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의 궁극적 목표는 특정 언론사 폐간, 정치적 목적을 가진 활동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 매체 선택권에 대해 사적인 영업활동 펼쳐
제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고 기업과 주주들에게 일방적 손실 끼쳐


지난 17일 오후2시 공정언론시민연대(이하 공언련)와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 그리고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 세 단체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신문광고주 불매,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세 단체 공동 주최로 '광고주 불매운동 대상 기업을 위한 피해구제센터’를 발족했다. 언소주의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조중동) 광고 기업 제품불매운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언소주의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운동 차원의 피해구제센터가 출범한 것이다. 구제 대상은 언소주의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은 광고사 및 기업이며, 사례접수를 한 피해기업은 법적 해결을 위한 도움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윤창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구제센터의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시장경제 위협하는 언소주

서울 정동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3층에서 진행된 '광고주 협박피해 구제센터’ 발족식에 이어 이들 시민단체는 '신문광고주 불매,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문명호 공동대표는 “시장 경제 질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떻게 해야 사회가 안정되고,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모색할 수 있느냐를 논의하기 위해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이재교(공언련 공동대표)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일률적으로 어떤 형태의 보이콧(집단적 거부운동)이냐에 따라서 합법과 위법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보이콧의 합법과 위법의 판단 여부는 보이콧의 목적, 방법의 적절성, 사회의 수용, 용인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언소주의 불매운동이 어떤 형태를 가졌느냐에 따라 일괄적인 법의 저촉은 취할 수 없음을 전제했다.

이 교수는 “광고주 불매운동을 살펴보면, 소비자운동의 일환이라는 언소주의 주장을 뒷받침 하지 못한다”며 “언소주의 전신은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카페이다. 폐간이라는 것은 적대적 입장을 전제한 것이며 불만 있는 기업을 도산시키겠다는 것을 소비자 운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운동? 광동제약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문제제기 없어

소비자운동은 기업의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어디가 불만이다,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언소주는 첫 번째 불매운동 대상이었던 광동제약에 이를 적시한 적이 없으므로 그 성격 자체는 정치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헌 시변 공동대표는 “신문의 어떤 논조가 맘에 들지 않고, 그 안의 경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광고주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불매운동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윤창현(바른사회 사무총장)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적 가치는 경제적 선택의 자유인데 이번 불매운동은 기업의 광고 매체의 선택이라는 고유한 권한을 침해한 활동이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윤 교수는 “언소주의 불매운동과 요구사항으로 해당 기업의 예기치 못한 광고비 지출이 야기됐다”며 이러한 행동은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음을 지적했다.

특정 신문의 광고 영업활동으로 전락한 언소주 활동

김이환 한국 광고주협회 상근 부회장은 “광고는 과학이다, 배급제가 아닌, 신중히 집행해야 할 성격을 띠고 있다”며, “신문 광고의 경우 신문의 발행부수, 구독률, 신문의 열독률과 구독자가 제품 소비자가 될 가능성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광고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 배정은 어느 시민단체, 권력, 어느 집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경제규모 세계 13위로 전 세계 광고 물량이 아시아 3위, 세계 10위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러한 행태(언소주의 불매운동)를 세계광고연맹에서도 주시하고 있다”며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이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인지에 대해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언소주의 활동은 특정신문의 사적 광고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불매운동이 공익을 추구하는지, 어떻게 공익을 발현하는지 어떤 정치적, 이념적, 공익적인 정당성을 살펴봐도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협박과 압박에 의한 사적인 광고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익’의 미명 아래 행해진 시장경제 교란행위

