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처음으로 막장 드라마 문제점 제기돼
시청률 조사 더욱 과학적이고 섬세해 질 필요 있어
국민에게 긍정적 영향 미치는 드라마가 나와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고 폭력을 가하거나(KBS '장화홍련'), 바람을 피웠다고 항의하는 아내를 가두고 성폭행하며(MBC '밥줘'), 미성년자 이복동생과 유부남 이복오빠가 키스를 하고(MBC '트리플'), 내연녀와 결혼하려는 남편에 맞서 아내는 연하남과 정을 통한다(SBS '두아내')는 차마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장면이라 믿겨지지 않는 내용의 화면들이 시청자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근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가족력,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소위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고 순리를 거부한 군상들이 두서없이 출몰해 '막 말'과 '막된 짓'을 자행하는 드라마가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이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 처음으로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이 공식 제기됐다. 자유기업원 문화미래포럼 방송개혁시민연대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TV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막장 드라마의 양산 원인과 그 해결책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국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송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이 나와야 한다. 드라마가 오락성도 중요하지만 '도'는 지켜야 한다"면서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막장 드라마 양산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막장 드라마 양산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모색했다. 막장 드라마 창궐 원인과 관련해선, 오명환 용인송담대학교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시청률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드라마의 상업논리를 들었다. 오 교수는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시청률 절대주의다. 결과치에 대한 평가를 수량화로 간단없이 재단하는 막장의 영역에서는 드라마의 경제학이 우선한다. 사회문화적 접근은 그 다음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이미 채널의 희소가치를 잃어버린 지상파 방송은 드라마에 집중하게 됐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정적인 막장 드라마를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오 교수는 탈규제 정책과 정권의 교체공간이 막장 드라마로 하여금 급물살을 타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보면 오늘의 막장 드라마는 노무현 정권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 3년간의 합작품"이라며 "방송광고 사전 심의제도는 위헌 판결을 면치 못했고 창작에 대한 사전 검열로 낙인돼 2009년 1월 20일자로 폐지됐다. 사후심의 평가인 드라마의 행보는 거리낄 이유가 없다. 잘 나가는 드라마 온상 속에서 막 나가는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이후 한탕주의가 만연

최상식 중앙대학교 미디어공연학과 교수는 "아마 오늘 날 드라마의 문제는 '한류의 성장통'이 아닌가 한다"며 '한류'로 인해 막장 드라마가 나왔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막장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 원인으로 '한류스타의 몸값 상승으로 드라마 제작 적자구조 발생' '한 두명 한류스타에만 의존한 질 낮은 드라마 급증' '팔리는 한류 드라마의 내용만 제작함으로써 다양성 상실' 등을 꼽았다. 특히, "어떻게 해서든 시청률을 올려 드라마를 띄운 뒤 해외에 수출하자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게 됨으로써 막장 드라마란 사생아가 나타났다"며 한류 이후 심화된 '시청률 지상주의'를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시나리오 작가의 자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정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은 "저비용 고효율 이라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 자체가 좋은 작가들을 놓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역량이 부족한 작가들이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손 부이사장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들만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시나리오 작가들의 성비 불균형도 문제로 꼽았다.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 펼쳐야

막장 드라마의 해결책으론 방송계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이 제안됐다. 오 교수는 "방송계와 드라마계의 전반적인 3'자' 캠페인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자정' '자제' '자숙'을 기치로 하는 그린(GREEN) 드라마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율적 대응이 없으면 타율과 외압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TV콘텐츠 제품에 대한 소비자 감시가 원활해지면 '드라마 불시청 운동' '광고 불매운동'같은 '드라마 탄핵제도'를 상정할 수 있어야 한며"며 방송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 막장 드라마 퇴출에 앞장 설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공영방송의 막장 드라마 개선 방법으로 '전문 드라마 채널이나 영화전문 PP에서만 방영', '사전 대본 심의' '재방 주간 방송 금지' '기업 광고 금지' 등도 제시했다.

남궁영 동아방송대학교 교수는 "막장 드라마의 등장 배경을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이 주범이라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 방송 시청률 조사 방법이 더욱 과학적이고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라마의 주소비자인 중년의 주부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또는 자사가 스폰서 하는 막드의 드라마를 과연 자사 제품의 타깃 소비층이 시청하고 있는지를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제공한다면 지금처럼 막연한 시청률을 위한 경쟁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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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知人)이 GM대우의 신형차 구매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GM대우차가 좀 위험하지 않겠냐며 걱정을 쏟아냈다. 당시 GM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국가 구제를 받는 등 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다. 이대로 GM이 무너지면 GM대우가 받는 타격 또한 클 수 있었다. 하지만 GM은 당초 60-90일 걸릴 것이라던 파산보호 기간을 40일로 단축시키며, 지난 10일 '뉴GM'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GM의 회생이 지인의 차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GM은 경영위기 이후 혁신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자구계획으로 회생의 가능성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결단과 노사 합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GM의 몰락에는 주력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가 급감한 원인이 컸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참여와 복지혜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GM노조와 상급단체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적극 공감한 것이다.

GM노조는 직원 35%를 감원하고 16개 공장을 폐쇄 또는 가동 중단하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또한 비록 신규 채용자로 한정했지만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현재의 절반인 14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급여동결, 상여금 지급 중단, 휴가 축소, 퇴직자 의료지원 혜택 축소 등 노조의 급여 및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한 근로계약 수정안에도 적극 합의했다. GM노조의 상급단체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또한 2015년까지 GM과 크라이슬러에서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희생을 동반한 노력이 있었기에 미 정부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파산보호 조기졸업도 가능했다.

