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안번호 1808651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


중계방송권, 특히 스포츠 등의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 간의 갈등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최문순 의원 등 16명의 국회의원이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법률안은 중계방송권과 관련이 없는 내용도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중계방송권과 관련한 것이다. 중계방송권과 관련한 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의 총 계약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안 제76조 제3항). 둘째, 중계방송권의 판매 또는 구매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 또는 중계방송권을 부당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안 제76조의3제1항). 요컨대 개정법률안은 중계방송권의 판매를 강제하고 중계방송권 판매금액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은 허구


중계방송권의 판매를 강제하고 판매금액의 상한을 제한하는 법률안의 근저에는 `일반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는 논리가 있다. 과연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이 타당한 것인가? 다시 말하면 권리로서 시청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보편적 시청권이 권리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의 보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그런 권리가 오히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게 된다.


신문사가 종이로 된 신문(최근에는 전자신문)을 매체로 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신문사가 신문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신문사의 재산일 뿐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가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날짜가 한참 지난’ 신문은 소비자가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고(폐지로는 판매할 수 있다) 다른 신문사가 만든 신문은 자신의 신문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어떤 신문사가 매일 매일의 신문을 판매하는 것은 그것이 그 신문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경우도 신문과 큰 차이가 없다. 방송사가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파를 이용해야 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전달하기 위한 특정 전파는 그 전파를 발사한 방송사의 자산이다. 그러므로 방송사는 그 전파를 팔 수 있다. 이 점에서 방송사의 전파는 신문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근래에는 모든 전파가 `유선 또는 케이블’로 전달되고 소비자는 유선 또는 케이블을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도시 거주 지역의 대부분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유선 또는 케이블의 사용 대가를 방송의 광고 또는 홈쇼핑의 광고 등에서 상당 부분 충당한다는 점에서 미국 등과 약간 다르다고 하겠다. 그리고 유선 또는 케이블을 이용하여 전파를 수신하는 경우에도 TV 단말기 등과 같은 전파 수신 장치는 전파 소비자가 보유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제작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나 방송사는 광고를 판매하여 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 그러나 이 점이 신문과 전파가 신문사와 방송사의 자산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광고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증대시키는 것이다(물론 사기 광고가 없지는 않지만 예외라고 보는 것이 옳다).


특정 전파는 그 전파를 발사한 방송사의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은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방송사의 자산을 구매할 때만이 전파를 잡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권이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전파는 그 전파를 발사한 방송사의 자산이고, 그 자산의 보유와 이용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파와 관련한 재산권이 발달한다. 방송사의 자산인 전파에 대하여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는 것은 타인의 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방송과 유사한 신문에는 `구독권’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제 시청권이라는 개념은 방송 관련 규제자가 방송사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장치임을 알 수 있다(물론 이 점은 좀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시청권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사의 행위를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든 규제하면 방송사와 방송의 수요자인 일반 국민 간에 소득재분배가 일어나고 방송사와 방송사 간에도 소득배분배가 일어날 수 있다. 즉 보편적 시청권은 방송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념으로서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을 토대로 중계방송권의 판매를 강제하고 중계방송권 판매금액의 상한을 제시한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이론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청권이라는 잘못 만들어진 권리는 다양한 소득재분배를 초래하기 때문에 방송사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가격 상승을 통한 국부 유출 주장은 중상주의 시각


단독중계가 가격을 높일 것인가? 모든 방송사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창구를 마련하여 공급자와 협상하는 경우와 여러 방송사들이 경쟁하여 계약을 따내고자 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가 전자에 비해 중계료 즉 중계권의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코리아 풀’을 결성하여 협상하는 경우에 스포츠와 같은 행사 중계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각각 하나인 경우가 된다. 이 경우에는 공급자가 받고자 하는 최대 가격과 수요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최소 가격의 사이에서 두 당사자의 협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공급자는 하나이지만 수요자가 다수일 때(우리의 경우 3사)는 수요자 간의 경쟁으로 가격이 전자의 경우에 비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경우가 되더라도 국부 유출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각 자의 목적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시장 원리이고 그에 따른 결과는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중상주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국부 유출을 이유로 단독 중계를 비난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는 잘못된 것이다.


단독중계와 달리 코리아 풀을 결성하는 경우에 각 방송사는 비용은 적게 들지만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풀을 결성하는 것이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풀에 참가할 것인가 또는 단독중계를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각 방송사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의 이익을 내세워 풀을 강제하거나 단독중계를 비난할 수는 없다. 경제 용어로 말하면, 풀의 결성이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런 풀의 결성은 일종의 `카르텔’(cartel)이라고 하겠다. 소위 자발적 카르텔인 것이다. 자발적 카르텔에 참여할 것인가 여부는 각자의 이익과 비용에 의존할 것이다.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카르텔에 참여할 것이고 반대인 경우에 카르텔은 붕괴하고 단독중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풀을 강제하는 경우는 비자발적 카르텔이고 그것은 독점으로서 각종 폐해를 유발한다.


사회통합 기능의 약화?


단독중계가 사회통합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방송 커버리지가 낮은 방송사가 단독중계를 할 경우에 시청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지역의 주민을 중계방송 시청에서 제외함으로써 위화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6월15일자 해명자료를 보면 문제가 된 방송사의 가시청 가구 비율은 약 95%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통계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비록 약간의 난시청 가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통합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민영 방송사의 설립 목적은 이윤이고 국공영 방송사의 설립 목적은 이윤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고 그 중의 하나가 사회통합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방송사의 방송 내용 자체가 사회를 분열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사실 방송 내용에 비하면 난시청 가구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과 같은 저렴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난시청 가구는 사회통합이라는 차원에서 더더욱 중요성이 작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공영 방송사도 난시청 지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방송사가 단독중계를 하든지 여러 방송사가 풀을 경성하여 중계를 하든지 상관없이 사회통합의 약화는 크게 염려할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컨대 한 방송사의 단독중계가 사회통합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계약 자유의 원칙 부인은 사회주의


자본주의는 자산의 사적 소유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만약 자산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되 계약 자유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제도를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전파를 자산으로 인정하여 매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에 제안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부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사회주의’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주의는 앞에서 보듯이 각종 소득재분배를 초래한다. 사회주의는 다른 문제도 만들어낸다.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로 인한 비효율과 낭비, 부정부패 등이다. 자산의 사적 소유를 인정한다면 계약 자유의 원칙도 인정하는 것이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주지하듯이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위에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방송사 설립 규제 철폐로 독점 제거해야


정부가 국내외 행사에 대한 중계권의 계약에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방송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은 사실상 허구이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악영향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권리라는 관점에서 기초가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그런 법률안은 방송사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주의를 요한다. 단독중계권이라는 개념은 옳지만 독점중계권이라는 용어는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독점중계권이라는 용어는 불필요하게 비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방송사업은 정부의 허가사항이라는 점에서 독점이고 각 방송사는 독점자이다. 그러므로 방송을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독점에 따르는 폐해를 없앨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독중계권은 자체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방송사 자체가 정부의 허가에 의해 존폐가 결정되는 한에 있어서는 방송사는 독점이득을 누리고 국민은 독점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방송중계권과 관련한 계약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방송사의 설립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여 독점을 제거함으로써 방송과 관련한 국민의 이익을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 전용덕 (대구대학교 교수ㆍ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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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화요일, 이날 회의는 구제역 발생 및 방역 추진 상황, 이상기온에 따른 재해 대책, 쌀 수급안정 대책에 대한 보고와 그에 따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해당 소관위원들의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이낙연 위원장(민주당)이 이계진 위원 대신에 같은 당 소속 김성수 위원을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에 대하여 해당 위원들의 이의 없이 가결됨에 따라 선임을 선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회의가 시작 되었다.

※ 회의 진행당시 이계진 위원(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임.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앞서 말한 3가지 사안에 대한 간략한 보고와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식품산업정책실장의 주요현안 보고가 이어졌다. 보고완료 후 본격적으로 위원들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정범구 위원(민주당)은 냉해 이상기후 대책발표의 집계 상황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국무회의에서의 장 장관의 적극적이지 못한 소극적인 회의진행과 단순 발표에만 그치는 국무회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분양 아파트 문제 못지않게 농업문제도 중요한 문제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그는 정부의 능동적이지 못한 대처법과 적은 재해복구비용을 언급하며 “우리정부에서 이런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정말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입니다.”라고 말하며, 정부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는 이어 방역소독의 예산지원에 있어서도 관리지역과 경계지역의 비용부담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경계지역은 관리지역의 1/20 밖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장 장관은 관리지역에서 주변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집중적인 관리가 이뤄짐에 따라 이 같은 지원의 차이가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정된 재원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 확산을 우선적으로 막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였다.

계속해서 정 위원은 구제역 살처분의 보상기준에 대해 그 기준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니냐며, 보상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 하였으나, 장 장관은 전문가들에 의해 측정된 보상제도이므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다음으로 여상규 위원(한나라당)의 질의가 시작되었다. 여 위원은 구제역의 감염경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를 시작으로 한∙중∙일에서 동일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각 국가와 연계하여 국경검역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질의하였다. 장 장관은 여 위원의 의견에 동의했으며, 전산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여 위원은 이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에 따른 농가들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실질적인 보상 논의가 이루어 져야한다며, 어업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질의하였다. 장 장관은 어업분야에 있어서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현황이 현재는 보고된 것이 없다고 하였다.

여 위원은 다음으로 쌀 공급량 초과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쌀 가격이 하락하는 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조하며,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 세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질의를 마쳤다.

