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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운 | 2010-11-08 | 조회수 : 439
포스코가 지난 달 노사합의하에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변경안에 따르면, 포스코는 정년이 최고 4년 연장되고, 정년 연장은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한다. 정년 연장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현재 세계적인 현안문제로 떠올라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계 일각과 노동계가 '60세 정년 법제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추진하려는 '60세 정년 법제화’는 노동시장만 경직시키게 될 것이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은 2008년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등급이 141개국 가운데 128위(독일은 129위)로,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된 나라다. 

정책이란 묘한 것이다. 한 때 빛을 받던 정책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빛을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OECD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회원국들에게 권고했던 '조기퇴직’이 어느 해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경우가 그러하다.

OECD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의 하나로 줄곧 조기퇴직(earlier retirement)을 권고하다가 2002년에 들어와 갑자기 후기퇴직(later retirement)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이유로 OECD는 고령화시대의 고용대책을 내세웠다. OECD 전망에 따르면, 2005~2020년간 OECD 회원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평균 고령화 비율은 13.0%에서 17.7%로 증가하게 된다. (같은 기간 한국은 9.0%에서 15.1%로 증가하여 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비율 증가가 가장 빠른 나라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OECD는 “고령사회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많은 OECD 회원국들이 최근 조기퇴직 정책을 바꿔 고령근로자의 노동참여를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령근로자의 고용대책은 현재 세계적인 현안문제다.

포스코는 숙련공 확보 위해 정년 연장

포스코는 지난 10월 27일부터 3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을 놓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가한 전 직원의 71.5%가 변경안에 찬성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내년 1월 1일부터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의 변경안은 그 내용이 의미가 있어 이를 정리한다.

첫째, 포스코 직원들의 정년은 현행 56세에서 58세로 연장되고, 58세 이후에는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한 희망직원은 2년간 더 재채용된다. 포스코는 정년이 최고 4년 연장되는 셈이다.

둘째, 포스코는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 포스코의 변경안에 따르면, 정년 연장 첫 해에는 정년 연장 직전 기본임금의 90%, 둘째 해에는 80%, 그리고 재채용 2년 동안에는 60% 수준의 임금이 주어진다.

셋째, 앞으로 52세부터는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연공급임금제)을 없애되, 기존직원에 대해서는 56세까지 신임금체계에 따른 불이익은 받지 않게 한다.

그러면 포스코는 왜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을 도입했는가? 그것은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착공 등 해외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숙련공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회사측과, 임금을 덜 받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근로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포스코의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변경안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변경안은 포스코 내에서 '노․사 간 자발적 합의’에 의해 얻어진 것이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포스코는 앞으로 52세부터는 연공급 임금제의 문제점인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숙련공 확보 차원에서 '정년을 연장하고,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기존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선한 것’은 용기 있고, 잘한 일로 평가된다.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바람직

고령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00만여 명의 퇴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이들의 고용 연장은 현실적인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은 일본이 이미 1994년 정년을 60세로 늘렸고, 이어 2004년에는 65세 고용을 의무화했다는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이미 2006년경부터 도입되었다. 대한전선은 2006년 1월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같은 해 국민은행은 '은행원의 실제 정년은 58세이지만 사실상 50세가 넘으면 대부분 퇴직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0년의 경우 한전은 포스코에 앞서 지난 7월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고,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정년 연장은 한국감정원,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연공급임금제 아래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임금피크제에서는 인건비가 절감되어 나이 든 직원들의 고용 연장이 어렵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노조의 고수로 연공급임금제를 폐기처분할 수 없어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5년 10월 임금피크제 확대 실시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고령화시대의 고용대책으로 고령근로자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는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 고용보험기금 107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위해 정년 연장

외국은 고령근로자 고용대책과 공적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3년 여름 사상 처음으로 근로자들의 의무 근로기간을 70세로 규정한 새로운 정년퇴직제 도입을 발표했다. 종전까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년퇴직제를 운영해왔고, 60세 퇴직이 일반적이었다. 이 법이 도입된다면 영국 근로자들은 70세까지 일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연금 수령액이 대폭 삭감된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정년 연장안은 고령화시대를 대비하면서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프랑스 정부는 2003년 5월 이후 공적연금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개혁안을 발표해 왔다. 최근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을 단호하게 추진해오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법정퇴직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2세로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또 조기퇴직연금 수급연령은 62세로, 완전연금은 65에서 67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연금개혁안은 지난 10월 22일 상원을 통과했다. 프랑스 정부의 정년 연장안은 고령화시대에 고용대책을 마련하면서 역시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청년층은 연금 개혁안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청년층은 정년 연장으로 자기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이 17%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년층의 반대는 이해가 간다.

