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드는 국회에서조차 법을 지키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린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의회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논의와 토론을 벌이고 합의를 통해 법과 정책을 만드는 곳이다. 계속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때는 다수결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해서도 국회폭력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국민소환제와 같은 제도도 강구해야 한다.

세계적인 스캔들이 될 정도로 연말부터 시작하여 연초까지 이어져온 우리 국회의 폭력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것은 가뜩이나 3류 정치로 일컬어져 온 한국정치를 몇 등급 떨어뜨리는 저급한 사태였다. ‘폭력국회’란 그 자체로 형용(形容)모순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폭력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면책특권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에서의 발언에 해당되는 것일 뿐, 폭력에 관한 면책특권은 아니다. 그런가하면 폭력은 민주주의의 엄숙한 전통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태이다. 국회를 영어로 ‘parliament‘라고 부르는 데 그것은 불어의 ‘parler‘에서 어원을 가진 것으로 ‘말을 하는 곳’이라는 뜻이지, ‘폭력을 행사하는 곳’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

원래 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하는 전통,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대로 “교대로 통치하고 통치 받는 것(ruling and being ruled in turn)”을 기조로 하는 민주주의의 전통은 그리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적 기구인 민회를 뜻하는 ‘불레(boule)’를 비롯하여 ‘엑글레시아(ekklesia)’, ‘디카스테리아(dikasteria)’ 등은 한결같이 사람들이 모여 발언을 통해 토론과 심의를 하는 곳이었다.

이처럼 말과 심의를 통하여 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마의 원로원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귀족들이 모인 원로원에서 후대의 우리가 기억하는 중요한 연설만 해도 키케로의 ‘카틀리나 음모 규탄’, ‘필립보스 탄핵연설’ 등이다. 이들 원로원에서의 발언은 세기를 거듭하며 말과 웅변의 힘을 증명해 온 연설이다.

말과 심의를 통하여 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인간 이성에 대한 기대와 확신에서 나온 것으로 이 때 이성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는 바로 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즉, 이성은 말과 설득에 의해 구현된다는 것이 그리스의 전통이었고 또 로마인들의 전통이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이성을 의미하는 ‘라치오(ratio)’에 한 글자를 덧붙여 연설을 의미하는 ‘오라치오(oratio)’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성과 말, 혹은 이성과 설득을 동일시하는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민주주의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심의와 토의를 하는 것이 바로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핵심인 민의의 전당이다. 동시에 의회는 말로 하는 것이기에 섬세함과 고품격의 절정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부를 때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부르는 선진 의회의 관행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회는 폭력을 절대로 행사하지 말아야 할 ‘민의의 전당'

이처럼 국민위임과 민주주의의 전통에 반하여 우리국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는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인 이성에 반하는 야만적 폭거가 아닐 수 없다. 흔히 언론에서는 국회라는 곳이 여당과 야당의 상호작용만으로 이루어지는 곳으로 보고 있으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입법부와 국민간의 관계라는 의미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즉, 국회의 의석을 가진 여야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건, 국민들은 언제나 두 눈을 부릅뜨고 의정 활동을 평가하고 판단을 한다. 따라서 여야 간에 합의가 안되면 난투극이나 활극이 일어나고 합의가 되어야 비로소 순기능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인식이다. 또한 싸울 때는 조직폭력배처럼 화끈하게 싸우더라도 협상을 통해 극적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면, 그 전의 불법이나 폭력과 같은 것들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거나 생각하는 것도 무지함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여야 간의 법안다툼과 관계없이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ipso facto)’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공교롭게도 2008년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가 보신각에서 울렸다. 사방에 울려 퍼진 그 종소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전통적 의미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종소리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보내는 아쉬움만이 깊숙이 서려있는 종소리일까.

국민위임과 민주주의의 전통에 반하여 우리국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는 야만적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여야 간의 법안다툼과 관계없이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이 울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둘 다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연말이 되어도 폭력이 종식되지 않는 우리 국회의 의회 민주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종소리이며, 대의민주주의의 장례식을 치루는 장례식의 종소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폭력 끝에 여야가 잠시 휴전과 같은 합의를 했다고 해서 큰일이라도 해낸 양 희희낙락하며 외유를 나가는 국회의원들의 속물적 모습이여!

의회야말로 폭력을 절대로 행사하지 말아야 할 ‘민의의 전당’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때때로 시장에서 상인과 상인 사이에 혹은 상인과 고객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하철 안에서 취객들이 싸움을 벌이며 혹은 술집에서 작은 다툼이 큰 소동으로 확대되는 것도 보아왔다. 때로는 야구와 축구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패싸움을 벌이는 사태도 목격해왔다. 이런 모습을 보며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종말’이나 ‘술집의 종말’, 혹은 ‘운동경기의 종말’이라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극도의 절망감까지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경기장에서 젊은 혈기의 선수들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승부에 집착하여 싸우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또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말도 못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언성을 높이다가 서로 간에 손찌검을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못하겠는가.

그러나 만일 교회에서 폭력이 자행되거나 몸싸움이 일어난다면 아무리 선의(善意)로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곳은 속세의 이해관계를 떠나 절대자인 신 앞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용서를 비는 거룩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거룩한 곳이기에 죄를 지은 사람이 도망쳐 와도 일반 관리가 들어와 체포하지 못했다. 세속인이 범접하지 못할 그 거룩한 곳에서 만일 폭력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신성모독’이다.

국회폭력은 국민모독이자 소수의 횡포다

그렇다면 의회는 어떤가. 의회는 이름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選良)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 논의와 토론을 벌이고 결정을 내리고, 법과 정책을 만드는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은 물론 있을 수 없고 폭력적인 언어조차 금물이다. 그곳에 국회경위가 있다고는 하나 그들은 국회의원들 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침입과 간섭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국회의원들은 그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폭력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신성모독’이다. 국회의원들이 심의와 토론은 방송국에서 이루어지는 심야토론에 나가서 하고 정작 국회의사당에서는 폭력을 행사했다면, 모순 중에 그런 모순이 없다. 국회의사당이 방송국의 심야토론장보다 덜 엄숙하고 덜 신성한 곳이란 말인가.

영어로 ‘sacrilege‘로 표현되는 ‘신성모독’이 세속화된 민주사회에서 너무 강한 표현이라고 한다면, ‘국민 모독‘이라고 해야 옳다. 어떻게 엄숙한 마음으로 토론과 심의를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 준 선량들이 폭력을 행사하면서 조직폭력배를 닮아가고 또 망치와 쇠톱을 사용하는 목수들을 닮아 가는 것인가. 이것은 민주주의의 퇴행현상이다. 폭력국회가 어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고 헌법을 말할 수 있으며, 법치주의를 말할 수 있고 면책특권을 말할 수 있는가.

원래 의회란 의견이 다른 여야가 맞서는 곳이다. 그런데 여야 간에 의견이 같지 않고 대립과 갈등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회의 의결은 만장일치가 바람직하지만 만장일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때는 다수결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다수결로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소수당의 입장에서 때로는 소수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 경우에도 소수의 권리를 주장할 때에는 ‘방어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소수의 뜻으로 하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바로 ‘소수의 횡포(tyranny of the minority)’가 된다.

이처럼 원론적 지적을 하면서도 비감한 생각과 자조적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 소수당으로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이 과거 노무현 정부 하에서 다수당으로 있을 때 누누이 주장해 온 해묵은 논리라는 데 있다.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태도 변화를 한다면, 나중에 또 다시 다수당이 되어서는 다수결의 정당성을 주장할 셈인가.

의회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서로 논의와 토론을 벌이고 결정을 내리고, 법과 정책을 만드는 곳이다. 폭력국회가 어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고 헌법을 말할 수 있으며, 법치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다수당과 소수당이 끝내 뜻이 맞지 않다면 영어의 표현대로 ‘agree to disagree(불일치하기로 합의한다)‘를 해야 한다. 합의는 의견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하는 데에서도 가능하다. ‘합의이혼’이 바로 그러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사실 소수당이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임을 받지 못해 소수당이 된 것이니,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 민심을 잡아 다음번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도록 노력하고 또 다수당이 된 다음 법안개정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어떻게 자신의 뜻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이성을 잃은 광인(狂人)처럼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항의를 한다고 해도 국회의원들만이 할 수 있는 품위 있는 방법이 있다. 고전적으로는 ‘필리버스터(filibuster)‘, 즉 의사진행방해발언이 그것이다. 달걀만 먹으면서 48시간을 버텼던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도 있고, 또 우리나라에도 그런 정치인이 있었다. 다만 발언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함으로 ‘필리버스터‘가 금지되었다면, 그 대안으로 단식을 할 수도 있고 삭발을 할 수도 있으며, 또 사표를 제출할 수도 있다. 이것들은 물론 절박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것이기에 국회의 품위를 훼손하지 않는 것으로 용인될 수도 있다. 이러한 품위 있는 항의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보았던 야수와 검투사의 결투를 흉내 내고 있으니 국민모독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 우리 국회가 격투기장이나 원형경기장이 되었던가.

