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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은행(Commercial Bank)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자금을 조성한다. 그리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제주체들의 대출신청을 받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심사를 한 후 적절한 경제 주체에게 ‘대출’을 해 준다. 자금은 예금을 통해 상업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대출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예금은 은행의 부채가 되고 대출은 은행의 자산이 된다. 이것이 바로 간접금융시스템이며 이를 기관중심금융이라고도 부른다. 정부는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금보험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예금보험은 은행 입장에서는 부채에 대한 보험이 되므로 은행의 자금집행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농후하다.

반면 자본시장시스템을 통한 직접금융도 있다. 우선 이 시스템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이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전제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한 후 이를 시장에 내다 판다. 이 증권이나 파생상품은 투자자들이 매입하게 되고 이들이 지불한 매수대금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기업의 자금이 마련된다. 이처럼 증권과 파생상품을 매개로 하여 금융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직접금융이라 한다. 이 때 증권과 파생상품에 대한 중개 자기자금투자 자문 일임 집합투자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를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라 한다. 투자은행업무는 이처럼 직접금융시스템 하에서 주식, 채권 등의 거래를 통한 투자행위를 통해 발생하므로 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부각이 된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그동안 직접금융시장에서의 투자은행체제가 매우 발달하여 세계 최고임을 자부한 미국이 최근에 위기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1980년대의 남미외채위기는 유로달러시장의 상업은행들이 남미국가에 대출을 몰아주고 이 대출이 부실화됨으로써 발생하였다. 1990년의 동남아 외환위기도 은행의 과도한 대출과 그로 인한 부실의 발생이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남미나 동남아 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미국 금융위기는 상업은행업과 투자은행업을 포함한 금융전반과 연결되어 있다. 상업은행업 쪽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주고 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그만인데 이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유동화하는 기법을 통해 주택대출담보부 증권을 만들어내었고 이를 거래하기 시작하였다.

유동화증권은 투자은행 쪽의 업무이므로 투자은행도 여기에 관련이 된다. 주택대출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면 수입이 짭짤하다. 이렇게 유동화된 증권이 팔리면 돈은 상업은행 쪽으로 회수가 된다. 그러면 다시 이 돈으로 담보대출을 줄 수가 있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 → 유동화 → 자금회수로 이루어지는 사이클을 한번 씩 돌릴 때마다 돈이 벌리게 되므로 결국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모두 이 비즈니스를 과도하게 시행하게 된 것이다.

채권이 팔리면 돈은 마련되므로 대출은 자꾸 커지고 결국 이 과정에서 비우량 소비자에게까지 담보대출이 집행이 됨으로써 주택담보대출로 지나치게 과도한 자금이 몰리게 되었다. 계속 오를 줄 알았던 주택가격이 드디어 하락하고 버블이 터지면서 관련된 기관들이 모두 한꺼번에 부실화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담보대출을 준 상업은행들, 유동화채권을 사들인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증을 해준 보증회사인 소위 모노라이너들 모두 한꺼번에 부실화되었고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열심히 한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등의 금융기관들은 국유화되고 ‘리먼’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는 매각되는 등 대부분의 기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골드만삭스’와 ‘제이 피 모건’은 은행지주회사로 구조를 바꾸기로 한바 있다. 최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향후 추이에 눈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주의 실패 언급은 난센스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사태를 가지고 금융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공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흐름은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그 흐름은 예산 삭감, 작은 정부추구,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관세 인하,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M&A 허용, 규제 완화,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최근 사태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금융산업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일부 강화하는 등 보완을 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한국은 규제가 심하고 정부기능의 팽창과 과도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사고가 난 미국을 보면서 규제를 풀면 안 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금번 사태가 극복할 만한 사고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침착하게 상황을 관찰하되 이와 상관없이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규제는 계속 풀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일각에서 미국 금융위기의 예를 가지고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를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대단히 성급한 결론이다. 미국이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꼴좋다’는 식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무려 167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규모는 당시 GDP와 대비 약 3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는데 이 엄청난 자금을 조성하여 금융기관에 투입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실자산을 덜어내고 우량자산으로 교체하면서 금융기관이 힘을 되찾고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167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달할 당시 국가부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던 것이고 보면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공헌 중에는 그 이전 정권들이 국가부채를 거의 영에 가깝게 유지한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나 현재 미국이 조성하기로 한 7000억 달러는 14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GDP의 크기에 비추어 보면 5%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조성했던 공적자금의 크기에 비해서는 그리 큰 수준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FRB 의장을 맡고 있는 버낭키는 대공황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경제학자다. 그는 과거 대공황 당시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공황 극복이 늦어졌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지금 미국은 버낭키 의장의 소신과 한국의 경험도 감안하여 공적자금 조기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GDP의 35% 수준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실을 털어낸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GDP의 5%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을 하며 자유주의 시스템의 실패를 언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적자금조달을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한 바 있는 나라로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

최근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한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투자회사에게 매매 중개 일임 자문 집합투자 신탁업의 겸영을 과감히 허용하고 금융투자 상품의 범위를 늘여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도록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기능별 금융감독체제 구축과 투자자 보호 장치도 다양하게 도입되도록 되어 있다.

금융상품이 중심이 되는 직접금융의 경우 투자자가 그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시장자율로 모든 위험이 소화되는 장점이 존재하며 주식이나 채권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은행 중심 금융에서는 달성하기 힘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 사용하면 상당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므로 이 제도를 이용하여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으므로 자본시장통합법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며 투자금융업을 정상적인 궤도를 따라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금번 사태처럼 전체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실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정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미국의 일부 금융기관은 금번 기회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곳도 있다. 부실자산으로 분류된 것 중에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산을 매입하여 정상화 될 경우 큰 수익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이 무너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좋은 투자기회로 보고 좋은 기회를 포착하기 노력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투자은행모형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으로 보인다.

남미의 경우 과도한 대출을 통해 모라토리움이 발생하였지만 이를 보면서 상업은행업 즉 예금 및 대출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모형을 폐기되거나 종언하자고 주장한 바는 거의 없었다. 투자은행업과 상업은행업은 수레의 두 바퀴이다. 둘이 같이 가는 것이며 둘 다 의미가 있다. 제대로 된 투자은행업을 해본 일이 없으면서 제대로 한번 하자니까 사고날까봐 안 되겠다는 지적은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통합법도 확실하게 추진하되 리스크 관리와 병행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자제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규제완화와 시장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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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좌파 진영이 주도한 ‘촛불광풍’(狂風)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폐지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종부세는 평등과 분배를 앞세워 집권한 노무현 정권이 국민을 1%와 99%로 구분하고, 1%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국민 전체가 나눠 쓰자는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종부세는 구체적으로 주거용 토지와 건물과표의 합산액이 일정 액수 이상이 되면 합산 누진하는 이중과세로 이미 시행중인 종토세(종합토지세)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중 누진체계 종부세, 부동산 투기 억제 못해

첫째, 종토세의 경우 주택이 지어져 있는 토지와 나대지(裸垈地) 등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종부세는 토지뿐만 아니라 주거용으로 쓰이는 건물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둘째, 종토세로부터 나오는 세수는 토지의 소유자가 속하는 기초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반면 종부세의 세수는 소유자의 거주지와는 무관하게 배분된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누진과세로 운영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든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우리나라의 경우 종토세에다 종부세까지 얹어 2중의 누진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통해 한 가지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종부세와 같은 다목적 세금이 바람대로 기능하기는 어려웠다. 우선 세금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경제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지난 역사가 증명해 준다.

