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기관의 활동을 통한 정치보다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참여가 헌법적인 절차가 무시되더라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 부합하는 사상가 중에 루소가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로 규정한다. 일반의지란 일반 대중들의 일치하는 의견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일반의지가 형성되는 것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의미하였다. 만약 이에 수긍하지 않는 개인이나 적합하지 않은 법이 있다고 한다면 일반의지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소는 공동체가 있기에 개인의 권리와 법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입장과 부합하는 면은 성리학자 이이(李珥)의 사상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민중(氣)만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왕에게 언로를 열어줄 것을 건의하기도 하였고, 특히 사간원, 사헌부 등의 활동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이는 민중의 일치된 여론을 공론(公論)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표현하였고, 바로 이 공론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황은 서인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세勢에 의한 정치’로 합법적인 권한을 무시하는 정치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대중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라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얼핏 보기에 루소와 이이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결과를 살펴보면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먼저 프랑스를 살펴보자. 루소의 사상을 정치 이념으로 채택하였던 자코뱅당은 프랑스대혁명의 기간에 사상 유래가 없는 폭압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부르주아와 농민의 연합에 의해서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의 초기의 자유주의적인 개혁 방향이, 후반에 자코뱅당에 의해서 공포정치로 전환되고 말았다.

또한 이이의 사상을 계승한 서인들은 인조반정을 통해서 정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그들은 민중의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곧 민중의 의견이라는 독선으로 조선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러한 의외의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토크빌의 견해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루소나 이이와 반대로 다수의 일치된 의견 혹은 '다수의 횡포’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자유의 쟁취’라는 목적으로 대혁명을 일으키지만, 민주주의가 갖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제제하려는’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자유를 포기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결국 프랑스는 독제정치의 길로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다수의 일치된 의견인 공론(公論)이나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한 정치가 대중의 평등주의적 속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토크빌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자.

그는 영국이 평민과의 소통 의지와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귀족의 역할로 인해서 민주주의가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귀족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발달되지 않은 중앙집권제도와 끊임없이 서부로 확장하는 풍부한 영토(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끊임없는 부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사법관의 역할, 정치와 분리된 종교의 헌신적인 노력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폭정이 완화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여러 사람들의 정치적 참여로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우리는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가운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각 개인들의 다른 관점에서의 많은 참여와 헌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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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사정관제도는 대학이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국가주도의 교육정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입학사정관제를 다시 정부가 개입하여 관제 입학사정관제로 천편일률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관 주도의 정책은 교육 자율의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그 부작용으로 인해 늘 학생과 국민들만 피해를 입는다. 정부가 할 일은 자신이 세원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지키고 학교에 실질적인 자율을 회복해 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후 많은 국민들이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정책 지향과 정치 행보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정치 분야, 노동 분야의 대응 방식에서부터 반(反)시장 경제정책에 걸쳐 국민들은 실망감과 배신감을 갖게 된다. 교육 분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관제자율과 방임행정으로 가나?

원래 이 대통령의 교육 부문 대선 공약 사항의 핵심은 '자율’과 '경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신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자율’과 '경쟁’은 명분에 그치고 실제에 있어서는 '관제(官製) 자율’과 '방임(放任)행정’으로 가고 있다.

관제 자율이라고 하는 것은 '자율’을 앞세우지만, 정부 당국이 일일이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개입하는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아직도 대학입학 전형이나 중등학교의 선발권의 핵인 평준화 정책에 대하여 이전의 정부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대학입학전형은 주관 부서가 교육부에서 대교협으로 이관된 듯하고, 평준화 정책은 오히려 좌파 정부보다 더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특목고, 자율형 고등학교의 신입생 선발 전형에 대한 통제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임행정이라고 하는 것은 정작 법질서와 기강을 잡아야 할 경우에는 당국의 권한을 온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방기(放棄)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학생들을 부당하게 동원한 작년 쇠고기 파동 불법시위 때 교육당국의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대응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 대통령의 행보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서민 대책에 치중하고 있다. 서민들의 민생을 해결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맥락의 연장에서 교육정책이 애꿎게도 자율과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대통령은 한 지방의 학교에 들러서 학생들과 대화하며 면접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고, 지난 7월에는 라디오 연설을 통하여 임기 말에는 대학입학사정관을 통하여 100% 신입생을 뽑을 수 있는 대학입학 전형을 교육개혁 드라이브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대입사정관제도의 취지에 어긋난 국가 주도 입학사정관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지향점을 보면 절대 왕정이나 군사독재 정권의 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 교육정책 시행을 국가의 '시혜’로 보는 듯하다. 대통령이 시혜를 베풀듯이 순진한 학생들에게 면접만 가지고 대학 갈 수 있다고 하면, 그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는가. 공부 안 해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허황되고 그릇된 믿음을 심어준다. 뭐 하나만 똑 부러지게 잘 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 간다고 선동한 과거 '이해찬 세대’를 또 다시 만들려는가.