1시간 30여 분간에 걸친 이번 토론회에서 공언련 문명호 공동대표는 “언소주의 불매 활동은 시민운동이라는 미명하에 법적으로는 업무방해 등 현행법을 위반하고,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사회의 시장경제 질서를 부정하며 기업의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활동”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업은 노출대상과 비용 대 효과 극대화, 광고예산금액 등을 고려하여 기업에게 적합한 광고매체인지를 판단, 선택할 자유를 갖게 되어있다. 이번 피해구제센터 발족 및 관련 토론회는 '광동제약이 조선일보에의 광고를 중단하거나, 한겨레나 경향과 동등한 광고 집행을 할 때까지 불매운동에 들어가겠다’ (오마이뉴스 2009.6.8)고 하는 언소주의 광고 불매운동이 광고주의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한 행동으로 그 목적과 행동 방법이 옳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노유미 / 대학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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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욕설을 교묘히 비석 문양으로 넣은 만평은 충격적이었다. 원주시청 홍보지에 실린 이 만평은 지난 17일 한 시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식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내용의 만평을 거절당해 그리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에는 '살인마 리명박을 내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일명 진보단체들이 진행한 지난 6.10범국대민회에서는 대통령을 쥐로 묘사한 대학생 단체 유인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국가는 여러 가지 상징이 있다. 국기, 국가(國歌), 국화 등은 국가를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처럼 국가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국가원수다. 국왕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왕이 사회통합과 함께 상징적 역할을 한다. 일부 국가들은 수상과 대통령의 권한을 분리하여 대통령으로 국민통합에 힘쓰며 국가의 상징적 역할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한국, 미국, 대만과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국가원수가 정권 책임자, 행정부의 수반, 정파 지도자 등 1인 4역을 하고 있어 정쟁의 대상이 된다. 정치과정에서 정권책임자나 행정부의 수반을 비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치열한 공방전에서 대통령에게 화살과 총탄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의 한계와 함께 역대 대통령의 과오들 역시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데 큰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대통령 개인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대통령직을 오염시켰다. 혼란 속에서 건국을 이룬 이승만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로 정권을 연장하려다, 4.19의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내 놓았다.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을 통해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씻을 수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권위주의 문제와 비자금 문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의 비자금 문제, 타계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화시대 국가 역할이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는 한 개인에게 가장 단위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생활의 단위이다. 그렇기에 국가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국가의 핵심 상징 중 하나인 국가원수의 권위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의 권위를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일이다. 대통령직의 적절한 수행은 한국 사회와 국민들의 혼란을 정리해 주는 일이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인사에서도 청렴한 이를 능력 위주로 뽑아 지역주의·연고주의를 배격한다는 인상을 분명히 심어주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비판해야 한다. 나와 뜻이 맞지 않다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민선 대통령을 독재자라 부르며, 도를 넘어선 비난은 스스로 국가의 권위를 깎아 내래는 행위이다. 이는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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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인해 6.15 선언의 합의는 어긋났음에도 일방적인 주장 펼쳐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북한의 책임은 언급 하지 않아 객관적 시각 결여돼
북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선언에 대한 비판 없고 현 정권 규탄만 반복해

6.15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주최한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 범국민 실천대회’가 지난 14일 오후 2시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의 대표를 비롯해,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단체가 참가했다.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대회는 야 4당의 대표 축사와 사회단체 대표들의 발언, 남북화해 공동 호소문 낭독과 대국민 선언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연사들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 아래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위기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있다는 주장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선언 등에 대한 아무런 비판이 제기되지 않아, 편중된 대회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으로만 돌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현재 한국은 전쟁을 걱정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꿔야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 악화, 이산가족상봉 금지, 금강산 관광 금지, 개성공단의 문제들은 이명박 정권의 무능함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발언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통일의 길로 나가지 않고 있다”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철회를 촉구한다”고 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6․15 선언 미이행시 국제사회의 불신과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역시 “6․15, 10․4 선언은 헌법적 가치가 있고 특정 정책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와 10․4 선언을 바탕으로 한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대회 하루 전인 13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를 선언했다. 6․15 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1순위가 비핵화임을 남북 공동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작업 선언 등으로 6․15 선언의 기본 합의가 파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야 4당 대표들에게 찾을 수 없었다. 특히 6․15, 10․4 선언을 북한과 합의한 민주당은 당시 대북정책 대표자로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은 제기하지 않은 채 이를 이명박 정부 탓으로만 돌려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이 아니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 비난에는 박수를, 북한의 책임 말하면 비난일색

야 4당 대표 발언 이후 각 단체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으로 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마음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 달라”는 사회자의 자제 부탁이 무색하게 행사 참가자들의 고성이 오갔다.


