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주인공 한나 슈미츠는 아우슈비츠 학살범죄로 재판장에 서게 된다. 수용소에 들어간 것이 본인의 선택이었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그녀는 경비원을 뽑는다기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진술한다. 수용소 경비원으로 취직한 그녀는 폭격에도 유대인 수감자들을 좁은 공간 속에 가둔 채 통제했고, 이는 참사로 이어졌다. 왜 풀어주지 않았느냐는 재판관의 물음에 그녀는 답한다. “온 마을이 불탔고 모두가 뛰쳐나오는 상황에서 수감자들을 쉽게 풀어줄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수감자들을 책임졌어야 했으니까요.”

나치전범재판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몇 가지 물음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우슈비츠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를 유죄라고 할 수 있나, 그녀의 행위가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아닌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나, 당시엔 합법적으로 이뤄진 행위에 대해 현재의 관점에서 판결하는 것은 정당한 것인가 등의 물음이다.

지난 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또한 이러한 혼란스런 질문들과 무관하지 않다. 공개된 4389명의 친일 명단을 둘러싸고 선정기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부총리, 부통령을 지낸 김성수 등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 고위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그동안 친일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유공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장지연 씨도 이 책에선 친일행위자로 기록됐다.

민족민제연구소측은 “민족 반역자 전부와 부일(附日) 협력자 중 일정한 직위 이상인 자와 친일행위가 뚜렷한 자에 대해 역사적 실증적 검증을 거쳐 친일행위자 명단을 선정했다”며 평가의 정당함을 밝혔다. 하지만 한일합방 때까지 거슬러 가면 거의 100여 년 전에 이뤄진 행위들에 대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친일행각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복거일 씨의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21세기 친일문제』는 친일행위를 판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친일행위는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식민통치 시기의 어떤 행위가 친일행위로 비판되려면 그것은 불법적이고, 자발적이고, 조선인들에게 해로웠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을 때에만,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친일행위로 규정되는 행위들은 대부분 위의 세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우선 친일행위라 여겨지는 것들의 대부분은 당시엔 합법적이었다. 징집, 천황숭배 등은 조선인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였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었다. 또한 일본의 식민통치는 공식적이었고, 혹독했고 길었다. 따라서 조선 사람들은 그저 연명하기 위해서라도 자발적인 친일 행위를 해야만 했다.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다 한두 명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복된 나라의 관료조직은 정복자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실제로는 피정복민의 삶을 덜 어렵게 만든다. 이 점에서 식민통치 조직에 조선인들이 충당되었다고 해서 이 사실이 조선인들에게 해로웠다는 주장도 성립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행위에 대해 어디까지가 강제된 것이고, 어디서부터 자발적인 것인지 규정하기가 모호해진다. 때문에 일제에 협력한 친일행위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과 국가가 없었을 때의 친일은 기본적으로 생존 수단이었다는 주장 등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 또한 본질적으로 친일행위를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 지금 실제로 사람들에게 난해한 친일행위에 대한 개념을 적용해 친일파를 가려낸다는 것은 여러 사정들 때문에 훨씬 더 어렵다. 먼저 친일 행위를 했다고 비난받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모두 죽었다. 따라서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이에 대한 판단을 밝힐 수 없고, 잘못된 비난에도 자신을 변호할 수가 없다. 또한 행위들이 일어난 뒤로 너무 긴 시간이 지나 증거들은 대부분 없고, 증언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친일행적을 밝히려는 사람들은 주로 문헌, 신문과 같은 기록된 것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들은 후대 사람들이 선대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해 평가하는 데 큰 제약이나 갖가지 편향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된 것들이 증거로 많이 채택되기 때문에 친일파 명단에 문인들이 유난히 많이 오른다는 사실은 이 편향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이번에 편찬된 친일인명사전에도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와 무용가 최승희, 소설가 김동인과 시인 서정주 등 일제시절 활동한 여러 문화, 예술인들이 수록됐다. 평가에 활용된 증거들은 대부분 음악 작품이나 신문에 실린 글 등이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반세기 전에 일어난 행적들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판하고 평가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혹독하고 무자비했던 식민통치를 겪어보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일제강점기 조선엔 정치적 자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조선총독부로부터 반체제적이라는 판정을 받고도 살아남기는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인 모두가 조선총독부의 권력에 항거해야 마땅했었다는 주장을 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살아야 했던 이들을 단죄하고 평가할 만큼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이처럼 친일행적에 대한 현 사회의 평가는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친일파 청산이야말로 과거를 올바로 보는 길이자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과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친일 문제를 올바르게 평가할 만큼 성숙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친일논란은 그것의 객관적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격정적 반응을 불러 일으켜왔다. 영화 <청연>에 대한 친일 논쟁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최초의 여류비행사였던 박경원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친일 경력이 의심되는 인물의 삶을 담았다는 이유로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해야만 했다. 인터넷을 통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져 영화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이 점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그 자체에 의의를 두기에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됐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당사자는 물론이고 남겨진 가족까지 사회적으로 '친일’의 낙인을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것이 편찬단체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기재였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친일인명사전은 현재의 관점에서 식민지 시대 사람들을 '친일협력행위 대 독립운동’, '친일 대 반일’, '애국 대 매국’ 등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엄혹했던 시기의 많은 사람들을 두 가지 행태로만 분류할 수도 없을뿐더러, 과거에 살았던 사람의 복합적 삶의 단편적 내용만 골라 친일의 낙인을 찍는 것은 결정적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일본식민지 시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점에서 “친일 행위들은 역사학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통치’라는 큰 주제의 한 부분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복거일 씨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친일 행위는 반세기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므로, 이제 이런 일들은 역사학의 영역 속에 자리 잡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다. 친일 청산이 한국사회의 해묵은 과제라는 구호에 얽매이기보다, 식민지 시대 자체를 과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만 과거를 올바로 보고 발전적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적으로 요구되는 때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공개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수능성적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다. 정보를 공개하면 학교와 교사는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학부모들은 그 정보를 토대를 학교를 선택할 수 있으며 학생들은 더 좋은 품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쟁을 죄악시여기지만, 경쟁이야 말로 성장과 발전의 원천이다. 교육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요즘 수능성적 공개를 맹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등 모든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패닉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의 배경에는 학생들의 학력관련 정보를 학교별로 공개하면 학교의 서열화가 고착되고, 과열경쟁이 심화되어 학생들의 심신이 황폐화며, 사교육비가 증대된다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제들은 결코 수능성적자료를 공개해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아니다. 수능성적 자료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학교서열을 고착화 하는 것이 아니라, 서열의 활발한 변동을 유도하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심신 상태와 상관 분석함으로써 전인교육을 촉진하고 정당화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능성적 혹은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된 원자료나 정보는 교육의 현황과 학생들의 학습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일 뿐이며, 그것 자체가 어떤 성향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성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자는 얘기는 우리의 교육 현황과 학생들의 학습 실태를 파악하지 말고, 그대로 묻어둔 채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것이다.

