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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 8만여 명, 아시아 최대 시민단체로 성장한 환경운동연합의 도덕성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제 대중의 호도하고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이익집단이며 그 안에서 지대를 추구(rent seeking)하는 이익 집단으로 전락해버렸다.


환경운동연합에 참여했던 다양한 정(政),관(官),학(學)계의 인물을 살펴보면, 국무총리(한명숙), 장관(김성훈 농림, 손숙 환경, 이상수 노동, 이치범 환경, 이재용 환경, 유인촌 문화), 서울시장(오세훈), 정당대표 (이부영, 장을병) 등이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순수한 시민단체를 넘어 정, 관계의 인맥 형성 및 정치적 이익집단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항목이라 여겨진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의 활동을 분석해보면,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 3의 섹터가 아닌 정책 추진에 걸림돌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그동안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이라는 이름하에「反개발운동」에 앞장섰다. 국책사업 저지(底止)·반대(反對)·백지화(白紙化)를 촉구하는 환경연합의 반대투쟁은 공사 중단으로 거액의 국고를 탕진시킨 후 결국 재개되는 악순환을 불렀다. 실제 당시 『도룡뇽 보호』등을 이유로 중단된 천성산 터널공사는 2조5000억 원의 국고손실만 야기한 채 다시 재개됐다.


둘째, 환경연합의 또 하나의 주요 아젠다는 반미(反美)운동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였던 매향리 미군기지 문제를 좌파반미운동의 진앙지로 변모시켰고, 민주노총, 한총련, 범민련 등 국내 좌파운동권이 총집결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실제 반미운동이 싫다며 환경운동연합의 참여를 반대하던 매향리 주민들을 몇 번씩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매향리 주민들을 대신해 주민집단소송을 이끌어 승소판결을 이끌어 냈고, 결국 국방부는 2005년 사격장 전체를 완전 폐쇄했다. 그밖에도 ‘국가미사일방어(MD)반대(2001년)’, 부시 방한 반대 투쟁(2002년), 미선이효순이 촛불집회(2002년),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반대(2005년) 운동을 펼쳤다. 환경운동연합의 전국적인 반미 활동은 ‘주한미군=환경파괴범=악’이라는 선전효과를 가져왔다.


셋째, 환경연합이 주력한 다른 활동은 반핵(反核)운동이다.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소위「핵(核)산업」을 생명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惡)」으로 규정, 원자력발전소 설립 이전부터 반대 운동을 벌이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90년 안면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에 이어, 2003년 부안 방폐장 반대운동으로 두 사업이 백지화 됐다. 그밖에 녹색연합, 참여연대와 함께 2005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2호기, 경주, 군산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연합의 「북핵반대」는 남한의 방폐장 건립반대처럼 집요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은 더 이상 순수한 의미의 NGO도 아닐 뿐만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의 궁극의 목적도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 주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라는 탈을 쓴 채 겉으로만 환경운동을 외치는 무늬만 NGO 가 아닌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을 갖춘 ‘환경운동연합’으로 재탄생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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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득 직불금제도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쌀 가격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농민에게 정부 예산으로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벼 재배 면적에 비례하여 직불금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행 쌀 소득 직불금 제도는 가난한 농민의 소득을 보조하기보다는 부자 농민이나 농업과 관련이 없는 지주나 부자 지주의 소득을 보조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난한 농민을 위해서라면 최저생계비 제도 등과 같은 기초생활보호제도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림직하다.

‘쌀 소득 등 보전 직접지불금’(이하 ’쌀 소득 직불금‘으로 표기)이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수확물(?)이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쌀 소득 직불금 때문에 한 명의 고위 공직자가 이미 사표를 냈고 국회가 쌀 소득 직불금 국정조사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이나 정치권 등은 그것의 실체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외면한 채, 경자유전, 경작자가 아닌 공무원의 직불금 수령 등에 대한 문제에만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쌀 소득 보전 직불금 제도란

쌀 소득 직불금은 지난 2005년 7월 1일부터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발효된 제도다. 쌀 소득 직불금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쌀 등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기존의 추곡수매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쌀 소득 직불금 지급은 농민에 대한 지원이 추곡가라는 ‘가격’에 의한 지원 방식에서 정부 예산으로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추곡수매제도는 공공비축제로 전환되었다.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쌀 소득 직불금은 ‘고정직접지불금’과 ‘변동직접지불금’으로 구성된다. 고정직접지불금은 문자 그대로 고정 금액이다. 변동직접지불금은 정부가 정한 ‘목표가’에서 쌀 수확기 ‘평균가격’을 뺀 차액에 85/100를 곱하여 구한 금액에서 고정직접지불금을 뺀 것이다. 2005년의 경우에 고정직접지불금이 1핵타르(ha)당 70만원이고 그 금액을 법이 정한 1ha당 쌀 생산량인 61가마(1가마는 80kg)로 나누면 가마당 고정직접지불금은 약 11,479원이 된다. 이 금액을 변동직접지불금 구하는 공식에 넣어보면 목표가와 평균가격의 차액은 1가마당 약 13,500원이 된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2005년의 경우에 목표가와 평균가격의 차이가 1가마당 13,500원이 넘으면 그 액수의 85%를 농민이 보조금으로 지불받고 13,500원 이하이면 고정직접지불금만 보조금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목표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목표가격에 비하여 시장가격이 상당히 낮아지면 고정직접지불금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쌀 소득 직불금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쌀 등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기존의 추곡수매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쌀 소득 직불금 지급은 농민에 대한 지원이 추곡가라는 ‘가격’에 의한 지원 방식에서 정부 예산으로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두 가지 직접지불금으로 나눈 것은 시장 평균가격이 목표가에 근접하는 경우에는 농민이 시장에서 쌀을 판매하면 목표가 수준의 소득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액수의 고정직접지불금만을 받도록 하고, 풍년, 시장 개방 등으로 평균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목표가보다 매우 낮은 경우에는 목표가에 근접하는 소득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

쌀 소득 직불금, 빈농 보다는 부농에게 보조금 주는 것

이렇게 하여 쌀 소득 직불금으로 그 동안 쓰인 예산은 얼마일까? 농식품부는 쌀 소득 직불금으로 2006년 16,082억원, 2007년 16,672억원, 2008년 12,446억원을 지급했다. 이 금액들은 각 년도 농식품부 전체 예산의 약 19.5%, 19.1%, 14.3% 등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농식품부는 다른 직접지불금도 농민에게 지원하고 있지만 쌀 소득 직불금보다는 그 규모가 작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각 농가는 얼마나 쌀 소득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가? 쌀 소득 직불금은 농식품부장관이 앞에서 제시한 방법대로 산정한 80kg당 변동직접지불금에 61가마를 곱하고 그것에 다시 등록된 벼 재배 면적(ha기준)을 곱하여 구한다. 이러한 계산 방식은 쌀 소득 직불금이 벼 재배 면적에 비례하여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쌀 소득 직불금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라고 하겠다.