입법자의 폭력 좌시해서는 안된다

이미 일어난 이 폭력적인 사태는 아무리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폭력국회’는 ‘폭력가정’과 같다. 폭력이 습관화되면 어떤 사태로 발전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폭력가정의 시작도 처음에는 사소한 손찌검으로 시작하지만, 갈수록 흉악해져서 살인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이번 폭력국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해머와 쇠톱으로 시작했으나, 그냥 내버려두면 야구 방망이와 회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폭력의 확대재생산’이란 그런 것이다. 사실 이번 국회의 폭력성이 쇼킹한 것은 그전에는 기껏해야 국회에서 이부자리 펴들고 잠을 자는 농성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온갖 무기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의석을 가진 정당이 되려면 해머를 사용하는 목수와 전기톱을 사용하는 전기공들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결코 잊지 않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또한 국민소환제와 같은 제도도 강구해야한다. 국회윤리위원회에만 맡길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민의의 전당에서 많은 불미한 일들이 있어도 그리스인들이 ‘레테강’이라고 불렀던 ‘망각의 강’에 던져왔다. 국회에서 생사결단을 하고 포악하게 싸우더라도 여야화해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고소 등 법적인 절차를 취하해 버리고 심지어 서로 웃으며 상대방 칭찬까지 아끼지 않으니, 정말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며, 국민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이번만은 그럴 수 없다. 조폭의 폭력도 아니고, 운동선수의 폭력도 아니며, 있어서는 안 되는 금기인 입법자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국민이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레테강’에 던지기 보다는 그 ‘레테(lethe)’를 다시 살리는 ‘알레테이아(aletheia)’, 즉 그리스인들이 ‘진실’이라고 불렀던 것의 관점에서, 단죄와 책임추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대의민주주의의 폭력성을 교정한다는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

오, 국회여! 그대는 자신을 아는가. ‘벌거벗은 왕’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대 자신을 알고 있는가.■

저자소개: 박효종 교수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권위’, ‘한국민주정치와 삼권분립’ 외 다수가 있다.

박효종 / 서울대학교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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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방송법 개정을 두고 여론 독과점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80년대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그 목적은 언론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론통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언론 통제 규제가 현재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곡해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디어 융합현상은 세계적으로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말 한 가지는 ‘떼법’이 아닌가 한다. 토론과 논리, 적법성과 이성으로 결정하지 않고 생떼를 써서 이루어내는 행위를 흔히 떼법이라고 한다. 벌떼처럼 달라 들어서 막무가내로 물고 늘어지는 저질행동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생떼가 벌어지고 있다. 법 개정을 앞두고 기상천외의 논리와 비약이 사실인양 유포되고 있다. 야당, 노조, 방송사 그리고 심지어 일부 교수들까지 가세하여 ‘공공성’을 내세워 이를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재벌 방송’과 ‘조ㆍ중ㆍ동 방송’ 이 등장하게 된다고 선전하면서 이를 장기집권 음모라고 몰아세운다.

언론통폐합조치의 유산인 신문방송 겸영금지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방송시장에 진입문턱을 낮춘다고 해서 모두 들어오게 되는가, 아니면 특정인만 들어오게 될까? 민주주의 핵심은 기회균등과 공정한 경쟁이다. 등록제인 인쇄매체와 달리 전파매체는 허가제이다. 허가도 하기 전에 ‘특정 방송’ 만을 염두에 두고 시비하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좌파들은 여론조사도 교묘히 이용한다. “재벌과 조ㆍ중ㆍ동 거대신문이 KBS와 MBC와 같은 방송을 갖는데 찬성하십니까?” 답변은 자명하다. “재벌이 방송까지 갖다니!” 대부분의 반응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신군부가 등장, 언론통폐합 조치를 내리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재벌이 방송사 업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화하였다. 이 조치의 목적은 신군부가 언론 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역사적 사실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왜냐하면 신문방송 겸영금지가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80년대 이전 신문사는 원래 방송을 소유하고 있었다. 중앙일보는 TBC를, 동아일보는 DBS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군부가 언론통폐합 조치를 내리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재벌이 방송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화하였다.

이 조치의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바로 신군부가 언론 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신군부의 강제통합은 이미 그 위법성이 밝혀졌다. 원칙대로 한다면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려주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 하나로 불법이 현실로 묵인돼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론통제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언론 통제 규제가 현재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곡해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이 언론을 소유ㆍ운영하는데서 오는 장ㆍ단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리는 것이 바로 운영의 묘이다. 어디에나 빛과 그림자가 없겠는가.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나

조ㆍ중ㆍ동이 방송을 장악하면 여론독과점이 심화된다는 논리 역시 견강부회이다. 어거지 논리라는 말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연말에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신뢰할만한 미디어로 1위 KBS, 2위 YTN, 3위 경향신문, 4위 한겨레신문, 5위 MBC, 6위 SBS를 꼽았다. 한겨레와 경향이 조ㆍ중ㆍ동을 앞서고 있다. 메이저 세 신문을 지칭해서 ‘족벌언론이다’, ‘수구언론이다’, 그리고 ‘독과점이다’라고 시비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원칙적으로 여론에 독과점이 있는가. 여론은 물 흐르듯 시시때때로 변한다. 지배적 여론은 있으되 특정 미디어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적 여론이 있다면 그것은 국론이 통일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지배적 여론이 찬성 쪽에 있다면 그것은 국정수행을 원활히 해 주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여론에 독과점이 있는가. 여론은 물 흐르듯 시시때때로 변한다. 지배적 여론은 있으되 특정 미디어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조ㆍ중ㆍ동이라기보다는 KBS와 MBC 등 방송매체일 것이다. 예컨대 ‘혹세무민’의 PD수첩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적 공포감을 얼마나 조성했던가. 미디어 관련 7개 법안의 개정을 둘러싸고 공공의 재산과 전파를 무기로 반정부 투쟁을 벌인 것이 누구였던가.

일부 방송은 ‘해방구’다. 독점지대를 이용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은 미디어 빅뱅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친다. 양두구육이란 말은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서 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당과 노조는 양고기를 개고기로 둔갑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미디어 융합,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신문ㆍ방송ㆍ통신ㆍ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사업자의 지분 한도를 높이는 것이 방송법 개정의 골자이다. 아울러 이미 기술의 발달로 매체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체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보자는 데 개정 취지가 있을 것이다.

사례를 보자. 위성방송 사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출자 또는 출연을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 100분의 49를 초과할 수 없도록 방송법 제 14조 3항을 개정코자 하고 있다. 이 법에서 위성방송이라 함은 스카이라이프와 위성 DMB를 가리킨다. 정책적인 실패로 위성을 이용하는 이 두 방송사업자는 고사 직전에 있다. 자본잠식을 다 하고 증자를 추진하려 해도 대주주의 최대 지분이 33%임으로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러므로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분한도를 늘려주어야 한다.

더욱이 신문의 방송 겸영은 법과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보도전문채널 MBN을 갖고 있고 기독교 방송 CBS는 노컷뉴스라는 이름의 신문을 내고 있다.

신문ㆍ방송ㆍ통신ㆍ인터넷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국제적 시장 개방이라고 하는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서 규제완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신문방송겸영은 세계적으로 봐도 피할 수 없는 미디어 융합 현상이다. 세계 유수한 신문이 인터넷판 신문을 내고 있으며 텔레비전은 문자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신문과 방송의 벽이 무너지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있음은 천하 공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신방겸영이 금지돼 있다고 속단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특정 도시에서 일간신문과 공중파방송사를 겸영하는 경우 이를 금지한다는 뜻이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집중을 막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단일법인(a single entity)이 동일 지역에서 라디오, TV, 신문, 케이블, 전화를 겸영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1996년 통신법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집중에 대해서 규제를 완화하였고 지역 TV국과 케이블 TV국의 소유 규제 외에는 교차소유 규제를 풀고 있다.

일본의 예는 어떤가. 신문과 방송의 짝짓기는 오래전의 일이다. 아사히신문ㆍ아시히 TV, 산케이 신문ㆍ후지 TV 등 겸영이 일반화돼 있지만 ‘여론 독과점’ 이니 ‘장기집권음모’니 하고 시비하는 예는 없다. 미디어도 시장의 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나쁜 정보, 왜곡된 보도를 내는 매체는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되고 마침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육성을 위해 조속히 개정해야

각지에서 발행되는 신문이 100개를 훨씬 상회하고 어떤 특정 지역에서는 10여개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일간지, 스포츠지, 경제지, 영자지, 무가지 등 20여개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신문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이런 가운데 특정 신문이 많이 팔린다면 정보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 이처럼 많은 다양한 신문이 나오고 있는가? 두 세 개의 일간지가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특정 신문을 ‘타도’ 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오로지 정치논리 탓일 것이다. 아니면 이념적 대립에서 ‘나와 다름’ 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주요 신문을 적대시하는 언론정책을 펴왔다. 그렇지 않아도 영상세대는 활자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좌파정부는 젊은이들을 활자로부터 철저히 유리시켰다. 신문을 읽지 않는 국민, 생각의 깊이도 창의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진흥시키며, 노조가 장악한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공정경쟁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미디어의 육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방송법 개정의 최대 쟁점은 제 8조 제3항일 것이다. 대기업 또는 신문이나 뉴스 통신을 경영하는 자는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총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그것이다.