수능성적공개,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과 모 일간지가 수능정보를 분석하여 평균성적 및 1등급 학생 비율 상위 100개교를 등을 밝혀냈다. 그리고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 성적을 비교하고, 평준화 학교 내 성적 격차 등도 짚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학력관련 정보가 극비문서처럼 취급되어 연구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100위까지의 순위를 갑자기 언론을 통해 밝히는 것을 참으로 충격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학력격차 문제와 평준화 문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이고 수능성적 자료 공개 자체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체로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현재 다니거나 미래에 다닐 학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 실상을 알고 싶어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상위 100위까지의 순위 공개는 학부모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공개한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번 수능시험 자료 공개로 고교 간 학력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현행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자료 공개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선택을 할 때 참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이러한 자료 공개와 평가를 통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능성적 공개는 지극히 당연하고 또 필요한 일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수능성적공개 파장이 큰 이유, 교과부가 해야 할 일을 안했기 때문

그런데 수능성적 공개의 사회적 반향은 냉정성은 간데없고, 감정적 대응을 넘어 법적 대응까지 번지고 있다. 왜 그럴까? 표면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을 충격적인 방법으로 폭로한 것에 있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과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endif]>

교과부는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학력정보를 제공했다. 교과부는 모름지기 수능관련 자료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학습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여 국민에게 사실대로 보고했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서는 심층 분석을 하여 국민들이 차분하고 냉정하게 종합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후에 관심 있는 학자들과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기관 등에게도 제공하여 더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면 학력정보 공개는 매우 생산적으로 기능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 관련하여 정부가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 2가지다. 하나는 국민에 대한 책무 확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예산의 가장 큰 몫을 교육에 할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이 사교육에 지출하는 돈도 정부예산 못지않다. 따라서 교육 분야의 책무확인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은 교육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 중에서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중요시 하는 것이 학생들의 성적, 곧 학력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차원 교육의 질 관리와 관련한 핵심적 내용은 학력의 체계적 향상과 학력 격차의 축소이다. 이러한 교육의 질 향상 없이는 교육경쟁력의 향상도 미래를 대비할 수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들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학교 교육 활동의 주된 성과인 학력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생산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교육과 관련하여 해야 할 '책무 확인’과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각종 교육정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생산하고, 나아가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교육 실태를 객관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육정보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정보공개,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를 가장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주체는 교과부이다. 교육의 목표를 한마디로 학력 향상이라고 주장한다면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학력은 교육 활동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교육 책무를 확인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큰 관심이 되는 것이 학생들의 성적이다.

대체로 학생들의 학력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당국은 소극적이거나 거부적 태도를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힘들어 지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들은 대부분 찬성한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더 노력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원리는 간단하다. 학력정보를 공개하면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당국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미덕이다. 경쟁이야말로 성장과 발전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교육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경쟁을 죄악시하는 세력도 있다. 교육계 내부에 그러한 세력이 특히 강하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고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있다. 아마도 교육이라는 사안의 특성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있으며, 또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과거의 틀을 엄격하게 고집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만 더욱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고, 그것은 사교육의 증대를 가져왔다.

학력정보 공개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당국도 경쟁하게 만든다. 학교가 사교육기관과 비교하여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도 서로 경쟁해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만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력정보 공개는 학교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학교교육의 질적 향상과 개선을 초래한다.

학력정보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경쟁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소극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들은 학력정보 공개의 폐해를 확실한 사실에 근거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추측과 부분적 진실을 가지고 전체이고 본질인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생산적인 논쟁이 되지 않는다. 감정이 생기고 갈등만 표출될 뿐이다. 학력정보가 공개되어 다양하게 분석되고 연구될 때, 우리사회의 교육 갈등도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고, 교육의 정상화도 진전될 수 있다. ■

이명희/ 공주대 교수,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

저자소개: 이명희 교수는 일본 츠쿠바대학(筑波大學)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와 공주사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율과 책무의 학교개혁: 평준화의 논의를 넘어서’, '교과교육평가의 이론과 실제’ 외 다수가 있다.

