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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은행(Commercial Bank)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자금을 조성한다. 그리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제주체들의 대출신청을 받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심사를 한 후 적절한 경제 주체에게 ‘대출’을 해 준다. 자금은 예금을 통해 상업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대출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예금은 은행의 부채가 되고 대출은 은행의 자산이 된다. 이것이 바로 간접금융시스템이며 이를 기관중심금융이라고도 부른다. 정부는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금보험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예금보험은 은행 입장에서는 부채에 대한 보험이 되므로 은행의 자금집행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농후하다.

반면 자본시장시스템을 통한 직접금융도 있다. 우선 이 시스템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이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전제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한 후 이를 시장에 내다 판다. 이 증권이나 파생상품은 투자자들이 매입하게 되고 이들이 지불한 매수대금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기업의 자금이 마련된다. 이처럼 증권과 파생상품을 매개로 하여 금융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직접금융이라 한다. 이 때 증권과 파생상품에 대한 중개 자기자금투자 자문 일임 집합투자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를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라 한다. 투자은행업무는 이처럼 직접금융시스템 하에서 주식, 채권 등의 거래를 통한 투자행위를 통해 발생하므로 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부각이 된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그동안 직접금융시장에서의 투자은행체제가 매우 발달하여 세계 최고임을 자부한 미국이 최근에 위기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1980년대의 남미외채위기는 유로달러시장의 상업은행들이 남미국가에 대출을 몰아주고 이 대출이 부실화됨으로써 발생하였다. 1990년의 동남아 외환위기도 은행의 과도한 대출과 그로 인한 부실의 발생이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남미나 동남아 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미국 금융위기는 상업은행업과 투자은행업을 포함한 금융전반과 연결되어 있다. 상업은행업 쪽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주고 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그만인데 이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를 유동화하는 기법을 통해 주택대출담보부 증권을 만들어내었고 이를 거래하기 시작하였다.

유동화증권은 투자은행 쪽의 업무이므로 투자은행도 여기에 관련이 된다. 주택대출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면 수입이 짭짤하다. 이렇게 유동화된 증권이 팔리면 돈은 상업은행 쪽으로 회수가 된다. 그러면 다시 이 돈으로 담보대출을 줄 수가 있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 → 유동화 → 자금회수로 이루어지는 사이클을 한번 씩 돌릴 때마다 돈이 벌리게 되므로 결국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모두 이 비즈니스를 과도하게 시행하게 된 것이다.

채권이 팔리면 돈은 마련되므로 대출은 자꾸 커지고 결국 이 과정에서 비우량 소비자에게까지 담보대출이 집행이 됨으로써 주택담보대출로 지나치게 과도한 자금이 몰리게 되었다. 계속 오를 줄 알았던 주택가격이 드디어 하락하고 버블이 터지면서 관련된 기관들이 모두 한꺼번에 부실화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담보대출을 준 상업은행들, 유동화채권을 사들인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증을 해준 보증회사인 소위 모노라이너들 모두 한꺼번에 부실화되었고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열심히 한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등의 금융기관들은 국유화되고 ‘리먼’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는 매각되는 등 대부분의 기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골드만삭스’와 ‘제이 피 모건’은 은행지주회사로 구조를 바꾸기로 한바 있다. 최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향후 추이에 눈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주의 실패 언급은 난센스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사태를 가지고 금융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공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흐름은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그 흐름은 예산 삭감, 작은 정부추구,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관세 인하,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M&A 허용, 규제 완화,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최근 사태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금융산업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일부 강화하는 등 보완을 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한국은 규제가 심하고 정부기능의 팽창과 과도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사고가 난 미국을 보면서 규제를 풀면 안 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금번 사태가 극복할 만한 사고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침착하게 상황을 관찰하되 이와 상관없이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규제는 계속 풀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일각에서 미국 금융위기의 예를 가지고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를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대단히 성급한 결론이다. 미국이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꼴좋다’는 식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무려 167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규모는 당시 GDP와 대비 약 3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는데 이 엄청난 자금을 조성하여 금융기관에 투입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실자산을 덜어내고 우량자산으로 교체하면서 금융기관이 힘을 되찾고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167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달할 당시 국가부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던 것이고 보면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공헌 중에는 그 이전 정권들이 국가부채를 거의 영에 가깝게 유지한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나 현재 미국이 조성하기로 한 7000억 달러는 14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GDP의 크기에 비추어 보면 5%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조성했던 공적자금의 크기에 비해서는 그리 큰 수준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FRB 의장을 맡고 있는 버낭키는 대공황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경제학자다. 그는 과거 대공황 당시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공황 극복이 늦어졌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지금 미국은 버낭키 의장의 소신과 한국의 경험도 감안하여 공적자금 조기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GDP의 35% 수준에 해당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실을 털어낸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GDP의 5%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을 하며 자유주의 시스템의 실패를 언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적자금조달을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한 바 있는 나라로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

최근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한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투자회사에게 매매 중개 일임 자문 집합투자 신탁업의 겸영을 과감히 허용하고 금융투자 상품의 범위를 늘여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도록 유도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기능별 금융감독체제 구축과 투자자 보호 장치도 다양하게 도입되도록 되어 있다.

금융상품이 중심이 되는 직접금융의 경우 투자자가 그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시장자율로 모든 위험이 소화되는 장점이 존재하며 주식이나 채권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은행 중심 금융에서는 달성하기 힘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 사용하면 상당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므로 이 제도를 이용하여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으므로 자본시장통합법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며 투자금융업을 정상적인 궤도를 따라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금번 사태처럼 전체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금융시장의 일시적인 실패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정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미국의 일부 금융기관은 금번 기회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곳도 있다. 부실자산으로 분류된 것 중에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산을 매입하여 정상화 될 경우 큰 수익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이 무너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좋은 투자기회로 보고 좋은 기회를 포착하기 노력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투자은행모형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으로 보인다.

남미의 경우 과도한 대출을 통해 모라토리움이 발생하였지만 이를 보면서 상업은행업 즉 예금 및 대출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모형을 폐기되거나 종언하자고 주장한 바는 거의 없었다. 투자은행업과 상업은행업은 수레의 두 바퀴이다. 둘이 같이 가는 것이며 둘 다 의미가 있다. 제대로 된 투자은행업을 해본 일이 없으면서 제대로 한번 하자니까 사고날까봐 안 되겠다는 지적은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통합법도 확실하게 추진하되 리스크 관리와 병행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섣부른 비판은 자제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규제완화와 시장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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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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