정계 일각과 한국노총은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

국내외 정년 연장 확산 추세에 발맞춰 한나라당 강성천 의원과 한국노총이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강성천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생산인구 감소, 고숙련 노동력 부족으로 기업경쟁력 저하,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비용 증가, 공적연금 재정부실 등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1)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숙련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정년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0세 정년 법제화’를 내세우고 이를 추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의 정년연장 주장은 매우 타당해 보이나,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는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하나 빠져 있다.

'알맹이 없는’ 60세 정년 법제화는 노동시장만 경직시켜

한국은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대표적으로 빠르게 경직되어 온 나라다. 캐나다의 프레이저연구원이 평가하여 발표해 온 '경제자유지수’가 이를 말해준다. 경제자유지수는 작게는 40여개의 항목을 대상으로, 크게는 '정부 규모, 법 구조와 재산권 보호, 통화정책, 자유무역, 신용․노동․기업규제’ 5개 항목을 대상으로, '경제자유에 관한 국가의 제도와 정책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왔는가’를 평가한다. 여기에서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를 이야기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는 6개 항목(최저임금제, 채용 및 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제도)을 대상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 따르면, 그 등급이 한국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점점 하락하여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에는 127개국 가운데 81위를 나타냈고, 그 후 계속 하락하여 (자료상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1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그 등급이 141개국 가운데 128위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해 독일은 129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2)한국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2000~2008년간 58위에서 128위로 크게 악화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고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고용보호’에서, 정규직의 경우 한국은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60세 정년 법제화’ 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강성천 의원과 한국노총의 '60세 정년 법제화’ 주장에는 임금 유연화 방안이 없다. 한국기업은 그동안 연공급 임금체계로 인해 임금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년 연장을 위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것이다. 노동계가 지금까지 고수해 온 것처럼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60세 정년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되고 말 것이다. 정년 연장을 위해 임금피크제가 뒷받침하는 경우에도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스코의 경우 '앞으로 52세부터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52세부터’가 아니라 호봉 승급체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면, 연공급임금체계는 능력 위주의 임금체계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된 채 정년 연장이 법제화된다면 고령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년 연장이 될 것이다. 그 결과 고령근로자 일자리는 오히려 사라지고 말 것이다.

둘째, '60세 정년 법제화’ 주장에는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이 없다. OECD가 2002년 이전까지 회원국들에게 조기퇴직을 권고한 것은 청년 실업 감소를 감안한 고용유연화 방안이었다. 그런데 청년 실업 해소보다 고령근로자의 고용대책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OECD가 조기퇴직에서 후기퇴직으로 선회한 것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 법제화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는 청년실업대책도 함께 마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청년들도 프랑스 청년들처럼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또 한국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법 개정은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한국에서 정년 연장은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노동시장 유연화라고 하는 '알맹이 있는’ 정년 연장 법제화가 추진되는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경제학

저자소개: 필자 박동운은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장경제 관련 저서를 30여 권 출간했고, 정년 후에도 저서 집필에 정열을 쏟아오고 있다.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FKI미디어, 2004)는 정치가들을 위한 구조개혁 교과서이고,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FKI미디어, 2009)은 시장경제 시각에서 성경을 본 독창적인 저서다.


1) OECD, OECD Employment outlook, 2002.
2) 참고로 2008년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한 129위부터 141위까지의 나라를 차례로 쓴다: 독일, 브라질, 기니아 비소, 이집트, 모로코, 볼리비아, 파라과이, 토고, 모잠비크, 베네수엘라, 앙골라, 니제르, 미얀마(등급 표시 없음).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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