후원하기
Posted by 자유기업원
,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에 대한 국조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논쟁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 능동적 참여 하에 공익을 추구하는 비정부적, 비정파적, 비영리적 결사체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념적 편향과 체제를 부정하고 시민 전체가 아닌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왔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은 허용되어야 하지만, 그 활동을 위해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지원 논란

시민단체1)를 지원하는 국고 보조금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었다.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은 “감사원이 문화ㆍ시민단체에 대하여 가혹한 감사를 한다.”고 질책했다. 이들 단체에 대한 감사가 친야권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표적 감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장은 “(일부에서는) 마치 좌파 성향 단체를 핍박하기 위해 가혹한 감사를 한다는데, (감사원은) 좌우 (이념) 성향에는 관심이 없다. 시민단체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이 어떻게 횡령됐는지를 감사할 뿐”이라고 하였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연간 8000만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시민ㆍ사회ㆍ문화ㆍ환경 등 543개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까지 감사 결과 시민단체 관계자 30-40명의 횡령 의혹이 적발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는 1억 이상의 돈을 단체 간부들이 성과급 명목으로 나눠 갖거나 개인적으로 착복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보조금 횡령을 낱낱이 캐라고 질타하면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12조에 따라 잘못 지급된 보조금이나 잘못 사용된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정부들이 정부의 '녹색성장을 위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위한 예산을 특정 관변단체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지방정부들의 편향된 지원 기준으로 전국 조직을 갖춘 대표적 관변단체들은 쉽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시위를 주도하거나 시위로 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는 단체에는 신청 자격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친정부 단체만을 지원할 목적으로 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구성원이 시위에 참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은 단체에는 신청 자격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이념성 편향성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변화여 정부가 감사를 통해 현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을 억압하거나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일부 시민단체를 실제로 차별대우를 했는가에 관계없이 야당의원들은 시민단체의 정치적 편향성을 인정하고, 감사원장도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와 우파성향의 시민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들이 강한 이념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시민단체들은 강한 이념 과잉ㆍ편향을 보이면서 과거에는 권력과 유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부정하고, 종북주의 및 친북(親北)통일론을 확산하고, 반(反)시장ㆍ반기업 정서를 조장하고, 반미(反美) 및 폐쇄적 자립경제 노선을 지지하고, 과격한 폭력을 조장하고, 사실의 왜곡과 선전선동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촛불 집회나 시위를 통해 정부 정책의 변경을 강요하고 국가를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무력화하려는 반(反)헌법적 행동도 불사하였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가 갖는 강한 이념성과 정파성은 시민단체가 탄생한 역사적 특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의 본격적인 출현은 민주화 이후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세력들이 직선 대통령 선거라는 형식적 민주화를 이룩하고 난 뒤에 시민단체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1990년대 초 한 진보적 지식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우리 상황에서 진지적적인 시민운동은 아주 적합하고 필요하다. … 시민운동과 계급운동은 대립관계에 서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적 관계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문제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성공적으로 일어나기 지극히 어려운 현실에서 오늘의 한국 민중의 고통을 누가 더 현실적으로 효과 있게 제거해 줄 수 있느냐는 데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계급운동론의 입장에서 시민운동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계급운동과 공동의 목적을 가진 운동으로 시민운동이 설정되고 시민사회가 탄생되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많은 시민단체는 태생적으로 이념지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은 시민운동이나 시민 단체의 일반적인 성격과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 시민단체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언론사에 이어 제5의 권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그 숫자도 막대하다. 2006년에 발간된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시민단체는 2만 3천여 개에 이른다.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ㆍ능동적 참여 하에 공익을 추구하는 비정부적ㆍ비정파적이고 비영리적인 결사체”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성ㆍ자발주의에 입각한 단체로 공익을 추구하고 비정부적ㆍ비정파적이고 비영리적인 성격을 지녀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시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것도 아니고, 공익을 추구하지도 않고, 탈정파적도 아니다. 더 황당한 것은 시민단체가 자신이 섬겨야 할 헌법과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 시민단체의 문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체제를 부정하는 시민단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민단체, 특수 집단이 의도적으로 조직한 시민단체, 정권의 외곽 단체로 전락하여 권력에 취한 시민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가 존재하였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해 대표성 잃은 시민단체

일반적으로 시민단체의 출현 배경에는 정치ㆍ경제ㆍ사회와 같은 공적 영역을 국가나 시장에 맡길 때 침해당하는 공적 이익이 존재한다는 가정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와 시장이 유발하는 부작용을 시민단체가 드러내 보이거나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국가와 시장이 공적 이익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전제 위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전제 때문에 시민단체는 다수 시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민단체가 시민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믿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보편적인 이익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사회적 발언권을 가지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시민단체에게 자신들의 입장이나 이익을 대변하도록 대표성을 부여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사회적으로 일정한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이다.

시민단체가 공정하게 일반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공공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대리인으로 정치,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잘못이다. 시민단체는 공식적으로 시민의 대표 기관이 아니다. 일반 시민의 참여 수준이 높고 낮음이 시민 단체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많은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참여한다고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참여하는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지 시민 모두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념지향성이 강한 시민단체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를 고려하면 시민단체에 시민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일부에서는 시민단체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전향적인 의식 전환을 하여 환경ㆍ인권ㆍ부패ㆍ복지ㆍ지역공동체 등과 같이 최대한 이념을 초월하는 공익적 시민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할지라도 시민단체가 시민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시민단체는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부여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시민단체는 정부단체와 구별되며, 말 그대로 비정부기구다.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정당화 할 수 없다.

시민단체는 본원적으로 시민의 대표성을 획득할 수 없다. 시민단체는 참여하는 시민들의 자율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규제와 지원을 받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책임성은 단체 자체가 부여하는 것이지 시민들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성은 어디까지나 자율규제와 자율경쟁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지 외부의 힘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현재 정부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을 통해 시민단체의 경상비가 아닌 개별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서 정부 지원의 정당성이 확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하였다거나 정부가 자신과의 친화관계를 따져 보조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시민단체가 그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다. 설사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결성되고, 공익을 실현하고 비정파적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보조금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는 정부단체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거나 보호를 받는 단체도 아니고, 그 단체의 존립과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합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정부 보조금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를 갖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활동은 허용되어야 하지만 그것의 활동을 위해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주어야 할 이유도 없고 주어서도 안 된다.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공저),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1) 이 글에서는 관례에 따라 '시민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대신에 'NGO’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후원하기
Posted by 자유기업원
,


