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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단이 되어 수천 억 달러의 공적 자금까지 투입할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이번에도 시장경제에게 금융위기의 누명을 씌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규제완화와 투자가들의 탐욕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주의를 탈피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압도하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그 같은 진단과 처방이 옳은가?

금융위기의 원인을 찾을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2년 후반부터 시작하여 종전까지 지속했던 경제적 붐이다. 주식가격과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더구나 높은 고용과 높은 성장을 구가했다. 이런 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 이 붐에서 터져 나온 것이 금융위기다. 그런데 이런 금융위기는 이와 상이한 다른 모든 경제현상과 똑같이 인간행동의 결과이다. 인간행동은 시장신호와 그리고 특히 정부정책에 대한 반응이다. 정치적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 반응도 격렬하다. 따라서 위기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행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정부의 개입정책이다. 정부정책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통화증가를 통한 저금리 정책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이다. 지속가능한 번영을 돈과 법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정부 개입의 실패가 버블이자 금융위기이다.

정부 간섭으로 야기된 금융위기

연방은행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 인위적으로 붐을 조성했다. 이런 인위적인 붐의 조성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닷컴의 버블’이 그것이다. 그러나 2000년에 버블이 꺼지자, 연방은행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6.5%에서 1%로 급진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풀린 돈이 특히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부문이 역동적으로 성장한 이유, 그리고 버블이 생긴 이유가 그 때문이다.

[정부의] 통화확대정책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야기했다. … 대출의 원금 상환개시가 시작되자 연체와 상환불능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다 연방은행의 고금리정책은 상환불능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버블은 자발적인 저축과 관련이 없는 대출과 투자의 결과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경제에 막중한 피해를 야기한다. 주택시장의 버블은 정부간여가 없었다면 다른 산업부문에서 사용했을 자원을 정부가 강제로 빼앗은 결과이다. 그래서 위기는 필연적이다. 더구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인플레의 위험성 때문에 더 이상 돈을 풀 수도 없었다. 돈줄의 고삐를 잡아 당겼다. 위기가 앞당겨진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인위적인 대출증대와 신용인플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지름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지도 못한 경우도 빈번하다.

풀린 돈은 어딘가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바로 주택부분으로 유입되었다. 이를 촉진시킨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이다.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대출하도록 했다. 이런 대출실적이 금융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그리고 파니맥(Fannie Mac)이나 프레디매이(Freddie Mae)처럼 정부의 보증과 지원을 받고 있던 회사들은 보다 더 위험한 대출을 구매하여 서브프라임 시장을 확장해 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제도는 카터 정부시대에 등장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한 레이건 정부에서는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평등이념을 중시했던 클린턴 정부였다. 파생상품시장의 조성과 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도 이때부터였다.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에 필요한 초기 납입금, 거래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통화확대정책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야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대출의 원금 상환개시가 시작되자 연체와 상환불능이 생겨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다 연방은행의 고금리정책은 상환불능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것이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대출에서 신중함이 결여된 ‘묻지마 대출’이 성행했던 것은 … 통화팽창정책과 나란히 정부의 묵시적 명시적 구제금융 보증 때문이었다. 위기의 원인이 잘못된 정부의 간섭 때문임이 그래서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금융위기는 정부 간섭에 의한 반시장적 정책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금융규제완화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겸업금지의 철폐와 같은 조치가 없었더라면 상업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몰려있던 투자은행을 구매하지 못하여 위기의 여파가 더욱 극심했을 것이다.

투자가들의 탐욕에서 무분별한 대출이 범람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대출에서 신중함이 결여된 ‘묻지마 대출’이 성행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탐욕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한 정책이다. 애덤 스미스가 중시했던 ‘신중(prudence)의 도덕’이 결여되었던 것은 통화팽창정책과 나란히 정부의 묵시적 명시적 구제금융 보증 때문이었다. 위기의 원인이 잘못된 정부의 간섭 때문임이 그래서 분명하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부 간섭 때문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위기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위기는 병(病)이 아니라 정부 간섭의 실패를 수정하여 경제를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개입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식의 문제 때문