뉴GM의 행보는 현재 노사 간 전면 대치상황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쌍용차는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2월 초부터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다.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GM이 처했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쌍용차의 회생에도 인적 구조조정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쌍용차의 종업원 1인당 생산대수는 11.3대다. 현대차 29.6대, 기아차 34.9대와 비교해 생산성이 현저히 낮다. 그만큼 쌍용차의 잉여인력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쌍용차노조는 GM노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 600여명의 노조원은 5월 22일부터 평택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대치 상황 속에서 화염방사기 지게차, 볼트를 사용한 새총 등이 동원돼 임직원을 비롯한 사측과 노측 모두 큰 인명 피해를 입고 있다.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영업부문 전직과 협력업체 취업을 약속하고, 이들 중 2012년까지 100명을 우선 채용하는 한편, 기존 희망퇴직자를 포함해 2014년까지 제한적으로 재고용하는 최종안을 노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측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공장 점거를 풀고 시설을 회사에 인도하라는 법원 결정도 무시했다.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의 개입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주노총은 GM의 새 출발을 도운 UAW와는 딴판으로 쌍용차 정상화보다는 혼란 확대와 동원 투쟁에 매달리고 있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 16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쌍용차의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는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으로 22일 전 조합원 파업투쟁, 15일부터 31일까지 각 지부별 순환농성 공권력 투입에 따른 전면 파업 등 구체적인 투쟁을 결의했다. 16일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3000여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해 이 중 82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달 쌍용차 판매량은 내수 197대, 수출 20대 등 고작 217대에 그쳤다. 불안정한 회사상황에 소비자들도 쌍용차를 외면하고 있다. 협력 업체의 경우 10개사가 폐업하고, 13개사가 부도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파다하다. 쌍용차 직원 4000여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와 거래 업체를 포함해 2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기대하는 것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다. 쌍용차를 죽음 직전으로 몰면 정부가 구제하러 올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 방식의 구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GM은 직원을 수만 명 감축하는 등 처절한 구조조정 뒤에야 공적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쌍용차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의 자구 노력도 없이, 파업 과정에서의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쏟아 붓는 공적 자금 투입을 동의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위기 극복에는 누구에게나 양보와 희생이 따른다. 600여명의 정리해고자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하지만 600여 명의 노조원의 생계가 중요한 만큼, 나머지 4000여 명의 직원들 또한 중요하다. 쌍용차와 관련한 다른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도 생계가 걸린 문제다. 쌍용차가 노측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사측이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위한 충분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노조가 배 째라 식의 투쟁을 계속하게 되면 쌍용차 몰락은 목전에 다가올 것이 뻔하다.

20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노조 측의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다. 조심스럽게 쌍용차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나돈다. 금속노조는 강제집행을 공권력 투입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쌍용차 노조원 부인 자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인 박 모씨는 최근 남편의 경찰 소환 통보, 사측 손해배상소송 제기, 공권력 투입 소식 등을 접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노조의 감정이 격해져 평택공장은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몰락은 사측, 노측 모두 원하는 것이 아니다. 쌍용차도 위기를 딛고 일어선 제2의 GM이 될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방안은 쌍용자동차 공장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합의와 혁신이다. 쌍용차 사태가 노측, 사측, 그들의 가족 모두에게까지 물질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주고 있다. 이제라도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연관된 모든 주체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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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방송에 편파방송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편파방송은 지배적 가치, 정치적 신화나 의식, 제도적 관행 등이 특정 집단의 위장된 이익을 보호하는 반면, 대립되는 사상이나 문제들이 의사결정의 장에 접근하기도 전에 은폐·상쇄시키는 수단이다. 일반 대중은 이러한 편파방송을 심층적인 분석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여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편파방송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편파방송을 경계해야 하며, 방송은 정보전달에 진실성과 공정성을 목표로 삼으면서 정확성, 간결성, 명료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방송은 오락 제공과 정보 전달을 주로 하는 현대의 전자매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다. 오락을 제공할 때는 시청자들의 취향(taste)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보 전달에서의 직업윤리는 진실성과 공정성을 목표로 삼으면서 정확성, 간결성, 명료성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신문은 오랜 역사로 볼 때도 사상 경향성 매체임을 인정받고 있고, 이데올로기를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들이 쉽게 편파성 여부를 알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특정 신문에 대한 호오(好惡)가 확실히 파악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 특히 KBS, MBC, SBS 등 방송3사는 그렇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편향과 왜곡으로 얼룩진 방송

그 동안 KBS, MBC, SBS 등의 편파방송 사례는 많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 4월 29일과 5월 13일 방영된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해 7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내용의 몇 부분이 방송심의규정 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고, 오보를 지체 없이 정정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했다.

편파 보도란 보도종사자들이 뉴스와 해설 또는 논평의 선택과 관련하여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게 취급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가치를 확대 또는 축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편파 보도는 사실의 전달에서 보도 기관이나 보도자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을 개입시켜 특정 방향이나 의견을 두둔하거나 비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편파성은 지배적 가치, 정치적 신화나 의식, 제도적 관행 등이 특정 집단의 위장된 이익을 보호하는 반면, 대립되는 사상이나 문제들이 의사결정의 장에 접근하기도 전에 은폐·상쇄시키는 수단이다.

편파보도의 키워드는 편향과 왜곡이다. 전파 자원의 공공성은 편파적인 방송이 현실을 잘못 규정하고 유사 의제를 설정하여 개인적 편견과 잘못된 여론을 조성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한다.

캐나다 커뮤니케이션 철학자인 이니스(Harold A. Innis)는 편파적인 전달이 수용자의 반응 양상에 일종의 체계적인 무분별(systematic thoughtlessness)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바흐라츠(Peter Bachrach)와 바라츠(M. S. Baratz)의 지적과 같이 편파성은 지배적 가치, 정치적 신화나 의식, 제도적 관행 등이 특정 집단의 위장된 이익을 보호하는 반면, 대립되는 사상이나 문제들이 의사결정의 장에 접근하기도 전에 은폐·상쇄시키는 수단이다.