지난달 10월 '부동산정책의 변화와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정책세미나를 한국주택학회와 한국부동산분석학회에서 공동 주최했었다.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3가지 주제(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전환과 보금자리주택, 도시개발정책의 평가와 개선방안, 통합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과제와 발전방향)에 관한 주제발표와 패널들이 모여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필자가 지난달부터 연속해서 기고한 보금자리주택은 주로 개발이익기제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이에 보다 발전적으로 분석한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님의 정책세미나 발제원고를 기초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고는 이용만 교수님의 발제원고를 바탕으로 필자가 주된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일부 부연을 첨가하여 작성한 점을 밝혀둔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하여 지난 참여정부와 비교하면 공급규제나 세제규제를 통한 정책에서 규제완화와 금융규제 바탕의 시장기구를 이용한 정책수단의 변경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금융규제는 개인의 행동을 바꾸는 인센티브 구조를 갖고 있기에 다른 수단들보다 훨씬 효과적이면서 부작용도 크지 않다. 현 정부의 이러한 정책의 특징과 함께 또 하나의 주택정책이 바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정부의 기본정책방향은 2008년 9.19대책과 2009년 8.27대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공급총량에서는 큰 변화가 없으나 차이라고 한다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비율에 있다. 참여정부의 경우 분양과 임대의 비율이 1:2 정도였으면, 현 정부는 1:1의 비율로 바뀐 것이다. 즉, 현 정부의 공공주택정책은 공공임대 공급에서 자가보유촉진으로 선회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하나 이전 공공주택과 다른 것은 입주자 부담을 고려하여 저렴한 주택공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세곡지구와 서초우면지구의 시범단지에서 보듯이 현 시세의 50% 선에 공급을 확정지었다. 이 두 가지 측면(자가보유촉진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공급)에서 보금자리 주택은 큰 논란을 가져왔다. 먼저 공공임대주택 공급 위주에서 분양과 임대를 병행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공공주택정책의 본질을 잃었다는 점과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을 시세의 50% 정도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사행심 조장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전매제한 기간의 연장을 들어 이러한 비판을 막고자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실현수익을 좀 더 오래 유지할 뿐이지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여기에 환경론적인 측면에서 그린벨트해제에 대한 사회적 손실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의 그린벨트해제는 더 이상 그린(Green)으로서 가치가 떨어진 지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환경적인 면을 별도로 하겠다. 그럼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2개의 논란꺼리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첫 번째 논란꺼리,

공공임대주택공급(유럽형)과 자가보유촉진(미국형)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이 장기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자가보유를 촉진하는 것이 좋은지의 문제이다. 이는 이슈의 문제라기보다는 주택이라는 재화를 바라보는 관점1) 에 따른 문제로 보인다. 즉, 주택이 사유재인지, 공유재인지의 성격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사유재와 공유재의 구분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있는 재화가 갖고 있는 성질 중에 배제성과 경합성의 유무를 갖고 판단한다. 배제성과 경합성 모두의 성질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흔히 사유재라고 한다. 이는 개인의 소유권을 기초로 물권의 성질을 갖는 기본적인 재화이다. 이와는 달리 배제성과 경합성 모두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것은 공유재라고 하는데, 치안이나 국방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주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학자마다 개인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사유재로 본다면 주택이 갖고 있는 성질, 철저히 문만 걸어 잠그면 남을 배제할 수 있고, 또한 서로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경합한다고 볼 수 있다(배제성과 경합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되며, 이는 개인의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공유재로 본다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의.식.주의 측면에 해당되기에 이로부터 정부가 주거서비스를 관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주택이라는 것이 인간이라면 모두가 누려야 할 대상이며, 아울러 이는 인간의 형평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주택을 사유재로 보는 미국이 자가보유촉진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자가보유가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다가 점차 공공임대주택이 슬럽화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1973년 닉슨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중지를 선언하였다. 이후 각 지자체에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유지관리 등의 책임을 넘겼고 정부는 각 지자체의 주거안정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다. 공유재로 보는 유럽이 공공임대주택 공급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재고량의 2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에 대한 빠른 대응과 사회주의 이념과 정권의 영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80, 90년대 이후 유럽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보다 유지관리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일정수준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도 결국 슬럼화되는 문제로 심각한 도시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대안을 공공임대주택을 민간자선단체에 불하하여 민간이 관리하거나, 아니면 임차인에게 불하하여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수요자 중심의 주거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 유럽의 경우도 미국과 같이 주택바우처(voucher :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 증진을 위하여 쿠폰이나 카드 형태로 구매권을 주는 정책수단)를 통해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자가보유정책과 수요자 중심의 주거복지 정책으로부터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이 갖고 있는 '비효율성' 때문이다. 여기에는 삼중의 주・대리인 문제가 있다. ①비대칭적 정보에 따는 임차인과 공공임대주택 관리인 사이의 문제로 임차인은 자신의 재산이 아니기에 성실하게 사용할 의무가 없으며, ②공공임대주택 관리인과 정부사이의 문제로 정부는 관리인을 면밀히 살필 수 없기에 관리인은 최선을 다할 인센티브가 없다. 또한 ③정부와 국민사이의 문제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조세를 부과하여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하지만 그 돈은 자신의 돈이 아니기에 공공임대주택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도 세금을 거둬 충당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은 거주자의 사회적 격리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 단,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임차인에게 최저주거수준을 보장한다는 장점은 있다. 반면에 자가보유는 주・대리인 문제도 없으며 주택의 효율적 사용으로 인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거주자의 사회적 격리 현상도 없으며 개인적 자부심도 고취된다. 단, 자가보유의 문제는 저소득층들은 소득 부족으로 인해 자가 보유가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논란꺼리,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방식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한 주변시세의 50% 수준에서의 공급이다. 즉, 이 말은 당첨만 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로또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공급하는 분양주택에 대해 7년간 전매제한을 두었고, 분양가격이 시세의 70% 미만일 경우에는 전매제한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였다. 그리고 전매제한 기간 내에 주택을 팔고자 할 경우 공공기관이 선매권을 갖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한 것은 자산의 유동성(전매제한 기간 내에 있어 자산을 묶어두는 효과)을 제약할 뿐, 시세차익을 없애는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세차익이 큰 지역위주로 청약 열풍이 일어나며, 경우에 따라서 미분양이 나올 수 도 있다. 정부가 만들어준 절호의 기회로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사람은 없다. 가구소득과 가구원수의 변화에 따라 주택의 필터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소형주택에서는 이런 필터링이 일어나지 않으며, 보금자리 주택공급이 계속되는 한 소형 재고주택은 주로 임대용으로만 거래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시세보다 매우 저렴하게 주택을 분양 할수록 청약대기자는 이 제도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청약대기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그린벨트의 해제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시세의 50% 선에서의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지속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의 또 하나의 문제는 현행 보금자리주택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시세의 50% 선에서 이루어지기에 가격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적어도 보금자리주택이 시세의 85~90%수준이라면 품질과 브랜드에 의해 정부의 분양주택과 경쟁을 해 볼 수 있음). 따라서 소비자는 민간주택을 분양 받으러 하지 않기에 민간사업자들의 85㎡이하의 분양주택시장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밖에 보금자리주택 내부의 프로그램별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가령, 임대형 보금자리주택 중에는 10년 임대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이 임대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은 분양시점의 감정평가가격을 기준으로 하기에 분양형 보금자리주택과 비교할 때 불리한 것이다. 여기서의 형평성에 입각한 상충의 문제가 있다.

