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정보다 시장통제 위해 화폐개혁 단행
화폐개혁 정책 밑바탕에 중국의 대북지원 깔려있어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반발감 축적 예상

지난 11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2009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은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 (주)데일리NK의 공동 주최로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화폐개혁 안 통하면 개성공단 폐쇄할 수도 있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조원 중앙대 대학원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발표에 앞서 북한화폐개혁이란 용어를 '11.30 화폐교환조치’로 정정했다. 북한은 신구화폐를 전환하는 것이 개혁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한 이조원 교수는 “북한당국은 아직 경제적 부분에서 견딜만 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11.30 화폐교환조치는 개성공단의 완전한 중단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과 미국과의 빅딜이 어렵다하더라도 남한을 볼모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 3~ 5월엔 핵실험이나 국지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측했다.


화폐개혁 단행 이유, 정치적 목적이 더 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경제와 군사경제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대부분 원조물자로 유지하기 때문에 자가운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이번 화폐교환조치는 경제적 조치로 보기보다 정치적 조치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은 북한의 시장을 통제하기보다 직접 시장에 현지지도를 나가 실정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11.30 화폐교환조치는 북한당국의 의도대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으며, 앞으로 그럭저럭 현상유지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발표에 이어 4명의 토론자들이 화폐교환조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나누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 화폐자체가 아예 돌지 않는다”며 이는 상품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장롱속 돈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폐개혁의 성공은 중국의 대북 지원에 달려있어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12월 한 달 동안 북중 교역량이 4.3억 달러”라며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이후 중국의 대북지원이 얼만큼의 규모인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화폐교환정책은 중국의 지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 교수는 “한국도 5만원 신권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었다”며 “자원이 부족한 북한은 최소 2004~2005년부터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기에 북한의 화폐교환이 오래전부터 계획된 정책”임을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의 화폐교환조치의 성공 가능성은 중국이 얼마나 대북지원을 약속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예견했다.

마지막으로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화폐교환조치가 시장통제, 인플레 억제, 국가의 자본 흡수의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인 반발감이 증가해 잠재적으로 축적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예측을 파악하여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 내부 통제를 위해 화폐개혁 단행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삼는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선군정치’와 '주체사상’을 내세우는 군사와 사상을 우선으로 하는 국가이다. 그래서 이번 화폐개혁을 경제 안정보다는 '시장 통제'가 목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구화폐와 신화폐의 교환비율이 100대 1이며 구화폐 교환 가능액수를 1가구당 15만원으로 제한했다. 15만원 이상의 돈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화폐개혁은 시장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 북한판 신흥부자들이 일부 권력 엘리트들과 손잡을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시장을 통제해 정권유지를 계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동욱 / 객원기자 (pado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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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이라 주장해
반정부 투쟁을 위한 도구로 국가보안법 폐지 이용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필요성 인정한 국가보안법에 폐지 주장 안 맞아


지난 5일 3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2009 국가보안법 폐지대회’가 열렸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주최한 '민주와 인권의 연을 날리자’라는 이날 행사에는 민가협양심수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연합, 범민련남측연합, 다함께, 아고라, 민주노동당 등 10여개 단체소속회원 100여명이 모였다. 당초 3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민참여 수가 적고, 참여단체인원이 늦어지자 20분 정도 지연되어 시작됐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소속 권오헌 명예회장의 대회사와 인권단체연석회의 명숙 활동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권회장은 “국가보안법은 수사기간의 자의적 판단으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그간 무수한 통일애국, 진보인사를 처벌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명숙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한다고 약속하더니만 우리를 감시하는 짭새(경찰의 비속어) 일자리 수만 늘려준 것 같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두 번째 발언으로 나선 서울통일연대 황선 집행위원은 “요즘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을 사수하려고 한다”며 “북한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에 진정성도 없는(풍선에 달러 넣어서 날리는 단체이므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 2009 대한민국 인권상을 내정했다”고 격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또한 인권상 시상식 당일 행사장 앞에서 반대집회가 예정되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선 다함께 최미진 운영위원은 “국가보안법은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행사 진행 중 국가보안법 피해자 발언으로 나온 세 사람.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민생본부 최석희 실장(기무사 사찰), 범민련남측본부 이경원 사무처장(범민련 사건), 사회주의노동연합 박준선 활동가(사노련 사건)이다.

최석기 실장은 “앞으로 이명박 정권 3년만 참으면 그 뒤엔 뒤집어 진다”며 이명박 정부를 몰아내자는 구호로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이경원 사무처장은 “국가보안법에 8000만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며 “구속뿐만 아니라 숨을 쉬는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언자인 박준선씨는 “나는 지난주 금요일에 출감했다”라며 “2번의 구속영장기각을 막아 준 건 여러분들이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국가보안법의 존폐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여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발언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지난 달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불거져 존치 여부를 논의해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 제 7조 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바 있다.

헌법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60년간 유지돼온 국가보안법에 대해,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이란 이들의 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정부 투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상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 정권을 반대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가 다수 시민들의 공감을 사기는 어려워 보였다.●

문동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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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파업농성 다큐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 시사회 열려
협력업체나 전체 직원 아닌 파업 노조원의 관점으로만 바라봐
민주노총, 쌍용차 노조 탈퇴에도 계속 투쟁 주장해

지난 11월 17일 국회의원회관 1차 시사회에 이어, 24일 6시 서울 중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저 달이 차기 전에> 2차 시사회가 진행됐다. 따미픽쳐스 첫 번째 장편영화인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농성 모습을 마지막 2주간 밀착 촬영해 만든 영화다. 이번 시사회에는 약 150명이 참여했으며 영화는 1시간 반 가량 상영됐다.