다음으로 정해걸 위원(한나라당)의 질의가 이어졌다. 정 위원은 쌀 보상에 관한 홍보미흡과 보상기준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보상받을 수 있는 대체작물의 종류가 극히 제한적이고 제한된 작물마저 생산비 단가가 맞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구제역에 대해서는 “우리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임이 없어지는 것. 어떻게 연구소에 그게 일어날 수 있냐”며 조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면세유에 대해서도 인상된 가격과 관련 “20%이상 면세유가 올라간 이 마당에 (시설채소작목들의 난방시설을)가동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지원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하였다. 또한 정부의 보조와 관련해서 “융자가 보조로 좀 바뀔 수 있는 과감한 방법은 없을 것인가 그것도 한번 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농가지원금)3467억 원 중 보조금은 248억, 나머지는 융자, 결국 농가부채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보조금 정책의 개편을 요구하였다.

강기갑 위원(민주노동당)은 구제역 관련 방역청 신설과 예산확보를 강조하였으며, 구제역 발병으로 인한 사료구매자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쌀 가격, 수매와 관련하여 “산 위에 있는 바위가 굴러 내려오기 시작하면 그것을 막기는 몇 배의 힘이 필요한 거에요. 굴러내려 오기 전에 더 내려오지 않도록 보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쌀 10만t 수매에 추가로 10만t 수매결정을 한 것과 관련, 왜 20만t 을 한 번에 하지 않았느냐며, 가격하락이후에 쌀 수매를 진행한 것이 부당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또한, 냉‧습해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자연재해는 국가가 보상해야한다.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였다.

장 장관은 농작물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상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의 문제가 아니고, 각 농민들이 보험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강 위원은 “농업, 농촌, 농민 부분이 자연재해로 이렇게 크게 피해를 보고 제일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번 냉해 입어서 다른 분야에 재해 본 분야가 있습니까? 없잖아요. 농업만 지금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반박하였다. 또한, 농업 분야의 보조가 적다며, “최저가격제가 보장이 안 되고 이러다 보니까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다. 농업 부분에 대해서도 위기가 오고 있다”고 말하였다.

유성엽 위원(무소속) 은 “쌀 문제해결(대안은) 졸속이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라고 말하며, 대체작물의 종자마련에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음을 강조하며, 쌀 문제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대체작물전환 제도를 비판하였다. 그는 이어서 “미국에서 밀가루를 갖다가 태평양에다가 푼다‘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중략)차라리 태평양에다가 갖다 뿌릴 용의 없습니까, 한 30만t을? 북한에도 하여튼 못 주겠다, 그럴 바에야 근본적으로 아예 태평양에 갖다 뿌리면 어떻게 되느냐 이거에요, 퍼서? 물고기라도 좀 먹고살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 이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강조하였다.

류근찬 위원(자유선진당)은 구제역 문제에 있어서 발생경로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방역체계에 대해 비판하고, 앞서 여러 위원들이 지적했던 자연재해의 피해보상문제에 대해서 보상문제가 미흡하다며, “농협의 보상기준이 매우 낮아 실제 피해액의 6-70%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꾸 농민들이 앉아버티기로 차라리 이럴 바에는 살처분 안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하며 보상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강석호 위원(한나라당)은 농가 지원에 대해서 “자기 돈을 투자해 가지고 하는 3차 산업 같으면 부도가 나면 싹 잊어버리고 또 다른 데로 갑니다. 다른 산업으로 편입이 되는데, 우리 1차산업인 농업은 이제까지 안 그랬단 말이지요. 슈퍼마켓 하는 사람이 자기 부도났다고 해 가지고 정부에다가 ‘나 부도났으니까 돈 내놔라’ 할 겁니까? 안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며, 그동안의 농가지원 정책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배숙 위원(민주당)은 구제역 초기 홍보방법이 미진하였음을 지적하고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단순히 보상뿐만 아니고 어떤 주의의무를 잘못한 데 대한 배상 문제가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적절한 보상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김성수 위원(한나라당)은 “지방의 신용사업이 안 되는 지역은 이 RPC 때문에 농협이 모두 다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지금 쌀 재고량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쉽게 관리하고 이런 비용을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저는 보는데”라고 말하며 역시 지원문제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김 위원의 질의에서는 장 장관이 파악하고 있는 자료와 김 위원의 자료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농민신문 기사의 내용과 장 장관의 자료가 일치하지 않은 것인데, 정확한 자료조사를 기초로 회의에 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정해진 위원들의 질의 응답을 마친 후 강기갑 위원의 추가질의가 이뤄졌다. 강 위원은 농민들의 재해에 관한 피해보상 문제를 재차 강조하며, 보상책마련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오늘 회의는 농업인들이 처한 실상과 그리고 특정문제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국정의 방향을 논하는 이런 자리에서 장관과 위원들이 서로 상이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생산적인 회의가 아닌 해당 기관장을 고의적으로 욕보이게 만들기 위한 공격적인 발언들에 대해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모든 위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보상이 미흡하니 보상을 더 확대해 달라’는 한 마디 말로 축약할 수 있을 듯하다. 손쉽고 포퓰리즘적인 방법인 보상확대도 그렇거니와 쌀을 태평양에 갖다 뿌려서 물고기라도 먹게 하는 것이 어떠하냐는 대목에서는 이게 과연 우리 농업과 농가가 처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인지 강한 회의가 들었다. ▌

이상화 /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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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적 책임성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설명한 세계적인 민주화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of democratization) 이후 민주주의 정치의 주요 화두는 정치적 책임성(political accountability)이다. 정치적 책임성이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유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가 국민에 대해서 지는 책임성도 의미한다. 나아가 권력획득을 실천하는 중요한 행위자로서 정당이 국민에게 지는 책임성도 포함된다.

1987년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 한국정치가 나아가야할 궁극적 지향점은 정치적 책임성의 확보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화 이후 ‘두 번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며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하여 시민문화의 정착이 국민의 몫이라면, 정치인의 몫은 정치적 책임성의 확보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국회와 정당이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성은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국회의원의 책임에 대한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가 많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에는 국회의원이 1순위로 뽑힌다. 그 이유는 정년이 없고, 사무실 있고, 자동차 제공되고, 비서도 있으며,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법률제정권에 국회 내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 범죄를 저질렀어도 회기 중 불구속이 기본인 막강한 권력의 직업이다. 반면에 선거운동 기간 2주 고생하고 4년을 목에 힘주고 지낼 수 있는 효율성에 대비하여 책임도 없는 직업이다. 또 최근에는 “세금만 많이 쓰고 가장 쓸모없는 국가 기관은?”에 대한 답 역시 국회 내지는 국회의원이다. 이러한 국회와 국회의원 관련 농담의 핵심은 권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정치적 책임성의 미비이다.

국회와 더불어 정당들의 행태 또한 무책임하기는 대동소이하다.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책임성을 잊은 행동은 기록이 필요할 정도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당내(黨內)의 합의조차도 이루지 못하고 중진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결론은 ‘합의할 마음 전혀 없음’이다. 4대강 사업은 정부만 애타게 ‘해야 한다’를 외치고 있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또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당 지도부의 수장은 수습 대책도 없이 사표 던지고 바로 남아공 월드컵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에게 책임 정당의 대표라는 직함이 무색하다. 선거를 총지휘한 선거대책본부장 역시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선거 패배의 반성이나 자숙도 없이 패배 2주도 채 안되어 자신의 정치 방식 실천을 위하여 당대표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선거에 패배하면 책임은 모두 대통령과 청와대의 것이고, 승리하면 자신의 전략으로 승리한 것이 되니 편리한 사고의 정치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行政)은 정부의 책임이고, 선거(選擧)는 정당이 책임진다는 역할 분담은 중요하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 역시 지방선거 패배로 사퇴했다가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했다.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패배한 정당에게 패배의 정치적 책임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정치적 책임성과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의무와 책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소속된 상임위원회 활동과 법안을 제의하고, 예·결산 심의하고 예산안을 확정 짓는 일이다. 하지만 법안 심의와 관련하여 상정된 법안에 대하여 얼마나 잘 알고 토의하고, 투표를 하는지 모르겠다. 흔히들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예산은 꿰고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는 액수가 커서 기억도 하지 못하는 사정이다. 국회의 정치적 책임성의 확보는 시급하고 중요하다.

국회의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운영 역시 정치적 책임성을 언급하기 힘들다. 18대 국회는 16개 상임위원회와 2개의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임위원회는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위원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의 2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앞의 특별위원회는 상설(常設, standing)의 성격을 가진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이고 한시적인 특별위원회(ad hoc special committee)는 별도로 만들어 진다.

국회 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상임위원회가 맡아보는 안건 이외의 특정 사건이나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심사하여 처리하는 위원회이다. 국회법 제44조는 특별위원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가 만들어 활동 중인 특별위원회는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 국제경기대회개최 및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세계박람회지원 특별위원회, 사법제도개혁 특별위원회, 일자리 만들기 특별위원회, 독도영토수호대책 특별위원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등 총 8개가 있다. 최근 국회에서 만들어 활동 중인 특별위원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위원회 활동이 정치적 책임성을 가지지도, 운영이 효율적이지도 않다. 한시적인 조직이다 보니 책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운영이 시스템화 되지 못하고, 소속 의원들의 책임감 역시 찾기 힘들다.

책임성을 확보하는 특위 운영 개선

이렇게 사회적으로 무슨 일만 생기면 만드는 이런 저런 이름의 국회 특별위원회는 여론을 의식하여 급조한 한시적 특별위원회(ad hoc committee)가 대부분이다. 여야가 구성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위원장과 갑자기 배정된 위원들의 전문성은 별로 없고, 한 목소리 내고 싶은 목소리 큰 의원들 중심으로 구성되기 쉽다. 전문성이 떨어짐은 특별위원회에 위원들을 중복 배정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세계박람회 특별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 특별위원회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와 사법제도 개혁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차명진 의원은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와 세계박람회지원 특별위원회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다. 행정체제개편과 세계박람회 지원의 연관성 역시 찾기 힘들다. 정진섭 의원은 일자리 만들기 특별위원회와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일자리 만들기와 천안함 침몰 등 국회의원의 관심이 다양하다고 해야 할지 뭐든지 하는 전공 없는 의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갑원 의원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와 세계박람회지원 특별위원회에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사법제도개혁 특별위원회와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지만 원래 상임위원회는 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와 국제경기대회개최 및 유지지원 특별위원회 소속이면서 동시에 상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회 소속이다. 그래도 국제경기대회와 문화체육관광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특위 중복 배정의 문제는 의원으로 하여금 전력투구 하지 못하게 하고, 아울러 정치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다는 데 있다.

