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홍 | 2011-05-23 | 조회수 : 164
[요약]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중복감시와 과잉 수감비용의 문제를 들어 현행 독점적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러 차례의 금융감독 실패 사례들은 감독자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금융감독에 경쟁을 도입하고, 감사결과에 대해 무작위적이고 상시적인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감독 개혁이 다시 도마위에 올라왔다. 긴급 출범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가 곧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나,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개혁의 방향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있을뿐 아니라, 구체적 방안에서 견해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벌써 이번 개혁작업이 현행 제도나 정부조직에 대한 형식적인 보완에 그친 채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 관련 기관들간에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고, 이 문제의 해결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중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당연히 정부기구가 주도하는 독점적 금융감시체제의 근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번 저축은행사태는 전형적인 감독실패의 사례이므로 현 체제를 유지하고 감독기능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측 주장은 문제가 현행 감독체계 자체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편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한다고 본다. 따라서 보다 독립적인 기구에 의한 금융감시, 경쟁적 감시를 도입하여 상호견제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한은법개정안이 정무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2년 째 계류 중인 배경도 바로 이런 견해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체계 개편논의는 감독기능을 어느 기관이 주도하는가라는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되며, 금융감시에 경쟁을 도입하는 문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금융감독의 실패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 감독실패의 이런 외부성 때문에 효과적인 금융감시는 금융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다. 금융감시가 효과적이 되려면 공권력에 의한 인가방식과 제재수단이 있어야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행 감독체계를 유지․보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중복감시의 비효율성, 과잉 수감비용의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경쟁적 금융감시가 반드시 비효율적인지, 금융제재가 정부기구의 전담사항이어야 하는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번 금융감독실패의 성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감독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

우리나라의 저축은행사태는 사고발생의 원인과 전개과정,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라는 점에서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터진 저축대부조합 위기(Savings & Loan crisis) 사태를 빼 닮았다. 이 사태는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 대대적인 구조조정, 주감독기관의 해체와 책임자 처벌, 경기후퇴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겨우 수습되었다. 그런 선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1998년의 금융위기에서부터 현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감독실패가 여러 차례 되풀이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같은 곡에 가사만 다른 (same tune, different verse)’사례라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이들 사례는 모두 감독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었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저축은행사태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감독기관이 이를 어느 정도 예견했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전직 금감원 간부가 저축은행이 언젠가 사고를 낼 것 같았고, 그렇기에 저축은행의 감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요지의 증언을 하였다. 사실이라면 이는 감독소홀이자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의 감사자리는 금감원 출신이 독식하다시피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현재 조사중인 영업정지 조치전 예금부당인출은 악성 부패 내지 불법의 사례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보인다.

감독업무 쇄신의 방안으로 쟁점이 된 감사선임제도만 해도 그렇다. 금감원은 현행 제도의 개선책으로 상근감사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의 감사선임은 원래 감독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장려되었고, 다른 금융기관에도 적용되는 관행이다. 수감 금융기관도 감사를 방패막이나 로비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이들을 영입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를 낙하산 인사라는 일방적 관계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규제감독의 주체와 대상이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회전문(Revolving door) 관행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감사제도의 폐지로 회전문 관행이 사라지기보다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또는 변형된 전관예우의 행태로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 규제감독을 강화하거나 방식을 바꾼다면, 피감회사들은 더욱 규제감독자와 친밀해지는 방법을 찾는 법이다.

감독에도 경쟁체계가 효과적

금융감시자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감시자를 누가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가 (Who monitor the monitor)’라는 경제학의 해묵은 난제 중의 하나이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와 같이 정부기관이 독점적으로 금융감시를 일원화하는 방식은 감시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나 이해상충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독에 경쟁을 도입하고, 감사결과에 대한 무작위적, 상시적인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현재의 독점적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서 독립적인 감독기관이 기존 감독기관과 별도로 수평적 감독과 감사결과의 검증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금융감독에서 정부기관의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할 지 또는 감독 주무기관의 선정이나 체제를 어떻게 정할지 하는 문제들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가 강화된 단독검사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교차 감독이나 감독의 시차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중복감독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 감사결과와 감사자의 보상을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금융감독혁신 TF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자칫 관련기관의 밥그릇 싸움에 빠져들게 하지 말고, 이런 구체적 방안의 수립에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장대홍 / 한림대학교 교수, 재무금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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