우리나라 방송의 편파성은 언제나 구시대의 기득권 집단을 보호하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공개된 토론에서 상식적으로 발생하여 마침내 지배이데올로기가 되면 그것이 아무리 편파적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권력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은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과 유사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정치적 조직들은 그들의 의견을 방송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단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다음에는 이 지배이데올로기를 대체하려는 정치적 조직이 권력을 잡았더라도 이를 자신들의 것으로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편파 방송 시비는 정치권력의 교체 과정에서 늘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단골 메뉴이다.

편파방송의 가장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시위 보도에서 카메라를 시위대 쪽에서 경찰 쪽으로 고정하거나 경찰 쪽에서 시위대 쪽으로 고정하여 한쪽 편만 찍는 경우인데, 과거에는 후자가 문제되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전자가 문제되고 있다. TV 영상촬영은 위치를 이동하거나 2대 이상의 카메라로 언제나 다양한 움직임을 다각도로 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무척 많아졌다.

편파방송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렇듯 많은 편파가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일찍이 영국의 미디어 사회학자인 앤더슨(Anderson)과 새록(Sarrock)은 편파성이 보도에 편재(ubiquitous)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원천을 보도제작 실무, 보도제작업체(보도기관)의 사회적 배경, 보도의 내용, 내용의 독해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보도제작 실무 속에 편파성의 원천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PD 저널리즘을 꼽을 수 있겠다. PD 저널리즘은 주로 방송 기자들의 출입처 중심 편제와 도식적이고 객관적인 보도 한계를 뛰어 넘어 좀 더 심층적이고 파격적으로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뉴스 생산능력과 관계 및 뉴스 생산 양식과 달리 전문성이 뒤떨어지고 방송 작가들에게 취재의 일부를 맡김으로서 부분적 진실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진실에 이르기까지 결합의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아주 큰 단점이 있다. 맥락과 상황이 다른 진실한 부분들이 보도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조직지향성에 힘입어 자신도 모르게 직·간접으로 보도를 편향되게 하거나 전체적으로 진실하지 못한 전달을 하게 할 수 있다.

둘째, 보도제작기관의 사회적 배경을 보면 우리나라 주류 공영방송은 사실상 노동조합의 소집단 이기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방송 보도 사이에 쉽게 규명되지 않는 인과적 사슬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송사 노동조합은 비인간적인 압제로부터 진정한 노동 해방을 지향한다고 주장하며, 그들과 제휴한 시민운동 진영으로부터 더 많은 동정심을 얻어 내려는 것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운동은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되 이기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보도제작기관이 특정정파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경우에도 편향된 의도가 들어 있다는 의심이 들면 곧 바로 보도제작기관 자체의 사회적 배경을 살펴 볼 수 있어야 공정한 방송이 어떤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공중은 그렇지 못하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

셋째, 보도내용(the produced text)을 볼 때 방송의 표현 양식은 어떤 경험이나 정보를 그에 상응하는 기호로 표시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많은 공중은 심층적인 상황 분석 없이 표피적으로 이를 시청함으로써 그 배후에 깔린 이데올로기조차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4대강 개발이나 내륙 운하 문제를 놓고 방송 보도와 환경관련 프로그램은 환경 파괴를 염려하는 환경 이데올로기를 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환경 문제의 배후에는 자연을 개조하는 힘든 노동으로 인류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온 개발의 가치를 목가적 자연의 가치 아래에 두고 싶어 하는 로맨틱한 정서도 깔려 있다.

많은 공중은 심층적인 상황 분석 없이 표피적으로 이를 시청함으로써 그 배후에 깔린 이데올로기조차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정서는 선진국이 후진국의 개발을 억제하는 이데올로기로 쉽게 전환된다. 미국 오리건 주의 유진에 진출한 현대그룹의 하이닉스는 미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진보세력인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운동에 밀려 철수해야 했다. 하지만 텍사스 주의 보수주의적 미국인들은 환경보호보다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자국의 경제에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처럼 환경 보호와 경제 개발은 흑백이 아니라 수많은 회색의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가치가 언제나 최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보도가 이를 제1순위에 놓으면 시청자 대부분은 다수에 동조하는 현상인 악대차(band wagon) 효과에 농락당하여 경제 개발이 화급하다고 하면서도 환경 보호도 제일 중요하다는 논리적 모순에 대중적인 지지를 보내게 된다.

공공이 소유주체인 방송사의 보도에서는 사영 방송보다 공익에 대해 더욱 심사숙고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방송은 공·사영 모두 공익성을 경시하고 시청자를 환경 문제에 끌어 모으는 고도의 상업적 편성 전술을 공통적으로 구사하면서 편파 방송을 계속하는 셈이다.

넷째, 보도의 독해 과정에서 볼 때, 사실을 정확하게 다루지 않고 불명확한 내용을 방송하면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리므로 그것이 편파성 발생의 원천이 된다. TV 화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정(假定)이나 소견을 현실로 착각하고 진실을 오해하게 하거나, 시청자가 은연중에 각각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이 특수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왜곡 보도가 된다.

화면만이 아니다. TV가 쏟아내는 수많은 어휘도 이미 편파성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었고 그의 사망은 평등한 시민의 입장에서의 높임말이라면 별세가 가장 중립적인 어휘이다. 그러나 그의 별세는 '서거’로 격상되고 박연차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려는 검찰의 노력은 폄훼(貶毁)되고 상식과 여론에 의해 중단 또는 비공개 상태에 빠져 버리게 되었다.

편파방송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편파 보도는 일단 방송 전파를 탄 이상 걷잡을 수 없는 후속 영향을 낳는다. 편파 보도는 때때로 북한 핵 보도가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고조시키듯,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공포감을 갖게 하는 위협적 소구(fear appeal)에 이르게 한다. 결국, 이는 대미 관계를 둘러싸고 여야 정당으로 하여금 현격한 입장차를 이끌어 내고 소모적인 정치 논쟁의 기폭제가 될 뿐이다.

