사상을 집대성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는 곧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처럼 북한의 독재자로 군림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통일을 지향시키기는 것이 아니라 3대 세습을 성공시키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자신을 포술의 천재로 선전하며 연평도에 유례없는 포격을 감행하고 말았다.
북한은 처음부터 변할 의도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남쪽의 사람들을 이용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핵개발과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한번 되짚어보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그렇게까지 강경정책이었나? 다만 퍼주기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을 뽑아준 많은 보수우파 사람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크게 만족감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북한 정권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변화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햇볕정책 시기인 1999년과 2002년에도 서해상에서 도발을 감행했고 올해에는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부자는 삼대를 가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를 상속할 뿐 돈을 관리할 능력까지는 상속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며, 당연히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 부자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독재에 관해서는 천재라고 하는 김정일보다도 더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김정일 사후에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의 입장은 더 난처해질 수도 있고 그의 손을 놓을 수도 있다.
학도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포화속으로’에서 주연배우 탑이 “이 영화가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자극이 되길 원했다”라는 말을 했었다. 전쟁은 그만큼 우리와는 거리가 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2010년 한국에 사는 모든 세대들은 포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으로 전쟁이 다른 세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이는 당분간 북한의 선전이 한국 사회에 잘 먹히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예전처럼 심하게 남남갈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이것을 김정은이 범한 실수 중의 하나로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