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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방송이 어떤 내용을 방송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여론이 좌우되고, 심지어는 선거에서 후보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렇듯 방송이 중요하지만, 방송사는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으니 방만 경영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방송사가 소비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통해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열정적이다. 좋게 말해 동료의식이요 나쁘게 말해 집단의식이 함께 배어난다. 우리 한국인의 모습에서 어렵사리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열정을 발견할 때 이 에너지가 더불어 표출될 때 희망과 힘이 솟는다. 반면 정보의 타당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돌진할 때에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들불같이 일어난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속에서 신명 비슷한 열정을 발견하고, 비록 정부의 미숙함이 자초하기도 했지만 한갓된 괴담으로 세계인들에게 의아스런 대상이 되어버린 광우병 시위에서 비극적인 의식을 발견한다.

이념 방송의 위험성

‘지금, 왜 저래요?’ 필리핀 친구가 물었다. 80년대 필리핀 민주화에 참여하며 필자와 비슷한 고뇌를 안고 살았던 필리피노의 눈에 촛불시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리핀산 쇠고기는 맛이 없다. 대부분 물소인 까닭에 깊은 맛도 없고 고무씹는 맛이 난다. 질기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미국산이나 호주산을 사먹는다. 대부분의 필리피노에게 미국산 쇠고기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온 나라가 밤마다 거의 무정부상태라니 민주화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그마저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거였다. 대답하지 못하였다. 내 영어가 짧아서만은 아니었다. 구사해야 할 단어가 매우 어렵기 때문도 아니었다. 우리의 모습에 내재한 무모한 측면을 설명할 수 없어 결국 얼버무리고 말았다.

광우병 괴담이 온 나라를 적셔가자 가정의 식단을 책임진, 주로 어머니들에게 초비상이 걸렸다. 어떤 젊은 어머니는 유모차까지 끌고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이 와중에 한 어머니는 의아스런 눈길로 인천공항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이 귀국사태로 연일 난리가 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소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그리고 그것이 이제야 좀 더 분명해졌다면 재미교포들과 한국유학생들이 대거 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으로 와야 맞는데 공항은 예와 다름없었다. 아니 유가의 급등으로 더 한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열정은 지켜내되 단결의식이 아닌 집단의식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장을 열어야 한다. 비판과 합리에 기초해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는 자유의 광장을 열고 가꾸어야 한다.

그 어머니는 깨달았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어려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유학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없고, 문제는 정작 그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천국제공항을 보며 알아차렸던 것이다. 한 어머니의 간단하고 또렷한 상식마저 이미 방향을 정하고 돌진하는 물결에겐 조그마한 파장도 될 수 없었다.

열정은 지켜내되 단결의식이 아닌 집단의식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를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장을 열어야 한다. 비판과 합리에 기초해서 다양한 생각들이 오갈 수 있는 자유의 광장을 열고 가꾸어야 한다. 이 광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할 것이다. 자유라는 것이 쟁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연(自然)은 인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게 되자 자연을 인자하게 인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도 인자하지 않았다. 자유주의 혁명을 거치고서야 자유는 하나의 뚜렷한 개념으로 성립하기 시작했으며 좌와 우를 망라한 사람들의 진지한 노력 속에 자유는 풍부하게 발전해 왔다. 토론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분투했던 동서고금의 모든 선지자들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한국에 그 자유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답하자. 이제 마땅한 싸움을 시작해야 할 듯하다.

합리적인 토론광장이 필요하다

한줌의 선동가가 우리의 이성을 옥죄고, 합리를 파괴하여 결국 나라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토론광장을 만들자. 그 출발은 토론의 광장으로서 언론을 가꾸는 것에서 출발하며 공영방송을 이념의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과의 싸움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토론광장으로서 공정방송으로의 정착이 될 것이라 믿는다.

2년마다 한국언론재단은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라는 것을 하는데 지난 6월 30일 발간한 ‘신문과 방송’ 7월호에서 2008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월에 전국 5000명을 1:1면담으로 조사했다고 하니 신뢰도도 무척 높다. 응답자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KBS(32.5%) MBC(21.7%) 네이버(17.1%) 다음(4.2%) 조선일보(3.7%) 순으로 꼽았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는 KBS(31.1%) MBC(21.6%) 네이버(13.5%) 조선일보(4.5%) 다음(3.2%) 순으로 지적했다. 방송이 전체적으로 54.2%의 영향력과 52.7%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포털까지 합치면 70%를 훌쩍 넘기게 된다.

상황이 이러니 방송이 병풍을 일으키면 대통령의 당락이 바뀐다. 2002년 대선의 경우 1~2위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2.3%였다. 그런데 유력야당후보를 병풍으로 추궁했던 2002년 7월 그 후보의 지지율은 최대 11.8%가 하락했다고 서울지방법원 민사 25부는 지적했다. 총소리 없는 쿠데타라고 해도 유구무언의 상황이었다.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2004년 탄핵당시 편파성을 조사했던 한국언론학회의 조사 결과 시사프로그램 앵커의 발언이 1:27로 탄핵 찬성과 반대의 비율을 보였다. 뉴스량, 인터뷰, 인용, 화면 등을 종합하면 그건 공영방송이 아니라 특정세력의 선무(先務)방송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선동방송은 불행하게도 2008년 한국의 봄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이념노조에 장악되다시피 한 MBC 등에 합리적인 토론의 광장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임이 입증되었다. MBC 살리기! 그것은 정권교체 여부와 무관한 또 다른 중대한 과제임이 또렷해진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영화해야

이미 미디어선진화국민연합이 발족되어 활동하고 있고, 이번에 또 공정언론시민연대가 9월 30일, 그간 주요 편파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공정언론 실현에 대한 제안을 하며 발족한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다. 미디어선진화국민연합과 공정언론시민연대와 같은 기구들이 하루 속히 임무를 다하고 박물관에 역사로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방송사가 회사처럼 주인이 있다면 방만 경영을 하기 어려워 질 것이며, 지금처럼 방송사를 경영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방송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에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다. 늘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다보니 방송사는 국민세금을 지원 받으면서도 방만 경영을 하게 되고,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다.

방송사가 회사처럼 주인이 있다면 방만 경영을 하기 어려워 질 것이며, 지금처럼 방송사를 경영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해야 한다. 이제는 방송 민영화를 통해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고 소비자를 위하는 방송사를 만들도록 하자. ■

최홍재 / 뉴라이트재단 이사

저자소개: 최홍재 이사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국장으로 일했다. 전국연합 자주통일위원회 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시대정신' 편집위원을 거쳐 뉴라이트재단 이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386의 꿈 그 성찰의 이유(2005)', ‘내 마음의 정한수(2007) 등이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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