TV방송은 여러 미디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확성기로 그 전파력이 매우 신속하고 효과가 급격하게 발생하며 파급범위가 매우 넓다. 송·수신자간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최신 매체인 인터넷과 비교해 보더라도, TV는 오랫동안 일방적인 세뇌 장치로서 가장 대량적이고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이다. 따라서 TV가 편파보도나 왜곡 보도를 할 경우에는 적절한 수준에서 규제되고, 여론에 미치는 후유증이 최소화되어야 진정한 다수 시청자가 지지하고 후원하는 가운데 방송의 자유를 더욱 굳건히 지켜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유일상 건국대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언론법학회장, 유선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위원, 방송위원회 방송평가위원, 언론홍보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언론법제론」, 「매스미디어입문」, 「취재보도입문」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유일상 /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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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닌 반정부 시위

민주당의 길거리 정치, 국민들의 비난 높아져
사전 신고 안했지만 불법시위는 아니라고 주장

지난 27일 오후 4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서울광장에서 '4대강 정비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를 포함 경찰 추산 약 700여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곳곳에서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사회당, 민주노총, 아고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평화재향군인회 등 각 정당과 단체들의 깃발이 휘날렸다. 집회에 참가한 정치인들로는 민주당 추미애, 이종걸, 이미경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곽정숙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의원 등이 있었다.

야당 국회의원들, 집회 불허에 항의 농성 벌여

이날 집회에 앞서 오전 7시쯤 민주당 이종걸, 민주노동당 곽정숙, 창조한국당 유원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은 서울광장 중앙에 천막을 치고 경찰이 오늘 집회를 불허한 것에 대한 항의 농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4대강 정비사업이 국민 혈세 22조원이 들어가는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이라며 '국민고통 혈세낭비 4대강 사업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를 위해 온 국민이 일어서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4대강 사업이 반서민 친재벌 사업”이라며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설치하는 대운하 전초 사업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국토를 침탈하는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4대강 정비보다 우리 사회에 정비가 필요한 곳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비이다”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좌중을 향해 외쳤다.

각 야당 의원들의 연설이 있고 난 뒤 주최 측 참가자 한 명이 방송장비를 반입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던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이 정부와 경찰들을 향해 쏟아졌다.

이날 '4대강 정비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 집회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적절성을 따지고 묻는 자리이기 보다는 차라리 반정부 시위의 성격이 짙어 보였다.

사전 신고 안했지만 합법이자 평화집회라고 주장

집회 주최 측은 “오늘 집회가 사전에 접수되지 않은 집회이지 불법집회는 아니라며, 합법집회이자 평화집회”라고 한 반면 경찰은 “오늘 집회는 신고 되지 않은 엄연한 불법집회”라고 규정하며 자진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진보연대에서 나온 연사는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를 하고 있다. 자유를 위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이 불법자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민생 살린다고 하면서 국민을 죽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존재하는 한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이명박 정부를 '살인정권’으로 규정하는 발언들을 쏟아 냈다.

민주당 길거리 정치, 국민 호응 얻지 못해

김정자 민주노총 분과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업자로서 4대강에 있는 자갈과 흙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다”며 “국민 전체가 자신의 돈을 위해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은 머리만 멍청한 게 아니라 눈치도 없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집회 측의 한 관계자는 “서울광장이 저 따위 경찰들에게 찬탈 당하고 있다”며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자에게 집회에 참가했던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박수를 통해 화답했다. 경찰과 대치 상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흥분한 상태에서 튀어나온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다. 특히 국회의원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을 바라보는 인식의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여 아쉬움은 더 남는다.

집회 하루 전날인 26일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6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등원을 거부하고 길거리로 나갔다. 민주당의 등원거부로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길거리 정치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의 27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월 30일보다 8.9%포인트 감소한 18.4%에 그쳤다. 국회 등원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의 56%조차 '등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더 이상 길거리에서 소수국민의 뒤에 숨어 목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민주당의 이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동욱,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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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는 안팎으로 시끄럽다. 미디어법 통과 문제뿐 아니라 안에서는 프로그램 표절과 조작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해마지 않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이 연일 표절, 조작 시비에 휘둘리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케이타킹’은 최근 일본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들통이 났다. 지난 18일 방송된 '3분 출근법’은 이미 일본 TBS에서 방송한 '5분 출근법’으로 나왔던 것이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출연자가 구성해 온 내용을 방송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미리 일본 동영상을 보여준 뒤 똑같이 연습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고, 사태가 커지자 고정출연을 미끼로 입막음까지 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자연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월 방송한 '밤의 제왕, 수리 부엉이’편의 일부 내용에 연출 조작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리부엉이는 과연 날쌘 토끼를 사냥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그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부엉이가 토끼를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토끼는 제작진에 의해 줄로 발이 묶여 부엉이 앞에 던져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이 정도의 연출은 불문율”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MBC는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이 조작설에 휘말렸다. 지난 5월 '한국사회 진단과 미래논쟁-보수진보 갈등을 넘어’편 방송분 중 시청자 서모 씨가 올린 의견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이 민주화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등 언급하지 않은 문장이나 표현이 삽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기타 방영분에서 10여 차례 시청자 의견의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문맥·어법이 안 맞는 누리꾼들의 문장을 작가가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 조작 문제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시청자들의 큰 원성을 사는 이유는 이들 방송이 갖고 있는 사명과 책임 때문일 것이다. 케이블 TV와 달리 지상파 방송은 온 국민이 거의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KBS와 MBC는 자타가 공인하는 공영방송이다. 한국 방송을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공공성과 윤리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루다.

