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한데 이어 온실효과가스 배출량을 4% 정도 감축하겠다고 발표 했다. 이번 온실효과가스 감축정책은 한국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구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지구온도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상관없이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하는 자연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감축 문제는 과학적 진실을 떠나 정치적 수치놀음에 들어섰으며 그 결과 정부 간섭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기후가 아니라 자유다”라는 체코 대통령 클라우스 바츨라프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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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8년 광복절에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선언한 데 이어, 2009년 11월 16일에는 온실효과가스 연간 배출량을 2020년까지 5억 6,900만 톤(탄소 환산)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2005년 대비 4% 감축량으로, 2020년의 예상 배출량보다는 30%를 적은 양이다.
한국의 온실효과가스 배출량은 2% 미만
12월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COP15)를 앞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교토의정서 당사국이 아닌 비선진국에 권고한 감축 범위(15∼30%)의 상한선을 목표로 정했음을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이다.
“선진국의 탄소 무역장벽에 대비하고 유가변동에 취약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꿔 국가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면서 급팽창하고 있는 세계 녹색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면서,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까지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 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온실효과가스의 강제적 삭감이, '가장 경제적인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현실적 원리에 부합되는가?
한국의 온실효과가스 배출량은 세계 13위라고도 하고 6위라고도 하지만, 세계 총배출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도 미미할 뿐 아니라, 감축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실질적 기여도 역시 극히 사소한 수준이다.
2006년 현재 우리의 인위적 온실효과가스는 50.1%가 산업부문에서, 17.6%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한다. 가정은 12.6%, 상업ㆍ공공부문도 12.6%이다. 온실효과가스의 정책적 삭감은 먼저 산업과 수송 부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과연 이런 부담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우리 산업계에 있을까?
지구온난화는 자연현상이다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이 증가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자연현상이다. 기온이 지금보다 5도 이상 낮았던 약 1만8천년 전부터의 온난화 추세가 시작되었다.
일률적으로 온난화가된 것이 아니라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었다. 약 1만 1천년 전에는 한차례 혹한기(Younger Dryas Cold Episode)를 거치면서 새로운 빙원(氷原)과 툰드라가 형성되었다. 약 1만년 전에는 다시 현재와 같은 기온으로 온난화되면서 수렵-채집에 의존하던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여 농경을 시작하면서 4대 문명이 개화했다.
세월은 흘러서 중세 온난기 초기(982년)에 새로운 섬을 발견한 노르웨이인 에리크는 그곳을 '초록의 땅’(Greenland)으로 명명했다. 중세 온난기가 지나자, 이번에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크게 줄어든 먼더 극소기(Maunder Minimum; 1645∼1715년)에는 소빙하기가 도래했고, 다시 온난화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당시의 과학자 아레니우스는 “우리 자손들은, 우리가 겪은 잔혹한 환경이 아니라, 쾌적한 하늘 아래서 잘 살게 될 것이다”(1896년)라고 했다. 지구온난화 덕분에 인류 문명이 개화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1]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기온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C. D. 킬링(1928-2005)의 측정치.
지구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인과관계 있나
지구 생태계 생명활동의 필수요소인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은 과학적 진실을 무시한 불행이라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의 인공적 지구온난화(man-made global warming) 이슈를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정치적 이슈로 평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1940년경까지는 지구 기온도 상승했다. 실제로 1942년 대구 기온은 40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관계없이 1940∼1970년의 약 30년 동안은 지구 기온이 다시 내려갔다. 1981년 1월 5일, 양평의 기온은 영하 36.2도를 기록했다. 그때까지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지구한랭화 주장으로 돌변했다.
20세기 말에는 북반구 평균 기온이 1970년보다 0.6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예측은 곧 빗나가고, 지구 기온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랭화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다시 온난화로 주장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인공적 지구온난화 주장 자체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기온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세말부터는 지구 기온이 다시 하강하는 추세에 있다. "온난화 현상은 현재 휴지기에 있다"는 것이, 라이프니츠 해양과학연구소 연구원 모지브 라티프의 진단이다. 지구한랭화 주장까지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지도자들’은 오는 12월 7일에도 코펜하겐에 모여서 인공적 지구온난화 이슈에 매달릴 것이고, 유례가 없는 '세계 정부’ 구상에 골몰할 것이다.
인공적 지구온난화 이슈는 정치적 산물
인공적 지구온난화 이슈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세계 대전 중 국방 목적의 기후 연구에 종사하던 전문가들의 새로운 연구 테마 탐색, 미국의 스리마일 섬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사고 이후 침체된 원전 산업의 로비 활동, 미소 냉전 종결 이후 새로운 정치적 의제 개발, 구소련 붕괴 이후 대체 세력으로 등장한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쟁,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 등 복잡한 맥락이 결합된 정치적 이슈가 인공적 지구온난화인 것이다.
신예 기상학자 킬링은 1960년부터 하와이 마우나 로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최초의 공식 회의는 1985년 오스트리아 빌라흐(Villach)에서 열렸다. UNEP/WMO/ICSU(유엔환경개발/세계기상기구/국제과학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회의의 주제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효과가스가 기후변동 등에 미치는 역할 평가’였다.
1988년 6월 23일 J. E. 핸슨은 미국 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다음 (21)세기에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는 거의 전례 없는 규모로서 … 남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세계의 많은 도시가 수몰되고 내륙은 사막화될 우려가 있다.” 이것이 인공적 지구온난화 주장의 원조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증언장소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질방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같은 해 선진국 정상들은 런던 G7 정상회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까지 1988년 대비 20% 삭감할 것을 결의한 바 있지만, 공수표로 끝났다. 같은 해, UNEP와 WMO가 공동으로 IPCC를 발족했다. 자체 연구원은 없고, 세계 각국의 정부가 지정한 관련 연구자, 집필자, 기고자, 심사자로 구성하므로, 태생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IPCC는 1990년 제1차 평가보고서에 이어 2007년에는 제4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00년 후를 예측했다.