이처럼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이 너무 낮은 가격으로 분양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게 정할 수 도 없는 현실이다(당초의 대선공약과 위배되며, 아울러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시킬 경우 자가보유가 어려운 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음).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대안을 제시하면,

우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소득, 1~2분위 계층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해야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고, 소득 3~5분위 계층은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야 자가를 보유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런 고정관념에 머물고 있는 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분양공급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소득의 일정한 부분으로 최저주거수준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선 자가 보유가 쉽지 않은 계층에 대해서는 소득의 20~30% 수준으로 최저주거수준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공공임대주택의 방법이 아닌 주택 바우처 제도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계층에게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택 바우처제도를 통해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주택의 필터링에 의해 저소득층의 주거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보금자리주택을 분양용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임대용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규로 얼마만큼의 주택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지게 된다. 자가 보유 가능성이 있고 자가 보유의 욕구도 강한 계층에게는 현재와 미래소득까지 고려하여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반드시 시세의 50% 수준으로 분양주택을 공급해야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시세의 90%에 공급하더라도 자기 소득의 30%내외에서 장기적으로 원리금을 변제할 수 있다면, 현재의 소득 수준 하에서도 자가 보유가 가능하게 된다. 이 경우 분양가를 크게 낮추어 줌으로써 나타나는 각종 문제를 봉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지원을 가구 단위로 패키지화 할 경우, 각 가구는 지원 패지지 하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각종 학회세미나 등의 의견을 고루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입장이 중요하다. 현실을 잘 반영한 제도 개선을 통하여 더 이상 즉흥적인 처방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1)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부동산정책을 보는 주류적 관점의 이해' 2007. 2.15일자를 참고하기 바람.

■ 참고문헌

•이용만,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전환과 보금자리 주택", 한국주택학회・한국부동산분석학회, 부동산정책의 변화와 발전방향모색, 정책세미나, 2009, 10

 
Posted by 자유기업원
,


<첫 번째 이야기>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서 합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대응이 늦을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찬성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난 9월 22일, 사상 최대의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는 올해 12월에 열리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올해 타결 못하면 용서받지 못할 것” - 반기문 UN 사무총장

“지금 대응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직면할 것” -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렇게 강한 어조로 회의는 시작했지만, 결국 구체적인 수치나 대안이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2020년까지 2005년과 비교해서 놀라울 만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수치가 결여되었고, 미국은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서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선진국의 기술과 재정 지원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EU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20%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는 연설에서 온실가스를 25% 삭감하겠다고 발표해서 갈채를 받았지만, 정작 일본의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놓고도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이은 G20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역시 불발되었습니다. 결국 12월 코펜하겐 총회에서 향후 협상의 틀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어느 나라도 총대를 매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또한 부자나라는 공해가 많이 나는 산업을 가난한 나라에 이전에 놓고 고통분담을 강요해서 공정성의 시비도 거셉니다. 그리고 개도국들은 선진국에 40% 이상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금융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해서 선진국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09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를 기록했고 OECD국가 중에는 6위로 조사되었습니다.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이었으며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1990년 이후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OECD국가의 평균 증가율은 17.4%를 나타냈는데, 한국은 113%나 증가해서 6.5배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비해서 한국의 에너지 효율성은 OECD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꼽힙니다. 녹색성장이 정권의 화두로 제시되어서 그에 따른 대책이 쏟아지는 지금, 대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편이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여지가 크지 않고, 중소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재원의 미비와 관심의 부족으로 진전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은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올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의 협상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녹생성장이 현 시대의 대세임은 분명하고 녹색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녹색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1997년 합의한 교토의정서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되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말뿐인 '녹색’이 아니라 실질적인 '녹색’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모든 나라는 필연적으로 보호주의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세가 낮아지거나 사라져도,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서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치열한 경쟁을 꺼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나마 손쉽게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전쟁은 보호무역주의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하지 않은 나라의 물품에 대해서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높게 매길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도 있고, 수입되는 물품에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적용해서 보호주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서 비관세장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유럽의 평균에 미달하는 물품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해왔고, 독일 총리도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온난화 방지 및 이산화탄소 거래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목표에 서명하지 않는 국가들을 처벌하고, 그 방법으로 무역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의 물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속셈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감축목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도국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녹색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보호주의 강화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석탄을 예로 들면, 아직까지 석탄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전기의 절반가량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개도국에서는 그 수치가 더 높습니다. 사회기반시설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전기 공급을 큰 부분을 석탄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는 전력생산의 80%이상을 석탄의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구실로 섣부르게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이익을 감소시키며, 몇 년 내에 석탄 사용을 크게 줄이라고 하는 것은 개도국의 수십억 인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좋은 목적이 있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거나, 그것을 빌미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음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인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협박과 비속어 난무하고 노동대회 진행 한계 드러내
붉은 깃발 물결, 시민들 거부감 느껴
현장의 요구는 무시한 정치적 이슈만 난무


