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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 강만수 기획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의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노동계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객원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시민단체의 주장을 듣고, 정부와 여당의 의견 또한 검토해보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8일 청와대 입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금융위기의 근원은 정책당국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이라며 “신뢰회복을 통한 위기극복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팀의 문제점으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는 과도한 건설사 지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금융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 무시 등을 지적하며 “현 경제팀이 뒷북치기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구체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국채의 부도위험지수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우리 내부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과도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결국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의 정책실패 탓”이라고 말했다.

단체는 이어 “현 경제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국제경제가 패닉 상황으로 치달을 때 전문가들과 외신들의 국내 금융위기 경고를 괴담 수준으로 치부했다. 외신들이 천문학적인 단기외채,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금융부실 위험을 지적하자 근원을 제거하려는 대책 마련보다는 악의적 보도라며 반박하기에 급급했다”면서 정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내은행 등이 달러·원화 등의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추며 국가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하자 정부는 시중은행의 외채 지급보증·은행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면서 현 경제팀의 뒷북치기를 질타했다.

이와 함께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려 하자 근본적인 구조조정 노력보다는 거품을 더욱 키우도록 하여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들에게 건설사와 가계에 신규대출을 해주라는 임기응변식 정책을 내놓았다”면서 정부의 모순된 부동산대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로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하고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현 경제팀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새로 구성될 내각과 관련, 경실련은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초당적이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검증된 경제전문가들로 새로이 거국적 비상경제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의 감세 추진 드라이브와 관련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극심한 고용부진에 대비해야 하며, 필요할지 모를 공적 자금을 비축해야 하며,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적자금 조성’ 필요성까지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노총 산하 산별조직인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은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21일간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무금융연맹은 현재 ‘강만수 장관 퇴진’을 위한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민노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을 비롯,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 등 야당도 강만수 경제팀 교체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강 장관 교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헌재 같은 분을 기용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후임 인선까지 언급하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현 정부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장관 퇴진론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주가나 환율 면에서 유독 더 흔들리는 원인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 부족’으로 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즉 현 정부 경제팀이 시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을 향한 화살로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장관이 의욕이 앞서다보니 다소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들 왜 그렇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씹어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은행들의 거래를 나라가 보증해주자고 했거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자고 했으면 국회나 한국은행이 O. K. 했겠느냐”면서 “한국의 정서나 상황이 한발 앞선 선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지금 경제팀을 바꾸자는 주장들을 보면 사람만 바꾸지 기존 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은 효과가 없는 이야기다.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사람만 바꿀 경우 결국 시간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지금 경제수장은 외국에서 외환조달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며, 발표 한 달 전부터 각종 대책에 대한 것도 열심히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아왔다”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언급, 당 지도부가 강 장관을 교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요즘 간혹 연말개각이니 경제사령탑을 교체해야 된다느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불이 나고 있는데, 불이 붙고 있는데 불부터 꺼야지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면서 강 장관 경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헌재 카드’에 대해서도 “특정인물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거론되는 특정인물은 관치금융의 연금술사다. 지금 규제철폐가 관건인데 그런 사람까지 거론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하자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김필재 /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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