쌍용차 노조 파업 다큐 영화, 경찰과 노조원 모습 담아

영화 상영 전 취재 기자인 홍민철 기자와 영화를 제작한 김도균 프로듀서, 그리고 서세진 감독 등 관계자들의 인사가 있었다. 홍민철 기자는 “(영화를 보고나서) 부채감을 느끼는 사람, 새롭게 아는 사람 등이 있을 것”이라며 “2009년 대한민국 여름에 발생한 일임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 김도균 프로듀서는 “첫 번째 장편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입소문이 나서 국민 모두가 쌍용 자동차 노조원의 현실을 알려내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서세진 감독은 “왜 그들이 77일간 싸워야 했고,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지 알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인사를 마쳤다.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파업 61일째인 7월 22일 저녁 <민중의 소리> 홍민철᠊장명구 기자의 잠입취재로 시작된다. 영화는 경찰᠊사측의 지속적인 공격 장면과 노조원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경찰의 최루액 살포와 사측이 대형 새총을 쏘는 장면에선 관객 몇몇은 소리를 질렀다. 또한 야간에 경찰이 방패로 바닥을 치는 소리와 사측이 틀어놓은 노래가 노조원들의 신경을 자극 하는 장면이 보이자 관객들 사이에서 “저런 나쁜 놈들 어쩜 저럴 수 있느냐”는 소리가 들렸다.

파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생활모습도 영상에 보여졌다. 파업 60일이 넘으면서 한 덩이 주먹밥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노조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드럼통 2개와 판자를 이용해 화장실을 만들어 불편하게 사용하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저녁에 달을 보며 “저 달이 동그래지기 전에는 끝나야 할텐데...”라며 한숨을 짓는 노조원의 한탄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파업 노조원의 과격한 투쟁, 관객 공감 못해

하지만 파업 노조원들의 지나치게 과격한 투쟁 모습을 담은 영상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노조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쇠파이프와 화염병, 그리고 거대 새총으로 경찰을 공격하는 장면과 커다랗고 날카로운 쇠스프링을 준비해 공격하는 장면 등에서는 “저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관객들의 속삭임이 나왔다. 또한 경찰과 대치하던 중 노조원의 화염병에 의해 도장 공장 화재가 발생하자 경찰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욕을 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노조의 77일간의 파업을 노조원들의 관점에서 제작됐다. 물론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당시 상황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다는 점은 꽤 유용한 정보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파업 노조원 600명의 관점으로만 이 사태를 바라봤다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영화 어디에도 희망퇴직자 1534명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쌍용차 직원 5000명, 그리고 쌍용차 납품업체 600곳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다.


민주노총, 쌍용차 노조 탈퇴에도 계속 투쟁 주장해

지난 9월 쌍용자동차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탈퇴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해 78.3%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그리고 같은 달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와는 분리된 새 노조 집행부를 선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전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총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으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당당하게 투쟁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와 쌍용차 자본에 맞서 싸우겠다’고 외치고 있다.

“아직도 158명은 지금도 복직투쟁중이다”라는 영화 엔딩 크레딧은 민주노총의 주장과 오버랩 되면서, 과연 그들의 투쟁이 쌍용자동차 전체 노동자를 위한 투쟁인지, 민주노총을 위한 투쟁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

문동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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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 '학살전쟁’ 등의 자극적인 구호로 시민들 호도
지역의 실상도 모르고 지방재건팀의 활동성과도 무시한 발언들 난무
설득력도 없는 맹목적인 '반미’를 위한 모순된 재파병 반대 집회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 한 손에는 단체 깃발과 '점령중단 재파병 반대’라는 피켓을 든 약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재파병 연석회의)’ 주최 '11.14반전평화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행사장 주변에는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 한미 전쟁동맹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점령군’이란 단어 반복하며 아프간 파견에 부정적 이미지 씌워

“불의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힘을 아프간 파병 철회를 위해 함께 하자”며 사회자는 집회 시작을 알렸다. 첫 연사로 나선 사람은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 이 의원은 “미국이 파병을 정식 요청한 적도 없는데 왜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영국과 독일도 파병을 철회하고 나서는 판에 이명박 정부가 파병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군이 지역 재건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점령군의 성격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30일 아프간의 안정과 재건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방재건팀(PRT)요원을 확대하고, 이들을 보호할 군과 경찰 경비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부는 파견 병력은 비전투병력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PRT의 활동은 점령군의 성격을 버릴 수 없다’며 점령군이라는 용어를 집회동안 계속 반복하며, PRT 파견에 대한 군사적 이미지를 씌우고자 노력했다.

PRT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성과 무시한 발언 늘어놔

또한 '재파병 반대 연석회의’는 '점령군의 모자를 쓴 재건은 올바르고 효과적인 재건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아프간에서의 PRT의 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를 무시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미국 독일 스웨덴 등 14개국이 아프간 34개주 중 31개주에서 26개의 PRT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와 병원을 건립해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아프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02년 파견된 한국의 동의 부대도 5년 10개월의 파병기간 동안에 25만 9천여 명을 진료했다. 동의 부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아프간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섰으며, 세 시간이 걸리는 길을 걸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재건팀이 점령군의 활동이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동의 부대의 진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면서 기다렸던 아프간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쉽게 반박될 수 있다.