보도에 의하면 2005~2006년 44개 농가(법인 11개, 개인 33명)가 각각 5,000만원 이상을 받았고, 이 중 8개 농가(법인 6개, 개인 2명)가 각각 1억원 이상을 수령했다고 한다. 이와 연관하여 더 큰 문제는 법률(제6조)이 논농업에 이용하는 농지면적이 1천제곱미터(약 300평) 이하인 농민을 아예 쌀 소득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쌀 소득 직불금도 소득 보조금의 일종인 만큼 저소득자에게만 보조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일반적인 소득 지원 방식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현행 제도는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제도인 것이다.

쌀 소득 직불금 제도의 두 번째 문제점은 경작자가 아닌 지주에게 쌀 소득 직불금이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쌀 소득 직불금을 받은 99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28만명이 농사를 짓지 않고 쌀 소득 직불금만 챙겼다고 한다. 지주가 쌀 소득 직불금을 수령한 것은 법률을 어긴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주의 쌀 소득 직불금 수령이 분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작자에게 쌀 소득 직불금을 지불하면 토지 임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토지 임대료를 끌어올릴 것이고 그것은 쌀 소득 직불금의 일부가 지주에게 분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반대로 지주에게 쌀 소득 직불금을 지불하면 임대 토지 공급의 증가를 통하여 토지 임대료를 하락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은 쌀 소득 직불금의 일부가 경작자에게 분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현실은 거래비용의 존재가 분배의 양상을 조금 다르게 만들 것이지만 앞의 분석은 ‘경자유전’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쌀 소득 직불금의 분배에 관한 한에서는 말이다. 한 마디로, 지주가 쌀 소득 직불금을 수령한 것이 가진 법적 의미와 경제적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점 이외에도 경자유전은 농촌으로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제도로 국내 산업에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제도와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지주의 쌀 소득 직불금 수령이 지닌 추가적인 문제점은 여기에도 소득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할 계층인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이다. 지주의 소득이나 재산의 분포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주는 소득 보조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점은 시장이 경작자와 지주 간에 쌀 소득 직불금을 어떻게 분배하는가와 상관이 없다.

쌀 소득 직불금 제도는 결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농민의 소득을 보조하기보다는 부자 농민이나 농업과 관련이 없는 지주나 부자 지주의 소득을 보조하기 때문이다.

쌀 소득 직불금 제도의 세 번째 문제점은 감시․감독과 관련하여 탈법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주와 경작자(소작인)가 이중으로 쌀 소득 직불금을 받은 경우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2005년 3,200건, 2006년 1970건 등이고 지급된 직불금은 총 12억여 원이다. 농지 소재지가 아닌 주소지에서 쌀 소득 직불금을 신청하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적발된 경우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쌀 소득 직불금 이중 수령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탈법 사례도 있다.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 제3조 1항은 쌀 소득 직불금 지급 대상 농지를 1998~2000년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로 제한하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시기에 농지로 이용되었던 농지만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만 농지 41,600ha를 새로 취득한 115,000명이 468여억 원의 쌀 소득 직불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쌀 시장 개방에 영향을 받았던 농민 또는 경작인에게만 쌀 소득 직불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을 농지를 대상으로 제한 규정을 두게 된데서 발생한 문제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쌀 소득 직불금과 같은 보조금은 쌀 경작으로 불필요하게 많은 자원을 유입하게 만들고 다른 농작물 또는 산업에서는 자원을 모자라게 한다. 그 결과 쌀은 불필요하게 많이 생산되고 다른 농작물 또는 산업에서는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모자라게 된다. 물론 그런 과잉과 부족 현상은 보조금이 없을 때보다 가격을 하락과 상승으로 유도한다. 이런 현상은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쌀 소득 직불금 폐지하고, 가난한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로 통합해야

미국은 1996년 농업법에서 폐지한 목표가격제를 2002년 농업법에서 부활시켰다. 쌀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 대응하여 경기대응 방식의 소득보조를 도입한 것이다. 현재의 쌀 소득 직불금 제도는 미국의 그러한 목표가격제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만든 제도가 언제나 좋은 것이 아님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른 나라 제도를 도입할 때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쌀 소득 직불금 제도는 그런 것 중의 하나임이 확실하다.

쌀 소득 직불금 제도는 결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농민의 소득을 보조하기보다는 부자 농민이나 농업과 관련이 없는 지주나 부자 지주의 소득을 보조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그가 농민의 여부와 상관없이-을 지원하는 제도로는 국민기초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최저생계비’제도가 있다. 만약에 가난한 사람을 꼭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말이다.

“농민은 모두 가난하다”, “농업은 전혀 경쟁력이 없다” 등과 같은 생각이나 견해를 가진 사람은 현실을 너무 모르거나 마음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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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 강만수 기획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노동계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객원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시민단체의 주장을 듣고, 정부와 여당의 의견 또한 검토해보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8일 청와대 입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금융위기의 근원은 정책당국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이라며 “신뢰회복을 통한 위기극복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팀의 문제점으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는 과도한 건설사 지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금융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 무시 등을 지적하며 “현 경제팀이 뒷북치기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국채의 부도위험지수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우리 내부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과도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결국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의 정책실패 탓”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이어 “현 경제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국제경제가 패닉 상황으로 치달을 때 전문가들과 외신들의 국내 금융위기 경고를 괴담 수준으로 치부했다. 외신들이 천문학적인 단기외채,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금융부실 위험을 지적하자 근원을 제거하려는 대책 마련보다는 악의적 보도라며 반박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정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내은행 등이 달러·원화 등의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며 국가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하자 정부는 시중은행의 외채 지급보증·은행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면서 현 경제팀의 뒷북치기를 질타했다.