특별위원회 운영도 문제인 것이 준비만 하고 회의 한번 제대로 안하는 특별위원회가 대다수이다. 17대 국회에서 독도특위는 8개월간 회의를 단 한차례 했다. 17대 국회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구성한 특위가 24개였고, 그 후 유야무야 되어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활동을 안 해도 위원장에게 월982만원씩 지급됐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동아일보』, 2008년 9월 4일). 활동은 없어도 배정된 운영 예산은 꼬박꼬박 챙겨가는 비효율성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규제개혁 특별위원회’도 ‘일자리 만들기 특별위원회’도 국회가 나서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대국민용 전시성 위원회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특위 구성이 이뤄진 뒤 회의를 연 것은 한 두 번에 불과하고 활동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현실이다. 결국 ‘국회 특위=무위도식=무책임’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나아가 특별히 국회가 다루어야할 사안도 아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특별위원회”나 “독도영토수호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외교적 사안을 국회의원들이 여론에 편승하여 해결하려 든다면, 국가간 갈등만 증폭되고 진정한 외교적 해결이 요원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위인 만큼 그에 걸 맞는 기본적인 운영 절차가 갖추어져야 한다. 위원장 선정과 위원수 배정 등 특위 구성으로 여야가 다투고, 회의 날짜로 다투고, 회의 열고나서는 장관 다그치기에 열중해서는 특위 운영도 효율적이고 책임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특위에 배정된 의원들이 비전문가이다 보니 회의를 해도 장관 출석시켜 야단치고,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 베끼기가 주(主)가 되기도 한다. 효율성도 떨어지고 전문성도 없는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남발하면서, 국회가 마치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듯 여론 눈치보기성 특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마구잡이 특위보다는 전문성과 지속성을 갖추고 전문위원의 행정지원도 받을 수 있는 상임위원회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라는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기 보다는 국방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고, 독도영토수호대책 특별위원회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세련되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독도특위 위원들이 2009년 6월 2일 네덜란드 왕립도서관을 방문하여 독도관련 고지도와 문헌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특위 위원들이 독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 연구자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이다. 전문성의 측면에서 볼 때 국회 특위 위원들의 예산 낭비 전시성 행사이다.

마지막으로 특위로 활동할 것이 아니라 상설위원회(standing committee)로서 상임위원회가 되어야 하는 예산안·결산 심의를 위한 기구가 아직도 예산·결산 특별위원회로 존속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결산 심의는 특위로 운영하지 말고 상임위원회로 운영되어야 할 중차대한 국회의 업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예·결산 심사를 위하여 상설특위인 예결특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임위원회로 해야 할 것은 특위로 하고, 중복적이기 때문에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사안을 국민 여론이라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특위를 만들어 예산만 낭비하는 국회 위원회 제도의 비효율성과 무책임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정치적 책임성과 효율성을 주문한다. ▌

김인영 / 한림대학교 교수, 정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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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개정의 필요성

오는 7월 1일부터 야간 집회가 전면 허용될 것 같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9월 24일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규정(제10조)에 대하여 집회허가 금지 및 과잉금지원칙 위배 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오는 6월 30일까지만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었다. 그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에서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될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다. 6월 30일이 지나면 야간집회를 금지한 법조항이 효력을 상실함으로써 밤 12시든 새벽2,3시든 언제나 야간집회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헌재 결정 이후 한나라당은 현행법에 “해가 진 후 또는 해가 뜨기 전”으로 되어 있는 야간집회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였고, 민주당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을 아예 삭제하되 주거지역, 학교, 국회의사당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밤 12시-다음 날 오전 6시로 제한하자고 주장하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이 야간집회는 물론 야간시위에 대한 제한을 전면 폐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야간집회·시위의 제한 필요성

헌재가 야간 집회에 대하여 일체의 제한을 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위헌의견도 “집회의 자유는 다수인이 집단적 행태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공공의 질서 내지 법적 평화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어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일정범위내 제한은 불가피할 것인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 이외의 방법으로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였다.

“옥외집회는 그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 법적 평화 및 타인의 평온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야간이라는 특수한 시간적 상황은 시민들의 평온이 더욱더 요청되는 시간대이고, 집회참가자 입장에서도 주간보다 감성적으로 민감해져 자제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행정관서 입장에서도 야간옥외집회는 질서를 유지시키기가 어렵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재판관들의 의견이다. 야간집회는 주간집회보다 질서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주간집회에 비하여 제한의 폭이 더 커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 제한 방법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시간을 설정하자는 것임에 반해, 민주당은 시간제한은 철폐하고 다만 집회 장소․소음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는데, 민주노동당은 여기에 야간집회는 물론 야간시위에 대한 시간제한까지 철폐하자면서 장소제한은 주간의 집회·시위와 동일하게 규정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야간 시위에 대한 제한을 모두 철폐하여 주간 시위와 동일하게 장소 등을 제한하면 충분하다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을 살펴보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법률안 제안이유에서 야간집회는 허용하고 야간시위를 금지하면, 야간에 한 장소에 머무르면서 집회를 하면 적법하고, 몇 발짝 걷기 시작하면 불법이 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 장소에 머무르면서 집회를 하면 적법하고, 몇 발짝 걷기 시작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 과연 “웃지 못 할 일”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집회와 시위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와 움직이는 경우 공공질서의 위험 측면에서 명백한 차이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위협의 정도도 결코 같지 않다. 시위(示威)는 글자 그대로 다수인이 위세(威)를 보여(示)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행위다. 이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에 강제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므로 시위는 집회보다 공공의 안녕을 해칠 위험성이 더 큰 것이다.

그리고 합법적인 집회의 참가자들이 몇 발짝 움직이는 작은 차이로 인하여 불법이 된다 해서 기이하다고 볼 일이 아니다. 위법과 합법은 아주 사소한 차이로 인하여 갈리는 일이 흔하다. 예컨대, 아무리 합법적인 시위라 하더라도 시위참가자가 경찰의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을 반 발짝만 넘으면 즉시 위법하게 된다. 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위세를 보이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법적인 평가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야간 집회·시위의 장소를 제한하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밀착되어 있는 등 주거지역과 다른 지역을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다. 가게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적지 않고, 상업지역이라 하더라도 주거지역이 거리상 그렇게 멀지 않기 때문에 상업지역에서의 집회·시위의 영향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심각한 소음피해로 인한 수면방해와 불안감 고조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야간에는 다른 소음이 적기 때문에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피해가 주간보다 훨씬 크다. 더욱이 인간은 심리상 같은 소란스러움이라도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야간에 더 불안감을 느낀다. 셋째, 또한, 야간에는 주간보다 신분은폐는 용이한 반면, 불법행위 채증은 곤란하여 불법 집회시위로 변질될 가능성 훨씬 커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광우병촛불시위시 55회의 폭력시위 중 46회가 밤10시 이후 발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12시가 넘은 심야나 이른 새벽에 시위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헌재는 “우리 사회 대다수의 직장과 학교는 그 근무 및 학업 시간대를 오전 8~9시부터 오후 5~6시까지로 하고 있어 평일 위 시간대에는 개인적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 (중략) … 직장인들과 학생은 사실상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게 되어,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거나 명목상의 것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야간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면 밤10나 11시까지 시위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것 아닐까?

더욱이 시위는 일반시민에게 시위참가자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라 부른다. 그러면 사람들이 대부분 잠자리에 드는 밤 1, 2시에 시위를 해서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문제다. 심야시위가 효과를 거두려면, 잠자는 사람들을 깨워서라도 참가자들의 주장을 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일반시민의 안녕과 평화에 대한 희생을 전제로 할 때 심야 시위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는 일반시민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

OECD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법질서지수는 OECD 30개국 중 27위라 한다. 2007년 100만 명당 집회 건수가 서울 736건, 홍콩 548건, 워싱턴 207건, 파리 186건, 도쿄 59건이고,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집회·시위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전·의경이 2005년 993명, 2006년 817명, 2007년 302명, 2008년 577명, 2009년 510명에 이르니 최하위를 면한 것이 다행일 정도다.

야간시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다. 그런데 만약 야간집회·시위가 무제한 허용될 경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야간에는 어둠 때문에 집회·시위참가자들이 일탈하고픈 유혹을 더 느낀다는 사실은 심리학자의 말을 빌 필요도 없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경찰은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시위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자 체포를 자제하고 범법자를 촬영하였다가 추후 체포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하는데, 야간집회·시위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쓰기 어렵다. 폭력적인 야간집회·시위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야간집회·시위의 허용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부패, 선거부정, 치안 등 여러 부문에서 나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집회·시위에서는 그러한 기미가 없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하면 연상되는 것 중의 하나가 거리에 화염병이 나뒹굴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파업농성하는 장면이라 할 정도로 폭력시위는 한국사회의 ‘전통’인데, 이러한 부정적 전통이 단절될 기미가 없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집회·시위문화의 수준이다. 민주화이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 참담한 수준이다. 매년 수백 명의 경찰관이 시위현장에서 다치고, 경찰병원에는 이들 경찰관들이 넘쳐나고 있다면 이를 과연 정상적인 사회에서의 시위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일 지경이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질서의 조화

야간집회·시위에 대하여 제한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고, 제한하자는 사람들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내세운다. 어느 쪽이나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까?

