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로에 갔다가 지인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린 이유로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분은 담배를 피고 있을 때 와서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이렇게 이야기해서 그 행위를 막아야지 않느냐, 이건 과태료를 위한 단속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사실 난 그 동안 주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었다. 하지만 늘 이 분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정말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바대로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캠페인을 보고 듣고 자랐다. '물의 날’이면 “물을 아껴 씁시다”, 교통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합시다”, 심지어 최근에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 많이 낳기” 캠페인이 전세계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캠페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켜야지”, “지키면 좋지” 식의 당연한 결과로서 받아질 수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하여 행동하기까지 그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수거 캠페인’에서 단순히 쓰레기 분리수거가 환경에 좋고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천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줌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지만 쓰레기 분리를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유인을 제공해야 의도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Click It or Ticket!’이라는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매지 않으면 '딱지’ 란 이야기다. 2003년 미국 정부가 10대와 20대초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벨트 착용 캠페인을 위해(안전벨트를 매는 비율이 가장 낮고 자동차 충돌사고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기 때문) 라디오와 TV 광고캠페인에 약 300억원을 투입하였으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벨트 사용률이 75%에 그칠 만큼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엄격한 법규정과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규제와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고, 그 때 사용된 말이 저 문구라고 한다. 현재 주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나, 대부분 미국의 안전벨트 착용 위반 시 물게 되는 벌금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일견 삭막해 보이지만 복잡한 미국이 '교통선진국’이 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공동체라는 무리 속에서 남을 배려하기 위해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이 때로는 귀찮고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일들을 거리낌없이 행하고 자연스레 사회적 참여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에 사람들의 유인을 바꿀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캠페인은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호소함으로써 그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행해지는 일종의 사회적 운동이다. 이에 덧붙어 적절한 제재와 보상은 학습의 효과를 높여 사람들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이유로 기초질서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매우 엄격하며, 이 제도들 덕분에 범죄율이 세계 최저수준이고, 오늘날과 같은 'CLEAN&GREEN CITY’라는 명성도 얻고 있다. 제도가 사람들의 유인을 바꾼다면, 사람들도 바뀐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보다 좋은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매겨지는 벌금도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운동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