'반미’를 위한 아프간 파병 반대, 모순된 주장에 불과해

이 의원에 이어 단상에 선 한국진보연대 정대연 집행위원장은 발언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정 위원장은 “파병을 철회했다가 재파병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권이 미친 짓은 다하지만 하다 하다못해 이런 미친 짓 중에서도 미친 짓”을 하고 있다며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세계 2류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미국에 빌붙어서 뭔가 떡고물을 받아먹으려는 맹목적인 아프간 학살 전쟁에 국민이 휩쓸려야 하느냐”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익도 없는 미친 짓, 사기극을 막아내자”고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아프간 전쟁이 학살전쟁’이라 소리를 높였지만,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라는 비판이 많다. 아프간 전쟁은 유엔의 승인을 얻어 다국적 연합군이 전개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유엔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하면서, 유엔의 승인을 얻은 전쟁 역시 학살전쟁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는 '반미’를 위한 자기모순적인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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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 고민해야

집회 참가자들은 '이명박의 학살전쟁 지원 반대’, '죽음을 부르는 전쟁과 파병 반대 한다’, '한미 전쟁 동맹 폐기하라’, '국익보다는 인간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서울역에 나온 한 대학생은 “아프간 주민들을 탈레반으로부터 보호하고 아프간의 재건을 돕는 일도 인간적인 일”이라며 주최 측이 “'학살전쟁’, '죽음을 부르는 파병’ 등 너무 자극적인 말로 시민들을 호도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반미’, '반 이명박 정부’라는 도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보지 못하는 '재파병 반대 연석회의’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냉혈한’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이전에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윤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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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자유기업원은 활자대신 영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넘어 액티비즘을 지향하고, 적극적인 모금을 통해 풀뿌리 싱크탱크의 자생력을 기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첫 번째, 방송 사업을 본격화해 작년 12월 1일 개국한 프리넷 뉴스를 통해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보급에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본격적 방송국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조직을 만들어 자유의 철학이 녹아있는 스토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자유사회 유지를 위해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풀뿌리 싱크탱크를 만들겠습니다. 올해 목표는 10억원이며, 모금 총액의 70%는 프리넷 방송 제작에 사용하고 30%는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연대를 통해 자유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2010년 자유기업원의 새 모습을 기대해 주십시오

자유기업원의 임직원 일동이 자유기업원의 이메일 회원 여러분께 새해 인사 올립니다. 경인년 한 해 뜻 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은 자유기업원에도 큰 변화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1997년 설립 이후, 저희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허브에 서서 그분들의 사상과 글을 세상에 전파해 왔습니다. 정부와 여론을 비평하는 글이 주류를 이루어왔습니다. 또 대학생들에게 자유시장경제의 사상을 교육해 왔습니다.

이제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활자 대신 영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넘어 액티비즘(activism)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또 주어진 예산에 안주하기 보다는 적극적 모금을 통해 그야말로 풀뿌리 싱크탱크의 자생력을 기르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여러 가지의 새로운 사업과 활동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방송 사업을 본격화하는 일입니다.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보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은 너무 좌편향 되었거나 인기영합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신문 시장에서의 판도와 비교해 보신다면 그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신문시장에서는 소위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3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좌파 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소비자의 준엄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러나 방송 시장에는 전혀 판도가 다릅니다. 오히려 시장경제를 말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원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새로운 방송사들이 등장하면 판도가 꽤 달라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들 역시 인기영합주의로 흐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방송 콘텐츠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겠습니다. 예전에 신문사의 언론인들이 시장주의적 관점이 뭔지 궁금할 때는 자유기업원의 글을 참조하곤 했습니다.

이제 자유기업원은 방송에서도 그런 역할을 자임하겠습니다.

그럴 목적으로 2009년 12월 1일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프리넷 뉴스(프리넷.kr 또는 fntv.kr)를 개국했습니다. 아직 방송국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콘텐츠가 부족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쌓아가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본격적 방송국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서 스토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영상물을 제작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스토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자유의 철학도 녹아 있는 스토리가 마련되어야 영상도 제대로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스토리 비즈니스를 위한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프리넷을 위한 스토리도 만들겠지만 다른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의 새로운 사업은 본격적인 모금 활동입니다. 자유 사회는 자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노력으로만 이어져갈 수 있습니다. 이제 자유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본격적인 모금활동에 나설 것이며,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나 영국의 IEA,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처럼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 풀뿌리 싱크탱크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가 내는 목소리도 더욱 힘이 있어질 것입니다. 올해의 모금 목표는 10억 원입니다. 모금 총액의 70%는 프리넷 방송의 영상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30%는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생각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자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겠습니다. 뿔뿔이는 보잘 것 없지만, 힘을 합친다면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금 총액의 30%를 자유진영 시민단체들과의 활동에 사용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벅찬 도전들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경제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꼭 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그 일을 올해 저희가 시작하겠습니다. 새롭고 낯선 것들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2010년은 여러분과 저희가 모두 뜻하는 일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새해에 풍성한 복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자유기업원 임직원을 대표해서 원장 김정호가 씁니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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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소금융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행되던 것을 우리나라상황에 맞춰 접목하고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제도가 방글라데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제도 미발달로 인한 자금조달을 할 수 없어 사업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계층이 많았고, 또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진 여성이 주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개발국이 아니므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활사업이므로 자선사업 위주의 운영은 안되며, 외국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책임성 제고와 교육·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에 미소금융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영어의 마이크로 크레딧을 어감이 좋도록 번역한 이 제도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작하여 실행되던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접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도권 금융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서민 내지 빈민들에게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립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시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Yunus 교수가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시작한 그라민 은행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794만 명(여성이 97%)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56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중남미와 인도 등으로 확산이 되었고 UN은 2005년을 '세계 마이크로 크레딧의 해’ 로 선포하여 이 제도를 확산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의 미소금융제도와 저개발국 '그라민 은행’의 차이점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이를 주도하면서 민간이 이에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딧이 시작된 것은 대략 2000년 근처로 보면 된다.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등이 주축이 되어 민간기부금으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여 약 30여개의 기관이 이를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08년 3월 휴면예금을 기반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설립되면서 서민소액대출의 재정지원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 현재 6,800여명에 대해 470억 원 정도가 지원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잠재적 고객으로 간주되는 계층은 개인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의 계층이다. 이는 기존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받기 힘든 계층인바 이 등급에 해당하는 계층의 숫자를 좀 더 자세히 보면 2007년 말 766만 6천 명에서 2008년 말 816만 천 명으로 1년 사이에 50여만 명이 늘어났다.