MBC 보도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지상파 방송의 재벌 소유 지분 한도가 20%이나 세 재벌이 20%씩 출자하면 곧 재벌방송이 되고 국가적 재앙이 된다’고 운운했다. KBS와 MBC 주식이 상장돼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출자할 수 있으며, 3개 재벌이 공동출자해서 사업을 벌인 전례라도 있던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과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MBC 민영화의 경우도 나는 60% 주식을 국민주로 해서 독과점 이익을 소외계층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또 금융위기를 맞아서 어떤 대기업이 방송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뜻 나설까. 비판적 여론은 차치하고 도무지 주판을 튕겨보았자 ‘남는 장사’가 못되는 것이 방송업이다.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진흥시키며, 노조가 장악한 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공정경쟁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미디어의 육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

저자소개: 김우룡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방송학’, ‘미디어 윤리’, ‘언론인의 직업윤리’ 외 다수가 있다.

김우룡 /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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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정부가 ‘녹색 뉴딜 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4대강 살리기,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개통, 친환경주택, 친환경차 보급 등 36개 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녹색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녹색 뉴딜에 필요한 총사업비 50조원을 국비 37조, 지방비 5조 2천여억원, 나머지는 민자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기업원은 녹색 뉴딜이 과도한 재정지출을 초래하지 않도록, 비용편익분석 측면에서 신중하게 사업을 재검토하여 추진 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국제금융 위기로 각 분야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야기되는 상태에서, 녹색뉴딜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 재정적자 악화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녹색 뉴딜 사업의 목표가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여서는 안된다. 당장은 실업률을 줄여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이 꼭 필요한 사업인지, 반드시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지, 재정투입에 비해 수익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이 높은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재원마련을 위한 어려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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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가르침을 전하던 선생님 대신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반대하며 욕이 써진 플래카드를 드는 선생님이 나타났다. 전교조의 학력평가 반대집회 현장이다. 학력평가라는 공교육을 외면하면서 그들이 찾는 공교육은 대체 무엇인가? 객원기자는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시 교육청앞에서 선생님은 욕을 하고 있었다

" 미친놈들아" 선생님이 입에 담기 힘든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선생님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노숙자처럼 거리에 주저 앉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세상을 가르쳐 주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줄 선생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국시도연합 학력평가 시험이 치러진 23일 밤에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선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교조 소속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 500여 명이 참여해 교사 부당징계 철회와 전국 학력평가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지난 12일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2008년을 물들었던 붉은 물결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화두는 '학력고사 반대'로 바뀌었지만 정부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기운이 똑같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인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불법적인 해임 파면을 철회하라"고 소리쳤다.

공교육의 연장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력평가를 반대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생님이 공교육을 거부한 행위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전국학력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벌인 교사들을 파면하고 해임하자 약자로 비춰지는 전교조 교사들에 동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 동정의 목소리는 어느 순간 부터 '학력평가 반대' '미친교육'이란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던 전교조 교사 7명 전원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고 이중 3명은 파면 4명은 해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초등학교 교사 2명과 중학교 교사 1명이 파면되고 초등교사 4명은 해임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에게 '직무 수행시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와 성실 의무 위반을 적용했다. 지난 10월 14~15일 초6, 중3, 고1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시험 안내를 고의로 지연하거나 평가 거부를 유도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발송하는 등 학교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다. 파면, 해임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파면의 경우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이 되지 않으며 퇴직금은 재직 기간에 따라 5년 미만이면 4분의 1, 5년 이상이면 절반 감액된다. 해임시에는 3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은 전액 지급된다.

전교조 학업성취도평가가 부당하니 징계도 부당하다?

즉각 전교조와 해당 교사들은 전국학업 성취도 평가 자체가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 교사들의 징계 또한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실효성이 없고 학교 서열화만 부추겨 사교육비만 낭비하게 만들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조차도 기존에 표집으로 설계된 문항으로 전집을 실시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146억원의 국민의 혈세가 이 시험으로 탕진됐다. 더구나 학년 말에 실시되는 시 도 교육감 협의회가 주관하는 시험은 교육청 스스로가 보아도 아무런 교육적 효과가 없는 단지 전국 단위 서열을 내기위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학업성취도평과의 효과를 알린 교사를 파면과 해임으로 몰고간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만행이라고 규정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질은 전국의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우고 이를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교육감은 일제고사의 장․단점에 대해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고, 체험학습을 안내했다고 아이들이 삶의 시작이자 끝인 교사들을 교단에서 몰아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들은 앞다퉈 해임교사들의 불쌍한(?)모습과 선생님을 잃는 학생들의 눈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전교조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선생님과 함께 하고픈 아이들의 작은 꿈마저 짓밟는 일들이 결국 역사에서 어떤 심판을 받았는가는 지난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며 탄압받는 객체로 해당교사들을 부각시키며 동정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학생들의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 돈 받는 교사와 다를바 없다"

이 같은 흐름에 서울시 교육청은 당황해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전교조가 언론을 등에 없고 호도하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24일 통화에서 "교육 공무원의 의무가 무엇인가"라는 말로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초등고 교육은 법령에 의해 행해진다. 성취도 평가는 초등고 교육법으로 정해져 있다. 개정된 초중고 법령에 의하면 학생들 평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시행령 10조에 의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정책인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는 국가공무원법 초중고법을 위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주장과 달리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는 성적관리 소홀로 교육법상 중징계를 사항이었다. 그는 " 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어 누차 공고를 보내 시행을 알렸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논의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시행이 결정된 사항이다. 이런 평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교육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교육공무원에게 징계수위를 결정할 때 성적관리 소홀 사항은 금품수수와 같이 파면 해임까지도 가능한 중징계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공무원이 교육을 거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이를 정책입안자가 아닌 교사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학교와 학생 줄세우기'라는 주장에 대해선 "터무니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 군사정권시절 서열세우기 시험인 일제고사와 달리 학생들과 학생들의 취약한 과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더 나은 교육을 '서열 교육'이라고 낙인찍어선 안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는 교육적 혜택을 전교조가 나서서 차단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체험학습에 대해서도 전교조가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체험학습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현장학습을 할 기회를 주고자 만들었다"며 "노동절 같이 부모가 회사일을 잠깐 쉴때 학교장 허가하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부모와 유적지 등을 다니며 학습을 하도록 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위해 나선 체험학습은 취지도 절차도 모두 무시됐다"고 말했다.

지난 해 사교육비는 4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큼 사교육비는 해마다 해마다 커져만 간다. 전교조는 늘상 외친다 "질 좋은 공교육을 실천하겠다"고, 공교육 틀 밖으로 학생을 내몰면서 질 좋은 공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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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초 인구가 2백만 명에 달하는 번성한 도시였지만, 현재는 자동차 산업 몰락으로 황폐화되었다. 반면 켄터키 주 조지타운은 1980년 한적한 농업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자동차 도시로 변모했으며 주민들은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똑같은 자동차 도시인데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초래됐을까? 그 이유는 상반된 소비자에 대한 대응 전략과 경영방식, 그리고 노조의 생산참여방식과 태도 등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를 지배했던 1950년대 General Motors(GM)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회사였다. GM은 디트로이트 북쪽 40마일에 위치한 플린트라는 도시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었다. 플린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천지를 찾아 떠난 많은 남부 농촌 빈민들의 고단한 여행의 종착지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으며, 더 이상 자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플린트에서는 전성기 때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도 5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현주소

그러나 2008년 현재 플린트에서 GM의 고용인원은 7,100명에 불과하다. 지금 이 도시는 경제적인 고통으로 크게 신음하고 있다. 플린트 시민들의 1/3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13.6%로 미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대부분 주민들이 직업을 구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2000년 25살 이상 플린트 시민의 25.5%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민들도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플린트를 떠나고 있다. 2006년 플린트에서는 미시간 주 다른 주요 도시인 앤아버, 랜싱, 새기뉴, 그랜래피즈, 트래버스 등 5개 도시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도시의 범죄율은 이들 도시의 두 배에 이를 정도이다. 이는 범죄로 악명이 높은 이 주의 가장 큰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트로이트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의 본부가 있는 유서 깊은 자동차 도시이다. 1950년대 초반 디트로이트는 2백만 명의 인구가 거주한 미국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이제 이 도시에는 단지 90만 명이 살고 있을 뿐이다. 현재 인구이탈로 인해 디트로이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단독 주택지나 수 에이커에 달하는 텅 빈 땅 덩어리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GM은 전성기 때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했으며, 1990년대 중반까지도 5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고용인원은 7,100명에 불과하다.