이와 함께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려 하자 근본적인 구조조정 노력보다는 거품을 더욱 키우도록 하여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들에게 건설사와 가계에 신규대출을 해주라는 임기응변식 정책을 내놓았다”면서 정부의 모순된 부동산대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로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하고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현 경제팀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새로 구성될 내각과 관련, 경실련은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초당적이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검증된 경제전문가들로 새로이 거국적 비상경제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감세 추진 드라이브와 관련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극심한 고용부진에 대비해야 하며, 필요할지 모를 공적 자금을 비축해야 하며,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적자금 조성’ 필요성까지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총 산하 산별조직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은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21일간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무금융연맹은 현재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민노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을 비롯,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 등 야당도 강만수 경제팀 교체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강 장관 교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헌재 같은 분을 기용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후임 인선까지 언급하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장관 퇴진론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주가나 환율 면에서 유독 더 흔들리는 원인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으로 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즉 현 정부 경제팀이 시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을 향한 화살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장관이 의욕이 앞서다보니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들 왜 그렇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씹어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은행들의 거래를 나라가 보증해주자고 했거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자고 했으면 국회나 한국은행이 O. K. 했겠느냐”면서 “한국의 정서나 상황이 한발 앞선 선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지금 경제팀을 바꾸자는 주장들을 보면 사람만 바꾸지 기존 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은 효과가 없는 이야기다.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사람만 바꿀 경우 결국 시간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지금 경제수장은 외국에서 외환조달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며, 발표 한 달 전부터 각종 대책에 대한 것도 열심히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아왔다”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언급, 당 지도부가 강 장관을 교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요즘 간혹 연말개각이니 경제사령탑을 교체해야 된다느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불이 나고 있는데, 불이 붙고 있는데 불부터 꺼야지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강 장관 경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헌재 카드’에 대해서도 “특정인물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거론되는 특정인물은 관치금융의 연금술사다. 지금 규제철폐가 관건인데 그런 사람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자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김필재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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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단이 되어 수천 억 달러의 공적 자금까지 투입할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이번에도 시장경제에게 금융위기의 누명을 씌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규제완화와 투자가들의 탐욕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주의를 탈피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압도하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그 같은 진단과 처방이 옳은가?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을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2년 후반부터 시작하여 종전까지 지속했던 경제적 붐이다. 주식가격과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더구나 높은 고용과 높은 성장을 구가했다. 이런 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 이 붐에서 터져 나온 것이 금융위기다. 그런데 이런 금융위기는 이와 상이한 다른 모든 경제현상과 똑같이 인간행동의 결과이다. 인간행동은 시장신호와 그리고 특히 정부정책에 대한 반응이다. 정치적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 반응도 격렬하다. 따라서 위기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행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정부의 개입정책이다. 정부정책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통화증가를 통한 저금리 정책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이다. 지속가능한 번영을 돈과 법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정부 개입의 실패가 버블이자 금융위기이다.

정부 간섭으로 야기된 금융위기

연방은행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 인위적으로 붐을 조성했다. 이런 인위적인 붐의 조성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닷컴의 버블’이 그것이다. 그러나 2000년에 버블이 꺼지자, 연방은행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6.5%에서 1%로 급진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풀린 돈이 특히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부문이 역동적으로 성장한 이유, 그리고 버블이 생긴 이유가 그 때문이다.

[정부의] 통화확대정책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야기했다. … 대출의 원금 상환개시가 시작되자 연체와 상환불능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다 연방은행의 고금리정책은 상환불능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버블은 자발적인 저축과 관련이 없는 대출과 투자의 결과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경제에 막중한 피해를 야기한다. 주택시장의 버블은 정부간여가 없었다면 다른 산업부문에서 사용했을 자원을 정부가 강제로 빼앗은 결과이다. 그래서 위기는 필연적이다. 더구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인플레의 위험성 때문에 더 이상 돈을 풀 수도 없었다. 돈줄의 고삐를 잡아 당겼다. 위기가 앞당겨진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인위적인 대출증대와 신용인플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지름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지도 못한 경우도 빈번하다.

풀린 돈은 어딘가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바로 주택부분으로 유입되었다. 이를 촉진시킨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이다.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대출하도록 했다. 이런 대출실적이 금융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그리고 파니맥(Fannie Mac)이나 프레디매이(Freddie Mae)처럼 정부의 보증과 지원을 받고 있던 회사들은 보다 더 위험한 대출을 구매하여 서브프라임 시장을 확장해 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제도는 카터 정부시대에 등장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한 레이건 정부에서는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평등이념을 중시했던 클린턴 정부였다. 파생상품시장의 조성과 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도 이때부터였다.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에 필요한 초기 납입금, 거래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통화확대정책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대출의 원금 상환개시가 시작되자 연체와 상환불능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다 연방은행의 고금리정책은 상환불능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대출에서 신중함이 결여된 ‘묻지마 대출’이 성행했던 것은 … 통화팽창정책과 나란히 정부의 묵시적 명시적 구제금융 보증 때문이었다. 위기의 원인이 잘못된 정부의 간섭 때문임이 그래서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금융위기는 정부 간섭에 의한 반시장적 정책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금융규제완화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겸업금지의 철폐와 같은 조치가 없었더라면 상업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몰려있던 투자은행을 구매하지 못하여 위기의 여파가 더욱 극심했을 것이다.

투자가들의 탐욕에서 무분별한 대출이 범람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대출에서 신중함이 결여된 ‘묻지마 대출’이 성행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탐욕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한 정책이다. 애덤 스미스가 중시했던 ‘신중(prudence)의 도덕’이 결여되었던 것은 통화팽창정책과 나란히 정부의 묵시적 명시적 구제금융 보증 때문이었다. 위기의 원인이 잘못된 정부의 간섭 때문임이 그래서 분명하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부 간섭 때문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위기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위기는 병(病)이 아니라 정부 간섭의 실패를 수정하여 경제를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개입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식의 문제 때문

왜 주택정책과 통화정책이 실패했는가?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지식의 문제(knowledge- problem)”가 그것이다. 적정 금리를 계산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 공급도 계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하여 서민층을 위한 주택정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와 관련된 수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정부사람들이나 통화당국을 포함하여 그런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성공적인 계획과 규제를 위해 필연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그리고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통화공급 계획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결과, 수많은 금융기관을 도산으로 이끌었고, 대출의 연체율과 상환불능 사태가 수없이 야기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잘못된 그리고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통화공급 계획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결과, 수많은 금융기관을 도산으로 이끌었고, 대출의 연체율과 상환불능 사태가 수없이 야기했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주민들을 빈곤의 질곡으로 이끌었고 드디어 참혹하게 실패했던 것도 지식의 문제 때문이었다. 바로 이 문제를 기반으로 하여 1930년대에 이미 사회주의의 불가능성을 발견했던 인물이 미제스와 하이에크였다. 그들의 불가능 정리(impossibility theorem)를 통화계획과 주택정책에도 조건 없이 적용해도 무방하다.