대학생들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공동선언 이행 않는 한나라당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김덕룡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덕룡 대표의원의 발언을 저지했다. 김덕룡 대표의원은 끝까지 준비된 원고를 읽고 무대를 내려갔지만 참가자들의 더욱 큰 목소리로 방해해 연설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어 발언한 이석택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으며,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북한은 핵무기가 무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일환임을 기회가 될 때마다 발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북강경정책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발언 뒤에는 참가자들의 큰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대회에는 대학생 율동패와 노래패의 축하공연과 어린이 참가자들이 6.15 공동선언문을 낭독이 이어졌으면 행사 마지막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6.15 공동선언을 낭독하고 정부에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 이행 기간 선포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에 실효성은 의문

행사직후 주최 측은 장충체육관에서 을지로 훈련원 공원까지 거리행진을 계획했다. 약 400여명의 거리행진 참가자들이 모였으나 사전 경찰의 금지통고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주최 측은 “평화로운 거리 행진을 불허한 경찰의 태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기에 강력하게 규탄한다” 고 주장했다. 이후 참가자들이 장충체육관 밖에서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였지만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약 1시간 동안 구호와 대표 발언을 진행하였고, 경찰의 해산을 3차례 요구 후 자진해산 했다.

남측위원회는 이달 15일부터 10·4정상선언이 나오는 10월 4일까지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운동기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이행되지 않은 점과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점 그리고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점 등 남북관계의 경색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결여되었다. 또 현재 가시화 되고 있는 북한의 3대 세습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어 남측위원회의 활동이 전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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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자세

시민논객 2009. 7. 1. 13:37

정치인의 막말 세례가 자주 방송에 노출된다. 언젠가는 외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의회 문을 해머로 부수고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보도됐으며, 또 수염을 기르고 한복을 입은 국회의원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영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격한 몸싸움과 막말 파문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래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올바른 일도 아니고, 그래서 간과해서도 안될 문제이며, 게다가 외국에까지 보도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민망하고 창피한 일임이 명백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언젠가부터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는 싸움의 논리를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의도적으로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말투로 서로를 깎아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당에 대한 이미지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직시하지 못함이 안타깝다. 지긋지긋한 막말 공방과 몸싸움을 거듭하고, 급기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거나 단식 투쟁 등을 벌이면서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로 인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이 사회지도층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이를 둘러싼 파문, 한나라당 전여옥의원의 막말은 또 한번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였다. 하물며 누구의 말처럼 국민을 섬기겠다던 정치인들이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반말과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른바 공인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영국 의회 내에서는 상대 의원을 호칭할 때 '명예로운 ○○의원님'과 같이 반드시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에 큰 죄를 지었더라도 한국처럼 '변절의 원조' '악당' '부패분자' '위선자' '색깔이 의심스러운' 등의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의장이 즉각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이것조차 따르지 않으면 '감방행' 신세가 된다. 회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사당 시계탑(Big Ben) 지하감방에 갇혀 막말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13.5톤에 달하는 대형시계에서 나오는 굉음은 보통 고통스런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 형벌의 고통 때문에 1880년 찰스 브랜드로란 의원이 수감된 이래 이 규칙을 어긴 의원은 없다고 한다.1)

우리나라 옛말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말 많은 집에 장맛도 쓰다’ 등과 같이 옛부터 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런 속담을 통해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나 말은 사람의 직위와 나이에 따라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서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무엇이 다르겠냐는 말인가!

말은 내뱉는 순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대중앞에 서는 공인일수록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말과 독설로 인한 보도는 한국 사회의 저급한 정치문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품위와 격(格)을 갖춘 정치문화를 갖추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얻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일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가꿔왔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품위를 실추시키는 이런 행위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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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때문에 절망해야 했다"는 진보좌파
- 노 전 대통령 추모 아닌 반정부 시위 벌여 경찰과 일반시민 폭행해
- 시위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과 냉정한 평가 내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 하루 만에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등으로 구성된 '노동탄압분쇄 ·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었던 자리인 대한문 인근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 참가자가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에 불만을 품고 각목과 삽 등을 휘두르며 폴리스 라인을 침범해 경찰과의 충돌을 불렀다.

2500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4시 당초 시위 예정지였던 서울광장이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자 대한문 인근 차도를 점거하며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를 통제하는 경찰을 맹비난 하며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차도를 점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79개 전․의경을 동원한 경찰은 시위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폭력사태는 오후 7시께 발생했다. 시청광장으로 진입하려는 참가자 일부가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각목과 삽 등을 휘두르며 경찰과 맞서며 경찰버스를 파손한 것이다.

과격해진 시위대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 화환에 있던 대나무를 빼내 휘둘렀으며 경찰을 향해 돌과 물병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유리창은 깨지고 버스 안에 있던 일부 의경들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시위대는 시위 때문에 차량통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항의하며 경적을 울리는 일반 시민의 차량에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폭력사태는 경찰이 시위자 72명을 연행한 9시께 진정됐다.