현재 미소금융제도는 민간차원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장려하여 시행하기 시작하였고 향후 10년간 약 2조원 규모로 이를 확대하여 운영하면서 취급 법인을 200개 내기 300개까지 늘여갈 것으로 보인다. 대출대상은 영세사업자 전통시장상인 프랜차이즈 창업자 등이며, 금리는 연 4.5% 대출한도는 무등록 사업자, 등록 사업자, 창업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각각 한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여야 하며, 보유재산이 8,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소위 신용불량자 즉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제외된다. 창업자금의 경우 50%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나머지 50%를 지원하는 소위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제도가 저개발국에서 시작된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저개발국의 경우 금융제도 자체가 잘 정립이 되어있지 못한 상태에서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잠재적 계층조차도 자금조달의 기회를 아예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계층에게 약간의 자금지원은 펌프질을 할 때 처음 부어서 펌프물이 잘 나오도록 하는 '마중 물’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저개발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개발로 인해 작은 사업기회가 의외로 많을 가능성이 높고 저개발로 인한 저물가로 인해 작은 돈이라도 구매력은 상당해서 간단한 자영업을 시작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자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 제도의 발상지인 방글라데시에서 주로 여성에게 지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개발국의 기혼여성의 경우 자녀양육 등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성이 존재하므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미소금융제도,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저개발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을 넘보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사업기회는 점점 포화상태로 가면서 신규사업을 시작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또한 시작은 하더라고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소금융지원의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 '무등록사업자대출부문’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500만원 까지 신용대출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500만원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과연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노점이나 포장마차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요즘 밤거리에 포장마차는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포장마차나 노점상은 세금을 내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계층인데 이러한 계층을 정부가 주도하여 양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이 되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및 창업임차보증금 대출의 경우 사업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창업자금의 50%가 미리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업비용이 총 5,000만원이라면 2,500만원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미소금융 신청자의 60% 정도가 이러한 창업자금을 원하는 계층이므로 '50%룰’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는 자선이 아닌 자활사업이므로 이 제도가 빈곤층에 대한 현금지원을 하자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운영해가려면 대출 받은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출상환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를 공돈처럼 여기면서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장벽을 만들어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활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기존금융기관과 거래가 가능한 계층인 셈이고 자활능력이 없는 계층은 거꾸로 이 제도 하에서마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개의 극단에서 어디를 취하여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고민스런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능력면에서도 소규모창업을 하여 이를 지속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이에 성공하여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사업에 이미 실패하였거나 혹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서민들이 이러한 자금지원을 받는 다고 할 때 성공의 가능성이 낮은 부분도 문제가 된다. 결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나 외부조건이 열악하여 사업성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소액대출이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심스런 측면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내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운영이 되어야 할 여지가 다분하다.

외국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실제로 다른 선진국의 예를 보면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과 함께 교육과 컨설팅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고 물가가 낮아 소액자금의 구매력이 높은 저개발국이 아닌 경우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자금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요소가 갖추어져야 하므로 선진국의 경우에 부대적인 조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잘 감안하여 시민단체 혹은 비영리사단법인 등과 제휴를 하여 마이크로 크레딧의 수혜를 받는 계층에 대해 다양한 부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가 민방위 훈련 식의 형식적 교육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해 나가야 한다.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닌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등장하거나 복귀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면이 잘 참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시민단체와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는 바 이러한 고리를 잘 만들수록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시티은행이나 BOA같은 유수한 제도권 은행도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들은 멕시코 같은 신흥시장국의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여 이윤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향후 동남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진 우리나라 은행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예를 볼 때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주로 여성들에게 제공이 되고 있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MIX(Microfinance Institution Exchange)의 자료를 보면 2008년 현재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수혜자중 67%가 여성인데 이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규모가 작으면서 지속적으로 알차게 수익을 올리는 업종은 주로 요식업종에 분포되어 있고 이런 면에서 기혼여성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들은 자녀양육을 병행하면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이를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분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소금융제도가 자금 대출 뿐 아니라 경영컨설팅까지 해 준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바 이 부분에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의 제도가 시행되어 정착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제도는 우리 경제 내에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 제도가 금융소외계층의 목마름을 적실 수 있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저자소개: 윤창현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파생금융상품론’, '자본시장통합법시대 4천만의 이슈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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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병원 허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개방형병원의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의료법은 의료인들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일반인이나 회사는 병원을 설립할 수 없도록 엄격한 진입규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진입규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투자 재원의 유입과 의료 공급자간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에 기댄 무소신으로 또 다시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이 무산된다면, 의료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투자개방형병원의 허용을 둘러싸고 이해하기 힘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물론이고 찬성하는 측까지 과장되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고, 심지어는 연립정부도 아닌 다수당 단일 정부 내에서 상반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국가 경제와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하는 편협한 몰이해와 의료의 '비영리성’이라는 국민의 막연한 환상과 우려에 기대는 포퓰리즘이 합리적 정책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차별적 진입제한 규제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시장

알다시피 우리 의료법은 의료인은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데 반하여, 일반 시민과 상법상 회사는 병원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의료서비스 시장에의 차별적 진입제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입 규제는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quality) 저하를 예방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의료법에서 진입규제를 부과하는 이유를 굳이 들자면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쟁점은 과연 이러한 진입규제가 합리적인 규제목표를 갖고 있는가? 만약 규제목표가 합리적이라면 규제목표에 합목적적인 규제수단인가? 하는 점을 규명하는 일이 된다.