지난 8일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09 전국 노동자 대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건설, 언론, 운수, 공무원, 교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주최측 추산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노동법 개악, 노조말살 어림없다!’, '노동자여! 희망을 열어라!’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운수공공성 강화,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개악반대,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부문 시장화반대, 4대강 죽이기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만큼 경제가 살아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지, 이명박이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우리 하나가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대회 진행 한계 드러나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MB정권은 747성장이 그냥 희망이었을 뿐만 아니라 발뺌하는 사기정권이다. 콘크리트에 녹색을 칠하고 녹색정책이라 말하며, 대운하를 4대강으로 말만 바꿔 추진하고 있으니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냐. 헌법재판소의 판결 또한 도둑질한 건 인정하면서 도둑놈은 아니라고 말한 격.”이라며 “노동 3권을 제약해야 한다는 한국노동연구회의 발언 배후에 누가 있겠느냐” 며 힘을 합쳐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날 임성규 위원장의 대회사의 메시지 전달력은 극히 떨어졌다. 읽는 내내 임성규 위원장은 말을 더듬었고,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지 조합원들조차 '저게 무슨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현장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틀어준 후 보여준 투쟁 띠 전달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식적이다, 유치하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협박과 비속어 난무한 대회

이 날, 투쟁연설은 김금철(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이근행(언론노조 MBC위원장), 김도환(공공운수 연맹위원장), 정헌재(통합공무원 노조), 이영초(NH 농협중앙회) 이상 다섯 사람이 했다. “일손을 놓으십시오. 우리는 한 방에 이길 수 있습니다.”, “두 시간, 네 시간의 파업은 시도도 하지 마십시오. 현장에 돌아가면 철저히 파업하십시오.” 등 자극적인 발언들이 이어졌다. 또한 '무노동 무임금을 쥐새끼의 아가리로!’, '명박이 이놈의 새끼 한 번 잡아봅시다!’, '명박이 하고 강부자하고 끼리끼리 쌈 싸먹은 나라!’ 등등 끊임없이 비속어를 사용,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붉은 깃발 물결, 시민들 거부감 느껴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비단 비속어만이 아니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여의도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효민(대학생 4년) 씨는 이 날 행사를 보고 “사회주의국가 행사를 보면 빨간 색이 가득하잖아요. 줄도 딱딱 맞춰 깃발을 흔들기도 하고. 마치 사회주의국가의 행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거부감이 드네요.”라고 느낌을 밝혔다.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크게 틀어 놓은 노동가에 맞춰 나란히 붉은 깃발을 흔드는 모습에 두려운 기분마저 들었다고 한다.


현장의 요구는 무시하고 정치적 이슈만 늘어놔

이번 노동자대회는 사실상 이름만 노동자대회일 뿐,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관계법 같은 노동과 직접 관련 없는 이슈들과 '이명박 정권 퇴진’구호가 중심인 정치성 집회였다. 이런 '정치성 집회’에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참가해 정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통합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날 행사에서는 현장조합원들의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비리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말소리 또한 들어주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이에 신경 쓰겠다는 발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부에 대한 요구만 길게 늘어놓기에 앞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부터 귀기울여 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조합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시민들과도 함께하는 것, 이럴 때 건전한 시위문화가 조성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진주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


9월 말, 한국은 내년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대통령 일행은 성공을 축하하며 만세삼창을 외쳤고, 정부는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행사”, “외교사에 남을 쾌거”로 평가하며 큰 홍보에 나섰습니다. 세계 경제의 주요 현안을 협의하고 방향을 결정하던 G7의 역할이 G20으로 이양되면서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국가의 역할이 강화되는 시기에 한국이 G20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정말 잘 된 일입니다.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한국이 개최한 국제회의 중에 최대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등의 긍정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G20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 9월 세계적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G20형식의 모임이 추진될 때 유럽의 일부국가들은 한국의 참여를 반대했고, 중국과 일본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참여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벌인 노력도 대단했고, 그로 인한 미국의 큰 지지로 인해 한국은 G20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G20 출범 1년 만에 정상회의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00년 ASEM 정상회의,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룬 경험이 있고, 올림픽과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한국의 저력을 모은다면 내년 11월에 개최될 G20정상회의도 잘 치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외형상 드러나는 한국의 G20정상회의 개최 관련 모습입니다. 이제부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G20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제의 '의제 설정(agenda-setting)'기관이다.”

-2009년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재무부 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오늘 G7개편 이야기는 없었다.”

-2009년 10월 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 재무부 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G20정상회의는 G7, G8을 대체하는 글로벌 협의체로 부상했고, 선진국과 신흥국이 공조하는 새로운 마당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정책 조율이나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주요 무역 흑자국이 포함되어있는 신흥국이 빠져있는 G8로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말에 비춰보면 G8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는 “정치 지도자 20명이 모여서 어떤 결론을 끌어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 이라며 G20을 평가 절하했습니다.

