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월 '부동산정책의 변화와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정책세미나를 한국주택학회와 한국부동산분석학회에서 공동 주최했었다.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3가지 주제(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전환과 보금자리주택, 도시개발정책의 평가와 개선방안, 통합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과제와 발전방향)에 관한 주제발표와 패널들이 모여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필자가 지난달부터 연속해서 기고한 보금자리주택은 주로 개발이익기제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이에 보다 발전적으로 분석한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님의 정책세미나 발제원고를 기초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고는 이용만 교수님의 발제원고를 바탕으로 필자가 주된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일부 부연을 첨가하여 작성한 점을 밝혀둔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하여 지난 참여정부와 비교하면 공급규제나 세제규제를 통한 정책에서 규제완화와 금융규제 바탕의 시장기구를 이용한 정책수단의 변경을 들 수 있다. 아울러 금융규제는 개인의 행동을 바꾸는 인센티브 구조를 갖고 있기에 다른 수단들보다 훨씬 효과적이면서 부작용도 크지 않다. 현 정부의 이러한 정책의 특징과 함께 또 하나의 주택정책이 바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정부의 기본정책방향은 2008년 9.19대책과 2009년 8.27대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공급총량에서는 큰 변화가 없으나 차이라고 한다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비율에 있다. 참여정부의 경우 분양과 임대의 비율이 1:2 정도였으면, 현 정부는 1:1의 비율로 바뀐 것이다. 즉, 현 정부의 공공주택정책은 공공임대 공급에서 자가보유촉진으로 선회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하나 이전 공공주택과 다른 것은 입주자 부담을 고려하여 저렴한 주택공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세곡지구와 서초우면지구의 시범단지에서 보듯이 현 시세의 50% 선에 공급을 확정지었다. 이 두 가지 측면(자가보유촉진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공급)에서 보금자리 주택은 큰 논란을 가져왔다. 먼저 공공임대주택 공급 위주에서 분양과 임대를 병행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공공주택정책의 본질을 잃었다는 점과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을 시세의 50% 정도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사행심 조장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전매제한 기간의 연장을 들어 이러한 비판을 막고자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실현수익을 좀 더 오래 유지할 뿐이지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 여기에 환경론적인 측면에서 그린벨트해제에 대한 사회적 손실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의 그린벨트해제는 더 이상 그린(Green)으로서 가치가 떨어진 지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환경적인 면을 별도로 하겠다. 그럼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2개의 논란꺼리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첫 번째 논란꺼리,