특히 종부세를 통해 부자들의 자금을 족집게처럼 걸러내겠다는 좌파(左派)정권의 의도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유는 억울한 납세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야당·좌파단체, 종부세 완화 반대 공동선언 발표

종부세 부과 이후 강북지역에서 터져 나온 비명소리와 맞벌이 가구, 그리고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와 저소득 은퇴고령자들의 한숨소리가 좋은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제대로 기능도 못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에 불을 붙이는 세력이 있다. 바로 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을 비롯,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녹색연합 등이다.

이들 단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참여연대는 지난 달 10일 소위 주택공공성 확보와 주거약자 지원을 명목으로 녹색연합·녹색교통운동·환경정의 등 54개 좌파단체가 참여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이하 토지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이후 토지네트워크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극좌(極左) 성향의 ‘한국진보연대’(상임대표 오종렬·한상렬)와 함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주도하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깨어있는 누리꾼 모임’(촛불시위 관련 인터넷 카페 모임), ‘종부세 무력화 저지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국회의원(이하 주거복지의원모임)’ 등의 단체와 함께 최근 ‘주거복지의원모임-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결성하고 종부세 완화 반대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연석회의는 지난 달 30일 국회본관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종부세가 완화된다면 일부 부유층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만 있을 뿐, 세금인하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되는 등의 정부가 기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통합민주당 “종부세 폐지, 반드시 저지할 것”

연석회의는 이어 “정부·여당의 종부세 무력화 조처는 2% 강부자만을 위해 98%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방안”이라며 “뜻있는 국회의원들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을 잡고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방안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석회의의 한 축인 국회의원모임에는 현재 이용섭·김상희·이미경 의원(이상 민주당), 이정희·홍희덕·강기갑·권영길·곽정숙 의원(이상 민노당), 문국현 의원(창조한국당), 이상민 의원(現 자유선진당, 前 열린우리당 의원) 등 좌파(左派)성향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연석회의 참여단체인 한국진보연대와 토지네트워크 등은 29일 한나라당 당사와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청와대 근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한나라당을 강부자 당으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안탄압에 이어 서민 경제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홍보·거리 피케팅 시위 등을 통해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종부세 개악저지 및 부가가치세 30% 인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진 데 이어 3일 같은 명목으로 전북 김제시 구이면 모악산에서 행사를 갖고 “한나라당의 종부세 폐지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종부세는 부자가 세금 좀 더 내서 그 돈으로 다른 서민들의 복지를 위해 쓰자고 걷는 돈”이라며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에게 돈 걷어서 좋은 곳에 쓰자는 것인 데 이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은 부자의 부담을 낮추자고 말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반대로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자고 하는 정당”이라며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은 서민들을 위해 부가가치세율 30% 인하와 재산세 부담 30% 경감, 종부세 개악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괴담에 가까운 좌파진영의 종부세 완화 반대 주장

함께 자리한 김진표 최고위원은 “종부세가 완화되면 그동안 우리나라 부자 2%가 부담했던 세 부담이 전 국민의 부담으로 확산된다”면서 “이는 정부의 예산 부담 가중을 가져올 뿐 아니라 3조4천억의 세금이 결국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영길·김민석·박주선 최고위원을 비롯, 강봉균 전북도당위원장, 최규성·김춘진·장세환·김세웅·강기정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 김완주 전북지사, 이한수 익산시장, 임정엽 완주군수 및 시·도의원, 당직자 등 당원과 지역민 1,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대다수의 보수 성향 경제전문가들은 야당과 좌파(左派)단체의 괴담(怪談)에 가까운 종부세 완화 반대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논란이 ‘촛불시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종부세는 한마디로 노무현 정권에서 재산세가 있는데도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린다면서 만든 ‘분노의 세금’”이라며 “종부세를 이념논쟁·정치적 싸움으로 몰고 가는 선동과 포퓰리즘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세금 내는 일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존경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뒤, “그렇지만 그 세금은 일관된 원칙아래 효율적이고 상식적으로 매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종부세는 많은 결함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에 입각한 조세제도, 사회 양극화 부추겨

그는 이어 “종부세 폐지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자만을 위하고 서민에게 고통을 주냐”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면 우리 사회 전체가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언제까지 계급논리에 함몰돼 획일적 평등주의로 여론몰이를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또 “부자들은 사실 도움이 필요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간단하다. 부자들은 가만두고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되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복지정책’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진 자들은 사회적 책무를 더 엄격하게 실행해야 하고, 세금에 대해 경건한 납세의무를 완수해야 하며, 공적 나눔인 세금과 더불어 사적인 나눔인 기부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자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익명을 요구한 모 경제학자는 “촛불집회가 한바탕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종부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촛불집회 진행 과정을 되돌아보면 현 상황을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면서 좌파(左派)진영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를 놓고 찬반논쟁이 불붙은 이유는 종부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며 “보통사람들에게 종부세의 부유세(富裕稅)적 성격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로 보일 것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상위 1%만을 위한 조치, 부자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식의 2차 ‘종부세 괴담’이 최근 유포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저항이 없는 조세제도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종부세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조세제도의 운영은 결국 사회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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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방송이 어떤 내용을 방송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여론이 좌우되고, 심지어는 선거에서 후보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렇듯 방송이 중요하지만, 방송사는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으니 방만 경영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방송사가 소비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통해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열정적이다. 좋게 말해 동료의식이요 나쁘게 말해 집단의식이 함께 배어난다. 우리 한국인의 모습에서 어렵사리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열정을 발견할 때 이 에너지가 더불어 표출될 때 희망과 힘이 솟는다. 반면 정보의 타당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돌진할 때에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들불같이 일어난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속에서 신명 비슷한 열정을 발견하고, 비록 정부의 미숙함이 자초하기도 했지만 한갓된 괴담으로 세계인들에게 의아스런 대상이 되어버린 광우병 시위에서 비극적인 의식을 발견한다.

이념 방송의 위험성

‘지금, 왜 저래요?’ 필리핀 친구가 물었다. 80년대 필리핀 민주화에 참여하며 필자와 비슷한 고뇌를 안고 살았던 필리피노의 눈에 촛불시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리핀산 쇠고기는 맛이 없다. 대부분 물소인 까닭에 깊은 맛도 없고 고무씹는 맛이 난다. 질기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미국산이나 호주산을 사먹는다. 대부분의 필리피노에게 미국산 쇠고기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온 나라가 밤마다 거의 무정부상태라니 민주화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그마저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거였다. 대답하지 못하였다. 내 영어가 짧아서만은 아니었다. 구사해야 할 단어가 매우 어렵기 때문도 아니었다. 우리의 모습에 내재한 무모한 측면을 설명할 수 없어 결국 얼버무리고 말았다.