결국 G8국가들은 세계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신흥국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자신들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G20을 최고의 경제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격상시킨 것에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제3차 피츠버그 G20정상회의의 성과를 보면 글로벌 불균형 해소(Rebalancing)라는 말이 나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무역 흑자인 국가와 무역 적자인 국가, 저축이 많은 나라와 소비가 많은 나라들 사이에 균형을 맞춰보자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이 발행한 채권을 아시아 국가들이 사들여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주는 현재와 같은 관계를 바꿔보자는 뜻이 될 것입니다. 즉 선진국들은 신흥국들에게 수출을 줄이고, 흑자를 축소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선진국에게는 '잘나가는 신흥국들은 수출에만 열을 올리고 수입에는 게으르다.’는 이미지가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한국도 수출에만 열을 올리고 수입에는 게으른 '잘나가는 신흥국’ 중의 하나입니다. G20회의를 통해서 외환보유고만 쌓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고 합니다. 미국이 법적 강제성이 있는 테두리 안에 중국을 끌어드리려고 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흑자를 줄이고 환율을 조작하지 말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G8을 비롯해서 세계 경제의 강자로 부상한 신흥국을 포함하는 G20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라는 측면에서 자칫 선진국 대 신흥국의 대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하므로 의사결정을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는 추상적인 합의만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까지 1년이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세계적 금융위기라는 공통적인 인식이 이 G20이란 모임을 유지시켜주고 있으나,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다면 G20의 성격이 바뀌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세계 경제는 출구전략을 쓸 만큼 회복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출구전략을 쓸 때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쩌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대결의 장이 될지도 모르는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근본적이고 개혁적인 협력 방안보다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이며 단기적으로 실현가능한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공조를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슬기로움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대북 쌀 지원이 쌀값 하락 막는 길이라고 주장
촛불시위 언급하며 정부 지원 요구해
쌀 가격 안정 안 될 경우 강경투쟁 방침 밝혀


지난 10월 26일 오후 2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의 주최로 전국농민대표자결의대회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개최되었다. 국민은행 앞은 '대북쌀지원유보=쌀값대란’ '개사료만도 못한 쌀값’ ’일미칠혈=한톨의 쌀을 지키기 위해 일곱근의 피를 흘린다' ’쌀값폭락, 정부가 대책마련하라' 등의 메시지들로 덮여있었다. 본 집회는 전농과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 100여명을 제외하고도 민주노총, 범민련 남측본부, 전교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한국청년단체연합 등의 많은 단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대북 쌀 지원이 쌀 파동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이날 행사에서는 ▲농민 퇴출, 농기업 육성 정책인 농업선진화 중단 ▲쌀 목표가격 21만원으로 인상 ▲즉각적인 대북지원재개와 안정적 쌀 수급을 위한 대북 지원의 법제화 ▲이명박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등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쌀 문제에 대해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도숙 의장이 단상으로 나오며 대회사를 열었다. “지난 정부 때는 연 40만 톤의 대북지원 쌀을 보내왔는데 이로 인해 농민들에게 한 가마당7000원의 가격인상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반면에 현 정부에서는 지원 자체가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쌀 지원을 당장 재개하라! 대북 쌀 지원이야말로 작금의 쌀 파동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것이 사실상 오늘 집회의 가장 큰 메시지였다.

그리고 다음 말을 이었다. “우리 농민은 11월 16일까지 쌀대란 해결을 위한 정부가 테이블에 나오기를 요청한다.” “전국의 농민, 노동자, 대학생들은 힘을 모을 것이며 정부는 작년 촛불 항쟁과 같은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농업인들의 자구책보다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사항이 많았으며 작년 촛불항쟁을 언급한 것은 이번 쌀 문제를 앞으로 정치적인 사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위기 올 것이라며 정부 지원 요구해

이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김경순 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김경순 회장은 앞서 20일에 열린 전국여성농민대표자대회에서 삭발투쟁을 하여 이날 모자를 쓰고 나와 “쌀 문제, 지금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필리핀처럼 5~10년 후에는 위기가 올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농업정책을 소홀히 해 쌀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되어버린 필리핀의 사례를 들며 정부가 농업지원을 하지 않으면 10년 후엔 쌀값이 폭등하여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농민들이 흘리는 눈물을 정부가 닦아주지 않는다면 결국 농민대신 국민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반복하여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쌀 가격 유지 못할시 강경투쟁 방침 밝혀

그 후 여주농민회, 의성군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등 전농소속 지역농민회의 투쟁보고가 이어졌다. “강기갑의원의 요청으로 경남도청이 벼경영 안정지원자금 200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발언에 농민들은 환호를 보내었다. 이들은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을 촉구하였으며 “우리를 막는다면 쌀 1000가마를 바닥에 뿌릴 것”이라며 강경한 투쟁 또한 병행할 것임을 역설했다. 곧 이어 민주노총, 범민련 남측본부, 전교조, 한국청년단체연합 등의 연대사와 함께 쌀대란 해결을 위한 '대북지원재개 1만인선언 추진결의’를 하였다.


광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자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지도부의 삭발식이 진행되었다.

목표가격쟁취, 쌀대란해결 등의 구호를 가슴에 붙이고 나온 지도부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단상 위 의자에 앉았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농민가가 흘러나오자 농민들은 따라 부르며 의지를 다졌다. 삭발식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이들은 “농업을 고려하는 정책을 시행할것” “쌀 안정가격인 21만원 유지할 것” “대북 쌀지원의 법제화” “쌀 생산비의 보장” “이명박의 대통령과의 면담성사”를 요구했다.