얼마 전 서울대 윤석민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여론 지배력이 69%에 달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의 뉴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언론의 사명이라 할 수 있는 사실과 진실 보도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더욱 강력히 적용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KBS, MBC, SBS 등 대표적인 지상파 3사의 방송 왜곡이나 조작, 표절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도나 다큐멘터리, 뉴스 프로그램 등의 경우 사회 현상을 호도하고 조작된 정보들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 촛불시위를 촉발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MBC 'PD수첩’이다. 지난해 4월 방송됐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의도적인 오역 및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 왜곡, 방송 직전 번역 바꿔치기 등으로 30여개 핵심 장면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이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이라는 매체의 신뢰성을 등에 업고 사람들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심은 극적으로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방송 왜곡, 조작, 표절 문제 등의 빈번한 발생에는 관련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 크다. 대부분 보여주기 식의 사과방송에 그치거나, 관련 연출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내보낸 방송사가 책임을 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는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조작, 왜곡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검찰 수사 등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방송사인 MBC도 이를 묵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최근 조작, 표절 시비에 휘말린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해명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방송사들도 연출자 교체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의 과도한 방송 시장점유율 또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어느 정도의 자본력과 규모를 가지고 방송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상파에는 자본력을 가진 신규 방송 사업자의 진입 통로 자체가 막혀 있었다. 이들 3사는 지난 해 방송 광고 시장의 77.3%(2조4788억원)까지 장악하며 독점체제를 이어왔다.

그렇다 보니 조작이나 왜곡 사례가 있어도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시장 점령에 힘입어 공공성, 공익성 유지와 사실 보도에 입각한 방송 시정 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방송가의 미디어법 도입은 안팎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디어법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보도 채널 등 미디어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방송 사업자들이 진출로 방송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고, 신규 사업자들과의 원활한 경쟁으로 방송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통과과정에서 대기업, 신문 등의 지분 참여 비율을 10%로 한정하고, 경영권 참여 시기는 2013년 이후로 미루면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을 인정해준 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좁게나마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가 진입이 가능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새 방송 사업자는 공정한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송채널의 진입으로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게 된 만큼,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영성과 사실보도에 입각한 프로그램 생산에 더욱 부담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그 성격상 더욱 공공성과 윤리성을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독과점이라는 형태를 무기로, 방송 심의 기준의 부족한 현실을 핑계 삼아 방송 제작자의 관점과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표절, 왜곡 등을 해왔다. 이는 명백히 언론과 방송이 가져야 할 사명과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방송 진입 규제를 완화하여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방송 제작자들이 언론의 책임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방송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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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미국의 GM자동차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그로 인해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지 않는 한 GM자동차의 모든 채권자는 신청시점부터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상거래채권자, 금융채권자, 회사채보유자, 주주의 모든 권리는 유예 또는 감축의 대상이 된다. GM자동차가 파산 신청을 한 이유는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자율적인 채무조정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GM 파산신청이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에 주는 시사점은 첫째,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둘째, 채무를 과감히 감축시킬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때는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미국의 파산법 제11장 절차

2009년 6월 1일 오전 7시 57분 51초 General Motors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법 제11장(Chapter 11) 절차를 신청하였다(전자방식에 의한 입력). 미국 파산법 역사상 최대 제조기업의 파산신청치고는 좀 싱거울 정도로 신청서는 24페이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대단한 것이다.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지 않는 한 모든 채권자는 신청시점부터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상거래채권자, 금융채권자, 회사채보유자, 주주의 모든 권리는 유예 또는 감축의 대상이 된다. 결국 GM의 소유구조와 재무구조가 모두 바뀌게 되어 새 회사가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말로는 '파산신청’이라는 의미가 회사를 청산하는 절차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우선 영어의 'bankruptcy’라는 말 속에는 청산(liquidation)과 재건(reorganization)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GM이 신청한 11장 절차는 바로 기업재건절차이다. 제11장 절차를 신청하는 그 순간부터 채권자들은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채무재조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파산신청을 파산보호(bankruptcy relief) 신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채무를 재조정(rescheduling)하는 방법에는 이해관계인 사이의 자율적인 조정도 있는데 왜 파산절차를 신청했을까? 이것은 자율적인 조정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재건하려면 부채를 대폭 삭감해야 하는데 채권자들이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권자의 권리감축을 위해서는 주주의 권리를 더 삭감하여야 하는데 주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하튼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채무재조정을 위해서는 법정절차에서 강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GM 파산신청으로] 법원이 특별히 허가하지 않는 한 모든 채권자는 신청시점부터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상거래채권자, 금융채권자, 회사채보유자, 주주의 모든 권리는 유예 또는 감축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회사재건절차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여러 나라가 갖고 있지만 그 실질을 보면 미국처럼 강력하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회생절차 신청만으로는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막지 못한다. 보전처분이나 포괄적 금지명령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처럼 채권자의 권리행사 금지시점을 채무자가 선택할 수 없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신청시 신청인이 채무변제가 곤란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즉 지금은 변제를 제대로 하고 있지만 장래를 위해서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11장 절차이다.

나아가 채무재조정안(공식적으로는 '재건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할 권한이 일정 기간 동안은 채무자에게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채무재조정의 주도권을 채무자가 갖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의 11장 절차는 채무기업의 회생을 위해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동시에 그 때문에 11장 절차를 신청하기 전에 자율적인 채무재조정도 가능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법정절차를 선택한 이유는?

GM의 파산신청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이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산업의 중심이고 상징이다. 또 자동차노조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직접 지원을 택하지 않고 법정절차로 유도했다. 그것 자체가 정치적 모험일 수 있는데도 미국 여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기업의 재건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채무재조정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채무재조정은 상대의 양보를 받아냄으로써 내가 더 이익을 보게 되는 치열한 협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면 공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거나 아니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채무를 과감하게 변경하지 못하게 된다.