최근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댄 피트라는 이주로 인한 디트로이트의 황폐화를 잘 보여주는 극적인 지도 사진 한 장을 합성해 지역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제공했다. 피트라 교수의 지도는 디트로이트의 모든 빈 공간을 합칠 경우 40 평방 마일 정도이며, 이를 포함한 디트로이트의 총 도시 공간 139만 평방 마일에는 맨해튼(23 평방 마일), 샌프란시스코(47 평방 마일), 보스턴(48 평방 마일) 등 세 도시를 모두 채워 넣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문가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현 인구를 유지하는 데는 약 50 평방 마일의 땅밖에 필요하지 않아 89만 평방 마일의 땅이 남아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광활한 도시에 주력산업의 몰락으로 지금 디트로이트에는 활용 가능한 공터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디트로이트의 도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최근 지역 신문에 소개되었다. 이 중에는 공원을 대폭 늘리거나 넘치는 도시 공간을 완전 해체해 자연 상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녹지공간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남아도는 90평방 마일의 땅을 대규모의 상업용 농업 경작지로 바꾸면 현금이 말라버린 도시에 일자리와 소득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도시 계획가들의 설명도 있었다. 이보다는 가족 경영의 3에이커 미만의 집 근처 소규모 경작지로 빈 땅을 활용하자는 시민단체의 제안도 있었다.

어쨌든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제조업의 심장부라는 종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새 자아를 찾아 나서고 있다. 새로운 디트로이트에는 채소에 물을 주고 꽃을 기르는 등 도시 근교 농업에 종사하는 목가적인 시민들의 풍경이 자리할 것 같다. 1950년 대 미국 도시 중 가장 높은 평균소득과 주택보유율을 자랑했던 자동차의 도시(Motown)는 이제 소의 도시(Cowtown)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몰락의 원인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970년 대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석유위기와 더불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차를 앞세워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이 무렵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치솟는 연료비 절감을 열망한 소비자들에게 이렇다 할 대체 소형차를 내놓지도 못한 채 시장의 한 쪽이 무너지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보았다. 계속해 일본 회사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중형차 시장을 무너뜨렸고,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도 미국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급기야 1990년 후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SUV와 픽업트럭 등 고수익 대형차를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그 수요는 크게 위축되었으며, 최근 금융위기로 소비는 더욱 줄어 미국 회사는 지금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소비자들 의 욕구 변화를 외면한 경영진,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품질과 생산과정에 관심 없는 노조 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통해 강성 노조로 유명한 미국 자동차 노조(UAW)는 회원들의 복리후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데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왔다. 지난 해 GM은 UAW 노조원들에게 시간 당 70∼75달러의 임금을 지불해 비 조합 직원들에게 45달러를 지급한 일본 경쟁회사들에 비해 25∼30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1950년대 단체조약에 따라 GM은 종업원과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게 의료비와 연금을 종신 지급하고 있다. 때문에 2006년 GM은 완성차 한 대당 1,500달러에 해당하는 총 48억 달러를 의료비로 사용해야 했다. 종업원 수는 8만 명인데 의료비 수급 대상 퇴직 근로자와 그 가족 수는 43만 명을 넘어설 지경에 이르렀다. 이 엄청난 부대비용을 안고 어느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경쟁은커녕 이 의료비 부담으로 현재 GM은 파산상태에 있다.

디트로이트와 플린트의 황폐화는 한 산업의 몰락이 그 도시에 가져 온 비참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외면하고 고가의 대형차 생산에만 집착하고 경영쇄신과 신차개발 및 기술향상을 통해 산업 혁신을 선도하지 못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영진이 이 몰락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고 임금과 각종 혜택 및 일자리 유지 등 자신들의 이익에는 열을 올렸으나 품질과 생산과정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강력한 자동차 노조와 노동자들도 이 통탄할 추락의 또 다른 주역들이다. 끊임없는 발전을 부정하고, 현실에 안주한 이들의 행동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20세기 인류 문명의 흐름을 이끈 한 도시의 몰락으로 이어졌음을 디트로이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자동차 도시 조지타운의 성장

디트로이트로부터 360 마일 남쪽 켄터키 주 조지타운에는 년 50만 대를 생산하는 도요타(Toyota)의 거대한 자동차 공장이 있다. 큰 구릉이 드넓게 펼쳐진 켄터키 중앙에 위치한 조지타운 지역은 도요타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수 십 개의 거대한 말 목장들이 들어서있던 한가롭기 그지없는 농촌이었다. 이 지역은 매년 봄에 열리는 경마대회와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많은 우수한 경주마들을 길러낸 질 좋은 목초로 유명한 초원이었다. 이외에는 담배 농사가 주요 소득원이었던 낙후된 곳이었다.

켄터키 중부 지방의 이러한 한적한 풍경은 1986년 도요타가 이 지역에 들어선 지난 22년 동안 급격히 변화했다. 1980년 제조업이 없었던 농업 중심의 켄터키 주에는 단지 한 개의 일본 기업체가 존재했었다. 1986년 공장 설립을 시작한 도요타는 이곳에 둥지를 튼 여섯 번째 일본 회사였다. 그러나 현재 켄터키 주에는 전체 120개 카운티 중 40개 카운티에 147개의 일본 회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이 도요타 협력업체이다. 매년 다섯 개 정도의 자동차 부품 공급회사들과 관련 기업이 들어선 셈이다.

그 결과 이곳 주민들의 삶은 매우 윤택해졌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많은 주민들이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옮겨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조지타운의 중심가는 소매점, 식당, 호텔 등 서비스 업체들이 가득 찬 번화가로 변해 도요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조지타운 시의 인구는 1990년 11,414명에서 2007년 20,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일인당 소득도 1990년 16,096달러에서 2004년 28,651달러로 높아졌다. 특히 도요타는 이 지역에 최고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 켄터키 노동자들이 년 평균 36,000달러의 소득을 올렸으나 도요타 노동자들은 70,000달러를 벌었다. 도요타는 조지타운 시의 세수 증가를 통해 공립학교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켜 자녀들의 교육수준도 크게 향상시켰다.

도요타 노동자들은 도요타 방식으로 불리는 생산과정의 혁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도요타는 이러한 노동자들을 뽑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1990년 공장 개장 시 3천 명의 노동자를 뽑는데 10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릴 정도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 제조업이 없었던 농업 중심의 켄터키 주에는 단지 한 개의 일본 기업체가 존재했으나, 현재는 전체 120개 카운티 중 40개 카운티에 147개의 일본 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 노동자들은 변화를 게을리 한 디트로이트의 슬픈 이야기로 인해 도요타식 혁신의 필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예컨대, 도요타 노동자들은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에 의해 일주일에 2,000번 정도 생산라인이 멈춰진다고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개선이 도요타를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고 신뢰하는 브랜드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반면 미시간 주 디어본 시에 있는 포드 트럭의 새 공장에서는 생산라인이 한 주에 두 번 정도 중단된다고 한다. 이는 몇 세대에 걸친 노동자들과 경영진들 간의 오랜 불화의 산물이다.

도요타는 직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임무로 간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회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제품생산에 쏟는 지극한 정성과 중단 없는 개선에 대한 추구로 보답한다. 이러한 노사 간 신뢰와 화합이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회사로 자리매김한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개인보다 단체를 중시하는 대단히 겸손한 도요타의 기업 문화로부터 시작된다. 이 회사에서는 공장장도 특별 주차공간이 주어지지 않아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빈 공간에 차를 댄다. 노동자들에게는 생산라인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모든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에 열성을 바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잘 위임된 분위기이다. 이런 경영정신은 사원들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단체정신으로 연결된다.

한편 도요타는 발생한 문제를 책상위로 가져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직접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는 관료주의적 낭비를 배제하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사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을 존경하는 도요타의 경영방식이 20세기 생산과정을 다시 정의한 수많은 혁신을 가능케 했고, 1957년 미국에 처음 판매망을 구축했던 이름 없던 이 회사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지타운은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회사의 인고의 세월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단기적인 인기와 시세를 따르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러한 경영방침 때문에 고유가와 더불어 100만대 이상이 판매된 고연비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프리우스를 가솔린 가격이 1.5달러에 불과했던 8년 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장기적인 안목을 잘 보여준다. 한편 도요타는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지나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모든 가능성을 다 살펴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단 수립된 계획을 지체 없이 실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도요타는 소비자들에게 선입견 없이 다가가 그 욕구를 수용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의 생각을 미국 자동차 회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도요타로 하여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조지타운의 성장 신화는 도요타의 격조 높은 기업문화와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유연한 생산방식 및 빈틈없이 작성된 장기적인 계획과 강력한 추진력에 근거하고 있다. 이 도시는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회사의 인고의 세월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두 자동차 공업도시가 주는 교훈

이렇듯 미국의 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조지타운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크라이슬러, 포드 자동차는 과거 영광에 안주해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에 둔감하고 신속한 반응을 하지 못했으며,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이 회사들은 현재 몰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디트로이트 주민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조지타운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이곳 근로자들은 생산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조지타운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자동차 공업도시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경제학, 계량경제학, 지역경제학, 문화경제학 등이며, 역서로는 ‘공공문제의 경제학(D. C. North, R. L. Miller 공저)’이 있다.