헌법상 보장되는 모든 기본권은 한계가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도 물론 그렇다. 그 한계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질서의 조화에서 찾아야 한다. 공공질서를 내세워서 조금이라도 질서에 위협이 되면 집회·시위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집회시위가 공공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질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의 시위문화에서 야간시위를 무제한 허용하자는 것은 선진화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야간에 걸핏하면 시위가 벌어지는 사회에서 안정을 기대할 수 없고, 그러니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는 물론 국내자본의 장기투자를 꿈꾸기도 어렵다. 세계시장에서 ‘시위공화국’의 자동차가 ‘쿨하다’고 여겨질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나라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가 환상을 주기도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값싸고 품질 좋은 것만으로는 선진화될 수 없다. 제품에 고급 이미지를 입혀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될 수 있는데, 시위공화국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우리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라도 시위공화국으로부터 탈피해야만 하는 이유다.

결국, 타협점은 야간시위 허용하되 그 시간을 제한하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야간집회를 허용하되 일반시민이 불안에 떨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 즉 밤 몇 시 이후의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조화점이 될 것이다. 그 시각은 밤10시가 될 수도 있고, 밤12시가 될 수도 있겠다. 여・야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한다. ▌

이재교 / 변호사, 시대정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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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제 3차 국방위원회에 대한 小考 -

2010년 4월, 국정의 화두는 단연 지난 3월 26일 침몰한 ‘천안함’ 사건이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규명과 군의 총체적 쇄신을 통한 ‘국가 안보 위기’ 대처가 연일 여론에 회자되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제3차 국방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에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단장 등 군수뇌부가 출석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규명, 군의 초동대처 등 천안함 사건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와 강도 높은 질타 및 그에 대한 답변과 설명이 이어졌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의 개의선언과 입법조사관의 보고로 회의는 시작되었다.

유승민 의원(한나라당)은 함정 재질과 다른 금속 성분의 발견과 관련하여 폭발원인이 어뢰인지, 과연 북한의 소행인지에 대하여 질의하였다.

김영우 의원(한나라당)은 “안보환경이 불완전한 시점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은 자주권·자존심의 문제가 아닌 생존권의 문제”이므로 “전시 작전권 전환 시기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성 의원(한나라당)은 ‘국방개혁 2020’의 재편과, 잠수정․특수전부대 등 다각도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였다.

안규백 의원(민주당)은 천안함이 버블제트로 인한 침몰이라는 견해에 의혹을 제기하며 침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였다.

김옥이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고 당일 합참차장은 휴가중이었고, 합참의장은 대전 교육사 포럼에 참석하여, 정위치에 지휘공백이 생기지 않았느냐”며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 공백 문제를 언급하였다.

김장수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은 국민들에게 안보의 중요성과 호국 상무 정신을 함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며 “군은 냉철하게 군 자체와 군 대비태세를 리뷰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이진삼 의원(자유선진당)은 “영결식 때 평택(해군2함대)에 갔더니 군대가 옛날 같지 않다”며 “기본자세가 안되어 있다. 교통정리도 못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을 못봤다. 경례 하나 절도 있게 하는 장군이 한명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세계에 중계되는데 장군들 자세가 그래서 되겠느냐? 장교부터 군인 기본자세를 다시 갖춰야 한다. 출근하기 전에 거울보고 (경례)연습하고 출근하라 해라”고 질타했다. 또 이 의원은 국회에 출석한 군인들의 군번줄 미착용을 문제삼았다.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이하 출석한 장교들에게 “군번줄 맨 사람 손들어보라”며 “자세를 간부부터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위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도 군번줄 논란을 이어갔다. 위원장은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장성들은 원래 군번줄을 안합니까?”라며 재차 물었고, 이에 장관은 “군번줄은 전시에 필요하며, 평시에 국회 질의에 나오면서 군번줄을 달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진삼 의원은 “국방장관이 정신나갔구만! 군복을 입고 군번줄을 안맨단 말이야?”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학송 위원장도 “군번줄은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안보태세를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이 부분도 검토할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김정 의원(미래희망연대)은 한반도의 안보와 관련하여 “군사적 대응에 대비한 주변국과의 협력강화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중국과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군과 북한군과의 종합전력을 비교하면 어떤가?” 등 실질적인 군사운영 측면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서종표 의원(민주당)은 최근 군 내부의 사건사고와 관련하여 그 원인을 ‘고위관료중 병역면제자가 많다’, ‘정부 초기 통일과 안보를 담당하는 통일부 폐지 주장’. ‘롯데월드 건립 승인’, ‘정부의 언론통제’ 등 현 정부의 ‘안보 매너리즘’을 비판했다.

심대평 의원(국민중심연합)은 “명명백백한 원인규명과 후속조치의 수위결정을 통해서 정부 특히 군과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국민 신뢰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무성 의원(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다. 북은 이런 장난을 또 할 것이 분명하다. 실지로 전쟁상태가 되었을 때 합창의장에 49분, 장관에게 52분 늦게 보고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끔찍하다.”며 메뉴얼대로 처리되지 않은 보고체계의 문제점과 주적개념 삭제에 따른 근본적인 군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한 두 차례씩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후속대책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후 김학송 위원장의 산회 선포로 위원회는 종료되었다. 회의 말미, 전시작전권 통제의 문제 및 천안함 침몰주체를 북한으로 규정한 위원장의 발언과, 만에 하나 북한이 아닐 경우 국제사회에 제기될 비난을 우려한 안규식 의원 사이의 고성이 오갔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회의였다. 여·야 의원을 비롯, 회의에 참석한 군관계자 모두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국민적 초유의 사태의 해결과 향후 대책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출석한 군관계자들에 대한 질타·비판을 넘어, 힐난조로 무시하거나 반말을 하며 사적인 관계를 언급하는 일부 의원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공적 영역에서,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참관하는 국방위원회에서, 군의 수뇌부를 반말로 대하는 태도는 옳지 않아 보였다. 군 선배란 이유로, 연장자라는 이유로, 공적인 자리에서 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향후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법안을 입안하거나, 출석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민을 대리하여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이다. 국회의원이 의원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출석한 관계자들을 존중하고 동등한 지위에서 건전한 토론, 성숙한 의식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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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금) 밤,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해군 천안함의 침몰은 우리 정부나 해군에게 초유의 사태였다. 전에 있었던 북한 잠수함의 동해 침투와 교전사건(1996, 1999)이나 서해 NLL 인근에서의 남북 해군간의 해상전투사건(1998, 2002, 2007) 등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북한에 의한 도발로 추정은 되었지만 공격자를 규명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수행된 비밀공격이었고 즉각 규명되지도 않은 사건이다. 따라서 3.26 천안함격침 사건의 초기 성격은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을 목표로 했던 아웅산 폭파사건이나 서울올림픽(1988)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자행된 대규모 테러였던 1987년 말의 KAL기 폭파사건과 유사했다.

군함이 공격받아 격침된 초유의 사건에 대한 우리 국회와 정당의 인식과 대처방식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주권 위임기관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보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들은 하나같이 정부에 대한 비난에 모든 목표를 맞췄다. 누가 우리를 공격하고 대규모 희생을 만들어 냈느냐는 것은 뒷전이었다. 대정부 공격의 첫째 방식은 정부와 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정부 및 반군(反軍)적 공격이었다. 민주당은 사건 이틀만에 “청와대와 군의 응급상황과 국가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의심된다”는 성명부터 발표했고, 민주노동당도 “군 당국의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며, “구조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고 비판하였다.

2001년 9・11 테러 때, 미국에서 보여준 의회의 역할이나 외부의 군사공격에 대한 모든 나라에서 펼쳐지는 단합과 공동된 대처는 찾기 어려웠다. 민주당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정부와 군당국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장막을 치고,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해서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가하는 강한 의구심마저 제기된다”며 비판에 나섰고,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국방부의 자체적인 분석과 원인규명 및 대책을 지켜보겠지만,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며 아예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군의 원인 규명이나 대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표부터 하였다. 국민 대표기관이자 원내 제2당부터가 천안함이 공격받은 것을 계기로 국론단합과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기는커녕 오히려 반정부와 반군적 정서를 확대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임했던 것이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일찍이 4월 2일부터 천안함사건을 정부와 군의 ‘조작’으로 몰고 갔다. 그는 “정부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실종 군인가족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사고에 의한 침몰을 알고 있는 해군이 “사고를 북의 도발로 몰고 가려"고 의심한다며 그것은 ‘매우 위험한 조작 시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의 어뢰공격이 확실해진 5월 17일에도 방송에 나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협박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을 공격하였다. 그러면서 어뢰공격이라는 것이 근거도 없다며, 만약 천안함사건이 북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정부와 군의 책임이라고 이적(利敵)적・적반하장적인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조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군사비밀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구조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와 군을 대상으로 대처의 문제점을 따지겠다며 진상조사위원회부터 발족시킬 것부터 요구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사건 나흘만인 3월 30일 “정부와 군 당국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민주당도 4월 2일 “정보를 통제하고 상황 자체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 너무 역력하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북의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공격받은 해군을 피의자로서 조사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더구나 모든 증거와 상황에서 북의 공격이 명백해지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추천한 조사위원은 천안함 침몰이 “미군 측 군함과의 충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선동하고 있다. 군합동조사단의 일원이 된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은 천안함이 피격 침몰이 아닌 좌초된 것이었고 그냥 있었으면 됐는데 후진하여 빠져나오려다 생긴 2차 충격으로 침몰된 것이라고 각종 매체를 통해 거짓 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격적 조사이전부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은 NLL 인근의 해군 함정 침몰에도 북한 관련성이 없다는 예단을 근거로 시종일관 우리 군의 문제 때문에 침몰했다는 방향으로 몰아가며 국민 선동에 치중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외부에 의한 공격가능성을 배제하고 암초 충돌이나 피로 파괴 등의 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였다. 북한이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며 북한을 옹호하고 오히려 동맹국인 미국의 오폭 가능성으로까지 몰고 나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건 나흘만인 3월 30일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북한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것은 “국민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관을 몰아붙이며 비난하였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어뢰가 아니라 암초 충돌이나 피로파괴, 또는 이들의 복합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개입 가능성을 배제시키라고 요구하였다. 민주노동당도 “남・북간 군사충돌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여지를 조금이라도 두는 한 …(중략) 남북관계 악화마저 초래”된다며 그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을 걱정하였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북한이 했을 리가 없다면서 북한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대해 그것이 과연 제정신이냐는 식이었고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 해도 그것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식이었다.