광우병 괴담이 온 나라를 적셔가자 가정의 식단을 책임진, 주로 어머니들에게 초비상이 걸렸다. 어떤 젊은 어머니는 유모차까지 끌고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이 와중에 한 어머니는 의아스런 눈길로 인천공항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이 귀국사태로 연일 난리가 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소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그리고 그것이 이제야 좀 더 분명해졌다면 재미교포들과 한국유학생들이 대거 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으로 와야 맞는데 공항은 예와 다름없었다. 아니 유가의 급등으로 더 한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열정은 지켜내되 단결의식이 아닌 집단의식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장을 열어야 한다. 비판과 합리에 기초해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는 자유의 광장을 열고 가꾸어야 한다.

그 어머니는 깨달았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어려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유학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없고, 문제는 정작 그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천국제공항을 보며 알아차렸던 것이다. 한 어머니의 간단하고 또렷한 상식마저 이미 방향을 정하고 돌진하는 물결에겐 조그마한 파장도 될 수 없었다.

열정은 지켜내되 단결의식이 아닌 집단의식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장을 열어야 한다. 비판과 합리에 기초해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는 자유의 광장을 열고 가꾸어야 한다. 이 광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할 것이다. 자유라는 것이 쟁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연(自然)은 인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게 되자 자연을 인자하게 인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도 인자하지 않았다. 자유주의 혁명을 거치고서야 자유는 하나의 뚜렷한 개념으로 성립하기 시작했으며 좌와 우를 망라한 사람들의 진지한 노력 속에 자유는 풍부하게 발전해 왔다. 토론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분투했던 동서고금의 모든 선지자들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한국에 그 자유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답하자. 이제 마땅한 싸움을 시작해야 할 듯하다.

합리적인 토론광장이 필요하다

한줌의 선동가가 우리의 이성을 옥죄고, 합리를 파괴하여 결국 나라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토론광장을 만들자. 그 출발은 토론의 광장으로서 언론을 가꾸는 것에서 출발하며 공영방송을 이념의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과의 싸움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토론광장으로서 공정방송으로의 정착이 될 것이라 믿는다.

2년마다 한국언론재단은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라는 것을 하는데 지난 6월 30일 발간한 ‘신문과 방송’ 7월호에서 2008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월에 전국 5000명을 1:1면담으로 조사했다고 하니 신뢰도도 무척 높다. 응답자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KBS(32.5%) MBC(21.7%) 네이버(17.1%) 다음(4.2%) 조선일보(3.7%) 순으로 꼽았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는 KBS(31.1%) MBC(21.6%) 네이버(13.5%) 조선일보(4.5%) 다음(3.2%) 순으로 지적했다. 방송이 전체적으로 54.2%의 영향력과 52.7%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포털까지 합치면 70%를 훌쩍 넘기게 된다.

상황이 이러니 방송이 병풍을 일으키면 대통령의 당락이 바뀐다. 2002년 대선의 경우 1~2위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2.3%였다. 그런데 유력야당후보를 병풍으로 추궁했던 2002년 7월 그 후보의 지지율은 최대 11.8%가 하락했다고 서울지방법원 민사 25부는 지적했다. 총소리 없는 쿠데타라고 해도 유구무언의 상황이었다.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2004년 탄핵당시 편파성을 조사했던 한국언론학회의 조사 결과 시사프로그램 앵커의 발언이 1:27로 탄핵 찬성과 반대의 비율을 보였다. 뉴스량, 인터뷰, 인용, 화면 등을 종합하면 그건 공영방송이 아니라 특정세력의 선무(先務)방송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선동방송은 불행하게도 2008년 한국의 봄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이념노조에 장악되다시피 한 MBC 등에 합리적인 토론의 광장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임이 입증되었다. MBC 살리기! 그것은 정권교체 여부와 무관한 또 다른 중대한 과제임이 또렷해진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영화해야

이미 미디어선진화국민연합이 발족되어 활동하고 있고, 이번에 또 공정언론시민연대가 9월 30일, 그간 주요 편파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공정언론 실현에 대한 제안을 하며 발족한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미디어선진화국민연합과 공정언론시민연대와 같은 기구들이 하루 속히 임무를 다하고 박물관에 역사로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방송사가 회사처럼 주인이 있다면 방만 경영을 하기 어려워 질 것이며, 지금처럼 방송사를 경영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방송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에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다. 늘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다보니 방송사는 국민세금을 지원 받으면서도 방만 경영을 하게 되고,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다.

방송사가 회사처럼 주인이 있다면 방만 경영을 하기 어려워 질 것이며, 지금처럼 방송사를 경영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해야 한다. 이제는 방송 민영화를 통해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고 소비자를 위하는 방송사를 만들도록 하자. ■

최홍재 / 뉴라이트재단 이사

저자소개: 최홍재 이사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국장으로 일했다. 전국연합 자주통일위원회 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시대정신' 편집위원을 거쳐 뉴라이트재단 이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386의 꿈 그 성찰의 이유(2005)', ‘내 마음의 정한수(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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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 촛불 수배 농성단에 합류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물면서 본격적인 하반기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객원기자는 조계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촛불시위’와 관련해 경찰은 현재까지 1,602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35명을 구속하고, 1,380명을 불구속했으며 56명을 즉심처리, 48명을 훈방, 10명을 불입건, 73명을 수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총파업을 벌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노동계 핵폭탄’ 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 촛불시위 수배자들의 농성에 합류했다.

조계사 농성 중인 ‘불법시위’ 수배자 이석행 포함 총 8명

경찰과 민노총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전교조 교사 2명 등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조계사로 진입했다. 당시 조계사 주변에는 서울경찰청 경찰관기동대 소속 30여명이 촘촘히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이 위원장의 진입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기 옆 오른쪽으로 이석행 위원장(동그라미 표시)의 모습이 보인다


이로써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수배자는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광우병대책회의 공동상황 실장), 노사모 출신의 백은종 ‘2MB탄핵투쟁연대’ 대표 등 8명으로 늘어났다.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직접 차량을 몰고 조계사로 들어간 이 위원장의 목적은 향후 조계사를 근거지로 본격적인 하반기 노동계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문숙 민노총 대변인은 24일 “이 위원장은 정부 탄압이 심각하지만 공기업 민영화 등 친(親)재벌 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최소한 역할을 하고자 조계사로 들어왔다”며 “당분간 조계사에 머물며 하반기 투쟁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이 위원장이 언제까지 조계사에 머물지는 단언할 수 없다”면서 “이 위원장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친(親)재벌 정책만큼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北대남선동 매체 우리민족끼리, 남한 노동계 파업 선동

주목할 것은 이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북한의 대남선동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해방직후에 발행한 ‘9월 총파업’ 사태를 언급하며 “9월의 총파업이 10월 인민항쟁(대구 폭동)으로 이어졌다”면서 남한 노동계의 파업을 선동하고 나섰다.