[GM은] 왜 파산신청을 했을까? 이것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자율적인 조정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회사가 재건하려면 부채를 대폭 삭감해야 하는데 채권자들이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권자의 권리감축을 위해서는 주주의 권리를 더 삭감하여야 하는데 주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둘째, 기업재건을 위해서는 채무감축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계획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정부가 개입해서 제대로 될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어떤 수요가 있고 기업이 그런 수요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여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민간전문가의 일일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미국 최대기업이 도산하는 경제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도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앞으로도 다른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을 것인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수습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정부는 법정절차를 통해서만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에 주는 시사점

서브 프라임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위기와 같은 외부요인이 아니더라도 기업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며, 좋은 제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해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망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지지 않고 시장에서 자기 몫을 계속 유지하려면 평소에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안다. 그래서 효율적인 도산절차를 정비하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실제로 건설이나 해운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시행되었다. 또 기업집단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진행 중이다. GM의 파산신청을 보면서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에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GM 파산신청이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에 주는 시사점은 첫째,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둘째, 채무를 과감히 감축시킬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때는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첫째,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실기업 처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69년 시작된 부실기업정리 이래로 산업합리화정책이 그것이다(1972년의 8·3조치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정부개입 사례다). 정부의 개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계속되어 부도유예협약, 빅딜, 워크아웃으로 이어졌다.

워크아웃이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 협약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선전했으나 실제로 금융감독기관이 주도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면 워크아웃이 효율적인 구조조정 수단이었을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워크아웃은 구 회사정리법에 따른 절차보다 절차 종료 후 기업의 수익률 변화나 소요한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채권자가 스스로 채무를 감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게 부패를 가져온다. 정부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접근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는 이해관계인의 필사적인 노력을 막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불황은 부패의 온상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실무에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금융감독기구가 맡고 있는데 이를 조속히 정리하여야 한다. 그 판단을 민간에 넘기든지 공적 판단이 수반되는 일이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공적 기구를 만들어서 수행하게 하여야 한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는 금융감독기구 안에 있는 위원회가 맡을 일이 아니다.

둘째, 채무를 과감히 감축할 수 있어야 한다. 부실기업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빚을 줄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자금을 얻는 일이다. 이 중 어느 하나도 덜 중요한 것이 없지만 과거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에서 미흡했던 것은 채무를 과감히 삭감하지 못한 것이었다. 채권자는 장부상 채권을 줄이기를 꺼리고 주주는 주식이 소각되는 것을 싫어한 결과이다. 아무리 자금을 많이 투입해도 채무의 과감한 감축 없이는 회생할 수 없다. 과거 여러 구제금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바로 신규지원자금이 부채상환에 사용되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때는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직접 지원할 때는 GM의 경우처럼 공정하게 평가된 지분을 인수하여 회생 후 계속기업의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또는 민간과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민간이 판단한 내용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이런 형식의 구조조정기금이 조성된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절차를 통해서 또는 법정절차를 바탕에 둔 사적 채무재조정을 통해서 구조조정이 된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지금 외국의 도산 전문가들은 그런 기존의 제도가 처리할 수 없는 위험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수행할 공적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그 내용인데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도 더 나쁜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자소개: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는 도산법 전문가로 1998년부터 우리나라 도산법 개정작업을 맡고 있고 유엔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한국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산법 개혁 1998-2007」, 「도산법의 이해」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오수근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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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되면 기득권 세력의 노예가 될 것이라 주장
\총파업 선언에 앞서 민주노총 지도부 삭발식 진행, 쌍용차 사태 언급
야 4당 대표 국회의원 반기업 정서, 반정부 투쟁 발언 이어져


21일 오후 3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언론노조 3차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원 2000여명과 함께 MBC 본부를 비롯한 지역 MBC, SBS 본부, YTN 지부, EBS 지부, OBS 지부, CBS 지부, 한겨레, 경향신문을 포함한 각 지역신문 지부들의 깃발 30여개가 나부꼈다. 무대에는 '언론악법 폐기 직권상정 반대’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투쟁적인 문구를 담은 대형 현수막도 내걸렸다.

행사 사회자는 “현재 한나라당과 정부는 호시탐탐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노리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정책부장의 아내가 정부와 사측의 협박을 못 이겨 '자결했다’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마치 숭고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처럼 묘사하는 편향을 낳기도 했다.

민주노총․언론노조, 정부와의 투쟁의지 밝혀

총파업 선언에 앞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3명이 조합원 2000여명이 보는 앞에서 단상에 올라 삭발식을 단행했다. 삭발식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작년에 어린 여학생으로부터 시작된 100만개 촛불은 이명박을 끌어내기 위한 매개로 작용” 했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해 오늘의 결의대회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가 아닌 반정부 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 역시 “지난 8개월간 언론 악법을 잘 저지해 왔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시민, 용산 철거민, 전직 대통령, 쌍용자동차 노동형제,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법 저지는 곧 반정부 투쟁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 국회의원들, 반기업 정서 그대로 드러내

대회사에 이어 야 4당 의원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제일 처음 연설을 시작한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언론은 시장경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보수 아닌 언론, 보수 아닌 자본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 방송 넘기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창조 한국당의 반 대기업 정서를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당의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씩씩하다. MB악법 저지 위해 모든 것 걸고 사력을 다해, 목숨을 다해 싸울 것이다”고 했다. 그는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이 나라의 언론은 힘센 사람을 견지 하기는 커녕 국민들을 무릎 꿇리고 쇠뇌 시키게 되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노예가 되는 것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어내기 어려운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있지 않고 왜 길바닥에 나와 있느냐고 질책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식물국회’, '국회 밖, 길거리 정치만 일삼는 야당’이라는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후가 누구냐? 이명박 대통령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배후가 누구냐. 조중동 아니냐. 알 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며 마치 조중동을 구독하는 국민들이 언론노조 총파업의 배후가 되는 것처럼 인식케 하는 발언을 했다.