스스로를 전지전능하다고 믿거나 또는 언제나 적합한 통화정책을 통하여 금융을 미세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지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조종하여 누구나 자기 집을 소유하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고 자만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 하이에크는 이 맥락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불렀다.

미국정부의 치명적 자만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까지 강타한 금융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은 인간의 이성이 남용되거나 악용될 경우 그것은 핵폭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해법은 시장경제의 원칙

금융위기의 원인이 치명적 자만에서 비롯된 정부 개입 때문임에도 위기의 해법으로 정부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어 스턴스, 리만 브러더스, AIG와 같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금리를 낮추고 있다. 금융규제도 더욱 강화할 태세다. 국유화도 위기타개의 한몫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조치는 금융시스템의 도덕적 해이의 원인이 되고 금리인하 정책과 함께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그와 같은 정치적 노력은 ‘자유’의 가치를 ‘안정’의 가치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그와 같은 노력이 반복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의 붕괴로 오늘의 금융위기의 주범이 되는 금리인하 정책도, 독일의 나치즘, 미국의 뉴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안정을 택한 전형적인 예이다.

위기의 해결을 … 정부가 맡을 경우 일시적으로 금융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그런 정책들은 지식의 문제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위기의 연속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유로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위기의 해결을 시장의 경쟁에 맡기는 대신에 정부가 맡을 경우 일시적으로 금융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러나 지식의 문제 때문에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위기의 연속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유로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한다면 그 해결도 정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유명한 말처럼 정부는 해결이 아니라 문제이다. 그것이 문제인 근본적인 이유는 고질적인 지식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정치와 분명히 다르다. 시장경제의 경쟁은 오류의 발견과 그리고 그 수정이 매우 신속하고 생산적이다.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지식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준다. 시장의 결과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 정부가 파니와 프레디 같은 거대한 금융조직을 만들어 냈지만 이 조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준 것은 금융시장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얼빠진 금융상품도 밝혀내어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것도 시장경제이다. 해체될 금융회사들을 가려내는 것도 시장이었다. 종이 돈이나 파생금융 상품, 헤지 펀드 또는 서브프라임으로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처벌한 것도 금융시장이었다.

하이에크가 발견한 자유경쟁의 ‘발견의 절차’는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시장은 정부보다 현명하다는 말은 그래서 적실성이 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그 규모가 1930년대 대공황만큼 심각하지 않은 이유도 자본시장이 비교적 자유롭고 그리고 자유무역 때문이다. 이것이 개인의 자유와 책임, 글로벌과 자유무역 등, 시장경제의 원칙이 국가위기와 금융위기를 막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정부 간섭을 막기 위해 중요한 것은 헌법

그러나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벗어나, 간섭주의의 수단으로서 법과 돈을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우리는 정부가 만들어 내는 주기적인 위기의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정부의 지적 자만으로 부터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가 정치적 과정의 기반이 되는 국가헌법이다.

그러나 미국의 헌법도 다른 나라의 헌법처럼 통화정책과 입법정책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의회와 통화당국의 재량에 맡기는 헌법적 우(愚)를 범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자의적인 권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번영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

민경국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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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촛불 집회를 재개했다. 18일 저녁 청계광장에 모인 이들은 현 정부 정책이 민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원기자가 방문한 현장 또한 민생은 없이 반정부운동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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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안티이명박 등 좌파단체 회원 1천여 명은 1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2008, 대한민국. 너흰 아니야’라는 제목의 반(反)정부성 집회를 열고 ‘뉴라이트 해체’, ‘조계사 회칼 테러 진상규명’, ‘일제고사 반대’, ‘비정규직 해결’ 등을 주장했다.

‘친일파 청산·뉴라이트 해체’를 부주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친일찬양·독재찬양 뉴라이트 해체”, “역사왜곡 자행하는 교과서포럼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쳐, 향후 촛불시위의 소재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단체로 옮겨갈 것임을 예고했다.

주최 측은 이날 투쟁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선·중앙·동아일보, 뉴라이트 등 4대 집단은 국민과 화해할 수 없는 매국집단”이라며 “국민이란 이름을 단 1% 기득권세력의 들러리 취급하는 그들에게 국민들의 오늘·내일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이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그들과 타협은 절대로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크게 하나 되어 대한민국의 진정한 독립과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싸우자”면서 대중을 선동한 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제작한 ‘대안교과서’를 찢어 불태우는 ‘화형식’을 가졌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도 인물인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세상이 깜깜할수록 우리가 빛을, 밝음을 열어야 한다는 명분과 당위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민생을 깜깜한 바다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우리 어찌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정의의 불꽃, 양심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어 현 정부의 교육문제·비정규직 문제·감세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잘하는 게 생각이 안 난다. 해 줄 칭찬이 한 개가 아니라 반개도 없다”고 비난했다.