우리민족끼리는 “미제의 군정통치를 반대하는 전(全)인민적 항쟁을 불러일으켰던 그날의 항쟁투사들의 염원은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남조선에는 아직도 미제침략군이 둥지를 틀고 앉아 있으며 친미보수분자들의 대미굴종정책도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어 “미친소병국민대책회의 성원들을 수배, 구속하고 민주로총 간부들을 체포 탄압하는 리명박 일당의 책동은 62년 전 미제와 리승만 도당의 책동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면서 “현실은 남조선인민들이 지난 62년 전 로동자들의 9월 총파업 투쟁 정신으로 자주·민주·통일·생존권을 위한 투쟁에 적극 떨쳐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의 로동 계급을 비롯한 각계각층 인민들은 남조선강점미제침략군을 하루빨리 철수시키고 남조선사회의 자주화와 민주화, 생존권과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성스러운 애국투쟁의 불길을 더욱 힘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민노총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직접행동주간 선포 기자회견’ 및 ‘비정규·장기투쟁 사업장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현 정부와 자본주의에 대한 적대적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속노조 “이명박 정권 상대로 강력한 투쟁 전개할 것”

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에 따르면, 주봉희 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정권과 결탁한 자본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자유주의정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자”고 촉구했다.

민노당의 홍희덕 의원도 “이명박 정권은 미국에서조차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라가며 시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민노총 80만 조합원이 비상한 각오로 하반기투쟁을 조직해 비정규 노동자들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 정책을 막아내자”고 선동했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 권순만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자본은 단협 조차 무력화시키고 공장 폐업을 전형적 탄압으로 일삼고 있다”면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용자들,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자본가들,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자”고 주장했다.

대동중공업 해고 노동자 출신의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은 민노총 내 온건파로 알려진 국민파 계열로 2002년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시그네틱스 관련 투쟁으로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올 한해 노사분규 95%, 민노총 소속 노조

이 위원장은 그러나 그가 온건파 출신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지난해 1월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줄곧 크고 작은 노동자 파업을 주도해왔다. 실제로 노동부가 공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까지 발생한 노사분규 80건(교섭단체 기준) 가운데 민노총 소속이 76건으로, 전체의 95%(한국노총 소속은 4건에 불과)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맹별로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44건으로 전체의 55%,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3건으로 전체의 66%를 각각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기업 노사분규는 17건으로 모두 민노총 소속 노조에서 발생했다. 분규 사업장의 교섭기간은 평균 132일이었다.

신규 노조 사업장은 186일, 기존 노조 사업장은 120일이었다. 교섭 횟수는 평균 16회. 신규노조 사업장이 19.5회, 기존 노조 사업장이 15.2회였다. 노사분규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66만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만4000일)에 비해 55.2% 늘었다.

2000년 이후 근로손실일수는 2001년 64만7000일, 2002년 127만9000일, 2003년 108만7000일, 2004년 101만일, 2005년 43만4000일, 2006년 104만1000일이다.

이와 함께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이 극좌(極左)성향의 오종렬·한상렬 등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들과 주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무려 3조 7,5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시위로 인한 국가적 손실 3조 7,500억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최근 보고서(제목: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를 통해 “첫 시위가 열린 5월 2일부터 100번째 시위가 열린 8월 15일까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촛불시위는 직접피해 1조574억 원, 간접피해 2조6939억 원을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피해는 민노총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356억 원), 집회·시위 대응에 투입된 경찰 관리비용과 인적·물적 피해(840억 원), 시위장소 인근인 소공동·을지로·종로 일대 상가 2만6603개의 영업 손실 등(9042억 원), 광고주 협박운동 등에 따른 조선·동아·중앙일보 등의 광고손실(310억 원), 매일 밤·새벽 교통정체로 인한 손실(27억 원) 등이다.

연구소는 또 지난 17년간(1990~ 2006년) 설비투자 및 경제성장률과 집회시위 빈도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번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 불안정으로 인한 투자 및 경제성장 감소 등 거시경제적 비용이 1조8378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조계사로 숨어든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불법시위 주동자들은 법을 비웃는 듯 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일례로 한 좌파 성향 인터넷 매체는 지난 7월8일~8월5일까지 29일 동안 조계사에서 촛불 재점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수배자들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했다. 수배자들이 ‘냉면’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지지자들은 이를 보고 사찰로 먹을거리를 가져오기도 했다.

촛불시위 주동자 김광일, 남미(南美)식 폭력혁명론 주장

얼마 전에는 농성장에서 ‘수배자 6인 좌담회’를 열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생중계했다. 이 자리에서 한용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실정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인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법을 준수할 마음이 추호도 없음을 밝혔다.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은 “민주당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초석을 닦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이 처음 나왔을 때 시민들로부터 항의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서 거리 시민들이 권력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그 모델이 우리에게 훨씬 현실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남미식 폭력혁명론을 주장했다.

한편, 이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한 불교계는 이미 검거된 불법 시위 관련자와 수배자 선처를 후속 범불교대회를 자제하는 데 중요한 요구 조건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것이 옳은 일이고, 현 정부와 불교계의 화합에 진정으로 기여할지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불교계의 의도와 상관없이 세속의 법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수배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는 종교계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법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100일이 넘도록 도심을 마비시키고 공권력과 법질서를 무너뜨린 범법자들에 대한 처벌은 타협거리가 될 수 없다. 법치를 포기하면서까지 불교계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종교편향적인 것이다.

오히려 두 달 넘도록 조계사 안에 숨어 있는 불법세력을 담 넘어 바라보고 있으면서 잡지 않는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다. 법치 확립을 위해서라도 조계사는 종교편향과 관계없는 수배자 체포에 협조하고 경찰은 하루속히 이들에 대한 검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필재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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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대외적 여건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성의 하락 원인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오락가락 정책으로 경제주체들에게 정책기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시그널을 주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혼선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정책 기조를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 보장, 그리고 자발적인 거래를 보호하는 시장경제원리에 두어야 한다.

대외 경제 여건의 급변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를 비롯하여 곡물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자원빈국인 한국 경제는 물가상승과 국제수지의 악화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연이은 미국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 경제도 환율과 주가가 출렁거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실물부문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쇠고기 파동을 거쳐 9월 위기설을 겨우 넘긴 정부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경제의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책 신뢰성 하락의 원인은

최근에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외생적인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경제가 어려워진데 대해 현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현 정부의 출범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것이었다. 따라서 외부적 충격에 대비하여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하거나 흡수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의 추진과정에 혼선을 빚어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시장 환율이 하락하고 있을 때는 수출을 늘이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였고,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시장 환율이 상승하고 있을 때는 물가상승을 줄이기 위하여 환율상승을 억제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것을 정책의 혼선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그것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유가가 100달러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물가안정이 시급한 시점에서 고 환율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다.