비록 자유선진당이 가장 먼저 북한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언급하고 한나라당도 침몰의 원인에 대해서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머지 정당들은 ‘북한=무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 정부와 군의 잘못에 의한 사고’로 확정해놓고 정부와 군을 공격 비난하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미국의 핵잠수함에 의해 우리 천안함이 피격된 것은 아니냐며 오히려 미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확대시켰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10・4선언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북한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공격한 북한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없었다. 오히려 대규모 대북지원을 합의한 10・4 선언을 지키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였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어뢰나 기뢰에 의한 침몰은 마치 ‘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진보 내지 좌파적 정당의 조급증과 군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에 따른 대중들의 무책임한 여론은 주어진 절차와 법규를 무시하도록 요구했다. UDT 특수전 부대의 전설로 불리던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많은 인원들이 무리하게 작업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희생되었듯 일부 정당들의 선동된 요구에 떠밀려 작전에 투입되었고, 한 준위의 산화를 가져왔다. 특히 민주당 등은 암호화된 북한의 전파체계를 수집하는 교신일지 일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군사기밀을 공개하지 못하는 정부가 사건을 조작하고 감추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게 선동하고자 하였다. 심지어 생존장병 기자회견 후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내용도 천편일률적이고, 심지어 유가족들도 짜 맞추기라고 하고 있고, 그 내용을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고, 같은 당인 이강래 전 원내대표는 “어딘가 짜 맞춘 듯한 기자회견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 지금 군이 자꾸 ‘무언가를 가리고 숨기고 상황을 짜 맞추고 있구나’라고 모든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며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 및 군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부추겼다.

국민들이 확인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지도자들과 정당은 오히려 그런 내용을 두둔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며 정부를 공격하고 다른 한편으론 북한을 옹호하였다. 정부와 군이 ‘한・미합동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오폭사고일 가능성’을 언급한 잘못된 기사에 대해 정부와 군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하자,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군과 정부당국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과도한 발상’이라며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허위 유언비어를 옹호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천안함 사건을 접하면서 또 가리고, 덮고, 은폐시키려고 하는 일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임의대로 해석하여 거론하며 정부차원의 왜곡과 조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의혹을 확대하고 부풀리기를 시도하였다.

특히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은 천안함 사건을 6.2 지방자치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시도로 규정짓기도 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김정일 정권을 심판하자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냉전주의 세력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발상을 하는 것이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안타깝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남북관계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지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하였다. 아예 천안함 사건을 선거용 조작사건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도 천안함 침몰을 “북한 관련 사건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것은 천안함 사고를 6.2 지방선거에서 호재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하였다. 우리 해군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나 호전적 위협세력인 북한에 대한 일체의 비판과 문제제기는 없이 모든 사안을 오직 우리 정부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방향을 설정해놓고 몰아갔던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우리 안보체계의 문제점을 일깨워줬다. 대응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수 있고,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외부공격에 의한 군함 침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우리 정당의 상당수는 사실과 근거에 의해 국론을 모으고 정부를 지원하기 보다는 사회분열을 부추기고 반정부투쟁을 선동하는 것으로 일관하였다. 중대 국가 안보사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구조작업과 원인 규명과 관련하여 대표기관인 국회와 정당은 초당적 협력과 대처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국회와 정당은 각종 유언비어와 반정부 및 반군적 비난을 만들어내는 진원지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정당은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군을 불신하게 만들고, 군의 정상적 활동을 막으며 각종 의혹과 추측을 재생산하는 역할에 치중하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석과 평가로 건전한 여론을 형성시키고 국민의 의지를 모아야할 국회와 정당이 국론분열과 반정부투쟁의 선두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사회적 사건만 발생하면 그것을 반정부투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한국사회의 전형적 현상이기도 하다. 과학과 증거도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오직 북한을 옹호하고 한국 정부를 공격할 수 있다면 모든 억지와 거짓도 천연덕스럽게 강변했고 다수 언론은 그것을 받아 국민에게 알리며 확대・증폭시켰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죽는다는 한・미FTA 협상 반대 ‘촛불시위’나, 단순사건을 반정부 및 반미사태로 이끌고 간 2002년의 효순・미선사건도 마찬가지다. 1987년 KAL기 테러폭발사건을 한국정부의 자작극으로 몰며 수도 없이 재조사에 나섰던 것이나, 용산재개발에서의 방화사건을 경찰과 정부 잘못으로 몰아간 사건 등도 동일한 범주의 사건들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사건을 반정부사건으로 점화시키려는 세력이 있다. 그 본산중의 하나가 소위 민주가치와 진보가치를 옹호한다는 정당이며 그들이 활동하는 국회인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체제와 맞서고 있고 그 전체주의로부터 항상 군사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회이자 정치적 선전 전략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 체제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해 강하게 영향 받는 사회란 사실을 되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국회와 정당이 더 이상 그런 세력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교훈을 가져다준 사건이기도 했다.

김광동 /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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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제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과 관련하여 논쟁이 뜨겁다.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실정법을 위반했느냐가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이런 논쟁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 국가공무원법, 정당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현행 관련법은 공무원은 정당,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것, 그리고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는데 공무원도 그 같은 정치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공무원도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은 일반시민들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은 좌우로 갈라져 있다. 우파는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은 일정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좌파는 그런 제한을 풀어서 일반시민과 동등하게 정치적 자유를 누릴 것을 요구한다. 무엇이 옳은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공무원으로 구성된 관료시스템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범주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료시스템과 공무원의 존재

공무원은 국가의 관료시스템을 구성한다. 공무원은 사익추구가 아니라 공익추구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헌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관료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말한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주어진 국가목표를 위한 성실한 직무수행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막스 베버(M. Weber)의 고전적인 관료이론의 전제이다. 그러나 뷰캐넌(J. M. Buchanan) 등의 공공선택론이 또렷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 전제는 낭만적이다. 누구나 행동동기는 이타심보다 이기심이다. 관료라고 이기심이 덜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어떤 시민도 가질 수 없는 권리이다. 이 같은 강제는 음식점의 위생검열과 같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관료적인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과 결부되어 있다.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공무원들의 재화와 서비스 공급은 독점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등을 돌린다는 허쉬만(A. Hirschman)이 말하는 탈출(exit) 가능성이 없다. 이에 반하여 시장의 공급은 대체재가 많고 매우 경쟁적이다. 이와 같이 공무원은 강제권과 독점적 공급에서 일반 시민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계층적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 사이의 관계와 다르다. 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이고 자생적이다. 그래서 하이에크(F. A. Hayek)는 시장사회를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라고 말한다. 그들의 관계를 안내하는 것이 사법(private law)이고 그들의 관계는 사법관계이다.

그런데 관료시스템은 계층적 조직으로서 공무원의 신분관계는 공법적이다. 수직적 관계이기 때문에 관료시스템의 구성원들은 명령-복종관계이다. 그래서 관료시스템의 행동은 집단적이다.

관료시스템의 정치적 영향: 큰 정부 작은 시장

헌법 제7조와 국가공무원법이 전제하는 고전적인 관료이론은 현대사회에서 관료의 정치적 영향을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그것은 두 가지 전제에서 출발한다. 첫째로 국가관료는 국민의 봉사자라는 전제이다. 이는 관료는 사심을 버리고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이라는 낭만적인 관료관(官僚觀)이다. 두 번째 전제는 관료는 주어진 국가목표를 성실히 수행하는 자로서 그 국가목표의 형성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7조는 그 두 가지 전제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 보장을 도출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같은 관료이론은 직업공무원으로 구성된 관료시스템 자체가 가진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오늘날 공공정책에 대한 집단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당, 이익단체, 관료집단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관료집단이다. 이 집단이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공무원들은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 그들의 관심은 예산 감소가 아니라 그 증가이다. 큰 정부-작은 시장이 이익추구에 부합한다. 그들은 이 같은 선호를 가지고 정치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현행 정당법이나 국가공무원법 등과 같이 공무원의 정당가입・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도 공무원들의 정치적 영향은 대단히 크고 그래서 헌법이 말하는 정치적 중립이란 의미가 없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로 공무원들은 유권자인 시민으로서 직접 투표에 참가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정치적 선호는 큰 정부이다. 다른 유권자 그룹과 비교할 때 관료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각별하다. 공무원들의 투표참여 비율이 다른 유권자 그룹보다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료는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회의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료는 의회의 감시 통제로부터 독립된 매우 폭넓은 의사결정영역이 있다. 더구나 관료가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독점공급이다. 시장에서와 같은 경쟁이 없다. 그래서 시민들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매우 크다. 이 같은 독점영역에서 공무원들은 공공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개별적인 관심을 추구한다.

이 모든 것은 공공선택에 미치는 관료의 정치적 영향력이 일반 유권자들에 비교할 때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치적 영향의 결과는 시민들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법과 제도의 왜곡이다. 이 왜곡의 전형이 복지국가의 등장・규제의 증가・정부지출의 증대이다.

공공선택론이 보여주고 있듯이 현대 민주주의의 고질적인 것은 두 가지이다. 유권자의 선호와는 전적으로 상이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대리인 문제(agency-problem)와 큰 정부라는 의미의 리바이어던 문제(leviathan-problem)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관료의 정치적 영향이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 허용론의 허와 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자. 우선 정치적 중립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자. 공무원법, 정당법 등 관계법에서 공무원의 정치 활동의 제한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정당 등 기타 정치 단체의 결성에 관여 또는 가입 금지・선거운동 금지・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위한 기부금 모집 금지 등이다. 정치적 중립성이란 이와 같은 금지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그 금지된 활동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들의 논거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 두 가지만 설명하자.

