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시군 자율통합 건의서를 접수하고 6개 지역 16개 시군을 통합추진 대상으로 결정했다. 행정구역 통합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미국의 경험적 연구결과들은 우리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가져다준다. 미국의 선행연구 결과들은 통합론자들이 주장한 비용 절감효과나 규모의 경제의 효과에 대해 지지하지 않거나 정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구역 통합의 가정은 시민들의 선호나 제공되는 공공서비스가 비슷하다고 가정하지만, 시민선호나 공공서비스는 서로 다르며 통합된 정부가 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공서비스와 시민선호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크고 작은 다양한 정부 단위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이 제출한 시·군 자율 통합 건의서를 접수하고 그 중 6개 지역 16개 시·군을 통합 추진 대상으로 결정했다. 후에 경남 진주·산청과 경기 안양·군포·의왕은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을 이유로 제외됐기 때문에, 최종적인 통합 추진 대상 지역은 경기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충북 청주·청원, 경남 창원·마산·진해가 되었다.

도시 통합의 찬반 논거

시·군을 통합하면 나타나는 효과로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공무원 수가 줄어들고 서비스 제공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도시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관할의 중첩은 기능의 중복을 초래하고 권한의 분산은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하므로 공공 서비스 제공 비용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또 시·군이 통합되어 큰 조직이 되면 행정이 더욱 전문화될 수 있어 공공 서비스 제공에서의 효율성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큰 도시 지역의 일반적인 “공익”을 강조한다. 이들은 지역 안의 상이한 현장들의 지방적 혹은 특수적 이익은 사익일 뿐, “진정한” 공익이 아니라고 본다. 이들의 시각으로는 진정한 공익은 통합된 도시의 이익이고, 기존 시·군의 이익은 억제되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익이다.

반면에 도시 통합을 반대하는 공공선택 접근은 반응성을 중시한다. 일반 이익이 대도시 지역에만 존재한다는 가정에 반대하며, 다양한 이익들의 존재와 이것들의 충족을 강조한다.

또한, 공공선택 접근은 권한의 분산과 중첩 관할을 가진 정부 체제는 크고 작은 다양한 규모의 경제를 이용할 기회를 가지므로 도시 지역을 통합하는 체제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외부 효과도 중첩 정부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공공 서비스의 전문 직업화로 효율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대규모 관료 구조에서는 정보 상실, 통제 상실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행정통합에 대한 미국의 경험적 연구

이 두 가지 시각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경험적 증거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시·군 통합과 관련된 경험적 연구가 없어서 어느 쪽 주장이 맞을지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에는 경험적 연구가 많이 축적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우리나라의 시·군 통합의 효과에 대해 다소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통합론자의 주장이 옳다면, 시·군의 통합으로 관할 규모가 커지면 공공 서비스 제공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도시 규모가 증가하면 도시 서비스에 대한 1인당 지출 비용이 증가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E. 오스트롬과 R. 파크스는 도시 규모와 1인당 경찰 지출 사이에 음의 관계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통합론자의 주장이 옳다면, 시·군이 통합되어 관할의 수가 줄어들면 공공 서비스 제공 비용이 내려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험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할의 수와 지출 사이에는 별로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관할의 수가 줄어들 때 1인당 비용이 올라간다. 어떤 연구에서 정부 수와 경찰 비용 사이에는 미약하나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정부 수와 10만 명당 경찰 비용 사이의 관계를 보면 음의 관계가 존재하였다.

이상의 지출 연구는 산출물의 수준이나 질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 불완전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 관한 연구는 정부 효율에 더욱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많은 연구는 규모의 경제가 정부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경우도 일정 도시 규모를 넘어서면 규모의 경제가 사라진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만 5천-25만 사이의 인구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도 규모의 불경제도 없다. 그러나 25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들에는 현저한 규모의 불경제가 있다.

행정의 전문 직업화와 관련해서는, 경찰, 교육, 사회 복지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프로페셔널리즘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전문 직업화한 경찰대는 소비자 만족이라는 면에서 성과를 향상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 사회 복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혁신과 생산성 증가도 마찬가지다. 교육 제도 혁신은 교육구의 크기와 음의 관계가 있다는 경험적 연구가 있다. 시민들이 자기들의 선호를 표현할 수 있게 소규모 정부 단위를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얻도록 정부 간 계약을 이용하는 레이크우드 계획(Lakewood plan)을 따르는 도시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들 사이에 혁신이 많이 관찰되었다. 반면, 혁신, 생산성 향상, 효율 제고는 경쟁적 압력을 덜 받는 대규모 공공 조직에서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단순한 비용 연구도 규모의 경제를 식별하려는 시도도 모두 통합론자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거나 정반대되는 증거를 제공한다. 공공 조직에서의 전문 직업화라든지 혁신 및 생산성 향상에 관해서도 비슷한 결론이다.

통합 접근의 가정, 타당성 있나

경험적 증거는 통합 접근의 가설을 지지하지 않지만, 통합 접근의 가정도 타당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통합 접근은 대규모 조직이 공중의 욕구, 자원 이용 가능성, 효율적인 생산 기법, 시민들에 대한 효율적이고 형평에 맞는 서비스 전달과 관련하여 대량의 정보를 획득, 처리,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조직의 각 수준에서의 정보 상실과 왜곡이 아주 크다. 따라서 통합된 도시 정부는 심각한 지식의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통합 접근은 시민 선호가 유사하다고 본다. 따라서 공공 서비스들이 통일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속도로 이용, 자동차 운전 규칙 등에서와 같이 시민 선호가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민간 서비스에 대해 서로 상이한 선호를 가지듯이 공공 서비스에 대해서도 서로 상이한 선호를 지닌다. 따라서 단일의 통합된 정부만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민들의 선호 충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통합 접근은 공공 서비스가 동일한 조직에 의해 아주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비슷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서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들은 서로 매우 다르다. 단일의 통합된 정부가 이들 상이한 서비스들을 모두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는 없다.

작은 정부 단위를 이용할 수 있어야

이상의 경험적 증거와 가정의 검토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분명하다. 통합 대신 크고 작은 정부 단위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과, 작은 정부 단위를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 단위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하수도, 공항, 기타 운송 시설과 같은 자본 집약적 서비스나 대기 오염 통제와 같이 넓은 지역에 걸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는 대규모 관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 경찰과 소방, 도서관, 공공 주택, 복지, 공원과 오락, 쓰레기 수거, 가로 정비 등과 같은 것은 소규모 관할이 적합하다. 특히 대면 관계가 서비스의 질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 집약적 공공 서비스는 소규모 정부 단위가 유리하다.

공공 서비스의 다양성과 시민 선호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서는 크고 작은 다양한 정부 단위가 필요하다. 작은 정부 단위는 시민의 선호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고,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비용이 덜 든다. 작은 정부 단위는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군을 통합하면 작은 정부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다. ■

황수연 /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저자소개: 황수연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조지메이슨 대학교 공공선택연구소 교환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공공선택론과 오스트리아학파 이론 연구이며, 역서로는 '득표동기론’, '국민합의의 분석’, '합리적 투표자에 대한 미신’, '관료제’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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