정부정책이 관치와 시장경제를 오락가락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 경제 정책이 일관성을 잃었다. 여러 부문에 걸친 정책의 혼선은 대외 여건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정책에 기조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정부가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물가안정을 위해 인위적 시장 개입을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개별품목의 가격도 관리하고자 하고 가스나 전기 요금을 억제하고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정부재정으로 지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또한 정책의 추진 과정에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면 엇갈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래서 정부정책이 관치와 시장경제를 오락가락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이 나오고 경제 정책이 일관성을 잃었다고 비판을 받았다. 여러 부문에 걸친 정책의 혼선은 대외 여건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정책에 기조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정부가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주었기 때문이다.

명분을 내세워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해서는 안돼

새로운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지만, 그것이 정책의 기조가 될 수는 없다. 어느 정부에서나 경제 살리기를 부정한 적이 없다. 이전의 정부는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나 균형을 위하여 어느 정도 성장을 희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이들은 분배나 균형을 위해 시장을 억압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새로운 정부의 물가안정이나 서민생활 대책을 보면 새로운 정부에서도 명분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마저 무시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물론 정부는 경제의 안정과 효율을 위하여 시장의 변화에 따라 시의 적절한 정책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적절한 감독은 불가피하다. 금융부문은 실문부문에 비하여 외부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금융부분의 과도한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혼란을 완화하거나 시장기능의 회복을 위한 최소한도의 개입으로 끝나야 한다. 대외 여건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조정 과정에 섣불리 개입하면 조정이 지연되고 경제적 효율성이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의 기조는 어디까지나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존중하고 경제주체간의 자유로운 거래형성을 보호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 정부의 개입은 …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탓할 수 없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을 누려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전의 정부에서 보았듯이 분배나 균형을 위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면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부 재정의 기반이 축소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한 사회보장 정책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인간다운 삶의 보장은 시장의 개입이 아닌 재정을 통한 사회보장정책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할 최소한의 생활 보장은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을 억압하는 것은 특정 시장의 관련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물론 사회보장 정책이 경제주체들의 인센티브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책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집단에 직접 혜택이 가도록 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의 왜곡을 최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경제정책 기조,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존중해야

결국 경제 정책의 기조는 어디까지나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존중하고 경제주체간의 자유로운 거래형성을 보호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국민경제의 안정과 효율의 증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분배를 희생하고 성장을 우선하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경제의 효율이 높아져 분배를 위한 재정기반이 확충되는 정책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이익과 손실을 보는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책의 수혜자는 말이 없는데 비하여 기득권의 침해를 받는 집단은 소리 높여 반대하게 된다. 그래서 선거에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예상하고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허둥대며 국민이 몰라준다고 아쉬워하는 것은 정책이 섬세하게 준비되지 못한 탓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재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리고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정책과 사회보장 정책이 맞물려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정책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면 눈앞에 보이는 경제문제에 집착하게 되고 사안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정부의 개입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정부 스스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게 된다. 또한 경제적 효율이 희생되고, 이에 따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도 어려워진다. 비록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서민생활의 안정을 헤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저자소개: 정기화 교수는 현재 전남대 경제학부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사회정의와 사회발전』, 『한국법의 경제학(공저)』, 역서로는 『법경제학(Richard Posner)』 등이 있다. 연구 분야는 공정거래법, 법경제학 등이다.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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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원 확보하는 근본적 세제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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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내년부터 9억 원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포함시키는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자유기업원은 전체 세대수의 2%에게만 징벌적으로 부과해 왔던 불합리한 종부세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대책을 내놓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공언대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정책은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혔다.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 전체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던 2조 8천억 원의 부동산 교부세가 사라져 지방재정에 위협이 될 것이며, 재산세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시작부터 잘못된 세제였다. 노무현정부가 국민을 1%와 99%로 구분하고, 1%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국민 전체가 나눠 쓰자는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이 전체 세대수의 2%까지로 확대되었다. 종부세 시행결과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 달성도 하지 못했으며, 조세제도의 원칙만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금을 부동산 정책으로 악용한 것은 잘못이며, 부동산 관련 세제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세금은 일부의 부자로 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국민들이 ‘부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전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 같이 인식하게 만든 것이 바로 종부세 도입의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부유세적인 성격을 갖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부동산의 올바른 세수형태인 재산세로 단일화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만약 종부세 폐지로 인해 부족한 세수가 문제라면, 중앙정부의 지출 감소와 지방자치 활성화로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지방교부금은 지방재정자립을 약화시키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줄어든 지방교부금만큼 지방정부 세수를 강화해 지방재원을 확보해주는 근본적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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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한반도 주변의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북한 내부의 권력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북한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북한이 가용한 핵 협상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지 등을 다루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월 9일 북한정권 수립 60주년 기념식에 불참함으로써 증폭된 ‘와병설’이 기정사실로 정착되고 있다. 약간의 병세호전을 전하고 있는 국내외 정보와 북한의 5대 권력기관들이 ‘영도자를 중심으로 일심단결(一心團結)’을 외치면서 충성을 서약하는 것을 보면 곧바로 ‘권력공백’이 도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곧바로 현실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주목해야 할 분야는 북한내부의 권력구도, 북한의 대외정책, 북핵 협상 등이다. 이 세 분야는 상호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될수록 권력후계 문제가 부상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실세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이들의 판단에 따라 대외정책과 핵협상도 달라질 수 있음이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 및 통치불능 가능성을 가정한 각종 대비책들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북한의 권력구도는 어떻게 될까?

우선 예상해야 하는 다음 사태는 북한에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김정남(37), 김정철(27), 김정운(25)이라는 세 아들이 있지만 이들 중 하나가 곧바로 권력을 승계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상 권력자의 자녀가 권력을 인계받기 위해서는 ‘3P'가 필요하다. 즉, power(권력기반), policy(정책능력), personality(지도자 자질) 등이 필요한데, 이 세 가지를 겸비한 아들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통치가 불가능해진다면 일단은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하고 그 이후에 권력투쟁이 전개되어 세 아들 중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후계자’ 구도가 정착될 수도 있고,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다른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

통상 권력자의 자녀가 권력을 인계받기 위해서는 ‘권력기반, 정책능력, 지도자 자질 등이 필요한데, 이 세 가지를 겸비한 아들은 없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통치가 불가능해진다면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하고 그 이후에 권력투쟁이 전개되어 세 아들 중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후계자’ 구도가 정착될 수도 있고,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다른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불능 사태직후 권력기관들에 포진하고 있는 직계세력들에 의한 집단지도체제의 가능성이다. 이 경우 최고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방위원회, 노동당중앙위원회, 노동당중앙군사위원회 등 3대 기관에 포진한 측근인물들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당(黨)ㆍ군(軍)ㆍ정(政)이 골고루 대변되는 ‘모양새’를 중시한다면 일단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을 필두로 그 휘하에 당과 군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내각의 김영일 총리까지 포함되는 체제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권력이 당과 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김 위원장이 체제생존 차원에서 선군(先軍)정치를 이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등에 포진한 군 인사들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하여 조명록 차수(80), 현철해 대장(74), 이명수 대장(71), 박재경 대장(75), 김명국 대장(68) 등이 이미 언론에 거명되고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도 그렇지만 군부실세 중 상당수가 혁명 제1세대 출신으로 고령이다.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하더라도 이어서 새로운 권력투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외정책, 경직될 가능성 커

군부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한다면, 북한의 대외정책은 당분간 현재보다 더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우호ㆍ동맹관계에 의존하면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경한 자세로 나오기 쉽다.