대입사정관제도야말로 대학자율의 백미인 전형제도이다. 각 대학이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선발하기 위하여 마련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큰 매력을 갖는 것은 국가주도의 수능시험의 한계가 있고, 내신은 평준화 정책으로 신뢰성을 잃고 있는데다가 내신 성적 자체가 대학의 수학능력을 예견하기보다는 중등학교 학업의 기록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주도의 교육정책의 단점을 제거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을 다시 국가가 개입하여 정부 주도로 하겠다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이다. 대학이 신입생 선발 전형에 있어서 어떤 평가 준거를 사용할지, 평가 자료는 무엇으로 정하고, 어떤 비율로 할 것인지, 그리고 대입사정관을 존치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과 권한에 맡겨져야 한다. 면접 100%만으로 전형할 수도 있고, 수능시험과 내신을 혼합할 수도 있고, 본고사를 치를 수도 있고, 대입사정관이 전권을 가지고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각 대학이 독자적 방식으로 선발해야 '자율’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대학에 따라서 입학사정관을 두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각종 교부금이나 지원금의 차등을 두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너도나도 다 입학사정관을 두고자 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5공화국 때 교육정책에 아주 닮아 있다. 당시 교복, 두발을 '자율화’한다고 하여 '전국적으로 폐지’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예기치 않게 당시 많은 부모들이 교복 대신 입게 될 아이들의 옷 걱정에 적잖은 부담을 떠안은 경험이 있다. 현재처럼 '관제’ 대입사정관제가 추진되면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아무지 예견할 수 없다.

천편일률적 입학사정관제는 부작용만 나올 것

설사 이명박 대통령이나 교육 관료들의 발상대로 대입사정관제가 관 주도로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되었다고 치자. 우선 이를 수용토록 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며, 이를 미끼로 대학학사업무에 또 얼마나 많은 개입과 간섭을 할 것인가. 구조조정과 민영화로 인한 효율적 정부 구상과 예산 절감하겠다는 대선 공약과도 배치된다.

둘째, 현재 추세로 모든 대학이 이 제도를 채택할 경우 입학사정관을 할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황은 또 어쩔 것인가. 혹시 전시에 병력을 동원하듯이 학식 있는 사람들을 '국가동원’ 형식으로 모조리 불러 모아 입학사정관에 앉힐 것인가.

셋째, 각 대학이 채용한 입학사정관의 전형결과에 대하여 신뢰성과 객관성 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만약 조급하게 도입한 결과 대입사정관의 결정에 따라 낙방한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어떤 대책으로 사태를 해결할 것인가.

관 주도로 대입사정관제를 권장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뿐만 아니라 교육 자율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늘 관이 주도했다가 문제가 생겨 피해 보는 것은 해당학교와 학생, 그리고 국민들이다.

과거 교원 정년을 무리하게 단축하여 교원 수급이 맞지 않아서 교육대학에 편입생 모집을 종용하고 사대 졸업생에게 초등교사 저격을 남발하여 교단과 학생들의 반발을 샀고, 또 교원 임용고사를 한 해에 7번 이상 치른 적도 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는 초등 교원 적체가 다시 발생하는 등 악순환은 모두 국가 개입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의 할 일은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지키는 것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아주 단순하다. 자신이 세운 '자율’과 '경쟁’의 원칙만 지키면 된다. 대학에게, 그리고 초·중등 단위학교에 실질적인 자율을 회복해 주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학교선택권을 돌려주면 된다. 권력의 속성상 뭔가를 '규제’하고 싶다면, '규제의 패러독스’에 따라 규제하라. 규제를 없애기 위해 정부기구와 권력집행을 단속하는 '규제’만을 하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규제와 간섭으로 '자율’은 허울뿐이고, 실질적인 자율과 경쟁 체제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경쟁적 사회주의’처럼 된다. 사회주의자들이 어리석은 '꾀’를 내어 만들었다는 경쟁적 사회주의가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자율’로 포장된 '관제’ 교육정책이 실패할 것이 분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정래/ 부산교대 유아교육과 교수

김정래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Keele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전교조 비평’, '서양교육사절요’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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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으면서 다른 북한 억류 두 사건
한반도의 상황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두 사건

지난 8월 5일 유나리, 로라링 기자의 석방 이후, 한국의 유성진씨도 137일 만인 13일 추방형식으로 석방됐다. 두 사건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현실인식의 계기가 되었으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공통적인 것은 우선 두 사건 모두 북한 정부가 키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국경을 넘어가건,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북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건 간에 북한정부에 의해 억류된 것은 비슷하였다. 둘째, 체험적이건 교육에 의해서이건 두 사건 모두 현재의 북한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결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제외하고 사건의 진행과 결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하였다. 첫째가 북한에 억류된 이후의 상황이다. 한국계이건 중국계이건 두 기자에 대한 대우는 유 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3월30일 체제 비난과 북측 여성 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로 유 씨는 변호인 접견 등의 기본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장기간 억류돼 있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가는 등 어떻게 보면 유 씨 보다 더 크게 북한 법을 위반한 두 기자들에게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연락이나 가족들과의 전화통화도 허용하는 등 처우가 전혀 달랐다.

이는 북한 정부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대남선전과는 달리 대외정책에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정부를 염두해 두었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효과를 얻어냈다. 민족보다 더 소중한 김정일 정권의 이익이 북한에게 최우선이었기에 일어난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두 사건의 극명한 차이를 세 사람의 귀국하는 모습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웃고 안도하는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라타는 여기자들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소재감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등 미국인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귀경인터뷰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돼 기쁩니다.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 주신 정보 당국과 현대아산,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힌 유 씨의 모습이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진 것은 나와 함께 TV를 본 사람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왠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장기 강제 억류된 유 씨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의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유 씨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의 언론과 사회의 인식차이가 아닌가 싶다.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보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남북관계는 민족적이고 감정적인 것 이상으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는 것은 이글의 방향과는 다르므로 이쯤에서 정리하겠다.

