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1월 15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였고, 파업 19일째로 접어든 12월 4일 '현대차비정규직투쟁 지원 민중대회’가 서울, 울산, 전주에서 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이 현대차 글로벌 경쟁력의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한데다 노동계의 동정파업 가세로 한국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파업 관련 노사간 의견 분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이 빌미가 되었다. 대법원은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2년 11개월 동안 일하다 해고된 최모 씨의 해고를 놓고,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로 봐야 하고,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을 둘러싼 노사의 해석은 엇갈린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하여 명백한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중노위는 '현대차와 비정규직 노조는 서로 직접 고용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노동쟁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의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여 왔고, 노동계가 동정파업에 가세한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2심 판결이 진행 중이어서 현대차는 당장 최 씨를 고용할 의무는 없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최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의 3자 회동에서 쟁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안을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로 수정하기로 합의했고, 금속노조의 총파업 참여 여부는 조합원을 상대로 한 찬반투표 실시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은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그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사점을 정리한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이 주는 시사점
첫째, 2심 판결의 결과가 고용노동부의 해석대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불법’으로 밝혀지면 정부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비정규직 노조 파업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동계는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파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업체의 특성을 감안할 줄도 알아야 한다. 현대차 공장의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정규직 78%(3만186명)에 비정규직 22%(8374명)다. 비정규직 비율의 크기는 사업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자동차의 경우 판매 부진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의 편의상 비정규직 고용은 불가피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노조가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데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파업까지 벌인다면 앞으로 비정규직 고용마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은 정규직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다. 정규직 고용보호가 이처럼 심하면 기업은 해고가 어려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한국은 노무현 정부에서 성장이 더디고,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정치 이슈로 내세워 '지나치게’ 보호한 결과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제4조는 (①항의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②항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여, 비정규직 2년 고용은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게 했다.
소신 있는 국회의원이 없다
다섯째, 지나친 비정규직 보호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을 폐기하거나 2년을 3년 또는 5년으로 늘리는 것 등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에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국회의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