이러한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체제에 대한 집착’을 들 수 있다. 이들 원로 군부그룹은 북한정권 수립이후 지금까지 최고위직에 머물면서 ‘혁명의 최대 수혜자’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이들에게 있어 체제수호는 목숨과 동일하다. 서방세계로부터의 고립이 강화된다면 북한주민의 경제난과 식량난은 악화될 것이나, 군부 원로들에게 있어 주민의 삶의 질을 해결하는 것은 체제생존 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우호ㆍ동맹관계에 의존하면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경한 자세로 나오기 쉽다. 이러한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체제에 대한 집착’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미북 관계개선, 북일 수교를 위한 대일협상 등이 보류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구애(求愛)공세가 강화되는 국면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구도를 감안할 때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일단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중국은 ‘도광양해(韜光養晦), 유소작위(有所作爲)’의 구호아래 굴욕의 현대사를 청산하고 중화(中華)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2020년에는 미국 경제력의 1.5배를 능가하는 경제력과 현대화된 국방력을 보유한 초강국 지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해 놓고 있다. 러시아 역시 푸친 대통령 이래 과거 초강국으로서의 영향력을 되찾고자 노력 중이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데 중국과 합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친중ㆍ친러 시도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화답을 받은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관계는 불가피하게 경색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는 남북간 기(氣)싸움도 좀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 협상 시나리오

현재 북한에게 가용한 핵 시나리오는 4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받고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시나리오이며, 둘째는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와의 대결로 회귀하는 시나리오이다. 셋째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미북관계 개선 등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얻어내다가 마지막 순간에 핵을 포기하는 경우이며, 넷째는 최대한 시간을 끌고 꾸준히 반대급부를 얻어내지만 결국 핵을 고수하는 시나리오이다.

현재로서 첫 번째 및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떤 경우에도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북한 지배자들의 체제 딜레마는 여전히 그대로이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취약한 정치적 입지를 가진 부시 대통령과 진행 중인 대미관계 개선 과정을 차버릴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가용한 핵 시나리오는 첫째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받고 핵을 완전히 포기, 둘째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와의 대결로 회귀, 셋째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미북관계 개선 등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얻어내다가 마지막 순간에 핵 포기, 넷째는 최대한 시간을 끌고 꾸준히 반대급부를 얻어내지만 결국 핵 고수 등 4가지다.

그러나 군부의 실세들이 북한의 대외정책을 장악하는 상황이 온다면 네 번째 및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핵무기는 체제생존 수단’이라는 등식이 더욱 설득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권을 장악한 군부실세들의 핵문제 접근은 두 가지 경로로 예상할 수 있다.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실용주의적 측면이 중시된다면, 네 번째 시나리오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즉, 핵을 포기할 의도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핵 대화의 틀을 깨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의 핵협상이 진행된다면 국제사회는 미북 양자대화 고수, 한국배제, 한미간 이간, 한국 내 남남갈등 자극 등 북한의 과거 협상전략들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위기조성, 벼랑 끝 핵외교, 의제 추가하기, 의제 쪼개기, 꼬리 짜르기(salami tactics), 강탈적 요구에 의한 기선제압 등 각종 협상전술들도 다시 목도하게 될 것이다. 1993년 북한은 느닷없이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는 ‘의제 추가하기’ 전술을 구사하여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이를 관철했고, 1994년에는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국을 겁주어 대화의 테이블에서 밀어내고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었다. 미국의 핵 탑재 군함이나 항공기의 한반도 접근이나 출입까지 금지하고 한국 내 미군기지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북한판 ‘조선반도 비핵화’ 방안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강탈적 요구로 비대칭 세력인 미국의 기를 꺾는 협상전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과 함께 정책결정권을 쥐게 된 군부가 체제위기를 느끼고 모든 것에 앞서 체제단속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핵문제 접근법은 좀 더 두 번째 시나리오 쪽으로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북한이 검증체제 협상을 거부하고 핵실험을 재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일단 상정할 수 있다.

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불능 사태가 도래할 경우 군부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나 그 이후 새로운 권력투쟁이 벌어져 보다 안정적인 권력이 탄생할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추론에 의한 예상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강경군부 대신 실용주의 세력이 먼저 등장할 가능성도 있으며, 집단지도체제 이후에 실용주의적인 정권이 등장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미래를 놓고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어쩌면 평화통일의 기회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이 한반도에 복(福)을 가져올지 화(禍)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특히, 임종을 앞둔 통치자의 심리적 요인을 중시한다면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이 병상에서나마 권력을 위임하지 않고 상당기간 통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상기의 예상과는 다른 대외정책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이 죽음을 앞둔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수락했듯이 또는 고 정주영 회장이 말년에 고향인 강원도 통천을 그리며 소떼를 몰고 방북하여 햇볕정책의 물꼬를 텄듯이, 권력자들도 인간이라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는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한 심리변화가 북핵문제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때에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딱 한가지이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가운데 차분하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

김태우 /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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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2개의 국제중학교가 지정될 예정이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두고 사교육 증가, 귀족학교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교육제도하에서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중학교 설립 필요성

서울에도 2개의 국제중이 지정될 예정이다. 부산에 공립으로 설립된 부산국제중학교와 수도권의 청심국제중학교에 이어 드디어 서울에도 특성화 중학교가 생기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특성화 중학교인 국제중학교의 지정 계획의 협의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하였다. 2006년 3월에도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007년 개교를 목표로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의 국제중학교 설립 인가를 당시 교육부에 제출하였지만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설립에 반대하여 16일간 단식을 결행하고, 교육부도 반대하여 결국 서울에서 국제중 설립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설립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 교육청이 밝힌 특성화 중학교 운영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화ㆍ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
둘째, 장기 해외 거주 귀국학생을 위한 교육 연계성 보장
셋째, 국제 분야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유학욕구를 수용함으로써 조기유학에 따른 폐단 해결
넷째, 서울 학생의 지방 국제중학교 진학에 따른 학부모 부담 해소

국제중 설립의 필요성은 그 나름의 강력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2개의 국제중은 이러한 필요성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특성화 중학교 지정 계획”을 통해 국제중학생 선발 방식과 운영 계획을 자세하게 밝혀 국제 중학교의 특성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작성한 “특성화 중학교(국제중) 관련 Q&A”에 나타난 것과 같이 교육과정 특성화를 통해 현재 일반 중학교와 구별되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중 설립 반대 논리

항상 그래 왔듯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세심한 운영ㆍ부작용 최소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증가와 ‘귀족학교’화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제시한 3단계 입학 전형이 사교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판단되지만 그 전형 방식이 사교육을 억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1단계를 통과하려면 우수한 내신 성적이 필요하다. 필기시험 없이 학생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전형한다고 하지만 학생생활기록부에 게재되는 사항들을 위해 사교육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사교육을 하게 될 것이다.