김상호 /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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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공동 기획 Roundtable]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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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경제위기, 문제와 해법은?
참석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일시 : 2008.12.10.(수) 11:00~13:30
장소 : 프레스센터 20층 모란실
진행 :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질문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정해서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토론 내용 요약]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1.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과정/경로를 통해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와 실물시장을 통한 경로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을 통한 경로는 은행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자본의 유입이 감소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투자자들의 자본회수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또 국내 금융기관이 단기외채가 많음으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신용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그것이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또 다른 경로인 실물시장 부문을 보면 미국과 세계의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의 수출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와 기업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경로와 과정은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다. 무디스나 S&P가 우량(AAA)으로 평가한 채권이 회수가 안 되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얼마나 갈 지 잘 모른다는 것에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만큼의 파생상품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망하지 않았을 기업들도 망하고 있다. 나아가 실물위기가 다시 금융부실로 재환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정책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잡한 연결망(글로벌 경제)은 위기를 빨리 확산시키지만 수습의 속도도 그만큼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부문의 ‘건전성 규제’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신용평가기관에 공공성을 강화하여 국가공공기구가 일부 참여하는 기구로 만들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듯하다. FDA가 음식물과 약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고 감독하듯이 말이다. 금융자산의 신용등급이 잘못 평가되면 독이 든 음식이 유통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금융시장의 경색이 달러공급을 축소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Dollar shortage를 초래하고 있다. 새로운 달러의 공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것이 국제적인 달러부족을 가져왔다. 국내은행들은 미국주택금융시장투자가 부실화되면서 자산 건전성이 하락하고, 달러유출이 지속되는 상항에서 달러부채의 롤오버(Roll over)가 어려워져 외화자금난에 봉착했다. 국내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실물 부문에의 자금공급도 안 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달러와 원화공급을 늘리지만 은행들의 대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미국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출도 안되니까 실물부문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한국의 은행들이 외국에서 빌린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외화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미국의 모기지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것이 부실화되어 한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고 BIS 비율이 낮아졌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 은행들도 대출을 회수하느라 시중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기업(대기업/중소기업), 금융권, 수출입, 부동산 등등.

IMF를 거치면서 제일 많이 달라진 부문이 민간기업이다. 부채비율과 수익성 지표는 분명히 개선되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은행부문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IMF 이후 안전한 소매금융에만 매달리고, 구조변화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 특히 KIKO 계약을 체결한 중견기업 등은 환차손에 직면해 있다. 또 중요한 것이 부동산시장에서의 미분양사태다. 이런 프로젝트 파이넨싱을 어떻게 잘 소화하고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모든 부문이 축소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제도가 신용창출 능력을 상실하니까 여기서의 축소효과가 있고, 실물부문에서 수출수요가 떨어지고 내수마저도 경색이 되니까 여기서도 축소가 일어난다. 결국 금융과 실물 모두에서 축소균형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져가는 상황이다. 더구나 수출 주문이 없어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수출 주문을 받고도 수출금융이 안돼 수출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 대금에 대한 금융까지 안해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만큼 대출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90년대의 일본에서와 같은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20-30% 정도의 하락은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지금 상황 자체는 위기 직전 상황으로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라고 본다. 대기업은 신용경색과 내수부족과 수출감소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환율상승으로 외채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으로부터의 하청감소와 수출부진, 그리고 은행 대출감소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 금융권은 외국으로부터의 자금공급 부족(차입감소)과 외채만기연장 불가로 대외신인도 하락과 함께 외국에서의 자금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은 은행의 부실 우려로 인해 자금을 단기화하면서 은행들은 예금부족을 겪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부실증가로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외환시장 안정과 내수경기 침체의 해결이다. 외환시장 안정은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내수경기 침체는 수출 감소가 어느 정도 폭으로 진행될 것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만일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상당한 위기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서도 경상수지가 조기에 개선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대안으로서 기업구조조정이라든가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3.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고 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은행의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BIS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은행을 물가에는 끌고 갔으나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지금 금융시장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은행권이 문제라고 하는데, 잘못된 관점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지표를 봐도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하는 은행을 격려를 해야 한다. 모든 은행을 다 동일하게 문제가 있다고 획일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발상은 시장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시장의 논리에 맞게 잘하는 은행과 못하는 은행이 차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잘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못하는 은행은 M&A가 되고, 자본베이스가 좋은 은행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면서 신용창출에 나설 때 자연스럽게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잘하는 은행에의 시장집중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극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사회에서 은행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은행의 자본베이스와 관련해서 사실 그동안 은행산업에 대해 많은 잘못된 정책을 해왔다. 은행의 문제는 대부분 자본 베이스가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은행의 자본 베이스라고 하는 것은 자본을 확충하는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이 자본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배제시켰다. 그러다 보니 그 자리를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은행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왔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하더라도 은행산업에의 진입제한을 완화하는 노력도 같이 있어야 한다.

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방법은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출금을 회수하고 그런 활동이다. 그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으로서는 BIS 비율을 맞추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Bank Run(대규모 인출사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의 투자를 회수할 수 없게 되고 국내적으로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BIS비율을 낮추는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전 세계가 공동으로 BIS 산정방식을 고쳐보자고 하는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만 BIS 비율의 기준을 바꾼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오히려 우리 은행들의 건전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시중 자금 경색의 원인은 기업의 부실우려와 우리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과다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그리고 이로 인한 외국에서의 자금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경상수지 흑자로 국가적 신뢰도를 회복함으로써 해외차입이 증가하게 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상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은행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침체로 추가적인 기업부실이 우려되므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사전적으로 15%, 16% 정도로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사전에 제고시켜 놓는 것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와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과 대출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금융시장에 투입했거나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100조를 넘는다. 하지만 11월 시중은행의 신규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4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월평균 5조7000억 원)나 올해 상반기(월평균 5조9000억 원)보다 25%가량 줄었다. 이렇듯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기업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할수록 BIS 비율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기업측에서 보면 “비올 때 우산을 뺏는 형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은행의 BIS 비율을 낮추지 못할 바엔, 국책은행의 상업은행(예컨대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에의 출자를 통해 상업은행의 BIS비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국책은행에 자본을 증자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물론 부분 국유화지만, 최근 영국정부가 바클레이스 등 대형 은행을 국유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기적인 처방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산분리와 같은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여 자본확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외국인 소유비중을 줄이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4. 건설사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연구소는 정부가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과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관한 견해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대책들을 보면 현상유지를 해야 된다는 인식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동성도 풀고 구제금융도 해야 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볼 때 생산성 향상이 아닌 화폐가 지나치게 많이 풀렸던 탓에 나타난 화폐적 현상으로 인한 착각 속에서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줄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줄인다는 것은 아까 이야기 나왔듯이 축소균형으로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바로 부도가 날 기업들은 부도가 나는 것이고, 파산할 사람들은 파산을 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것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들은 이런 과장된 상황을 연장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더 큰 파국이 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건설사 문제와 관련해서 본다면, 대주단 협약 같은 방식보다는 일단 부도가 나게 둔 후, 부도 기업의 숫자가 아주 많아지면 그 때가서 남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그렇게 해야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당연하지만,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 있고 또 외국에서부터 온 큰 충격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실화되고, 이 기업부실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나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옥석을 구분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건설사의 부실은 건설사의 책임이 크며 이는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퇴출될 기업만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퇴출되지 않아도 좋을 기업들이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게 늘려 건실한 건설사의 건전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지출을 통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병행하여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는 것이 우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동성위기 해소'와 ‘도덕적 해이' 방지는 두 마리의 토끼다. 불행하게 돌 하나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 핵심은 건설회사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인데, 옥석을 가릴 때는 type-I, type-II 오류를 범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치명적인 오류는 당연히 type-I 오류로서, ‘부실하지 않은 기업을 죽이는 것'이 더 큰 오류다. 한편 이 같은 오류를 피하려다 보면, 죽여야 할 기업을 살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회생프로그램은 부지불식간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편향'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우 엄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보면 정부가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늦추면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폭을 줄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이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 결국 문제는 ‘단기의 가시적 이익'(고통저하)과 ‘장기의 잠재적 손실(경제체질 악화) 간의 선택이라는 점인데, 단기의 가시적 이익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구조조정의 전담부서를 정부가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의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주도로 하였겠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채권단이 설립한 기구를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는 필요할 때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대주단을 운영하기에 앞서 미분양 아파트가 왜 많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불필요한 시장개입과 이를 피하려는 민간건설업체의 행태가 빚은 산물은 아닌가.

어떤 경우든 집단적 구조조정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오히려 차별화하여 잘하는 경제주체가 제일 못하는 경제주체를 M&A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보다 잘하는 은행이 나서서 더 많은 대출을 하게하고, 보다 잘하는 건설회사가 어려운 회사를 M&A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고 상대적으로 역량이 있는 그런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점유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나가는 과정이 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이다. 그런데 집단적으로 ‘몇 개 퇴출' 이런 식으로 하면 시장은 꼼짝을 안하고 잘하는 기업도 움직이지 않는다. 차별화하고 서열화함으로써 시장이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인데, 과거에 집단적으로 구조조정해서 지표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표를 건전하게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체질변화가 없는 ‘지표구조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바로 차별화하고 서열화하여 열심히 하지 않고 살아날 수 없다는 압력을 통해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구조조정은 서열의 마지막 제일 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5. 한미 통화 스와프와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과 처방은?