첫째, 과당경쟁을 이유로 일반인과 영리법인의 의료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의 목표와 수단 양 측면 모두 합리적이지 않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진입 총량을 규제할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의료서비스 요구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건강보장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반구조인 의료서비스 산업에의 참여자와 투하 자본이 더욱 증가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던 수십 년 전부터 현재까지 동 규제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은 동 규제의 목표가 과당경쟁의 예방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설혹 과당경쟁의 방지가 진입제한 규제의 합리적 목표인 경우에도, 설립 주체의 성격을 따질 것 없이 의료서비스 시장 진입의 전체 총량을 규제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진입제한 규제는 목적에 어긋나는 불필요한 규제일 수밖에 없다.

둘째, 동 규제가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 목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규제수단인가? 매우 회의적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종합병원의 16.3%, 병원의 56.9%, 그리고 거의 모든 의원이 의료인 개인 소유의 영리(for-profit) 의료기관이다. 개인 의료기관의 경우 이익배당이나 재산 처분 등에 관한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법적, 실체적 영리의료기관은 광범위하게 실존하는 셈이다. 이처럼 의료인 개인에게 영리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를 이유로 일반인 및 영리법인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근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차별적 규제일 뿐이다.

진입규제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

민간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실제 행태에 비영리성이 실제로 발현되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민간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경우 기본재산(자기자본)만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다수가 상당액의 차입(타인자본)을 통해 투자 및 운영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활동에 의해 발생한 이익을 타인자본 조달의 비용인 이자를 갚는데 충당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이익을 이자를 갚는데 충당하는 행위는 영리법인인 회사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데 사용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자 상환의 부담은 이윤 배당의 부담에 비할 바가 아니므로 필요하다면 영리의료기관 이상의 영리행동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간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기부금 등 별도의 수입이 존재하지 않는 한, 비영리나 영리를 막론하고 이자 변제 또는 이윤 배당을 위해, 그리고 재투자 재원의 확보를 위해 이윤추구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업 활동의 내용에 있어서 영리, 비영리 의료기관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의료소비자가 동네 병원을 이용할 때 개설주체가 개인(영리)인지 의료법인(비영리)인지 분별해 가면서 이용하는가?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민간이 90% 이상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의료의 현실에서 “의료의 비영리성”을 진입제한 규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망하다. 진입제한 규제 보다는, 일반인 및 영리법인 개설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공공성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유인 및 방안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정교하게 마련하고, 더욱 엄밀하게 집행할 수 있느냐에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가 달려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현재의 의료기관 개설 주체 규제는 규제의 목표, 수단 모두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불합리한 규제가 우리 의료, 그리고 의료소비자인 대다수 국민에게 주는 해악은 결코 작지 않다. 일반인과 영리법인의 참여를 부당하게 가로막아 소비자를 향한 의료공급자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되고 왜곡된 투자개방형병원 부작용

최근 발표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공동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의료서비스 시장의 진입규제를 개혁하여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부가가치 및 고용이 창출되는 등 산업적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갈등과 혼선을 빚는 것은 개혁이 빚을 부작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잘못되었거나 과장되어 있다.

'중소병원 몇 곳이 폐쇄된다’가 중요한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한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은 필연적으로 의료공급자의 총량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공급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공급자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시장진출입이 자유로우면 공급의 공백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되는 것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무엇을, 누구를 염려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비 증가 우려 역시 매우 왜곡되어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 정부에서 정한 건강보험 수가가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 환자 진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건강보험의 수가 규제로 현재 개인(영리)병원이나 의료법인(비영리)병원이나 환자 진료비에 있어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물론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으로 의료공급자가 증가하게 되면 전체 의료비는 증가할 수 있다. 3분 진료에서 5분 진료, 10분 진료로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하고, 그러자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가 세심하게 관리하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보 제공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증가하는 의료비가 가치 있게 쓰여지도록 하면 현 단계에서 의료비 증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의료비가 증가하는 이상으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큰 염려는 저소득계층의 의료이용이 부당하게 제약받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 이러한 염려 역시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투자개방형병원이 '2배에서 4배까지 진료비를 올려 받을 수 있다’면 마땅히 우려할 만하다. 그러나 전제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제도 하에서처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유지되는 한 투자개방형병원의 진료비도 현재의 개인(영리) 병원과 전혀 다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은 의료서비스 산업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투자 재원의 유입과 의료 공급자간의 실효적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혁신 수준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의료소비자 요구에 부응하여 더욱 큰 가치와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의 환상에 젖은 무모하고 대안 없는 비판과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 그리고 포퓰리즘에 기댄 무소신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한, 우리 의료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

이기효 _ 인제대 보건대학원장

저자소개: 이기효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병원경영학회 정책연구이사와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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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또 다시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노동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협의안을 만들었으며, 한나라당은 협의안 보다 더 나아간 노조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안 모두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합의안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고, 한나라당 안은 임금을 받는 노조활동 범위를 더 넓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더 이상 유예해서는 안되며, 현행 법 대로 시행되어야 된다.