2단계의 면접ㆍ토론을 위한 사교육이 없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입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시간당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도 면접을 위한 사교육이다. 나아가 진학 후에 많은 수업들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를 위한 사교육이 필요할 것임은 분명하다. 곧 기본인 영어를 비롯하여 내신성적, 경시대회, 면접ㆍ토론에 대비하자면 높은 소득과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학부모에게 유리한 사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교육비가 오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에 진정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관리가 실제로 사교육의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교육 열풍에 대한 우려가 상위 1%를 위한 ‘귀족학교론’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중 입학생 가운데 경제적으로 상위에 있는 계층이 많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가 입증하고 있다. 교육부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9월에 작성한 ‘청심국제중 학부모 직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입생 94명 가운데 전문직종이나 부유층에 속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 자유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국가나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으로 획일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교육과 ‘귀족학교’화에 대한 반대보다 더 근본적인 지적도 있다. 그것은 ‘중학교 교육에서부터 특성화 교육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하는 것이다. 중학교 시기의 학생에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식과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특성화된 교육’을 시키는 것이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성화 중학교의 “법적인 설립 근거가 취약하며 국민보통교육기관에서 영어몰입교육으로 교수 언어를 국어가 아닌 영어로 하는 것은 위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가볍게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평준화 정책이 기형적인 교육을 초래했다

이런 반대 논리들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요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성화 중학교라는 기형적인 이름으로 국제중학교가 설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969년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한 평준화정책 때문이다. 평준화정책 시행 이전에는 우리나라에도 자생적으로 생성된 사립학교들이 존재했고 그 학교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교육 목표를 나름대로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자신이 설정한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런 학교들을 폐교나 다름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을 국가나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으로 획일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 정의나 도덕적인 관점, 자신이나 집단의 교육 철학에 비추어 설사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육 현상일지라도 국가의 권력을 매개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자유주의의 근본이념에 어긋나고 현실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은 국가 주도의 교육제도가 유인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의 교육열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설사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국가 권력이나 특정 집단의 교육 철학으로 억압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성과 자기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귀족학교론’은 특정 집단의 교육철학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말일 수는 있지만, 자유사회에서는 삼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출생에 의한 신분이 존재하는 봉건사회가 아니다. 타고난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차이나 날 수밖에 없으며, 어느 정도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국가 권력이나 특정 집단의 교육 철학으로 억압하는 것은 개인의 자발성과 자기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교육은 영합게임(제로섬)이 아니다. 특정 집단의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다른 집단에게 교육적으로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우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학업 성적이 같은 수준에 있지만 가정의 경제 능력의 차이로 입학이 어려운 경우, 가계 소득에 비례해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집단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사회의 근본을 허물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든 사립학교에 자율성을 주자

정부 통제를 통한 사교육 억제 압력이 이제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은 그 정책에 맞추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였으며, 아예 사교육을 우회하여 해외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였다.

사교육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국제중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 땅에서 사교육이 사라지고 필요한 교육이 공교육으로 흡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왜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가.

우리 사회가 봉착한 교육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기형적인 이름으로 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좌파의 쇄신을 주창하면서 ‘다윈주의 좌파’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의 응용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는 인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혁명ㆍ사회적 변화ㆍ좋은 교육을 통해 갈등과 분쟁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이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이 차별, 편견, 억압 또는 사회적 조건으로부터만 생겨났다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현실적인 불평등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능력이 다르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적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지속하기 위해서도 어떤 사회ㆍ경제적 변화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체제 아래 살든지 자신의 자식들이 좀더 좋은 교육을 받길 원하고, 자신의 지위가 상승되길 바라고, 권력을 획득하거나 친족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노력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를 구축하여 모든 것을 국가 권력이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단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뿐 영속될 수 없음을 인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봉착한 교육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좀 더 진지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이성적으로, 도덕적으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을 국가가 강제력을 통해 교정할 수만은 없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 주체로서 시민들이 성숙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가 여기에 개입할 수는 없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잉교육열에 의한 사교육과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의 고착화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국제중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국가 권력에 의해 통제하려고 할 때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궁극적으로 국제중학교 설립의 문제를 넘어 모든 사립학교들에게 자율성을 주려는 정공법을 택할 때가 되었다. ■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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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율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외환시장개입은 아주 단기적인 효과를 제외하고는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환율 변동 상황이 불만족스럽다고 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해결하려는 것은 외화준비 자산만 낭비시킬 뿐 효과가 없으므로, 환율 문제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원 달러 환율이 지난 수개월간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원 달러 환율은 1,014.6원에서 1,089.4 원으로 7.37퍼센트나 올랐다. 9월 1일에는 27.3원이나 폭등하여 1,116.0원에 마감되었다. 증시도 폭락하며 코스피지수를 59.8 포인트 나 끌어 내렸다. 여기에 주요 이자율까지 오르니 모든 신문의 1단 기사가 "금융시장 패닉" 이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이틀간도 원화는 계속 추락하여 9월 3일에는 1,148.5원까지 기록했다. 2004년 10월 7일이래 최저치다.

정부의 외환시장의 개입은 원칙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외화준비자산이 계속 손실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9월 금융위기설, 10월 외환위기설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루머들이 끊이지 않고 나돌고 있다. 더 이상 외환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전 금융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진원지는 외환시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환정책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

환율은 두 통화의 상대 가치다

환율은 두 통화의 상대 가치란 점에서 두 나라의 경제 환경을 동시에 반영한다. 원 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경제에 일어나는 일에 모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세계의 각국통화의 달러환율이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면 이는 환율변화가 미국 경제에 기인하는 것이며 반면 원화의 달러환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유별나게 움직인다면 그 움직임은 한국경제의 특이한 상황에 기인한 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2월간의 주요 각국통화의 변동을 비교해 보자. 유로나 엔과 같은 국제통화와 싱가포르 달러나 대만 달러처럼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나라의 통화를 비교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이들 통화들의 공통점은 3월 초까지 달러에 대해 강세를 유지하다 그 이후 3~4개월간 보합세를 보였으며 최근 30~40일간 달러에 대해 약세로 돌아섰다(엔화는 3월초 이후 보합세 없이 계속 약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약간 상이하다).