노 전 대통령 추모보다 반정부 시위에 중점

이날 폭력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경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분향소를 치우고 서울광장을 폐쇄한 경찰이 시위대의 분노를 사 충돌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민의 공감을 얻으며 경찰과 정부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시위가 있던 시각 길을 가던 시민들도 이날 시위를 노 전 대통령 추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었다. 대한문 근처를 지나가던 A씨는 "경찰은 사람도 아니다"며 "어떻게 영정을 재빨리 치우고 시민들의 서울광장 추모를 막느냐"고 질타했다. 또 B씨는 "서울 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하는 게 통제받을 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시위는 노 전 대통령 추모보다 반정부 시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시위대 일부도 있었지만 이날 시위는 용산사태나 대한통운 박종태 씨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자 호소 외면한 노 전 대통령에게 사람들은 절망해야 했다"고 말한 시위대

시위가 노 전 대통령 추모와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날 시위대가 돌린 전단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러 전단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기보다 오히려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시위를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안타까움을 보이며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그가 서거 후 국민들 사이에서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던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단에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차악"이라고 규정하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즉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치를 실현하려 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과 미국눈치를 안보겠다는 소신 있는 모습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5․18학살의 책임자에게 명패를 던지며 책임을 묻던 그가 끝내 살벌한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을 봐야만 했으며 자신을 서민이라던 그가 노동자 농민의 호소를 외면할 때 사람들은 절망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또 "누군가는 참여정부 기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이 발전했다고도 하지만 한미 FTA, 비정규직확산법, 평택 군부대 투입 등으로 서민들은 끊임없이 곤궁한 삶에 허덕여야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까닭 그것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 돌아선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만약 이날 시위가 노 전 대통령 추모에 무게를 뒀다면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했던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 내내 노무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정확히 2년 전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07년 5월 한미FTA와 비정규직법 등으로 노무현 정부를 질타한 바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진보가 아니라고 여러 번 주장해왔다.

강필성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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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하고 지내니?”라는 말이 뼈저리게 가슴 아픈 이들이 있다. 소위 '백수’, '백조’라고 불리는 취업 준비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서 하루하루를 자신의 스펙 만들기에 투자하고, 어떤 이들은 공무원학원에 발을 돌린다. 치열한 경쟁자들과 시간, 정보와의 전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학원을 다니고, 스터디를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그 불확실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작은 희망 하나를 안고 그 빛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얼마 동안 이런 시기를 경험했었고, 이러한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 상실과 사회에 대한 불만족, 갈등을 조장한다.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으며, 사람마다 다양한 비용의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으로 치러야 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실업으로 인한 소득의 상실이 주된 비용일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화폐소득보다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역할수행의 성취감, 일상의 질서, 직장에서의 교제, 도전과 다양성 등의 상실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실업이 이러한 비용을 다 합쳐서 나타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 경제활동참가율이 사상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6.3%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 이상 19세 이하의 경우 6.5%, 20이상 24세 이하의 경우 50.1%로 나타났다. 청소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작성된 2002년 34.4%에서 2003년 34.3%, 2004년 34.8%, 2005년 33.3%, 2006년 30.2%, 2007년 28.1%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청소년 실업자는 전년 대비 1.4%(2000명) 감소했으며 청소년 취업자는 전년 대비 7.5%(11만4000명) 감소해 실업자보다 취업자 감소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실업률은 9.3%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15세 이상 19세 이하의 실업률은 10.2%, 20세 이상 24세 이하의 실업률은 9.2%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청소년이 졸업이나 학업 중단 이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개월로 전년과 같이 나타났다.

청소년 실업문제는 사실 꾸준히 제시되었던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지금처럼 경제구도가 고도화되면서 청소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인구가 감소하고, 현재의 전반적인 고용사정 악화로 인해 고용부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고학력자 공급의 증가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청소년 개개인은 눈높이를 맞춰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생 계층인 15~29세의 인구 증가로 비경제 활동 인구가 늘고 있는데다 고학력자의 증가로 청년층의 눈높이는 상승하는 반면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일자리, 괜찮은 일자리를 선호하면서 금융계나 서비스, 일반대기업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소위 3D업종이라고 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업의 채용문화가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원하는데 대학 졸업자의 업무 수행능력 미비로 기업들이 경력직을 채용하는 성향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대학시절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준비가 꾸준히 필요하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인턴 경험을 통해 즉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는 현재 비정규직보호법, 최저임금제와 같은 고용과 관련된 수많은 법과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의 고용 경직성을 높여 오히려 기업들의 고용을 막고 비정규직의 고용도 불안케 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및 고용관련 규제완화의 기반 위에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실현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실업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지속적인 청년실업의 증가는 사회적 역동성과 경제발전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진출 초기부터 왕성한 활동의욕이 꺾이고 주변 환경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수록 우리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손실은 엄청나다. 청년 실업문제는 이들의 실업자체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현재 청년들의 인적자원 실현을 요원하게 하여 그 동안의 사회적 비용을 사장시키는 데에 더욱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해제 정책이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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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다녀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며, 우리 사회의 분열이 초래되지 않길

