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좌파 진영이 주도한 ‘촛불광풍’(狂風)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폐지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종부세는 평등과 분배를 앞세워 집권한 노무현 정권이 국민을 1%와 99%로 구분하고, 1%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국민 전체가 나눠 쓰자는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종부세는 구체적으로 주거용 토지와 건물과표의 합산액이 일정 액수 이상이 되면 합산 누진하는 이중과세로 이미 시행중인 종토세(종합토지세)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중 누진체계 종부세, 부동산 투기 억제 못해
첫째, 종토세의 경우 주택이 지어져 있는 토지와 나대지(裸垈地) 등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종부세는 토지뿐만 아니라 주거용으로 쓰이는 건물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
둘째, 종토세로부터 나오는 세수는 토지의 소유자가 속하는 기초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반면 종부세의 세수는 소유자의 거주지와는 무관하게 배분된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누진과세로 운영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든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우리나라의 경우 종토세에다 종부세까지 얹어 2중의 누진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통해 한 가지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종부세와 같은 다목적 세금이 바람대로 기능하기는 어려웠다. 우선 세금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경제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지난 역사가 증명해 준다.
특히 종부세를 통해 부자들의 자금을 족집게처럼 걸러내겠다는 좌파(左派)정권의 의도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유는 억울한 납세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야당·좌파단체, 종부세 완화 반대 공동선언 발표
종부세 부과 이후 강북지역에서 터져 나온 비명소리와 맞벌이 가구, 그리고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와 저소득 은퇴고령자들의 한숨소리가 좋은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제대로 기능도 못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에 불을 붙이는 세력이 있다. 바로 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을 비롯,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녹색연합 등이다.
이들 단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참여연대는 지난 달 10일 소위 주택공공성 확보와 주거약자 지원을 명목으로 녹색연합·녹색교통운동·환경정의 등 54개 좌파단체가 참여한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이하 토지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이후 토지네트워크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극좌(極左) 성향의 ‘한국진보연대’(상임대표 오종렬·한상렬)와 함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주도하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깨어있는 누리꾼 모임’(촛불시위 관련 인터넷 카페 모임), ‘종부세 무력화 저지와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국회의원(이하 주거복지의원모임)’ 등의 단체와 함께 최근 ‘주거복지의원모임-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결성하고 종부세 완화 반대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연석회의는 지난 달 30일 국회본관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종부세가 완화된다면 일부 부유층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만 있을 뿐, 세금인하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되는 등의 정부가 기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통합민주당 “종부세 폐지, 반드시 저지할 것”
연석회의는 이어 “정부·여당의 종부세 무력화 조처는 2% 강부자만을 위해 98%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방안”이라며 “뜻있는 국회의원들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을 잡고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방안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석회의의 한 축인 국회의원모임에는 현재 이용섭·김상희·이미경 의원(이상 민주당), 이정희·홍희덕·강기갑·권영길·곽정숙 의원(이상 민노당), 문국현 의원(창조한국당), 이상민 의원(現 자유선진당, 前 열린우리당 의원) 등 좌파(左派)성향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연석회의 참여단체인 한국진보연대와 토지네트워크 등은 29일 한나라당 당사와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청와대 근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한나라당을 강부자 당으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안탄압에 이어 서민 경제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홍보·거리 피케팅 시위 등을 통해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종부세 개악저지 및 부가가치세 30% 인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진 데 이어 3일 같은 명목으로 전북 김제시 구이면 모악산에서 행사를 갖고 “한나라당의 종부세 폐지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종부세는 부자가 세금 좀 더 내서 그 돈으로 다른 서민들의 복지를 위해 쓰자고 걷는 돈”이라며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에게 돈 걷어서 좋은 곳에 쓰자는 것인 데 이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은 부자의 부담을 낮추자고 말하는 정당이고, 민주당은 반대로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자고 하는 정당”이라며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은 서민들을 위해 부가가치세율 30% 인하와 재산세 부담 30% 경감, 종부세 개악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괴담에 가까운 좌파진영의 종부세 완화 반대 주장
함께 자리한 김진표 최고위원은 “종부세가 완화되면 그동안 우리나라 부자 2%가 부담했던 세 부담이 전 국민의 부담으로 확산된다”면서 “이는 정부의 예산 부담 가중을 가져올 뿐 아니라 3조4천억의 세금이 결국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영길·김민석·박주선 최고위원을 비롯, 강봉균 전북도당위원장, 최규성·김춘진·장세환·김세웅·강기정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 김완주 전북지사, 이한수 익산시장, 임정엽 완주군수 및 시·도의원, 당직자 등 당원과 지역민 1,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대다수의 보수 성향 경제전문가들은 야당과 좌파(左派)단체의 괴담(怪談)에 가까운 종부세 완화 반대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논란이 ‘촛불시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종부세는 한마디로 노무현 정권에서 재산세가 있는데도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린다면서 만든 ‘분노의 세금’”이라며 “종부세를 이념논쟁·정치적 싸움으로 몰고 가는 선동과 포퓰리즘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세금 내는 일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존경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뒤, “그렇지만 그 세금은 일관된 원칙아래 효율적이고 상식적으로 매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종부세는 많은 결함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에 입각한 조세제도, 사회 양극화 부추겨
그는 이어 “종부세 폐지가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자만을 위하고 서민에게 고통을 주냐”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면 우리 사회 전체가 잘 먹고 잘 살게 된다. 언제까지 계급논리에 함몰돼 획일적 평등주의로 여론몰이를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또 “부자들은 사실 도움이 필요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간단하다. 부자들은 가만두고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되고, 가난한 이들에게는 ‘복지정책’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진 자들은 사회적 책무를 더 엄격하게 실행해야 하고, 세금에 대해 경건한 납세의무를 완수해야 하며, 공적 나눔인 세금과 더불어 사적인 나눔인 기부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자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익명을 요구한 모 경제학자는 “촛불집회가 한바탕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종부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촛불집회 진행 과정을 되돌아보면 현 상황을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을 것 같다”면서 좌파(左派)진영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를 놓고 찬반논쟁이 불붙은 이유는 종부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며 “보통사람들에게 종부세의 부유세(富裕稅)적 성격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로 보일 것이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상위 1%만을 위한 조치, 부자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식의 2차 ‘종부세 괴담’이 최근 유포되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저항이 없는 조세제도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종부세를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조세제도의 운영은 결국 사회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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