쌀값 파동과 관련해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국내 쌀 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별도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쌀값 하락에 허탈한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목적 없는 대북 쌀 지원은 북한 체제의 유지를 돕는 잘못된 일임을 방관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부실한 공교육을 끌어올릴 생각 아닌
질높은 교육 담보하는 외고 없애 계속 하향평준화하겠다는 것이 문제

'외국어고 폐지’라는 메가톤급 이슈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외고를 사실상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고 논란의 불을 댕겼다. 이로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구난방식의 방안들이 쏟아졌다. 외고를 특성화고, 국제고, 일반고 등으로 전환하자거나, 외고를 유지하며 선발방식을 바꾸자는 안 등이 제기됐다. 여기에 외고를 비롯한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목고 입시 설명회 모습 ⓒ네이버

정치권에서 외고 폐지를 거론한 것은 외고가 사교육 광풍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어학영재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고가 명문대 진학 전문고로 변질되면서 외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외고는 고난도 문제로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고 등 특목고 대비 학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학교 사교육이 전체 사교육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고 폐지가 사교육비 문제의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연 사교육비 문제가 해소될까. 이는 외고로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 이면에 작용한 평준화된 공교육 제도를 간과한 해법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는 20개의 과학고와 30개의 외고가 운영 중에 있다. 전국2000여 고교의 불과 2.5%밖에 되지 않는다. 특목고는 일반고에 비해 더 좋은 교육에의 질을 담보하면서 학생, 학부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적으니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떻게든 특목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자연스레 성행하게 된 것이다.

좋은 학교, 좋은 대학 등을 향한 학생, 학부모의 강렬한 열망이 존재하고, 공교육은 하향평준화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상 외고가 없어진다고 해서 사교육도 같이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고가 폐지되면 사람들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대상을 좇아 다시 자립형사립고나 국제고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사교육은 새롭게 번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공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유학 등을 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게 되면 사교육비는 되레 증가할지 모른다.

외고를 실패한 교육 모델로 단정 지으며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외고가 그동안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하향평준화를 극복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여왔던 것은 엄염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고의 존재는 국내 다른 고교들에 수월성 교육 시스템 경쟁을 유도하는 자극제 역할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외고만의 경쟁력프로그램 ⓒ조선일보

외고에서는 다른 인문계 고교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갖가지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능력을 성장시키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정이 수도권 상당수 외고에 개설돼 있다. 또한 서울‧경기지역 외고에선 미 아이비리그에 매년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합격시켜 외국 언론들을 놀라게 했다. 부산외고는 '교원평가’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전인 2000년에 자체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했다. 많은 외고들은 해외 명문고를 찾아 벤치마킹하고 글로벌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만한 교육을 제공해왔던 것이다.

외고 폐지는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해서도, 하향평준화된 공교육을 끌어올리기 위한 룰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외고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편법 운영, 사교육 유발 문제 등을 개선해 나가면서 외고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이라는 기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편 현재 외고는 입시전형 상에서 공교육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내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입학이 힘든 환경을 조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특목고 학비 및 기타 비용도 사립대학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다. 이에 따라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특목고 합격과 큰 상관관계를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또는 저소득층 자녀의 입학 비율을 확대하는 방식 등도 고려할만하다.

최근 외고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사교육 유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밝혔다. 대원외고는 2011학년도 입시부터 어려운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했고, 이화외고도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내신+기본 영어실력(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외고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당장 외고를 폐지하는 극단의 처방을 내리기보다 외고의 자율적인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외고 열풍은 외고가 평준화 제도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질 높은 교육 욕구를 충족시켜 생긴 자연스런 결과였다. 교육입안자들은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외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외고와 같은 교육을 어떻게 하면 모든 공교육에 적용시켜 더 많은 학생이 경제적 능력이나 부모의 열의와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외고와 같은 학교가 더욱 늘어나고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들이 많아져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외고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갈등요소만 없애 결과적으로는 학교의 하향평준화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포럼 '진실과 정의’ 창립 1주년 포럼서 과거사 정리문제 토론회 열어
공안부 담당이 아니었음에도 공안사건이라 주장
정확한 사실판단과 근거 없는 주장은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수 있어


10월 14일 오후 7시 창립 1주년을 맞이한 포럼「진실과 정의」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사법부와 과거청산’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무 법인 한결 이상희 교수의 사회로, 서강대학교 법학과 이호중 교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김남준 변호사가 발제를, 진실화해위원회의 정광호 조사위원과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팀장이 토론을 맡아 진행됐다.

1주년 행사에 회원 20여명만 참여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상희 교수는 포럼「진실과 정의」가 “올바른 과거사 정리를 위한 여론을 형성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출범한지 어느덧 1주년을 맞이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최 단체 회원 20여명만이 참여하는 조촐한 모임이어서 여론 형성이라는 본 단체의 목표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호중 교수는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의 수사, 재판절차상의 문제점과 사법과 과거청산’이라는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발제에서 간첩조작사건 중 북한에 피랍되었다가 송환된 납북 어부들이 10년이나 혹은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이 흘러서 어떠한 체포 절차도 없이 강제 연행되어 불법구금과 고문, 허위자백을 통해 혐의 사실이 인정되도록 강제 조치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80년대 당시 사법 수사의 허점과 권위주의적 정부 하에서 사법기관이 숱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며 당시의 법률적 혹은 제도적 허점이 납북어부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주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공안사건과 관계없는 것까지 공안사건이라 주장

'검찰 공안부의 과거와 현재’라는 주제의 발제자로 나선 민변의 김남준 변호사는 “공안정권 시절 검찰은 수사기관의 불법체포, 장기 불법 구금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면서 “불법수사를 감시하고 형사절차상 피의자의 인권을 옹호해야할 준사법기관이자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묵인하고 방조한 것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명박 정권 기간 동안에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 PD수첩 명예훼손 사건,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업무방해사건, 미네르바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 적용 수사,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배임죄 적용 수사, 용산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 등 수많은 공안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과잉진압 사건에서 검찰은 농성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경찰의 과잉진압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의 이적단체혐의 적용수사는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결성한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을 이적단체로 판단하여 구속기소하려 한 사안으로서 시대착오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용산사태나 피디수첩 명예훼손 사건, 미네르바 사건은 공안부가 담당한 사건이 아니다. 또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은 단체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찬양’을 비롯한 이적 행위의 소지가 다분한 주장들을 펼쳐왔던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에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수 있는 과거청산 토론회

민주주의가 꽃 피우지 못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 판단과 근거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현 정권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난하는 식으로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다. 자칫 아무런 소득도 없이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주용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