차분하고 진지했다. 근조 배지를 달고 국화꽃을 든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늘어져 차례를 기다렸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 그럼에도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노란색 천막 안으로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고인의 영정 앞으로 헌화와 절이 계속됐다. 주변에서는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방송됐고, 유서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나붙었으며, 넋을 기리는 시민들의 글 자취들이 천에 담겨 흩날렸다. 5월 25일 덕수궁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의 모습이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사진은 서울에 마련된 덕수궁 앞 분향소 모습

한국 현대사의 슬픈 역사가 또 한 번 쓰였다. 지난 토요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뉴스를 연신 훑던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그가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영욕의 삶을 마감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기에 안타까움은 더하기만 하다.

오늘 찾은 서울 분향소에서는 그의 마지막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학생, 회사원, 주부, 어르신들까지 옷을 잘 갖춰입지 못했어도 나눠준 근조 배지를 가슴에 차고, 영정 앞까지 가는 길은 엄숙하기만 했다. 우려하던 전경과의 대치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편히 쉬세요. 대통령님의 꿈은 이제 산자의 꿈입니다’, '편히 쉬세요. 안녕히 가세요’, '힘들게 외롭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등 국민들이 남긴 메모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는 지 잘 보여준다.


분향소 앞에는 조문을 하려는 수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주변에선 조문객이 남긴 글띠가 흩날렸고,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유언들이 붙혀져 이목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을 전부 이해할 길은 없다. 다만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던 유언만이 그의 심적 상황을 헤아리게 한다. 최근 들어 잇따라 터진 측근과 형, 부인, 아들 등 가족들의 비리연루는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자존심의 저해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기에, 그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산 자들의 일은 무엇보다도 차분한 애도와 이후 사회적 안정을 위한 노력이다. 많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빈소 주변에서는 그러한 분열과 반목의 기미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듯하다. 일부 노사모 회원 등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팽개쳐졌고, 이회창 총재 등 몇몇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저지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충격과 비탄에 빠진 지지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는 것조차 막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현 정치인들이 앞장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매우 올바르지 못한 처사다. 김두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고 비난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원했던 결과가 이건가”라며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어떤 사람이건 고인의 죽음 앞에 가책과 슬픔이 없겠는가. 이는 생전에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정치인이었어도 마찬가지다. 한 생명의 엄숙한 죽음 앞에서 반목을 부추기고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고인의 생명마저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무례해 보인다. 이는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던 고인의 유언과도 배치된다.

깨끗한 지도자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제 전 국민의 진정 어린 애도 속에 차분하게 노 전 대통령을 보내야 할 때가 왔다. 고인의 장례식은 유가족과의 합의에 따라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29일이다. 남은 5일 동안 한국 현대사를 폭풍처럼 살아간 그의 행적을 기리자. 그리고 이 때 만큼은 반목과 갈등, 불신과 비난 모두 내려놓고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최대의 예우로 경건한 념(念)을 표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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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하는 학생들과 항의하는 단체의 대립으로 기자회견 잠시 중단돼
- 시국선언 교수들,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질문에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
- 양쪽 의견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나왔지만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관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 교수 124명을 대표하는 12명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날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일동 명의'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시국선언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의 격한 대립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있던 서울대 국제회의실에는 기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교수들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그 반대 입장에 있는 대한어버이연합 회원들도 함께 있었다. "화합은 다수가 선택한 정권과 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다수 의견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대한어버이연합 측의 질문을 시발점으로 대립이 일어났다. 이 질문에 서울대 교수 대표는 "여러 소수와 다수가 함께하는 것, 즉 시국선언과 같은 행동이 현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답했고, 이 말에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격앙되어 단상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교수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앉아라!"고 외치며 대립했다. 25분가량 정돈되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양 측의 팽팽한 대립은 계속됐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이후에야 다시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다.