자신의 직업을 고교 교사라고 밝힌 김남수 씨는 “나는 이승만은 이승만, 박정희는 박정희, 김구 선생님은 김구 ‘선생님’, 또 신채호 선생님은 신채호 ‘선생님’으로 가르친다”면서 “하지만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승만을 ‘국부’(國父)라고 가르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를 예로 들면서 “지금까지 학계가 쌓아놓은 상식,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상식을 무시하고 있다. 대안교과서에는 3.8선이 자유와 인권을 지켜준 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대안교과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코리아나 호텔 16층 유리창을 깨고 ‘뉴라이트 처단’을 외쳐 남대문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엄기웅 씨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통해 대독(代讀)시킨 편지에서 “매국행위로 산 코리아나 호텔 유리창 깬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며 “친일매국노를 처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국행위를 해서 얻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정당화시키기 위해 저들은 정부를 장악하고, 방송 언론뿐 아니라 교과서까지 자기들 뜻대로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카페 ‘촛불연행자모임’과 ‘촛불자동차모임’ 등의 회원들은 불법(不法)집회에 대한 당국의 의법(依法)처벌을 비난하며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의 생존권을 말살시키고 촛불을 탄압하려는 보복수사”라며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부대표가 이날 집회에 참가하려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백 씨는 안티이명박카페 외에 이명박 탄핵범국민운동본부 부대표, 미친소닷넷 대표 등을 맡고 있다. 2002년 ‘노사모’에 가입했으며, 2004년 3월11일 노무현 탄핵에 반대하는 ‘탄핵반대 시민·네티즌 집회’에 참석,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백 씨는 당시 병원에 실려 가는 동안, 그리고 8개월 간의 입원 치료 기간 동안 “탄핵반대”만을 되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집회는 경찰의 해산 권고 방송과 함께 오후 9시30분에 종결됐으며, 시위대는 향후 다시 한 번 거리에 모일 것을 결의한 뒤 자진 해산했다. 한편, 좌파 단체들은 오는 25일 소위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발족식을 필두로 지속적인 반(反)정부 성향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필재 / 객원기자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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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적이어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 이유는 역사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경제발전 등 지난 60년간의 성취를 대체적으로 부정하고 북한체제에 호의적인 근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육은 미래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왜곡과 오류투성이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은 학계합의 도출과정을 거쳐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계시록(啓示錄)적인 그의 소설 『1984년』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者,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者, 과거를 지배하리라(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라는 얘기를 했다. 역사가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라는 뜻과 현재의 권력이 과거를 재구성한다는 주장이 교묘히 결합된 명언이다.

역사 교육이 중요한 이유

역사, 특히 자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기억의 공유”를 하기 위한 작업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얻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알기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은 맹목적인 자화자찬이나 ‘신화만들기’와도 구별된다. 앞 세대가 걸어간 길의 공과(功過)와 명암(明暗)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아 차세대가 더 올바른 길로 나가게 하기 위한 기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현재와 가장 가까운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은 국사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근현대사 과목이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이 국가로서 장래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직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의 올바른 근현대사 교육은 미래 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과거를 지배하는 者,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者, 과거를 지배하리라(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조지 오웰 소설 ‘1984’ 중에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근현대사교육은 대단히 왜곡돼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개편에 앞서 '현대사 교육 수업자료'를 만들어 내달까지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수업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 한다. 원로·중진 인사들이 직접 일선 고교를 찾아가 왜곡을 시정하는 근현대사 특강을 할 계획도 세워져 있다 한다.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요 몇 년간 꾸준히 있어 왔지만 참여정부에 의해 거부됐었다. 그래도 약간의 효과는 있었으니 계속된 수정요구와 비판으로 인해 가장 문제가 많은 한 교과서는 그동안 무려 300여 군데에 걸쳐 오류와 편향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의 문제는 몇 부분이 수정되고 표현을 완화했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지난 60년간의 성취를 대체적으로 부정하고 북한체제에 호의적인 근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류와 폄하로 얼룩진 한국근현대사

첫째, 대한민국은 자발적 국민의 지지 없는 단정세력에 의해 수립된 정통성이 결여된 정체(政體)이고, 남한의 정부수립이 분단을 초래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서는 “남한 때문에 어쩔 수없이” 선거를 치러 국가가 수립됐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초대 정부는 정당한 국민투표를 거쳐 탄생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에선 이미 소련에 의해 북한에서의 단독정부 수립에 대한 계획이 먼저 치밀하게 전개됐다는 것이 최근 공산권 붕괴로 인한 비밀자료의 공개로 밝혀졌는데도 한국의 근현대사교과서는 이러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남한만의 단독 선거가 이루어진 것은 UN이 제시한 남북한 공동선거안을 소련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점도 무시되고 있다.

둘째로 독립운동과 건국과정, 그리고 통치시기에서의 이승만의 업적이 철저히 부정됐다. 현재 학계에서 대성공으로 평가되는 이승만의 농지개혁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결여됐으며, 문맹률 감소와 같은 국민교육의 성공도 무시됐다. 한미방위조약 등으로 굳건한 안보 체계와 국제협력노선을 택하는 현명한 방향설정을 해서 대한민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점 등도 역시 언급이 안됐고, 대신 독재정치와 부정부패만 장황히 나열돼 있다. 상징적인 사실이지만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초대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사진은 없고 대신 마오쩌둥의 사진이 있다는 것은 경악할만한 사실이다.

셋째로 반미적 기조이다. 광복과정에서 미국의 공로가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분단의 책임을 미국에게만 전가됐다.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긍정적 서술은 거의 없으니, 금성교과서의 경우 미국관련 표현 167건 중 긍정적인 것은 단 3회에 불과하다. “미군정은 남한의 경제를 살리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경제뿐만 아니라 무기체계도 미국에 종속되어갔다.” “일장기가 내려진 자리에 성조기가 올라갔다”, “미국의 농산물 원조는 생산과잉으로 자국내 농업공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등의 편향되고 부정확한 서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60년간의 한국의 성취인 건국, 안보, 경제발전, 민주화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서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60년간의 한국의 성취인 건국, 안보, 경제발전, 민주화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서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미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점도 많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외관계, 특히 가장 중요한 대미관계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과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안보의 확보와 유지’였다. 그러한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미관계의 트랙 레코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넷째로 6.25 전쟁에 대한 서술이다. 6.25 이전의 작은 분쟁/무력충돌이 자연스럽게 큰 충돌로 확산된 것으로 6.25의 발발원인을 서술하는 등 이미 폐기된 ‘브루스 커밍스’류의 좌파 수정주의적 연구를 비판 없이 채택하고 있었다. 또한 “애치슨 선언”과 같은 사료를 교묘히 왜곡, 편집해서 자료로 싣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이 전쟁을 유도했다는 식의 서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수정주의적 해석은 역시 공산권 붕괴 이후 공개된 비밀자료의 연구들을 통해 폐기된 지 오래이다. 캐스린 웨더스비(Kathryn Weathersby)와 같은 학자들은 6.25가 김일성이 스탈린을 두 차례나 찾아가 강력하게 설득하여 동의를 얻은 후에 면밀히 계획되고 집행된 사건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 규명했지만 이러한 선도연구에 대한 서술이 전무한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다섯째로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화와 경제개발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한국은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산업화를 이룬 국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고, 대신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주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산업화를 이룬 국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고, 대신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압권은 천리마 운동과 새마을 운동에 대한 상반된 평가이다. 북의 천리마 운동은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전반에 걸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서술한 반면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정부가 대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이 새마을 운동의 극히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이 운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낙후지역 개발 정책의 롤 모델이 되는 것도 새마을운동이고, 작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도 빈곤퇴치 운동인 새마을 운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얼마 전 언급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다.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현대 정치사를 “민주주의의 시련의 역사”로 취급한다. 즉 해방 시에 이미 확립된 민주주의가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등에 의해 침해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디까지나 신생국이고 약소국이며 분단국이었다. 그래서 한국정치사는 없었던 민주주의사회를 힘들게 생성해 나가는 과정이란 것이 기본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1948년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다른 후진국처럼 걸음마 단계에서 시작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한다.