또 UN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그전에는 리오데자네이로)에서 환경과 개발에 관한 회의(UNCED)를 개최하고 기후변화조약(UNFCCC)을 채택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당시 부통령 알 고어)는 1993년 10월, 온실효과가스를 200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삭감할 것을 공언했지만, 역시 공수표로 끝났다.
1997년에는 일본 교토에서 기후변화조약 제3차 체결국총회(COP3)를 열고,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주로 선진국이 당사국이었는데 이들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비롯한 온실효과가스를 2008∼2012년 중에 1990년 대비 5.2% 감축할 것을 의무화했다.(기후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증기는 온실효과가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토의정서는 우여곡절 끝에 2005년 발효됐지만, 미국은 아예 탈퇴하고, 캐나다는 준수를 거부한 상태이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전문가 3만 여명이 서명한 프레데릭 사이츠의 청원서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증거’가 있으며, '교토의정서는 불완전한 아이디어에 기초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기술 발전, 특히 개발도상국 40억 명 이상이 빈곤에서 탈출할 기회를 제공할 기술 발전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 런던대학 생물지릭학 필립 스토트 명예교수는 “교토의정서의 큰 모순점은, 기후가 가장 복잡한 시스템의 하나라면서 온실가스와 같은 몇 가지 요인을 통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라고 지적했다.
IPCC는 지금의 기후변화가 인공적 영향이 거의 확실하다고 하지만, 롬보르그와 같은 전문가들은 인공적 영향이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토의정서를 철저하게 준수하더라도 2050년까지의 기온 하강효과는 0.07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며칠 뒤의 가상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100년 후의 기후에 관한 IPCC의 예측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현실을 떠나 정치적 수치놀음에 들어선 온실가스 감축
교토의정서 개최국인 일본조차도 감축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 번에 걸친 오일 쇼크를 경험하면서 일본의 에너지 효율은 크게 향상되었다. 1990년까지는 경제가 발전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이 거의 정점에 이른 1990년 경 부터는 경제발전에 비례하여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이 교토의정서를 준수하려면, 주로 외국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기 위해 엄청난 헛돈을 낭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구온난화 이슈는 여전히 세계의 의제를 지배한다. 선진국들의 온실효과가스 감축에 관한 교토의정서 준수가 불투명해지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온실효과가스 배출량이 선진국을 능가하면서, 교토의정서 이후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이 대결하고, 또 나라마다 온실가스 감축 기준연도와 감축 목표가 들쭉날쭉이다. 목표년도를 한국처럼 2020년으로 하기도 하고, 2050년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준연도는 불분명한 채, 50% 감축, 심지어 80% 감축목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미 현실을 떠나 정치적 수치놀음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기후변화 이슈 자체가 과학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이현령비현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의제인 셈이다. 세계 수뇌들은 지구온난화를 정치적으로 잘 활용한다. 마침내 '저탄소 녹색성장’이 작금의 세계적 불황의 타개책으로 등장해 '그린 뉴딜“이라는 용어가 유행한다.
하지만 2009년 11월 17일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상원에 계류 중인 기후변화법안에 대한 심사를 내년 봄으로 연기했다. 이틀 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참석한 싱가포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도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 기후변화협약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4%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나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용어는 새로 등장했지만, 내용은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 내지는 에너지 효율화의 두 가지의 기존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태양광 발전에서 연료전지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는 모두 경제성이 전혀 없다. 정책적으로 이런 시설을 권장하려면,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 보조해야 한다. 보조금 제도는 경제적이 아닐 뿐더러, 에너지 효율화과도 거리가 멀다. 단지 세금의 낭비일 뿐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화’이다. GDP 기준의 에너지 사용량을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평균의 2배, 일본의 3배 수준이나 된다. 한국의 에너지 효율은 OECD 국가 평균의 2분의 1,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과거에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에너지 효율의 향상에 의해 경제를 발전시키면서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증가시키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느 수준 이상, 대체적으로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여 선진국이 되어야 비로소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국제적 체면을 고려한 억지 탄소 감축보다는, 경제 발전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온실효과가스 감축연도를 2020년의 단기 목표연도보다는 2050년의 중기목표연도를 천명한 편이 더욱 현명한 정책이 아니었을까? 10년 후 우리가 과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다행한 것은, 우리도 K-스타를 사용하여 한참 연구 중인 핵융합식 원전이, 앞으로 40년쯤 뒤, 즉 2050년 경에는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가 되면, 에너지 자원이나 온실효과가스 문제 자체가 옛이야기로 묻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CC가 2100년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위기에 처한 것은 기후가 아니라 자유
'저탄소 녹색성장’ 목표는 자칫 정부에 의한 간섭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승용차 요일제, 백열전구 사용 금지 등의 간섭이 심하지만, 앞으로 더욱 간섭이 심해지면 녹색지옥(green hell)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사실상 12월 7일 이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게 될 기후변화조약 제15차 당사국 총회COP15)에서는 UN에 의한 '세계정부’(World Government) 구상이 논의될 예정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세계정부’는 '모든 조약국의 재정, 경제, 세제, 환경 문제에 대해 직접 간섭하게 될 것’이다.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기후가 아니라, 자유다.”
체코 대통령 클라우스 바츨라프의 말이다. 인간이 창의성을 십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곳은 자유사회다. 창의성을 손상시키는 간섭사회는 환경 문제 역시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명분이 간섭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까? ■
조영일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저자소개: 조영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지구가 정말 열 받았나’, '시민운동바로보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근본자원(1,2)’, '과학연구의 경제법칙’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