구체적 내용 없는 시국선언

시국선언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대 교수 측은 "당초안보다 표현이 완화됐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오늘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정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에서 민심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정도일 뿐이다. 국정에 대한 충정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 날 발표된 시국선언문의 내용에는 '화합해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와 같은 문구로 일관해 단지 구호에 불과한 인상을 주었다.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한 시국선언

"시국선언 이후에 현 정부 반응 없으면 어떻게 할 예정인가?"란 질문에 서울대 최갑수 교수는 "국민적 화합을 이뤄내고, 국민과 소통하면 좋지만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길 바라진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정권에서 어느 정도로 시국선언을 받아들이길 바라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때 가봐야 안다.”, “심각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등 모호한 대답만 계속 반복하는 듯 보였다.

양 쪽 의견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는 서울대 교수들. 격한 대립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에서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양쪽 의견의 균형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진주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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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선배의 학업 개업식에서 오랜만에 사범대 선후배들을 만나게 됐다. 졸업한 지 어느 정도 지나서인지 다들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임용고사에 합격해 중학교에서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부터, 기간제 교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선배, 사립학교에 원서를 넣어 올해부터 근무하게 된 후배, 과외로 근근이 돈을 벌어 임용고사 공부 중인 후배, 학원 선생님으로의 전향을 결정한 선배까지 다양했다.

이렇게 모이니 먼저랄 것도 없이 오가는 화제는 당연히 '교육’이었다. 기간제로 학교에서 근무 중인 선배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콩나물 교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반 시내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그의 반은 38명 정도. 1990년대 말 반 학생수가 55명까지 육박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빽빽한 숫자라는 것이다. 질문을 한 명당 1분씩 받아도 수업시간이 끝나는데, 어떻게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발성을 유도하는 토론수업이 가능하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사립중학교에 들어갔다던 후배는 처음부터 담임을 맡더니 사회과목 수업을 주당 24시간을 한다고 했다. 국영수를 비롯한 주요과목 교사들의 주당 시수가 18-20시간인 걸 감안하면 꽤 많은 시간이다. 왜 수업을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었더니 학교가 교사를 더 뽑을 예산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수업시수가 월급의 양을 크게 좌우하는 것도 아니었다. 교사성과급제 운영 기준에 담임 유무, 수업시수 양, 주요 직책 여부 등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C등급을 받지 않는 이상 성과급에 큰 차이도 없다고 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 등은 기준에 없어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는 지에 대한 평가가 되지 않아 교사들의 가르침 욕구도 상승시키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량의 수업과 업무에도 인센티브가 없는 그녀가 과연 수업을 연구하고, 보충 자료를 만들 필요와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범대 출신들의 수다는 자연스럽게 교육 지원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400명이 넘는 중학교의 예산지원과 100여 명 안팎의 학교의 예산지원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교사 인력 수급이나 인프라 지원에 계속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시골 분교에는 최신식 교육 설비까지 지원하면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폐교되는 사례들이 생기면 그 설비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선배는 자신이 아는 실업계 고교에 기본적인 과학실험도구가 턱없이 부족한데, 해당 교육청에서는 지원비를 균등 분배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했다.

자질구레하게 이어지던 대화였지만, 일선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웃지 못 할 고민이자 교육의 현 모습이 아닐까 싶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제는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 마냥 흘려버릴 만한 수다에 그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현황은 일선 교사들의 불평이 현실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발간한 '2008 교육정책 분야별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중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34.7명으로 나타났다. 학급당 학생수가 20명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초등학교에만 해당하는 현실이다. 중학교 중에는 40명에 육박하는 학생수를 가진 학교도 많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학급당 평균학생수인 중학교 24.1명(2007년 기준)보다는 여전히 높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월등히 많고 중학교와 일반계고 절반 이상이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자료집에 따르면, 초등교원 확보율은 100.4%로 정원 초과 상태지만 중등교원 확보율은 80.3%다. 이것도 평균이어서 그렇지, 울산, 경기, 대전, 충북 등은 70%에 머물렀다. 중고교 일선학교에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평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교과부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이유를 들어 교원 증원에 소극적이다.

그렇다고 교사들에게 가르침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대가가 주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교사가 있음에도 월급의 차이는 없으니, 열심히 하려는 교사에게는 더욱 피로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지난해 최고 30%에서 50%까지 확대하기로 한 교과부의 결정은 옳은 방향이다.