원로학자인 권태준은 최근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란 책에서 후학들에게 “역산(逆算)하지 마라”란 귀중한 충고를 주고 있다. 즉 “오늘의 고지에서 지난 역사를 재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경구를 마음에 품고 봤을 때 근현대사교과서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마음대로 재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북한 북한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외면하고 있다. 북한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한 서술은 거의 미화의 수준인데, 이러한 서술은 “통일 지상주의”적 관점과 “내재적” 관점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려한 노력에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따라서 공산 왕정체제적인 부자세습과 대량아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현대 북한을 이해하는 주제어인 “선군정치(先軍政治)”에 대한 언급도 없다. 대신 “사회주의 국가건설이라는 이념적 명분을 갖고 있었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던 김일성 측”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외교와 기술관료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라는 서술들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해야

현행교과서들은 편향된 역사관과 잘못된 사실인식에 기초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사에서 제3세계 국가 중에 독립 후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모두 이뤄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굴곡 속에서 이뤄낸 이러한 “건국과 부국”의 업적은 완전히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고 반대로 (북한주민에 대한 애정이 아닌) 파산상태에 빠진 북한체제에 대한 애정이 나타나는 것이 “근현대사”교과서의 현주소이다.

권태준은 최근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란 책에서 후학들에게 “역산(逆算)하지 마라”란 귀중한 충고를 주고 있다. 즉 “오늘의 고지에서 지난 역사를 재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근현대사 수정 문제는 뿌리 깊은 학계의 갈등과 연관된 복잡한 사안인 만큼 위에서부터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학계의 합의 도출 과정을 거쳐 서서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단 8차 교육과정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서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현재 8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과목에서는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가 통합돼 “역사”라는 과목으로 가르쳐 질 예정이라 한다. 구체적 내용에 들어가서는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입헌주의(법치주의), 그리고 공화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문명사적 의의를 되새겨야 하겠다. 또한 민족, 민중, 통일지상주의라는 협소하고 폐쇄적인 사관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국제적 관점을 강화해야한다.

이러한 서술을 위해서는 국사학자 외에 서양사, 동양사학자등이 함께 참여해 비교사적 관점을 취해야한다. 보다 더 넓은 관점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과 같은 인접 사회과학자들 또는 필요시 자연과학자들의 참여 역시 필요하다하겠다. ■

강규형 /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저자소개: 강규형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서 역사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명지대학교 기록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한국외교사와 국제정치’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의 풍경: 역사가는 어떻게 과거를 그리는가?’, ‘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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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민주노총 주최의 이명박 정권 규탄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 없이 오직 비난만이 난무했던 집회를 보며 객원기자는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인지 반정부운동을 하는 정치단체인지 고민한다.

2008년 여름 내내 ‘촛불집회’를 주도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은 ‘노동계 핵폭탄’ 민노총이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 심판을 올 하반기 투쟁 목표로 삼았다. 민노총(위원장 이석행)은 10일 종로 보신각에서 단체 회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친(親)재벌 노동말살 이명박 정권 규탄 노동자대회’를 통해 현 정부를 반(反)민생·반(反)민주·공안탄압을 주도하는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심판에 나설 것임을 주장했다.

명백한 반(反)정부 집회인 이날 대회는 민노총이 주도해 온 3대 중점사업의 본격적인 전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앞서 민노총은 올 하반기 3대 중점사업으로 ▲이명박 정권 심판과 민생-사업공공성, 민주주의,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한 3대 의제 쟁점화 사업 전개 ▲문화예술제·전국노동자대회 등 소위 민생대회 개최 ▲3대 대중운동(조선·중앙·동아일보 OUT, 미국산 쇠고기 불매, 비정규문제 및 장기투쟁사업장 문재해결) 실천 등을 결정한 바 있다.

이날 대회를 필두로 민노총은 오는 10월 25일 촛불집회 사진전이 포함된 ‘민주주의 페스티발’,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11월 22일 ‘공공부문 결의대회’로 이어갈 예정이다.

민노총이 주도하는 집회가 늘 그렇듯이 이날 대회에서도 단체는 반(反)정부·반(反)기업 정서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날 집회 시작과 함께 검정색 매직을 들었다. 이어 ‘생각나는 대로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라’는 사회자의 말에 따라 붉은색 종이 빈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담은 문구를 적었다. 잠시 후 노동자들은 피켓을 들어올렸다. ‘2MB는 사기꾼’, ‘생쥐’, ‘지랄탄’, ‘불안한 놈’, ‘폭탄’, ‘바퀴벌레’ 등 국가지도자를 향한 ‘막말’이 난무했다.

진영옥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현 정부를 겨냥, “촛불과 민노총에 대한 표적탄압 분쇄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군부독재의 전형적 수법인 국보법까지 동원해 간첩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진 부위원장은 이어 반미(反美)·반(反)정부 성향 폭동인 ‘촛불집회’를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항쟁’(抗爭)으로 규정하고 “지난 봄과 여름을 관통해온 ‘반(反)이명박 촛불항쟁’의 성과를 기반으로 또 다시 거대한 항쟁의 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은 연대사를 통해 “엉터리 자본주의로 이어져온 우리나라에 미국 발 경제위기가 쓰나미가 돼서 해일로 덮쳐오고 있으며, 우리 경제는 이제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암흑 같은 상황”이라면서 대중을 선동했다.