무모했고 그 결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기자정신과 피해자 입장에서 미국의 두 기자들은 미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우리도 유성진씨를 '하지 말아야할 자리에서 잘못된 발언을 하여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되었다'는 식으로만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북한의 현실을 보고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드는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이야기함으로써 100일을 넘게 억류되었던 그에게 조금 더 따스한 말로 위로하였으면 한다. 그게 보다 더 인간적이고 우리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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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의 45%, 18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가 최근 교원평가제를 수용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어 교총 산하 각급 교사회와 학부모 단체들이 찬성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교원평가에 다소 소극적이던 민주당도 대변인을 통해 긍정의 뜻을 밝혔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70-80%에 이른다. 이제야 비로소 교원평가제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교원평가제는 교장, 교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교사의 학습지도와 교장, 교감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평가하거나 만족도를 조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만큼은 경쟁의 측면에서 예외였다. 교사를 평가한다고 하면 “누가 감히”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공교육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교육의 질은 결국 교원의 실력이 좌우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척도나 기준이 전혀 없어 교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교원평가제는 교직사회에도 평가를 통한 의미 있는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과 교사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2004년부터 교원평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법안은 계속 제출과 폐기가 반복되어 왔다. 이해당사자인 교원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 탓이 컸다. 교총이나 전교조 등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거나 교사 간의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 교육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한국교총이 교원평가제에 대한 찬성 표명을 한 지금에도 전교조는 선(先)근무성적평가제 개선 등의 조건부를 붙여 회피하는 모습이다.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를 두고도 계속된 우려가 있었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이나, 교육주체․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교사평가에만 치중돼 있어 교육현장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하거나 교사 통제 수단이라는 주장 등이다. 다면평가를 실시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학부모가 교육 현장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 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국의 1500여개 교원평가 시범학교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전곡초교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살펴보면, ▲교사가 수업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지 ▲교장·교감이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되는지 등 교육 전반의 평가와 함께 교육과 관련한 문항들이 다수를 이뤘다. 평가 항목이 교육과 무관한 분야나 교사 평가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충남 부여군의 홍산중은 매년 6월 실시되는 교원평가에 앞서 학부모들을 학교로 초청해 수업을 참관하게 하고, 선생님들도 서로 수업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을 돌려 보며 평가 자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다면평가에서 학부모나 동료 교사가 교사의 수업방식을 잘 알지 못하면서 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온정주의로 평가하던 관행도 있었지만, 3년 정도가 지나니 서로가 솔직하고 진지하게 평가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시범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의 평가 참여율을 높이는 문제,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문제 등의 보완할 점도 발견된다. 그러나 시범학교 대부분이 교원평가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전곡초교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경북 영양초교의 공개수업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학교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홍산중의 한 교사는 “다른 선생님을 평가하면서 점수를 매기다 보면 '나는 과연 이렇게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욱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간 평가가 교사들의 질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교원평가 열풍의 흐름에 비춰보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은 교원평가를 기반으로 나쁜 학교 수십 곳을 폐쇄하고 교사 수백 명을 해고하는 과감한 조치를 통해 공교육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마다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1-3년에 한 번씩 교사를 평가해 결과를 승진, 보수에 반영한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도 교원면허갱신제도를 도입해 임용 후 10년마다 교사를 평가해 퇴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도 교원평가제 도입을 통해 세계의 공교육 혁신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남은 과제는 전교조와 국회의 결단이다. 전교조는 일단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을 벌일 모양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거부는 교원집단의 이기주의로 낙인찍힐 뿐이다. 국회도 더 이상 눈치싸움에만 매달려 공교육 개혁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제가 내년부터는 꼭 실시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교원 평가와 인사, 보수를 연계하지 않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를 연계할 방안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공교육 붕괴를 가장 많이 걱정할 일선 교사들이 교원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책임 있는 노력까지 보인다면, 공교육 혁신 열풍은 한국에도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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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과 과거사 청산 결부시켜
촛불집회 언급하며 현 정권을 친일파 정권으로 몰아붙여
과거사 청산이 민주주의 회복의 필수 전제라고 주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지 약 2달여가 지난 22일 저녁 7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포럼 “진실과 정의” 주최 '노무현과 과거청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하대학교 법학과 이유정 교수가 사회를 맡고,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발제자로 나왔다. 그리고 前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변호사와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과거 청산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필수 전제라고 주장

토론에 앞서 이유정 교수는 “한국사회는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걸어오며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지만 한편으론 대단히 제한적이었다. 이는 과거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과거청산은 민주주의 회복과 공고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홍구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했던 기간은 우리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과거청산작업이 본격화된 시기였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시점에 과거사 청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찹찹한 심정이었다”라고 말해 과거사 청산은 노무현 前 대통령의 전유물인 것처럼 취급했다.

그는 “촛불집회 과정에서 많은 대중들은 시민들의 엄청난 요구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이 도대체 왜 저러나 고민하다가, 저들이 바로 친일파 족속들이라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촛불 집회 과정에서 조차도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호도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곧 친일파라는 매우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노 前 대통령 죽음을 과거사 청산과 결부시켜

무엇보다 한 교수의 정치적 편향성은 국정원, 국방부, 경찰을 '권력기관’이라 규정하는 발제 내용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내부에서 민간의 참여 하에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스스로 과거의 국가폭력과 권력남용,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문을 쓰게 한다는 것은 현명하고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기간, 과거사 청산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 한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도덕성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일반적인 견해와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前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해철 변호사는 “경찰, 국방부, 법원의 과거 진상 규명 작업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청산해야 할 과거 사실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탁현민씨는 “노무현 前 대통령을 중심으로 문화인들이 결집할 수 있었다”며, “80년대 운동권출신의 진보적 문화인이 2000년대 사회에서 일정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들의 결집에 대해 노 前 대통령의 정치과정과 배경이 드라마틱하며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보인사의 주요문화단체 요직 접근에 한계가 있었기에 문화 분야에서 과거청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념적 편향성에 치우쳐 사실 구분 못해

토론회를 듣는 내내 몇몇 참석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모든 토론회가 끝나고 난 후 질문시간에 '노무현 정권과 과거청산 부분을 지나치게 접목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한지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前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한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사 청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이다.