첫째는 공무원의 정치참여 제한은 공무원의 이익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관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생겨난 것이다. 관료들의 이익 추구는 관료시스템 내부의 정치적 영향을 통해서 관철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관료시스템의 비대화가 이를 입증한다. 복지국가・간섭주의・지출증대・부채증가 등은 관료의 이익추구의 결과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민으로서 관료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다른 시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는 관료로서 사무실에서 독자적인 편익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관료는 직업공무원로서 신분을 보장받아, 일반 시민이 결코 누릴 수 없는 편익(이중적인 편익)을 누리며 산다.

둘째는 공무원에게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정치적 평등원리・민주적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공무원은 일반 시민이 누릴 수 없는 이중적인 편익을 얻기 때문에 정치참여의 제한을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참여로 관료시스템이 더욱 더 커져서 관료의 이익이 증가면 그것은 시민들의 희생의 결과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론: 작은 정부를 위해서

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가?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정치적 중립을 준거로 하여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을 허용하는 입법을 반대한다. 그 허용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헌법의 정치적 중립이 왜 중요한가이다.

그들에 의하면 중립의 보장으로 정치적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공무원의 지위와 신분이 보호되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공무원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용하면 그 순간부터 공무원은 더 이상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관권선거에 동원되고 직업공무원으로서의 공무원의 신분도 불안정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론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불충분하다. 현대적 관료의 성격을 설명하지 못하는 고전적 관료이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관료시스템의 정치적 영향이다. 전공노나 전교조가 정치활동을 하려는 것, 그리고 좌파 정치가들이 이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질서를 변동시키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복지국가 이념의 큰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은 우리는 관료의 비대화를 억제할 필요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관료는 언제나 강제와 그리고 독점적 공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입법은 강제와 독점을 키운다. 그래서 그런 입법은 나쁘다.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행 실정법보다 더 많이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과 그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 털록(G. Tullock)이 주장하듯이 관료의 선거권 박탈도 가능하다. 관료는 직업공무원로서 신분을 보장받아 일반 시민이 결코 누릴 수 없는 이중적인 편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관료의 비대화를 막아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번영을 증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관료의 정치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분석하여 어디까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답이 번영을 위한 헌법적 조건이다. ▌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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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번호 : 1807796 사회복지세법안 -

2010년 3월 국회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 외 11인은 사회복지수준 제고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가칭 사회복지세법의 신설을 제안하였다. 제안된 법안의 주요내용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해 부가과세(surtax)의 형태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여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이 법안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것으로 `사회복지제고`라는 취지 자체는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재원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방안 등은 실제로 추진되기에 무리한 요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제안된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세 및 재정이론에 입각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측면의 문제점

1. 조세체계의 비효율성 악화

조세의 부과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경제적 잉여손실을 가져오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조세의 초과부담 (excess burden of tax)이라고 한다. 이때 잉여란 소비자나 생산자가 경제활동에서 얻는 것에서 지불하는 것을 뺀 차이를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잉여(소비자잉여+생산자잉여)는 조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세가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조세가 부과되면 이러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일부분이 소비자, 생산자, 정부 등 어느 경제주체에도 귀속되지 않으면서 그냥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의 효율성이란 조세부과로 확보하는 세금액수에 비해 상실되는 사회적 잉여가 얼마나 작으냐에 대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세의 초과부담은 세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세율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세율이 2배가되면 초과부담은 4배로 증가하는 식인 것이다. 따라서 조세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세율은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지속적으로 자국세율을 인하조정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점을 인식, 이미 수년전부터 법인세와 소득세의 적용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본적으로 세율인상을 골자로 한 제안 법안은 조세체계효율성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경제활력에도 부정적인 영향

세금부담의 증가는 경제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금증가는 민간부분의 경제활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가계에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저하의 문제가, 기업에는 투자여력 약화에 따른 투자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고령화 및 산업구조의 고도화 현상으로 인해 고용과 성장이 점차 침체되는 상황, 즉 저성장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눈에 띠게 낮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제활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세정책은 경제활성화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편, 동 법안은 세율을 높이면 세금이 많이 걷힐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작성된 듯하다. 하지만, 세수(걷히는 세금액수)는 세율에 세원(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을 곱해서 산출되기 때문에 세수는 세율과 세원 변화에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활력의 약화는 세원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일자리 감소 및 소득감소로 이어져 세원을 작아지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경제활력 약화로 인한 경기침체는 자산가치의 하락과 거래감소를 야기한다. 이는 모두 소득세, 법인세, 상속 및 증여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원축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고세율 정책을 추진했던 몇몇 선진국들의 경우 고소득・대기업 계층의 해외 이탈과 이로 인한 세수감소 문제를 경험한 바가 있다. 결국 세율인상을 통한 재원마련 방안은 생각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며, 경제활동 침체가 심화되는 경우 세원잠식의 문제로 전이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조세운영원칙에 부합하지 않음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재 자국조세체계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편에 있어 공통된 주제(theme)는 효율성제고와 단순화지향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이에 따라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세제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효율성제고는 별도로 언급을 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세제 단순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체계의 단순화란 복잡한 세제를 알기 쉽고, 따르기 쉽고, 거두기 쉽도록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단순화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효과 또한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단순화는 납세의식을 고취시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실제로 많은 납세자들이 내가 내는 세금이 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산출되는지 상세히 알지 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조세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복잡성의 문제가 가중되는 경우 박탈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심화되면 납세거부 또는 조세저항까지 발생할 수 있다. 복잡한 세제하에서는 탈세의 가능성도 높다. 제도가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숨을 곳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제의 단순화는 납세협력비용, 징세비용, 행정비용 등을 효과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제개편 내용가운데 대표적인 단순화 방안은 목적세(earmark tax)와 부가세(surtax)를 폐지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목적세는 세입이 특정세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재정운영을 칸막이 식으로 유지함에 따른 비효율 문제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목적세는 별도의 특별회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높이고 나아가 특별회계를 둘러싼 정부부처간의 갈등 같은 폐해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어떤 목적세는, 특정부처의 특별회계유지와 관련한 이해 때문에 당초에 약속한 기한을 수차례 연장하면서까지 존치하는 식의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세에 대한 제안내용에 따르면, 이 세목을 부가세 형태의 목적세로 신설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부가세는 본세에 추가되는 세금으로써 세율을 높여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조세체계의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는 세금형태이다. 부가세가 많아지게 되면, 납세자들의 입장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의 세금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세부담 증가는 물론 납세의식 약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본세 하나에 특정한 관련이 없는 수많은 부가세가 추가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세를 정비하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는데, 새로 제안된 사회보장세는 이러한 정책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정측면의 문제점

1. 복지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비용이 따르는 것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국민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특히 건강, 교육, 환경, 아동 등에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복지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비록 내가 직접적인 수혜자가 아니더라도 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이러한 복지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진국들이 선뜻 복지정책을 강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복지의 비용은 내가 아닌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생산을 하는 경제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 부담은 세금의 형태로 가계나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납세자가 이러한 비용부담을 균등하게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안된 법안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는 상위 5% 이내의 개인과 법인만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제안된 사회복지세는 `부자이니 내는 세금`, 즉 부유세와 다름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할 점은, 다른 사람이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고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 비용이 내 주머니에서 실제로 나가는 돈이라도 그렇게 쉽게 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일이다. 혹자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여력이 있을 테니,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계층은 현재에도 우리나라 전체 연간세수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나라살림의 측면에서 보자면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부담도 모자라 여기에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또 안기는 것이 정당하고, 바람직한지는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계층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담으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는 매우 많다. 실제로 부유세류(類)의 세금을 도입했던 국가들에서 과도한 세금부담의 부작용으로 고소득, 대기업, 부유층의 해외진출(tax exodus)이 급격히 진행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역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소득・대기업 계층은 대개 높은 생산성으로 경제활동에 기여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세정책이 생산성의 유출을 부추긴다면 경제활력의 약화는 물론, 기존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조달 자체도 어려워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용부담의 주체가 외형적으로 단지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남이 부자이니 비용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무책임한 사람일 것이다.

2. 복지 이외의 다른 재정수요는?

본 법안의 발의 배경에는 현재수준의 복지지출이 매우 작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나, 실제로 해당지출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다른 재정투입분야에 비해 결코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재정계획을 하는 이유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제약하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재정집행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재정계획인 것이다.

제안된 법의 도입 배경은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조달을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은 재정이 투입되는 다른 부분의 초과수요는 물론, 재정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정이 투입되는 거의 모든 부분들, 국방・치안・환경・교육・SOC・R&D・보건・의료・고용・중소기업 등에서는 재정의 초과수요, 즉 재원부족의 문제가 존재한다. 물론 법안이 지적한 바와 같이 복지분야 역시 재원부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동 법안은 재정이 투입되는 다른 부분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복지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 본디 재정투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입각한 집행, 즉 사회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의 투자부터 우선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동 법안은 이와 같은 재정투입의 원칙은 간과한 채, 마치 복지투자가 다른 모든 분야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안된 법안이 채택하고 있는 방안, 즉 목적세로 운영하는 것은 이와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목적세로 재정을 운영하게 되는 경우에는 목적세 세입을 특정재정에 우선배정하기 때문에, 재정투입이 시급한 다른 부분, 예컨대 자연재해나, 국가재난사태, 그리고 국가위급상황 등의 수습을 위한 재정투입 조차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결국 동 법안은 세입측면에서의 비효율은 물론, 세출측면에서의 비효율까지 다중제약(multi-constraints)적 요소도 안고 있다.

3. 대안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복지의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위한 별도의 특별재원을 새로운 세목을 도입하면서까지 마련하는 것은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또한 교육, 국방, 치안, 환경, 중소기업지원, 연구개발, 고용 등을 미루어두고라도 복지수준의 제고만을 우리사회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하는 지에 대한 답도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재원조달방안은 무엇인가?