그는 이어 “개념 없는 이명박은 탈규제와 시장만능주의를 그치지 않고 있으며 패악(悖惡)을 가져올 공기업 시장화, 사유화를 계속 추진 중”이라면서 “권력과 군대 힘을 믿고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던 것이 군사독재였다면, 이명박은 경찰독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재정권은 규탄 대상이 아니고 타도대상이며 무너뜨릴 대상일 뿐이다. 우리 분노를 모아 우리 모든 것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우리 삶도, 민생도, 민중 생존권도 보장할 수 없다”면서 집회 참석자들로 하여금 반(反)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론자인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이명박 정권이 언론에 이어 전교조를 죽이려고 나서 지난 19년 동안 노력해온 참교육이 친북좌파교육이고, 아이들 머리를 세뇌시키는 무시무시한 교육이라고 매도하고 있으며, 뉴라이트는 전교조가 반(反)국가단체라며 전교조를 척결하고 뿌리 뽑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결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교육파탄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전교조 8만 조합원이 20% 조직률을 갖고 학교현장을 바꾸기는 정말 버겁고 학부모인 민노총 조합원과 국민 모두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저항해야 한다”면서 좌파(左派) 단체들의 상호 연대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날 노동자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반민생·반민주·공안탄압 분쇄 ▲이명박 독재정권 심판 ▲종부세 무력화, 공기업 민영화, 교육·의료 시장화 저지 ▲수구보수 세력이 총결집해 진행하고 있는 전교조 말살기도 분쇄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 음모저지 ▲비(非)정규악법 추가 개악 저지 및 전면재개정 쟁취, 최저임금제 무력화 저지, 노사관계 후퇴를 위한 정권 시도 분쇄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총력 투쟁 등을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민노총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을 필두로 허영구·박정곤·김지희·주봉희·김은주 부위원장, 민노당 이수호·이영희 최고위원, 건설연맹 남궁현 위원장,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전교조 정진화 위원장 등 좌파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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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재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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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 기초학력진단평가 일제고사에 반대해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 단체가 학생들의 시험을 방해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대신 생태 체험학습을 떠났다. 객원기자는 생태학습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한 전교조의 정치적 운동을 취재했다.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 기초학력진단평가 일제고사에 반대해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 단체가 학생들의 시험을 방해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대신 생태 체험학습을 떠났다. 객원기자는 생태학습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한 전교조의 정치적 운동을 취재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국가 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일제고사)가 8일 전국 5,756개 초등학교에서 실시됐다. 일제고사는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2001.12.)』에 따라 국민 기초학력 보장 정책의 일환으로 2002년부터 시행하여, 2002년에는 10% 2003년부터는 3%(전체 689,120명 중 20,556명 / 전체 5,953개교 중 545학교의 677학급)의 학생만을 표집해 실시했으나 올해부터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3학년으로 확대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평가는 기초 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영역별 보정교육과 기초학력 보장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단위 학교에서 평가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 관리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은 98년 이후 처음으로 전수방식으로 실시되었으며, 1교시 읽기, 2교시 쓰기, 3교시 기초수학 등 3개 영역으로 치러졌다. 응시대상 학생 수는 남학생 31만2,225명, 여학생 28만6,299명 등 59만8,524명이었다. 전수 방식으로 학력평가가 실시되기는 98년 이후 10년만이다.

의견 수렴 없는 일제고사 반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서울 시민모임’은 초등학생 160여명과 학부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 등과 함께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생태 체험학습을 떠났다.

이와 관련하여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평학)의 사무국장 정경희씨는 "미국이나 영국이 이와 같은 평가위주의 시험을 도입하여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수준을 높이려고 했으나 아이의 개별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져 실패했다."며, "시험을 많이 본다고 공부에 흥미를 느낀다면 성공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분명 학업성취도 평가를 함으로써 경쟁이 심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학교 선택제라는 것은 소비자의 주권을 지켜주기 위한 것인데 그것은 소비자의 의사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 의사 존중이라는 것은 분명 소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번 일제고사와 같은 경우 학부모나 학생의 의견 수렴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교육선택권의 박탈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했다.

교과부의 “시험거부 행동을 한 교사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시도 교육청을 통해 징계할 것”과 "시험을 거부하고 생태학습을 떠난 학생들은 모두 결석 처리할 방침"에 대해서는 "이번 생태체험 학습의 경우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 결석처리를 한다면 그것에 대한 최대한 대응을 하겠지만 우선 이번 일제고사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 수렴이 없이 강제에 의해 시행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생태 체험학습을 갔고 그것을 징계한다고 하는 교육부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서울 시민모임’은 10월 9일 오전11시에 교과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교육청은 ‘일제고사를 안 볼 권리’를 보장 △일제고사 불참학생을 위해 일제고사 당일 날 적절한 ‘대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일제고사 불참학생의 ‘체험학습 기회’를 보장 △비표집 학생의 성적을 무단으로 집적하지 말 것을 주장 했다.

10월 14일 ~ 15일에 치러지는 학업 성취도 평가에 맞춰 14일에는 8일과 같이 경기도 포천 평강 식물원으로 소풍을 가기로 하고 현재 접수 중에 있다.

획일적 교육 강화? 수준에 맞는 학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008년 10월 8일 (수) 오전 10시에 교과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동시에 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정 비율의 표집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한길리서치에 의뢰하여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시 경쟁 교육이 상기 교육목적 달성에 51.3%가 기여하지 못할 것(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13.4%+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37.9%)이라고 본 반면, 41.2%는 기여할 것(매우 기여할 것:5.8%+조금 기여할 것:35.4%)'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전국 일제고사 실시가 문제풀이식 획일적 교육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54.6%가 동의(전적으로 동의:18.1%+어느 정도 동의:36.5%)하는 반면, 39.7%(전혀 동의하지 않음:5.9%+별로 동의하지 않음:33.8%)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증감에 미치는 전국 일제고사 영향에 대해, 82.6%가 늘어날 것(매우 늘어날 것:45.9%+조금 늘어날 것:36.7%)이라고 보는 반면, 10.0%는 줄어들 것(매우 줄어들 것:0.9%+ 조금 줄어들 것:10.0%)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전교조의 임병구 대변인은 "오늘 전국적으로 일제히 실시하는 초등학교 3학년 진단평가만 해도 표집을 통해 학력 진단 지표를 개발하고 학교별로 실시해도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일부 학교에선 성적을 높이겠다며 보충수업을 강화하거나 사전 모의고사를 시행하기도 했으며, 내신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학생들을 다그치고 있다."며,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본 취지조차 살리지 못한 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일제식 시험은 이렇게 각종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는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실시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해결 방안 마련 △교원정원 동결 조치 즉각 철회하고 법정 정원 확충 등을 주장했다.