왜 주택정책과 통화정책이 실패했는가?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지식의 문제(knowledge- problem)”가 그것이다. 적정 금리를 계산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 공급도 계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하여 서민층을 위한 주택정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와 관련된 수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정부사람들이나 통화당국을 포함하여 그런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성공적인 계획과 규제를 위해 필연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그리고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통화공급 계획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결과, 수많은 금융기관을 도산으로 이끌었고, 대출의 연체율과 상환불능 사태가 수없이 야기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잘못된 그리고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통화공급 계획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결과, 수많은 금융기관을 도산으로 이끌었고, 대출의 연체율과 상환불능 사태가 수없이 야기했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주민들을 빈곤의 질곡으로 이끌었고 드디어 참혹하게 실패했던 것도 지식의 문제 때문이었다. 바로 이 문제를 기반으로 하여 1930년대에 이미 사회주의의 불가능성을 발견했던 인물이 미제스와 하이에크였다. 그들의 불가능 정리(impossibility theorem)를 통화계획과 주택정책에도 조건 없이 적용해도 무방하다.

스스로를 전지전능하다고 믿거나 또는 언제나 적합한 통화정책을 통하여 금융을 미세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지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조종하여 누구나 자기 집을 소유하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고 자만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 하이에크는 이 맥락을 ‘치명적 자만’이라고 불렀다.

미국정부의 치명적 자만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까지 강타한 금융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은 인간의 이성이 남용되거나 악용될 경우 그것은 핵폭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해법은 시장경제의 원칙

금융위기의 원인이 치명적 자만에서 비롯된 정부 개입 때문임에도 위기의 해법으로 정부개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어 스턴스, 리만 브러더스, AIG와 같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금리를 낮추고 있다. 금융규제도 더욱 강화할 태세다. 국유화도 위기타개의 한몫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조치는 금융시스템의 도덕적 해이의 원인이 되고 금리인하 정책과 함께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그와 같은 정치적 노력은 ‘자유’의 가치를 ‘안정’의 가치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그와 같은 노력이 반복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의 붕괴로 오늘의 금융위기의 주범이 되는 금리인하 정책도, 독일의 나치즘, 미국의 뉴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안정을 택한 전형적인 예이다.

위기의 해결을 … 정부가 맡을 경우 일시적으로 금융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그런 정책들은 지식의 문제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위기의 연속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유로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위기의 해결을 시장의 경쟁에 맡기는 대신에 정부가 맡을 경우 일시적으로 금융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러나 지식의 문제 때문에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위기의 연속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유로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한다면 그 해결도 정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유명한 말처럼 정부는 해결이 아니라 문제이다. 그것이 문제인 근본적인 이유는 고질적인 지식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정치와 분명히 다르다. 시장경제의 경쟁은 오류의 발견과 그리고 그 수정이 매우 신속하고 생산적이다.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지식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준다. 시장의 결과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 정부가 파니와 프레디 같은 거대한 금융조직을 만들어 냈지만 이 조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준 것은 금융시장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얼빠진 금융상품도 밝혀내어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것도 시장경제이다. 해체될 금융회사들을 가려내는 것도 시장이었다. 종이 돈이나 파생금융 상품, 헤지 펀드 또는 서브프라임으로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처벌한 것도 금융시장이었다.

하이에크가 발견한 자유경쟁의 ‘발견의 절차’는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시장은 정부보다 현명하다는 말은 그래서 적실성이 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그 규모가 1930년대 대공황만큼 심각하지 않은 이유도 자본시장이 비교적 자유롭고 그리고 자유무역 때문이다. 이것이 개인의 자유와 책임, 글로벌과 자유무역 등, 시장경제의 원칙이 국가위기와 금융위기를 막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정부 간섭을 막기 위해 중요한 것은 헌법

그러나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벗어나, 간섭주의의 수단으로서 법과 돈을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우리는 정부가 만들어 내는 주기적인 위기의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정부의 지적 자만으로 부터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가 정치적 과정의 기반이 되는 국가헌법이다.

그러나 미국의 헌법도 다른 나라의 헌법처럼 통화정책과 입법정책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의회와 통화당국의 재량에 맡기는 헌법적 우(愚)를 범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자의적인 권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번영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

민경국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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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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