복지지출의 재원조달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재정지출을 합리화하고 여기에서 확보되는 돈을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재정은 잘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찬찬히 살펴보면 불합리한 재정지출도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낭비성지출, 중복성, 선심성지출 등등이 그것이다. 또한 복지지출의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고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재정지출 합리화 방안만 적절히 추진된다고 해도, 재정지출액 상당부분을 절약,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민간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기부운동을 공공부문에 접목,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복지수준의 제고는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적절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이 추진된다면, 자칫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제안된 사회복지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실적으로 활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공공부문의 역할증대를 강조하는 주장은 국가발전 및 지속성 확보차원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와 같은 모형은 이미 북구의 국가들에서 시행된 바 있지만, 이러한 국가들에서 조차도 그들의 복지모델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복지수준의 제고는 더 많이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눌 것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은 나누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교수ㆍ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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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는 늘 대립각을 세우지만, 제3자처럼 보이는 시누이가 나무라는 시어머니에게 말리는 척하면서 사실은 며느리인 자신을 나무라는 것을 조장·방조하는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갑자기 왜 이 말을 하는가 하면, 포퓰리즘 정책을 주특기로 하는 좌파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선거공약이야 원래 그러려니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명료히 하고 반 좌파 정책을 내고 맞대결해야 하는 한나라당이 이를 외면하고 내는 공약과 이를 둘러싼 정치 행태가 이 속담에 아주 적확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들이 일제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다. 그 타당성과 폐해를 차치하고 그들의 좌파 성향 때문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를 대하는 집권 한나라당의 정략을 보면, 우리 유권자가 정말 믿고 의지할 만한 정당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정강·정책을 내는데 당론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만,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2007년 반값 등록금 대선 공약을 보면, 아무리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다 해도 대학 사정을 알고나 내놓은 공약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필자가 속한 교육대학은 방송통신대학을 제외하고 가장 값싼 등록금을 받는 국립대학이다. 한 학기에 대략 150만 원 안팎인 대학 사정을 무시하고 ‘반값공약’을 냈으니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학교경영상 등록금이 120만 원 정도 하던 몇 해 전 기성회비를 10만 원 정도만 인상하였더니 언론은 7% 인상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최근에는 학생들은 단 돈 1만 원 인상하려 하여도 “반값은커녕 올리지나 말라”고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면서 플랫카드와 대자보를 써 붙이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인상분 최소한의 소모성 경비도 못 올리게 만들어 버린 형국이다. 대통령 공약이 이런 형국이니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어떤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요즈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이 남발되는 실정에 대하여 나라 살림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회적으로나마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그는 얼마 전 ‘이명박 정부 2년 국정 평가 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하여 “값을 치르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주장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기영합주의를 뜻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다른 분야에 악영향을 퍼뜨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스 정부가 임금 삭감안과 사회보장지출 감축 계획, 세수확충 등 재정 건전화 구상을 내놓으면 공공부문 노조가 파업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남유럽의 고부채 국가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가 장기간의 ‘포퓰리즘’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친절하게 부연하였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내용을 중언 부연해야 하는 우리 정치 현실이 답답하다.

포퓰리즘은 참으로 떨치기 어려운 유혹임에는 틀림없다. 과거 1970년대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거의 온 유럽 국가들이 이른바 ‘유럽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던 바로 그 유럽에서 다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포퓰리즘에 대한 경각심을 누그러뜨려선 안 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퓰리즘에는 포퓰리즘으로 맞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 파괴력 크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 한다. 그 결과로 중증장애인 연금확대·혁신도시 지원 등을 검토하기로 하고, 저소득층의 교통비 등도 혜택을 주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나름대로 ‘중도’를 표방한다고 변명을 할지 모르나 이는 중도도 아니다. 이념 없는 득표 전략일 뿐이다. 또 공공선택론에서 언급되는 중도선호이론(median preference theorem)이나 투표거래(logrolling)를 여기에 적용하려면 자신만의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찾아볼 수도 없다. 그냥 어정쩡하게 흉내 내는 짝퉁 ‘중도’일 뿐이다. 이념 없는 중도는 정도(正道)를 벗어난 외도(外道)이다.1)

이념 없이 어설프게 설정한 ‘중도’ 노선은 좌파 포퓰리즘 정략에 편승하는 폐해도 있지만, 끊임없이 선거 전략이 방향을 잃는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이 6ㆍ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부자급식’이라고 폄하하면서도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맞대응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작 무상급식의 본질이 생산수단과 재화의 국유화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국가파탄을 초래한다는 좌파 발상의 위험성을 개진하려는 노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기껏 나온 한나라당의 대응이라는 것이 무상급식 추진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을 들어 반대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를 정확하게 진단해 보면 한나라당도 근본적으로 무상급식에 찬동하고 동조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당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는 한나라당의 유력 정치인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자신의 서울특별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당론이나 당의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재나 당내 비판도 찾아볼 수 없다.

집권당으로서 공약 추진에 소요되는 예산을 이슈화하는 것은 정작 선거판에서 쟁점이 될 수가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야당의 정치적 쟁점은 무상급식 재원을 현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인 4대강 사업을 중단하면 마련된다고 하는 노림수에 있다. 그러니까 야권의 전략은 무상급식을 통한 인기영합에도 있고, 4대강 사업 무력화에 초점을 맞춘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무상급식에 관한 대응 전략은 이념 빠진 무소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2) 오히려 국민들의 눈에 민주당이나 여타 정당의 좌파 정강·정책은 그 타당성이나 실행가능성 여부에 앞서 소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에 대응하여 소신 있는 정강·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러한 한나라당의 무소신은 제 나름대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금의 무상급식 논란의 전초전이 되었던 2006년 학교급식법 개악(?)3)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좌파 정략에 소신 없이 합의해준 야합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지금 야권의 무상급식 논란은 이미 4년 전에 한나라당이 자초한 결과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한나라당이 학교급식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소신 있게 집권당의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시 입법과 관련하여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학교급식법은 2006년 개악 이후 현재까지 개정안이 상임위원회 소위에 상정조차 안 된 실정이다. 과반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상임위에 상정하고자 내놓은 개정안이 13개 정도(정부 입법안 포함)인데, 이 중에서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적 질서에 부합되도록 직영급식 의무화와 무상급식을 금지하는 입법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위헌적인 ‘무상급식 금지’ 조항을 넣을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국민들을 대신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의원을 거꾸로 국민이 걱정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소신 없이 눈치 보기의 행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선출하는 교육의원 문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국회에서 ‘지방교육자치법’은 지난 국회에서 만들어진 ‘교육의원’ 선출 문제를 이번 선거에서만 선출하기로 합의(?)하고 개정된 바 있다. 이 역시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교육의원 선출에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4) 교육의원 구성에서부터 대표성에 이르기까지 위헌 소지도 포함되어 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인구 수와 국회의원 수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 교육의원을 광역의회 상임위원회에 존치하는 것을 들 수 있다.5) 국회의원 4명과 광역의원 10명에 해당하는 대표성을 갖는 이들이 광역의회 안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파행이나 독주를 낳을 것으로 예견된다. 다른 하나는 이처럼 문제가 많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폐기하지 못하고 소수당인 민주당에 한나라당이 합의해 준 야합의 행태이다. 이 법안을 주도한 과거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민주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나라당은 무엇을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집권당에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준 민의를 이렇게 내팽개쳐도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다. 소수 정당에 발목을 잡혀 끌려가는 형국은 한나라당이 소신이 없어서이다.

좌파정책을 방조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좌파정책을 가지고 인기에 편승하고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야당의 행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때리는 시어머니’야 원래 시어머니 속성상 그렇다 치더라도 ‘말리는 시누이’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의 이념 빠진 중도 전략을 보면 ‘말리는 시누이’의 밉상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김정래 (부산교육대학교 교수ㆍ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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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정계

5·30선거 결과 국회의원 재당선율이 15%에 불과하고 원내 다수의석을 차지했던 정당들에 소속된 당선자수가 빈약하게 되자, 각 정파들은 국회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다시 말해서 원내다수당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 모으기 경쟁을 벌였다. 이런 경쟁에 앞장선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민국당과 국민당이었다. 민국당과 국민당은 126명이나 되는 무소속 당선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포섭공작을 전개했다.

제헌국회의 제1당이었던 민국당은 5·30선거에서 23명의 당선자를 확보했다. 민국당은 무소속 당선자들 가운데서 주로 민족연맹(약: 민련) 계통의 의원들을 상대로 포섭공작을 전개했다. 민련계 당선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원세훈과 윤기섭이었다. 민련계 포섭공작은 민국당의 신익희파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민국당의 김성수파는 그에 소극적이었다. 민국당은 원세훈과 윤기섭 등을 포함한 민련계와 한독당계의 당선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민련과 합당하는 것도 추진했다. 그러나 민련의 지도자 김규식은 민련과 민국당의 성향이 판이하다는 점을 들어 합당에 반대했으며, 그에 따라 원·윤의 민국당 참여는 무산되었다.

제헌국회의 제2당이자 대표적 여당이었던 국민당은 5·30선거에서 25명의 당선자를 확보했다. 국민당은 무소속 당선자들 가운데서 조소앙과 안재홍으로 대표되는 반공 중도파 노선의 당선자들을 포섭하고자 했다. 국민당은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조소앙의 사회당 및 안재홍의 신생회와 국민당의 합당을 추진했다. 국민당 혁신파가 추진한 그러한 합당 작업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을 때, 국민당 간부층이 국민-사회-신생 합당이 이루어지더라도 ‘대한국민당’이라는 당명은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나섰다. 그렇게 되면 조소앙과 안재홍이 생각하는 동등한 합당이 아닌 흡수합당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안이 그에 반대하여 그들의 국민당 참여가 무산되었다.