포럼 “진실과 정의” 회원들과 몇몇 노무현 前 대통령의 지지자들 30여명이 모여 있는 자리라서 편하게 거짓과 왜곡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싶었던 것은 이해하나 과거사 청산과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관련짓고 현 정권을 친일파 정권으로 말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진보 세력이 아니면 모두가 수구․친일파 세력이라고 몰아세우는 토론회장의 분위기를 통해 우리 사회 진보 세력들이 지닌 이념적 편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문동욱, 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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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관련 법 조항의 시행유예만료기간이 2009년 말로 다가옴 따라 또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조의 계급지향적 노동투쟁방식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노동투쟁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노조전임자 문제는 귀족노조와 노동계급정치를 양산하고 있어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정치지향적 계급투쟁 강령을 폐기하고, 노동운동이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처럼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가 또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그 이유는 개정 노동법의 시행유보 기간이 2009년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을 시행유보 했던 이유는 노조전임자 임금보조를 중단했을 때 예상되는 반발과 복수노조 등장으로 산업이 곤경에 처하는 상황도 피하고 싶다는 단순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복수노조 상황이 아니었어도, 쌍용자동차 분규는 민노총 상급조직과 정당⋅사회단체 개입으로 회사존립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갔었다. 이것은 복수노조에 대한 우려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밖에 반정부 정치투쟁에 조직력을 가동하는 민노총의 자금력이 입증되면서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도 새로운 조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전투적 노사관계국가라는 외부세계의 혹평을 감수하면서 민노총의 투쟁노선이 문제라는 실상을 밝히지 않는 이중사고에 빠져있다. 만약, 계급지향적 노동투쟁을 노사관계 우산으로 감싸지 않았다면 노사관계 담론은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기조 위에서 실용적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이런 시각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문제 본질을 조명하고자 한다.

복수노조 선결과제는 민노총의 '계급지향적 투쟁’ 강령 폐기

복수노조에 대한 공포는 노조가 투쟁하는 단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노조를 계급투쟁 수단이라고 가르치는 마르크스 교시에 따르면 복수노조 상황은 계급투쟁 확산을 의미하므로 기업측에 위기의식을 일으킨다. 일본노조 총평이 전개한 계급투쟁 노동운동을 닮은 민노총의 일관된 투쟁노선은 기업측에 불안감을 주었고 그것이 복수노조 공포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노총의 투쟁노선은 권력과 자본을 분쇄대상으로 규정한 강령에서도 나오지만 노사분규 외관을 빌리고, 사회는 그것을 노사관계 이름으로 수용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속앓이를 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정부와 재계를 포함한 노사관계 당사자의 이중적 접근자세에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민노총 투쟁노선의 원천인 강령을 용인하면서 법과 질서라는 빈말을 반복하고 애국심을 팔아 언론플레이하는 이중성이 문제를 키웠다. 노조 내면에서 투쟁하는 단체로 이끄는 이데올로기에는 눈을 감고, 외부에 나타나는 단편적 행동만 보는 이중사고가 노사관계 불신을 조장했다.

영국에서 나온 최초의 노조는 조합원의 일을 지키기 위한 단결이었으며 자연스럽게 직종별노조가 발달했다.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근로자에’ 노동삼권을 준다는 한국헌법의 간결한 표현 속에는 영국형 노시관계 역사교훈을 수용하는 논리가 들어 있다.

영국기업은 다수노조와 공존하면서 단일테이블 교섭방식(single table bargaining)을 고안하고 단일노조 협정(single union contract)을 성사시키며 유연하게 대응했다. 중소기업 중심인 영국과 달리 대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에서는 적절 교섭단위제도(appropriate bargaining unit)를 설계하여 경영안정과 능률을 도모했으며, 기업별노조를 선택한 일본에서는 종업원 분열을 의미하는 복수노조가 생소하다. 계급투쟁 이데올로기가 없는 환경에서 일을 두고 형성되는 복수노조는 기피대상이 아니라 관리대상임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역사적으로 복수노조에 직면한 나라들은 다양한 접근방법을 개발하여 노사가 공존해 왔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민노총의 투쟁노선을 지적하지 못하고 속으로 두려워하는 환경이 실용적 토론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종업원의 자유로운 접근과 선택이 소외될 우려도 있다.

호주 하워드정부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별근로계약을 단체협약 수준으로 보호하는 절차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제도가 도전받고 있다는 증후라고 할 수 있으며 복수노조에 대비하는 한국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노조전임자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 노동투쟁

노조전임자 이슈 속에는 임금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국면이 숨어있다. 먼저 전임자 지위가 노동투쟁의 전리품이라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전임자가 되면 근로제공의무를 면제받지만 그것을 노동투쟁의 전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임자가 담당할 직능과 과업을 따지지 않고 몸집만 키우려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전임자문제가 빗나가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노동투쟁의 강도가 커질수록 그 전리품인 전임자 수가 증가되어 지금은 전임자 계층을 형성하고 노동조직 안에 귀족반열이 군림한다. 노동 내부에 일하지 않는 귀족계층이 늘어나자 그 중간에 근로제공의무를 불이행하는 준귀족층이 파생했다. 노조에 이름을 걸어 두고 일하지 않는 종업원계층이 있지만 투쟁하면 주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에 묵인되고 있으며, 그것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근로제공의무에서 해방된 전임자계층이 정치적 노동투쟁의 중추를 이루고, 정치적 노동투쟁은 다시 전임자계층의 일상적 직능으로 변하여 순환된다. 한국의 전임자계층이 19세기 혁명적 환경에서 마르크스가 개발한 '노동계급정치(working class politics)’ 전술을 21세기 환경에서 실천하고 있다.