여기에 성과급 지급 기준 내용을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원평가와 맞물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정도 등을 적용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직책의 고하, 담임 선택 유무 등으로만 적용되는 성과급의 안이한 판단 기준을 바꿔내고 교사들의 가르침 욕구를 증대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교과부는 이달 말 대대적인 '학교 자율화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거기에는 학교 현장을 자율화하기 위한 교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핵심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학교장이 수업 시수를 20% 선에서 자율 조정할 수 있으며, 교사의 전입 요청권도 가진다. 박사학위 소지자 등 교원자격증 없이도 채용 가능한 교사의 범위가 확대된다. 이 모두는 국가 통제 하에 두었던 학교교육을 개방해 학교마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진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것이다.

이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학교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을 경우,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실 환경의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학교 자율화 진행시 균등 분배로 교육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학업성취도와 특성화 면에서 우수한 면을 보이는 학교에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은 인륜지대계라고 했다. 그동안의 교육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것에는 교육 제도의 변화를 꾀할 뿐, 실제 교육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먼저 바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 나라의 교육의 분위기를 바꿔내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작업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교육개혁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 일선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과 현실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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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지지했거나 반대했던 사람들 모두들 많이 놀랐을 것이다. 한창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때문에 연일 매스컴에 얼굴을 드러낸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서거 직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수사를 종결했다. 당사자가 사망했으니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가족들까지도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한다. 이것으로 직접적으로든 가족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진실로 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알 길은 영영 없어졌다.

하지만 왜 그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투성이다. 그는 왜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검찰의 책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가 아무리 강압적이었다고 한들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품상 거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 평생을 투쟁의 선봉에 섰던 사람에게 검찰 조사가 자살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명예를 가장 훼손하는 말일 것이다.

언론을 탓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내내 소위 보수언론이라 불리는 신문사들과 싸워왔다. 신문이 아무리 비판해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밀어붙였던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책임을 몇몇 언론사에 돌리는 것은 역시 그의 성품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뇌물수수가 사실로 드러나 법적인 처벌은 물론 자신의 명성에 상처를 입을 것이 두려워서였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무엘 존슨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치 않는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기보다는 자신에 관한 백 가지의 거짓말이 토로되는 것을 바란다.’고 했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물론 결과적으로 진실은 감춰졌고 온갖 추측과 유언비어만이 난무하고 있지만.

하지만 이렇게 진실이 감추어짐으로써 한 가지 가치만은 지켜질지도 모른다. 나는 바로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라 믿는다. 그가 한평생 가장 중요시 했던 가치인 '도덕성’ 말이다. 그에게 '도덕성’은 정치인의 본질이었다. '도덕성’이라는 기반이 없었다면 트레이드마크인 '권위주의 타파’나 '지역주의 타파’도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그가 지키고자 한 '도덕성’은 결코 자신의 '도덕성’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덕성’ 그 자체였다. 설사 자신에게 죄가 있고 그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도덕성’이라는 가치만 지킬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정면 돌파를 선택했을 것이다. '나 인간 노무현은 도덕적이다.’는 사실 보다는 '정치인에게 도덕성은 생명이다.’는 명제를 지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더 소중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죄가 있다고 밝혀졌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이 가치는 손상되었을 것이다. '도덕성’의 상징이었던 노무현의 몰락은 곧 대중에게 '정치인에게 도덕성은 허구다.’는 인식을 주고 이것이 그에게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고 치명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한 작가가 아직 살아 있을 때는 우리는 그의 가장 못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하고, 그가 죽으면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그를 평가한다.’는 사무엘 존슨의 말처럼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그의 허물을 잊고 용서했다. 대통령으로서 실패한 정책은 물론 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도 특별한 관심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작품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자살이라는 선택은 그릇된 것이다. 그의 정치적 이상을 옹호하거나 대통령 재임시절 정책들에 대해 칭찬할 마음도 없다. 분명 그는 이념적 색채가 불분명한 준비가 덜 된 대통령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던진 대부분의 승부수는 파격적이었지만 잘못된 것이었고 따라서 실패했다. 마지막 승부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대통령 노무현을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단 그가 남긴 가장 뛰어난 작품 하나만은 기억하자. 이왕이면 그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함으로써 지켰으면 좋았을 가치, 하지만 결국 죽음으로서밖에 지킬 수 없었던 가치를 말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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