야 4당 의원들의 연대사를 마친 뒤에는 MBC 이근행 본부장, EBS 정영홍 지부장, SBS 심석태 본부장을 비롯해 각 방송사 지부장들의 투쟁사도 이어졌다. 이후 '언론악법 직권상정’이라고 쓰인 얼음을 깨는 상징 의식과 함께 국회의사당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린 뒤 투쟁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쳤다.


미디어법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주는데 있어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미디어법은 과거 1980년 신군부가 도입했던 지상파 방송 독과점 시스템 변경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는 방송 독과점 구도를 해체해 여론의 다양성을 실현하려는데 본질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조중동’ 친보수신문이 여론을 장악하려는 것이 본질이라 주장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PD 수첩 보도에서도 나타났듯이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은 한국사회를 흔들 정도이다. 이들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고 왜곡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없다. 더욱이 당사자인 MBC는 PD 수첩 왜곡 보도에 대해 사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언론노조의 미디어법 반대는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동욱,윤주용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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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호불호가 프로그램 제작에 깊이 반영돼
PD수첩 명백한 허위보도로 판명나면 검찰기소 위헌으로 볼 수 없어
편파․왜곡 방송한 MBC의 검찰 비판은 국민모독

지난해 광우병 사태의 도화선이 된 MBC PD수첩 방송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결과, 왜곡과 편파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에서 정부에 대한 적개심과 이념 편향적 내용이 발견돼, PD수첩이 애초부터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제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중도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PD수첩 사건을 통해 본 방송 권력의 실태, 해법은 있는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PD수첩 사건을 통해 드러난 MBC의 정파성을 살펴하고, 언론의 자유의 한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파적 신념이 방송에 무절제한 영향 끼쳐

기조발제를 맡은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광우병 보도 논란과 관련해 "프로그램 제작진이 정파성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왜곡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이 최근 공개한 PD수첩 김모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볼 때 이런 추측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공개한 PD수첩 일부 제작진의 이메일에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는지.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보다" "출범 100일이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 놓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조․중․동의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만든 일을 해낸 '대중의 힘'의 끝이 나는 못내 불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이사는 "이메일의 대화 내용을 볼 때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의도적 오역을 포함하여,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기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정보들을 총동원했는데, 이러한 정파성이 그 동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이사는 "어떠한 정파적 신념이 공영방송의 보도태도와 방향에 무절제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 자체가 일종의 타락"이라며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격언을 무시한 어떠한 이념이나 정치논리도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아직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언론자유 주장은 과잉 민주주의 편승한 것, 허위보도는 면책사유 안 돼

토론자로 나선 조중근 한국사회책임연구소 소장(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은 PD수첩 제작진이 검찰 기소를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는 과잉 민주주의에 편승해 자유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메일 공개에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는 것에는 "이미 이메일이 공개된 상태에서 이를 트집삼아 PD 수첩 왜곡보도 의혹의 본질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MBC와 진보진영에선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수사에 대해 '사실을 적시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310조를 들며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조항은 허위사실 적시행위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허위보도로 판명나면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강 교수는 "언론의 자유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37조2항)이 있어 검찰 기소가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검찰의 수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PD수첩 사태, MBC 개혁의 분수령 될 것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총장은 "PD수첩 미국산쇠고기 광우병 왜곡보도는 자정능력이 원천적으로 부재했다"면서 일본의 아사히TV, 미국의 CBS사례를 들며 MBC의 검찰비판 태도와 관련해 "국민모독"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아사히TV는 지난 1999년 2월 다이옥신 오보 후 프로그램을 폐지했고, 니혼TV는 허위증언에 기초한 보도(2009년 3월)로 사장이 사퇴하고 보도국장이 경질됐다. 미국 CBS도 2004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군복무 의혹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자 선임부사장, 책임 PD, 부책임 PD 등 4명을 해임하는 등 방송윤리를 준수하는 책임을 보인 바 있다. 최 사무총장은 "MBC는 사과는 커녕 경영진만 문책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항변했다"며 "세계 유례없는 왜곡보도와 편파보도, 언론유린의 장본인은 바로 PD수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희재 주간미디어워치 대표는 "그간 MBC는 특정 정치세력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면서도 MBC 개혁 요구에 대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막아왔다"면서 "이번 검찰 수사 발표로 MBC 간판 프로그램인 PD수첩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정치적 목표를 갖고 조작 보도를 해왔다는 점이 드러나 MBC에 대한 개혁여론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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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서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개성공단 출입제한 및 직원억류, 서해상 긴장 조성 등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명분을 쌓기 위한 분위기 조성수단이었던 것입니다.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하며, 그것을 통해 흔들리는 체제에 대한 안정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이후 북한에 관련된 각종 합의와 선언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의 느슨한 안보자세와 땜질처방의 결과는 큰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당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지휘했던 사람들은 과연 뭐라 변명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동문서답으로 "한국 독재정치 타도"라는 발언들만 계속 할 것만 같아서 조금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5월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되어 있다고 말하며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확인해 주었고, 6월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확약해주었습니다. 정부는 5월 27일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선언하습니다. 그리고 여당은 2012년 미국에서 전시작전 통제권을 되찾아오기로 한 것에 대한 재검토를 정부 측에 공식 요구하였습니다.

당시 국제사회의 반응은 단호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 표현했고, 일본은 대북수출중단 등의 독자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도 이번에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었고, 러시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서 동북아 긴장고조행위라고 비판하였습니다.