환율은 두 통화의 상대 가치란 점에서 두 나라의 경제 환경을 동시에 반영한다. … 세계의 각국통화의 달러환율이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면 이는 환율변화가 미국 경제에 기인하는 것이며 반면 원화의 달러환율이 다른 통화에 비해 유별나게 움직인다면 그 움직임은 한국경제의 특이한 상황에 기인한 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세계의 주요 통화의 달러가치가 공통적인 모양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달러화 자체의 가치 변동이 그 주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즉 3~4개월 전 외환시장의 기조는 약 달러시대에서 강 달러시대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사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넘어 3.3퍼센트를 기록한 반면 유럽연합이나 일본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유가 하락이 달러화의 최근 추세 반등의 주요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통화에 비해 원화는 2006~7년 2년간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하다 작년 11월경 다른 통화들 보다 거의 6개월 빨리 달러화에 대한 가치하락을 시작했으며 올해 3월 이후에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 지난 6개월간에도 몇 번의 등락이 있었으나 가치하락이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그 낙폭 또한 다른 비교 통화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위의 다른 비교 통화들이 5~6 퍼센트 정도 하락한 반면 원화는 약 20퍼센트 이상 하락하였다.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데는 여러 가지 수긍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인상, 이로 인한 인플레 및 경상수지 적자,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한 자본수지의 적자 등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 측의 금융정책방향이 환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취임 이후 줄 곧 ‘물가’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며 이를 수출을 통해 달성하려는 듯 원화환율의 상승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유도하고자 하는 발언도 마다치 않았다. 이에 비해 이성태 한국은행총재는 지난 3월 달러환율이 1,000원 미만이던 시점에서 이미 ‘환율 고점론’ 을 내어 놓으며 원화가 단기적인 현상으로 균형 환율에 비해 지나치게 절하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환율변화는 시장이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결국 재경부 측의 견해에 더 큰 무게를 주었다는 것을 말하고 이에 따라 기대 물가나 환율이 모두 오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데는 … 국제원자재 가격의 인상, 이로 인한 인플레 및 경상수지 적자,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한 자본수지의 적자 등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측의 금융정책방향이 환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가치하락이 강만수 장관의 입장처럼 바람직한 것인가? 환율은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격’이라 할 만큼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원화가치의 하락은 달러 등 외화의 원화환산 가치를 상승시켜 수출업자에게 유리한 반면 수입품의 국내가격을 인상시켜 수입업자나 국내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거나 불경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경제에서 국내통화가치의 하락은 희소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하락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준다. 수입물가의 상승은 소비자 물가지수 같은 전반적인 물가에 영향을 준다. 수입원자재들의 달러화 가격이 국제시장가격이 급격히 오름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높은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물가 수호자인 한국은행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환율변동이 미치는 영향으로 중요한 또 다른 경로는 원화의 평가절하 즉 달러화의 평가절상이 외화 표시 부채의 원화가치를 상승시키고 이의 원리금 상환압력을 주어 기업의 채산성을 낮춤으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유출을 가속화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화가치의 하락이 바람직한 것인지 당연히 의심이 간다.

시장개입은 효과 있나?

시장개입은 효과 있나? 변동환율제는 1973년 달러중심의 고정환율제(브레튼우즈 시스템)가 붕괴되면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후진국이나 신흥국에서는 엄격한 의미의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존재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거의 모든 나라가 외환시장개입을 당연시 해 왔다. 미국 등 선진7개국(G7)은 1985년의 플라자회담이나 1987년의 루브르회담에서처럼 공동으로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거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전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시장개입은 아주 단기적인 효과를 제외하고는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외환시장개입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통화량이나 금리 등 금융정책의 변경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효과를 외환시장개입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금융정책의 효과라고 봄이 정당할 것이다.

외환시장개입은 아주 단기적인 효과를 제외하고는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국제금융경제학의 기본 명제의 하나로 트리렘마(Trilemma)라는 것이 있다. 개방경제하에서 환율의 안정, 국제자본이동의 자유, 자율적 금융정책의 세 가지를 동시에 성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이동의 자유를 천명하고 금융정책의 기조로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을 설정한 현재 상황에서 환율의 안정은 더 이상 독자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며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의 안정을 정책목표로 한다면 국제자본이동을 규제하거나 목표 인플레를 포기 또는 수정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환율정책의 가장 큰 과오는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으면서 이 트리렘마를 무시하려고 한 데 있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 해보면 원화가치의 하락의 이유는 지난 2사분기 까지는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심리(성장 위주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 인상)가 작용한 듯하고 그 이후는 달러화의 세계적인 강세에 기인한 듯하다. 지난 2사분기까지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약세일 때 원화가 나 홀로 달러화에 비해 더 하락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팽창적 거시경제운용에 대한 기대심리로 예상 인플레가 오르고 예측 환율이 하락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간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젠 통화가치의 약세는 원화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 통화에 적용되는 것이니 이젠 달러환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세에 대항하는 것으로 정부의 환율시장개입이 더 힘들어 지고 외환보유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유출되게 된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금융 외환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한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최선목표로 정책을 추진함에서 기획재정부가 이에 제동을 거는 것은 불합리하며 특히 환율조정으로 물가를 제어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이번 외환시장개입의 실패를 통해 명백해 졌다.

환율의 문제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온당한 순서이다. 환율의 변동 특히 전반적인 추세가 불만족스러울 때 이를 외환시장개입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외화준비 자산만 낭비시킬 뿐이다.

물가를 비롯한 거시경제의 안정은 금융정책에 맡기는 것이 순리이다. 환율의 문제를 외환시장개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국제자본이동이 자율화된 이 시점에서 극히 어려운 일이다. 혹자는 정책이자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환율정책의 방향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는 환율의 문제를 거시경제운용의 가장 중요한 통제수단을 동원해 잡아보려 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현 정부가 국제자본이동의 자유나 인플레이션 타겟팅 등의 경제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환율의 문제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온당한 순서이다. 환율의 변동 특히 전반적인 추세가 불만족스러울 때 이를 외환시장개입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외화준비 자산만 낭비시킬 뿐이다. 결국 경제정책의 방향과 대전제가 수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 담당자들간에 미래의 한국경제상에 대해 구체적인 협정이 있어야 하고 국민과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확고한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지난 수개월간의 현 정부의 환율정책은 모범적 실패작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정책의 대 혁신을 이루어 간다면 이 또한 귀한 성공담으로 교과서에 남을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명박 정부가 부디 남은 임기 동안 이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윤배 / University of Kentuck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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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안정, 투자촉진을 위한 감세를 주요 골자로 하는 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서민과 경제를 억누르는 불합리하거나 과중한 세금을 과감히 축소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환영한다. 나아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작은정부를 위한 정부 부문의 지출 감소 노력도 함께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근본적으로 조세감면은 국민가처분 소득의 증가를 가져오며 이는 개인의 소비와 저축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대되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일자리도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법인세 감면은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에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의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80%)으로 동결하는 등 종부세에 대한 완화가 포함됐지만, 종부세는 본래 지방세 과세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국세로 전환한 것으로 지방자치에 어긋나며, 특히 부동산세금을 재분배의 수단으로 삼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3대 목적세를 폐지하고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했지만, 더 정비하여 조세제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세제감면안이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다른 분야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연결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세금 감면에 맞춰 정부부분의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민생안정, 경기활성화와 함께 진정한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 길이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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