귀족노조 타파위해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로 지급해야

노조를 투쟁하는 단체로, 전임자를 노동투쟁의 전과라고 보면 임금은 패자인 사용자 부담이 되며, 이것이 한국의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노조 목적을 조합원의 일 보호에 맞추면 전임자문제는 노조 내부관리문제로 바뀐다. 일을 지키기 위하여 단결한 영국노조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관리비를 조합비로 충당했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귀족층이 생기지 않았다.

노조가 현장에서 일을 지키게 되면 조합원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이 나오고, 활동범위가 확대되면 노조 힘으로 보상하는 시장원리가 작용될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조합원의 일을 지키는 노조활동과 기업의 생산 활동이 동행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보상이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기업은 노동문제를 일과 분리하여 아웃소싱(outsourcing)시킨 결과 '일’이 빠진 이상한 노동문화가 나왔다. 노사분규는 정부 관계당국과 특정 단체의 존재이유가 되었으며 노사관계가 안정되면 존재이유도 없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노사관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본질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고 고식적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나타난다.

기업이 번영해야 임금을 더 요구할 수 있다며 노조를 이끈 영국 초기노조의 비즈니스 유니오니즘(unionism)이나,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는 것이 노동운동의 목적이라는 미국의 비즈니스 유니오니즘 중심에는 일이 있었다. 노⋅사가 함께 일을 떠나 대결하면 거창한 계급차원의 이익이나 편협한 명분에 따라 행동하는 교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이 노사관계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며, 일에서 소외된 한국노사관계 상층구조의 한계를 암시한다. 영국이 노동부 역할을 산업관련부서에 이관한 이유가 나온다.

노조, 정치투쟁 폐기하고 근로조건 향상에 목적을 둬야

일이 노사관계 중심에 오면 노조가 단결권을 독점하는 제도에 의문이 생긴다. 영국에서 처음 나온 단결권 원형은 노동이 쟁취한 것이며 후발공업국에서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법이 나왔다. 영국에서 단결권 독점현상(closed shop)은 대처정부에서 사라졌으며, 오바마정부가 추진 중인 종업원 선택권 확대(Employee Free Choice Act)나 호주의 하워드정부가 종업원단체에 교섭권을 인정한 것은 단결권 독점상황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헌법상 근로조건 향상목적에 충실하면 종업원의견 수렴방식을 개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노사협의회’에 종업원임금 대변기능을 부여해도 헌법상 이상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근로자평의회(works council)와 노조가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은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키는 환경의 변화를 말하며, 현안인 복수노조문제 해법에도 중요한 활로를 제시한다.

계급투쟁 이데올로기를 포기한 영국노동은 기업의 파트너가 되어 생산성 향상운동을 전개한다. 일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근로계약은 파트너십계약과 유사하므로 노조가 생산성 향상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생산성향상운동에 동참하는 노조를 생각하면 복수노조 공포는 곧 투쟁노선 공포와 같은 것이다.

시장원리가 존중되는 영국에서 노조는 생활공동체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일을 촉매로 기업과 노조 그리고 지역사회가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맺고 공존하는 면에서 보면, 단결권을 노조에 독점시킨 19세기 구도는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 노조기능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재설계되는 21세기 변화방향을 코뮤니티 유니오니즘(community unionism)이라고 한다면,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것을 한국에 알리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할 때, 민노총의 정치지향적 투쟁노선이 그대로 있다면 노사를 만족시키는 묘안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민노총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조로 변해야 하며, 이것은 다시 투쟁정신의 원천인 강령을 수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대안개발노력의 우선순위가 민노총 강령 수정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이중적 접근자세가 이런 노력을 기피한다면 어떤 대안이 나와도 유사 쌍용사태는 이어질 것이다. ■

김영환 /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저자소개:김영환 명예교수는 명지전문대학에서 정년퇴직 후 민노총의 투쟁 노선 등 좌파 노동이론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노동조합의 기원과 조직형태’, '불법폭력파업과 시민권리 보호’, '한국노사관계의 재인식-일 중심 노사관계와 계급투쟁 노동운동’ 등이 있다.



[언론기고] 노조전임자 임금은 노동조합이 부담해야
[리버테리안] 귀족노조'라는 표현에 숨겨진 독소
[Digest]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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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처리 소식에 국회 앞 2차선 도로 긴급 점거 시위 벌여
폭력 행동과 막무가내 요구, 사태 해결민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이명박 정권퇴진운동 공식화, 거리 투쟁 나설 것이라고 밝혀


민주노총은 7월 2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쌍용자동차 공권력 투입 규탄, 비정규직법-미디어법-최저임금법 등 MB악법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파업에는 전면파업에 들어간 언론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 일부, 부분파업 중인 보건의료노조 등 경찰추산 1500명(주최측 3000명 추산)이 참여했다.