외환시장의 불안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더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우리나라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금융에서 말하는 소위 ‘불가능한 삼위일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경상수지 흑자도 내면서 자본자유화도 하고, 또 성장도 하고자 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하는데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자본자유화가 된 상태에서 성장률을 높이면 자본유입이 늘어나서 환율이 내려가고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자유화를 하게 되면 성장률을 선진국 성장률보다 크게 높일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더 성장을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에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불안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또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은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가 단기에 대폭적인 개선이 어려운 경우 결국 환율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스왑 등을 통해 차입이 늘어도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없고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는 있으나 또다시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지속되어 환율이 불안정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환율 급변동은 지난 10년간 추구한 자본시장 개방의 결과이지만, 세상에 좋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방이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현재 외국인들은 급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환매에도 대비해야 하고, 서브프라임 손해도 메꾸어야 한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니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갖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외환보유고는 최근 줄어들어 2000억 달러가 되었다. 전 세계적 외환거래량(경색이전 하루 2조달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만일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한다면 돈 잃고 환율도 방어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미 통화 스왑도 좋고 정부의 대외채무지급 보증도 좋지만 결국은 우리의 달러유치 실력이 관건이다. 결국 기업이 물건을 팔아 달러를 벌거나(무역수지 흑자), 우리의 신용을 근거로 달러를 빌려오거나(자본수지 흑자)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달러의 통화유통속도가 하락하여 달러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가 결제통화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FRB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달러를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다른 결제통화인 엔화나 유로화 공급도 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에 투자된 월스트리트 자금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환율도 높아질 것이다.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경상수자 흑자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서 현재 수출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그렇다면 수입을 줄여야 한다. 수입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좀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곧 SOC투자도 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있고, 기름도 덜 써야 된다. 그러니까 수출을 하기 위한 목적 이외의 내수 용도의 수입을 최대한 줄여야만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책을 보면 내수를 살린다 하고, 재정지출을 늘려 SOC투자한다고 한다. 이렇게 돈 풀어 돈 쓰라고 하면 수입이 줄어들겠나. 수출도 안되고 수입은 줄이지 못하고 그러면 외환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좀 춥게 사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점을 정부가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헐값 매각이 우려되어 정부가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늦추기로 했다. 민영화 연기에 대한 견해는?

상황에 따라서는 민영화 일정을 순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일정조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금융위기를 지렛대로 툭하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와 체제는 없으며, 시장주의가 국가개입주의 보다 ‘덜 해롭기' 때문에 채택되는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도, “지금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위기 해결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속 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업은행의 상업은행 기능과 정책금육 기능의 분리 및 전자의 민영화는 옳은 방향이다. 주식시장의 상황을 봐가며 민영화를 진행하되, 원칙은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법 개정 등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제 값을 받기 위한 전략이면 OK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민영화 전체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방향을 정치적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민영화는 진행하되, 제 값을 받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약간 의견이 다르다. 제 값을 언제 받을 수 있을 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매각을 미루다 보면 그 기간 동안의 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가능하면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전기나 수도 등과 관련해서는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해야 했는데, 잘못 시도하다 보니까 전반적인 공기업 민영화가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은행은 당연히 민영화 되어야 한다. 다만, 현재 경기침체로 산업은행 매각시 매입주체와 가격 등에 문제가 있으므로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7.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재정지출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위기시 대응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정책 및 감세자제 주장에 대한 견해는?

감세는 조세체계와 세율구조를 바꿔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에 불이익이 안가도록 조세구조를 개혁하는 일이다. 감세의 경기 부양효과는 부차적일 수 있지만, 그러나 중장기적인 경제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감세를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세체계와 세율을 개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확대는 평상시 같으면 불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단지 재정확대만 한다면 구축효과 등으로 회복시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두 가지를 같이 추진해야 한다.
재정적자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위기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확대재정정책도 본래의 상태로 환원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자를 내더라도 지금 감세 기조를 확립해 두어야 위기가 끝난 후에 작은 정부 기조를 회복하기가 쉽다.
감세도 필요하나 먼저 재정지출 확대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점진적인 감세를 추구해야 한다.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시기에 감세의 경우 저축이 늘어나고 소비증대효과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높여왔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면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 역시 필요하다.
미국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것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우선 미국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이고 또한 과거에 이 같은 경기부양책을 써 먹지 않아서 그 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내수진작을 위해 SOC 투자를 써 먹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됐기 때문에 SOC투자를 안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요한 것은 SOC 예산 증액은(내년 SOC예산은 올해보다 26.7% 늘어난 24조7000억원) 아주 예외적인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의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정부의 재정지출 실패의 결과이며, 미국의 1930년대 뉴딜정책도 성공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재정지출 보다는 감세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감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대로 “부자들의 잔치”가 아니다. 감세는 재정배당(fiscal dividend)이고, “일하는 사람의 근로 유인을 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세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도록 일부 품목(예컨대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의 감세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


8. 이명박 대통령은 G20과 APEC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하고 무역규제 신설을 1년간 만이라도 동결할 것을 제안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한미 FTA 연내 비준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보호무역주의는 서로를 죽이는 정책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잘 설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미FTA를 관철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은 바람직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개방도를 고려하면 수출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는 크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을 강조할 수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비준은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미국의 상황이 유동적이므로 관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모임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반대한 것은 너무 잘 한 것이다. 1930년대에 경기침체로 끝날 것을 대공황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보호무역 때문이었다. 미국이 외국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스뭇-홀리 관세법을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 되었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禁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포괄적으로 평가했을 때' 한국의 국익에 매우 부합하는 협정이다. 하지만 야당의 정치공세로 우리나라에서 비준에 실패했고,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실기(失機)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설사 연내 한국에서 비준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 민주당 정부 하에서 한미FTA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FTA가 실제로 발효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는 곤란하겠지만, 정부로서는 그런 안 좋은 경우도 상정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상항에서 한미 FTA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단지 국내여론을 통일하는데 노력하고 미국의 동태를 살피면서 적절한 시기에 국회통과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당분간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현재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있는 것 같지 않다.


9.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IMF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예상할 정도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우선 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해외소비를 감소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동결 및 노사분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나, 이 경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해고보다는 임금동결이나 임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임금동결 및 효율적인 경영으로 비용을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도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부양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기침체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세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협력이다.
내년도 한국경제의 예상성장률은 수출과 내수 어디를 보더라도 높을 수 없다. 따라서 저성장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위험성이 높다.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모든 경제주체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옮겨 붙은 불로 가재도구를 태웠기 때문에 우리 쪽의 방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필요이상으로 악화된 것은 결국 정책실패의 산물이며, 이는 정책공조의 실패와 리더십의 위기로 압축될 수 있다. 경기가 침체기에는 제도개선의 호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고쳐야 할 법안과 각종 규칙들을 고쳐,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위기보다 더 위중했던 IMF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을 다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 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들이 발표되는 지표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앞서 조동근 교수도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것이 없이 열심히 살았다. 국민도 기업도 은행도 정치권도 자신감을 갖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항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 짐을 져주지 않는다. 정부를 믿고 있어도 안 된다. 자조하고 내 노력만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모두 최선을 다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목숨을 연명하려면 고통이 더욱 오래갈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부도를 내지 않도록 지원하다보면 모든 기업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들이 그런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을 허용해야 우량기업들로 돈이 흘러서 경제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 국민들이 당장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극심한 고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진통제 처방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통제가 습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연시 되고 있는 유동성 확대와 재정팽창, 부실기업 지원 같은 것은 진통제에 해당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만이 경제회복의 정공법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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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로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다. 2008년 초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화가치가 9월 중순에는 1,150원, 11월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기관과 선물시장 등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한국 외환시장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한국의 외환시장 같다. 2008년 초에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던 9월 중순에는 1,150원대로, 11월 24일에는 올해 사상 최고치이며 1998년 3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일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서 36.2%가 하락했는데,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 폭 11.8%, 2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상승률의 표준편차)은 연초부터 9월 말까지는 0.9이었으나 10월부터 12월 17일까지는 3.3으로 약 3.6배나 커졌다. 이 기간 중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각각 1.8배, 2.1배 커지는 것에 그쳐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통화보다 훨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부문의 달러 수요의 증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던 외국의 투자자금들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8년 초부터 지난 12월 12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의 주식매매 동향을 보면, 한국에서의 순유출액이 370억 달러로 총 순유출액 1,021억 달러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규모가 커지면서 2002년 이후 흑자를 지속했던 한국의 자본수지는 2008년 1~10월에는 35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이유는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곳이 금융부문 만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 또한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2월에 적자 전환한 후에 2008년 1~10월 중에는 누적적자규모가 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10월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각각 53억 달러, 65억 달러 흑자를 보여 총 128억 달러가 한국에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적자가 모두 460억 달러에 달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유발하면서 환율의 상승 폭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은 해외펀드와 관련된 선물환 거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7년에 해외증권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환리스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가 크게 늘어났었다. 2007년의 해외 증권투자규모는 501억 달러로 이중 선물환매도 규모는 27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계 증시의 폭락 장세는 이러한 해외펀드들의 선물환매도가 오버헤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펀드의 오버헤지 청산을 위한 선물환매수 과정에서 은행권이 환헤지를 위해 현물환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달러 부족 상황을 더욱 악호사키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또한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달러의 공급주체들인 수출업체들은 달러보유를 늘리면서 매도를 지연하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 확보를 서두르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화 초과수요 현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를 늘리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상승은 달러화의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외환거래량에서 한국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0.83%이다. 반면 호주의 경우는 4.26%인데, GDP나 교역(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계GDP의 1.78%, 세계교역의 2.59%를 차지하는 반면 호주는 각각 1.51%, 1.06%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외환거래 규모를 가지는 노르웨이의 경우(0.8%)는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0.7%, 0.74%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98%가 달러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4분기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414억 달러인데, 이중 원-달러간 거래가 40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경색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등으로 현물환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일평균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77억 달러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결제 수요나 해외 금융악재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반응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대외채무 증가로 3/4분기 에 대외순채무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말 현재 2,005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나 지난 3월의 2,642억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국제수지의 적자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무는 2008년 3/4분기 말 현재 4,251억 달러이며 대외채권은 4,000억 달러로 집계되어 2001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251억 달러의 순채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특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단기채무는 3/4분기 말 현재 1,594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3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잔존만기 1년의 장기채무를 고려한 유동외채는 2,271억 달러로 11월 말의 외환보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9월 1일 The Times의 보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등이 잇달아 국내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9일에는 다우존스가 "신용평가사 Fitch가 한국의 은행들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오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의 이러한 보도는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주요외신의 보도와 같이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의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3개월치 경상수입액)은 약 1,6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설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 이상의 달러화 공급 채널을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기업부문과 금융부분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이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과제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달러의 수급 상황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4일의 배럴당 140달러에서 12월 17일에는 43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0월에는 4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미 체결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맞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내수부진과 유가의 하향안정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유동성공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인해 점차 안정되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마련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제도롤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달러화 위주의 결제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전체 외환거래의 98%를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나 달러화 유동성의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역 면에서 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2008년 1~10월 동안 2,262억 달러에 달해 전체교역액 7,460억 달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역내 교역은 엔화나 위안화 등의 결제비중을 높임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금융권의 단기 대외채무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저자소개: 장재철 박사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경제 20년의 재조명(공저)’, ‘외환위기 5년, 한국경제 어떻게 변했나(공저)’ 외 다수가 있다.