공공임대주택공급(유럽형)과 자가보유촉진(미국형)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이 장기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자가보유를 촉진하는 것이 좋은지의 문제이다. 이는 이슈의 문제라기보다는 주택이라는 재화를 바라보는 관점1) 에 따른 문제로 보인다. 즉, 주택이 사유재인지, 공유재인지의 성격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사유재와 공유재의 구분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있는 재화가 갖고 있는 성질 중에 배제성과 경합성의 유무를 갖고 판단한다. 배제성과 경합성 모두의 성질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흔히 사유재라고 한다. 이는 개인의 소유권을 기초로 물권의 성질을 갖는 기본적인 재화이다. 이와는 달리 배제성과 경합성 모두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것은 공유재라고 하는데, 치안이나 국방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주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학자마다 개인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사유재로 본다면 주택이 갖고 있는 성질, 철저히 문만 걸어 잠그면 남을 배제할 수 있고, 또한 서로 좋은 주택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경합한다고 볼 수 있다(배제성과 경합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되며, 이는 개인의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공유재로 본다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의.식.주의 측면에 해당되기에 이로부터 정부가 주거서비스를 관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주택이라는 것이 인간이라면 모두가 누려야 할 대상이며, 아울러 이는 인간의 형평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주택을 사유재로 보는 미국이 자가보유촉진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자가보유가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다가 점차 공공임대주택이 슬럽화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1973년 닉슨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중지를 선언하였다. 이후 각 지자체에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유지관리 등의 책임을 넘겼고 정부는 각 지자체의 주거안정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다. 공유재로 보는 유럽이 공공임대주택 공급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재고량의 2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에 대한 빠른 대응과 사회주의 이념과 정권의 영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80, 90년대 이후 유럽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는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보다 유지관리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일정수준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도 결국 슬럼화되는 문제로 심각한 도시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대안을 공공임대주택을 민간자선단체에 불하하여 민간이 관리하거나, 아니면 임차인에게 불하하여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수요자 중심의 주거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 유럽의 경우도 미국과 같이 주택바우처(voucher : 특정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 증진을 위하여 쿠폰이나 카드 형태로 구매권을 주는 정책수단)를 통해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자가보유정책과 수요자 중심의 주거복지 정책으로부터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이 갖고 있는 '비효율성' 때문이다. 여기에는 삼중의 주・대리인 문제가 있다. ①비대칭적 정보에 따는 임차인과 공공임대주택 관리인 사이의 문제로 임차인은 자신의 재산이 아니기에 성실하게 사용할 의무가 없으며, ②공공임대주택 관리인과 정부사이의 문제로 정부는 관리인을 면밀히 살필 수 없기에 관리인은 최선을 다할 인센티브가 없다. 또한 ③정부와 국민사이의 문제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조세를 부과하여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하지만 그 돈은 자신의 돈이 아니기에 공공임대주택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도 세금을 거둬 충당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은 거주자의 사회적 격리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 단,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임차인에게 최저주거수준을 보장한다는 장점은 있다. 반면에 자가보유는 주・대리인 문제도 없으며 주택의 효율적 사용으로 인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거주자의 사회적 격리 현상도 없으며 개인적 자부심도 고취된다. 단, 자가보유의 문제는 저소득층들은 소득 부족으로 인해 자가 보유가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논란꺼리,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방식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한 주변시세의 50% 수준에서의 공급이다. 즉, 이 말은 당첨만 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로또와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공급하는 분양주택에 대해 7년간 전매제한을 두었고, 분양가격이 시세의 70% 미만일 경우에는 전매제한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였다. 그리고 전매제한 기간 내에 주택을 팔고자 할 경우 공공기관이 선매권을 갖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한 것은 자산의 유동성(전매제한 기간 내에 있어 자산을 묶어두는 효과)을 제약할 뿐, 시세차익을 없애는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세차익이 큰 지역위주로 청약 열풍이 일어나며, 경우에 따라서 미분양이 나올 수 도 있다. 정부가 만들어준 절호의 기회로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사람은 없다. 가구소득과 가구원수의 변화에 따라 주택의 필터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소형주택에서는 이런 필터링이 일어나지 않으며, 보금자리 주택공급이 계속되는 한 소형 재고주택은 주로 임대용으로만 거래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시세보다 매우 저렴하게 주택을 분양 할수록 청약대기자는 이 제도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청약대기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그린벨트의 해제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시세의 50% 선에서의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지속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의 또 하나의 문제는 현행 보금자리주택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시세의 50% 선에서 이루어지기에 가격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적어도 보금자리주택이 시세의 85~90%수준이라면 품질과 브랜드에 의해 정부의 분양주택과 경쟁을 해 볼 수 있음). 따라서 소비자는 민간주택을 분양 받으러 하지 않기에 민간사업자들의 85㎡이하의 분양주택시장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밖에 보금자리주택 내부의 프로그램별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가령, 임대형 보금자리주택 중에는 10년 임대 후 분양하는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이 임대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은 분양시점의 감정평가가격을 기준으로 하기에 분양형 보금자리주택과 비교할 때 불리한 것이다. 여기서의 형평성에 입각한 상충의 문제가 있다.

이처럼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이 너무 낮은 가격으로 분양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게 정할 수 도 없는 현실이다(당초의 대선공약과 위배되며, 아울러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시킬 경우 자가보유가 어려운 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음).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대안을 제시하면,

우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소득, 1~2분위 계층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해야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고, 소득 3~5분위 계층은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야 자가를 보유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런 고정관념에 머물고 있는 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분양공급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소득의 일정한 부분으로 최저주거수준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선 자가 보유가 쉽지 않은 계층에 대해서는 소득의 20~30% 수준으로 최저주거수준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공공임대주택의 방법이 아닌 주택 바우처 제도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계층에게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택 바우처제도를 통해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주택의 필터링에 의해 저소득층의 주거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보금자리주택을 분양용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임대용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규로 얼마만큼의 주택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지게 된다. 자가 보유 가능성이 있고 자가 보유의 욕구도 강한 계층에게는 현재와 미래소득까지 고려하여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반드시 시세의 50% 수준으로 분양주택을 공급해야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시세의 90%에 공급하더라도 자기 소득의 30%내외에서 장기적으로 원리금을 변제할 수 있다면, 현재의 소득 수준 하에서도 자가 보유가 가능하게 된다. 이 경우 분양가를 크게 낮추어 줌으로써 나타나는 각종 문제를 봉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지원을 가구 단위로 패키지화 할 경우, 각 가구는 지원 패지지 하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각종 학회세미나 등의 의견을 고루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입장이 중요하다. 현실을 잘 반영한 제도 개선을 통하여 더 이상 즉흥적인 처방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1)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부동산정책을 보는 주류적 관점의 이해' 2007. 2.15일자를 참고하기 바람.

■ 참고문헌

•이용만,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전환과 보금자리 주택", 한국주택학회・한국부동산분석학회, 부동산정책의 변화와 발전방향모색, 정책세미나, 2009, 10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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