6월 12일 기존의 UN안보리 결의안 1718호보다 강력한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하였습니다. 강화된 무기금수 및 수출통제, 화물검색, 금융제재 등을 핵심으로 하며 북한에 관한 제재가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 군함이 북한선적의 '강남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득 예전에 '강남집값' 때려잡자던 정부의 정책이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서 잠시 웃음지어 봅니다. 근원적인 처방은 아니지만 본보기와 겁주기라는 측면에서 비슷함이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동안 내부적, 외부적으로 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가와 관련된 분들은 아마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서 증시의 롤러코스터를 하도 많이 타서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겠지만, 주가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서 웃고 울던 시간들이 있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경제적 사건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어려움에도, 유라시아 동쪽의 반도 국가이자 분단국가인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한국 경제는 북한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2006년의 1차 핵실험 소식이 들려오자 주가는 투매를 부르면서 2.4% 하락했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덩달아서 엔화의 가치도 하락했습니다. 아시아 통화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이후 신흥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2009년 2차 핵실험 소식이 들여오자 역시 주가는 투매를 부르며 순식간에 100포인트 가까이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일 떨어진 폭을 만회했고, 다음날 2% 정도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위기와는 달리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실제로 2003년 북한의 NPT탈퇴 당시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반응은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러번 비슷한 위기를 겪은 만큼, 투자자들은 학습효과에 따라서 북핵리스크를 대처하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정학적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기업과 한국이라는 국가의 성장에 미치는 영항이 낮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고, 때문에 북핵 관련 위기가 이슈화되어도 그것이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외국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곳에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투자방식은 고수익을 좇아 다니는 경우도 있고, 안전자산을 선호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 나라의 기초체력에 있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은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있고,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회복 능력 또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기는 하지만 시장의 개방성이나 자본의 출입이 자유로운 점은 신흥국 중에서도 투자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항상 '만약'을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해외투자자들의 현실입니다. 만약 지금까지의 학습효과를 깰만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장기화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주 커집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경제이 있어서 북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는 한국의 펀터멘털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핵 관련 리스크가 터져도 투자금을 일시에 회수해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관련 사건이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깨고 극단적인 악재로 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충격을 줄 경우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직접적이고도 크게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어서 기업의 영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환율이 엄청난 급등락을 보일 경우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수출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외국인의 투자는 위축될 우려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논란이 장기화되고 북한의 반발이 거세져 연평해전과 같은 군사도발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며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정성은 커지고 아무리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해도 공포의 심리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우리의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핵억지력 보유를 위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북한에 대해서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 등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는 것 빼고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 한국은 불안감 실험을 하였고 지금까지는 자제력을 잘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다수의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면, 한국은 핵폭탄급의 불안감 실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던 분들, 조금이라고 위험성이 다가오십니까? 통일되면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이 우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 복잡한 통일의 과정은 생략한 체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민족의 신뢰를 이룬다는 장밋빛 전망을 말하고 쓰는 사람들은 모두 비현실적이고 감상적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도발에 대해서 한국은 냉정해야 하고, 깊은 자제력을 발휘해야합니다. 특히 핵폭탄급의 불안감이 한국경제를 뒤덮지 않게, 전방위적으로 기존의 학습효과를 강화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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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다는 일방적 구호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 주장
상대방과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의지는 없어
시민들에게 부담과 불편함을 느끼게 한 삭발 결의식

지난 18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노총, 여성연맹, 진보연대 등 많은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공동기자회견 및 삭발 결의식'이 열렸다. 이 날 결의식 내내 참가자들은 '배고파서 못살겠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최저임금 인상하고 최저생활 보장하라.' '생활임금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최저임금 삭감안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경기가 어려운 만큼 밑바닥 서민이 힘들어진다. 어려울수록 어려움을 끌어안고 베푸는 것이 부모 마음인데,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잘 사는 자식만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 최저임금이 생계유지수준은 되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발언으로 결의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민들 쓸 돈이 없으니 최저임금 높여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이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 불린다. 하지만 살리겠다는 경제는 부자경제일 뿐 서민경제는 아니다. 서민의 간 빼서 부자 살리겠다는 것은 오만방자함의 극치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내 놓던가, 최저임금을 높여라. 진보신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외쳤다. 이에 참가자들은 '이명박은 물러나고 최저임금 현실화하라!'라는 구호로 노 대표의 발언에 호응했다.

이곳에 참석한 한국진보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각 단체의 대표들 발언을 종합하면 "경제위기에 처해 있을수록 최저임금은 인상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이유는 저소비 문화, 즉 서민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인상은 소비증가에 중요한 것이고 사회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것은 정당한 요구이다."였다. 결의식 내내, 최저임금 삭감이나 동결을 이야기하는 기업과 중소기업은 파렴치하고 양심 없는 이들로 그려졌다. 그 누구의 발언에도, 긴 선전물 문구에도, 기업과 중소기업은 어떤 입장인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서민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인 외눈박이 요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226곳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을 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54.5%, 삭감해야 한다는 답변이 24.1%로 나타났다. 또한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 데 따른 대책으로는 40%가 '신규채용 축소’를 꼽았고 비정규직 활용 확대(30.3%), 해고(9.2%) 등으로 답변이 나왔다. 단순히 서민들이 쓸 돈이 없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한다는 포퓰리즘식의 요구는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인데도 무리한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분명 정당한 요구는 아니었다.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본 삭발 결의식, "불편함, 무서움"



기자회견 후, 4명의 대표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삭발 결의식이 계속됐다. 나란히 앉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삭발하는 모습에 결의식 참가자들은 숙연해졌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국회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 결의식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는 김정수(25)씨는 "잔잔하고 웅장한 노래를 틀어 놓고 삭발을 하고,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무섭게 느껴진다."라고 삭발결의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결의식이 진행된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은행 직원들도 "고객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결의식을 피해 다른 길로 오셨다는 분들도 있었다. 머리카락을 잘라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한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 생각도 한번쯤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적절한 소비가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쓸 돈이 없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높이라는 일방통행식의 포퓰리즘식 요구는 옳지 않다. 이들은 "경제위기가 최저 임금자들의 책임인가?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 투쟁하겠다."라고 하지만, 자신들의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경제위기가 최저 임금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쓸 것이 아니라,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이진주 / 대학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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