노조에 발목이 잡혀 13년 동안이나 유예되어 온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2010년부터 실시될 예정이자 정치권과 노동계가 협상을 하느라 최근 바쁘게 움직여 왔다. 그런데 그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다시 '유예’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친노정책을 편 이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유예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지만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유예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 같아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노조의 막강한 파워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가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다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141개국 가운데 113위로 추락하여 국가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유예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 앞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타임오프제가 포함된 노사정 합의안 문제있다

출발은 좋았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지난 10월 1일 취임식을 갖고, '13년이나 미루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올해는 꼭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후진적 노사관계 틀을 바로잡는 핵심 개혁과제”라고까지 말했다. 이를 놓고 노조측은 거부 반응을, 사용자측은 환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노동부장관의 생각대로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우려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노조전임자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는 원안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계속해서 노조관계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2009년 12월에 들어와 정부와 노동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으며, 12월 4일에 노사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이 유예되어 2010년 7월부터, 복수노조 허용은 2년 6개월이 유예되어 2012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실시 조건으로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었다. 타임오프란 사측이 노조전임자의 임금 전액을 주는 것을 금지하되 노조 간부가 노사교섭, 근로자 고충처리, 산업안전 조사 등 노무업무를 위해 활동한 시간만큼은 임금을 주는 제도다.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의 경우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조합비로 전임자임금을 전액 보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1~2명의 전임자는 둘 수 있도록 시행령에 장치를 마련키로 합의되었다고 한다. 임태희 노동부장관도 간담회에서 이를 밝혔다.

정치적으로 변질된 한나라당 노조관계법 개정안

그런데 타임오프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은 새로운 불씨를 남겨놓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시점에서 대기업이 파업을 통해 대기업의 경우에도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철폐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관련해서는 실시 시점이 2년 6개월 연장된 2012년 7월부터인데, 이 무렵에는 대한민국 전체가 대선 열풍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우파․좌파 가릴 것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노동계를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고,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 유예 또는 철폐를 놓고 맞설 것이 뻔하다.

가관인 것은 민노총이 제외된 채 이루어진 노사정 합의안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관련법 개정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관련된 노사정 합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안에 담긴 타임오프제보다 임금을 받는 노조활동 범위를 더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다. 즉, 한나라당의 노조법 개정안 24조3항은 '노조전임자는 시행령으로 정해진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 처리, 산업 안전 등의 활동을 할 때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인데, 이대로라면 노조전임자에게 사실상 현재처럼 임금이 지급되리라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13년 동안이나 유예되어온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2010년 실시를 앞두고 정치권과 노동계 사이에 전개되어온 내용을 평가할 때,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외치던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노조관계법, 현행 법대로 시행해야

철도파업이 2009년 12월 3일 8일 만에 '백기투항’한 것은 법과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다. 철도파업을 주도한 40명 노조 간부 가운데 12명이 해고자였다고 한다. 철도공사 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복직을 위해 노조를 앞장세워 국민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투쟁을 벌이자 이명박 대통령이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법이 준수돼야 한다’고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철도파업은 쉽게 끝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법과 원칙 고수를 통해 노조의 불법파업을 해결한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거릿 대처가 집권한지 5년쯤 지난 1984년 3월 6일 석탄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국영석탄공사가 대처의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1985년 중에 채산이 맞지 않은 탄광 약 20개소를 폐쇄․통합하고 직원 2만 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노조측에 제시한 것이 파업의 발단이었다. 노조위원장 스카길은 2회에 걸쳐 파업권 확립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투표를 실시했으나 실패하자 각 지부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전국적 파업 전술을 채택했다. 파업은 363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대처는 석탄을 몰래 수입해놓고 석탄노조의 파업에 대처했다. 석탄노조가 363일 동안 끌어오던 파업은 스카길 위원장이 드디어 “여러분, 투쟁은 물론 계속합니다. 그러나 파업은 끝입니다”라는 선언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스카길은 1974년 전국탄광파업을 통해 당시 보수당 히스 정권을 무너뜨린 '제왕’ 같은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러한 그가 '법과 원칙을 고수한 철의 여인’ 대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뉴질랜드도 교훈을 준다. 영국인들은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초부터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노동자를 특수상품으로 우대하면서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도입했고, 같은 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고, 1916년 노동당을 창설하여 1935년 집권에도 성공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이로 인해 뉴질랜드는 노조천국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뉴질랜드는 노동시장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였다. 그러다가 볼저 수상이 1991년 '고용계약법’을 도입하여 10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 바꿔버렸다. '합리적인 법 도입과 법 고수’로 뉴질랜드는 노동개혁에 성공하여 지금은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한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정치권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잘못된 과거가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도입이 그렇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건 최대 선거 이슈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후 가진 대국민 첫 TV성명에서조차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도입하려 했으나 노사정위원회가 파행만 거듭하자 법 도입을 국회로 떠넘겼다. 비정규직 법안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발의 후 1년 4개월 동안이나 표류하다가 급기야 지방선거와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둔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야합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06년 2월 27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 후 이 법안은 2007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2006년 11월 30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한 정치가는 별로 없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그동안 정규직은 감소한 채 비정규직만 증가했고, 2009년 7월 이후에는 비정규직 대란이 일어나 비정규직마저 감소했다는 사실을 정치가들은 기억해야 한다.

입법을 담당하는 정치가들이여! 법과 원칙을 지켜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또 유예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독일만큼이나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다.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박동운 /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저자소개: 박동운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CEO 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시장경제이야기 Q&A」,「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 대처리즘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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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에 맞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이 노조의 일방적인 파업 철회로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철도공사 출범 이후 영업손실은 2373억원에서 2008년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조 4천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공사의 경영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 정도 적자 상태의 민간기업이었다면 이미 파산했을 것이지만, 100% 정부출자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경영안정지원을 받거나 자산매각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철도공사의 영업 손실은 과다한 인력과 조직규모, 가격규제 같은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 때문이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경영혁신은 불가피하며, 철도공사 노조도 경영혁신의 노력에 동참해야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한 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은 노조의 일방적인 파업철회로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파업은 공기업을 개혁하려는 정부에 맞서 철도공사 노조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정부는 예전부터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임금 복지비용을 지불하는 공기업의 경영 혁신을 위해 노력하여왔다.