불법 도로 점거에 KBS 노조와 마찰 빚어

오후 3시 예정이던 결의대회는 12년 만에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KBS 노조의 합류가 늦어짐에 따라 약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께 미디어법 강행처리 소식이 전해지자 당초 집회신고가 되지 않은 국회 앞 도로 2차선을 급작스럽게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 운행 중이던 몇몇 운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오히려 큰소리를 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주최 측은 쌍용차 문제 공적자금 투입 해결과 언론악법 저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농성 과정 중 한 KBS노조 간부가 “KBS 노조원이 다치면 안 되니까 집회신고가 된 인도에서 집회를 진행하자” 발언했다. 이에 민주노총 타 노조원 몇명이 “그럼 우리는 다치려고 여기 나와서 집회 하는거냐”며 “민주노총 이름으로 이곳에 왔으면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결국 KBS노조만 따로 집회신고가 된 인도 쪽으로 이동하여 집회를 진행했다.

행사 중간 건널목에서 운행차량과 유동인구를 통제하였던 경찰관이 있는 상황에 한 노조원이 “우리가 언제부터(경찰 통제 들으며) 이랬냐?”고 소리쳤다. 이에 10여명의 노조원들이 웃으며 차량이 운행하는 위험한 상황의 도로를 무단으로 건너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시민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노총, 현 정권 퇴진 거리 투쟁하겠다고 밝혀

이후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로 밀어붙이며 재투표를 감행했지만 이는 불법적인 일이었고 그마저 대리투표였다”고 발언했다. 또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리투표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와 나순자 보건의료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행위에 분노하는 퍼포먼스로 대통령과 노동부장관 등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찢으며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언론악법 직권상정 날치기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 한 후 이명박 대통령 정권퇴진투쟁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거리투쟁을 공식화했다.

폭력과 무조건적 요구는 국민 동의 얻기 힘들어

쌍용차 노조의 불법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쌍용차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면서도 좌파 단체들과 연합해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노조활동과는 무관한 정권퇴진 운동 등 불법 폭력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활동들로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언제부터 경찰 통제에 따랐느냐”고 하며 불법 시위를 마치 정당화 하는듯한 노조원의 발언은 현재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문동욱,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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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심야학원강습을 단속하기 위해 학원신고포상금제도(일명 학파라치제도)를 도입했다. 학파라치제도로 학원들이 몸을 사리겠지만, 심야학습금지가 사교육비 절감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이 제도는 국가가 동료시민의 고발을 부추기고, 정당한 교육행위를 범법행위로 단속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업자유 원칙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사교육 대책은 수없이 시도돼 왔지만 매번 실패해 왔다. 이제 정부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교육에 대해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7월 6일 교육과학부는 과다 수강료, 심야 학원 강습을 적발하기 위한 '학원신고포상금제’를 도입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15일 부산지역 학원들을 기습 단속하여 교습시간을 위반한 학원 11곳과 교습소 4곳을 적발했다. 교육청은 직원 210명을 투입하여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1시까지 학원 밀집지역 1천 353곳의 학원과 교습소를 점검했다. 부산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오후 10까지, 고등학생은 오후 11시까지만 교습을 할 수 있다. 부산과 달리 서울은 초ㆍ중ㆍ고교생에 대해 '밤 10시 이후 심야수업 금지’ 규정을 지켜야 한다.

심야학습금지, 사교육비 감소 효과 불확실

시도 교육청들은 수강료 초과 징수, 교습시간 위반, 학원·교습소 신고의무 위반, 개인과외교습자 신고의무 위반을 단속하였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파라치제(학원 불법 영업 신고 포상금제)’라는 듣기조차 민망한 어처구니없는 제도는 당분간 위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학파라치가 활동하는 한 학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학습 금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확실하다.

설사 학파라치제 덕분에 심야학습 금지가 실효를 거둔다고 할지라도 이 제도는 삼중으로 잘못되었다. 이 제도의 첫 번째 문제는 시민이 동료 시민의 행위를 고발하도록 국가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교육 행위를 마치 범법 행위처럼 국가가 단속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학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 원칙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이 단속대상이라고 하지만 대상은 학원 건물이 아니라 공부하는 어린 학생과 학원 강사들이다. 배우는 행위를 장소와 시간이 어긋났다는 이유로 그것이 공권력의 단속 대상이라는 것을 어린 학생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법 행위를 조장하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장소를 운영한 사람들이 처벌 받는다는 것을 납득시키기란 더더욱 어렵다.

더구나 밤 10시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만 처벌 대상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던 행위를 어느 날부터 갑자기 위법으로 몰아 단속하는 국가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동일 행위를 밤 10시라는 임의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합법과 위법으로 나누는 법은 시민들에게 존중받을 수 없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파퓰리즘에서 나온 학파라치제도

