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업형 수퍼 즉, 대형마트의 동네 수퍼마켓 진출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동네 수퍼마켓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어려워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업형 수퍼를 규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대형할인점 등은 내수부진, 성장률 둔화,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속에서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며, 소비자들도 그로인해 다양하고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등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따라서 현재 입법예고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을 폐기하고,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는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동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3천㎡ 이상의 대규모 점포에만 적용되던 개설 등록제를 규모와 상관없이 대형업체의 모든 직영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중소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의 동네 슈퍼마켓 진출을 제한하려는 정책이다.

대형할인점 고용효과는 매우 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SSM) 입점으로 인해 동네상권이 피해를 입는다며 이를 막아 달라는 전국 상인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SSM 입점으로 중소유통업의 79%가 경영이 악화됐으며, SSM 입점 이후 소매업체의 평균 매출액이 34% 정도 감소됐다고 응답하였다. 2009년 4월 자영업자 수는 576만 5천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6만 7천명이 줄어들었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위의 통계는 WTO 체재 출범과 더불어 1996년 국내 유통산업이 개방된 이후 지속되어 온 유통산업 발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유통시장 개방 후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는 급격히 변해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등 중·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급락한 반면 대형할인점,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의 판매는 급성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005년에 발표한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의 판매액이 1996년부터 2004년 동안 약 780% 증가했으나 슈퍼마켓과 구멍가게의 매출액은 각각 19.4%, 12.0% 줄었다. 그 동안 대형할인점은 28개에서 275개로 10배 정도 늘어났으나 약 70만6천 개였던 종업원 4인 이하 영세 소매상은 약 8만 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대형할인점의 증가로 인한 고용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의 지난 6월 '유통, 신성장 동력이다’라는 기획취재에 의하면, 대형할인점이 한 곳 오픈할 때마다 점포직원 500∼600명 정도가 고용되며, 협력사 직원을 포함할 경우 평균 총 2,5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한다. 2008년 말 기준 현재 국내 대형할인점 수는 385개임을 고려할 때,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할인점이 상당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도 크게 변했다. 과거 근처 슈퍼마켓에서 주로 사던 식료품은 대형할인점에서 구매하게 됐고, 전자상가나 가구단지 등에서 구입하던 내구재 역시 대형할인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경제의 신성장 동력은 유통산업

한편 유통시장 개방과 더불어 유통산업의 성장기여도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006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에 대한 유통산업의 성장기여도는 유통시장 개방 이전의 7년 평균 성장기여율은 5.8%였다. 그러나 개방 이후 성장기여율은 7.5%로 약 1.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외환위기나 내수부진 등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장의 개방이 국내총생산에 대한 유통산업의 성장기여율을 높인 것이다.

이는 시장개방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 선진 유통기법의 도입, IT기술의 적용 확대, 업태 간 경쟁 심화, 경영 합리화 등으로 유통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향상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업태의 등장과 아울러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외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이러한 효율성 향상의 원동력이었다. 요컨대, 유통시장 진입규제의 철폐로 인한 경쟁의 심화가 유통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제성장을 촉진시켰다.

이처럼 국내 유통산업이 개방 이후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국내 다른 산업과 비교해 여전히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대한상의가 발간한 '유통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연구’에 따르면, 유통업의 노동생산성은 농림어업에 비해서는 높으나 전산업 평균의 54%, 제조업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그 향상 속도도 다른 산업에 비해 늦어 생산성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추세이다.

특히 국내 유통산업의 노동생산성은 구매력 평가지수 기준으로 일본의 34%, 미국의 29%, 프랑스의 34%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대한상의의 2009년 '소비활성화 방향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도 한국유통산업의 생산성 수준을 미국의 25.4%, 일본의 36.6%로 비슷하게 보고해 유통산업이 전반적인 경제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유통산업의 저생산성과 저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통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영업활동 등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한 개혁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유통산업에 새로운 진입장벽을 가져와 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유통서비스산업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경제의 중요한 산업이다. 이 산업은 2005년 현재 국내총생산의 6.2%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약 17%에 해당하는 248만 명이 종사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이다. 한국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만으로는 고용과 소득 창출에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유통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유통산업 발달,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유통산업은 과거의 단순한 내수 장치산업이기 보다는 글로벌 지식서비스업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그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큰 산업이다. 미래에도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Total Solution 또는 Total Care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업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의 최대 수혜자들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은 종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하락은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이 증가한 효과가 있다. 주어진 소득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수가 종전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질소득 증가는 임금인상 압력을 억제함으로써 제조업 경쟁력의 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규제완화로 인한 유통산업 발전이 가져올 이러한 경제 전체적인 편익은 중소상인들이 입게 될 폐해에 비해 클 것임을 유통개방의 경험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기존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이들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유통시장에 새로운 진입 규제를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 상권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업체와 대형마트 및 다양한 상점가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

김상호 /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저자소개: 김상호 교수는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호남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경제학, 계량경제학, 지역경제학, 문화경제학 등이며, 역서로는 '공공문제의 경제학(D. C. North, R. L. Miller 공저)’이 있다.



[논평]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소비자 선택권 해치는 반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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