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의결권 강화론은 자유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연기금의 실질적 운용주체는 정부이며, 따라서 의결권 강화론은 민간기업의 국유화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연금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사유재산 보호를 첫 번째 원칙으로 삼는 우리 헌법에 대한 위반이다.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은 마치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과도 같다. 국민연금을 이용한 정치권의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 민영화가 아닌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 서민, 공정사회, 동반성장 등으로 시장경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더니 이제는 미래기획위원회를 앞세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연기금 의결권론’으로 자유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막가자는 듯이 보인다.

흥미롭게도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자본주의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안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려는가?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연기금의 운용주체는 형식적으로는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라는 것, 의결권의 행사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대차, LG화학, 포스코 등 161개 우량 기업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라는 것도 흥미롭다 

따라서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점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필연적으로 사적 기업의 국유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나 경영자로 임명하고, 경영에도 개입하여 인력감축을 수반하는 기업의 구조조정 등 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는 기업활동을 억제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논리의 필연이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대한민국 헌법 위반

국민연금제도 그 자체도 사회주의식인데 이제는 강제로 거두어들인 국민연금을 무기로 기업의 운영과 인사를 주무르겠다는 연기금의 의결권론은 완전한 연금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연기금 의결권론이 대한민국 헌법과 양립하는지도 의심스럽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재산권의 제한 수용은 금지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126조이다. 이 조문은 국민경제상 긴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 기업에 대한 국· 공유화와 경영통제 ·관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유화를 초래하는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사유재산의 보호를 제일의 원칙으로 여기는 우리 헌법의 위반이 아닐 수 없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고?

화려하게 보이는 연기금 의결권론의 정책적 의도의 실현가능성도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연금기금을 앞세워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수종 분야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연기금관련자들이 기업의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 그리고 어떤 산업이 신수종 분야인지에 대해서 해당기업의 전문 경영인들에게, 그것도 수십년간 글로벌 시장의 엄격한 진화적 선별과정에서 우량기업으로 선발된 대기업의 경영인들에게 지도․편달하겠다는 것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가르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연금기금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주주에게 이익이 되도록 이사선임 보상수준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도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인사와 경영을 가르치는 격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연기금의 주주권행사가 수익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점이다. 이를 또렷하게 입증하는 것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사실이다.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왜 그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는가. 둘째로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연금기금(CalPERS)을 비롯한 연기금의 주주권행사에 관한 경험적 연구결과이다. 이 가운데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예외이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인식이 정설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민영화 논의해야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기업 때리기로 악명이 높았던 노무현 정부도 연금기금 의결권 행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막가진 않았다.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거두어들인 돈을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는 자금으로 이용하는 것, 이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국민연금 민영화가 아닌가를 곰곰이 따져볼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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