이런 난대 없는 패착이 왜 나왔을까? 이것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늘리며, 급격하게 증가한 세금을 내리고 부당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줄여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던 현 정부가 초심을 버리고 거리의 인파와 함성에 놀라 '근원적 처방’은 고려하지 않고 '중도 강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은 연속적으로 '사교육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대책은 실제로 시행되었거나 시행될 예정이고 어떤 대책은 논의 단계에서 사라지기도 하였다. 지난 6월 26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주최한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란 토론회에서 사교육비 경감 7대 대책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대책에는 고입·대입 학원 교습 시간제한, 교원평가 제도화, 예체능 특성화 학교 확대, 방과 후 영어 무상교육 추진, EBSi 초ㆍ중학교 학습 지원 전면 확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해 있으며 그 비판을 뚫고 살아남아 실제 시행될지는 지금 상황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학원 교습 시간제한은 정치권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나왔다. 사실상 이 토론회를 주도한 한나라당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자율을 주장하는데 왜 (학원) 규제를 하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그건 도그마”라며 “필요하면 규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학원 교습 시간은 그간 시ㆍ도 조례로 규제해 왔는데 그게 허울뿐인 규제였다”고 하면서, “시ㆍ도에 맡겨선 안 되니 중앙정부에 맡겨 더 강하게 (규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야학원 금지 입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입법을 통한 금지는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는 '자율과 경쟁’이었다. '자율과 경쟁’을 교육 정책 기조로 채택한 이유는 공교육을 살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정책 목적이 되어서는 안돼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을 서민 경제생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자율과 경쟁’은 퇴색되고 말았다. 서민계층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하는 것에 정부가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책은 실효성이 있고, 그것보다 더 소중한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과 그 제도가 실제로 성공하여 원했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 정책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좋은 교육 정책이 시행되어 사교육비가 절감된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은 없겠지만, 사교육비 절감 자체가 교육 정책의 일차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올바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학교의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자율과 경쟁이다. 자율은 그것 자체로서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유를 내세워 교육에서 자율을 유보하고 규제와 통제로 돌아섰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교육 정책 변경과 규제와 통제는 과거 10년의 정부뿐만 아니라 이념적 성향에 관계없이 그 이전의 정부도 무수히 수행해 왔다. 가장 강력한 공권력을 가졌던 80년대 초반에는 과외 금지를 단행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 평등화를 실현하기 위해 온갖 정책과 통제를 도입한 이전 정부 가운데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화일보 월 24일자에 의하면 사교육비 지출은 2001년에 10조 6,634억원이던 것이 2008년에는 20조 9,095억원으로 늘어났다. 공식적인 조사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음성적’ 교육비를 합치면 사교육비 규모는 2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입시ㆍ보습학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교육 질을 개선하는 것

이제 우리는 “어떤 대책으로도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정부의 대책도 사교육의 끈질긴 생명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 사교육 번성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제도 설계가 아니라 자유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힘으로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어떤 요소에서 나온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보다 좋은 교육, 더 많은 교육을 받아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남보다 성공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열망이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 때문에 사교육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화와 사교육에 대해서 정부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대해 백전백패를 거듭해온 정부는 이제 사교육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것과 전쟁을 멈출 때가 되었다. 모든 전쟁이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듯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도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수많은 수험생들을 혼란으로 몰고 갈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교육 영역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잠식한다.

사교육에 대한 대책은 없다. 사교육을 일거에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다만 교육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잦아들고,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 시민들이 스스로 사교육에서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교육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우리 문화와 사회의 특성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이 터 잡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시민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사교육은 퇴치될 수 없다.

사교육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우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교육의 원인에 대한 사실적 관계를 좀 더 선명하게 밝혀 사교육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정책적 오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사교육의 원인이 교육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욕구와 심성에서 나왔다는 것을 밝혀주어야 한다.

나아가 여력이 있다면 사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교육부분에서의 약자들에게 기회를 찾아주기 위해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교육과 경쟁하여 공교육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교육 자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교육을 운영하고 감독하는 정부는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직자들의 책무이다.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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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되면 기득권 세력의 노예가 될 것이라 주장

총파업 선언에 앞서 민주노ㅇ총 지도부 삭발식 진행, 쌍용차 사태 언급
야 4당 대표 국회의원 반기업 정서, 반정부 투쟁 발언 이어져


21일 오후 3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언론노조 3차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원 2000여명과 함께 MBC 본부를 비롯한 지역 MBC, SBS 본부, YTN 지부, EBS 지부, OBS 지부, CBS 지부, 한겨레, 경향신문을 포함한 각 지역신문 지부들의 깃발 30여개가 나부꼈다. 무대에는 '언론악법 폐기 직권상정 반대’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투쟁적인 문구를 담은 대형 현수막도 내걸렸다.

행사 사회자는 “현재 한나라당과 정부는 호시탐탐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노리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정책부장의 아내가 정부와 사측의 협박을 못 이겨 '자결했다’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마치 숭고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묘사하는 편향을 낳기도 했다.

민주노총․언론노조, 정부와의 투쟁의지 밝혀

총파업 선언에 앞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3명이 조합원 2000여명이 보는 앞에서 단상에 올라 삭발식을 단행했다. 삭발식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작년에 어린 여학생으로부터 시작된 100만개 촛불은 이명박을 끌어내기 위한 매개로 작용” 했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해 오늘의 결의대회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가 아닌 반정부 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 역시 “지난 8개월간 언론 악법을 잘 저지해 왔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시민, 용산 철거민, 전직 대통령, 쌍용자동차 노동형제,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법 저지는 곧 반정부 투쟁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 국회의원들, 반기업 정서 그대로 드러내

대회사에 이어 야 4당 의원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제일 처음 연설을 시작한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언론은 시장경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보수 아닌 언론, 보수 아닌 자본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 방송 넘기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창조 한국당의 반 대기업 정서를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당의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씩씩하다. MB악법 저지 위해 모든 것 걸고 사력을 다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다”고 했다. 그는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이 나라의 언론은 힘센 사람을 견지 하기는 커녕 국민들을 무릎 꿇리고 쇠뇌 시키게 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노예가 되는 것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어내기 어려운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지 않고 왜 길바닥에 나와 있느냐고 질책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식물국회’, '국회 밖, 길거리 정치만 일삼는 야당’이라는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후가 누구냐? 이명박 대통령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배후가 누구냐. 조중동 아니냐. 알 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며 마치 조중동을 구독하는 국민들이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후가 되는 것처럼 인식케 하는 발언을 했다.

야 4당 의원들의 연대사를 마친 뒤에는 MBC 이근행 본부장, EBS 정영홍 지부장, SBS 심석태 본부장을 비롯해 각 방송사 지부장들의 투쟁사도 이어졌다. 이후 '언론악법 직권상정’이라고 쓰인 얼음을 깨는 상징 의식과 함께 국회의사당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린 뒤 투쟁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쳤다.