장재철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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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그런 습지를 이제는 생태환경을 위해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생태환경보전이 중요할 수 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습지건 아니건, 소유권을 보장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을 막을 수 있으며 자원을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가 있는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COP10)가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140개국에서 2288명이 참가했다. 이른바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맞물려, ‘환경올림픽’이라며 떠들썩했다.

람사르(Ramsar)는 1971년 2월 2일 이 협약이 체결된 곳인 이란의 도시명이다. 람사르 협약은 원래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 보전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으로, 협약 후 근 5년만인 1975년 12일 21일에 발효되었다.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는 아직 지구적 의제가 아니었다. 한국은 1997년 7월 101번째로 가입하고,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했으며, 11곳의 습지를 등록하고 있다.

습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습지’라 함은 담수, 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 및 연안습지를 말한다(습지보전법 제2조). 기수(汽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또는 강어귀의 바닷물이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골칫거리였다.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었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했다.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습지는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람사르 협약의 기본 정신이 습지의 ‘현명한 이용’(wise use)이지만, 당초에는 물을 빼고 매립하거나 쓰레기 처분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이용’인 셈이었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골칫거리였다. 말라리아모기를 비롯한 병원체의 소굴이었고, 사람의 통행을 방해했다. 도시와 농촌 개발, 농업과 임업 등에서도 습지는 없애야할 대상이었다.

미국의 경우도 과거의 물새 서식처였던 습지를 배수하여 매립한 농지가 많다. 습지의 농지 전환법(Swamp Lands Acts)에 따라, 국유화하여 농지를 만들었다. 말라리아도 퇴치하는 효과를 함께 거두었지만, 세월과 함께 습지에 관한 의식도 변했다. 납세자의 돈을 인센티브로 써가며 없앴던 습지를 다시 복원하거나 보전하느라고 노력한다. 보조금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습지는 사람이나 동식물에게 유용한 생태계라고 본다. “습지와 그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도모하고,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취지를 반영함으로써 국제협력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습지보전법의 목적으로 정의한다.

습지는 물새를 포함한 동식물과 동물의 좋은 서식처이다. 주변 육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영양물이 공급되므로, 생산성이 높고, 생물종의 성장이 빠르다. 습지는 우류수의 자연적 정화조 역할도 하고, 물가의 침식과 홍수를 방지하며, 연안습지는 파도를 흡수한다. 습지 자체가 생태관광의 대상이 된다. 습지는 식량을 제공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수계를 관리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므로, 생물다양성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한다. 습지는 특히 빈곤층에게 필수불가결하다는 비약적 결론까지 환경론자들은 도출한다.

탄소상쇄기금의 아이러니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도 물새 보호를 위한 습지의 기능을 초월하여, 인간의 건강, 복지, 기후변화, 바이오 연료, 채취산업, 도시화와 빈곤 저감 등과 같은 지속가능 발전 및 ‘녹색성장’과 관련된 습지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채택된 창원선언문은 습지를 '천연의 물 인프라'로 인식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국가정책 및 계획 수립에 습지관리가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람사르 총회 참석자는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논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대가로 탄소상쇄기금을 낸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람사르 총회 참석과 관련해서는, 내외국인으로부터 ‘탄소상쇄기금’(Carbon Offset Fund)도 거뒀다. 내국인에게는 1인당 1만원을 거두고, 외국인은 창원까지 왕복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이산화탄소 1톤의 가격을 13달러로 정하고, 독일 24.7달러, 미국 32.5달러, 브라질 52달러, 남아공 41.6달러, 베트남 10.4달러 등으로 계산했다. 모두 3천200여명이 약 14,000달러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람사르 총회 참석자는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논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대가로 탄소상쇄기금을 낸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명 유지를 위한 호흡 활동에서 하루 평균 1kg 정도, 연간 320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 이산화탄소가 지금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다.

습지보전을 이유로 재산권을 침해해야 하나

람사르 총회에서 채택된 32개 결의안 중에는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 이슈가 들어있다. 논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다면, 그 소유권이나 사유재산권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나? 부동산이든 습지든 소유권이 분명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막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은 모두 다양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천성산의 도롱뇽 한 마리가 수조원에 해당한다는 억지 주장보다는, 현시선호법(顯示選好法)이든 표명선호법(表明選好法)이든 적절한 가치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이용가치와 비이용가치(또는 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소유권과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UNESCO Bioshpere Reserves) 지정을 앞두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에서 사유재산권이 무시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우이도는 이미 자연공원법과 습지보호법으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추가 규제는 없다고 하지만, 우이도에는 집단시설지구나 관광 숙박시설을 설치할 수가 없다.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육상의 국립공원과 동일한 획일적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든 습지든 소유권이 분명하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막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아름다운 풍경으로 알려진 모래언덕은 그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 재경 우이도 향후회의 주장이다. 우이도에는 자연적 모래언덕이 없었으며, 소나무 군락의 나무를 벌목한 뒤 바람이 세져 토석 언덕위에 일시적으로 덮여있는 모래일 뿐 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 모래언덕은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자연공원법과 습지보전법에 의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우이도 주민들은 해상국립공원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헌법 제23조는 ‘재산권 보장’을 규정한다. 하지만 습지보전법 등으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이 헌법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생태 체험의 양면성

우리는 자연습지를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도처에 인공생태계를 조성한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가 ‘복원한’ 청계천이라 하겠다. 청계천에는 자연수가 아니라 펌프로 퍼 올린 한강물이 흐른다. 최근 서울시는 이런 인공수로를 도처에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람사르 총회가 열린 창원시는 총 면적 7천㎡의 인공 생태공원을 설치했다. 인공 부화한 나비나 반딧불이를 풀어놓으면서 ‘나비축제’와 ‘반딧불이축제’를 열면서 생태체험을 말한다.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지인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 일대에 대한 생태복원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대암산 기슭 서흥리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 생태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습지나 철새 도래지 역시 관광자원으로 이용한지 오래다. ‘생태관광’은 생태계의 이용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한 장면이다. 금강습지에서는 서 2008년 12월 13일 전국탐조대회를 연다. 멀리서 새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창오리의 날갯짓이 장관을 이룬다는 주남저수지 일대에서의 철새축제는 습지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게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의 진단이다. 가창오리의 장관은 어쩌면 철새축제에 모인 사람들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전남 벌교의 여자만에서는 참꼬막 축제가 벌어진다. 갯벌로 들어가 참꼬막을 관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구 잡아다가 먹는 행사다. 여자만은 국내 해안습지로는 처음으로 국제습지보전협약인 ‘람사르 협약’ 보전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팔팔 끓는 물에 찬물을 한 컵 부어 열기를 누그러뜨린 뒤 꼬막을 넣고 약한 불에 5분 정도 은근히 삶아 건져서 찬물을 살짝 축이면 특유의 쫄깃한 맛이 난다”는 게 그곳 주민의 말이다. 갯벌 보존은 결국 갯벌 생물을 잡아먹기 위한 이용가치를 높이려는 것인가?

국내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회의였던 람사르 총회를 정리하면서, 습지를 포함한 자연자원의 재산권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를 절감한다. ■

저자소개: 조영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화학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지구가 정말 열 받았나’, ‘시민운동바로보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근본자원(1,2)’, ‘과학연구의 경제법칙’ 외 다수가 있다.