철도공사 경영상태, 민간 기업이라면 파산했을 것

국영철도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01년에 철도의 민영화를 전제로 철도산업발전 및 구조개혁을 위한 법률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반대에 직면하여 정부는 민영화를 포기하고 철도운영의 공사화로 타협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경영효율화의 근본적인 해결대안으로 미흡하므로 중장기적으로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2005년 철도공사가 출범 한 이후 경영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었다. 2005년 영업 손실은 5천 373억 원이었는데, 작년에는 7천 37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 2008년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조 4천억 원에 이른다.

이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민간기업이라면 파산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100% 정부출자기업인 철도공사는 정부로부터 경영안정지원을 받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이를 메우고 있다. 형식상으로 철도공사는 작년에 5천억 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냈는데, 이것은 용산 역사의 매각 등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산의 매각에 기인한 것이다.

철도공사, 영업 손실의 원인은

철도공사의 영업 손실을 초래한 요인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철도공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격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정부 정책에 따라 적자노선을 운행하거나 공익서비스를 제공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으로만 영업 손실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다른 나라의 철도회사도 우리 철도공사만큼 규제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철도공사와 외국의 철도회사를 비교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게 고용 인력이다. 영업거리 당 인력을 비교하면 인력이 너무 과다하다. 2007년 미국에서 운행하는 10개의 철도회사의 영업 거리 당 고용인원은 1Km에 약 0.75명이다. 프랑스 국영철도도 1Km에 약 5.6명이다. 이에 비하여 작년 말 기준으로 철도공사는 9.7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에서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5년에는 35.9%에서 2008년에는 44.1%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비하여 일본이나 독일 등 국가에서 철도운영사의 인건비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철도공사가 제출한 국정조사 자료에 따르면 동 일본 철도회사는 2005년 38.1%에서 2008년 34%로 낮아졌으며, 같은 기간 독일의 경우는 33.2%에서 29.6%로 낮아졌고 국영철도인 프랑스는 47.6%에서 43.6%로 낮아졌다.

철도공사의 경영 악화는 근본적으로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영진들은 경영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어렵게 하였다. 작년에 영업적자가 확대되었지만 이를 자산 매각으로 충당하여 당기순이익이 늘어나자 성과급을 거의 500% 가까이 지급하였던 것이다. 물론 노조의 요구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경영진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철도노조도 경영혁신에 동참해야

철도 공사의 경영혁신은 불가피하다. 인력과 조직을 감축하는 것만이 경영혁신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16조 원을 넘어서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어야 하고 철도운임에 대한 규제도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다한 인력과 조직의 정비를 제외하고 경영 개선을 이룰 수는 없다.

철도 노조도 이러한 경영 혁신의 노력에 동참해야 자신의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영혁신으로 당장의 일자리는 줄더라도, 장기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난다. 더욱이 국민들도 이제는 자신의 세금으로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이번의 철도노조의 파업을 경영 혁신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것이 납세자뿐 아니라 철도공사의 노사에게도 도움을 주는 길이다. ■