미디어법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주는데 있어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미디어법은 과거 1980년 신군부가 도입했던 지상파 방송 독과점 시스템 변경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는 방송 독과점 구도를 해체해 여론의 다양성을 실현하려는데 본질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조중동’ 친보수신문이 여론을 장악하려는 것이 본질이라 주장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PD 수첩 보도에서도 나타났듯이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은 한국사회를 흔들 정도이다. 이들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왜곡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없다. 더욱이 당사자인 MBC는 PD 수첩 왜곡 보도에 대해 사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언론노조의 미디어법 반대는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동욱,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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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업형 수퍼 즉, 대형마트의 동네 수퍼마켓 진출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동네 수퍼마켓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어려워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업형 수퍼를 규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대형할인점 등은 내수부진, 성장률 둔화,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속에서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며, 소비자들도 그로인해 다양하고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등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따라서 현재 입법예고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을 폐기하고,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는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동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3천㎡ 이상의 대규모 점포에만 적용되던 개설 등록제를 규모와 상관없이 대형업체의 모든 직영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의 동네 슈퍼마켓 진출을 제한하려는 정책이다.

대형할인점 고용효과는 매우 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SSM) 입점으로 인해 동네상권이 피해를 입는다며 이를 막아 달라는 전국 상인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SSM 입점으로 중소유통업의 79%가 경영이 악화됐으며, SSM 입점 이후 소매업체의 평균 매출액이 34% 정도 감소됐다고 응답하였다. 2009년 4월 자영업자 수는 576만 5천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6만 7천명이 줄어들었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위의 통계는 WTO 체재 출범과 더불어 1996년 국내 유통산업이 개방된 이후 지속되어 온 유통산업 발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유통시장 개방 후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는 급격히 변해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등 중·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급락한 반면 대형할인점,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의 판매는 급성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005년에 발표한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의 판매액이 1996년부터 2004년 동안 약 780% 증가했으나 슈퍼마켓과 구멍가게의 매출액은 각각 19.4%, 12.0% 줄었다. 그 동안 대형할인점은 28개에서 275개로 10배 정도 늘어났으나 약 70만6천 개였던 종업원 4인 이하 영세 소매상은 약 8만 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대형할인점의 증가로 인한 고용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의 지난 6월 '유통, 신성장 동력이다’라는 기획취재에 의하면, 대형할인점이 한 곳 오픈할 때마다 점포직원 500∼600명 정도가 고용되며, 협력사 직원을 포함할 경우 평균 총 2,5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2008년 말 기준 현재 국내 대형할인점 수는 385개임을 고려할 때,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할인점이 상당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도 크게 변했다. 과거 근처 슈퍼마켓에서 주로 사던 식료품은 대형할인점에서 구매하게 됐고, 전자상가나 가구단지 등에서 구입하던 내구재 역시 대형할인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경제의 신성장 동력은 유통산업

한편 유통시장 개방과 더불어 유통산업의 성장기여도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006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 대한 유통산업의 성장기여도는 유통시장 개방 이전의 7년 평균 성장기여율은 5.8%였다. 그러나 개방 이후 성장기여율은 7.5%로 약 1.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외환위기나 내수부진 등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장의 개방이 국내총생산에 대한 유통산업의 성장기여율을 높인 것이다.

이는 시장개방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 선진 유통기법의 도입, IT기술의 적용 확대, 업태 간 경쟁 심화, 경영 합리화 등으로 유통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향상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업태의 등장과 아울러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외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이러한 효율성 향상의 원동력이었다. 요컨대, 유통시장 진입규제의 철폐로 인한 경쟁의 심화가 유통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

이처럼 국내 유통산업이 개방 이후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국내 다른 산업과 비교해 여전히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대한상의가 발간한 '유통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연구’에 따르면, 유통업의 노동생산성은 농림어업에 비해서는 높으나 전산업 평균의 54%, 제조업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그 향상 속도도 다른 산업에 비해 늦어 생산성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이다.

특히 국내 유통산업의 노동생산성은 구매력 평가지수 기준으로 일본의 34%, 미국의 29%, 프랑스의 34%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대한상의의 2009년 '소비활성화 방향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도 한국유통산업의 생산성 수준을 미국의 25.4%, 일본의 36.6%로 비슷하게 보고해 유통산업이 전반적인 경제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유통산업의 저생산성과 저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통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영업활동 등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한 개혁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유통산업에 새로운 진입장벽을 가져와 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유통서비스산업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경제의 중요한 산업이다. 이 산업은 2005년 현재 국내총생산의 6.2%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약 17%에 해당하는 248만 명이 종사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이다. 한국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만으로는 고용과 소득 창출에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유통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유통산업 발달,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유통산업은 과거의 단순한 내수 장치산업이기 보다는 글로벌 지식서비스업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그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큰 산업이다. 미래에도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Total Solution 또는 Total Care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업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의 최대 수혜자들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은 종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하락은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이 증가한 효과가 있다. 주어진 소득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수가 종전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질소득 증가는 임금인상 압력을 억제함으로써 제조업 경쟁력의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규제완화로 인한 유통산업 발전이 가져올 이러한 경제 전체적인 편익은 중소상인들이 입게 될 폐해에 비해 클 것임을 유통개방의 경험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기존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이들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유통시장에 새로운 진입 규제를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 상권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업체와 대형마트 및 다양한 상점가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

김상호 /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경제학, 계량경제학, 지역경제학, 문화경제학 등이며, 역서로는 '공공문제의 경제학(D. C. North, R. L. Miller 공저)’이 있다.



[논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소비자 선택권 해치는 반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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