이처럼 민국당과 국민당의 무소속 포섭공작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당선자들은 그들대로 새로운 단체를 만들기 위한 공작을 전개했다. 당시 무소속은 3개 부류로 분류될 수 있었다. 과거 중간파 노선을 취했던 중간파 무소속, 민국당이나 국민당 등의 당원이면서 소속 정당의 공인후보(공천후보)가 되지 못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당적 보유 무소속, 중간파 노선도 취하지 않았고 어느 정당의 당적도 가지지 않은 순수 무소속 등이다.

무소속 3개 부류 가운데, 중간파 무소속은 조소앙 안재홍 원세훈 윤기섭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행동통일을 모색했다. 이들은 중도노선의 새로운 정당의 창당도 고려했다. 당적 보유 무소속은 대부분이 원래의 당으로 되돌아갈 태세를 보였다. 순수 무소속에 속하는 곽상훈 김동성 김광준 오위영 박순천 윤길중 조헌영 등은 무소속 구락부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활동하려 했다.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이승만을 추종하면서도 국민당과는 당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 세력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단체를 만들려 했다. 독촉국민회계 대한청년단계 조선민주당계 당선자들은 국민당의 정치노선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당과 합당하는 것을 회피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들끼리 정치단체를 만들고 또 무소속을 포섭해서 독자적 단체로 활동하고자 했다.

한편, 정치노선이나 사상적 경향에 따른 군집과는 달리 종교나 출신지역을 중심으로 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정일형 황성수 이종현 등 기독교 신자 의원들은 35명에 달하는 기독교 신자 의원들을 묶어서 기독교 사회당을 만들려 했고, 장택상 이갑성 등은 영남출신과 재경 기업인 출신 의원들을 모아서 영우회라는 단체를 조직하려 했다.

이처럼 여러 정파가 전개하는 국회의원 모으기 공작은 두 가지 당면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국회 정·부의장 선거에 자기들이 지지하는 인사를 당선시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회법에 정해진 단체교섭회(요즈음 용어로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정·부의장 선거와 조봉암의 급부상

제2대 국회는 1950년 6월 19일 개원되었다. 오전 10시에 임시회의가 소집되어 최고령자인 오하영의 사회로 정·부의장 선거에 들어갔다. 1명의 국회의장과 2명의 부의장을 선출하는 이 선거는 향후 한국정계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하여 각 정파는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중간파 무소속은 조소앙을 지지했다. 순수 무소속 중에는 오하영 지지자가 많았고, 이갑성 지지자와 신익희 지지자도 약간 있었다. 국민당은 조소앙을 지지하는 파와 오하영을 지지하는 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국민당 혁신파는 조소앙을 지지했고, 당명 고수파(간부층)는 오하영을 지지했다. 국민당의 일부 의원들은 신익희가 민국당을 탈당한다면 신익희를 의장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대한청년단계는 이승만을 추종하고 민국당을 반대하면서도 국회의장에는 신익희를 지지했다. 민국당은 신익희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민국당 내 한민당 계파는 신익희 계파와 당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면서도 국회의장 선거에서만은 신익희를 지지했다.

각 정파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국회의장 선거는 신익희 조소앙 오하영 3인 각축전의 양상을 나타냈다. 신익희는 의원들의 민국당에 대한 저항감이 강하여 자신의 국회의장 당선에 민국당 소속이라는 점이 지장을 주게 된다면 민국당을 탈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적극적으로 득표활동을 전개했다. 그에 반해 조소앙은 국회의장직을 차지하는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하영은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이라는 점 이외엔 정치적인 업적이 별로 없는데다가 나이가 많아서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부족했다.

부의장 선거와 관련하여 중간파 무소속은 부의장에 안재홍 윤기섭 원세훈 등을 지지했다. 순수 무소속 가운데 영남출신 의원들은 장택상을 지지했다. 국민당 혁신파는 안재홍을 지지했고, 당명 고수파는 조봉암을 지지했다. 민국당은 부의장 선거에서 신익희 계파와 한민당 계파가 분열되었다. 신익희 계파는 지청천을 지지하고 한민당 계파는 김용무를 지지했다. 영우회 소속 영남출신 의원들과 일부 호남출신 의원들은 장택상을 부의장으로 밀었다. 겉으로 거명되는 빈도를 놓고 보면 부의장에는 안재홍, 지청천, 윤기섭, 원세훈 등 4인이 유력시 되었다.

국회 정·부의장 선거에 대해 대통령 이승만은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다. 당시 신익희는 이승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고, 조소앙 오하영 안재홍 등은 이승만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장차 국회가 이승만의 통치와 정치적 행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려면 자기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신익희를 낙선시키고 자기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조소앙이나 오하영 혹은 안재홍을 국회의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자기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의 표를 조소앙이나 오하영에게 몰아주도록 하지 않았다. 당시 이승만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국회의원들은 여러 단체에 분산되어 있었지만 그들을 모두 합하면 그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때문에 이승만이 국회의장 선거에 개입하여 조소앙이나 오하영을 당선시키려 하면 충분히 당선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이승만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해서 입법부 내부의 일에 행정수반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의장선거는 2차 투표까지 갔다. 1차 투표에서는 신익희 96, 조소앙 48, 오하영 46, 이갑성 11, 안재홍 3표가 나왔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서 2차 투표에 들어갔다. 2차 투표에서는 신익희 109, 조소앙 57, 오하영 46, 이용설 1표가 나와 과반수 득표를 한 신익희가 당선되었다. 의장선거 결과는 신익희 지지 정파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점과 반 신익희 파는 조소앙과 오하영 중에서 단일후보를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부의장선거에서는 일반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첫 번째 부의장선거 1차투표에서는 장택상 41, 조봉암 37, 조소앙 28, 이갑성 26, 안재홍 14, 조헌영 11 기타 산표로 나왔다. 장택상과 조봉암이 조소앙 지청천 안재홍 이갑성 등을 제치고 1, 2위 득표를 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2차 투표에서는 장택상 69, 조봉암 57, 조소앙 30, 이갑성 22, 안재홍 10, 지청천 6 등으로 나왔다. 당선자가 없어서 장택상과 조봉암 2명을 상대로 3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장택상 104, 조봉암 96이 되어 장택상이 당선되었다. 두 번째 부의장 선거도 3차 투표까지 갔다. 조봉암과 지청천 2명을 상대로 한 3차 투표에서 조봉암 104, 지청천 81로 조봉암이 당선되었다.

부의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던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예상되지 않던 장택상과 조봉암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무소속에다가 돈도 없으며 표면상 어떤 유력한 정파의 지지도 받지 못한 조봉암이 부의장에 당선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예상을 깬 조봉암의 부의장 당선은 장차 조봉암이 한국 정계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의장에 당선된 조봉암은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전체적으로 국회 정·부의장 선거 결과는 2대 국회 임기 중 국회와 이승만 간의 관계가 제헌국회 때보다 더욱 대립적일 것임을 예고했다

개원 6일 만에 6·25전쟁

정·부의장 선거를 마친 2대 국회는 오후에 정식으로 개원식을 거행했다. 국회는 개원했지만 상임위원회는 구성되지 못했다. 국회법에 교섭단체에 따라 상임위를 안배하기로 되어 있는데 교섭단체들이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상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채 20일부터 본회의를 진행했다. 본회의는 26일까지 교섭단체를 국회사무처에 등록하도록 결의했으며, 쌀값대책, 귀속재산경매, 광목경매, 비료배급 등에 관한 당면 민생문제들에 대한 토론 및 정부 답변 청취를 진행했다.

국회가 이처럼 국회 문제와 당면 민생 문제들에 매달려 있는 동안 38선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북한은 6월 25일을 전면 공격일로 정해놓고 대한민국의 방어태세를 흐트려놓기 위한 일련의 평화공세를 전개했다. 6월 7일부터 평양방송을 통해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자고 제의하는가 하면, 서울에서 복역 중인 남로당 간부 김삼룡과 이주하를 북한에 억류 중인 조만식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김삼룡 이주하를 조만식과 교환하자는 제의에 응하여 38선에서 교환을 위한 북한측의 조치를 기다렸으나 북한은 이유 설명 없이 교환을 무산시켰다. 대한민국 공보처는 23일 서울중앙방송을 통해 26일 오후 2시까지 38선 여현역 근처의 지정된 장소로 조만식과 그의 장남을 보내면 곧장 김삼룡과 이주하를 북으로 보내주겠으며, 북이 그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교환의사 없이 장난을 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북한은 26일에 조만식을 보내는 대신 25일 새벽 5시부터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감행했다. 그날 오후에는 북한 전투기 4대가 서울 상공에 날아와 김포비행장과 여의도비행장에 기총사격을 가하였다.

26일 오전 11시부터 국회는 본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대통령 국방장관 내무장관 군수뇌부가 출석했다. 비밀리에 진행된 이 회의에서 행정부측은 전황을 설명했다. 행정부측의 낙관적인 전황 설명 때문인지 국회의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보내는 호소문’, ‘유엔총회에 보내는 메시지’, ‘국회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결의’ 등을 채택했다. 국회가 이러한 결의를 채택하는 동안 전황은 이미 회복불가능하게 악화되고 있었으며, 북한군은 서울에 인접한 문산과 의정부까지 진출했다.

2대 국회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은 전쟁으로 서울이 적에게 함락될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이날 사무처에 교섭단체 등록을 마쳤다. 등록을 마친 교섭단체는 민주국민당, 대한국민당, 민정동지회, 무소속구락부, 국민구락부 등 5개였다. 무소속 구락부는 순수 무소속만으로 구성되었으며 조소앙 안재홍 원세훈 윤기섭 등을 중심으로 한 중간파 무소속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산회했으며, 국회의원들은 내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것을 예상하며 귀가했다. 그러나 27일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휴회를 결의한 바도 없었고, 행정부로부터 정부피난에 대한 공식통보도 없었는데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으로 나오지 않았다. 전날 등록한 교섭단체에 따라 상임위원회를 구성해보지도 못하고 2대 국회는 기능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날쌘 의원들은 이미 서울을 떠났고, 일부 의원들은 개인 채널을 통해 수소문을 해가며 피난 갈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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