조영일 /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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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로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다. 2008년 초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화가치가 9월 중순에는 1,150원, 11월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융기관과 선물시장 등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한국 외환시장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이번 금융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한국의 외환시장 같다. 2008년 초에 달러당 936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던 9월 중순에는 1,150원대로, 11월 24일에는 올해 사상 최고치이며 1998년 3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말일을 기준으로 보면,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서 36.2%가 하락했는데,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 폭 11.8%, 22.6%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상승률의 표준편차)은 연초부터 9월 말까지는 0.9이었으나 10월부터 12월 17일까지는 3.3으로 약 3.6배나 커졌다. 이 기간 중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각각 1.8배, 2.1배 커지는 것에 그쳐 원화의 변동성이 이들 통화보다 훨씬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부문의 달러 수요의 증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흥시장에 투자되었던 외국의 투자자금들이 회수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8년 초부터 지난 12월 12일까지 중국을 제외한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의 주식매매 동향을 보면, 한국에서의 순유출액이 370억 달러로 총 순유출액 1,021억 달러의 36%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투자자금 회수규모가 커지면서 2002년 이후 흑자를 지속했던 한국의 자본수지는 2008년 1~10월에는 350억 달러의 누적적자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변동성도 커지면서 한국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진 이유는 달러화의 수급 문제와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 곳이 금융부문 만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대외거래를 나타내는 경상수지 또한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 영향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2월에 적자 전환한 후에 2008년 1~10월 중에는 누적적자규모가 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07년 1~10월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각각 53억 달러, 65억 달러 흑자를 보여 총 128억 달러가 한국에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적자가 모두 460억 달러에 달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유발하면서 환율의 상승 폭을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 또 다른 원인은 해외펀드와 관련된 선물환 거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07년에 해외증권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환리스 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가 크게 늘어났었다. 2007년의 해외 증권투자규모는 501억 달러로 이중 선물환매도 규모는 27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계 증시의 폭락 장세는 이러한 해외펀드들의 선물환매도가 오버헤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펀드의 오버헤지 청산을 위한 선물환매수 과정에서 은행권이 환헤지를 위해 현물환을 매수하게 함으로써 달러 부족 상황을 더욱 악호사키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유발했다. 또한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달러의 공급주체들인 수출업체들은 달러보유를 늘리면서 매도를 지연하는 반면 정유사 등 수입업체들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 확보를 서두르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화 초과수요 현상이 가열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수출업체들의 달러매도를 늘리면서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상승은 달러화의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가 경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외환거래량에서 한국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0.83%이다. 반면 호주의 경우는 4.26%인데, GDP나 교역(수출과 수입)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계GDP의 1.78%, 세계교역의 2.59%를 차지하는 반면 호주는 각각 1.51%, 1.06%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슷한 외환거래 규모를 가지는 노르웨이의 경우(0.8%)는 GDP와 교역규모는 각각 0.7%, 0.74%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외환시장에서 거래의 98%가 달러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3/4분기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414억 달러인데, 이중 원-달러간 거래가 40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달러화 유동성 경색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등으로 현물환 시장규모는 11월 현재 일평균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9월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77억 달러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결제 수요나 해외 금융악재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과도한 반응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도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대외채무 증가로 3/4분기 에 대외순채무국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11월말 현재 2,005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나 지난 3월의 2,642억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국제수지의 적자와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의 대외채무는 2008년 3/4분기 말 현재 4,251억 달러이며 대외채권은 4,000억 달러로 집계되어 2001년 1/4분기 이후 처음으로 251억 달러의 순채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전환한 것은 대외채무 중 단기채무, 특히 은행권의 단기채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단기채무는 3/4분기 말 현재 1,594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3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잔존만기 1년의 장기채무를 고려한 유동외채는 2,271억 달러로 11월 말의 외환보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외신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악성루머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예를 들면, 9월 1일 The Times의 보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Wall Street Journal, Financial Times 등이 잇달아 국내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압박이 심각한 것으로 보도했다. 10월 9일에는 다우존스가 "신용평가사 Fitch가 한국의 은행들에 지급불능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오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의 이러한 보도는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의 급등락을 유발했다. 그러나 주요외신의 보도와 같이 한국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IMF의 기준에 따른 적정 외환보유액(3개월치 경상수입액)은 약 1,6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을 훨씬 하회하고 있다. 설사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서 외환보유액 이외에 추가적으로 900억 달러 이상의 달러화 공급 채널을 마련해 놓았으며 특히 기업부문과 금융부분의 재무건전성이나 안정성이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과제

향후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달러의 수급 상황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두바이유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4일의 배럴당 140달러에서 12월 17일에는 43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0월에는 4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1월에도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미 체결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맞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내수부진과 유가의 하향안정으로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 불안이 각국의 유동성공급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인해 점차 안정되며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 유동성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미 마련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제도롤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달러화 위주의 결제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전체 외환거래의 98%를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나 달러화 유동성의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역 면에서 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2008년 1~10월 동안 2,262억 달러에 달해 전체교역액 7,460억 달러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역내 교역은 엔화나 위안화 등의 결제비중을 높임으로써 외환시장에서의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금융권의 단기 대외채무가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저자소개: 장재철 박사는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경제 20년의 재조명(공저)’, ‘외환위기 5년, 한국경제 어떻게 변했나(공저)’ 외 다수가 있다.

장재철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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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에서 다시 판매를 재개했다. 이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용산역 이마트 앞에서 판매 반대 시위를 하며 점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객원기자는 대책회의 기자회견 현장과 이마트 내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호주ㆍ뉴질랜드 축산업체 알바?

지난 27일 오후 1시경 용산역 이마트 매장 정문 앞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시민단체’, ‘농민단체’ 등이 참가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대형마트 판매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 집회에서 지난해 겨울 인간광우병으로 아들을 잃은 영국인 크리스틴 로드씨의 말을 많이 인용했다. "아들 앤드류는 항상 걸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휘청거렸고 몸의 여러 부분을 계속 떨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는데, 광우병에 걸린 소들과 마찬가지의 모습..."이라며, 대책회의는 전했다.

이어 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매장 안으로 진입해 농성을 벌였다.

한편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시위대로 인해 매장 안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렸고 그 중 한 시민은 “얼마 전 광화문에서 열린 대국민 촛불시위의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되게 시민들의 시선은 망각한 체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는 이런 식의 농성은 아주 몰지각한 행동일 뿐이며, 나아가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좋은 뜻으로 평화 시위를 외쳤던 광화문 촛불 시위에 왜 문제가 있었는지 이제야 알겠다”면서 시위대를 향한 실망의 목소리 또한 덧붙여 말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기자회견 당시 자신들과 이념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매체에게는 보도자료를 주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이에 거부당한 매체의 관계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이는 자신들이 그렇게 외치는 민주시위에 이율배반적인 시위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매장 안에서는 밖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미국산 소고기를 사러온 고객들이 여러 있었고, 또 LA갈비가 부족해 정육점 직원들이 곤란해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LA갈비와 미국산 소고기 등심을 사러온 한 시민은 “미국생활 30년 동안 아무런 병치레도 없었고, 지금 미국 현지에 살고 있는 자식·손자 역시 아무런 탈이 없다. 한우도 좋은 고기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사먹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시민은 “호주산은 반대 안하고 왜 미국산은 반대하는가? 미국생활 30년 한 나는 광우병 보균자란 말인가?”라고 말하며 시위대를 향한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반대에 힘입은 호주산 쇠고기 판매 약진

대책회의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외치는 동안 한국으로 수출된 호주 산 쇠고기 가격이 25% 폭등하는 등의 반대급부를 누렸다.

광우병 파동으로 일반 소비자의 쇠고기 지식이 늘면서 목초로 소를 키우는 뉴질랜드산 쇠고기도 점차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 논란이 있기 전에는 뉴질랜드산을 쓴다는 것을 숨기던 요식업체 관계자들이 원산지표시제 실시 이후 ‘뉴질랜드산이라는 것을 홍보할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해 달라’고 자청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때문에 협회에선 뉴질랜드산 인증 포스터 제작을 완료하고 음식점 배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호주축산공사(Meat & Livestock Australia)의 서울 사무소의 글렌 피스트 지사장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호주 산 쇠고기가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 소송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국민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대책회의는 왜 중국산 수입 음식 금지 조치 시행 촛불 집회 및 시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이는 디씨인사이드의 한 네티즌 의견에 의하면 '대책회의가 호주ㆍ뉴질랜드 축산업계의 '알바(아르바이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라며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의 의견은 '중국을 사랑하되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대책회의'라고 하기도 했다. 또, '중국에서 대책회의에 지원을 해줘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소문 까지 나오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사기꾼 잡자는 얘기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만하자고 우기는 대책회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사먹지 않으면 안될거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 되었으나 대책회의 측은 '일반인은 사먹더라도 군부대를 비롯한 급식하는 학교 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고스란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이나 한우로 속여 공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야한다고 대책회의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한 한모(대학생)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를 속여 파는 사기꾼을 잡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닙니까?"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 옴으로써 한우가 비싸서 못 먹던 서민들이 먹을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서민을 위한다는 민주노동당이나 광우병 대책회의가 서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서민을 굶겨 죽이려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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