김경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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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퇴장하는가? 미국 발(發) 금융위기 이후 좌파 시민단체들의 자유주의 비판이 격렬해간다. 민주노총은 9월26일 성명에서 『新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체모순에 의해 붕괴해가고 있다』며 장문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안(代案)경제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경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온 결과, 중소기업은 일상적인 파산위기에 직면해있고, 노동자들이 생산한 이익의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고율로 배당되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자본들의 단기이익 창출의 희생양이 된 저임금비정규노동자는 갈수록 확대되어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면서 무분별한 재벌규제완화 및 공기업사유화, 한미FTA비준 등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결국 친 재벌 시장화정책으로 한국경제를 재앙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냐』며 『이명박 정부는 기어이 민생경제를 파탄내고 말겠다는 심산이냐』고 비난했다.

소위 보수언론 역시 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9월22일 조선일보는 『「신자유주의」막 내리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올렸다. 『작금의 금융공황이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실질적인 종언을 뜻한다』는 요지였다. 투자은행(IB)들이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이용, 최소한의 자금만 가지고 수십, 수백 배나 되는 큰돈을 거래하는데도, 이에 마땅한 규제가 없었다는 것이 금융공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금융위기

「월가의 탐욕」, 「시장의 실패」등 최근 언론에서 회자되는 용어들도 자유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웅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은 세간의 평가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규제와 간섭 없이 방종해 온 시장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이며, 이를 가지고 신자유주의가 몰락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최박사의 분석이다.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어 온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닷컴경제(IT산업)」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저리의 이자율을 고수했다. 이것은 시장 기능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고,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린스펀은 2006년 이후 의장직을 떠났지만, 2년 후 경제호황이 끝나면서 부작용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세계화와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금융자유화와 자유무역 등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경제 이념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 이론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계기로 후퇴하면서 경제학의 신주류로 등장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이 모두 이에 기초한다.

그러나 좌파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터지자마자, 이제 사회주의의 시대가 온 것인 양 큰소리친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 과연 「월가의 탐욕」과 같은 소위 자본주의의 구조적 맹점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그린스펀 사례와 같이 「시장의 실패」가 아닌 「시장의 왜곡이 만들어 낸 실패」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자유주의는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속의 「탐욕」을 본질로 한다. 그린스펀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왜곡한 채 저리의 이자를 고수해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월가의 배를 불렸다면, 이는 자유주의를 벗어난 이단이다. 따라서 비판받아야 할 것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한 그린스펀의 경제정책이지, 「자생적 질서」나 「탐욕」그 자체가 될 수 없다. 미국 발 금융위기를 통해 오히려 자유주의의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법(法)의 지배로 통제되는 탐욕

설령 「월가의 탐욕」에서 모든 원인을 찾는다 해도, 그것이 소위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자유주의는 또 다른 본질은 「법의 지배(Rule of Law)」로 통제되는「탐욕」이다.

자유주의의 비조격인 하이에크의 질서관은 결코 자유방임(Laissez Faire)의 원리주의가 아니었다. 그의 자유방임는 엄중하게 법의 지배(Rule of Law)에 의해 운영되는 정의로운 게임의 시스템이다.

하이에크는 토지, 주식의 폭등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무제한·무절제의 탐욕을 옹호하진 않았다. 공정한 룰을 일탈해서 폭주하는 시장은 오히려 자유의 기초를 허무는 「노예의 길」이 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인소유권과 계약의 룰을 서로 지키며 공정한 교환시장에서 경제번영이 약속된다는 하이에크의 시장에서는 결코 약육강식의 법칙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시장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두 개의 원동력은 탐욕과 공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욕심이 있기에 고수익을 추구하고 두려움이 있기에 위험을 기피한다. 양자를 어우르며 상품이 제조되고 기관이 설립된다. 정부는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감독하고, 경기규칙에 따라 경쟁하도록 심판하는 구실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유주의 아래서 금융 감독의 요체는 경쟁을 부추겨 「시장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시장안정성」을 도모하는 균형이다. 여기서도「시장안정성」을 무시한 미국 당국의 문제를 자유주의의 「시장효율성」의 기초인 탐욕에서 찾아선 안 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불성실하게 운용한 정책 당국의 책임을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전가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성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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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무원 수가 국제자료와 비교해 볼 때 과소평가 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 www.cfe.org)의 ‘국제기준으로 본 한국의 공무원 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공무원 수를 국제적 통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지금보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공무원 통계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비정규직 공무원의 수가 통계에서 빠져있다. OECD나 IMF 등 국제기관은 인건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경우를 공무원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임시직의 경우라도 공무원 수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기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통계기준을 따르지 않고 중앙정부, 교육부문, 정부산하기관 등에 약 340,972명의 비정규직을 공무원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둘째, 지방공사, 지방공단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과 전경, 의경 및 사립학교 교사를 통계에서 배제해 왔다. 314개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중 공시가 되어 있는 112개의 지방공사와 공단의 인력은 43,736명에 이른다. 나머지 200개의 지방공사, 전경, 의경, 사립학교 교사 등 정부가 실질적으로 인건비를 부담하고 있는 단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재산정한 공무원 수는 2006년 말 기준으로 약 1,909,925명에 이르며 이는 정부 통계치와 936,325명 차이가 난다. 이는 인구 천 명당 39.4명의 공무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표 1> 현재 및 재 산정 공무원 수 비교 (2006년 말 기준)     (단위 : 명)

구분

현재 

재산정

차이

국가 및 지방공무원

973,600

973,600

0

비영리공공기관

0

153,617

+153,617

군인

0

226,000

+226,000

전, 의경, 공익근무요원

0

92,000

+92,000

사립학교 중등교원

0

80,000

+80,000

공공기관 비정규직

0

340,972

+340,972

지방공기업

0

43,736

+43,736

합계

973,600

1,909,925

+936,325

주: OECD 기준 및 타 국가사례에 근거하여 재산정한 자료임.

물론 이 통계에는 지방공사, 공단 314개 중 약 200개의 직원 수가 빠졌으며, 공공기관 중 비영리기관을 제한적으로 포함시킨 것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공무원 통계는 더 커질 것이다.

OECD에 가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OECD 기준에 맞는 공무원 수 통계조차 작성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며, 조속히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자료를 작성해야 국내적으로 정확한 정책판단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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