정기화 / 전남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정기화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사회정의와 사회발전』, 『한국법의 경제학(공저)』, 역서로는 『법경제학(Richard Posner)』 등이 있다. 연구 분야는 공정거래법, 법경제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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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계좌추적권 등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예고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벗어나고 있지 못한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감안할 때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부패를 없애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며,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까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국가권력의 판단에 따라 사적 영역에 간섭을 증가시켜 자유를 위협 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국민권익위원회를 '봉사하는 권력’이 아닌 '군림하는 권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 부패척결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의 부패척결은 한 국가공동체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기에 일찍이 16세기 피렌체의 정치사상가였던 마키아벨리는 부정부패와 절연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부정한 공직자에 대해 10년에 한 번씩 뇌리에 남을 만큼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였다. 또한 세계의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21세기형 선진국의 비결이라면 '깨끗한 국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이처럼 깨끗한 국가가 될 수 있는데 특별한 왕도(王道)는 없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공직자들이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한다는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의 준칙을 금과옥조로 삼고 살아가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직사회 투명도, 경제발전 수준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물론 정치인이나 공직자라고 해서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아가야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이유는 없을는지 모른다. 공직자도 가정을 가진 사람인데,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아가라는 주문은 너무 가혹한 요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반칙과 부정을 일삼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최소한 정직과 공정성을 좌우명으로 삼는 '배부른 소크라테스’로 살아간다는 점이 선진국가 공직자들의 일반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공직사회의 투명도는 세계10위권의 경제발전 수준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증거는 많다. 국민국제투명성기구가 몇 주 전에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 지수를 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39위였다. 작년에 비해 순위는 40위에서 한 단계 올랐지만 점수가 5.6점에서 0.1점 하락해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 정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이 7.04인데 비해 우리는 2005년에 겨우 4점대를 넘어 5점대에 진입한 이후 계속 정체상태다. OECD에서의 순위는 22위로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하위 그룹에 속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내의 다른 조사결과도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12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한국 공무원이 부패했다'는 응답자가 50.5%, '부패로 인해 기업 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됐다'는 응답자가 58%에 이르렀다. 또한 작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중 2명이 최근 1년 사이에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공무원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34.8%), '관행상 필요해서'(25.9%), '업무 처리에 따른 감사 표시'(15.6%)였다. 국가기관의 조사결과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훨씬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의 공직자들에게 하나의 정체성처럼 따라다니는 요소가 있다면, 부정부패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부정부패를 오랫동안 하나의 '필요악’ 혹은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치부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정보화 사회의 흐름과 더불어 비교적 투명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선거도 비교적 깨끗한 풍토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부패척결 의도는 좋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일련의 의문들을 제기한다. 정치를 하는 데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들며, 또 사업을 하는 데 사업비용 말고 공무원에게 암암리에 갖다 주는 돈은 왜 그렇게 많은가. 왜 대가성 뇌물이나 보험성 뇌물 없이 이 사회에서 사업을 할 수 없고 살아갈 수 없는가. 같은 공사를 같은 회사가 해도 국내에서 하기보다 해외에서 하는 것이 더 쉽고 더 튼튼한 공사를 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점들 한 가운데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부패 척결을 위해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에 대해 그 의도의 순수성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주요 기능중 하나라면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권익위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부패조사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패 신고를 받고도 효과 있는 조사를 못하는 현실이라면, 어떻게 맡는바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최근 권익위가 조사권을 강화하겠다며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다. 그 주요내용이라면 영장 없이 공직자의 계좌를 추적하고, 청렴도 평가를 위해 자료를 요구하며, 권익위의 위상도 총리실에서 대통령 산하로 높이는 방안 등이다. '백년하청(百年河淸)’처럼 오랫동안 우리사회가 벗어나고 있지 못한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감안할 때 강력한 수단과 제재를 통해 부패를 없애야하겠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갈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생각해야할 점이 있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그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수단이 정당한지는 따져 보아야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규범이다. 뿐만 아니라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까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권한강화로 부정부패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 자만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시스템이론가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단순계(simple system)’가 아니라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단순계’란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비하여 '복잡계’란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기보다는 하나의 원인이 여러 개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가하면, 또 하나의 결과는 여러 가지의 원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단순히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탐욕',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레오넥시아(pleonexia)'라고 불렀던 현상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인·허가권과 더불어 권력의지, 또한 그들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속을 차리려는 일반 사업자들의 탐욕까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현상이 부정부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관한 문제는 '정체적인 개념’보다는 '순환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 '순환(circle)’이란 하나의 현상이 그 자체로 하나의 원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로도 존재하여 다른 현상과 고리의 관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순환에는 '선순환(virtuous circle)’과 '악순환(vicious circle)’이 있다. '선순환’은 그 순환자체가 좋은 결과를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악순환은 그 고리가 나쁜 쪽으로 강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생각해보자. 공직자가 부패하면 인·허가권을 가진 자신의 권한을 빌미로 금품과 향응을 요구하며 이에 순응하거나 부화뇌동한 사업자는 돈을 바쳐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그러면 공직자는 점점 그 액수를 높여 요구하게 되고 사업자는 아무리 그 액수가 높아도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고 생각하여 응하게 된다. 한편 사업자는 더욱 능동적으로 금품을 이용한 로비력으로 공직자들을 유혹하게 된다.

이러한 두터운 부정부패의 고리는 단순한 제재와 감시체계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순환’의 개념이나 '복잡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단순히 국민권익위위원회의 권한강화로 부정부패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치명적 자만'이 아닐 수 없다.

권익위 개정안, 무소불위 권력기관을 꿈꾸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정안은 권익위가 당사자를 대면조사하고, 청렴도 평가를 이유로 공공기관에 개인의 사소한 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장에게는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소관 사무에 관해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대로 되면 권익위는 검찰과 경찰은 물론 헌법상 대통령 직속 감찰기관인 감사원조차 갖지 못한 권력을 쥐게 되고, 또한 과거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이 무산시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권한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권위를 높이고, 국민권익 보호와 부패방지 및 행정심판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속을 국무총리실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기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리바이어던’에 버금갈만한 권부가 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사회의 틀을 깨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유혹에 약하다. 그래서 민주주의론자들이 아무리 선의의 군주에 대해서도 권력의 오남용을 경계해 마지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권력통합보다 권력분립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논리도 여기에 있다. 당연히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하여 만든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오․남용의 유혹에서 예외가 아니다. “절대권력이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권한을 가진 권익위가 부정부패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역설적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고위공직자 부패 행위 조사 시 법원의 영장 없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 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계좌추적 범위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해놓았다. 이를 다른 목적에 사용하거나 누설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지 않았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도덕적 해이’의 발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장 없이 금융 계좌를 추적하겠다는 발상은 특히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고,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개인의 사적 영역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은 우리가 이상(理想)으로 삼아온 자유의 비전에도 맞지 않고 법의 지배를 지향하는 법치국가의 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개인의 사적 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역할을 자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은 일부 독립심이 강한 시민들이나 특권층, 심지어 잠재적인 부정부패세력의 자기중심적인 하소연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에 대한 권리와 개인의 행복추구권은 천부인권이라고 믿고 있는 사상가들이 전통적으로 주장해왔던 하나의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상’(political ideal)으로서 정부는 질서유지나 사회간접자본의 제공 등, 일정한 공적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국민개개인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외부의 간섭과 보호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을 자율적으로 설계해 나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명제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부정부패의 척결을 명분으로 한다고 해도 개인의 사적 영역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권력은 그러한 개인의 자율적 영역을 위험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해 국가권력이 '봉사하는 권력’이 아니라 '군림하는 권력’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들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국가권력은 시민들에 대하여 소중한 이상이 아니라 은근한 위협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는 주의 깊게 명심하며,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이 요구된다는 점을 알아야할 것이다. ■

박효종 / 서울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권위’, '한국민주정치와 삼권분립’,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역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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